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사람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아내에게: "이거... 설마... 빌린거지?"
-작가에게: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여러 리뷰를 읽고 망설이는 당신에게: (두손을 꼬옥 잡고 진지한 눈빛으로) "이게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책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안해봤어요?"
책을 덮고 제목 그대로라고 생각했다. 핀란드/ 디자인/ 산책/ 이라는 따로 국밥이다.
핀란드에 사는 사람이 산책길에 디자인을 훑어보는 게 전부이다. 사진 퀄리티도 조악하기 그지없고 내용도 정보삼을만 한 것이 전혀 없다. 편집부의 무성의, 출판사의 안이함에 화가 난다. 환경을 중요시하는 핀란드 디자인에 대한 간단 소개서정도로 생각하기엔 <낭비>라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
|
책장을 덮자마자, 아니 행간과 이미지들을 눈으로 확인해가며 간절하게 핀란드에 살고 싶어졌다. 오랫동안 핀란드와 한국의 디자인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큐레이터이자 아트디렉터인 안애경 작가와 함께 하는 '핀란드 디자인 산책'. 디자인(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남다른 관심은 지금의 나를 비주얼 에디터란 직함을 갖게 했다. 알렉세이 브로도비치에 경도되어 '하퍼스 바자'의 잡지 디자인을 흠모했고. 사토 가시와의 획기적인 디자인 접근법에 '유니클로'를 한참이나 애용했었다. 칸타이 킁의 캘리그라피에서 동양의 손글씨를 제대로 맛보았고, 북유럽 디자인(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은 내가 좋아하는 궁극의 디자인 형태와 조우하게 했다.
지금껏 안그라픽스에서 출간된 4권의 디자인 여행기를 접했고, 앞서가는 유럽의 여러 선진 국가들의 디자인을 두루 살펴보았다. 각기 다른 빛깔로 내게 다가왔고, 색다른 경험을 안겨줬다.
네덜란드 디자인 여행
예일대 출신의 부부 디자이너. '슬기와 민'의 네덜란드 디자인 여행. 공공 디자인 분야에서 압도적인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 툼바스튜디오의 나라 네덜란드와 만났었다. 얀반에이크에서 수학했던 당시의 아트스쿨에서의 경험들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흥미로운 책읽기였다.
스위스 디자인 여행 스위스 디자인의 특징은 헬베티카로 상징되는 타이포그라피다. 유학생들이 많이 찾는 유럽에서 가장 각광받는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설익은 디자인 스케치를 보는듯 해서 약간 실망을 했던 책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스위스 타이포그라피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독일 디자인 여행 맥주, 소세지, 쿠텐베르크의 나라, 독일 디자인 여행이다.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독어를 사용해야 하는 점때문에, 수준 높은 인쇄술과 타이포그라피, 바우하우스의 본령이면서도 유학생이 많지 않다. 이 책은 유학생 관점에서 독일 디자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아주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난다.
유럽 디자인 여행 뭐든 두루뭉술한 제목이면 내용이 빈약하기 마련이다. 유럽 디자인을 대표할 만한 국가별 박물관, 학교, 관광지 등을 알기 쉽게 정리해놓은 말그대로, 여행 정보책이다. 낯익은 이름과 학교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으나 깊이 있는 이야기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이번엔 핀란드다. 노키아의 나라. 북유럽의 부국. 그런 핀란드의 디자인 산책이란 제목이 눈길을 끈다. 이내 작가는 핀란드 특유의 자작나무 숲, 눈덮인 헬싱키의 거리, 헬싱키 시립극장의 빛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나 또한 핀란드, 특히 북유럽을 아우르는 북유럽 디자인에 완전히 혼을 뺏긴 뒤라, 이 책에 실려있는 모든 제품 디자인, 이미지 등에 압도되어 버렸다. 알바 알토의 '암체어'는 수 차례 나의 구입 목록 1호로 손꼽히고 있다.
핀란드의 디자인은 일상 자체다. 혹독한 겨울 날씨가 계속되면서 자연스레 실내 장식과 같은 의식주에 관계된 것들(가구, 그릇 등)에 대한 디자인이 발달했다. 핀란드의 디자인은 자연이 만든 것이리라. 울창한 침엽수림이 발달하면서 목재를 이용한 가구 디자인이 발달했다. 이 책에서는 3부로 핀란드 디자인을 산책하듯 보여주고 있다.
