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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세계 3대 중국 여행기로 꼽히는 책 중에 조선인이 쓴 책이 있다. 그 중 한권인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론'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조선 성종 대의 인물인 최부(崔溥)가 쓴 '표해록(漂海錄)'은 저자나 책이나 모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표해록'은 최부가 제주로 부임갔다가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고향으로 가던 길에 중국 절강성에 표류하게 됐고, 나중에 무사히 귀국해서 성종의 명을 받고 쓰게 된 책이었다.
최부가 표류하게 된 지역은 조선사신들이 들르는 북경이 아닌, 양자강 이남의 강남 그곳은 근래에 조선인의 발걸음이 드물었던 곳이었다. 최부 일행은 절강성에 표류했다가, 그곳에서 왜구로 오인받고 고초를 겪었다. 다행이 조선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관리의 보호를 받으며 황제가 있는 북경으로 가게 됐다. 그가 사람과 곡물을 실어 나르던 조운로를 통해 북경으로 향하는데, 이 경로에서 그는 강남의 수려한 경치와 화려한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그 경로와 과정의 견문을 부하들에게 기록하게 했던 것이다. ![]()
<전남 무안에 있는 최부의 묘> <김구선생이 피난처로 삼았던 절강성 가흥 매만촌의 고성>
'명대(明代)의 운하길을 걷다' 는 '표해록'이 아니다. '항주에서 북경 2500km 최부의 '표해록'답사기'라는 부제에 나온대로 학계에 표해록을 소개하고 연구한 필자가 최부의 발자취를 따라 답사한 과정을 적은 일종의 기행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이번 달에 조선과 조선 바깥세상과의 만남에 대한 책을 읽는 중이라 표해록에 실린 내용에 대해 알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표해록의 내용은 그다지 많이 소개되진 않아서, 책의 내용 자체에는 별 불만이 없었지만 이 책을 고른 내 의도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던 점은 아쉬웠다. 표해록에 있는 기록은 주(主)가 아니었고 어디까지 '종(從)'이었다.
최부가 표류됐던 때가 성종19년(1488년)이었으니, 600년도 더 전에 그가 움직였던 길을 따라 나선 길에는 지금은 우리나라 관광객도 많이 붐비는 항주(抗州)나 소주(蘇州) 등 유서깊은 곳이 많았던터라, 김구나 대각국사 의천 등 우리의 역사적 인물의 흔적과도 만날 수 있었다. 한(漢)나라 문화의 유적과 역사에 대해서도 접할 수 있었고,필자의 해박한 중국 역사에 관한 지식 덕에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히려 잘 모르는 중국 역사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집중력이 흐트러진 감도 없이 않았지만 그만큼 중국의 유서깊은 역사와 문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랬으니 600년도 더 전에 이곳을 지나며 강남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 문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최부의 심정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럼에도 최부는 당당했다. 그는 당시 조선에서도 상당한 식자였다. 과거에 급제했고,'동국통감'을 저술했을 정도로 학문에 조예가 깊었다. 현지에서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눴던 관리나 그곳 식자들도 그의 학식을 인정할 정도였다고 전해지는 걸 보면 그의 학식은 강남을 탐구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 모양이었다. 그는 홍치제를 알현한 뒤 일행과 함께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왔고, 호송책임자에게 제작 기술을 배워 수차(水車)를 만들어 보급하는가하면 왕의 명을 받고 '표해록'을 남겼던 것이다.
하지만 성종의 승하하고 연산군이 보위에 오르면서, 그의 인생은 불행으로 점철되고 말았다. 사림의 종장 김종직의 제자였던 그에게 화가 미쳤던 것이다. 그는 연산 10년(1504년) 참형에 처해지고 말았고, 중종 대에 이르러 도승지와 예조참판에 추증됐다고 한다.
최부의 자취와 중국 강남에서 북경까지 여행에 간접적으로나마 동행하다보니, 새삼 중국문화의 유서깊음과 그 지역의 절경과 유적지에 저절로 눈이 갔다. 경치와 역사가 이렇게 멋지게 어우려져 있으니 중국에 달리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더불어 최부의 기개도 느껴졌고, 그가 본 강남에 대한 인상이나 파악은 예리했고, 깊이가 있었다. 그가 수차 제조 기술을 기어코 알아낸 것도 아마 관료로서 백성들의 삶에 도움이 되고 싶은 애민의 발로가 아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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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관료인 최부가 풍랑을 만나 표류하여 중국을 여행했던 경로를 저자가 직접 답사하면서 이 책에 그 여정을 기록하였다. 절강성부터 북경에 이르기까지 최부가 밟았던 곳들을 지나면서 있었던 일들이 차례로 서술되어 있다. 당초 딱딱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저자가 직접 겪은 에피소드들이 상세하게 적혀 있어 읽는 내내 소소한 재미가 있다.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교통수단, 물가에 관한 이야기들 등등 실제로 중국에서 중국인들과 부딪치면서 겪은 내용들이 생동감있게 전해진다. 최부의 표해록의 내용을 군데군데 넣어서 저자의 감상을 최부의 감상과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본문 사이사아에 사진이 정말 많은데 흑백이라는 점이 하나 아쉬운 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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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연히 혼자서 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요즘이었다. 그러나 바쁜 현실 속에서 여행이란 단지 꿈속의 사치에 지나지 않은 나 자신이 한스러운 순간... 모대형서점에서 무심코 집어든 이 책 한 권이 나를 그 옛날의 중국으로 데려다 주었다. 매일 반복되는 1시간 남짓 지하철 안 출퇴근길에 나는 매일 같이 중국을 다녀 올 수 있었으며 글쓴이의 친절한 설명에 매번 고개를 끄덕이며 구경한 명대의 운하길은 때론 낭만적이고 때로는 현실적인 여행 코스였다. 지금 어디론가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은 당신에게 이 책을 집어 들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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