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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하고 불편해서 지워진 것들을 위한 찬연한 명명식이다!
"거북하고 불편해서 지워진 것들을 위한 찬연한 명명식이다!" 내용보기
소설은 “한 가지 색에 사로잡힌 채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라고 시작한다. 그것은 노랗고 거대한 색일 것이고, 그 도시는‘서울=불법=섹스클럽’이란 도식을 성립시키는 그런 곳이다. 그리고 가장 안전한 개체이지만 그것은 이 도시에서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않는, 존재자이지만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인 주인공‘제니’의 얘기이다. 그래서 ‘( )’, 아무것도 아닌
"거북하고 불편해서 지워진 것들을 위한 찬연한 명명식이다!" 내용보기

소설은 “한 가지 색에 사로잡힌 채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라고 시작한다. 그것은 노랗고 거대한 색일 것이고, 그 도시는‘서울=불법=섹스클럽’이란 도식을 성립시키는 그런 곳이다. 그리고 가장 안전한 개체이지만 그것은 이 도시에서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않는, 존재자이지만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인 주인공‘제니’의 얘기이다. 그래서 ‘( )’, 아무것도 아닌 것, 그러나 무엇인 것이고, 이야기는“이름을 갖지 못한 것들의 긴 목록”이 된다.

 

매음굴에 짐작이 되어 팔려가고 그곳에는 필리핀, 러시아, 한국의 여자들, 그리고 국적불명(조선족)의 나, 제니가 있다. 환각제에 취해 매춘에 끌려 다니고, 고위공무원이 포함된 유한자들의 난교파티에도 포장되어 이 괴물들의 쾌락의 먹이가 되기도 된다. 쾌락과 돈이 서로 환원되는 이유이다. 섹스파티의 파트너였던 고위직 공무원이란 남자는 제니를 계속하여 찾고 그의 가정부로‘임차’되기에 이른다. 사람이 임차된다는 말은 이미 프로, 즉 자본주의 시장에선 일상화 된 표현이다. 인간이 상품, 즉 사물로서 거래되는 것에 사람들이 별다른 거부반응이 없는 것을 보면 자신들의 개성 없음, 무감각, 무관심의 자인(自認)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김사과의 감정 없는 시선은 아무런 열기를 지니지 않고 이 도시의 모습들을 이렇게 기록한다. 그러나 악다구니를 부리며 목청 높여 발악하는 그 어떤 냉소적 진술들보다 핏물이 배어나오는 통렬함이 있다. 이 고위관료 자식들의 국적 또한 걸작인데, 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조차 지니지 못하는 한심한 인간들, 한국어가 오히려 서툴고, 미국산 주스, 미국산 토스트, 미국산 베이컨, 미국산 포크, 미국산 접시, 미국식으로 다리를 떨고, 미국산 소설을 읽으며, 영어를 투덜대며 아메리칸 블랙퍼스트를 먹어대는 이들의 천박한 장면은 경멸과 역겨움이 되어 한 폭의 우스꽝스런 춘화 같기만 하다. 푸른 눈의 영국청년이 가정교사로 들락거리고 제니는 이 청년‘리’를 따라나선다. 동류의 인간을 알아보는 본능, 자신의 나라를 도망치듯 벗어나 아시아 나라들을 흘러 다니다 아무런 목적도 의지도 없이 한국에 머물게 된 또 다른‘( )’이다.

 

이들이 머무는 곳, ‘페스카마 15호’. 자본 시장에서 비켜난 인간들,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제외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다. 두 사람이 포개지듯 눕기에도 옹색한 방이 다닥다닥 붙은 고시원 건물, 그리고 여지없이 들어선 교회, 매일 들려오는 주님의 사랑아래 행복해진다는 찬송가가 울려 퍼지는 소리와는 정반대로 이곳 사람들의 삶은 매일 더욱 비참해져만 가는 아이러니가 공존하는 것은 왜일까? 목사에게 제니와 리, 이 두 이방인이 활용도 높은 수단으로 눈에 띄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몇 푼의 돈 봉투를 쥐어주고 부자 신도들 앞에 세워 그들의 험난했던 과거를 얘기하게 하곤 하나님의 종이 되었음을 간증토록 하는 대목에선 실소가 터진다. <주님이 허락하신 성공>이란 베스트셀러의 저자인 목사. 웃겨! 교회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인간들, 모두 같은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똑같아 보이는 서울의 교회는 한 가지 색에 사로잡힌 바로 그 서울 같기만 하다!

