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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용도 3 이 책은 『세상의 용도』라는 특이한 제목의 이 책은 여행기다. 저자는 니콜라 부비에. 원래 이 책은 단권으로 출판된 책인데,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판되면서 세 권으로 분권 출판되었다. 이 책은 그 중의 세 번째 책, 마지막인 3권이다. 이 책은 어떤 책인가 간단히 말하면 1953년에서 1954년 사이에 두 스위스 청년- 저자와 친구인 화가 티에리 베르네– 이 제네바에서 시작하여 유고슬라비아, 터키, 이란, 파키스탄을 거터 아프카니스탄의 카불까지 여행한 것을 기록한 여행기이다. 그들은 자동차 – 피아트 –를 끌고 여행을 한다. 이 피아트가 드디어 말썽을 일으킨다. 아프카니스탄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에서 엔진이 멈추고, 그 고장을 고치다가 저자는 손가락 네 개를 뼈가 보일 정도로 깊이 베인다. (80쪽) 또한 3권에서는 그동안 여행을 같이 하던 친구 티에리와도 작별하게 된다. 친구가 결혼할 연인 플로를 만나러 실론으로 가야했기 때문이다. 친구와 작별하고, 이 책도 이제 끝이 나려한다. 이 책의 내용은? 3권에 기록된 여행지는 이란을 거쳐 아프카니스탄에 이른다. 여기에서도 저자의 시각은 동일하다, 여행지에서 각 지역의 삶 속으로 들어가 내밀을 살피기도 하고 때로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만큼 거리를 두기도 하며, 인생을 관찰하는 것이다. 또한 각 지역의 지리적 정보와 역사적 사실들, 사람이 살아가는 곳은 어디나 제 나름대로의 모습을 지닌 채 시간과 함께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행은 <여행은 마치 나선처럼 그 자체 위를 지나가면서 올라간다. 그것이 우리에게 신호를 보냈으므로 우리는 그냥 그것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다.>(73쪽) 발루치족, 티베트, 그리고 우리나라의 개똥이. 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나 같은가 보다. 이 책의 기록에 의하면, 발루치 족은 자신들을 '불운'이라는 의미를 가진 '발루치'라고 부름으로써 그 불운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한 티베트 사람들도 어린아이에게 옴이라든가, 똥, 쓴맛 같은 이름을 붙여주는데, 그것은 젖을 뗄 때까지 아이들을 귀신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25쪽) 그런데 우리나라도 그런 풍습이 있었지 않은가 아이들의 아명을 개똥이, 쇠똥이라고 지었던 우리 풍습도 있으니, 세상은 어디가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그러나 다른 것도 많다. 세상 살아가는 것이 모두 같기만 하면 얼마나 좋으랴, 다른 것들도 많이 있다. 아프카니스탄, 이곳 사람들은 지나친 공손함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98쪽) 하기야 공자도 과공비례(過恭非禮)라 했으니, 이건 같은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손님을 접대하면서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 것을 시작으로 온갖 시시콜콜한 질문으로 손님을 녹초로 만드는 사람은 괴상한 사람으로 여긴다. 글쓰기에 관한 저자의 열정. 저자가 글쓰는 사람이라, 여행을 하면서 어떻게 글을 쓰는지 궁금했다, 또한 그가 글쓰기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생각을 어떤 것이니 궁금하기도 했다. 다음은 저자가 글쓰기와 관련하여 3권에서 일어난 일, 저자의 발언 등이다. 타이프 자판에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타자기 자판 중 대문자 몇 개를 용접하기 위해 수리공을 찾아 가기도 한다.(28쪽) 이런 글을 읽으면 유쾌해진다. 여행을 하면서 저자가 겪은 고생을 생각하면 글 속에 짜증도 원망도 실려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해서 이런 글을 읽으면 입가에 미소가 어리게 되고, 유쾌하게 된다. <중앙 아시아에서 쫓겨 쏜살같이 도착한 스키타이나 쿠치 유목민들은 오늘날의 화폐 전문가와 고고학자들에게 행운을 안겨주기 위해 각자 자기가 가진 돈을 미친 듯이 땅속에 묻었다.