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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역시 존 클라센의 그림책입니다. 지난 번에 리뷰를 쓴 <I Want My Hat Back>(리뷰 보기: 존 클라센이 보여주는 그림책의 미덕)에 이은 모자 시리즈 두 번째 책입니다.
<I Want My Hat Back>의 주인공이 곰이었고, 그래서 육지에서 모자를 찾아다녔다면 <This Is Not My Hat>의 주인공은 아주 작은 물고기와 큰 물고기(아마도 고래인 것 같아요. 제 바람.)예요. 따라서 이번 이야기의 배경은 바다입니다.
역시 캔들윅 프레스에서 출간되었는데, 어떤 느낌인지 상상해보시라고 캔들윅 프레스에서 만든 공식 북트레일러를 함께 올려봅니다.
이 트레일러를 보면서 혼자서 씨익 웃었는데요... 마치 죠스를 연상시키는 배경음악이 긴장감과 박진감을 고조시키기 때문입니다. 평화로워보이는 바다속, 그리고 순진무구한 작은 물고기. 그런데 왜 음악은 저렇게 긴장감이 넘칠까요? 궁금하지 않나요?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책보다 이 책이 좀더 마음에 들었어요. 작은 물고기, 큰 물고기, 빨간 게, 이렇게 셋만 등장시키면서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가는 게 인상적이었거든요.
이번책에도 빨간색은 포인트로 강렬하게 쓰이더군요. 바로바로 빨간 게. 그 외에는 이전 책처럼 색을 많이 절제했는데, 오히려 그게 참 마음에 들었어요.
어린이 책에서 검은색으로 바다를 표현할 생각을 누가 할 수 있었을까요? 그런 고정관념을 확 비튼 색 사용들에 반했어요.
모든 것을 다 덜어낸 다음, 최종까지 남아 있는 것이 본질이라면, 이 그림책은 바로 그 본질만 남아 있는 책이 아닐까 해요.
책의 두 면이나 한 면을 꽉 채우는 큰 물고기의 존재감, 눈동자의 위치나 눈의 크기만으로 그 큰 물고기의 감정을 표현하려는 시도도 인상적이었구요.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책을 접하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그림에 이입할 수 있도록, 그래서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거든요. 지금 행복한 아이는 물고기가 행복해보일테고, 지금 슬픈 아이는 물고기가 슬퍼 보일테고, 지금 불안한 아이는 물고기가 불안해보일 거예요. 그러면서 자신의 '그' 감정을 함께 하고 공유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친구의 존재에 안심할 수도 있겠죠.
그런 여지를 충분히 주는 것, 그게 바로 존 클라센의 그림책이 가진 제일 큰 미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번 책에 비하면 영어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동일한 구문이 계속 반복되고, 앞 내용이 반복되어서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아요. 동요처럼 리듬을 넣어서 읽어줘도 좋겠고, 엄마나 아빠가 먼저 읽은 다음 그림을 보며 우리말로 이야기를 전해줘도 좋을 것 같아요.
이 책도 이미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걸로 알고 있는데, 번역된 책을 구입하는 것도 좋겠지만 원서를 구입하는 것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출간된 책의 판형을 알 수 없지만, 원서의 경우 크기가 꽤 커서 아이가 책을 펼쳤을 때 정말로 바다 속에 함께 있는 듯 한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이 책은 가로로 긴 사이즈라 아이가 책을 펴면 양 팔 가득 꽉 찰 정도의 크기예요.)
검은색과 흰색으로 면을 가로나 세로로 분할한 후, 그림 부분과 글 부분을 확연히 나눠서, 그림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에도 매료되었습니다. 그림만으로도, 설사 글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는 훌륭한 책인 셈이니깐요.
도서관 사서가 책을 읽어주는 건데, 러닝타임을 보면 알겠지만, 2분 정도면 읽을 수 있는 아주 짧고 사랑스러운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겠죠? 물론 저같은 어른도 참 좋아합니다.
아,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모자에 주목해서 보세요. 지난 번 이야기의 빨간 고깔 모자도 예뻤지만, 연한 하늘빛의 페도라도 앙증맞아요!
작은 물고기가 썼을 때도 귀엽지만, 큰 물고기가 썼을 때...! 너무 사랑스러워서 반해버렸습니다. (아, 나는 금사빠? ^^;)
물고기의 움직임에 따라 포글포글 따라다니는 기포들과 물고기들의 움직임.
그리고... 도대체 물풀 속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것이 궁금하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보세요.
아, 이번 책도 캔들윅스에서 만들었는데, 캔들윅스에서는 'We believe in picture books!'라는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 이 책 뒤에도 보면 그 스티커거 붙어 있답니다. 이 캠페인조차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
출판사나 책 만드는 사람들이 가진 소박하지만 확고한 믿음, 이 믿음이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그러나 최대한의 일 중 하나라고 믿습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곰돌이입니다. 이러니 제가 곰에게서 헤어나올 수가 없는 거예요. 마성의 곰돌이(들). 심지어 그림책을 좋아하는 곰돌이도 있으니... 앞으로 만나게 될 또 다른 곰돌이들도 기대가 됩니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위에서 말했던 사서 할머니가 읽어주는 책을 같이 볼까요?
이 책도 어젯밤에 남편이랑 같이 읽었는데, 책 덮고 남편과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나 나중에 은퇴하면 도서관에서 애들 그림책 읽어주는 자원봉사 할까봐." "그래, 그래. 넌 목소리에 감정도 풍부하고 애들도 좋아하니깐, 애들이 엄청 좋아할 거야. 그림책 할머니, 좋다!"
하하, 존 클라센과 그의 사랑스러운 그림책 덕분에 또 하나의 인생 목표가 생긴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은퇴 뒤엔 남편과 함께 그림책 읽어주는 할아버지, 할머니로 활동(?)해야겠어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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