 

노동절 행사에는 노동자와는 아무런 관련 없는 사람들이 모여 이론을 떠들고, 부자동네의 미관을 해치는 낡은 페스카마 15호는 늦은 밤, 벽을 무너뜨리며 밀어닥치는 굴삭기와 함께 폐허가 되고, 재개발사업 용역업자들의 방망이 습격으로 사람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땅바닥에 끌려 다닌다. “지속 가능한 파괴”를 선이라고 하는 도시, 뉴욕도, 도쿄도, 런던도 아니고 세계 자본주의 최전선이 된 도시. 진짜 인간이 된다는 게 뭔지 알지 못하는 인간들로 구성된 도시. 값싼 연민을 보내는 것으로 휴머니스트가 된 듯 위선과 가식, 가면에 도취된 인간들, 그래서 휴머니즘을 쓰레기통에 쏟아버리는 제니의 행동은 논리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마약, 섹스, 폭력, 교회, 시장 자본주의가 쾌락을 향해 질주한다. 그 욕망의 전율을 쫓느라 미쳐버린 인간들에게 비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프레카리아트라는 존재가 보일 턱이 없으며, 하물며 제니와 리 같은 이주 노동자의 존재는 거북하고 불편한 낯선 무엇 이상일 수가 없을 게다. 사회학자인‘이진경’이 그의 책(『불온한 것들의 존재론』)에서 지적한 실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존재를 지워버린 불온한 것들에 가 닿는다. 거북해서 보지 않고 외면하려는 것들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작업, 잔혹하게 착취하다가 제거하고 추방해버리며 그 존재를 부인하려는 우리들의 무능력한 이성과 망상을 까발리는 것이다.

 

꿈과 환각, 현실의 지대를 오가는 주인공 제니의 역겹기조차 한 얘기가 허구이기를 바라지만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니라고 손사래 치기에 급급해서는 우리들, 길을 잘 못 들어선 지배질서의 오인을 찾아 낼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소설은 이처럼 공생과 공존, 그 잃어버린 화합의 감각을 살려내는 지독한 처방이라 할 것이다. 또한 작가의 전작 장편 『풀이 눕는다』의 ‘나’와 ‘풀’이 삶과 이 사회의 기본적 딜레마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였다면, 이 작품의 제니와 리 커플은 그 제기된 문제들에 도사린 감추어진 치부, 사실들에 존재자의 이름을 일일이 부여하는 존재론적 명명식을 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사과는 항상 다음의 작품을 기대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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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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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작가가  어두운 밤무대 세계의 진면목을 어찌 이리도 잘 파악하고 있을까?  또한  대형교회나 기도원의 비린내 나는 이면을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까지 다 알고 있으니.   소설을 쓰기에 충분한 소재를 머리속에 넣고 다니는가 보다.  제니, 불쌍하다.  조선족. 한국인도 아니고 중국인도 아니고.  그래서 못생기면 파출부로 예쁘면 술집 접대부로 살아가야 하는 인생 부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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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여성작가가  어두운 밤무대 세계의 진면목을 어찌 이리도 잘 파악하고 있을까?  또한  대형교회나 기도원의 비린내 나는 이면을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까지 다 알고 있으니.   소설을 쓰기에 충분한 소재를 머리속에 넣고 다니는가 보다.

 제니, 불쌍하다.  조선족. 한국인도 아니고 중국인도 아니고.  그래서 못생기면 파출부로 예쁘면 술집 접대부로 살아가야 하는 인생 부초들.   한국의 폭력세계.  일본의 야쿠자를 그대로 모방한 듯.  여자를 사람이 아니라 성의 상품으로 사고 파는 조직들.   읽어가는 도중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았다.   노벨상 작가들의 작품은 한권 읽는데 1주일에서 한달이 걸리던데,  이 작품은 바쁜 일과이지만 하루 반만에 다 읽었다. 정말 누구 말대로 쩐다.

m******s 2015.12.3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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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이 책을 읽으면 한 번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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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제니는 그 옛날 남자셋, 여자셋이란 시트콤의 이제니,  그리고 포레스트 검프에 여주인공 제니가 다였다.    그리고 테러의 시를 읽고 또 한 명의 제니를 제니리스트에 추가한다.    제니는 원래 이름이 없었다.  서걱거리는 모래위에 지어진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위태한 것이 바로 제니였다.   아버지는 제니를 강간하고,   모르는 남자들이 제니를 강간하거나 때렸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면 한 번쯤은.." 내용보기

 

  내가 알고 있는 제니는 그 옛날 남자셋, 여자셋이란 시트콤의 이제니,

  그리고 포레스트 검프에 여주인공 제니가 다였다.

   그리고 테러의 시를 읽고 또 한 명의 제니를 제니리스트에 추가한다.

 

  제니는 원래 이름이 없었다.

  서걱거리는 모래위에 지어진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위태한 것이 바로 제니였다.

  아버지는 제니를 강간하고,

  모르는 남자들이 제니를 강간하거나 때렸고,

  남자3이 제니를 강간하고,

  리가 제니를 사랑이라 포장해 강간했고,

  서울이 제니를 강간하고,

   마약이 제니를 강간하고,

   교회가 제니를 강간하고,

   제니를 모르는 대학생들이 예술속에 제니를 멋대로 승화함으로 강간하고,

  도시 재개발이 제니를 강간한다.

  이것은 제니가 당해온 강간의 기록이다.

 

 김사과는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묘사를 서슴치 않으며 제니가 당한 강간의 역사를 기록하는 역사가와 같다.

 

 포레스트 검프의 제니도 아버지에게 강간당했다.

 마약에 강간당했고, 반전운동을 하던 남자친구에 의해 강간당했다.

