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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권력의 관계를 다루는 담화분석법을 배운 연구자들은 푸코와 페어클럽의 전작을 읽을 수 밖에 없다. 마치 특정 음식에 중독된 사람들처럼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프랑스 사상가 푸코는 '푸코 공장'이라는 호칭이 붙을 정도로 학자들이 일단 푸코의 역사세계에 발을 들이면 푸코의 전문용어와 문제의식에 중독되어 '사생팬'이 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그런 학술계 스타다. 반면에 노먼 페어클럽은 '비판적 담화분석(CDA)'의 원로급 리더이지만, 일반 교양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그의 저서도 중독성이 있다. 페어클럽의 저서로 『언어와 권력』(1989), 『담화와 사회 변화』(1992), 『대중매체 담화분석』(1995), 『비판적 담화분석』(1995), 『새 노동당, 새 언어?』(2000), 『언어와 세계화』(2006), 『정치담화분석』(2012) 등이 있다. 벽돌을 연상시키는 두께의 국역본 『언어와 권력』은 언제 읽어도 흥미진진한 비판적 담화분석의 고전이다. 역자의 번역이 다소 생경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번역에서 애쓴 노고의 흔적이 보인다. 그런데 원서도 세 번째 개정판이 나왔으니 국역본도 개정판이 나왔으면 한다. 비판적 담화분석은 언어가 언제나 사회적이고 정치 이념의 주요영역이고 권력을 위한 투쟁과 갈등의 장소이며 이해관계에 관여하는 도구가 된다고 강조한다. 독자들은 '담화'나 '담론'이란 표현이 매우 생소할 것이다. 담화는 사회구조들에 의해서 결정된 사회적 실천관행으로서의 언어를 뜻한다. 실제 담화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담론질서, 사회제도와 연합된 여러 관례들에 의해서 결정된다. 담론질서는 이념상으로 사회제도 속에 있는 그리고 전체적으로 사회구조 속에 있는 권력관계에 의해 모습이 갖춰진다. 담화는 사회구조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또한 사회구조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따라서 사회유지 및 사회변화에 기여하게 된다. 담화에는 텍스트 자체와 상호작용을 통한 텍스트의 생성 및 해석 과정 그리고 이런 담화에 비언어적 제약을 가하는 사회적/비언어적 조건 등 세 가지 차원이 존재한다. 이를 간단히 텍스트, 상호작용, 맥락이라 한다. 상호작용은 특히 언어와 사회, 즉 텍스트와 맥락의 관계를 강조한다. 언어와 사회 양 측면을 보다 면밀히 살펴보면, 언어 측면은 낱개의 담화, 담화유형, 담론질서의 층위로 나아가고, 사회 측면은 실제 개별적 실천사례, 공동체 문화의 실천유형, 사회질서의 층위로 나아간다. 즉 담화분석은 언어, 텍스트(입말과 글말을 포함해 사용 중인 말), 담화(사회적 실천으로서의 언어), 담화유형(담화의 관례화된 유형), 담론질서(담화를 짜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담론관례들의 그물망), 사회질서(담화를 구성하는 사회적 관계)의 층위와 그 관계를 기술하고 분석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기술, 분석, 설명은 비판적 담화분석의 세 가지 분석 단계다. 실제로 담화분석을 행하기 위해서는 텍스트의 형태적 속성을 다루는 '기술 단계', 텍스트와 상호작용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해석 단계', 상호작용과 사회적 맥락 사이의 관계와 텍스트의 생산 및 해석의 사회적 결정 그리고 그 사회적 효과를 다루는 '설명 단계'의 세 가지 분석 단계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