>(108쪽) 사라진 원고 카알라일에게 원고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방을 청소하던 하녀가 카알라일의 원고로 불을 피운 것이었다. 2년 동안 쓴 원고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었다. 그런 사건이 저자에게도 벌어졌다. 짐을 꾸리다가 겨울 내내 쓴 원고가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웨이터가 방을 청소했는데, 그 원고를 쓰레기인줄 알고 버린 것이다. 그 원고를 찾기 위하여 저자는 시내의 쓰레기 하적장에 가서 쓰레기 더미를 뒤질 수밖에 없었다. (57쪽) 쓰레기 더미에서 얻은 생각 그렇게 쓰레기 더미를 뒤지다가 저자는 위대한(?) 생각 하나를 건진다. <우리는 이 쓰레기 속에서도 이 도시구조의 쇠잔한 이미지 같은 것을 발견했다. 가난이 만들어내는 쓰레기는 부(富)가 만들어내는 쓰레기와는 다르다. 각 계급은 그 나름의 오물을 가지고 있으며, 일시적인 불평등을 보여주는 사소한 지표들이 여기에도 존재하였다.>(61쪽) 멋진 금언을 만나다. 2권에서는 속담을 만났는데, 여기 3권에서는 금언 하나를 알게 된다. <달콤한 것도, 쓰디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원자와, 원자들 사이의 빈 공간만 존재할 뿐이다.> (65쪽 – 데모크리토스) 원자론을 주장한 데모크리토스다운 발언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여행기 제목이 왜 『세상의 용도』일까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인데, 읽어보면서 찾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1권과 2권에서 그런 '용도'라는 말을 뒷받침하는 말을 열심히 찾았다. 그런데 3권까지 읽다가 보니, '세상의 용도'라는 의미를 찾기 위해 그렇게 하나하나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이 세상이 바로 교재요, 배움터인 것이다. 살아가는 지혜는 살아가면서 찾아야 한다. 그것이 여행이면 더욱 좋다. 저자가 이 책에서 제네바에서 아프카니스탄의 카불까지 여행을 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그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는데, 바로 그게 이 세상을 이해하는데,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쓰이는 것들 – 지혜라 표현해도 좋지만, 그런 지혜를 넘어서는 – 인 것이다. 저자는 <여행은 마치 나선처럼 그 자체 위를 지나가면서 올라간다. 그것이 우리에게 신호를 보냈으므로 우리는 그냥 그것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다.>(73쪽)고 하는데, 인생도 그런 것 아닌가. 인생이 우리에게 따라오라 신호하니, 우리는 그냥 그것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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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1953~1954년 한 사람은 26세인 작가, 또 한 사람은 28세인 화가인 두 스위스 청년이 제네바에서 유고슬라비아, 터키, 이란, 파키스탄을 거쳐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을 다녀온 내용을 담은 기록으로, 동유럽에서 중동을 거쳐 중앙아시아로 떠난 여행기이자 산문집인 여행 이야기입니다. 이번에 번역된 이 책은 총 3권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권은 발칸반도, 그리스, 터키를 2권은 이란과 중앙아시아를 3권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여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무려 60년도 더 지난 오래된 내용에다가 요즘 정서나 특히 아무래도 스위스와 문화적 차이가 큰 한국에서 이 책을 읽는 다는 것이 진부한 소설을 읽는 느낌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첫 여행지인 당시 유고슬라비아로 동구권 공산주의 국가에서의 여정에서부터 그러한 우려는 완전히 날려 버렸습니다.
이 책은 ‘여행은 동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서장에서 ‘사흘 전에 제네바를 떠나 느긋하게 자그레브에 도착해 보니, 티에리가 보낸 편자가 우체국 유치우편으로 와있었다’로 첫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여기에 티에리는 티에리 베르네로 이 책의 저자인 니콜라 부비에가 동행하게 되는 바로 28살의 화가인 스위스 청년입니다.