 이제니는 지금 브라운관에서 사라졌지만 베이비 페이스에, 가슴이 크다는 즉, 미국식으로 표현해

 글래머러스한 원조 베이글녀라고 불렸다.

 

 나는 이제 제니라는 이름에서 어떤 서러움마저 느껴진다.

 

 아무것도 몰라요, 말하는 제니는 멍청하다.

 제니는 정말 멍청한가?

 제니는 멍청한 것이 아니라 시종일관 멍하다. 멍한 상태다. 정서적 둔마에 빠져있다.

멍청한 것과 폭력적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됨으로 멍해지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다.

내가 보기에 멍청한 건 도시다.

자기 안에 테러를 품고 살아가면서 테러를 방지하려고 하는 멍청한 도시.

 

김사과는 상상만으로 이 소설을 썼을까?

멍청하고, 폭력적인 도시를 거니는 작가는 자신이 목격한 테러들을 나열한다.

한편으로 그녀는 누구보다 먼저 테러를 나열함으로 언어를 누구보다 먼저 독점했다.

자본주의 원리로 거대기업이 된 그녀는 언어를 선점했다.

여전히 테러를 당하는 현실의 제니들은 강간당하고, 울고, 배고파 할 뿐이다.

 

김사과의 테러의 시가 팔려나간다.

상품이 되어 자본주의 상품이 되어 더 잘 팔려나가려고 이벤트가 곁들여져 팔려나간다.

제니는 모래에 뒤덮이듯 언어에 뒤덮인다.

제니는 숨고 언어만 남았다.

 

제니는 결국 김사과에게도 강간당했다.

 

 

 

YES마니아 : 골드 n*******s 2017.10.2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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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에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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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의 <테러의 시>는 그야말로 테러라 할 수 있을만큼 적나라하고 그 적나라함을 어느정도 비틀어 독자에게 충격과 분노를 끼얹는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 내내 할말을 잃었다.   그러나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져온 충격과 분노는 곧 갈 곳을 잃어버린다. 도대체 누구에게 화를 내야할까? 그렇게 살고 있는 제니와 리에게? 제니와 리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에게? 낯설지만 낯설다
"그녀의 시에 분노한다" 내용보기

  김사과의 <테러의 시>는 그야말로 테러라 할 수 있을만큼 적나라하고 그 적나라함을 어느정도 비틀어 독자에게 충격과 분노를 끼얹는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 내내 할말을 잃었다.

  그러나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져온 충격과 분노는 곧 갈 곳을 잃어버린다. 도대체 누구에게 화를 내야할까? 그렇게 살고 있는 제니와 리에게? 제니와 리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에게? 낯설지만 낯설다 생각할 수 없는, 그래서 이 테러는 나를 향한 것은 아니라고, 내가 뭘 어쩔 수 있겠나 시선을 슬그머니 돌려버리는 나에게?

 

 

 

  그러나 사실 '테러'는 무자비하게 가해진 폭력이니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이름부터 떡하니 <테러의 시>라는데 뭐 어떡해.



  상당히 적은 분량이지만 김사과의 <테러의 시>는 테러를 위한 시어들을 옹골차게 꽉꽉 채워넣은 이야기다. 모래에 파묻힌 도시에서 무자비한 폭력을 당하던 ( )는 '제니'라는 이름을 갖추고 서울에서 조선족 매춘부로 바뀌어 살아간다. 그리고 그녀는 영국인 불법체류자 '리'를 만난다. 나에게 낯선 이방인이 그들에게 낯선 서울이라는 낯선 곳에서 그 곳에 사는 이방인들과 살아간다. 제니는 여전히 서울에 있다. 제니는 서울을 바라본다.


  하지만 제니가 속해있는 서울은 참으로 낯설고 무서운 세계다. 그것은 나에게도 그렇다. 그래서 나 역시 가가 소설 속에서 무자비하게 적의를 드러내며 들쑤시는 낯선 서울의 모습이 두려웠다. 머리로는 느지막이 인식하지만, 그렇기에 가끔 수면 위로 드러나곤 하는 진실에 경악하고 경멸하지만, 정작 마음으로는 눈을 감고 정면으로 마주보고 서지 않는 그 모습이 두려웠다.

 

 

 

 

  고위직 공무원들의 난교파티, 소통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철저한 미국식에 물들어버린 가정, 불법 섹스 클럽에 드나들며 자신의 열등감을 창녀에게 쏟아붓는 남자,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 그마저도 제대로 지켜주지 않는 법. 허울뿐인 기도와 동정에 이용되는 사람들. 교회. 고시원. 김밥천국. 자본주의. 그렇게 무너지고 부서지고 흩어져 내리는 모래성 같은 도시를 이방인의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그리고 도시의 익숙함이 낯섦으로 바뀌는 그 순간, 김사과의 '테러'는 시작되고, 두려움과 분노가 쏟아진다.



