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8)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25%
  • 리뷰 총점8 75%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7.0
  • 50대 8.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종이책
마당 깊은 집
"마당 깊은 집" 내용보기
실감이 나질 않았다.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모든 게 꿈이나 연극처럼 느껴졌다. 남자는 그 시간에 집에 없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혼자 살아남아 가족들이 살해된 현장을 맨 처음 목격해야 했다. 유난히 귀가가 늦은 날이라 어머니가 깰까봐 초인종을 누르지도 않고 대문을 열쇠로 따고 집 안으로 들어가던 밤이었다. 어머니는 잠을 잘 때도 집 안의 불을 다 끄는 법이 없었다.
"마당 깊은 집" 내용보기

실감이 나질 않았다.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모든 게 꿈이나 연극처럼 느껴졌다. 남자는 그 시간에 집에 없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혼자 살아남아 가족들이 살해된 현장을 맨 처음 목격해야 했다. 유난히 귀가가 늦은 날이라 어머니가 깰까봐 초인종을 누르지도 않고 대문을 열쇠로 따고 집 안으로 들어가던 밤이었다. 어머니는 잠을 잘 때도 집 안의 불을 다 끄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그날 집 안의 불이 다 꺼져 있어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다. … 남자가 그 집에서 벌어진 상황을 인지하는 데는 시간이 한참 걸렸다. 어머니는 주방에, 형은 계단에 쓰러져 있었다. 집 안이 온통 핏물이 흥건히 고여 있거나 핏자국이 말라붙어 있었다. 안방에서 칼로 난도질되어 있는 할머니까지 보게 되었을 때 남자는 자신의 영혼이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pp.134-135)

이 소설집에 실린 「어두워진 후에」의 일부이다. 이 남자, 제 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 「어두워진 후에」는 자신을 제외한 온 가족이 무참히 살해당한 현장을 목도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남자는 그 일 이후 어떤 생각도 삼 분 이상 지속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실어증 상태로 돌입하거나 사소한 일로 말도 안 되게 화를 내는 상태가 되곤 했다. 살인자는 남자네 집이 있던 동네 이름을 정확히 대며 그 집의 두 늙은이와 남자 한 사람을 죽인 이가 자신이라고 고백했다. 대체 왜? 그 집 앞에 교회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집이 정원이 딸린 집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을에 교회 앞에 정원이 딸린 부잣집이 있었는데 그는 그 집을 증오하며 자랐다고 했다. 그것이 인생의 마지막 시절에 그토록 원하던 집을 지었던 어머니와 자폐인 형과 온몸이 쭈글쭈글한 주름으로 이루어진 할머니를 살해한 이유였다. 남자는 자신의 가족이 살해당한 이유를 들었을 때 자신에게서 빠져나간 영혼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어두워진 후에」, pp.139-140)

신경숙은 항상 이런 식이다. 불편하고 힘들어서, 감당할 수 없어 피하고 싶은 이야기, 사람들, 사건들을 피하지 않는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감당할 수 없는, 신이 있다면 왜 인간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까, 의문할 수밖에 없는 그런 곳에 오히려 찾아간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이 년이나 병원신세를 지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는가 하면, 작별인사를 할 틈도 없이 가족과 헤어지는 사람들도 있고, 뱃속에 삼 개월된 아이를 가지고 있는 상태로 갑자기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어야 하는 사람도 있고…… 그럴 때 보면 마치 이 세상은 예기치 못한 불의의 사고로 가득 차 있는 듯해요. (「모르는 여인들」, p. 248)

사람들이 외면하려는 건 어찌 보면 그 불행이, 그 예기치 못한 불의의 사고가, 언제든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 아닐까? 그걸 애써 부정하기 위해, 세상은 원래 안정적이고 그런 예기치 못한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고 싶은 심리. 그러나 신경숙은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타인의 불행의 곁에 가서 그것을 직시한다. 오래오래 그것을 들여다본다. 어수선을 떨지도 않고 크게 비명을 지르거나 발악을 하거나 격앙되어 감정을 폭발하거나 분노하는 게 아니라 묵묵히 바라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그 공간과 시간을 피하지 않고 함께 있어준다는 것, 그것은 신경숙만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이 낯선남자에게 먹을 것과 잘 곳을 주고 심지어 (집으로) 돌아갈 차비가 없다는 남자에게 자기가 가진 돈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이 만원을 지갑에서 꺼내주는 그여자처럼 말이다. 그 여자가 있기에 그 남자는 모든 가족이 살해된 집으로 돌아갈 결심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년간의 방황 끝에,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피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여자가 가지무침과 백김치와 미역찬국과 애호박새우젓나물과 밭에서 좀 전에 똑똑 따온 것 같은 상추와 깻잎 쑥갓과 곰취 그리고 찐 호박잎이 담긴 바구니를 차례로 내려놓는 걸 바는 바라만 보고 있었다. 쌈 야채가 담긴 바구니 옆에 강된장을 놓고 현미와 차조와 강낭콩이 섞인 밥이 소복하게 담긴 밥그릇 옆에 국그릇을 내려놓으며 여자가 오이무름이에요, 말했다. (p.67)

