|
우리나라에서 일본의 3대 여류작가라고 불리는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그리고 야마다 에이미. 그 중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는 자주 비교의 대상이 되어 왔다. 번역가 김난주씨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이 남녀가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 서로를 보듬어 주는 내용이 많아 치유의 소설로 불리는 반면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서는 여자가 연애를 해도 영혼은 남자에게 주지 않는 쿨한 태도를 유지한다.’고 말했었다. 막연한 느낌만 가지고 있었는데, 『바나나 키친』(일본에선 2009년에 출간)을 읽고나서 확실한 둘의 차이점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에쿠니 가오리의 『부드러운 양상추』라는 푸드 에세이집이 출간되었는데, 그 책『바나나 키친』을 비교해보면 두 작가의 차이점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에쿠니 가오리가 도시적이고 사회에서 감정적으로 소외된 인물을 그린다면, 요시모토 바나나는 평범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위안을 받는 인물을 그린다. 바나나의 작품에선 자주 죽음이 등장하지만 그것은 절망이나 좌절이 아닌 화해와 이해의 구실이 되어준다. 두 작가의 푸드 에세이는, 작품 분위기가 작가의 생활이나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낸다. 『바나나 키친』은 아이가 두 살에서 여섯 살이 되는 동안 《아사히 신문》에 연재했던 에피소드를 묶은 책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요시모토 바나나가 자신의 작품에서 보여주는 성향과 얼마만큼 일치하는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바나나 키친을 읽으면서 나는 찌개를 끓여 수증기가 낀 주방의 창과 한 여름 에어컨이 시원하게 틀어져 있는 실내에서 한기를 느껴가며 먹는 팥빙수, 그리고 츄리닝을 입고도 갈 수 있는 동네의 쌀국수집의 이국적인 향기를 자주 떠올렸다. 쉴 새 없이 음식 이야기가 등장하고 요시모토 바나나는 맛있게 먹기 때문이다. 101개의 에피소드들을 모두 읽고 나면 ‘그리고 조금 더’라는 작가의 말이 나온다. 거기에 이런 문장이 등장한다. “짧은 글이고 작가의 머릿속이 단순한 터라 그리 뛰어난 문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우주에서 제일가는 먹보인 나의 느낌만은 리얼하게 풍기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문장을 앞에 두고 웃음을 터트렸다. 자기가 쓴 글과 그 속에 표현된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이해하고 있는 모습에서 친밀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음식과 관련된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 펼쳐져 『바나나 키친』을 지루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녀의 어머니처럼 입이 짧은 사람이라면 “네 에세이를 읽다 보면 속이 다 메슥거리더라. 어쩌면 그렇게 잘 먹니.”라는 의견에 동의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체나 내용 따위는 접어두고 그저 101개의 에피소드를 가벼운 마음으로 몽땅 읽고 나면 분명 추운 겨울날 아침, 엄마가 만들어주신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나온 듯한 포만감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에세이의 매력은 관음증(?)을 충족시켜준다는 것이 아닐까. 베일에 싸인 작가의 모습을 알 수 있어 흥미롭다. )
|
|
요시모토 바나나나 에쿠니 가오리처럼 몽환적이고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고 묘사가 많은 일본 여성 작가의 소설을 일부러 찾아 읽는 일은 잘 없다. 대학생 때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읽었는데 나와는 별로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리뷰: http://minihp.cyworld.com/20966544/244809412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이라는 것을 알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단골 카페에 좋은 책들이 많은데 일거리를 잔뜩 싸들고 갔다가 일이 너무 하기 싫었던 어느 주말 작고 부담 없어보이는 책을 찾다가 이 책을 발견했는데, 첫장부터 김치와 김이 니오기 시작하면서 계속 읽어나가게 되었다. 이 책은 요시모토 바나나가 몇 년에 걸쳐 쓴 음식 일기를 묶어서 펴낸 책이다. 우리는 매일 밥을 먹고 살기에 그에 대한 일기를 쓰는 것도 가능한 모양이다. 나는 입 긴 사람이어서 주의깊게 맛을 느끼지 않고 배만 부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손재주 또한 없어서 요리는 나와는 먼 세계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이렇게 맛에 대한 철학이 있고 요리하기를 좋아하거나 잘하는 사람을 보면 멋있고 부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나인지라 책을 읽다가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 이름이 생소한 각종 재료들을 나열하면서 음식 만드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할 때 이해하기가 참 힘들었다.