  한편, 그런 세계를 묘사하는 언어는 회화적이다. 말 그대로 언어로 서울을 그린다. 결코 마주보고 싶지 않았던 세계가 너무나도 급작스럽게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것은 그녀의 '테러'를 위한 훌륭한 수단이었다. 모래에 파묻힌 도시에서 이름없는 ( )가 제니가 되었을 때, 제니가 누군가의 제니가 되어 미국식 생활 속으로 들어갔을 때, 제니가 리를 만났을 때, 제니와 리가 고시원과 교회를 전전할 때,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로테스크한 묘사는 그 생생한 현실을 그림과 언어 속에 슬쩍 파묻어버린다. 나는 반문한다. 지금까지의 테러는 현실인가요? 아니면 상상인가요? 아니면, 휴머니즘인가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테러의 시>를 구성하는 시어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다시 이들을 만나려 하기에는 이미 책 속에는 적나라하고 불편한 세계가 테러처럼 폭격을 퍼부을 것을 알기에 흠칫 망설여진다. 나는 이대로 끝내야할까, 아니면 한 발짝을 다시 내딛어봐야 할까.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나는 김사과가 언어라는 도구로 퍼부은 무자비한 테러에 분노한다는 것이다. 비록 혼자 분노한 다음 뭘 해야할 것인지는 또 모르겠다는 것이 문제지만. 30분 후에 죽는 거지가 그저 옆에 있어주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나는 그곳으로 선뜻 달려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비겁함 뒤에 숨어버릴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나는 <테러의 시>에서 훌쩍 튕겨 나온것일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세계의 이방인이 되어서 말이다.







그런 것들을 제니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으므로 그래서 상상조차 할 수 없으므로 부러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 쯤 따라 해 보고 싶다.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그 기분을 느껴 보고 싶다. 이해해 보고 싶다. 부러워해 보고 싶다. 제니는 한 손을 창에 댄다. 창은 차갑고 단단하다. 문득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창은 굳게 잠겨 있다._p.64


제니가 미국식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남자와 아이들이 미국식 아침 인사를 나눈다. 탁자 위에는 미국산 버터와 미국산 오렌지 주스, 미국산 시리얼이 놓여 있다. 미국산 시리얼 옆에 놓인 미국식 샐러드에는 미국식 샐러드드레싱이 뿌려져 있다. 남자가 미국산 유리잔에 든 미국산 오렌지 주스를 마신다. 미국식 키친 테이블에는 미국산 에스프레소 머신이 놓여 있고 미국식 커피가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산 토스터에서는 미국식 흰 빵이 미국식으로 구워지고 있다._p.75


도착한 부엌은 놀랍게도 휴머니즘으로 가득 차 있다. 천장도, 바닥도, 싱크대도, 프라이팬도, 프라이팬 속에서 썩어 가고 있는 스파게티 또한 휴머니즘으로 충만하다. 제니가 썩은 스파게티를 한입 가득 넣고 씹는다. 이것이 바로 휴머니즘이다. 휴머니즘의 맛. 휴머니즘 그 자체. 휴머니즙의 핵심. 그것은 몹시 역겹다.  쓰다. 썩은 냄새가 난다. 정말이지 구역질이 난다._p.110

 

 

 

 


YES마니아 : 로얄 p********9 2012.03.2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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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으며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울지 않는다. 울 것이 없다
"아무것도 없으며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울지 않는다. 울 것이 없다" 내용보기
그녀, 제니는 어릴 때 돼지와 함께 자랐다. 자신이 돼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아버지에게 몹쓸 짓을 당하고도 그게 왜 나쁜 건지 몰랐을 것이다. 돈 때문에 제 아버지가 그녀를 팔아버릴 때도 그녀는 아무것도 몰랐을 것이다. '난 그런 것 몰라요' 그녀는 그렇게 산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그것은 무얼 의미하는 걸까. "제니는 아무것도 없으며
"아무것도 없으며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울지 않는다. 울 것이 없다" 내용보기

그녀, 제니는 어릴 때 돼지와 함께 자랐다. 자신이 돼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아버지에게 몹쓸 짓을 당하고도 그게 왜 나쁜 건지 몰랐을 것이다. 돈 때문에 제 아버지가 그녀를 팔아버릴 때도 그녀는 아무것도 몰랐을 것이다. '난 그런 것 몰라요' 그녀는 그렇게 산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그것은 무얼 의미하는 걸까.


"제니는 아무것도 없으며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울지 않는다. 울 것이 없다."


제니는 아버지도 없고, 엄마도 없다. 돌아갈 집도 없고 나라도 없으니 빼앗길 여권도 없으며 만나서 이야기할 친구도 없다. 그녀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으니 울 필요도 없고, 울 이유도 없다. 그러니 그 어떤 표정을 지을 수도 없다.


