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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리듬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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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살면 시골에 살고 있는데도 시골 같지가 않다. 창문으로 작은 마을이 보이고 논과 밭이 보이는데도 말이다. 우리집은 아니지만 앞동은 그 작은 마을의 마당까지 훤히 보인다. 마당엔 경운기가 놓여 있고 햇빛을 쬐고 있는 할머니도 보이고 검은 염소와 흰 강아지가 쫄랑대는 것도 보인다. 게다가 하얗게 핀 목련도 보인다. 벌써 목련이 피었다. 아파트 화단엔 노란 개나리, 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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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살면 시골에 살고 있는데도 시골 같지가 않다. 창문으로 작은 마을이 보이고 논과 밭이 보이는데도 말이다. 우리집은 아니지만 앞동은 그 작은 마을의 마당까지 훤히 보인다. 마당엔 경운기가 놓여 있고 햇빛을 쬐고 있는 할머니도 보이고 검은 염소와 흰 강아지가 쫄랑대는 것도 보인다. 게다가 하얗게 핀 목련도 보인다. 벌써 목련이 피었다. 아파트 화단엔 노란 개나리, 붉은 동백이 피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봄이다. 김유정의 소설이 읽기 좋은.... 이 책 ‘원본 김유정 전집’은 그야말로 김유정이 발표한 모든 소설, 수필, 일기, 게다가 잡지에서 기획한 설문 답안까지 원본 그대로 모아놓은 책이다. 대개가 1930년대에 발표된 것으로 그때 쓰였던 언어 그대로다. 게다가 김유정은 워낙에 농촌을 배경으로 한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언어를 주로 사용하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어휘(뭐 우리가 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읽거나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들 때문에 읽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첫 번째 단편인 ‘산골나그네’만 읽으면 그다음엔 특유의 운율감(읽으면 정말로 운율감이 느껴진다. 정말로 우리 말을 우리 글로 잘 옮겼을 때 나오는 현상일 것이다)으로 인해 술술 잘 읽힌다. 게다가 김유정의 소설은 재미있다. 정말로 소박하다는 느낌이 든다. 멋부리는 글에 내가 참 많이 익숙해져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단편들 대부분은 지독히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너무너무 가난하여 자식도 내팽개치고 아내도 팔아 먹는다. 돈에 눈이 멀어 친구를 죽이고 형제를 사기친다. 가해자는 대개가 남자들이고, 이때까지만 해도 여자는 사람도 아니다. ‘봄봄’이나 ‘동백꽃’은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진짜로 명랑극이다. 소설은 순 우리말을 무궁무진하게 썼는데 일기나 수필, 편지에는 한자를 많이 썼다. 책 자체가 아주 잘 만들어졌다. 양장본(진정으로 양장할 가치가 있다)으로 나왔는데 편집이 아주 마음에 든다. 깔끔하고 품위 있다. 하도 헐렁해서 종이값 아까운 생각이 드는 책들이 많은데 이런 면으로도 이 책은 아주 훌륭하다. 익숙한 ‘봄봄’과 ‘동백꽃’을 비롯 많은 단편들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김유정의 작품이 영화나 연극, 드라마로 많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인과 우문현답이라는 설문지 1. 다시공부를 하신다면 어느학문을 하시겠읍니까? 1. 그학비를 가지고 조고맣게 매가를 내겠읍니다. 그러니까 상업공부지요. 2. 무인도에 가서 평생을 살게 된다면 무엇을 가지고 가시렵니까? 2. 권연과 술 몃통 들고갈까요. 김유정 다운 대답이라고 해야 하나... 독후감 올리면서 보니 절판됐단다. 좋은 책은 꼭 이런다니까.. 씁쓸.
n****5 2004.03.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