1. 핀란드는 일상이 디자인이다 2. 핀란드 공공디자인의 의미 3. 핀란드 사람, 그리고 디자인 철학
특히 주목했던 부분은 핀란드의 공공 디자인이다. 20세기 초부터 도시계획은 아주 점진적이고, 사람 중심의 사용자 배려로 진행되었다. 도시계획 또한 30여 년에 걸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추진한다. 거리의 돌멩이 하나를 옮기는 것도 규제 대상일 정도로 공공 디자인 분야 자체는 국민 모두를 위한 디자인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서울의 모습은 어떤가. 우린 대통령이나 서울시장의 임기에 따라 도시, 국가의 얼굴과 이미지가 바뀌어버린다. 2년도 안 걸려 청계천이 복원되고, 광화문에 물이 흘러넘치는 분수가 설치되었다. 특히 오세훈 시장의 세계 디자인 수도 정책은 이명박을 능가하는 전시 행정의 극치다. 공공 디자인은 말그대로 시민들을 배려한 공공의 디자인 정책이어야 한다. 서울 디자인 엑스포와 같은 생색내기용 행사, 여기저기 아무렇지도 않게 구조물을 세우며, 남산체, 서울체와 같은 전용서체를 개발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핀란드는 30년을 내다본다. 서울은 고작 4년을 기약한다. 이는 국민성의 차이에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핀란드 국민들의 자연을 대하는 태도. 모든 행동은 후세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대한 배려. 공공의 재산임을 알며 지켜나가는 공중도덕. 우리네의 빨리빨리와는 천양지차의 차이다. 물론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분명한 건 자연을 도외시한 인위적인 디자인, 사람을 배제한 관료주의적 사고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핀란드인들은 여름을 즐긴다. 기나긴 겨울을 견디고 한없이 거리로 나와 광합성을 즐긴다. 500만명의 인구에 200만개의 사우나 시설이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산타클로스의 전설이 숨어있고, 일상 속에 커피향이 가득한 나라(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내내 핀란드 헬싱키 시내 곳곳을 밝히는 빛의 향연 속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너무나 부러웠고, 서울의 현재 모습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작년 가을에 북유럽 디자인에 대한 원고를 잡지에 기고한 적이 있다. 당시 친환경 트렌드에 맞물려 각광받고 있는 북유럽 디자인의 심플함, 세련됨, 수퍼노멀한 멋을 중심으로 썼던 기억이 난다. 아래와 같다. 모 아웃도어 브랜드의 잡지에 실린 글이다. 한없이 부끄러운 글이다. 이 책을 통해 못다 경험한 북유럽, 핀란드 디자인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
|
|
런던에 대한 제 애정은 나름대로 각별합니다. 비록 런던의 '런'도 밟아보지 못했고 유럽의 '유'자도 알지 못하는 저입니다만 왠일인지 런던은 "must go" 플레이스로 제가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 중 하나로 선정되어 있답니다. 아주 가까운 지인들이 꽤 런던과 연을 잇고 있기 떄문이기도 하겠고 대학시절 읽었던 수많은 영국문학과 매력적인 영국영어를 구사하는 남자 주인공들이 나왔던 영화의 영향도 있겠지요. 그래서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는 순간부터 이 책에는 "must read" 레이블을 달았던 것 같습니다.
디자인 책 답게 책 표지는 검정색 바탕에 하얀 타이틀을 달고 있고, 가운데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아이템들이 그려진 우표들이 놓여져 있습니다. 책장을 열기 전에 손으로 스윽 한 번 표지를 닦아봅니다. 첫장을 펼치기 아까웠습니다.
[ 런던 디자인 산책 ] 이라는 한글 제목과 함께 A WALK through LONDON DESIGN 이라고 씌였습니다. 내심 저에게만큼은 "A WALK THROUGH LONDON" 이 되어주길 바라며 책을 펼쳤습니다. 알록달록 런던거리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보입니다. 훅 하고 날으는 새 책 냄새와 함께 가슴이 설레여 옵니다.
지은이 김지원은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인 연구소와 상품 개발 및 기획의 일에 몸 담았었다. 그녀는 디자인학 석사과정을 위해 런던에 머물던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폈다. 나무 수 출판사는 [핀란드 디자인 산책]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이후, 야심차게 [런던 디자인 산책]을 선보였고, 디자인에 무지한 나와 같은 독자들도 이 책에 주목한다. 지은이는 크게 세가지 주제어를 가지고 런던의 디자인을 독자에게 쉽게 설명해 준다. 첫번째는 오래된것의 가치(oldies but goodies), 그리고 인간과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 철학 (design philosophy in favour of the human environment), 마지막으로 잠들지 않는 디자인의 도시 (the sleepless city of design) 이다. 책을 읽기 전에, 혹시나 디자인 용어가 많아서 오히려 머리가 아프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했는데, 역시 기우였다. 이 책은 런던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편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집필되었다. 거기에 살짝 유명 디자이너의 이름, 기발한 발상으로 만들어진 베스트 셀러들, 런던 거리 곳곳에 숨은 디자인 명소들을 엿보게 해주어, 참으로 기특한 책이라 하겠다.