책을 읽으며 내내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소설을 안 읽은 것도 아니면서, 불편해하면서 읽어왔으면서도 유독 이 책에 대해 당황해하는 것은 아마도 적나라한 표현들 때문일 것이다. 거침없는 작가의 발칙(!)하리만큼 생생한 묘사와 직설적인 표현들이 이젠 젊지 않은 내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신세대적이라고나 할까. 이건 소설이잖아, 하면서도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라카미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읽다가 덮어버린 이후로 약물과 난잡한 섹스 표현이 들어 있는 소설은 일부러 읽지 않았지만 이젠 나도 이런 소설쯤은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시도했는데 어이쿠, 나는 아직도 아닌 것 같다. 아니 앞으로도 영영 이런 식의 소설은 읽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소설을 소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 탓일지도 모른다. 또 작가가 보여 주고자 하는 폭력과 부조리한 이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독자로서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는 탓일지도. 어찌하여 텍스트 속에 감줘진 작가의 의도를 알아채기도 전에 어쩌면 이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어딘가 있을 거라는 생각, 그녀를 그렇게 만든 인간들이, 아니 인간이라고 말하기도 싫은 그런 동물 같은 것들이 존재한다고 떠올리면... 이 세상이 끔찍하다는 생각부터 하게 되니 독자로서 나는 빵점인 셈이다.


시종일관 아무것도 모르는 제니의 무심한 듯한 행동과 표정들이 눈앞에 선했다. 이 가엾은 아이가 그래도 모순과 병폐에 가득한 이 비정한 사회에서 살아남길 바랐는데...



j****o 2012.02.2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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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의 시 - 김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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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림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글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볼 때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두 가지 모두를 동시에 할 순 없을까. 그림으로 글을 쓰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드니, 그럼 글로 그림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 부끄럽지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굉장히 멋진 일입니다. 생각만해도 가슴 설레이고 당장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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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그림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글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볼 때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두 가지 모두를 동시에 할 순 없을까. 그림으로 글을 쓰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드니, 그럼 글로 그림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 부끄럽지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굉장히 멋진 일입니다. 생각만해도 가슴 설레이고 당장 무엇이라도 해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문학시간 글쓰기 숙제로 하나의 그림을 글로 그려서 제출했던 적이 있습니다. 많은 것을 담아내려는 의욕이 앞선 나머지 굉장히 난해한 글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짦은 문장력을 극복하기 위해서 시 비슷한 형태를 취해서 산문도 아니고 시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의 글. 그리고 나를 제외하곤 아무도 알 수 없는 함축적인 의미를 가득 담아, 읽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할 색깔을 입히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명암과 인물들의 상징적인 행위에 대한 농과 담의 조절까지. 스스로는 꽤 만족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법한 괜찮은 그림을 글로 그려서 선생님께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선생님한테 혼났습니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지 않은 사고, 그리고 걸러내는 과정 하나 없이 내면에 흐르고 있는 의식을 그대로 뱉어내고 있는 잔인한 글, 혹은 시. 김사과 님의 <테러의 시>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허용하는 통속적인 이념과 도덕성을 거부하고, '아니오'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마치 표현하고자 하는 방식의 틀까지 그 모든 것을 거부하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매우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난해합니다. 그러니까 '나쁘다, 싫다, 별로다.' 뭐 이런 느낌이 아니라,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건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 지도 모릅니다. 예술은 아무나 하는 보통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편으로는 감사과 님의 '아니오'라는 태도가 <테러의 시>에 접근하려는 보통 사람들을 '아니오'라고 거부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뭐랄까, 그러니까 결국 저는 모르겠단 겁니다.



    <테러의 시>는 혼란과 타락이 가득한 도시, 서울에서 조선족 아가씨 제니와 영국인 불법체류자 리가 만나 개처럼 사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개처럼'이라는 표현은 정말 그렇긴한데, 그렇다고 그들을 보고 연민의 감정이 생기거나 하진 않습니다. 저는 그들의 눈으로 보았던 폭력을 경험해보지도, 느껴보지도 못한 보통사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들은 '이곳'에서 이방인이 되어 이방인의 눈을 하고 우리의 현실을 드려다보고 있는 것이지만, 저 스스로는 절대로 '이곳'에서 이방인일 수 없기 때문에 어쩌면 그건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감정일 수 있겠다 싶은 것입니다. 그들의 세상에서는 제가 오히려 이방인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회피해 버리고 마려는 생각이 어쩌면 나는 가해자라는 생각 때문에 생긴 죄책감에 기인해서 현실을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도망치려는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무튼 간에 저는 이 소설을 보고 여러가지 이유로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소설이 나를 거부했구나, 혹은 나는 이 소설로부터 거부당해버렸구나,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느낌은, 역시 학교다닐 때 바로 그 문학시간, 이상 님의 시나 글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상 님의 작품을 보고 저는 난해하고 어렵지만, 이 글을 보고 나는 무엇인가를 느껴야하는가, 혹은 무엇인가를 느끼고 있는 것처럼 남들에게 보여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 때문에 더욱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들의 무리에 나도 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소망이 생겨났고, 누군가로부터 나 자신은 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인정받거나 위안받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투명한 유리지붕 너머의 세상과 공기를 나도 한번 느껴봤으면 싶었습니다. 김사과 님의 <테러의 시>를 보고 문득 그때의 그런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남들은 어떻게 볼 지 몰라도 제가 생각하기에 그들의 글은 무척 닮아 보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글'이란 느낌이 듭니다. 그 중에서도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그림과 무척 닮은 모습입니다. 우리가 보고 느끼고 알고 있는 대상들을 비틀어 놓거나 특정 부분만 강조해 놓으면서 무언가 의미심장한 내용을 전달하려고 하는 모습. 그런데 초현실주의 그림들이 대개 그렇듯, 이게 뭔가?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외롭고 우울하고 고립된 감정이 생겨납니다. 이 소설로 인해 내가 이방인이 된 듯하고, 이 동네가 너무 낯설어서 나는 도대체 어디에 발을 딛이고 서 있어야 하는가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모르겠다'였나 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동네가 그렇게 싫지만은 않습니다. 어딘가 나와 닮은 구석도 느껴지고,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서야 불쑥 생겨납니다. 김사과 님의 다른 글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까지 말입니다.







