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천에서 용난다"는 '미천한 집안이나 변변하지 못한 부모에게서 훌륭한 인물이 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지난 몇 십년 전에는 국내에서 이런 사례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소득 격차가 커지고 이로인한 교육 환경의 차이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을 만들었으며, 점점 심화될 예정이다. 물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예외가 발생하긴 하지만 점점 확률이 낮아지고 있다. 블랙스완의 경우 처럼 매우 희귀한 경우가 발견되더라도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 긍정적 이탈 >(RHK, 2012)을 보고 약간의 희망을 찾을 수 있어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다. 열악한 상황에서 비교적 좋은 조건을 가진 표본을 연구해 주변으로 확산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어떤 가능성을 보여준다. 앞서 소개한 학업이나 재산 수준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건강과 관련되는 것이므로 조금 더 연구하고 노력한다면 확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
‘긍정적 이탈’ 이란 제목이 흥미로웠다. 이탈이 어떻게 긍정적일 수 있지? 이탈이란 단어 자체가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기에 그랬다. 어떤 범위나 대열 등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이 바로 이탈이다. 대부분의 것들과 다른 것이 이탈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이탈은 통계적으로 관측되는 예외인 아웃라이어(outlier)를 뜻한다. 습관적으로 아웃라이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것에 의문을 품고 접근하는 것. 어떤 문제의 해결책을 소위 정상을 벗어난 그 ‘소수’에서 찾는다는 생각 자체가 내겐 새로운 개념이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저자가 발견한 소수의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기대하며 책을 읽어 내려갔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우리는 모든 방법을 다 써봤지만 소용없었다.”는 사람들의 불평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한 예로 저자는 1990년 베트남 정부로부터 가난한 시골 마을에 널리 퍼진 아동 영양실조를 해결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곳으로 갔다. 계속해서 무한정 지원을 해줄 수도 없고 장기간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중 그는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한다.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서도 영양상태가 양호한 아이들. 그리고 그는 긍정적 이탈에서 목격된 특이 행동들을 포착한다. 예를 들면 아이가 밥을 먹는 동안에 더러운 것을 만질 때마다 엄마가 아이 손을 씻겼다든지, 부모가 논에서 잡은 자잘한 새우나 게 또는 고구마 싹을 식단에 첨가했다는 사실 말이다. 또 같은 양의 밥을 두세 번 더 나눠서 먹이는 집의 아이들도 더 나은 영양 상태를 보였다. 놀라운 발견 아닌가!
하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해결책을 찾았어도 그 해결책이 실천될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마을 사람들이 직접 실행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 재밌는 교육시간을 마련해 부모들을 교육시키고 그 참여하기 위한 입장료로 새우나 게, 고구마 한 움큼씩을 받는 식의 방법으로 말이다. 중요한건 전 과정에서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들어 문제의 인식에서부터 조사, 발견, 결론, 실행에 이르기까지 참여자들로 하여금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단순히 듣고 보는 것보다 직접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건 유연성이다. 상황에 따라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곳에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해서 다른 곳에서도 효과적일 거라고 기대하긴 힘들다.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긍정적 이탈의 기본 전제는 가장 불가능한 환경일지라도 누군가는 대처방법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긍정의 변수를 찾아내고, 이를 전파하도록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더 나은 행위를 조직 DNA로 통합해나가는 것이 바로 긍정적 이탈이다. 긍정적 이탈은 1990년 베트남의 빈촌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된 이후 남극을 제외한 전 대륙에서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며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전파됐다. 그리고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수백만 명의 삶의 변화를 이뤄냈다. 시야가 너무 밝으면 오히려 보지 못하는 법이다. 고정관념의 틀을 깨뜨려야만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온다. 이 책은 가려진 우리의 눈을 밝혀주는 통찰력을 선물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나오는 재밌는 이야기를 옮긴다.