「화분이 있는 마당」의 일부인데, 이 부분을 한참을 들여다본 것 같다. 단어들이 생명력을 가지고 그대로 밥상으로 차려진 듯하다. 엄마가 차려주던 밥상이 생각나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주말에 오랜만에 한국 마트에 갔는데 호박잎을 팔길래 사와서 쪄봤다. 강된장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그것까지는 역량이 안 돼 그냥 쌈장에 싸먹었다. 남편은 찐 호박잎을 처음 먹어본다는데 맛있다며 입이 짧은 사람이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

신경숙의 작품은 엄마가 해준 밥 같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딱히 눈에 띄는 반찬도 없지만 먹으면 건힘이 난다. 폐인처럼 피폐해졌던 삶이 순간 흑백에서 컬러로 변한다. 눈이 번쩍 떠지는 것 같다. 다 먹고 나면 배부름이 주는 느긋한 포만감과 함께 한뼘쯤 착해지고 여유가 생긴다.

집필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조금씩은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닮은 7편의 이야기를 묶었다. (「숨어 있는 눈」과 「모르는 여인들」이 가장 그렇다.)

신경숙의 작품을 읽으면 작가의 문장을 쓴 속도에 맞춰 글을 읽게 된다. 세상과는 동떨어진 듯한, 한적한 서울 변두리 내지는 지방의 산이 내다 보이고 마당이 깊은 집에 와 있는 듯하다.

그녀의 작품속에 자주 묘사되는 그런…… 꽃들이 피어 있는, 내 심장 소리마저 들릴 것 같은 조용한, 산사 같은 그런 집 말이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만 할 것 같은, 경건하게까지 느껴지는 마알간. 웅숭 깊은 그늘이 드리워진. 세상의 때가 묻은 속세의 사람들이 고통과 슬픔을 벗고 정결해지는.

그리고 S, 부탁이 있는데 너 사는 곳 근처에 값싼 집이 있으면 연락해주겠니? 방은 하나만 있어도 되는데…… 방이 하나 있는 집은 없을까? 방은 하나여도 괜찮은데 마당이 좀 있었으면 좋겠구나. 여력이 생기면 너 있는 근처에 집을 사놓고 싶어. 이제는 그쪽에 아무 삶이 없다고 해도 돌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이렇게 다른 삶이 생겼네. 인생이 그래서 만만한 게 아닌 거겠지. (「성문 앞 보리수」, p.186) 

절에서 만난 여자가 해진 신발을 신고 떠도는 남자에게 베푼 환대는, 죽은 여자가 잘 먹지도 못하고 말도 더듬는 그녀에게 베푼 환대는, 친구 경의 말 못하는 사연을 듣기 위해 십 년을 바친 S의 기다림은, 그것들은 또한 사랑이었을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랑을 통해서 먹기와 말하기를 회복하고 그렇게 해서 관계맺기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는 것까지도 함께 말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르는 여인들』이 함축하는 것은 우리의 삶이 극단적인 고립 속에서 경화(硬化)되는 것을 막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의 그물로 짜여지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인간적 조건들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사랑이며 또한 인생이다. (「해설: 사랑이며 또한 인생인」, p. 280)

불완전 연소된 것은 인체에 해로운 가스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인간을 죽음에까지 몰고 간다. 신경숙의 표현을 빌리자면이 불완전한 세계가 발화시키는 슬픔과 분노가 아마 그런 것일 것이다. 슬픔과 분노도 때로는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기는 하지만, 사회의 변동을 이끄는 동력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슬픔과 분노만으로는 살 수 없다. 이 불완전 연소가 어디서 기인하는지 누구로부터 기인하는지 원인을 찾고 거기에 걸맞은 응분의 처분을 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병행해서 일단은 그로 인해 죽어가는, 이미 위독한 사람들을 위한 응급조치도 필요하다. 그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신경숙은 그 중 하나의 방식을 제시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스스로를 혹은 타인을 죽음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방법, 말이다.

[덧붙임] 1. 이 작품을 읽은 생각인 독자라면, 이 책 다음 혹은 전에 윤영수 작가의 『귀가도』를 읽어보길 권한다.

2. 「그가 지금 풀숲에서」 같은 경우는 기존의 신경숙과 많이 다른 작품이다. 나는 작품을 읽는 내내 마루야마 겐지가 떠올랐는데, 신경숙의 지문이 묻어 있지 않지만 오히려 신경숙의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작품 자체로도 이 소설집에 실린 7편 중 가장 마음에 든다.

