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량생산은 우리에게 이제는 익숙해진 말이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축적체제'를 일컬어 ‘포디즘’ 이라 하는데 이런 포디즘 체제는 18세기 말 영국에서 처음 나타난 공장제도(factory system)라는 대량생산체제의 확산을 통해 가능해졌다. 현재 자본주의 사회는 이러한 공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공장의 역사>는 공장이라는 창을 통해 사회를 이해하는 작업이다. 최초의 산업화를 경험한 영국의 사례를 통해 공장의 구조 및 변화의 역사를 재구성하며 공장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체제를 대상으로 삼았다.
1부에 <전前 시대의 유산>은 중세 후기 생산의 근간을 이루었던 도시의 수공업자 조합이었던 길드제도guild system 를 살펴보는데 길드제도가 쇠퇴를 배경으로 원산업화가 전개되었기 때문에 저자는 농촌공업과 도시수공업의 관계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2부 <산업혁명과 공장의 원형>에서는 영국 산업혁명의 주도산업인 면공업 분야를 중심으로 기계와 공장제도의 전개과정을 개괄한다. 여기서 저자는 기계와 공장이라는 말의 기원과 의미변화를 통해 공장의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는 추적한다. 여기서 '기계 machine'이라는 말은 숙련이 필요 없는 단순한 작업에 쓰이는 도구를 가르켰는데 18세기 후반에 이르러 ‘자신의 손을 가진 장치’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때 19세기 담론에서 주목할 것은 공장생산의 대안으로 소생산자의 출현이다. 대량생산을 비판하는 지식인들과 충돌하며 장인생산이라는 소규모 생산단위의 등장했으나, 19세기의 역사는 장인생산의 꿈과 사회이론이 산업주의 즉 사회의 욕구에 패배하였음을 보여준다. 이후 대량생산으로 대세가 기울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3부 <무거운 근대성과 공장제도> 19세기 중엽 영국은 다른 나라의 산업화에 힘입어 더욱더 경제적인 번영을 누렸다. 그러나 산업화과정에 나타난 경제 불황은 세계경제의 통합, 교통혁명, 제조업 성장 및 투자가속화에 따른 것으로 교통혁명으로 유럽의 선진적인 나라들이 유럽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낮은 비용으로 식량과 원료를 들여오게 되면서 전반적으로 저물가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저물가현상은 특히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산업국가의 농업을 황폐화시켰다. 그리고 이 저물가현상은 값싼 식량과 원료에서 비롯되었기는 하지만, 기술혁신에 따른 생산비 절감이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대불황기에 새로운 기술혁신은 중공업, 특히 기계, 제강, 화학, 전기, 자동차 분야에서 이루어졌다. 20세기에 들어와 전쟁과 전투적 노동운동 등으로 사회혼란을 겪어온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른바 복지국가 모델을 뒤따랐다. 복지국가 이미지는 실제로 대공장과 노동자, 둘 사이의 타협과 동거양식을 사회 전체로 확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자본과 노동의 경쟁과 타협을 전제로 한 노사관계 또한 근대성의 한 표현이라고 한다면, 대공장 안에서 이룩된 사용자와 노동자의 새로운 동거양식은 ‘무거운 근대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는 거대한 대공장들이 사회를 지배한 시대다. 포디즘은 20세기 자본주의, 즉 '무거운 근대성'을 상징하는 용어다. 무거운 근대성이란 자본과 노동을 하나로 결합해 상호의존성을 강화시켰다. 자본가와 노동자들은 ,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건강하거나, 병약하거나,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을 때까지 결합되어 있었다. 공장은 노동자 공동의 거주지였다. 노동법, 담합구조, 국가의 복지제도 등은 모두 이 동거양식과 관련된다.
4부 <탈공장의 시대> 영국 제조업이 쇠퇴를 통해 2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급속한 중심이동을 보여준다. 이런 면에서는 탈공장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징후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 전과 달리 거대기업들이 감량화, 경량화등을 통해 생조직의 유연화를 모색하는 한편, 전 세계에 걸친 분업체계를 통해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지식산업과 정보통신혁명같은 이 시대의 새로운 추세와 결합되어 전개된다.