![]() 박물관이 많기로 유명한 런던에는 박물관 협회에서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박물관이 1천 8백여개라고 한다. 지은이 말마따나 박물관의 나라라고 불리울만 한데, 놀라운 것은 그 갯수나 규모보다는 관람객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박물관의 새로운 컨셉인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런던의 박물관이 디자인적으로 또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자세히 기술하고 있는데, 그 포인트를 잘 집어주는 사진이 바로 위에 보이는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인 것 같다. 이 박물관 바닥에 길게 깔린 텍스타일 필드는 사람들이 눕고 앉아 편안하게 그림을 접하게 하고 있는데, 이런 점은 박물관은 숭고하고 위엄을 지켜야 하는 곳이라는 편견을 깬 "새로운 디자인"이다. 아, 정말 저 박물관에 가서 누워 그림을 보며 쉬고 싶다!
![]()
루트마스터 버스를 타고 펭귄북스 문고판 오만과 편견을 읽으며 크랜베리와 라스베리가 섞인 건강음료 이노센트를 마시면 어떤 기분일까? ^^ 막 봄이 오려는 듯한 서울에 있는 나인데, 왠지 비오는 어느 날 영국 거리에 있는 느낌이 든다.
![]()
[런던 디자인 산책]에서 가장 유쾌했던 사진 중 하나는 바로 젖소 모양의 분리수거함이다.하하하하! 이런 익살스러움이 분명 영국의 키워드 중 하나 일 것이다. 왠지 이사진을 보는 순간 '러브액츄얼리'의 사고뭉치(?) 수상 역을 맡았던 휴 그랜트가 이마에 잔뜩 주름을 만들며 찡긋하는 그 표정이 생각났다. 아마도 나는 이 책을 읽고 있는 순간 영국 런던에 있다고 느꼈었는지 모른다.
혹자는 런던 특유의 매력이 이 책의 매력의 거의 전부를 차지할 거라고 이야기 할런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만큼 런던이라는 '컨텐츠'는 충분히 훌륭하고 한 권의 책을 내기에 풍부한 소재일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직접 경험한 런던과 런던의 디자인을 '주관적'으로 또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정리해 나간 점이라고 생각한다. 영국 곳곳을 섬세하게 또 사랑스러운 눈으로 관찰했던 하루하루가 쌓여 책 한권에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그 소중한 경험을 독자에게 기꺼이 나누며 그 다양하고 익살스러운 런던의 디자인 속으로 함께 산책을 나갈 것을 권하고 있다.
아주 가까운 지인 중 한명이 5년 계획으로 런던에 거주하게 되었다. 그에게 어떤선물을 주어야 할까 , 떠오르는 것은 우산 뿐이었는데.. 아마도 나는 이 책을 고르게 되지 않을까 한다.
|
|
나는 디자인에 대해선 잼병이다. 어릴 때에 미술학원에서 잠깐 끄적대던 것 말고는, 관심도 없고 물론, 잘하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은 있지만, 재능이 없음에는 분명하다. 현재의 IT의 영역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완전히 감각이 제로인 경우도 곤란한데, 그 정도는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느낄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관련된 책을 선택하고 보길 원했던 이유는, 장소에 있다. 내가 갔던 여행지 중에서, 가장 편안하게 시간에 쫓기지 않고, 관광 명소 위주가 아닌 그들의 문화를 느껴본 도시가 바로 런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뒤 표지에도 있지만, '런던이 지루하면 삶이 지루한 것이다'라고 표현될 정도로, 액티브 하고 즐거움이 가득 찬 도시이며, 런던을 느껴 본 사람들은 십중팔구 그 곳을 그리워 하더라. 잠깐 있었던 나도 이리 그리울 정도니.... 어느 정도인지 느낌이 전달되려나... 이 책은 디자인 관련된 내용의 책이고, 도시의 모습부터 시작하여, 운송수단, 찻잔, 건물, 거리의 벽, 우체통, 우표, 의자 등에 이르기까지, 런던 시내 곳곳에 펼쳐져 있는 모든 시야들에 대해, 디자인 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책이다. 예상했던 것처럼, 디자인을 설명하려면 칼라풀한 사진이 필수 요건이므로 책 내에 굉장히 많이 들어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보고 듣고 느꼈던 것 이외에는 내 짧은 디자인 지식과 감각으로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무심히 넘어갈 수 밖에 없는 내용들도 많았음을 고백한다. 어줍잖은 지식으로 디자인에 대한 서적에 대해 논하는 것 보다는, 관련 되어 내가 보았던 사진을 올려볼까 싶다. ![]() 곳곳에서 이런 길거리 행진, 공연 등이 열린다. 시각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행사들이다. ![]()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촬영했다던 공원, 바퀴 달린 것들은 금지라는 팻말이 붙어있더라..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려는 이 나라 사람들의 성향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리젠트 파크 같은 곳에서는 팰리컨과 같은 동물들을 1미터 앞에서 볼 수 있고, 새 모이를 들고 있으면 새들이 날아와서 덮칠 정도이다. ![]() 저녁에 보이는 런던아이, 디자인에 잼병인 내가 봐도 환상적이다. 가보면 전부 관광객들 뿐... ![]() 그 유명한 타워브릿지이다. 이 책에도 나와 있지만, 다리들 역시도 훅 가는 디자인을 하고 있다. ![]() 그 유명한 빅밴.. 세계 표준시이다.