 

c*****g 2012.04.12. 신고 공감 4 댓글 12
리뷰 총점 종이책
인간이 저지르는 오류와 뜻밖의 강인함과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향한 말 걸기
"인간이 저지르는 오류와 뜻밖의 강인함과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향한 말 걸기" 내용보기
신경숙 신작 소설집 『모르는 여인들』. 8년 만에 출간하는 7편의 마스터피스를 만날 수 있다. 세속적 일상 속에서 신화적인 체험을 길어올리는 미학적 시선이 담겨 있다. 외롭고 소외된 존재들에게 들려주는 신경숙 문학의 나직한 속삭임을 전한다.   이번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도 다양한 반전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반전과 충격이 오히려 위로가 된다 더 내려갈 수 없는 차가운
"인간이 저지르는 오류와 뜻밖의 강인함과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향한 말 걸기" 내용보기

신경숙 신작 소설집 『모르는 여인들』. 8년 만에 출간하는 7편의 마스터피스를 만날 수 있다. 세속적 일상 속에서 신화적인 체험을 길어올리는 미학적 시선이 담겨 있다. 외롭고 소외된 존재들에게 들려주는 신경숙 문학의 나직한 속삭임을 전한다.

 

이번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도 다양한 반전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반전과 충격이 오히려 위로가 된다

더 내려갈 수 없는 차가운 우물의 끝바닥을 손으로 짚고 다시 물 위로 올라가려는 순간 작품들은 끝을 맺는다 차가운 우물 바닥으로 내려가면 그 순간 그저 죽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서 밑바닥을 짚고 다시 올라간다 물 위로 헤엄을 치며... 그렇게 하여 결국 우물 밖으로 다시 나갈 수도 있고 겨우 물 위에 떠 올라 누군가의 도움을 막연하게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은 삶에 충실한 것이므로 아름답고 귀하게 여겨진다

 

누군가는 병에 걸리고, 누군가는 친구를 잃고 누군가는 가족을 잃고, 그렇게 슬픔의 끝에 서 있는 작품 속 인물들은 결국 우리 삶의 모든 기쁨과 좌절을 담아내고 있다

눈물도 더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그 끝...

그런데 거기에서 삶은 다시 시작된다 그 시작이 이야기의 끝이라 오히려 희망을 품게 한다

 

이 작품또한 마찬가지다 그 끝이 뻔히 보이면서도 그래도 거기서 삶은 다시 시작되기에 희망을 한번쯤은 다시금 품어볼만한게 아닐까 싶다 모르는 여인들에서 나오는 그 여인들의 삶은 참 기구하면서도 그 끝에서 희망을 찾았고 다시 시작되었다 그녀들의 삶은.....

외롭고 소외된 존재들을 향한 신경숙 작가님의 나직한 속삭임이라 칭하지만 내가 볼때는 다시금 희망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s****8 2012.02.22. 신고 공감 3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모르는 여인들
"모르는 여인들" 내용보기
모르는 여인들 신경숙 지음 문학동네 알라딘에는 <종소리> 이후 팔 년 만에 펴낸 신경숙의 여섯번째 단편집. '작가의 말'에 밝힌 대로 그동안 작가는 세 편의 장편소설을 상재했다. 오랜 준비 끝에 2007년 책을 펴낸 <리진> 이후 거의 일 년에 한 편꼴로 장편소설을 선보인 셈이니, 쉴 틈 없는 부지런한 발걸음이었다. 이번 소설집에는 그 잰 발걸음을 놀리는 동안 발표된 일
"모르는 여인들" 내용보기

모르는 여인들

신경숙 지음

문학동네

알라딘에는 <종소리> 이후 팔 년 만에 펴낸 신경숙의 여섯번째 단편집. '작가의 말'에 밝힌 대로 그동안 작가는 세 편의 장편소설을 상재했다. 오랜 준비 끝에 2007년 책을 펴낸 <리진> 이후 거의 일 년에 한 편꼴로 장편소설을 선보인 셈이니, 쉴 틈 없는 부지런한 발걸음이었다. 이번 소설집에는 그 잰 발걸음을 놀리는 동안 발표된 일곱 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세계로부터 단절된 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풍경들을 소통시키기 위한 일곱 편의 순례기로, 익명의 인간관계 사이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작가는 특유의 예민한 시선과 마음을 집중시키는 문체로, 소외된 존재들이 마지막으로 조우하는 삶의 신비와 절망의 극점에서 발견되는 구원의 빛들을 포착해내어 이 시대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바닥 모를 생의 불가해성을 탐색한다.

