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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말의 희망'은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바 있는 패트릭 멜로즈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이 시리즈 소설들은 지금까지 계속 반어적인 제목을 달았다. 1권의 제목은 '괜찮아'였는데 정작 소설을 읽어보면 전혀 괜찮지 않은, 아닌 괜찮을 수 없는 이야기였고, 두 번째는 '나쁜 소식'이었지만 그 소식의 주인공인 죽은 아버지와 주인공 패트릭 멜로즈의 관계를 생각하면 결코 나쁜 소식이 아니었다. 이번의 제목인 '일말의 희망' 역시 반어적이다. 소설은 단 한 번도 일말의 희망을 보여주지 않으니까 말이다. 절망의 어둠만 더 깊어질 뿐이다. 아버지가 죽고 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청년기는 지나갔지만, 그 자리에 성숙의 흔적은 없었다. 슬픔과 탈진이 증오와 광기를 숨기는 경향을 성숙이라고 하지 않는 한은 그랬다.(p. 17)
그 절망의 출처는 어디인가? 바로 패트릭 멜로즈가 참석하게 된 파티에 있다. 패트릭 멜로즈의 소설들은 언제나 하루의 시간을 담는다. 이번 소설 역시 그 파티가 열렸던 하루를 담는다. 1권과 3권을 모두 읽은 분들이라면 두 소설이 어딘가 닮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지도 모른다. 1권은 멜로즈의 아버지가 주최했던 저녁 만찬이 중심이었다. 그 만찬은 남을 지배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버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우주와 다를 바 없었다. 그 날 주인공은 아버지에게 자기 삶에서 가장 커다란 고통을 겪는다. 그 고통은 아버지가 중심인 세계가 자신을 위해서 타인을 가차없이 짓밟는, 아주 이기적인 우주라는 사실을 증언한다. 그런데 3권의 파티 장면도 이와 별로 다를 바 없다. 일단 파티의 주최자 소니를 비롯하여 거기에 참석하는 니콜라이를 비롯, 권력의 정점을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한 마거릿 공주가 보여주는 모습이 1권의 데이비드가 보여주는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는 것이다. 파티의 참석자들은 패트릭에게 "자네가 데이비드의 아들이군."하는 식으로 말을 걸어 패트릭에게 내내 8년 전의 죽은 아버지를 상기시킨다. 이것은 또한 이 파티의 세계가 실은 아버지 데이비드가 만들었던 세계와 닮은 꼴이라는 것을 패트릭에게 주지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파티에서 오고가는 말을 세세하게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소위 돈과 권력을 가진 영국의 상류층들이 아래 계층 사람들을 얼마나 하찮게 보고 있는가를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각인시킨다. 그 중 압권은 마거릿 공주다. 공주가 파리 대사에게 한 모욕은 그대로 1권에서 패트릭이 당한 고통을 어느 정도 상기시킨다.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은 왜 이 파티를 가져왔는가 소니의 파티가 데이비드 저녁 만찬의 확장판임에 다름 아님을 떠올려볼 때 그것은 패트릭에게 고통을 안겼던 그 세계가 실은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것임을 보여주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해, 이 소설에서 오빈은 영국의 상류층이 가진 저열한 의식을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통해(소설에 묘사된 마거릿 공주의 모습은 실제 모습을 많이 가져왔다고 작가가 밝혔다고 한다.) 낱낱이 까발리려 했던 것이다. 독자로 하여금 이런 사람들이 지배하는 영국에 과연 일말의 희망 같은 게 있을까 자문하도록 하기 위하여. 그런데 패트릭은 쉽게 이 세계를 떠나지 못한다. 가지 않으려 했다가 결국은 이 파티에 참석하는 것처럼. 그렇지 않아도 그는 소설 초반에 평생 두 곳에 동시에 있어야 할 필요 때문에 지쳤다(p.14)고 말한다. 아버지 세계를 증오하면서도 한 편으론 떠나지 못하는 자신을 빗댄 것이 아닐까 한다. 희망의 부재는 그 어정쩡함에 있다. 패트릭이 소설의 마지막에 바라봤던 백조처럼 아버지 세계에 발을 들이밀고 있는 한 아무리 구원을 찾으려 노력을 해도 그것은 무용한 여정인 것이다. 그러므로 소설은 일말의 희망이 어디에 있는지 거꾸로 보여주는 셈이다. 아버지 세계와의 결연한 결별에 존재한다는 걸 말이다. 다음에 이어질 네 번째 작품의 제목은 '모유'다. 이것은 패트릭이 이제 아버지의 세계를 떠나 어머니의 세계에서 구원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뜻일까? 진실은 아마도 직접 책을 읽어봐야 알게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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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멜로즈 일말의 희망 서평