이 글들은 여러 사람이 함께 먹으려고 집에서 지금 방금 만들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음식 같다. 음식은 부모님의 사랑을 자녀에게 표현하는 매개가 되기도 하고, 손님에 대한 애정이나 예의의 표시이기도 하며, 가깝고 친한 사람들이 즐겁게 모이거나 나중에 그들을 추억할 수 있게 돕기도 한다. 정성이 들어간 음식은 마음을 전하고, 맛있는 음식은 사람들의 마음을 연다. 특히 꼬맹이 아들을 위해 식단이나 도시락에 대해 고민하는 바나나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슬슬 맛의 철학을 찾아가는 꼬맹이의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유명한 영화 "카모메 식당" 때도 그랬지만, 최근에 영화제에서 본 일본 영화 "노란 코끼리"에서도 부부가 단촐한 식탁(매일 메뉴가 미묘하게 바뀐다, 시골이라서 싱싱한 채소로 반찬을 만든다)을 차려 두고 함께 밥을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들이 식탁에서 보여주는 표정과 대화는 그들의 관계를 반영한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행위는, 특별하지 않지만 꾸준히 함께 밥을 먹는 사이라는 사실은 생각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
|
같이 살아간다는 것은 같이 식탁에 마주 앉는 것. [키친]의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그리는 하루하루 '먹는 이야기'
언니가 튀긴 특제 크로켓, 아버지가 구운 한밤의 오코노미야키. 꼬맹이를 위한 작은 주먹밥, 단골 가게의 따끈한 국물, 여행지에서 기울인 달콤한 와인. 함께 먹는 사람들이 그려 가는 그 모든 식탁의 풍경... 누군가와 함께하는 매일의 밥상에서 갓 지은 밥 냄새가 풍기고, 슬픔을 위로받고, 기쁨을 나누는 동안 삶은 이렇게 아름답게 이루어져 간다. 식탁 위의 추억과 일상의 행복을 그린, 요시모토 바나나의 예쁜 키친 에세이.
작가의 음식에 대한 애정과 그것과 관련된 인연을 얼마나 소중히 대하는지 철철히 느껴지는 에세이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기존 작품들을 읽어보지 않은 독자라도 푸근히 가볍게, 군침돌게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종이로 만들어진 귀여움 음식을 배치해 놓은 표지에서는 아기자기함과 사랑스러움이 철철 넘쳐 흐르고, 그 감각들은 책 속 내용에도 잘 반영되어있어, 보고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바나나 키친을 보고 있노라면, 이 작가는 그냥 대충 떼우는 일이 없는것 같다. 아이들을 위해 요리하고 지인을 위해 같이 식사를 하고 이국의 재료를 마음껏 즐기며 행복을 느끼고 그 안에서 추억을 담는 이야기에서 개인적인 소박함과 행복감을 느꼈다. 부드럽고 사근사근하고 따뜻한 작가의 이야기이다. 소박한것을 맛있게 즐기는 그녀의 미각과 맛있게 먹는 것을 자연스럽게 묘사해내는 글솜씨가 복잡했던 내 마음을 풀어준다. 재미있다기보다는, 배고프고 맛있는 책이다. 요리와 식탁에는 드라마가 있고 추억과 인연이 있다. 그 사소한 진리를 잊지 않는 식탁이란 얼마나 풍성한 것인지...
