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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처음 본것은 지금으로부터 십여년쯤 전 역사를 전공하는 대학생이었을 때이다. 도서관에 가서 전공서적이 배열된 한국사관련 서가에 다가설때면 항상 맨 앞에 꽂혀진 이 책이 눈에 들어오곤 했다. 지금은 고조선 전문가가 학계에서 몇사람 더 나오긴했지만 다른시대에 비해 고조선연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나는 고조선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인식은 잘하지 못했는데 그것은 바로 이 책 때문이었다. 윤내현 교수의 <<고조선연구>> 같이 방대한 분량의 연구서가 나와있을 정도라면 학계의 고조선 연구성과가 결코 적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조금나중에서야 학계에서 고조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는 거의 없다는 사실과 이 책의 저자 윤내현 교수는 불모지와도 같았던 고조선문제에 대하여 끊임없이 논문을 발표하는 거의 유일한 학자라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서장, 고조선연구 총론, 고조선연구 각론으로 나누어진다.
이중 ‘서장’부분은 고조선연구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역사를 공부하려는 사람에게 참으로 유익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고조선연구 총론’은 고조선의 지리와 개념, 건국, 강역과 연대, 중심지 문제를 다룬다. 고조선사에 있어서 가장 쟁점이 되고 기본적인 사항인데 저자는 고조선은 단군조선만을 일컫는 용어이며 최근의 고고학적인 발굴성과를 고려하면 문헌상에 나타나는 서기전 24세기 건국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고조선의 강역도 만주와 한반도 전역이었다고 한다.
‘고조선연구 각론’부분에서는 고조선의 국가구조, 통치조직, 경제적 기반, 신분구성, 의식주와 풍속, 종교, 과학, 예술, 대외관계등을 각장마다 나누어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고조선의 모든 분야에 대한 연구가 집대성된 책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의 역사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빼앗아 가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문헌사료가 극히 드물어 연구가 어려운 고조선분야에 우리 학계에서 이미 이만한 연구서가 나와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중국학계가 말하고 있는 것은 단군조선을 부정하고 기자조선을 부각시키며 고조선의 영역이 한반도를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고조선은 단군조선만을 일컫는 것이며 기자의 세력은 고조선의 변방세력에 불과하고 고조선의 강역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만주를 아울렀다는 사실을 방대한 분량의 연구로 입증하고 있다.
우리역사와 고조선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일독을 꼭 권하고 싶다.
[인상깊은구절]
고고학자료를 비교하는 비교하는 경우에도 공정하고 균형있는 생각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출토된 한국과 중국의 청동유물을 비교하고 고대에 한국의 문화수준이나 사회수준이 중국에 비하여 낮았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학자가 있다. 청동기는 지배층의 유물로 고대사회에서 중국은 한국보다 평야도 넓고 착취가 훨씬 심했다. 중국에서는 재부가 지배층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지배층의 문화는 중국이 풍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중국은 고조선과 동시대에 존재했던 상나라 주나라 등의 도읍지를 거의 찾아 발굴하였다. 그러나 한국은 고조선의 도읍지가 어디였는지 아직 한곳도 확실하게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중국의 청동기에는 최고 지배층의 것이 포함되어 있으나 한국의 청동기에는 최고 지배층의 것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고대사회에서는 신분에 따라 그들의 향유한 문화의 차이가 현저했기 때문에 이러한 점도 한국과 중국의 유물을 비교하는데 참고가 되어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청동유물의 경우 그 양과 다양성은 지배층의 문화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반드시 그 사회 전체의 수준이나 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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