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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레이건의 한국판 똘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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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미국은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걷고 있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미국은 정부가 서민들의 강력한 옹호자 역할을 했던 시기, 즉 사회주의적 요소가 풍성했던 시기에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높은 생활수준을 달성했다. 정부와 기업과 노동자가 항상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면서 함께 노력했던 시기에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폭넓은 번영의 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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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미국은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걷고 있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미국은 정부가 서민들의 강력한 옹호자 역할을 했던 시기, 즉 사회주의적 요소가 풍성했던 시기에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높은 생활수준을 달성했다. 정부와 기업과 노동자가 항상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면서 함께 노력했던 시기에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폭넓은 번영의 분배'를 이룩했다. 1970년대 말 이전에 미국 경제의 3분의 2정도가 규제를 받았다. 전력, 통신, 항공, 방송, 정보기술, 은행, 증권 거래, 보험, 트럭 운송, 버스 등이 모두 일정하게 정부의 감독을 받았다.

  그러나 두 차례에 걸친 오일 쇼크와 베트남 전쟁의 여파로 미국 경제는 대인플레이션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었다.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인플레이션은 사상 최고인 두 자릿수로 치달았다. 경기 과열과 위축이 동시에 진행되던, 예전에는 몰랐던 스태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를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한 상태로 밀어 넣었다.

  국내 경제가 어려워지고, 2차 세계대전의 폐허를 딛고 되살아난 유럽과 일본이 미국 산업에 도전하기 시작하자 미국의 기업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꼈다. 하지만 대공황과 혁신주의 시대, 인민주의 시대를 거치는 동안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견고했다. 이것을 바꿔야 했다. 기업들은 보수적 싱크탱크 등에 엄청난 자본을 투입하여 정부 규제야말로 기업의 생산성을 갉아먹는 주범이라는 논리를 개발해냈다. 기업들이 각종 매체를 동원하여 자신들의 논리를 무차별적으로 퍼뜨리자 국민들도 점차 정부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여기에 불경기 속에서 세금 부담마저 늘어나자 광범위한 국민 대중이 정부에 반대하는 언어에 귀를 기울일 채비를 갖춰 갔다.

  이때 매력적인 풍모와 대화술을 가진 영화배우 출신의 로널드 레이건이 등장했다. 레이건은 대선 32년 만에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1980년 선거에서 전체 투표자 가운데 50.7퍼센트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레이건은 작은 정부와 낮은 세금, 규제완화, 통화 긴축정책 등을 골자로 한 '레이거노믹스'를 강력하게 추진하여 1,6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10%를 웃돌던 실업률을 5.5%대로 낮췄다.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물가상승률도 3.8%로 안정시켰다. 이를 통해 미국 역사에서 가장 긴 두 차례의 경제 성장기를 이끌어냈다. 또한 강경한 대결 정책을 내세워 결국 악의 제국 소련을 무너뜨리고 냉전을 종식시키며 화려하게 퇴임했다.

  퇴임할 당시 레이건에 대한 지지율은 무려 60%를 넘었다. 2003년에 『에스콰이어』에서 레이건을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미국인'으로 뽑았고, 2001년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이 레이건을 케네디, 링컨, 워싱턴보다도 인기 있는 전 대통령으로 꼽을 정도다. 여전히 레이건은 성공신화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 후보들이 저마다 레이건의 망토를 걸치지 못해 안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도 생기게 마련이다. 레이거노믹스의 출현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더 많았다. 그것은 거의 재앙의 수준이었다.

  레이건 정부는 한마디로 기업과 부자에 의해 탄생된 동시에 기업과 부자에게 철저히 봉사한 정부였다. 레이건은 기업과 부자들의 논리를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레이건은 연방 정부의 복지 지원이야말로 국가가 직면한 문제의 뿌리라고 주장하면서 서민들을 위한 사회복지 정책들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에 군사 지출을 늘리고, 대기업과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그 유명한 낙수효과의 탄생이다. 세입이 줄어들자 정부는 적자 상태에서 허우적대게 된다.

  동시에 수십 년에 걸쳐 기업의 탐욕을 제어하기 위해 공들여 쌓아왔던 각종 규제들을 쓰레기통으로 버리기 시작했다. 대기업 중역과 백만장자 출신의 자신의 측근들을 기업을 감시해야 할 규제 기관의 장으로 임명한 후 그들의 손발을 철저히 잘랐다. 국세청은 소득 신고에 대한 회계 감사를 사실상 중단했고, 환경보호청은 오염 배출 공장에 대해 눈을 감았다.

  각종 규제가 사라지자 미국은 부자들과 기업의 천국이 되었다. 가진 자는 더욱 많은 것을 가지게 되었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하게 되었다. 레이건이 당선한 뒤 두 차례의 경제 팽창기가 있었지만, 소득 분포상 중간층과 하층에 속한 사람들은 그의 정책 덕을 보지 못했다. 레이거노믹스는 소득 사다리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몫 단단히 안겨 준 반면, 노동계급과 가난한 사람들이 그 전 20년 동안 근근이 벌어놓은 성과를 뒤엎어 버렸다.