지금까지 자본주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가 생산의 3요소라 부르는 토지, 노동, 자본이 생산 또는 자본축적의 기본적인 구성요소이면서 그와 동시에 역사성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여기에서 현대 경제학이 직면한 위기가 오늘날의 생산의 부의 축적 메커니즘을 종래의 패러다임으로 분석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고 한다. 이른바 탈공장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오늘 날 경제활동 일반에서 갈수록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생산의 3요소가 아닌 지식과 정보이다. 지식과 정보는 계측불가능하고 수치로 환원될 수 없기에 생산의 3요소로 치부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지식과 정보의 중요성은 디지털혁명과 함께 증폭되어 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의 고민이다. 이제 생산의 주체는 기계이고, 인간은 그 보조적인 지위로 떨어진 셈이다. 포디즘에 의한 대량 생산은 곧 에너지, 자원의 고갈과 대량의 산업폐기물을 가져왔고, 또 대량 소비는 생활폐기물의 엄청난 증가로 이어져 결국 에너지 및 생태환경의 위기가 자본주의 핵심적 위기의 하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대 우리에게 직면한 위기는 포스트포디즘에 대한 성찰을 필요로 하고 있다. 탈공장의 시대, 앞으로 어떤 변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그렇기에 공장이라는 창을 통해 사회경제를 바라보게 하는 <공장의 역사>는 불투명한 자본주의의 미래에 무척이나 시의적절한 책이 아닌가 한다. |
|
산업, 그 중에서도 공장을 중심으로 한 2차산업을 중심으로 영국의 근·현대 경제사를 다룬 책이다. 흔히 전산업시대(Pre-Industrial Era)라 불리우는 16세기 길드 중심의 도시수공업시대로부터 영국이 빠른 속도로 원산업화(Proto-Industrialization)를 이룰 수 있었던 원인에서부터 기술의 발달과 시대적 요구가 맞물려 발생한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 그리고 섬유와 직물 중심의 경공업(면공업)에서 제철과 제강 중심의 중공업으로 공업의 패러다임이 옯겨감과 더불어 미국과 독일이 영국으로부터 공업강국의 패권을 이어받게된 경위를 거쳐 테일러와 포드에 의해 완성된 '무거운 근대성'의 상징 포디즘까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공장의 형태는 물론 기술의 발달과 정치와 경제를 망라하는 사회시스템의 변화까지를 포괄적으로 다룬 꽤 묵직한 느낌의 책이다.
영국의 근·현대 산업사를 전공한 전문가의 글이라 꼼꼼한 조사와 예리한 분석력으로 알차게 차여져 있지만, 일반인들의 흥미나 관심사를 한 참 넘어설만한 지나치게 깊숙한(Specific) 부분이 많아 공부하는 자세로 이 책을 읽어나가는 이가 아니라면 다소 지루함을 느낄 여지도 꽤 있다. 논문 들의 전문자료와 대중적 인문학 서적의 중간 정도 포지션이랄까. 개인적으로는 특정 몇몇 이슈는 무척 흥미로왔지만, 더 많은 부분은 사실 관심사를 약간 떠난 부분이라 집중력을 유지해내기가 조금 힘든 독서였다.
후반부에는 에너지위기와 독일과 일본 등 신흥공업국의 탈포디즘 전략에 따른, 기존 대량생산체제의 대명사이던 영·미 자동차산업의 몰락과 첨단 IT 기술개발에 따른 정보산업화의 문제를 잠깐 다루기는 하지만, 어쩐지 앞 부분에서 보여준 전문적 세심함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마지막 포스트 포디즘(Post-Fordism)을 논하며 장인적 전통의 부활이 필요하다고 피력한 부분도 책의 논리적 흐름 속에서 다소 생뚱맞다는 느낌이다. IT 첨단기술을 통한 디지털혁명, 정보통신혁명에 대한 이슈와, 이후 바로 이어지는 범용 기계와 숙련 노동자들로 구성된 유연생산체계의 유용성 사이에 좀 더 충실한 연결고리적 설명이 곁들여졌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두 체계는 분명 무거운 근대성을 벗어버린 현대산업을 대표하는 흐름이지만, 서로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가졌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공장의 역사는 결국 생산에 필요한 인간의 물리적 노동력이 다른 동력(처음에는 자연에서 얻은, 나중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낸)에 의해 대체되는 역사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IT혁명 이후 현대 산업사회가 보여주는 특징들 또한 이러한 기본적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다. 물리적 노동력의 대체는 곧 인간이 노동에서 점차 소외됨을 의미한다. 물론 서비스업과 지식산업에서 인간의 정신적 노동의 수요는 (아직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서비스업이나 지식산업 분야 역시 산업이 고도화되며 인간 노동 자체의 비인간화는 마찬가지로 진행되고 있다. 즉, 개별 인간의 노동능력은 복잡하게 연결된 전체를 떠나서는 독립적으로 아무런 가치를 갖지 못하게 되어가는 것이다. 그런 노동능력은 자산 특화성(전속성, Asset Specificity) 원리에 의해 폄하되고, 부품화되어 언제고 더 좋은 새로움에 의해 버려지게 마련이다. 특정 자동차에만 쓰이는 부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회사는 그 자동차의 생산감소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되고 단종과 동시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이치와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한번 느낀건데, 노동으로부터의 소외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자로 살지 않는 것 뿐인 듯 싶다. |
|
수공업 중심으로 일하던 인류가 공장이라는 체제를 만들어서 지금과 같은 형태를 만들어낸 것은 언제부터일까? 이 책 [공장의 역사]에는 그 기원과 과정이 영국의 근대 경제사를 바탕으로 정리되어 있다. 과거 수공업 길드가 16세기 이래 점진적으로 쇠퇴하고 농촌 공업이 발전했는데, 수공업 길드는 상인들을 중심으로 결성되기 시작했다. 영국의 가장 오래된 길드조례가 12세기에 작성된 것이라 하니 길드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수공업자들의 자발적 전통에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길드는 번성한 도시에서는 노동, 생산, 거래를 관장했고, 기금 조성, 장례 등을 비롯해 복지 측면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도시 수공업은 기술을 관리하는 면에서 폐쇄적이어서 기술자들은 도제들에게 핵심 기술을 전수하지 않으려 했었다. 농촌 공업의 경우 주로 모직물 생산과 관련이 있었는데 이 경우 수공업과 농업을 병행했고 가족노동에 바탕을 두었으며 선대제 지배를 받았다.