이렇게 설명하고 있는데, 솔직히 이런 어려운 말들은 잘 모르겠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었을 때도 그랬지만, 여기 나오는 단편들을 읽으면서, 나와 같은 세대인 신경숙의 지나온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신경숙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신경숙의 자전적인 혼잣말 같다고나 할까? 주인공이 남자이건, 주인공이 노인이건 그건 중요치 않은 듯 하다... 그저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든다. 특히, <세상 끝의 신발>에서 그런 느낌을 제일 많이 받았는데, 낙천 아저씨와 순옥 언니의 이야기가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아버지가 -순옥일 보면 하느님이 진짜로 있능가 싶당게. 하신 말씀이 계속 머리끝에 남는다.

오이마름이 나오는 <화분이 있는 마당>

외계인손증후군(한 손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비정상적, 자동적, 비협력적으로 움직여 의지적으로 조절이 불가능한 상태를 통틀어 지칭하며 그 자체로 진단명은 아니다. 이 증후군은 비교적 드문 신경학적 증상 증후군으로 외상, 뇌경색, 뇌출혈, 동맥류 출혈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계인 손의 불수의적 움직임은 다른 이상 운동에서와 달리 목적성을 지닌 듯이 보이는 경우가 많아 외계인 손 증후군을 가진 환자들은 마치 자신의 한 손이 외부의 다른 힘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거나, 손이 손 자체의 영혼이나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의 <그가 지금 풀숲에서>

연쇄살인범에의해 온 가족을 잃고 저 나락끝으로 떨어져 방황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어두워진 후에> 독일에서 짚어가는 세 친구의 이야기 <성문앞 보리수>

끝없이 고양이를 집에 들이는 A의 <숨어 있는 눈>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모르는 여인들>을 읽고는 나도 일본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더 간절해졌다.

2012.2.7. 두뽀사리~



i***2 2012.02.07. 신고 공감 1 댓글 1
리뷰 총점 종이책
모르는 여인들
"모르는 여인들" 내용보기
인간은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직접 부딪히면서 친밀해지기도 하고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마음 속에 연모의 정과 우상이 되는 존재가 있기도 한다.좋은 관계로 이어지고 오래 함께 있을거 같지만 서로의 삶은 갈 길이 다르기에 어느 순간 멀고 먼 뒤안길이 되어 버려 빛바랜 앨범 속의 추억물쯤으로 기억을 되살리기도 하는데 그러한 관계가 애틋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다시 만나
"모르는 여인들" 내용보기

 

 

 인간은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직접 부딪히면서 친밀해지기도 하고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마음 속에 연모의 정과 우상이 되는 존재가 있기도 한다.좋은 관계로 이어지고 오래 함께 있을거 같지만 서로의 삶은 갈 길이 다르기에 어느 순간 멀고 먼 뒤안길이 되어 버려 빛바랜 앨범 속의 추억물쯤으로 기억을 되살리기도 하는데 그러한 관계가 애틋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다시 만나 진한 회포를 풀고 싶은 마음이 이는 것도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따뜻한 마음과 끊겨버린 관계를 복원해 가려는 인간의 심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나아가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과 마주보면서 대상을 탐색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이해타산이 생기면서 이것 저것 재보기도 하는 과정 속에서는 한차례 뒤숭숭하면서 튕기기도 하고 마음을 쉽게 열기까지 다소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나는 평소 말이 많지 않지만 남의 말을 경청하고 내 입장이라면 어떻까?라는 생각과 배려를 하려고 하는 편이다.어린 시절 부모님이 객지에서 '양은 그릇,건채물'등을 장사하였기에 주로 조부모님의 잔소리와 부지런함,예의범절들을 듣고 배우면서 사회적 질서와 겸양의 미덕이 나도 모르게 몸에 배였다.특히 할아버님의 인자하고 과묵하며 성실한 촌부의 모습과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로 세상을 관조하고 매사를 소걸음마냥 묵묵히 임하셨던 생전의 모습이 그립기만 하다.아직도 할아버지의 인자하신 모습은 불현듯 꿈 속으로 날아오셔서 나를 건강하고 잘 살아주기를 바라는듯 굵은 손마디와 고개를 숙이고 밭과 논의 풀을 뽑으시고 몸에서 발현되어 오는 구슬땀을 수건으로 훔치시는 모습이 가끔 꿈 속에서 할아버지님의 생전 모습이 선연하게 다가오고 꿈에서 깨어나면 왠지 그립고 슬프며 인생이 너무 짧다는 감정이 복받친다.나는 쉬지 않고 조금씩 일해 가는 모습과 부처님마냥 인자한 미소가 좋다.그러한 모습 속에서 할아버지를 생각하고 어린 시절 담배 냄새,땀냄새로 가득했던 할아버지가 꿈 속에 보이면 내 마음은 촌가의 마당과 들판으로 팔랑개비마냥 빙글빙글 돈다.