이 책은 패트릭 멜로즈 시리즈 5권 중 3권인 일말의 희망이다. 패트릭 멜로즈 시리즈가 밝은 분위기의 이야기가 아님에도 계속 궁금했던 이유는 그만큼 이 책의 주인공인 패트릭 멜로즈에 대한 이야기를 잘 풀어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권 시리즈의 각각의 책의 제목을 보면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잘 드러나고 있다. 3권인 일말의 희망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패트릭 멜로즈의 변화,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알 수 있었다. 1권, 2권, 3권까지 읽어오면서 패트릭 멜로즈의 어렸을 때부터 성인까지의 삶을 물론 그 삶의 일부분들이지만 알아갈 수 있었다는 점이 매력적인 책이었다. 1권의 아버지의 학대, 2권의 마약과 같이 1, 2권은 충격적인 내용들이 많아서 기억에 오래 남을 정도로 인상적인 책이었고, 3권은 이제 조금은 그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책이었다. 3권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패트릭 멜로즈는 이제 20대가 지나서 30살이 되었다. 패트릭 멜로즈는 마약에서 벗어나서 살아가게 되는데 그 후 파티에서의 이야기이다. 30살이 된 이야기이지만 여전히 예전 이야기들에서 나왔던 사람들이 등장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이번 편은 패트릭 멜로즈의 이야기와 함께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많이 살펴볼 수 있었다.
(17p) 패트릭 멜로즈 시리즈에서 드러나지 않은 내용들이 정리된 부분이었다. 2권의 마약 중독의 하루를 보여주었다면 8년 후에 마약 중독에서 벗어났고, 그럼에도 아직도 성숙하지 못했다는 패트릭 멜로즈의 이야기이다. 그가 어렸을 때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 그리고 성숙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이유는 주변의 상황도 작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트릭 멜로즈가 30살에서 또 8년이 지난 후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115p) 패트릭 멜로즈가 조니와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는데 이 부분의 이야기가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이었다. 앞에서 방황하던 패트릭 멜로즈의 변화가 느껴지는 부분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더 이상 어린애로 있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 그리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패트릭 멜로즈 시리즈를 보면서 이 책의 주인공인 패트릭 멜로즈가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한 이유는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을 보면서 패트릭 멜로즈의 변화로서 이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변화하고, 이 이야기의 끝을 알 수 없게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패트릭 멜로즈 시리즈가 5권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이제 3권으로 중간까지의 내용이 지나갔다. ‘고통과 기쁨, 유머와 비애, 신랄한 풍자까지 세상 모든 감정이 생생히 살아있는 빛바랜 상류층의 뒤틀리고 비틀어진 자화상’ 이라는 뒷 표지의 이야기가 다시 떠오르는 3권이었다. 일말의 희망을 보게 된 패트릭 멜로즈의 다음 4권의 이야기, 그리고 결말이 궁금해진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드라마 패트릭 멜로즈의 원작 소설이었던 이 책을 읽어보면서 패트릭 멜로즈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원작 소설의 이야기를 드라마에서 어떻게 표현했을지 드라마의 이야기가 알아보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다음 패트릭 멜로즈 시리즈의 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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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슬픔에 새로운 눈물을 낭비하지 말라.' 영화 <신과 함께>에 처음 나온 대사인 줄 알았는데 그리스 3대 비극 시인 중 한 사람인 에우리피데스가 남긴 말이라고 한다. 영국 작가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대표작 <패트릭 멜로즈 5부작> 제3권 <일말의 희망>은 유년 시절 친아버지로부터 끔찍한 학대를 당하고 그 후유증으로 약물 중독에 시달린 패트릭 멜로즈가 서른 살이 되어 새로운 삶을 맞이하는 모습을 그린다. 10대와 20대를 약물에 의존하는 상태로 보낸 패트릭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약물 중독 치료를 받고 과거의 트라우마로부터 조금씩 벗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와 무책임하게 방치했던 어머니에 대한 증오를 완전히 잊을 순 없었는데, 그러던 차에 패트릭을 기억하는 영국 상류층 사람들로부터 한 파티에 초대받게 되고, 패트릭은 이 파티에 갈지 말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옛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아버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패트릭의 마음은 산산이 부서진다. 