런던 아이 위에서 내려다 본, 템즈 강의 전경이다. 잼병인 내가 봐도 멋지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도처에 너무 많은 도시.. 책에 있는 내용을 보면, 런던에 살던 사람은 추억을 불러 일으킬 것이고, 가보지 못한 사람들은 가보고 싶어지리라 생각이 된다. 이런 책을 미리 읽을 수 있었더라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왔을터인데, 아쉬울 따름이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유럽 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특히 런던을 들리실 예정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보시길.. 그들의 문화를 느껴 보시길... |
|
![]()
“그녀와 단 둘이 세상 가장 밝은 낙원으로 가는 아침, 산책길 이게 만약 꿈이라도 괜찮아. 오늘도 난 뒤를 따라 걷는다. 몇 걸음 뒤에서 조금이라도 급하게 서두르면 안돼. 새하얀 어깨위로 내려앉은 햇살이 뒤를 돌아보며 웃을 때까지 아침이 정말 좋아 그댈 볼 수 있어 좋아. 누가 뭐라 해도 난 뒤따라 걸어간다.... 가로수 풀밭 좁은 길을 돌아 멈춰 다시 물 한 모금 줍게 눈인사라도 할 수만 있다면 마냥 좋아서 노랠 부를 거야.....” - 이지형 Music "산책”
왠지 이 노래가 떠올랐다. <런던 디자인 산책> 제목에 너무 부합되는, 직설적인 모드인가? 직설적이면 어떠하랴... 이지형의 발랄한 음색과 나의 마음을 이렇게 붕 달뜨게 만드는 노래와 딱 어울리는 책을 만났는데 말이다.
영국하면 패션이나 디자인 적인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임과 동시에 유구한 전통 왕실을 유지하는 나라답게 빈티지에 대한 애정 또한 각별한 나라일 것이다. 옛 것과 새 것의 공존, 전통과 아방가르드의 조화,, 하지만 현대적인 감각을 유지하면서 전통을 지켜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도시 런던은 그런 의미에서 역동적이고 생기 넘침과 동시에 우아한 고전의 틀을 잃지 않는 매력적인 도시임에 분명하다!!! 라고,, 이 책을 읽고 나면 단정 지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것의 가치(Oldies But Goodies)와 아주 오랜 친구(Durable Friendship)의 중요함을 잊지 않고, 단순히 쓰고 버리는 것 이상의 가치를 덧입혀가며 마법과도 같은 추억을 잃지 않고 있단 사실이 얼마나 부럽던지, 그것은 바로 최첨단 도시에 살면서도 오래된 것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런더너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150년 동안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우산 브랜드 스미스 앤 선즈, 스코틀랜드 공장에서 수공예로 제품을 생산해 오고 있는 도나 윌슨의 뜨게 인형, 에드워드 7세 때부터 꼬박 100년을 한결같은 곳에 서 있는 빨간 우체통, 유럽에서도 가장 큰 장난감 가게 햄리스 최신형 게임기나 플라스틱 인형에 자리를 뺏길 법도 하건만 변함없이 1층을 지키고 있는 폭신폭신한 봉제 곰인형,,, 삶을 위한 여분의 공간인 영국의 정원, 시름을 잊을 수 있는 작은 사치 티타임의 상쾌한 울림, 재창조된 낡은 공간 테이트 모던 등 전통 속에서 혁신을 꿈꾸고 혁신 속에서 전통을 보는 박물관들, 아직도 갱지에 인쇄 출판하는 펭귄 북스, 사람과 공간을 잇는 런던의 교통,,,, 세월이 지나도 사랑 받는 감성이 우리에겐 여전히 존재함을 입증해 주고 있는 것 같아,,, 왜 그리 고맙던지. 새로운 것이 나오면 내가 쓰던 것에 대한 소중함보다는 좀 더 트랜드 해지기 위해 별다른 고민 없이 바꿔버리는 우리네 소비 풍조를 생각하며 저절로 새 나오는 한숨은 어이 할 수 없었다.