 

 신경숙작가의 단편 모음집 <모르는 여인들>을 읽다 보니 옛 추억이 농밀하게 그리워진다.누구를 닮고 싶고 00상회에서 주인을 속이고 슬쩍 껌 한통을 훔친 일,절친하게 지내던 친구의 가족이 하와이로 이민을 가게 되어 비포장 도로 위에서 마지막 작별을 고하던 기억,친구가 이종사촌 여동생을 소개해 주었는데 마음이 동하지 않아 그녀를 차버리게 되고 친구는 내게 배신감이라도 들었던지 영영 연락을 끊게 된 사연,나보다 머리도 좋고 공부를 잘해서 그의 모든 것을 모방하고 그와 똑같이 되려고 했던 중학 시절의 나의 승부욕,내 밑으로 여동생만 줄줄이 셋만 태어나니 할아버지께서 어머니께 "또 딸이냐!"라고 자조섞인 말씀과 그리고 바로 밑으로 남동생이 태어나니 할아버지의 이젠 됐다라는 표정 등이 내가 살아오면서 가족과 친구,나의 내면속의 기억을 끄집어 내게 한다.

 

 낙천 아저씨의 신발 이야기,화분을 돌보는 이야기,왼손과 오른손의 다른 인격체를 갖고 있는 아내와 남편의 이야기,사이코패스마냥 양심의 가책도 없이 살인을 일삼는 주인공이 가족이 모두 사라진 뒤 그에게 남은 일말의 양심과 회개,지나가는 행인을 따뜻하게 밥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사찰의 여인,외국으로 떠난 친구의 친구가 어떤 사연인지 모르지만 남편에게 몇 마디 남기고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실종당일 사라진 A와 나와의 편지가 남편에게 발각되고 고양이를 집에 들이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이야기,수술을 받는 남편을 병원에 두고 귀가하던 날 젊은 시절의 연인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고 재회를 하면서 흘러간 시간과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 곱씹는 스토리로 이루어진 그녀의 전반적인 스토리이다.

 

 지나간 시절의 이야기 및 진행형,앞으로 다가올 일들은 모두가 인과관계가 있고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벌어지는 서사적인 것들이다.그러한 이야기들이 보다 나은 삶을 이끌어주기도 하고 다시는 생각조차 꺼내기도 싫은 것도 있을 것이다.평생을 함께 살거 같은 대상도 언젠가는 진토가 될 것이고 연애와 같은 설레이고 실연에서 오는 상처와 트라우마 등도 나이와 세월의 무게만큼 침잠해지고 자유스러워지는게 중년의 모습일 것이다.나와 함께 했던 시간들과 존재들도 세월의 흐름과 함께 조금씩 빛이 바래져 간다.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고독한 존재로 거듭나 살아가는 시기가 중년이후의 삶이다.나 자신만의 기억과 추억,관계를 통해 내 자신이 거듭나는 완전한 자유인이 되고 싶고 고독의 절망이 아닌 고독을 이겨내는 행복하고 후회없는 내일을 기대해 본다.

 

 



j******6 2012.03.3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전체적으로 헛헛한.... 먼가 관조적인 느낌의 단편이다.
"전체적으로 헛헛한.... 먼가 관조적인 느낌의 단편이다." 내용보기
나는 사실 이런 단편들이 엮인 책을 전반적으로 재밌게 읽지는 않는다. 근데 알면서도 "신경숙"이라는 이름에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단편들이 엮인 책을 별로 안좋아하는 이유는 몇편은 재밌고, 몇편은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또  인상 깊은 내용도 짧아서 그런지, 감흥이 오래 가질 않는다. 이 책 역시 역시 결과는 같다.   전체적으로 헛헛한.... 먼가 관조적인 느낌
"전체적으로 헛헛한.... 먼가 관조적인 느낌의 단편이다." 내용보기

나는 사실 이런 단편들이 엮인 책을 전반적으로 재밌게 읽지는 않는다.

근데 알면서도 "신경숙"이라는 이름에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단편들이 엮인 책을 별로 안좋아하는 이유는 몇편은 재밌고, 몇편은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또  인상 깊은 내용도 짧아서 그런지, 감흥이 오래 가질 않는다.

이 책 역시 역시 결과는 같다.

 

전체적으로 헛헛한.... 먼가 관조적인 느낌의 단편이다.

아, 이런 느낌.. 싫다.

생각해보면 "엄마를 부탁해"도 그런 느낌으로 시작했던거 같다만

단편이라 그런지 이 관조적인 기분이 다른 느낌으로 파생되기엔 짧은듯 하다.

 

가장 인상 깊은 단편은 "그가 지금 풀숲에서" 였다.

아내의 왼손이야기.... 슬프기도 하고.... 허하다.

