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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목] 세상의 모든 일이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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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지인들로부터 권유받았던 직업 중 하나가 번역가다. 교사 다음으로 많았다. 저자도 IMF이후 평생 안정직이 사라지면서 프리랜서 번역가들이 대거 나오게 됐다고 책에 밝힌다. 복잡하고 세심한 이유에서라기보다는 영문학 전공자의 진로 중 하나로 손꼽힌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현실은 부업으로라도 직접 번역하는 일이 없기에 번역 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영미문학을 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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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지인들로부터 권유받았던 직업 중 하나가 번역가다. 교사 다음으로 많았다. 저자도 IMF이후 평생 안정직이 사라지면서 프리랜서 번역가들이 대거 나오게 됐다고 책에 밝힌다. 복잡하고 세심한 이유에서라기보다는 영문학 전공자의 진로 중 하나로 손꼽힌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현실은 부업으로라도 직접 번역하는 일이 없기에 번역 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영미문학을 주로 읽는 독자라는 점에서 번역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원서로 소설 한 권을 읽으려면 최소 일주일이 걸리는 반면 번역서는 이틀 정도면 거뜬히 소화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외국문학 독서량의 상당 부분을 번역서가 차지하고 그것에 빚진 상태다.

 

 독자로서 번역에 눈길을 두는 정도라서 원문과 번역을 한 줄씩 대조해가며 읽은 적이 없다. 저자도 직접 번역으로 옮겨봐야 느낌이 온다고 했다. 번역에 있어 손맛, 손의 감각을 번역자가 중시하듯이 읽어 내려가며 뭉쳐지는 전체적인 기류를 각별히 여긴다.

 

 아예 동떨어진 분야가 아니라서 가끔 번역 관련 신간이 나오면 시도해보는데 번역 사례나 역자로서의파편적 감상이 주를 이루어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잦다. 그런 독서 이력에 비춰봤을 때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는 번역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긁어주는 효자손으로 요긴하다. 인문학 서적을 읽으며 저자의 의중을 파악하고 내 생각을 덧붙여나가듯 읽으면 된다. 번역에 대한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마인드를 상세히 거론한다.

 

 역자 정영목 빠순이라는 인상을 풍기고 싶지 않아 자제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그의 번역을 따라 한 작가를 알아본 적 있는 독자라면 그가 말하는 번역관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그의 말을 오래 자세히 들어보고픈 갈증을 지녔던 독자는 우선적으로 이 책의 탄생, 존재만으로도 환호하게 된다.

 

 번역에 대한 저자의 이런저런 생각을 듣고 나면 책 제목이 달리 보인다. 완전한 번역은 있을 수 없고 완전한 언어 탐색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뜻이다. 번역도 일종의 읽기 행위이자 해석으로 보고 의역이나 직역, 혹은 충실성이나 가독성이라는 이항대립적인 접근을 차단한다. 어찌 보면 수동적이고 기계적인 활동일 수 있는 번역에 독자성과 위엄을 실어준다. 유령 작가나 진배없이 옮기는 언어에 자신의 색은 감추고 원문의 어감과 문체를 되도록 살리고자 애쓰지만.

 

 많은 영미문학 번역자 중에 유독 그를 신뢰하는 이유를 책을 통해 객관화할 수 있었다. 번역은 인간의 일이며 그렇기에 인간적인 행위가 된다. 저자의 말대로 원작자와 번역자는 밤하늘의 별과 같은 관계이면서 평행 우주선상에 존재하는 짝으로 페어링 되어진다. 단순 모방이나 복제가 아니라 언어라는 기제를 통해 역자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인간을 대하는 자세 등이 지문처럼 묻어나게 되어있다. 드러내지 않되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을 번역자의 분열이라 칭한다.

 

창조적 읽기란 읽는 사람의 개별적 정신이 개입하는 것으로, 그런 읽기의 결과물은 그 인간의 정신의 결을 보여주고, 어떤 번역도 동일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다양성도 보여준다. 그야말로 인간적 다양성인 셈이다. (103-104)

 

 그러면 한 권의 문학 번역서를 읽는 일은 여러 움직임이 동시 가동되는 엄청난 두뇌 감정 활동인 셈이다. 원작가의 언어와 사고방식, 세상과 관계 맺기, 문화적 배경뿐 아니라 역자의 여러 요소들이 뒤섞이고 독자의 독서 행위를 통해 마침내 의미가 결정되는 열린 소통 과정이 바로 문학 번역서 읽기가 된다. 번역자의 중간 매개적인 입장이 강조될수록 독자의 입체적 통합 행위가 빛을 발한다

 

 저자처럼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서 언어는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한계에 수시로 봉착한다. 완벽히 가지고 노는 기분 혹은 체화된 맛을 느낄 수 없는 외국어는 어딘가 가슴으로 낳은 자식 같다. 그럴 때 언어를 만지는 사람의 시선은 다른 문화 예술양식으로 건너갈 수밖에 없다. 언어로서는 일체화되지 않은 빈 공간을 비언어적인 소리나 이미지로 메우며 순간적이나마 완벽에 가까운 극복 방식에 전율하게 된다.