|
|
요시모토 바나나와는 '키친'이라는 책으로 작가와 독자의 인연을 맺었다. 순정만화의 내용같은 '키친'과 '만월'은 우울할때마다 펼쳐서 읽으면 힘이 나곤 했던 책이다. 그 이후로 바나나와 나는 그다지 코드가 맞지 않아서 다른 책들은 읽었지만 크게 기억 나지 않고 점점 멀어져갔다. '키친'은 주인공이 천애고아가 되면서 대학을 그만두고 요리사가 되면서 전혀 낯선 사람들과 음식으로 인해 정을 키워가며 가족이 된다는 그런 내용이다. 어찌보면 말도 안되는 너무나도 훈훈한 이야기 같지만 그 중심에 '음식' 있다는 것때문에 왠지 납득이 간다. '바나나 키친'은 그녀의 두살배기 아이가 여섯살이 될때까지 함께 여기저기서 음식을 만들고, 먹고 하며 쌓았던 정과 경험의 기록을 담은 것이다. 어찌보면 그녀의 처녀작 '키친'에 대한 후일담같은 것이라 해도 좋을 성 싶다. 애초부터 에세이를 출간할 생각이 아니라 혼자만의 기록을 남길생각이었던지라 문장이 서툴다는 사족이 붙어 있다.
일본 에세이답게 깜찍하고 귀여운 종이공작을 이용한 음식사진이 인상깊다. 과연 바나나 그녀는, 나와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불안정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고, 음울한 구석이 있으며, 약간의 심술궂음도 지니고 있지만 결국은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긍정적인 결론을 맺는다는 점이다. 그런면에서 나는 미숙한 내자신을 들키는 것 같아서 그녀의 문체가 딱히 맘에 들지는 않지만 식탐에 관한한 우리는 동지인것이다. 실로 그녀의 책에는 한국음식을 비롯하여 태국음식, 하와이안 쌀국수는 물론 일본의 전통가정식등 다양한 음식과 조리법이 등장한다. 물론 그녀의 추억 속에 녹아 있는 여러 주관적인 음식들도 빠지지 않는다. 완벽주의였던 어머니가 심각하게 싸주었던 도시락과 어머니의 지병으로 아버지가 싸주었던 서툰 도시락, 언니가 만들어주는 엄청만든 고로케, 친구가 구워주는 빵,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맛본 차. 그렇게 모든 추억속에 녹아 있는 음식들, 새로 만들어낸 인연들 속에 생겨난 음식들이 책을 가득 이룬다. 의도하건 안했건 그녀의 책들은 음식, 그리고 사람, 그리고 정으로 이어진다.
십년 동안이나 누군가에게 밥을 지어주다 보면 '내가 맛있게 먹고 싶다.'라는 생각은 뒷전이 된다. 그리고 모순되지만, 서툴면 서툰대로 자신이 상상하는 맛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그리고 ... 게걸스럽게 먹는 태도가 줄어든다. 어린아이에게 먼저 먹이거나 다른 사람에 양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상태가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지만, 어른의 사고로 변화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p.78>
그녀에게 음식은 어머니이며, 어머니는 보살핌이다. 그리고 그녀가 받은 보살핌은 아이를 통해서 다시 나타난다. 아이가 집어 먹는 음식, 아이가 느끼는 음식의 맛, 그 순간의 경이를 간접적으로 느끼면서 그녀는 어머니가 되고 다시 한 번 아이가 되기도 한다.
수필이 맛깔스러운 작가가 있는가하면 이렇게 좋은 문장을 쓰는 작가가 왜 수필은 별로이지?하는 작가도 있다. 일테면 하루키같은 경우는 수필이 작품만큼 맘에 드는 경우이고 박완서님이나 스티븐 킹 같은 경우는 작품에서는 현란하고 무릎을 딱 치게 만들다가도 의외로 수필에서는 '이거 뭐지.'하고 갸우뚱 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바나나같은 경우는 안타깝게 후자이지만 그래도 음식이 있어서 그녀와도 정을 나눌 수 있었다.