<런던 디자인 산책>은 런던의 디자인 문화를 소개하며 디자이너들에게 살아있는 자극을 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잿빛 도시의 일상을 컬러풀하게 만드는 런던 디자인을 산책하듯 살펴보고 있노라면, 고전과 현대적 감각의 조화, 인간과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 철학, 그 속에 숨 쉴 구멍을 통해, 삶이 고단한 우리가 절실히 위로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
|
핀란드 디자인에 대한 기대를 잔뜩 하고 책을 펼쳤으나,,,, 개인 감성 이상의 어떤 메시지나 정보는 다소 부족해서 많이 아쉬웠다.
좀 더 핀란드 디자인의 맥락이랄까, 전체적인 조망을 갖게 하는 큰 기둥이 없어 파편적으로 글이 나열되어서, 지은이의 감성을 따라가기엔 동기부여가 약했다고나 할까..
책 자체가 개인의 경험에 치우치는 것이 컨셉이었다면, 할 말이 없지만 말이다.
|
|
책을 펼쳐들면 마주하는 푸른 어둠이 내린 헬싱키의 겨울 산책길이 몽환적 매력으로 다가온다. 검은 어둠을 비추는 헬싱키시립극장, 핀란디아 홀의 푸르고 차가운 빛이 절제된 아름다움, 세상과 그대로 어우러져 두드러지지 않은 조화를 이루어내는 것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얼음의 투명함이 발하는 시린 푸른빛에서 자연에 대한 핀란드 사람들의 경외와 겸허함을 읽는다면, 그리고 자연과 닮은, 아니 자연과의 일체화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가진 그네들을 발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일 정도이다. 핀란드의 디자인은 이처럼 자연의 모습이고, 자연을 소재로 하며,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겸손함을 담고 있다. 책을 장식하고 있는 단순함과 투명함 속에 그 절제된 미를 드러내는 사진들이 고독안에서 자신의 열정을 이끄는 저자의 디자인 산책길과 함께 무언의 하모니를 이루어 낸다. 공공건축물, 도시계획, 작은 찻잔, 스탠드를 비롯한 소품에서 패션의류, 그리고 농기구 등 일상의 재료들에 이르기까지 물질의 낭비, 자연의 남용, 과장된 현란함과 허영이 배제된 자연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교감, 진중함을 품고 있는 핀란드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절제된 침묵’속에 담긴 그 우아한 아름다움이 결코 화려하지 않음에도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자연의 얼굴, 바로 인간 본연의 삶이 스며있기 때문일까? 고목(枯木)을 활용한 조각, 버려진 의류를 활용하여 멋진 빈티지 의류로 재탄생시키고, 옛 건물, 작은 설치물 하나에도 인간과 자연의 조화, 문화와 철학을 담아내는 그들의 정신에서 그 어느 곳보다 세련된 미(美)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우리네들이 쏟아내는 과잉의 물질과 욕망, 무분별이란 천박함과 대조되어 더욱 절실한 공감이 된다. 자연을 넘지 않는 핀란드인이 만들어내는 세상에서 저자는 인간 삶의 ‘그러해야 함’의 방편을 찾아낸 것 같다. “물질보다는 정신과 마음을 우선으로 하는 풍토를 가진 문화”그래서 그네들이 표현하는 디자인의 내면에 더더욱 마음이 끌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도시 마스터플랜을 재정비하는 데만 30년”, 도시의 변화는 다음 세대를 위한 변화라는 그들의 신중함과, 무엇이든 시작하기 전에 배경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그 이유가 타당하고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서야 비로소 다음단계로 이행한다는 저자의 설명에서, 그들은 “도시계획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풍부한 문화와 철학을 담아내고”있음을 본다. “인간적인 도시의 모습, 인간의 삶이 담긴 도시, 도시계획이란 무언가를 채워놓은 것이 아니라 시민을 위해서 어딘가를 어떻게 비워 두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판단하는 일”이라는 그들의 생각이 우리네의 경제적 효용 우선이라는 탐욕의 기승과 비교되어 더더욱 부끄럽고 민망함이 밀려들게 한다. 또한 자연과 벗하며 노동의 대가를 스스로 확인하며 살아가는 그네들의 안목과, 비움의 시간으로서 손작업과 노동의 시간을 즐기는 등불하나 없는 원시의 여름휴가 생활이 마냥 부러워진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만이 흐르고, 겉모습으로 평가하지 않는 사람들, 그래서 모두 평등하고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내는 그들의 숭고한 정신이 책을 수놓는다. 광화문 도로 한복판에 나무와 녹지를 몰아내고 어색한 사적 놀이터를 만드는 한국인의 경솔함과 천박함이 더더욱 “도시의 혼돈과 혼돈의 질서”를 부추긴다. 