이러던 중 산업 혁명이 일어나며 공업의 형태가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 첫 시작은 면직물이었는데 과거 모직물 중심의 수출품이 인도산 면직물에 의해 그 위치를 위협받고 면직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18세기 후반 겪게 된 모직물 산업의 위기와 밀접한 영향을 가지고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방적기가 탄생되며 공업의 형태가 공장 형태로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된다. 면직물 중심이었던 이유와 방적기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과거 학창시절 세계사를 배우면 배우지 못한 내용들이라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이 시기에는 와트에 의해 증기기관이 효율적 엔진으로 등장한 시기이고 한데, 그 영향으로 증기기관차, 증기선 등이 등장하여 운동 수단들이 동력의 변화를 보였다. 증기기관의 발달은 방적 공장을 수력에서 증기 방식으로 변화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공장화된 변화는 기존 질서에 반하는 여러 변화를 창출해낸다. 기계를 통해 직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필요 없는 노동력이 생겨서 실직 가장이 창출되는 대신에 공장에서는 실잇기와 실줍기를 위한 아동과 여성 노동력을 요구하게 된다. 이런 사회 변화를 당시 사람들에게 암울한 현상으로 인식되었다. 이 시기 즈음을 다룬 작품들의 분위기가 암울한 것은 아동 노동력 착취와 같은 사회적 문제만이 아닌 동시대인들의 의식의 영향이었던 것이다. 이 시기에는 산업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지만 동시에 기계와 노동에 대한 의식적 성장이 이루어진 시기였다고 할 것이다. 이런 산업화 초창기 영국의 문화 속에서는 산업을 통한 경제 창출은 필요한 것이었지만 노동에 몰입하는 것은 품위 없는 것이라 여겨 지주 문화를 동경하고 반 산업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19세기 영국의 산업은 직물 중심에서 석탄, 제철, 제강업 쪽으로 중심이 이동된다. 하지만 보수적이고 가족지향주의적인 풍토는 거대 기업의 출현을 지연시키고, 특히 면공업은 1920년대 일본과 인도의 경쟁제품이 밀려 쇠퇴하게 된다. 이 시기에 미국에서는 테일러와 포드에 의해 공장의 효용성이 연구되기 시작하는데 테일러의 방식은 영국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어 적용이 되지 않았었다. 포드의 방식은 단순 노동을 통한 분업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었으나 이 역시 영국에는 적용이 잘 되지 않았다고 할 것이다. 영국의 공업, 특히 기계 공업은 제 1차 세계 대전을 기점으로 성황을 이루었으나 그 후 대공황을 겪으며 침체를 겪게 되는 형태를 취했다. 자동차 산업은 호황을 누리다 하락세를 맞이하게 되는데 미국의 포드사가 영국에서만은 포디즘의 적용이 실패했을 정도로 영국의 경우 고용주의 노동자 관리가 어려웠다는 환경적 영향이 한 가지 요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도 영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전쟁의 피해가 적었고 마셜플랜에 따른 원조와 공공지출이 경제활동을 자극했다. 하지만 영국의 전통적 수출산업이라 할 수 있는 석탄, 강철, 조선, 섬유 분야 등의 생산은 점진적 감소를 보였고, 화학, 정유, 전기, 자동차 등 신산업의 성장이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로 이 시기의 영국의 성장은 그다지 큰 폭이 아니었고 일관성 없는 경제정책은 영국 산업이 약화되는 요인을 가져왔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은 이제 탈공장의 시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이라는 국가를 통해 공장으로 표현되는 산업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영국의 경기가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던 나의 인식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 그다지 관심이 없고 우리 나라도 아닌 영국이라는 유럽의 한 국가의 이야기를 보다보니 몰입이 방해되는 순간도 있었다. |
|
세계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총생산량은 세계총생산량의 50%이상을 차지했다고 한다. 그때는 소위 미제 라면 좋은 물건의 상징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그 자리는 중국이 물려받았고 이제는 저렴한 제품으로 인식되곤 한다. 공장도 비슷한 길을 걸어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블루컬러라고 하고 실제상품생산과 무관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스스로를 화이터컬러라고 하며 그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바로 그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장에 주목한다. 특히 이 책에서는 최초의 공업국이라고 할수 있는 영국 공장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영국은 최초의 공업국일뿐더러 제조업이 쇠퇴가 급작스레 이루어진 특징이 있다. 물론 신사의 나라라는 영국민 특유의 전통지향적태도나 영국정부의 '스톱-앤드-고' 정책도 중요한 원인으로 꼽을수 있겠지만 대량생산체제가 위기에 빠진것은 누구나 인정할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이 위기를 헤쳐나갈 키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역시나 그 답은 흥망성쇠를 다 경험한 영국에 있다. 처음 책을 읽을 때 '원산업화, 도제, 선대제, 가공임, 선대상인, 편력' 등의 알듯 모를듯한 단어와 그림이 나와있어도 이해가 힘들던 방적기, 증기기관등에 대한 설명때문에 머리가 아파왔지만 그렇게 오래전을 거슬러 올라간 이유를 찾을수 있었다.
