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누구나 남을 살짝 훔쳐볼 때 묘한 희열을 느낀다. 특히 개인에 관한 숨김없는 기록인 일기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누구나 어린시절 가족들이나 친구들의 일기를 훔쳐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역으로 누구나 자신의 일기를 보여주는 것은 꺼리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따져볼때 일기문학은 정말로 독특하고 대담한 장르가 아닐 수 없다. 김한길씨가 결혼 후 미국으로 건너간 직후의 생활을 쓴 일기를 모은 책 '눈뜨면 없어라'. 도망가듯, 그야말로 빈손으로 미국에 건너가, 놀고 먹으며 싶다는 대학시절의 꿈은 접고, 거꾸로 억척스럽게 살아간 삶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털어내고 있다. 책의 초반부는 미국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을, 중반부에 가서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그 나라 사람도 아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중간자의 입장에서 본 다양한 모습들이, 후반부에서는 아내와 떨어져 살면서 느끼는 고독감과, 또다른 삶에 대한 도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들의 출산으로 일기는 마무리 된다. 이쯤에서 독자들은 Happy End를 기대하게 되지만 이어지는 에필로그를 읽으며 순간 당황하게 된다. 지금이야 김한길씨가 유명인이고 그의 사생활에 대해 어느정도 아는 사람이 많지만 5년 전이면 그의 사생활은 잘 모르던 때이다. 애니웨이(그가 일기에서 자주 쓰던 표현이다) 5년간의 억척스러운 삶 후에 얻은 성공-작가는 신문사 지사장이 되었고 부인은 변호사가 되었다-에도 불구하고 이혼으로 결말을 맺는 작가의 과거를 엿보게 될 때는, 독자들마저도 허무함을 느끼게 만든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순간순간의 작은 행복을 무시한 대가였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눈뜨면 없어라’ 일까? ‘어떤 때의 시련은 큰 그릇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시련이란 보통의 그릇을 찌그러뜨려놓기 일쑤인 것이다’ 작가의 어머니께서 그에게 한 말이다. 아직 그리 오랜 삶을 살지는 않았지만, 가끔 어려운 일에 직면할 때 늘 떠오르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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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의 가장 큰 매력은 누군가의 신변잡기적인 그저 그런 일상 속에서, 마음 한 곳 짠하게 공감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일 것이다. 지금은 절판되어 다시 구입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을 마음놓고 욕하고 저주하고 침을 뱉을 수 있게 끔, 이제는 그들이 더 억세고 더 강한 사람이기를 빌어야 할까보다. 내 원망 따위는 아랑곳없이 더 뻔뻔스럽게 더 잘 살아갈 사람들을 잘 골라서 미워해야 겠다.
사람끼리가 누구를 진실로 미워할 수 있단 말인가. 쓸데없는 지시다. 나는 어리석었다. (6-27)
성태야, 너는 현명함이라는 게 어떤 거라고 생각하니. 딱 절망해야 하는 만큼만 절망하는 것, 절대로 그 이상은 요만큼도 더 절망하지 않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절망한 만큼은 내버려두고, 그 나머지에서 자신을 키워 보는 것. 절망한 만큼은 말하지 말고, 절망한 만큼은 묻어두고, 그 나머지 만큼은 소리내어 노래하는 것. (7-1)
갓난 아기가 우는 것은 걱정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른이 울면 걱정이 된다. 왜냐하면, 어른이란, 울음을 참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인 까닭이다. (12-25) |
| 많은 사람들이 김한길이 정치적인 성향을 나타낸 이후에(혹은 그의 정치적 성향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된 이후에) 이 책을 읽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나도 "정치"라는 단어와 그리 친하지 못한 사람이지, 정치가가 쓴 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었다면 이처럼 이 책을 재미있고 또 감명깊게 읽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2학년...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전, 아버지의 서가에서 였다. 멋모르고 꺼내서 몇 줄을 읽어본다는 것이 단숨에 한권을 다 읽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나는 김한길이 누구인지도 몰랐으며, 그냥 열심히 생활하고 글을 잘 쓰는 어떤 아저씨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미국에서의 도피생활중에서 아무렇게나 갈겨쓴 듯한 글속에 숨겨져 있는 날카로운 성찰을 너무나도 좋아했고, 그 때문에 10번도 넘게 이 책을 읽었을 것이며, 몇 명의 친구에게 이 책을 권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이다. (실재로 나의 친구중 한명은 이 책에 있는 내용을 라디오에 보내서 상품을 두번이나 탄 적이 있었다.) 만약 내가 요즈음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분명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은채, 혹은 반감을 가진채 쉽게 읽어 넘겼을 것이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김한길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는채로 이 책을 읽게 된 내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재로 내가 김한길에 대하여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 탤런트 최명길과의 재혼소식에서 였다. 어린 나에게 이 책에서의 그토록 사랑하던 미나와 이혼을 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는 것부터가 충격이었던 것이다. 아마 그때부터 이 책을 그리 많이 펼쳐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김한길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사실적인 부분들을 많이 알게되면서, 골치가 아파졌으므로...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을때는 지금의 김한길이 아닌, 그냥 청년 김한길만을 생각하면서 읽으려 한다. 예전의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분명...지은이에대한 어떠한 거리감등을 뺀다면, 독자에게 충분한 감동과 생각할 거리를 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단문안에 주제의식을 담아내는 그의 필력이 나는 상당히 부럽다. |
| 그저 그런 과거이야기. 이 책을 읽고난 단 한줄의 감상기였다. 친한 친구가 책을 잘 읽는 친구에게 빌려준 책이 바로 이 책 [눈뜨면 없어라]였다. 일단 제목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에세이니 쉽게 책장을 넘기면 되겠지 하는 작은 계산으로 이 책을 친구로부터 받았다. 그리고 책장은 생각만틈 쉽게 내 머리와 마음속에 오래 남지 않으면서 쉽사리 넘어갔다. 그리고 어느새 그 책장의 끝에 다다랐을 때 어휴 다 읽었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 사람의 과거 이야기가 어느 때든 현재를 사는 지금의 사람에게 어필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그런 사실을 알려준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하지만 지금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이 책을 빌려준 그 친구에겐 고맙다. 그 친구가 아니었으면 난 지금도 현재 유명인사의 쓸쓸한 과거 회상기를 모르고 지났을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