결코 겸손과 거리가 먼 이 도시 디자인과 도로 한복판으로 넘쳐흐르는 물과 그곳에서 사적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체 무엇일까? 하는 저자의 당혹감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핀란드의 디자인이 내면화하고 있는 자연환경에서 가능한 생각과 실천의 내용을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담아내고 있다. 오래된 것을 새것으로 바꾸기 보다는 그 기본의 유지에 더 고민하고, 격리와 어울림의 자연스런 조화를 만들어내는, 그리고 작은 빛으로도 빛나는 어둠의 존재, 자연의 존재, 곧 절제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생각게 하는 지혜로운 성찰과 사색의 에세이다. |
|
책 제목이 「런던 디자인 산책」이라 디자인 쪽 전문용어가 많이 나올까봐 걱정을 했지만 전혀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책을 읽었다. 저자가 런던에 체류하던 때 찍었던 사진과 경험했던 일들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런던과 디자인쪽 보다 산책 쪽에 더 무게가 실린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산책하듯이 읽기에 참 좋은 책이다.
물론, 나를 비롯한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유럽’은 동경의 대상이고 그 중에서도 런던은 많은 이들이 꼭 가고 싶어 하는 곳 중 하나이다.
평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경기를 애청하는 나로서는 정말 멋있고 간지나는 프리미어리그의 축구 경기장을 꼭 가보고 싶다.
![]()
아내는 셜록 홈즈의 광팬이라 런던의 베이커가에 위치한 셜록홈즈 박물관을 꼭 가보고 싶어 한다. 재작년 여행 시에는 체코와 독일의 일부 도시만 다녀왔던 터라 더욱 영국과 런던에 대한 갈증이 크다. 이 책은 우리 부부의 그러한 갈증을 다소나마 해소해주기에 충분했다. “기계 문명으로 흉내 낼 수 없는, 오랫동안 축적된 시간의 흔적이다.” (p.67) “눈만 뜨면 새로운 것이 등장하고 옛것은 한순간에 소멸되는 우리 사회와 달리 런던은 오래된 사물과 옛 사람들의 철학에 대한 경의를 표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실험에도 열려 있다.” (p.342)
산업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한 영국의 런던이지만 여전히 옛 것에 대한 경의를 잃지 않고 그것을 온전히 보존하고 발전시켜 문화의 역량을 키워낸 그들의 노력을 책의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 또한 산업화의 격랑을 겪었다. 하지만 런던처럼 옛 것에 대한 경의를 표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허물고 부숴 신작로를 닦고 보기 흉한 초가집과 기와집을 헐어 반듯한 양옥집을 바둑판처럼 만들었다.
수많은 외침을 겪으며 문화재에 대한 파괴가 심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후 그것을 조금이라도 더 잘 보존하고 살려내기 위한 노력은 미미했다.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잘 살아 보세~’라는 노래를 부르며 몸통만 키울 뿐이었다. 뒤늦게 옛 것에 대한 가치와 소중함을 되찾으려 노력한들 이미 놓쳐버린 시간과 기회는 되돌릴 수 없다.
지난 주 몽골의 지인들과 함께 경주 여행을 다녀왔다. 어릴 때 갔던 불국사를 정말 오랜만에 갔는데 다보탑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여러 번 보수를 거친 탓인지 자연미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최근에 있었던 보수가 도대체 어땠기에 저 정도인지 깜짝 놀랐다.
![]()
“박물관은 간다고? 그냥 길거리로 내보내. 그 자체가 런던의 디자인 역사야. 봐, 지금 밟고 서 있는 이 건물! 건립시기가 언제인지 아니? 런던이 한 해에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보존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예산을 쓰고 있는지 아냐고. 거리만 걸으면 몇 백 년 된 집들과 건축물들은 흔히 볼 수 있어. 런던의 디자인을 이러쿵저러쿵 설명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이야?” (p.129)
그에 비해 런던은 길거리에 나뒹구는 것들이 모두 문화유산이라 큰소리치는 런던시민이 있을 정도다. 용도 폐기된 화력발전소를 박물관으로 꾸미고 수백 년 된 우체통을 소중히 유지하며 특정집단만이 향유하는 사치스런 디자인이 아닌 대중이 공감하고 공유하는 효용성의 측면에 집중한 여러 시설물과 디자이너들의 제품과 상품들이 즐비하다. 참 부러웠다. 한국에서도 사용 중인 지하철 노선도의 도식의 최초가 런던이라는 사실 또한 새롭게 알게 되었다.