[13세기의 수피(이슬람 신비주의자-옮긴이) 나스루딘은 중동의 구전 이야기 속에 종종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의 우화에는 지혜와 모순, 논리와 비논리, 피상과 본질이 오묘하게 결합돼 있다. 그중 하나를 인용해보면 나스루딘은 밀수업자로도 이름을 날려 재산을 크게 불렸다. 그러자 세관에서는 눈에 불을 켜고 나스루딘을 조사했지만 허탕만 치기 일쑤였다. 그는 늘 당나귀 여러 마리에 안장을 얹고 지푸라기만 가득 채운 주머니를 매달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나스루딘도 밀수업을 그만두었다. 어느 날 그는 동네 찻집에서 옛 세리장과 우연히 마주쳤다. 세리장은 그에게 오랫동안 궁금해하던 질문을 했다. “나스루딘, 이제 우리도 은퇴해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서로 으르렁댈 필요가 없잖소. 말해보시오. 젊었을 때 밀수한 게 뭐요?” 나스루딘이 대답했다. “당나귀요.”] www.weceo.org |
|
제목의 느낌은 심리학 서적인 듯 했지만 그 내용은 세계적인 난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해결법에 대한 것이었다. 여러 가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쓰여져서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긍정적 이탈 과정은 ‘실패하는 다수’보다 ‘성공적인 예외’에 주목하고 있어서 여러 다른 해결방법들과 차별점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2008년 12월 14일자에서 긍정적 이탈을 ‘올해의 아이디어’중 하나로 선정했다. 현재 아프리카 31개국과 아시아 10개국, 라틴아메리카 5개국, 미국과 캐나다의 수십 곳에서 긍정적 이탈이 이루어졌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모든 방법을 다 써봤지만 소용없었다는 사람들의 불평 때문이었다. 긍정적 이탈은 공동체에서 최소한 누군가 한 명은 똑같이 주어진 자원을 활용해 다른 사람들이 당황해하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전 세계 41개국 지역 공동체에서 어린이 영양실조가 30~50퍼센트 감소, 미국 병원 세 곳에서 항생제내성세균의 감염 비율이 30~61퍼센트 감소, 파키스탄에서 영아 사망률과 질병이 크게 감소, 아르헨티나 미시오네스 주의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자퇴하지 않고 졸업하는 비율이 50퍼센트 증가, 이집트에서 수천 명의 여성이 할례를 모면 등 성공을 거둔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내용은 긍정적 이탈 과정의 문제 해결 과정이다. 사실 지구촌의 이런 문제들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리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도를 했지만 그 결과는 어땠는가? 해결되지 않았거나 해결의 기미가 보였으나 그 기간이 지속되지 못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물론 긍정적 이탈 과정도 과거의 해결방법처럼 꽤 간단하다. 긍정적 이탈자를 찾아내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를 공동체에 확신시키면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은 공동체 스스로 동기를 찾아야 하고, 변화를 설명이나 지시가 아닌 새로운 습관을 실천해나가는 과정에서 전파되도록 한 점이다. 긍정적 이탈은 접근법이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연성이다. 그리고 자연과 비슷한 원리로 작용한다. 이 일이 우리의 일로 인식되고 문화적으로 생리가 맞아야 했다. 현지 생태계에 적합해야만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전 과정에서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문제의 인식에서부터 조사, 발견, 결론, 실행에 이르기까지 소속감이 생기고, 단순히 듣고 보는 것보다 직접 실천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긍정적 이탈은 절차와 사람을 신뢰했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행위나 도구, 전략을 말해주는 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사람들은 내면화를 위해 실제로 행동해야 했고 그 효과를 직접 봐야 했다. 긍정적 이탈자들은 많은 사람의 인정을 받고 자기의 신념과 행동이 유효하다는 데 용기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긍정적 이탈 접근으로 성공을 거두는 데 중요한 몇 가지 단계를 소개하면, 첫째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효과를 발휘한 긍정적 이탈에 주목한다. 둘째 과정 시작할 때 구성원이 참여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다. 셋째 일상에서 긍정적 이탈을 발견하는 데 유력한 대상자 이외의 폭넓은 공동체를 참여시킨다. 넷째 정보 전달이 일어나는 수많은 경우의 수에 대해 아는 것보다 실제 행동으로 옮겨야 성공한다. 다섯째 후원자와 외부 전문가, 촉진자가 주도권을 잡지 않도록 경계한다. 조직 생활을 해본 사람은 흔히 경험을 한다. 어느 조직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외부 인력이 투입 되어 문제의 원인을 찾고, 외부 전문가들이 그 해결책을 제시하면 문제를 발생시킨 조직은 그 방법을 실행하곤 한다.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 보자. 과연 그 해결책으로 인하여 얼마나 문제가 해결되고 개선되었는가? 이 책이 그런 불만족을 해결하는 일조하리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