그들은 패트릭의 아버지가 '좋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하지만, 패트릭이 아는 아버지는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다. 친자식에게 고함을 지르고 폭력을 휘둘렀던 사람, 성적인 학대를 가하고도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았던 사람. 패트릭은 아버지가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아버지의 진실을 까발리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끝내 그 진실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일부러 망치고 싶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어쩌면 자신에게도 남아 있을지 모르는 - 아니, 남아 있을 것이 분명한 - 아버지의 흔적들을 굳이 들춰서 그들이 보게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파티에 참석한 패트릭은 예나 지금이나 위선적이고 모순적인 영국 상류층 사람들의 모습을 목도하고 좌절하는 한편 안심한다. 불과 이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패트릭은 아버지의 말 한 마디에 벌벌 떠는 가엾고 힘없는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 아버지는 죽어서 세상에 없고 패트릭은 어엿한 어른이 되었다. 어른들의 파티에 끼지 못해 울적해 하는 어린아이를 달랠 수도 있고, 입만 열면 쓰레기 같은 말을 내뱉는 어른들을 조롱할 수도 있다. 패트릭의 가족과 유년 시절을 망친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이지만, 그 이후의 삶을 통제하는 것은 전적으로 패트릭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닫는다. <패트릭 멜로즈 5부작>은 작가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으며, 20년에 걸쳐 집필되고 발표되었다. 3권에 이르러서야 '일말의 희망'을 발견한 패트릭이 이후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몹시 궁금하다. <셜록>, <닥터 스트레인지> 등으로 유명한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패트릭 멜로즈>가 오는 금요일 8월 24일 캐치온에서 국내 최초 독점 방송될 예정이다. 원작 소설의 씁쓸한 분위기를 어떻게 드라마로 표현했을지 궁금하다. 이번 주 금요일에 꼭 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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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말의 희망, 과거를 고백한다는 것에 대하여
패트릭의 아버지 데이비드가 죽은 지도 8년이 흘렀다.
난 살아갈수록 점점 더
패트릭은 어린 시절의 자신이 겪은 일을 친구 조니에게 고백한다.
난 늘 진실이 나를 자유롭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진실은 그냥 사람을 미치게 할 뿐이야.
진실을 말하는 게 사람을 자유롭게 해 줄지도 모른다는 조니의 위로도 있었지만
어린 패트릭에게 괜찮지 않은 일이 벌어졌던 하루를 다룬 ≪괜찮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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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말의 희망 /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 현대문학
어느 새 서른 살이 된 패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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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컴버배치의 버킷리스트 드라마 <패트릭 멜로즈>원작 소설 5부작! 1부 패트릭의 어린시절 어느 하루동안에 일어난 아버지로부터의 성적 학대를 당하는 죽고 싶을 정도의 치욕적인 순간의 이야기 [괜찮아], 2부의 청춘의 아름다워야 할 날들을 마약에 빠져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을 당하는 나날들에 아버지의 죽음을 맞딱드리게되는 어느하루동안의 이야기 [나쁜 소식]에 이어 마약을 끊고 새로운 삶에 도전하려는 패트릭의 아버지에 대한 여전한 고뇌와 갈등을 그린 [일말의 희망]을 펼쳐 들고 읽는다. 일말의 희망이라는 책 제목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버지로부터 해방된 패트릭이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30대를 새롭게 시작하려는 모습에서 희망을 엿보게된다. 그러나 그에게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숙제가 남아 그를 깊은 사색과 고뇌에 빠지게 만들어 여전히 반항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어느 파티에 초대되어 그곳을 향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온갖 정치적이고 사상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들으며 속물 근성의 인간들의 속살을 낱낱이 엿보게 되는데 패트릭은 파티에 가기전 절친 조니에게 그누구에게도 털어 놓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비밀을 털어놓기로 결심하게 된다. ‘난 늘 진실이 나를 자유롭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진실은 그냥 사람을 미치게 할 뿐이야.