![]()
“세세한 거리나 지형을 표현한 기존의 지도가 지하철이라는 공간에 적합하지 않다고 느낀 해리 벡은 직선과 사선의 기하학적인 형태로 단순하게 표현한 노선도를 만들었다.” (p.155) 100년이나 지난 런던지하철 표준체계가 전 세계의 표준이 되었고 지금도 여행자들은 낯선 외국의 도시를 방문하여 이 체계의 지하철 노선도를 보며 자신들의 여행지를 쉽고 편리하게 찾아다닐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 (p.43) “자본주의 경제 원리에 따른 과잉생산과 디자인의 지나친 물질화로 제품 수명이 단축되는 현상은 장난감 산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p.49) 지속 가능한 디자인, 자본주의 경제에서도 영속할 수 있는 대중적인 디자인에 대한 고민이 런던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직도 수많은 곳의 산과 들이 파헤쳐져 도로가 만들어지고 멀쩡한 강에 보를 만들어 생태계를 파괴하는 한국의 현실이 답답하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대중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대중과 밀착한 현실의 효용을 중시하는 런던의 디자이너들처럼 한국에도 그런 추세가 도입되었으면 좋겠다. ‘와~’하며 책의 사진들을 보고 나면 배가 아팠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현실의 내용들이 즐비하기 때문이었다. 책을 쓴 김지원씨의 필력이 런던의 디자인을 더욱 도드라지게 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을 전공하신 분이지만 인문학적인 소양도 굉장한 수준으로 가지고 계신 듯하다. 쉬운 단어와 문장이지만 생각을 요했다. 세대를 아우르기에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김지원씨의 다른 책도 궁금하다.
|
|
런던에서 어느 디자이너가 보고 듣고 느낀 여러가지 것들, 그중에서도 주로 디자인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진 이 책은 읽는 이의 관점에 따라 여행서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교양서가, 또는 에세이가 될 수도 있겠다. 그만큼 이 책의 매력은 매우 다양하다. 개인적으로는 런던과 디자인 모두 매우 관심이 많은 키워드라서 읽는 재미가 두 배였던 책이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각의 주제에 충실한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있고 무엇보다 좋은 건 사진이 많다는 점이다. 런던 각지의 랜드마크나 여러 디자이너의 작품, 또는 일상에서 디자인과 관련된 여러 장면들이 곳곳에 펼쳐지면서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또 사진과 내용이 서로 매치가 되게끔 구성한 레이아웃도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맥락이 끊어지는 경우가 없다. 즉 한 주제에 관한 내용이 다음 페이지를 넘어가지 않게 되어서 페이지를 넘기며 다음에는 어떤 얘기가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의도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편집의 묘미가 느껴진 부분이었다. 생각보다 런던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곳이었고, 그런 다양성과 복잡성을 오히려 승화시켜서 런던 특유의 이미지를 만들어놓은 것 같아서 부러웠고, 역시 런던은 꼭 한번 가보아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또한 앞으로 디자인이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는 것도. 가보고 싶다 런던- |
|
몇 년전에 <핀란드 디자인 산책/ 안애경, 나무수 ㅣ 2009>을 읽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핀란드는 자작나무 숲을 연상하게 된다. 하얀 눈 길도 생각나고... 그런 핀란드의 디자인은 인간과 자연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최대한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한도내에서 디자인이 이루어졌다. 오래된 고목이 있으면 그것을 비켜가는 그런 디자인도 있었다. 감동~~ 한 마디로 핀란드의 디자인은 자연을 닮은, 자연을 사랑하는, 자연을 생각하는 디자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런던 디자인 산책>을 읽기로 했다.
![]()
핀란드는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런던은 한 번 가본 곳이기에 책을 읽기 전에 그 느낌이 조금은 전달되는 것같기도 했다. 런던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유럽의 도시들이 그렇듯이 오래된 건축물들과 새로운 건축물들이 공존한다는 것이었다. 유서깊은 웨스트민스터 성당 근처에서 빨간 2층 버스를 볼 수도 있고, 거리마다 빨간 우체통과 공중전화부스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런던 하면 빨간색이 떠오르기도 한다.