티에리는 보스니아 한가운데의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에 있었고 저자는 7월말에 고물 피아트 자동차에 짐을 싣고 베오그라드에서 티에리와 만나 터키와 이란, 인도, 그리고 어쩌면 더 먼 곳까지 가기로 계획을 세운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그러한 행동을 실행시킬 2년의 시간과 넉 달을 버틸 수 있는 돈이 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계획 자체는 확실치 않았지만, 이런 종류의 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우선 떠나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무작정 떠난 여행이 순탄하다면 제대로 된 여행이 아닐 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지 곳곳에서 자유로움과 그 곳의 경치와 풍경 그리고 사람들과 만남을 즐기던 저자도 종종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외딴 곳에서 편의시설 없이 머무는 건 견딜 수가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면, 치안이 제대로 안된 곳에서 의사 없이 사는 것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우체국원이 없는 곳에서는 오래 못 견딜 것 같다. 오랫동안 우체국으로 가는 길은 의식의 길이었다."
그리고 넉 달분으로 준비한 돈은 당연히 금방 바닥나기 마련입니다.
"돈이 돌고 돈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다. 돈은 위로만 올라갈 뿐이다. 제물로 바쳐진 고기 냄새가 세력가들의 콧구멍까지 흘러가듯이 자연스러운 성향에 따라 상승하는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도 자기 본래의 모습을 조금도 내던지려 하지 않겠다는 게 정말 얼마나 터무니없는 계획인가. 원래의 어리석은 자로 그대로 남아있겠다니. 내가 아는 한 마치 샤일록처럼, 여행자에게 ‘살덩어리를 떼어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렇지만 이들에게는 젊음과 무제한에 가까운 시간이라는 도구가 있습니다. 작가는 글을 쓰고 화가는 그림을 그려 전시를 해가며 돈을 벌면서 여행을 이어나갑니다. 심지어는 어떤 때는 식당에서 일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는 9주일을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이 있었다. 돈의 액수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시간은 넘쳐났다. 우리는 일체의 사치를 거부하고 오직 느림이라는 가장 소중한 사치만을 누리기로 작정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여행의 참뜻이 무엇인지 생각해 가게 됩니다. “여행은 동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냥 그 자체로서 충분하다. 여행자는 자기가 여행을 하고 있다고 믿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는 여행이 여행자를 만들고 여행자를 해체한다.”
예전에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쿠바혁명의 전설적 혁명가 에르네스토 게바라(1928~1967)와 그의 친구이자 선배인 알베르토 그라나도가 라틴아메리카를 1951년 12월부터 1952년 8월까지 9개월 동안 무일푼으로 여행하면서 세상에 눈뜨고 세상을 만난 여행기를 영화화 한 작품입니다. 이 여행을 계기로 장래가 촉망받는 의사였던 체 게바라는 남아메리카의 현실에 눈을 뜨게 되고 혁명가로 거듭나게 됩니다.
이 책을 살펴보면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언급한 것은 영화를 좋아하는 제게 이 책을 영화화 하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너무 방대한 내용이라 영화화가 쉽진 않겠지만, 만들어 진다면 여행의 내면이 담긴 여행가들을 열광시킬 대작이 될 듯합니다.
이 책에는 수많은 나라와 사람들이 나오지만 무엇보다도 저자는 단순한 관찰자의 입장이 아닌 실제로 그 곳의 주민인 것처럼 느끼고 서술하고 있는 듯합니다. 계속 나오는 것이 이 방대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하는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입니다. 이 두 여행자는 수많은 사건과 고난을 겪습니다. 이란에서는 정치적 분쟁에 말려들어 감옥에 갇히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각 여행지의 혹독한 기후로 힘들었던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도 위험한 지역인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진짜 죽을 뻔 한 위기를 넘기기도 합니다.
이 책에는 수많은 각주가 있어서 생소한 지명이나 책 속에 언급되는 다양한 인물이나 용어들에 대한 설명이 수록되어 있어 일일이 인터넷 등을 찾아서 보는 수고를 덜어 주어, 책을 읽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1963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절판을 거듭하다가 1985년과 2014년에 수정판이 나왔습니다. 뛰어난 사진작가였고 고문서학자이자 시인이었으며 무엇보다 여행자였던 니콜라 부비에는 1998년, 베르네는 1993년 각각 사망했습니다. 생전에 부비에는 스리랑카 여행을 통해 ‘물고기-전갈’이라는 책을 쓰고, 일본에서는 ‘일본 연대기’를 완성했으며 한국도 방문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처럼 앞으로의 더 많은 여행의 전초가 된 이 여행에 대해서 그리고 그 ‘공백’에 대해서 말합니다.