 

 저자는 언어와 비언어를 가로지르며 완전한 번역이 자리를 잃은 자리에 완전한 언어, 다름 아닌 제3의 언어를 모의한다. 원문을 있는 힘껏 살리되 역자의 흔적이 남는, 정답이 아닌 여전히 흔들리며 비워진 새로운 언어가 모색된다.

s********d 2018.06.03.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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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 정영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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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번역이란 무엇이고, 번역을 잘 한다는 것은 어떤 기준에서 보는 걸까? 우리는 흔히 좋은 번역이라 하면, 원문의 충실성과 가독성을 말한다. 독자 입장에서는 대부분 번역서로 책을 읽기 때문에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번역을 선호한다. 그렇다면, 가독성이 좋은 번역이 좋은 번역일까번역가가 본 입장은 조금 다르다. '무엇이 좋은 번역이냐 하는 것은 문화적으로 결정되고, 문화적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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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번역이란 무엇이고, 번역을 잘 한다는 것은 어떤 기준에서 보는 걸까? 우리는 흔히 좋은 번역이라 하면, 원문의 충실성과 가독성을 말한다. 독자 입장에서는 대부분 번역서로 책을 읽기 때문에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번역을 선호한다.


그렇다면, 가독성이 좋은 번역이 좋은 번역일까


번역가가 본 입장은 조금 다르다. '무엇이 좋은 번역이냐 하는 것은 문화적으로 결정되고, 문화적 선택에 따라 이루어진다' 즉 번역 같지 않은 번역, 가독성이 좋은 번역이라는 통념에 따르게 되면 '번역 냄새가 나지 않는, 매끄럽게 잘 읽히는 가독성 높은 글로 규격화되고 표준화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작가마다 고유의 독특한 문체가 있다. 번역이란 '저자의 스타일을 향해 가려고 애쓰는 것이기에 문제는 우리말을 잘 쓰느냐보다 저자의 문체를 우리말로 잘 옮겼냐이다.' 그래서 '매끄러움에 집착하게 되면 통속적 번역이 지배할 가능성이 커지고, 결국은 말하는 사람 자신의 목소리가 드러나게 된다.' 자신의 언어가 가장 매끄럽기 때문이다.


번역은 제2의 창작이란 말은?


우리는 종종 이 말을 쓴다. 이면에는 '원작은 창조된 것이므로 번역보다 우월하고, 원작에 비하면 부차적인 것이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라고 본다.


사실 번역가 입장에서는 이 말을 못마땅하게 본다. 문학에서 원문을 있는 대로 번역하지 않고, 의역을 권장할 때 주로 언급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창조적이라고 여겨지는 문학 번역보다 오히려 비문학에 어울리는 이유는, 비문학이 번역가의 해석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번역은 다른 언어로 같은 의미를 재현하는 작업이다. 번역가는 타 문화의 다양한 경계를 관통하면서 텍스트를 해석하고 우리말로 옮긴다. 그렇게 보면, 번역가야말로 언어 변천 과정의 주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영목은 스스로를 번역의 매끄러움에 집착하지 않으며, 직역에 가깝다고 한다. 저자가 어떻게 말하는가를 충실히 옮기는 게 번역가로서 당연하다는 얘기다. 실제 정영목의 번역서를 보면, 가독성보다는 직역과 의역의 묘미를 섬세하게 잘 살려내는 것을 볼 수 있다.


번역가 김희영은 "외국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낯섦성에 대한 체험이고, 번역 느낌이 나는 조금은 생경한 표현은 다른 세계로의 침잠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번역 같지 않은 번역과, 번역 같은 번역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느냐는 독자의 취향이겠으나, 가독성 문제는 여러모로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번역이 우리 문화와 언어에 미치는 영향과 인공지능 번역의 한계, 번역 비평의 활성화에 관해 말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사뭇 겸손하고 진중하다.


번역을 보는 관점을 짧게 요약하면 이렇다. '번역의 언어는 저자의 언어도 아닌, 내 언어도 아닌, 제3의 언어다. 번역이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작업이라는 전제 아래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도달하는 것이다'.

b****e 2018.07.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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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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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위대한 개츠비로 인해서였다. 위대한 개츠비가 문학동네에서 김영하 번역으로 나왔을 때,처음으로 '번역'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번역이란 무엇인가?정확하게 해석하는 것인가, 새로운 이야기인가. 고민을 하게 되고어떤 번역가인가에 따라 책의 흐름이나 내용이 완전히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런 와중에 만나게 된 이 책은 고민하고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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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위대한 개츠비로 인해서였다. 


위대한 개츠비가 문학동네에서 김영하 번역으로 나왔을 때,

처음으로 '번역'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번역이란 무엇인가?

정확하게 해석하는 것인가, 새로운 이야기인가. 고민을 하게 되고

어떤 번역가인가에 따라 책의 흐름이나 내용이 완전히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만나게 된 이 책은 고민하고 궁금해했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고,

번역이라는 분야에 대해 더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번역은 어렵고 내가 이해하지 못 하는 세계지만,

"번역가는 외국어를 붙들고 나의 언어에서 나오는 존재이다."라는 그 말은

내내 마음에 새기게 된다. 덕분에 좋은 책을 읽고 있으니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다.





YES마니아 : 로얄 y*******n 2018.07.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