 


    제니가 유일하게 아는 것은 그곳에서 제니가 조선족 창녀라고 불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학생의 말에 따르면 창녀는 돈을 받고 섹스를 하는 여자다. 그런데 제니는 돈을 받고 섹스를 한 적이 없다. 따라서 제니는 창녀가 아니다. 하지만 대학생의 말에 따르면 제니는 창녀가 맞다. 아니 여자들이란 다 창녀다. 왜냐하면 돈을 받지 않고 남자와 섹스하는 여자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니는 돈을 받지 않고 섹스한다. 그러니 제니와 자는 남자들은 창녀와 섹스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제니와 섹스한다. (39쪽)



    하지만 중국 사람 아니야. 한국 사람도 아니야. 재준이 말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야. 어,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는 조선족이야. 조선족이라고! (88쪽)



    언제나처럼 환각인지 현실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환각은 항상 현실보다 살아 있고, 현실은 항상 앞뒤가 맞지 않으니까. (146쪽)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를 돼지와 함께 돼지처럼 길렀죠. 맞아요, 우리는 인간이 아니었어요. 동물로 키워진 적이 있는 인간들은 서로를 알아보죠. 아무리 감추려 해도, 상류층의 악센트와 비싼 옷을 감추어도, 우리들은 서로를 알아볼 수 있어요. (167쪽)



    동물로 키워진 인간들의 특징은 특징이 없다는 거예요. 쉽게 말해 인간성이 없는 거예요. 당연하죠, 우리는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아니, 여전히. 우리는 인간이 뭔지 몰라요. 물론 겉으로는 인간처럼 보이죠. 하지만 아니에요. 뭔가 빠져 있어요. 하지만 그건 평범한 인간들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인간으로 길러졌다고 모두가 제대로 된 인간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168쪽)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

 




 

i*******y 2012.02.20.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eBook
슬프고도 그로테스크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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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로 제8회 창비문학상을 수상한 젊은 소설가 김사과의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 [테러의 시]는 [천국에서]보다 1년 먼저인 2012년에 민음사에서 출간한 작품이다.  누군가에게서 김사과라는 젊은 작가와 [천국에서]라는 작품을 추천 받았던 것 같은데, 그게 누구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예스 24에서 그녀의 작품을 검색하다가, 막상 구매는 이 작품, [테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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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로 제8회 창비문학상을 수상한 젊은 소설가 김사과의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 [테러의 시]는 [천국에서]보다 1년 먼저인 2012년에 민음사에서 출간한 작품이다.

 

누군가에게서 김사과라는 젊은 작가와 [천국에서]라는 작품을 추천 받았던 것 같은데, 그게 누구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예스 24에서 그녀의 작품을 검색하다가, 막상 구매는 이 작품, [테러의 시]로 하기로 정했다.

 

이 책은 조선족인 제니라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서울 외곽의 불법 섹스클럽에서 일하는 그녀는, 고객이던 고위직 공무원에 의해서 섹스클럽에서 빠져나온다. 남자가 몸값을 지불하고 그녀를 빼내어 자신의 집에 가정부로 들인 것이다. 섹스클럽에서는 빠져나왔지만 누군가의 성노예가 된 삶도 그리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그러던 어느날, 그 집 아이들의 영어 과외 교사로 드나들던 영국인 남자와 눈이 맞는다.

 

제니는 그와 함께 집을 나선다. 영국 남자도 제니와 비슷하게 어릴때부터 참혹하고 잔인한 환경에서 학대 받으면서 자란 어두운 과거를 지닌 인물이다. 둘인 빈민촌에서 마약에 빠져 지낸다. 마약에 빠져 지내던 둘은 결국 빈민촌에서도 쫓겨나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극빈층의 삶은 전전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예전에 제니가 일하던 섹스클럽의 사장이 목사로 있는 교회에서, 그녀의 어려운 삶에 대한 절절한 간증을 털어놓고 그것이 큰 호응을 얻게된다.

 

목사는 이것을 교회 신도 모집의 이벤트로 기획하여, 제니를 전국 각지로 데리고 다닌다. 그러다가 다시 나타난 고위 공무원. 그녀를 돌려달라는 공무원과 거부하는 목사 사이에서 갈등은 격화된다.