"그날 나는 내가 뭔가를 움켜쥐었으며, 그리하여 삶이 변화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것은 결코 완벽하게 획득되지 않는다. 세계는 마치 물처럼 잔물결을 일으키며 당신을 통과하고, 당신은 잠시 물 색깔을 띠게 된다. 그러고 나서 그것은 당신이 당신 가슴 속에 담아가지고 다니는 그 텅 빈 공간 앞에, 영혼의 불충분함 앞에 다시 당신을 세워둔 채 물러난다. 당신은 역설적이게도 우리를 움직이는 가장 확실한 동인일지도 모르는 이 공백, 이 불충분함과 어깨를 부딪치며 싸우는 법을 반드시 배워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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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상의 용도 2권까지 주인공들이 겪어야 했던 여정이 생각보다 너무 험난했었기 때문에 마지막 3권에서는 조금은 편안한 여행이 되길 바랬던 저에게 이 책의 시작은 좋았어요. 여기서부터는 아스팔트가 깔린 도로입니다라는 표지판으로 포문을 열었기에 이번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여행기는 먼지 풀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잊을 수 있으리라고 믿었죠. 어찌나 여행이 고단했으면 그들은 어디를 가든 잠만 잘 정도였고 그 모습이 어찌나 안쓰러웠던지 녹초가 된 그들이 푹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답니다. 사막을 건너 온 여행자들 만큼이나 그곳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의 삶은 더욱 더 고단한 것이었고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절박함을 작가가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어도 충분히 그냥 풍경 묘사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건조함이었죠.
이번 세상의 용도 세번째 이야기의 부제인? 세계는 잔물결을 일으키며 당신을 통과하고, 당신은 잠시 물색깔을 띄게 된다라는 아름다운 묘사에 어울리는 풍경을 3권에서 찾으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그것을 연상시키는 장면은 결국 찾지 못했고 문득 이 부제는 마지막에 작가의 글 속에 내포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짐작만을 남겼답니다. 작가는 당신이 당신 가슴 속에 담아가지고 다니는 그 텅 빈 공간 앞에 영혼의 불충분함 앞에 다시 당신을 세워둔 채 물러난다고 언급한 문장이 있었는데 그의 부제는 결국 이 고단한 서남 아시아의 메마른 땅에서 오아시스를 찾고 싶은 열망을 그대로 담아낸 것이라고 제 마음대로 해석해버렸답니다. 왜냐면 제가 연상한 것이 바로 그 간절한 오아시스였으니까요. 기억을 더욱 확실하게 인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의외로 냄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내용을 만난 것 만으로도 저는 세상의 용도 3권을 읽은 충분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냄새가 아니었다면 그는 그날을 잊어버릴 수도 있었다고 하니 깊은 슬픔이 발루치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계속해서 우리의 잔을 채워주면서 바람이 살찍 일어나면서 눈물을 닦으며 만족스러운 한숨과 정성들여 다듬은 모든 것들을 어루만지는 그 모든 풍경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이유는 아마도 달콤한 것도 쓰디쓴 것도 존재하지 않으며 원자와 원자들 사이의 빈 공간만 존재할 뿐이라는 데모크리토스의 냉혹한 금언이 무척이나 이율배반적으로 느껴지던 순간. 그 시간을 완벽하게 표현한 수려한 문체가 더 기억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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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운명인 사람들이 있다. 니콜라 부비에가 그랬다. 그는 작가이자 사진가, 고문서학자이자 시인이었지만, 항상 여행자였다. 여행은 그의 삶을 파괴시키는 동시에 세상과 그를 이어주는 길(통로) 그 자체였다. 그는 여행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해 나갔고, 그것은 그의 책을 통해 기록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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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여행도 끝나간다. <세상의 용도>는 1950년대 스위스를 출발한 두 청년의 여행기이다. 유럽 발칸반도를 출발해 인도까지 자동차를 타고 가는 여행으로 195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보면 대단한 여행이었다. 