 

l*****i 2012.02.2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모르는 여인들
"모르는 여인들" 내용보기
<엄마를 부탁해>를 통해 신경숙 작가의 소설을 처음 접했다. 가족의 달이라는 5월에 읽을만한 적절한 소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답답한 현실, 여성적인 필체로 잘 풀어내는 작가의 소설을 한번 쯤 더 읽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이번에 읽게 된 신경숙의 소설은 <모르는 여인들>이다.    이 책은 단편 모음집이다. <엄마를 부탁해>처럼 장편소설이라 생각하고 책을 읽었
"모르는 여인들" 내용보기

 <엄마를 부탁해>를 통해 신경숙 작가의 소설을 처음 접했다. 가족의 달이라는 5월에 읽을만한 적절한 소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답답한 현실, 여성적인 필체로 잘 풀어내는 작가의 소설을 한번 쯤 더 읽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이번에 읽게 된 신경숙의 소설은 <모르는 여인들>이다.

 

 이 책은 단편 모음집이다. <엄마를 부탁해>처럼 장편소설이라 생각하고 책을 읽었는데, 읽다보니 단편이었다. 손을 떼지 못하는 소설을 읽고 싶었는데, 그런 면에서 나에게 단편은 그런 즐거움을 주지 않는다. 한 편의 글을 읽고 한참을 쉬었다가 다시 또 한 편을 보면서, 천천히 이 책을 읽어보았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충격적인 것은 <그가 지금 풀숲에서>를 읽으면서 보게 된 '외계인손증후군'이었다. 처음엔 정말 이런 것이 있을까, 그저 소설 속의 터무니없는 장치 중 하나겠지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되었고, 그 속에 진짜 '외계인손증후군'이 있는 것이다.

외계인손증후군 alien hand syndrome

 

외계인 손 증후군이란 한 손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비정상적, 자동적, 비협력적으로 움직여 의지적으로 조절이 불가능한 상태를 통틀어 지칭하며 그 자체로 진단명은 아니다. 이 증후군은 비교적 드문 신경학적 증상 증후군으로 외상,뇌경색, 뇌출혈, 동맥류출혈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계인 손의 불수의적 움직임은 다른 이상 운동에서와 달리 목적성을 지닌 듯이 보이는 경우가 많아 외계인 손 증후군을 가진 환자들은 마치 자신의 한 손이 외부의 다른 힘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거나, 손이 손 자체의 영혼이나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소설을 읽을 때 어디까지 현실이고 어디까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것인지 구분하기 모호해서 흥미가 반감되곤 한다. 여하튼 이 소설로 인해서 이런 질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놀라웠다.

 

 이것 말고는 그냥 덤덤하게 이 책을 읽었다. 큰 기대를 하고 읽은 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실망스럽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생각보다 아주 괜찮았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그냥 덤덤하다.



 



s*****a 2012.02.1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신경숙 [모르는 여인들]
"신경숙 [모르는 여인들]" 내용보기
'신발 이야기를 해야 겠다' 로 시작한 <모르는 여인들>은 일곱 편의 유기적이라 할 수 있겠는 단편으로 구성된 신발들의 이야기이다. 그만큼 <세상 끝의 신발>부터 시작해 <화분이 있는 마당> <그가 지금 풀숲에서> <어두워진 후에> <성문 앞 보리수> <숨어 있는 눈> <모르는 여인들>에서는 신발, 발, 발가락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등장한다. '작가의 말'에서 "교
"신경숙 [모르는 여인들]" 내용보기

'신발 이야기를 해야 겠다' 로 시작한 <모르는 여인들>은

일곱 편의 유기적이라 할 수 있겠는 단편으로 구성된 신발들의 이야기이다.

그만큼 <세상 끝의 신발>부터 시작해 <화분이 있는 마당> <그가 지금 풀숲에서> <어두워진 후에> <성문 앞 보리수> <숨어 있는 눈> <모르는 여인들>에서는 신발, 발, 발가락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등장한다.

'작가의 말'에서 "교정을 보기 위해 작품들을 다시 읽는 동안 잠깐씩 아득해졌다"며 "깨끗한 신발을 신고 집을 나가 부랑아로 떠돌다가 굽이 다 닳은 해진 신발을 끌고 돌아온 기분"이라는 말을 썼다.

'세계로부터 단절된 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풍경을 소통시키기 위한 일곱 편의 순례기'라는 평에서 알 수 있듯 <모르는 여인들>은 연쇄살인마에게 가족을 잃은 남자, 몸져 누운 어머니와 동생들의 생계를 챙겨야 하는 매표소 직원,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것 같으나 누구도 발견해주지 않아 의식을 잃어가는 남자, 수술한 남편을 두고 첫사랑을 만나 그의 병든 아내 얘기를 듣는 여자, 수년간 사귄 애인에게 이유 없이 버림 받고 입을 닫는 여자, 귀머거리 고양이들에 중독된 여자를 비롯한 고독한 인물들의 치열한 고뇌이자 스스로와의 사투이며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고백이다.