 

이상이 대강의 줄거리이다. 매우 폭력적이고 충격적인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의 문체는 간결하면서도 때로는 시처럼 매혹적이다. 소외 받는 계층에게는 무서우리만치 잔인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간결하고 우아한 문체로 담아낸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w****y 2017.05.1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파묻히고 흩뿌려지고 서걱거리는 제니와 리의 모래와도 같은 유랑에 대하여... 테러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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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는 아무것도 없으며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울지 않는다. 울 것이 없다.” 모래에 파묻힌 도시에서 아버지에 의해 돼지와 함께 길러졌던 나는 팔린다. 트럭에 실려 가방에 실려 트렁크에 실려 옮겨 다니는 동안 여러 남자와 섹스를 한다, 나는 제니다. 그리고 이제 클럽에 도착한다. 클럽에서 핑크, 스노우, 캔디, 베이비와 함께 진저라는 이름으로 몸을 판다. 그곳에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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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는 아무것도 없으며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울지 않는다. 울 것이 없다.”


모래에 파묻힌 도시에서 아버지에 의해 돼지와 함께 길러졌던 나는 팔린다. 트럭에 실려 가방에 실려 트렁크에 실려 옮겨 다니는 동안 여러 남자와 섹스를 한다, 나는 제니다. 그리고 이제 클럽에 도착한다. 클럽에서 핑크, 스노우, 캔디, 베이비와 함께 진저라는 이름으로 몸을 판다. 그곳에서 한 남자가 유독 제니를 찾는다. 그는 결국 제니를 자신의 가정부로 고용한다. 그 남자에게는 두 명의 딸과 한 명의 아들이 있으며 그는 이혼을 한 상태이고 음식을 해주고 아이를 돌봐주고 결정적으로 섹스를 해줄 여자가 필요했다.


“... 창밖으로 펼쳐진 하늘은 안 좋은 색을 띤다. 바닥에 깔린 회색 카펫에서는 안 좋은 냄새가 난다. 침대 곁의 등은 안 좋은 빛을 낸다. 냉장고에 근 물은 안 좋은 맛이 난다. 욕실에 있는 샴푸에서는 안 좋은 향이 난다... 모든 게 안 좋다.”


어느 날 제니는 쇼핑몰에서 그 남자의 아들의 원어민 가정 교사라고 할 수 있는 리와 만난다. 그리고 제니는 모든 것이 안 좋던 어느 날 그 남자를 떠나 리에게로 간다. 이제 제니는 마리화나 중독자인 리가 살고 있는 페스카마 15호라고 불리우는 빈민가에서 산다. 리는 환각에 시달릴 정도의 중독자이다. 그곳에서의 생활도 오래 가지 못한다. 빈민가는 헐리고 리와 제니는 떠돈다. 목사와 손을 잡고 자신들의 어두운 과거를 팔러 다닌다. 영국에서 한국으로 흘러든 리와 중국에서 한국으로 흘러든 제니의 과거를 들으며 신도들은 울고, 주머니를 연다. 리와 제니를 위해 기도한다. 하지만 제니는 클럽의 남자들에게 다시 붙잡히고 만다. 아니 제니는 그들로부터 벗어난 적이 없다고 보아야겠다.


“결국 제니에게 남자들이란 제니의 다리를 벌리고, 손바닥에 가루나 알약을 얹어 주고, 물과 함께 삼키게 하고, 그래서 제니의 머리가 햇살에 녹은 버터처럼 물렁물렁해지면, 그런 제니의 가슴에 손을 얹은 채 흐느끼는 것들이다... 남자들, 그건 천천히 돌아가는 미러볼, 커다란 창을 가진 호텔방,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흰 가루의 다른 이름이다.”


뿌리가 없이 떠도는 유랑인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제니와 리의 모래처럼 겉도는 삶, 그렇게 모래를 한 가득 품은 듯 서걱거리는 삶을 보여주지만 이야기의 전개방식이 친절하지는 않다. 그리 두껍지 않은 소설이며 ‘테러의 시’라는 제목에서 암시되듯 각양각색의 은유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납득해야 하는 스토리가 없어서 난감할 수 있지만 오히려 내레이션에 구애받지 않으니 힘들이지 않고 읽을 수도 있다. 얽매이지 않는 문장의 유연함이 마치 환각 상태의 자유 기술처럼 박력이 넘치니 나쁘지 않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2.05.2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한국소설] 테러의 시, 김사과- 신선하다고 해야 할지, 파격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국소설] 테러의 시, 김사과- 신선하다고 해야 할지, 파격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용보기
일단 제목은 정말 마음에 듭니다. <테러의 시>, 어떻게 이 작품에 걸맞는 이런 제목을 붙혔는지 기가 막힙니다. 하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신선하다고 해야 할지, 파격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김사과라는 낯설은 이름과 어여쁜 이름에 걸맞지 않은 , 독자들에게 무슨 테러를 가하는 듯한 작품의 세계는 말로 형언하기 힘듭니다. 이 말이 정말 재밌고 흥미진진한 소설이라는 말
"[한국소설] 테러의 시, 김사과- 신선하다고 해야 할지, 파격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용보기

일단 제목은 정말 마음에 듭니다. <테러의 시>, 어떻게 이 작품에 걸맞는 이런 제목을 붙혔는지 기가 막힙니다. 하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신선하다고 해야 할지, 파격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김사과라는 낯설은 이름과 어여쁜 이름에 걸맞지 않은 , 독자들에게 무슨 테러를 가하는 듯한 작품의 세계는 말로 형언하기 힘듭니다. 이 말이 정말 재밌고 흥미진진한 소설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너무 충격적으로 와닿는 내용이기 때문에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의미입니다. 도덕과 윤리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던 평범한 독자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앞서가는 세계를 가진 작가 인 듯 합니다.