‘ ‘진실을 말하는게 너를 자유롭게 해 줄지도. 결국 고통을 더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과 더 많은 거리를 두고 다른 무언가에 더 많은 애착을 가지는 거야‘ p116 패트릭의 충격적인 고백에 세상이 반으로 쪼개졌겠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격한 공감을 하지만 뻔한 이야기라는 그 다음 이야기에 상처받게 되는 패트릭! 타인들에게 존경 받는 아버지와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한 아버지의 이중적 괴리감을 혼자만 겪어내면서 괴로워했던 순간들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으나 그 순간 또 다른 숙제를 떠 앉게 되고 마는 패트릭! 그에게는 비밀스럽고 복잡했던 그 모든 순간들이 뻔한일이 되고 보니 아버지를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게 되고 자신에게 아버지를 용서하고 아버지와 화해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 생각하기에 이른다. ˝어쨌든 난 네가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는다고 나쁘다는 말을 하는게 아니라 그 중오에 얽매여 있어서는 안된다는 거야.˝ ˝얽매여 있는 건 의미가 없죠. 하지만 자유로워진 척하는 건 더 의미가 없어요. 저는 어떠한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는 것 같아요. 그건 어쩌면 다른 무언가에 흥미를 느끼는 것과 같은 단순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p209 어린시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앤 아줌마와의 대화속에 지금껏 패트릭이 아버지를 어떻게 대하고 생각하고 그 생각이 변화되고 있는지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파티장에 초대되어 온 사람들이 좋거나 나쁘거나 각자의 시간을 즐기고 하나둘 떠나가는 순간 패트릭 또한 그 자리를 떠나 눈쌓인 길을 걷고 백조와 갈매기떼를 바라보며 자신안에 일어나는 어떤 파장을 느끼며 3부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파티장에 모여드는 사람들의 각각의 이야기들이 모두 흥미롭지만 마거릿 공주의 이야기와 브리짓과 소니와 신디의 이야기가 한편의 막장드라마 혹은 중세시대 여왕이 군림했던 영화처럼 가장 스릴있고 흥미롭게 전개된다.물론 그와중에도 고뇌와 사색에서 헤어나지 못한 패트릭의 이야기가 이 모든 이야기를 끌고 가는 핵심이 된다. 다만 은유적이고 함축적이며 비판적인 의미의 대화나 문장들이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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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정체성이란 그게 전부인지도 모르겠어요. 자신의 경험에서 필연을 발견하고 그 필연에 충실하게 사는 것." p.212
서른 살이 된 패트릭은 영국 시골에 사는 소니의 생일 파티에 가게 된다. 상류층들이 모인 파티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동생 마거릿 공주를 비롯해 프랑스 대사 부부와 귀족, 부자들이 한데 모여 으스대며 영양가 없는 대화를 나눈다.
패트릭은 어린 시절 자신을 성폭행 한 아버지에게 가진 평생의 원한을 이제는 떨쳐내려고 한다.
"이젠 증오하기도 지쳤어. 계속 이런 식으로 살 수는 없어. 증오 때문에 그 일에 속박되는 건데, 나는 더 이상 어린애로 있고 싶지 않아." p.115
이전 시리즈 <나쁜 소식>에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시신을 보기 위해 뉴욕에 간 20대 초반 패트릭의 마약으로 찌든 하루를 보여줬었다. 시리즈 3권인 이 소설에서는 세월이 조금 흘러 서른 살이 된 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약을 했고 마약이 아니면 단 1분이라도 견뎌낼 수 없던 패트릭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완전히 마약을 끊고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놔주지 않는 과거에서도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섯 살 때 시작된 아버지의 성폭행과 어머니의 무관심으로 이 모든 것을 오로지 홀로 감당해낸 패트릭이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 누군가에게 말하기란 어려웠다. 더군다나 아버지는 자기 자식과 아내 외의 모든 사람들에게는 존경받는 인물이자 멋진 신사였기 때문이다. 패트릭은 소니의 파티에 가기 전, 가장 친한 친구인 조니와 만나는 자리에서 어떤 말로 꺼내야 할지 모를 그 일을 이야기했고, 당연히 조니는 친구의 편을 들어주며 욕을 해준다. 그러나 그 진실을 털어놓은 후 패트릭은 생각보다 후련하지 않다는 걸 느낀다. 어쩌면 그 사건을 떨쳐버리려고 마음먹었을 때 패트릭의 마음에서 이미 떠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독하게 중독됐던 마약을 끊고 아버지에 대한 증오에서도 벗어나 이제는 제대로 살아보고자 했기 때문에 과거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다. <일말의 희망>이라는 책의 제목에 걸맞게 패트릭의 앞날이 달라질 수 있는 희망이 엿보이는 것 같았다.