루트 사막을 건너 파키스탄의 퀘타 지방에 도착하고 퀘타를 지나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지난다. 아프가니스탄으로 간 두 청년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하나의 특권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인도의 영국군은 아프가니스탄을 확실하게 장악할 수가 없자 동쪽과 남쪽에서 이 나라를 접근하는 통로를 완전히 봉쇄해버렸다. (중략) 사무실도 방책도 아무런 검색도 없이, 오직 흙집들 사이로 난 비포장도로뿐이었다. 이 나라가 마치 방앗간처럼 활짝 열려있는 것이었다. 자벌레나방이 구름처럼 날아다니는 가운데 찻집에서 차를 마시던 병사 세 명은 세관과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 세관원은, 저녁기도를 드리려고 집에 간 것 같았다.' (p.81~82) 두 청년의 여행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알지 못하던 것을 알게 되었다. 영국은 러시아의 패권을 저지한다는 명목으로 두 번에 걸쳐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다고 한다. 제1차 영국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1839~1842년에 일어났고, 제2차 영국 아프기나스탄 전쟁은 1878~1880년에 일어났다. 제1차 전쟁에서 영국은 퇴각을 했고, 제2차 전쟁 후 영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하는 듯했으나 1919년 제3차 전쟁 후 아프가니스탄은 영국으로부터 완전하게 독립했다. 우리나라 역시 외국의 침략을 받았었고 독립도 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아프가니스탄의 역사가 우리와 비슷한 현대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일까, 아프가니스탄은 서양과 서양의 유혹에 대해 견고한 정신적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 도착하고 두 청년은 병이 난다. 사막을 건너고 과도하게 신경 쓰고 바에서 밤을 새우면서 건강에 무리가 온 것이다. 화가 티에리는 황달에 걸려 여행을 중단하게 되고 그동안 번 돈을 나눠 가지며 둘은 헤어지게 된다. <세상의 용도>에서 저자도 그렇게 말하지만 언제나 여행은 여유롭고 느릿하고, 빈둥거려야 한다고 말이다. 바쁜 일상에서 여행을 떠나는 목적이 쉼을 위한 것일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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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니콜라 부비에... 그는 화가 친구 티에리와 함께 여행하다가 혼자 인도와 실론, 일본, 한국등으로 여행을 계속 한 인물이다. 제주도 한라산에도 올랐다고 하니, 새삼 더 관심이 간다. 사실, 처음에는 책 제목만 보고 '세상의 용도'란 말이 세상을 알아 보는 것부터 시작하겠거니...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성적 에세이 글이 아니라, 여행자의 시각에서 사람들의 삶과 현지 문화들을 관찰하고 성찰하는 다양한 면면들을 볼 수 있다. 요즘 고전의 매력도 느끼고 있는지라 삶의 성찰을 보여주는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여행기에 동참해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줄곧 이야기를 나누며 땀을 흘리고 밤을 새우다보니 삶의 두께가 얇아지면서 우리는 결국 옆모습으로만 살게 되었다. 최소한의 감동도 우리의 가슴을 에인다 -페이지 56 <세상의 용도 3 >는 저자의 마지막 여정인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을 다루었고, 카불에서 여행동반자이자 화가 친구인 티에리와 이별을 고하면서 홀로 여행을 선언한다. 루트사막을 건너고 영국 느낌이 나는 퀘타에서 테렌스를 만나 여행이 주는 자유로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그리고 사키바에서의 일때문에 녹초가 되어 여행중 바이러스와 병을 앓는 일이 빈번해졌지만, 카불에서의 인상적인 역동감을 느끼면서 저자는 인도로의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 특히, 능력자 바부르 황제가 카불을 다스리게 된 스토리는 아주 흥미로웠다. 이상적인 기후를 가진 카불은 그가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을정도로 매혹적이어서 머물게 된 곳이데, 열 한 두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다민족 국가인 이 카불공국에 바부르 황제가 포도나무를 심어 질좋은 포도를 생산해 냈지만 법적으로 금주시대로 접어 들면서 오히려 포도를 가지고 직접 포도주를 담가먹는 것이 유럽에 전파 되기도 했다고~~ㅋㅋ 상당히 묘사적이고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삶의 다양한 통찰을 보여주는 <세상의 용도 3 >...