인생에 좋은 일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두가 나쁜 점은 고치고, 서로를 감싸고, 지켜 주고, 웃는 얼굴로 대하고, 죽는 날까지 외롭지 않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종교에 몸을 담는 거겠지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가 아니고, 좋은 일을 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니까 나는 아마 노후에도 이렇게 생각하며 살 것 같다. 그런 건 상관없으니까 그냥 내버려둬. 나쁘면 나쁜 대로 살게 해 줘. 가슴이 아프든 스쳐 지난 채로 끝나든, 사랑한다고 생각하게 해 줘. <p. 153-4>
그녀의 말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마음이 통하면 좋은 것이 에세이의 미덕인 것이다.
마지막 장에는 그녀의 언니가 만들어주는 혹시라도 그녀의 언니가 죽으면 더이상 먹을 수 없어서 너무나 슬플 것 같다는 감자고로케의 레서피가 들어있다. 한번 튀겨볼까 싶다가도 들어가는 재료를 보고 식겁하여 엄두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저런 가녀린 몸을 유지하다니, 바나나가 진심 부러울밖에~~. |
|
어제 음식이 나오는 영화를 봤다. <카모메식당>.. 11일부터 읽기 시작한 음식 이야기가 주~인 책을 어젯밤 다 읽었다. <바나나 키친>..
나는 정말.. 먹는 것에, 맛있는 음식에.. 관심이 그닥~ 없나보다. <카모메식당>에서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나와도 크게 감흥도 없고, 먹고 싶단 생각도 안 들고.., <바나나 키친>을 읽으면서도 고작 떠오랐던 생각은.. 와아~ 이 사람, 정말 먹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같이 밥 먹으면 정말 맛있게 먹겠구나~!! 요정도??!!
집에서 해주는 밥도, 때가 되어서,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아프기 싫어서, ... 등등등의 이유로 마지못해 먹을 때가 다반사이고, 해주는 사람 힘 빠지게 정말 조금, 그리고 참으로 맛없게 먹는다. 엄마랑 새언니에게 정말 너무 미안하지만, 고쳐지지가 않는다.
나는 먹는 게 즐거웠던 일이 별로 없다. 커피 마시는 건 무지 무지 좋은데.. 밥 먹는 거랑, 시간에 맞춰서 무엇인가를 하고 먹어야 한다는 것은.. 좀.. 많이.. 별로.. ㅡㅡ;;;
그래도 어제 저녁은 얼은 문어를 썰은 회에 초장 찍어 먹기!! 밥이랑 먹는 건 별로였지만, 막걸리랑 함께 하니 맛깔났다. 역시 나는.. 식욕을 돋우기 위해선 알코올이 필요한겐가~??^;;;ㅋ
p.27 아도보, 카레카레, 생강으로 맛을 낸 닭죽, 계란과 함께 납작하게 구운 가지, 파스타에 채소를 곁들여 크림과 함께 부글부글 끓인 것 등등. 엄마의 손맛이라 모두 맛있었다. 필리핀 현지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을 것 같다. E 씨가 자신의 아이들을 먹여 키운 가정의 맛이다. 우리 꼬맹이가 언젠가 필리핀에 갔다가 레스토랑에서 이 요리들을 먹는다면 뭐라 표현할 수 없이 옛날을 그리워하리라. 어디선가 먹어 본 맛인데, 하고 생각하리라. 그 느낌은 그 아이의 인생에 아주 풍요로운 밑바탕이 될 것이다.
p.41 이런 말로 그 가게의 좋은 점이 제대로 표현될지 모르겠지만, '오키나와에서도 엄청나게 맛있는 오키나와 메밀국숫집'이라기보다 '오키나와의 이렇다 할 것 없는 평범한 맛을 보여주는가게'라서 더욱이 좋은 곳이다.
p.73 친구는 나가사키 사람이니까, 그저 순수하게 늘 먹던 맛있는 짬뽕이 먹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의 머릿속에 있는 짬뽕은 어렸을 때부터 먹던 맛일 것이다. 어쩌면 이미지 속의 맛이 실제보다 맛있을 가능성도 있다.
p.93 추억은 죽지 않는다. 내가 저 세상으로 가면 다시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다. 그러니 지나간 일이라도 한 번 생긴 일은 어느 것도 쓸모없지 않다.