 

 

<엄마를 부탁해>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신경숙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이는 물론 많을 것이다.

나 또한 그녀의 글과 소설과 책들을 좋아하지만,

고백하건데 맨 처음부터는 아니었다.

나는 <리진> <외딴방> <바이올렛> <엄마를 부탁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읽으며

일상의 세세함도 특별한 것으로 말할 줄 아는 그녀의 경이로움에 반했는데,

고향집 책꽂이에서 청소년기 때 구입한 <강물이 될 때까지>를 발견하고는

그 때 그 책은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좋지는 않았다고 기억한다.

위에 나열한 것처럼 이후에 읽은 책은 거의 좋았고 최근에 발매한 책일수록 더 좋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그녀의 글쓰기는 날로 날로 발전하여 나아중에는 더 위대한 작가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기대로 작가의 다음 책은 더욱 더 기대된다.

 

나는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어지면 그 사람 신발에 발을 몰래 넣어보고 싶다. 소녀 시절엔 내 또래 여자아이들의 운동화 속에, 처녀 시절엔 그 남자들의 구두 속에 내 발을 몰래 넣어보았을 것이다. 여자든 남자든 젊은이거나 나이든 이거나 가리지 않았다. 그동안 나와 친밀하게 지냈거나 지금 그렇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도 모르게 이미 내가 그들의 신발에 내 발을 가만 집어넣어봤다는 것을 알는지. (26쪽 「세상 끝의 신발」중)

서른이 되기 전에 나는 서른이 지난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살까? 생각했다.

그렇다고 채와 함께 지냈던 이십대가 즐겁기만 했다는 얘긴 아니다.

나는 채가 내 곁에 있었던 이십대를 사랑하지 않는다.

행복하다고 여겼던 적이 별로 없다.

매일매일이 막연했고 불안했고 때로는 절망스러웠다.

그래서 채를 거기에 두고 도망쳤던 것일까.

아침에 눈을 뜨기 싫어 밤에 아예 잠을 자지 않은 날도 많았다.

어렸을 때 인간의 나이는 서른까지라고 써놓았던 책을 읽은 기억이 난다.

조물주가 사람과 짐승들에게 생명을 줄 때 인간에겐 삼십 년을,

다른 동물들에게는 십 년 혹은 이십 년씩을 정해주는데 짐승들은 한결같이 너무 길다고 슬퍼했다고 한다.

가장 오래 살 수 있는 기간을 준 인간만이 삼십 년이면 너무 짧다고 슬퍼했다.

조물주는 할 수 없이 짐승들의 생명을 덜어와

인간에게 보태주는 것으로 인간과 짐승들의 슬픔을 덜어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서른 이후의 인간의 나이에는 소가 내놓은 십 년, 돼지가 내놓은 오 년, 개가 내놓은 오 년, 원숭이가 내놓은 삼 년, 그 외의 쥐, 닭을 비롯한 숱한 짐승들이 내놓은 생명이 뒤따라다니는 셈이다. (254쪽 「모르는 여인들」중)

 

+공감 글귀 하나

학교를 졸업하고 이력서를 이십여 통이나 내며 면접을 보러 다녔지만 어느 곳에도 취직이 되지 않았던 때였다.

그런데도 아침이 꼬박꼬박 찾아온다는게 두려웠다.

오늘 하루는 또 뭘하면서 보내나?

겨우 스물몇 살에 세상에서 가장 쓸몽벗는 인간이 돼버린 느낌이었다. (252쪽 「모르는 여인들」중)

 

 

 

y****j 2012.04.1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이유 불분명한 헛헛함, 그럼에도 막연한 혼몽 가운데 각인되고 마는... 모르는 여인들
"이유 불분명한 헛헛함, 그럼에도 막연한 혼몽 가운데 각인되고 마는... 모르는 여인들" 내용보기
때때로 헛헛하다.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드물지 않다. 아니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심장이 두근거릴 때도 있는데, 이럴 때는 고양이를 안고 있으면 조금 나아진다. 영문도 모른 체 누군가에게 안겨 있는 고양이의 입장을 생각하면, 이유를 알 수 없는 헛헛함으로 혼몽하여도 고양이보다는 낫다고 여겨진다.   「세상
"이유 불분명한 헛헛함, 그럼에도 막연한 혼몽 가운데 각인되고 마는... 모르는 여인들" 내용보기

  때때로 헛헛하다.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드물지 않다. 아니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심장이 두근거릴 때도 있는데, 이럴 때는 고양이를 안고 있으면 조금 나아진다. 영문도 모른 체 누군가에게 안겨 있는 고양이의 입장을 생각하면, 이유를 알 수 없는 헛헛함으로 혼몽하여도 고양이보다는 낫다고 여겨진다.