여행을 하면 뭐가 얻는게 많다고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자신의 불완전하고 텅빈 공간에 스스로를 세워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계속 부딪치며 싸워 나가면서 배우고 채워 나가야 함을 알려주는 <세상의 용도 >.. 보기 드물게 멋진 책을 만나 책 읽는 내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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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책. 삶을 바꿔놓는 힘을 가진 마술의 책들 중 하나. 얼마나 대단한 책이기에 이런 수식어까지 붙혀가면서 소개를 하고 있는 것일까? 겉으로 봐서는 한낱 여행기로만 보이는 책인데 말이다. 특이한 점은 여타 여행기에서는 볼 수 없는 제목이 붙혀있다는 것 뿐. 세상의 용도. 어떤 의미로 이런 제목을 붙혔는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왜 이 책을 지혜의 책이라 소개를 한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여행의 동기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2년의 시간과 넉 달을 버틸 수 있는 돈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여행은 시작된다. 계획 자체는 확실치 않았지만, 이런 종류의 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우선 떠나고 보는 것이다. 이처럼 특별히 정해진 계획없이 한 사람의 작가와 화가가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를 시작으로 아프가니스탄의 국경인 카이바르 고개에 이르는 1년 반 동안의 여정의 결과를 '세상의 용도'란 이름으로 세상에 내 놓게 된 것인데, 기존에 700페이지에 가까운 하드커버 형식의 책에서 휴대의 편리를 위해 이번에 3권으로 분권하여 재출간을 한 책이다. 1권은 발칸반도의 크로아티아를 시작으로 보스니아, 세르비아 등을 거쳐 터키에 이르는 여정을 담고 있고, 2권은 중앙아시아의 이란이 주 무대이고 마지막 3권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여정을 담고있다. 첫 페이지에 작고 초라한 자동차와 한 남자의 사진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아마 이 책의 저자인 니콜라 부비에로 보여진다. 1953년 7월의 어느 날 출발할 즈음에 찍은 사진이 아닐까 여겨진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10년 정도인데다 미국의 자본주의와 소련의 공산주의가 대립하는 냉전시대라 어행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정말 여행의 동기는 필요치 않은가 봅니다. 그리고 20대 중반의 청춘이라는 나이도 한 몫을 했겠지요? 저자가 작가여서일까요? 자신의 눈에 비친 세상 모두를 다 담아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수박씨를 잘근잘근 씹는 아코디언 주자의 모습을 언급하기도 하고 지나던 길에 눈에 띈 벗긴지 얼마되지 않은 곰가죽의 생생함을 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행길에 마주한 세상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에 푸욱 빠져들어 그들의 삶을 깊숙히 들여다 보기도 하네요. 그러면서 세상의 용도가 뭔지 저자의 생각이 하나씩 담겨갑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이들. 그들은 왜 지금 이런 삶을 살고 잇는 것일까. 그리고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동안 저자가 간직한 세상의 지식들이 이것들과 합쳐지면서 새로운 삶이 나타난 것이지요. 그동안 자신의 간직하고 있었던 건 한낱 지식일 뿐이었는데, 이제는 그것이 지혜가 된 것이지요. 그래서 누군가가 이 책을 '지혜의 책'이라고 소개를 한 것 같습니다. 이제야 세상의 용도가 무엇인지 감이 오네요. 아직 나에게 이 책이 전해주는 건 그저 지식일 뿐일겁니다. 아직 나는 세상의 용도를 제대로 써 보지 못했으니까요. 세상을 제대로 써 볼 시간이 내게도 주어지리라 생각하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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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 여정만이 남아있다. 중앙아시아와 이란을 거쳐 온 파키스탄을 경유해 아프가니스탄 지역으로 떠나는 여행인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열악한 곳을 여행하는 것이라 1, 2권과는 다르게 아프가니스탄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