"내가 어렸을 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다 저런 사람들이었거든. 제법 세련된 것 같지만 사실은 백조처럼 무식한, 냉정하고 따분한 사람들." p.178
온전한 삶의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는 패트릭의 배경에는 상류사회 파티가 있었다. 이들의 가식과 이중적인 모습, 그리고 계급 의식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자신들도 상류층 출신이 아니면서 신분에 연연하고 상대방의 그런 모습을 보며 속으로 비웃고, 이혼을 염두에 두고 양육권을 가져가기 위한 행동을 한다. 거기다 아픈 아내를 두고 파티에 가면서 콘돔을 챙기는 남자의 모습은 어이없었고, 공주에게 굽신거리고 싫어하는 음식마저 좋다고 아부하는 게 우스꽝스러웠다. 시대적 배경이 현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구시대적인 계급 사회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모습 때문에 때로는 배경이 20세기 초라고 착각하게 했다. 이런 사람들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무리라고 생각하니 더럽기 그지없었다. 특히 자식을 성적인 시선으로 볼 수도 있다고 옹호하는 듯한 발언은 역겹기까지 했다. 패트릭이 그 얘기를 들었다면 얼마나 불쾌했을지.. 차라리 그 자리에 없던 게 다행이었다.
영국 상류 사회의 비판과 증오에 얽매여있던 한 남자가 족쇄를 풀게 되는 내용을 보여줬다. 패트릭이 죽은 아버지를 향한 증오를 떨쳐버렸으니 이제는 어머니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상처에서도 벗어나는 과정만 남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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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은 잠에서 깼다. 꿈을 꾼 건 알겠는데, 무슨 꿈인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의식의 가장자리 너머로 사라진 것이 무엇인지 떠올리려고 애를 쓸 때의 익숙한 아픔이 느껴졌다. 그러나 달리는 차가 일으킨 바람에 종잇조각이 날리는 걸 보고 차가 지나갔다는 것을 알듯이, 그는 꿈이 남긴 것으로 그 꿈을 추측할 수 있었다. (p. 13)
아버지가 죽고 8년의 세월이 흘렀다. 청년기는 지나갔지만, 그 자리에 성숙의 흔적은 없었다. 슬픔과 탈진이 증오와 광기를 숨기는 경향을 '성숙'이라고 하지 않는 한은 그랬다. 많아지는 선택지와 두 갈래길을 늘 마주한 듯한 느낌은 어느새 긴 실종 선박 목록을 보며 부둣가에 서 있는 것 같은 황량한 느낌으로 대체되었다. (p. 17)
패트릭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수치스럽기도 한 진실을 남에게 말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불만스러웠다. 고백의 카타르시스는 없었다. 어쩌면 너무 추상적으로 말했는지도 모른다. 그가 말하는 '아버지'는 자신의 여러 정신적 장애의 집합을 가르키는 암호명이 되어 있었다. (p. 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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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하리만큼 성적 학대를 받은 어린 시절, 약물 중독, 난잡한 성생활 등 작가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인 '패트릭 멜로즈' 세 번째 이야기 《일말의 희망》. 첫 번째 《괜찮아》에서는 영국 상류층의 뒤틀리고 쪼개진 욕망과 기이한 캐릭터의 향연으로 신사의 나라 영국 사회에 큰 파장을 주었는데요. 소설 속 패트릭은 작가 오빈을 투영한 캐릭터이며, 1부 《괜찮아》는 소년의 어린 시절을 다루고 있습니다.
패트릭은 지난 30년 동안 비밀로 간직해 온 사실을 조니에게 고백하기로 마음먹은 터라 점점 더 뒤숭숭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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