  「세상 끝의 신발」.
  열여섯 소년병을 구하려고 자신의 신발을 벗어주었던 열다섯 소년병 낙천이 아저씨, 그 아저씨의 남겨진 딸 순옥 언니... 순옥 언니를 보내기가 싫어 그녀의 부츠를 눈 속에 숨겼던 어린 나는 이제 부츠를 신는 숙녀가 되었고, 교통사고로 다친 순옥 언니는 아버지마저 잃고 이제 고향에 내려온 나의 부츠를 예전의 나처럼 어딘가에 숨겨 놓은 것 같다. 신발에서 신발로 이어지는 이야기, 시간은 흐르고 또 흐르지만 때가 되면 눈은 내리고 그 눈은 어떤 것들을 덮어버리고, 그럼에도 그 속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들어 있는 것...


  「화분이 있는 마당」.
  내가 사는 동네로 이사를 온 후배 K, 그 후배 K의 집에는 화분이 있는 마당이 있고, 나는 그 마당을 좋아하여 때때로 후배 K를 대신하여 그곳에 들른다. 창과의 결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는 그렇게 후배 K의 마당에서 화분을 돌보고, 창과 주고 받은 편지를 노트에 필사한다. 그건 그렇고 그곳, 그러니까 후배 K의 마당에서 마주 치게 된 여인 혹은 새 한 마리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인지...


  「그가 지금 풀숲에서」.
  오른손과는 전혀 다른 인격을 가진 듯 움직이는 왼손을 가지고 있는 아내와 살아야 했던 남편이 있다면 어떨까. 그저 어느 날부터인가 따로 놀기 시작하는 왼손은 급기야 남편을 때리고 남편을 목 조르려고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어떨까. 그리고 이제 나는 교통사고로 튕겨져 나간 몸뚱이를 풀숲에 누인 채 이런 아내를 떠올린다.


  「어두워진 후에」.
  그저 살인을 하는 것이 좋아서 살인을 하는 남자, 그런 남자에게 가족을 잃고 정처없이 떠도는 남자... 그 남자에게 무료로 사찰의 입장을 가능케 해주고, 먹고 싶어하는 밥과 술을 내어주고, 하룻밤 잠자리를 제공한 여자... 그 여자의 집에 있는 우물에서 한동의 오열로 한 순간을 마감한 것 같은 남자는 이제 가족들이 모두 살해당한 그곳 집으로 돌아갔을 때, 자신을 훑고 지나간 사건들의 무게를 조금 내려 놓을 수 있게 될까...


  「성문 앞 보리수」.
  일이 있어 독일에 간 S, 그리고 그곳 독일에 살고 있는 친구 경... 그리고 이들의 또다른 친구였던 수미... 결혼 후 제 손으로 처음 산 포도주 잔을 든 채, 졸려서 먼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아이를 두고, ‘베란다 쪽으로 가더니 남편을 향해 여보, 나 갈래요.’ 라고 말한 후에 죽은 수미... 갑작스럽게 독일행을 결정하였던 경... 그리고 이들의 이러한 선택의 이유를 알지 못하였던 S...


  「숨어 있는 눈」.
  사라진 A를 찾아 헤매는 A의 남편에게 내가 보내는 바로 실종 당일의 나와 A의 행적에 대한 편지글... 어느 날부터 고양이를 집에 들이기 시작한 그녀와 그러한 그녀를 점점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린 그녀의 남편, 그리고 그녀 A로부터 고양이를 전달받는 입장에 서야 했던 나 사이의 지극히 사소한 이야기들... 


  「모르는 여인들」.
  수술을 받은 남편을 병원에 두고 집으로 온 날 받게 된 젊은 시절의 연인 채에게서 온 편지 한 통... 제대로 된 결별의 통지도 없이 채와 헤어지고 난 후 흘러간 세월이 이십 년이건만 나는 채의 글자체를 한 눈에 알아봤고, 그와의 만남의 장소에 나서게 된다. 그리고 그 만남에서 채와 나는 과거의 시간들을 회상하고, 더불어 현재의 상황들에 대하여 곱씹는다. 지나간 것, 과거의 그 자리에 머무는 것, 흘러온 것, 엉뚱하게 흘러간 것, 들이닥친 것,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스산하다.


  신경숙의 단편을 무척 오랜만에 읽은 것 같다. 예전처럼 소설을 꼼꼼하게 읽지 않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안상박근의 장애와 이로 인해 심해진 난시의 경향은 책을 읽는 동안의 집중력을 방해한다. 그렇게 휙휙 좌에서 우로 (때로는 우에서 좌로), 위에서 아래로 (때로는 아래에서 위로) 읽어 내려가는 동안 알 수 없는 헛헛함이 밀려와 가득찼다. 그러고 보니 신경숙의 단편들은 과거에도 그러한 느낌을 종용하고는 했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2.02.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