![]() 런던은 이처럼 개발과 보존이 공존하는 곳이며 이질적인 것들 위에 다양성과 다문화가 스며들어 있는 곳이기도 한 것이다. 핀란드의 디자인이 자연을 생각한다면, 런던의 디자인은? 이 책의 저자는 런던의 디자인을 런더너들의 일상 속에서 찾기 위해서 돌아다닌다. 그들의 삶 속에 녹아있는 디자인을 찾기 위해서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속에서 런던의 디자인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글 반, 사진 반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사진들이 담겨 있어서 읽으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해준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일반인들이 쉽게 디자인이란 분야를 접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겨울이 유난히 추운곳, 언제 비가 내릴 지 모르는 곳, 런던. 이곳 사람들은 비에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단다. 그러나, 런던에서 150년의 전통을 가진 수공예품으로 우산을 만드는 곳이 있기도 하다. 그곳에서 만든 우산의 손잡이 모양, 그것이 바로 런던의 디자인 중에서 가장 먼저 독자들에게 소개되는 디자인이다.
런던 거리의 빨간 우체통에도 그것이 세워진 연대가 씌여있느니, 어느 왕 시대였는가를. 그러니, 런던의 빨간 우체통이 다 똑같은 세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흘러 내려오기도 했음을 알게 된다. 희한한 조형물 중에 웨인 치스널의 '자석'이라는 작품은
" 자석에 붙은 플라스틱 장난감은 물질 문명의 가속화로 인해 정작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에 대한 자각없이 탐욕에 빠져 또다른 빠져 또 다른 탐욕을 부르는 현대인의 물질 만능을 비판하다. " (p. 48) 영국에서 정원은 귀족만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그것이 일반인들에게 여가문화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 오래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정원은 모두의 삶을 위한 공간이다. 그래서 하얀 컵 속의 작은 호수는 이런 런던 디자인을 엿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한다.
![]()
또한 영국하면 홍차가 떠오르듯, 그들에게는 빅토리안 시대 상류층이 즐겼던 격식 있는 차 문화가 있으니, 찻잔 속에서도 삶 속을 위한 디자인의 아이디어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과거 화력발전소를 현대 미술관의 전시 공간으로 변신시켰다는 것을 잘 알려진 사실인데, 그 이외에도 수력 발전소가 지금은 전시관과 공연장으로 활용되는 레스토랑이 되었고, 기능이 폐쇄된 운하인 포토 벨로 독은 디자이너의 쇼룸과 레스토랑으로 디자이너들의 참여 공간의 역할을 한다.
![]() 우리나라의 시골 폐교들이 예술인들에 의해서 거듭나기는 하지만, 우리도 이런 점들은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영국에서 문고판 하면 펭귄 출판사인데, 오래된 중고판 서적에서부터 클래식한 문학도서에서 북 디자인을 살펴본다. 클래식 문학도서는 책표지가 인테리어 개념을 도입하여 디자인된다.
유명 디자이너인 재스퍼 모리슨의 디자인은 평범하고 단순함이니, 그것은 특별함을 초월한 평범함이다. 몇 작품 감상해 보면.
런던의 거리는 스케치북이라고 표현하듯이, 거리의 그래피티는 누가 그렸는지, 무엇을 그렸는지, 왜 그렸는지 그저 보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느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래피티가 일상의 다양한 소재들을 폭넓게 표현하면서 사회전반에 넓게 펴져나가는 것이니까. " 그림인지 글씨인지 마음의 울림을 자신만의 언어로 그린 수많은 낙서들이 독특한 리듬을 만들고, 그 리듬들이 켜켜이 쌓여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출한다. 낙서화는 여러 가지 소리가 나는 그림이다. " (p. 256) 꿈보다 해몽이라고 했던가? 저자의 그래피티에 대한 해석이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불완전한 한 조각이 모여 개성있는 하나를 이룬다는 패치워크 조각들.
![]() ![]()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기는 했지만, 절약을 몸소 실천하는 디자인이라는 생각, 그리고 조각과 조각이 모여 하나를 이루는 디자인에서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몇 곳의 박물관도 소개를 해주지만, 그보다는 공원, 정원, 찻잔 속, 거리의 풍경, 장난감 가게 등에서 런던의 디자인을 찾고 그것을 해석해 준다. 런던이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듯이 디자인도 그런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것들을 보존하고, 오래된 것들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 이것이 바로 런던의 디자인인 것이다. 디자인은 디자이너들만이 공감하고 공유하는 것이 아니며, 일상생활 그 자체에서 디자인을 찾을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