 

퓰리처 상에 빛나는 <코맥 맥카시>의 소설 <로드>를 연상시키는 도입부, 온 세계는 잿더미가 아닌 모래로 뒤덮혀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사상누각>의 모래성을 떠올리게 하는 , 굳건히 서있어도 부정부패와 폭력으로, 음모와 술수로 가득찬 대한민국 서울이라는 도시는 그러한 모래로 메타포화 시키고 있습니다. 중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조선족일수 밖에 없어 당해야 하는 억울함을 지닌 제니와 불법체류자로서 감당해야 하는, 보호받을수 없는 인간으로서의 영국인 리..., 이 두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의 모습은 그야 말로 폭력과 마약과 불법과 부정부패와 강간과 이중성으로 얼룩겨 있는 세계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아버지로부터 강간당하고 , 그것도 모자란 불법 섹스 클럽으로 팔려간 제니, 그녀가 바라본 세계는 모래처럼 흩어져가는 , "아무것도 몰라!"라고 속삭이면서 무지와 무감각의 형상을 지닌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폭력성과 부정부패에 대항하여 작가 김사과는 과감히 욕을 날립니다. 그리고 야동을 보듯 상세한 묘사로 혐오감을 극대화 시킵니다.

 

어여뻐 보이는 작가의 외모와 이름에 불구하고 , 작가가 내뱉고 있는 말들은 윤리와 도덕이라는 이름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불법과 지하의 세계에서 오가는 쌍스러운 말들의 남발로, 독자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작가의 세상에 대한 분노가 되어 나오는 , 테러처럼 내 뱉어 지는 말들은 , 건달이나 양아치들 사이에서 나와야 하는 말들이므로, 오히려 아름다운 세계에 포함되어 있는 사람의 입에서 품어져 나오고 있어 더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얼마나 악에 바쳐 하는 말인지, 얼마나 분노에 쩔어 나오는 말인지 상상이 가기도 합니다.

 

"정말 대박입니다." 다 읽고 나서 한 저혼자만의 말입니다만,,,,,정숙한 사람으로서 내뱉기 힘든 말들을 대신 글로 표현해 내어 주는 , 어떤 카타르시스를 맞볼수도 있겠습니다. 그저 작가가 무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작가들 세계에서도 '무서운 아이'로 통하는 김사과라는 작가. 상상의 힘은 무한하다고 하지만, 너무 지나쳐 일반 독자들로 하여금 , 아직 받아 들일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소설이 어떻게 받아 들여 질지 자못 궁금합니다. 분명 낯설게 느껴지는 소설이면서 작가의 '솔직함'이 어느 부분에서는 너무 낯익게 다가오기도 하거든요. 무방비 상태에서 품어져 나오는 <테러의 시>처럼, 이미 마약과 게임과 중독과 폭력의 테러가 판치는 이세상에서 김사과라는 작가가 내뱉는 병든 언어들을 우리가 견딜수 있을지 한번 도전해 보실런지요. 그 이후에 나오는 독자들의 대답은 듣지 않아도 다 알수 있을 것 같습니다.  

 


 

h*****2 2012.02.2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테러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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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야 뭐하니  남자가 놀란 표정으로 묻는다. 제니가 쭈뼛한 표정으로 남자를 본다. 죄송해요. 왜 거품을 먹니? 정신이 나갔니  제니가 고개를 흔든다. 배가 고파서요. 제니가 남자를 본다. 남자는 상처 입은 표정을 짓고 있다. 달콤한 낮잠 한가운데서 억지로 깨어난 아이처럼.  그리고 그것은 제니의 탓이다. p57 2005년 등단 이후 강렬한 이미지, 개성 넘치는 문체로 한국 문학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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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야 뭐하니 

 

남자가 놀란 표정으로 묻는다.

 

제니가 쭈뼛한 표정으로 남자를 본다.

 

죄송해요.

 

왜 거품을 먹니? 정신이 나갔니 

 

제니가 고개를 흔든다.

 

배가 고파서요.

 

제니가 남자를 본다. 남자는 상처 입은 표정을 짓고 있다. 달콤한 낮잠 한가운데서 억지로 깨어난 아이처럼.

 

그리고 그것은 제니의 탓이다. p57

 

2005년 등단 이후 강렬한 이미지, 개성 넘치는 문체로 한국 문학 문제적인 작가로 꼽혀 온 작가 김사과의 다섯 번째 책이다

- 책 소개 중

 

테러의 시 - 김사과

g*****t 2016.04.0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