p.107 후회는 하지 않지만, 그 무렵의 불안했던 나 자신에게 '미래를 믿으라.'라고 말해 주고 싶다. 그리고 오늘 하루의 식탁을 좀 더 소중히 여기라고, 웃는 얼굴로 가족을 쳐다보라고.
p.131 해가 질 시간, 야나카 긴자는 반짝반짝 빛났다. 차 가게 아저씨는 가게 앞에서 차를 볶았고, 생선 가게 대야에는 산 미꾸라지가 꿈틀거렸고, 채소 가게 아저씨는 쌓여 있는 채소 앞에서 손님을 부르느라 목청을 돋웠다. 휘황한 불빛 아래 온갖 먹거리가 빛나 마치 축제 날처럼 보였다. 나는 그 광경의 기운을 함께 먹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p.195 여러 겹으로 덧칠된 추억은 좀처럼 투명해지지 않는다. 끈끈하고 무거운 액체로, 인생의 앙금으로 가라앉는다. 시간이 흐르면 시큼하게 삭아, 애처롭게 발목을 잡는다. 그래도 역시 추억은 있는 편이 좋다. 애처로우면 애처로울수록 우리들 발자국에 깊이가 생긴다.
|
|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마치 만화책과 같다. 일상의 평범한 공간을 환상적인 상상력으로 바꾸어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도 만화에서의 손안에 잡히는 쉬운 접근법이 돋보이는데 , 남녀노소 누구나 사랑받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본다. 이 책'바나나 키친'에서 요시모토 바나나의 그러한 능력이 극대화 되었다고 생각한다. 부엌에서 흔히 겪는 일, 흔한 소재의 먹거리 등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우리의 평범한 삶이 어디까지 재밌어 질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트렌드에 맞는 일상체험 역시 쉽게쉽게 다가와서 역시 요시모토 바나나스럽다는 느낌이 최고다. 한권 소장하고 있으면 늘상 지루한 부엌이 아닌 요시모토 스타일의 키친을 경험하며 웃음 지을 수 있는 필수책. 시리즈가 나오면 더욱 좋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본다. |
|
마음이 급한 일이 많아서 그런지 요즘은 긴 글자가 있는 책보다는 짧막한 이야기가 있는 책들이 더 좋다.
바나나 키친은 엄마 역할이 부족한 나에게 매일 저녁 밥짓는 냄새나는 부엌을 갖고 싶다는 욕망(?)을 들끓게 한다. ㅎㅎ
집에 꼬맹이 때문에 매일 밥을 짓는다는 바나나는 가정부를 들이기도 하지만 결국 일상의 밥먹는 얘기와 외식, 여행가서 먹는 얘기.. 그렇다! 이 책은 먹는 얘기다 ㅎㅎ
소소하게 둘러앉아 먹는 얘기 자주 먹을 걸 보내주는 친구에 대한 고마운 얘기 언니의 크로켓 엄마의 삼단 도시락.. ㅎㅎ 추억돋는 얘기들과 일상의 친구들이나 아이들과 하고 싶은 저녁이야기다.
그래도 역시 밥하는 건 귀찮다 ㅎㅎㅎ |
|
먹는 이야기, 입는 이야기, 집 이야기. 의식주가 왜 중요한지 새삼 알았다고 해야 하나.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내가 생각해도 내가 좀 이상하다. 먹는 것을 즐기지도 않으면서 먹는 이야기를 읽기 좋아하고, 입는 일에 매달리지도 않으면서 입는 이야기를 읽기 좋아하고, 집을 가꾸고 꾸미는 일에는 지독히 게으르고 서투르면서 집 이야기는 좋아하고. 내가 왜 이럴까.
이 책의 내용도 너무 맛있다. 정작 무슨 맛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본 음식들 이름인데도, 읽는 것만으로 군침이 돈다. 실제로 눈앞에 둔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는 싫어하는 음식이 꽤 많고, 육식은 거의 하지 않으며, 안주에도 별 관심이 없으니. 그런데도 글 속에 빠져 입맛을 다시고 있으니, 거 참 희한한 노릇이다.