  레이건 정부는 독점을 규제하는 법의 집행을 포기함으로써 기업간 인수와 합병을 부추겼다. 산업 독점을 규제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그 길을 활짝 열어준 것이다. 적대적 인수가 횡행했고, 은행․자동차․텔레비전 방송․영화․석유 회사 등 미국 경제의 사실상 모든 부문이 합병을 겪었다. 기업들은 경제 생산성 증대를 위해 기술 향상 등에 대한 투자에 사용해야 할 자본을 인수합병에 사용했다. 그러한 자본이 없는 기업들은 엄청난 차입을 동원했다. 그 결과 합병 기업체의 재무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장기적인 성장보다 근시안적인 이윤 창출에 급급했다. 분식회계도 마다하지 않았다. 미국 역사상 가장 파렴치한 경제 범죄로 꼽히는 엔론 사태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몇 백 개의 대기업이 영주 같은 권력을 독점하고 그 영향력 아래서 허약한 중소기업들이 종속적이고 보조적인 구실을 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탄생한 거대 기업 복합체는 이제 우리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시민 가치와 상업 가치 간 오랜 싸움이 후자의 승리로 결정 난 것이다. 오늘날 기업들은 우리의 취향과 여가,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고까지 조종한다. 문화와 예술, 종교, 교육, 의료 등 오늘날 기업의 힘이 미치지 않는 영역은 없다. 애덤 스미스조차도 무덤에서 되살아난다면 소름끼쳐 할 정도다.

  레이건 정부는 자신들의 행동과 정책에 국민이 관심을 갖지 못하도록 정보와 언론을 철저하게 통제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대폭 축소시켜 국민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수준은 떨어뜨리는 한편, 언론을 기만하고 여론을 조작했다. 또한 이른바 '분란 조장 쟁점'으로 불리는 인종차별과 사형제 등 극히 민감한 사항들을 이슈화시켜 말 그대로 미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자신들의 추악한 실체로부터 국민들의 시선이 빗겨나게 했다. 특히 마약과의 전쟁은 결정적인 '분란 조장 쟁점'이자 국민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고 정부의 친기업 의제로부터 관심을 돌리는 완벽한 수단이었다.

  레이건과 그를 추종하는 자들은 민주주의나 미국 국민의 복지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이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기에 급급한 속물들이었다. 능력과 경험이 없는 자들이 레이건과 인연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중요한 공직을 독차지 했으며, 그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정부 예산 지원을 받았다. 그들은 그 탐욕을 채우기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철저히 정부를 이용했다. 탐욕에 사로잡힌 자들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레이건 시대 이전에는 워싱턴에서 추문이 터지면 죄인들은 추방자가 되어 다시는 공적인 위치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런데 레이건 일파는 달랐다. 퇴출당해야 마땅한 자들이 뻔뻔하게 사회 각계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했다. 레이건은 미국 사회의 전면에 바로 이처럼 천박하고 타락한 사람들을 내세웠다. 이들은 정치적 극단주의를 서슴없이 표출했고, 도덕적 자질도 모자랐다. 그 결과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 곳곳에 부패와 부정이 만연했다. 레이건이 두 차례의 임기를 끝낼 무렵에는, 행정부 구성원 중 138명이 범죄 행위로 유죄판결을 받거나 기소되거나 조사를 받았다. 미국 역사상 가장 부패한 행정부로 손꼽힐만한 기록이다.

  정부의 굴레를 벗어나야만 미국의 위대함을 회복할 수 있다는 레이건의 사고는 현대사를 장식한 전례 없는 거대한 철학적 재난을 촉발했다. 민주주의가 손상되고, 문화가 조잡해졌으며, 사회 진보를 향한 70년에 걸친 흐름이 역전되었다. 그리고 서브프라임 주택 담보 대출 파문, 붕괴 직전까지 간 금융 시스템의 위기, 복지예산 삭감, 소득 불평등의 확대, 감옥 사회 미국의 등장, 최고경영자 연봉의 추잡한 폭등, 지역 소유 언론의 종말, 시장의 붕괴, 대규모 정전 사태, 제약 회사 추문, 탐욕과 물질만능주의의 만연 등 레이건 시대가 남긴 쓰라린 유산은 여전히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 이에 견디다 못한 수많은 미국인들이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봉기하고 있다.

  레이건의 유산은 미국 내에서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전파됐으며, 대한민국의 MB정부가 가장 모범적으로 이를 따르고 있다. 부자와 대기업 일변도의 정책을 펼치고 도덕적 추문과 비윤리적 관행, 반민주적인 행태로 범벅된 레이건 정부는 MB 정부의 행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특히 레이건 정부의 최대 추문이라 할 수 있는 주택도시개발부 파문, 저축대부조합 사태 등은 MB 정부하의 4대강 개발, 저축은행 사태 등과 너무나 흡사하다. 민간인 사찰 등과 같은 반민주주의적 범죄행위와 각종 뇌물 사건 등 온갖 추잡한 비리에 연루되어 측근들이 연이어 감옥으로 향하는 꼴사나운 행태도 그대로 빼다 박았다. 레이건이 세계를 팔아버린 남자라면, MB는 대한민국을 팔아버린 남자쯤 되고도 남을 것이다.

  또 하나는 이 땅의 보수정당이라는 작자들은 미국 공화당이 행했던 각종 정책들을 그대로 대한민국에 이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마약과의 전쟁이다. 우리나라엔 범죄와의 전쟁이 있지 않은가. 범죄와의 전쟁은 대한민국 보수 정당의 단골 메뉴다. 그들은 자신의 흔들리는 정통성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 혹은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정말 범죄를 일망타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국민들을 현혹하기 위한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 민주화는 신자유주의 흐름을 저지하기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당위라고 생각한다. 레이건과 부자 부시 대통령 등 보수주의자들이 망쳐 놓은 미국과 점점 더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우리나라를 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p*****0 2012.10.08.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