책의 크기는 작고 글의 분량도 적은 편이고 표지는 귀엽고 속의 삽화는 깔끔하다. 언뜻 보면 책처럼 보이지 않고 예쁜 수첩처럼 보인다. 글의 양으로 가늠한다면 비싼 쪽이다. 그러나 나로서는 만족스러웠다. 오늘처럼 정신적으로 몹시 피곤한 날, 입으로 먹어 배부른 대신에 눈으로 먹어 마음을 잔뜩 채웠으니까.
맛있는 것을 일부러 찾아 다니는 일이나 맛있는 글을 일부러 찾아 읽는 일이나 결국 같은 것일까.
|
|
Yes 24의 메인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간이 떴을 때, 눈이 번쩍 띄였습니다. 종이 공예처럼 손이 많이 가는 수작업을(캘리그라피 제외) 사용한 책 표지 때문이었어요. 서점에 가서 실물을 봤을 때는 더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보통 요리책 만한, 적어도 크라운판이나 4X6배판크기일 줄 알았던 책은 손에 딱 알맞게 들어오는 크기였어요. 민음사 카탈로그를 보니 128X188mm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 크기를 통일했더군요.
디자인이 예쁠 것 같은 책은 실물을 확인하고 사는 버릇이 있는데, 거기에 신뢰하는 작가의 책이니 정말 금상첨화였습니다. 서울 국제 도서전에서 바로 집어왔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앞에서 느낀 장점이 실생활에서 빛을 발하는 책이었습니다. 자가용이 없어서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데 딱 휴대해 가지고 다니기 좋았거든요. 적당한 크기에 튼튼하게 만들어지고 아가씨기운 나는 디자인이어서 지하철에서 꺼낼 때도 뿌듯했습니다. 내용도 요시모토 바나나가 책 말미에 밝힌대로 부담없이 꾸준히 음식에 대해 쓴, 일기같은 길지 않은 글이라 차분하면서도 집중을 나누어서 할 수 있는, 각 이야기마다 짧은 호흡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좋았고요.
번역서를 구매할 때, 번역자의 이름을 확인하고 이미 그가 다룬 다른 작품을 읽었다면 가독성을 미리 가늠하는데요. 책의 명성이 아무리 세계적으로 높아도 읽을 수 있는 언어로 번역책의 가독성이 떨어진다면 정말... 그림에 떡이고 계륵이잖아요. 이책의 번역자는 이미 수많은 작품을 번역한 김난주씨여서 신뢰가 갔습니다. 역자의 이름을 확인하는 버릇이 들기 전에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 만큼 읽기 편한 좋은 번역을 해주시는 거 같아요.
바나나 키친을 다 읽기도 전에 다른 친구에게 선물하자고 결정했을 정도로 편안하게 잘 읽었습니다. |
|
바나나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민음사 이 책은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인 요시모토 바나나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키친 에세이이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먹은 음식들과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읽어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음식이 먹고 싶고, 요리를 해 보고 싶고, 마음도 따뜻해짐을 느낀다. 앞으로 독립을 해서 혼자 살고 싶은데, 나중에 독립한 다음에, 만들어서 먹고 싶은 음식들도 상상해보니, 너무 즐거웠다. 그리고 음식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뜻을 담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처럼 사랑, 죽음, 가족 등 여러 이야기들을 담았다. 나는 66번째 이야기에 나온 '포' 라는 베트남 쌀국수가 제일 맛있어 보였다. 국수 종류를 좋아하기도 하고 베트남 쌀국수는 쌀로 만든 것이고 뭔가 맛있을 것 같다. 국물도 일품일 것 같고, 면발도 밀가루와 달리 쌀로 만들었으니, 건강에도 좋고 탱탱할 것 같다. 또 맛집들도 많이 나와 있어서 만약 일본 여행을 꿈꾸는 엄마(엄마는 몇년 전부터 일본 여행을 한 번 가고 싶다고 노래를 하고 있는데) 와 일본에 같이 간다면, 가보고 싶은 맛집들이 너무 많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데이지의 인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