'영국 근대서에서 나타난 대량생산기술의 진보는 전통수공읩의 장인생산과 유연한 생산활동을 구축하면서 이루어졌다.(p.382)
기계, 대량생산, 공장, 노동절약, 자본집약적 생산방식, 정보통신혁명 그리고 이제는 탈공장시대라고까지 말해지는 지금에 공장이 다시 돌아가야 할 곳은 처음 자리가 아닐까? |
|
[ 출판사를 통해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간서치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공장의 역사라고 하여서 공장의 시설과 발전사를 이야기 할 것이라 순수하게 여겼다. 하지만 저자는 공장이 아닌 산업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산업화에 따른 대량생산은 우리 모두를 풍요롭게 해줄 줄 알았다. 그러나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공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져 더 넓은 시장을 찾아 나선다. 그래서 무역이 생긴다. 하지만 점차 모든 국가들이 공장시설을 갖추기 시작하고 경쟁을 하기 시작한다. 그런 국제화변화가 함께 산업화에 폐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모던타임즈의 찰리채플린처럼 사람들은 비인간적으로 나사를 돌리는 단순한 작업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기도 하고, 어린이 관련 법이 생기기 전까지는 어린 손까지도 공장에 사용되곤 했다.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동자가족이 미숙련노동자로 공장에 진출함으로써 야기되는 가족적 가치의 파괴와 도덕의 타락을 우려했다. 따라서 공장생산은 무엇보다도 인간성을 앗아가는 해악이었다. - p 155 고사리 손으로 공장에 다니면서 가족을 먹여 살리는 어린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 노동자, 게다가 기계에 발달로 인해 해고되는 사람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계는 더 이상 사람의 손이 필요없게 되었다. 지금도 점차 매표소를 지키는 사람들이 없어지고 기계가 대신하기 시작했다. 그런 단순노동은 이제 사람이 아닌 기계가 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기계와 경쟁하게 되었다. 기계관리자가 아니라면 기계와 같은 노동자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사람들의 일자리는 기계가 대신하고 점차 기업들은 취업자리 인력을 줄이고 생산비를 줄여 가격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 그러니 더더욱 서민들의 생활고는 더해간다. 변화는 흘러 탈공장시대가 도래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컴퓨터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생필품을 살 수 있는 가격비교이지만 실질적으로 생산은 제조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많은 물품들이 OEM으로 만들어 지면서 MADE IN CHINA를 달고 나온다. 아무리 유명한 브랜드라도 말이다. 하지만 자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더 고품질로 인정되는 시대에 모든 제조를 중국으로 갈 것이 아니라 자국생산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격경쟁력도 좋지만 그보다 앞서 제조로 인해 중국에서 발목을 잡히는 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멀리 보고 꾸준히 MADE IN KOREA를 생산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인류의 역사에서 노동을 제외할 수 있었던 시절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근대 이후에나 등장했을 것만 같은 고용-피고용의 관계를 잠시 접어두더라도, 오늘 하루의 식생활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은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했다. 따라서 인류의 역사는 곧 노동의 역사라고 보아도 족하지 않을지 싶다. 생의 모든 영역에서 노동은 행해진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인류는 노동과 노동 아닌 것들을 가르기 시작했다. ‘공장’이라는 공간은 노동이 집약적으로 행해지는 곳이다. 인류의 역사에 거대한 진보를 가져다 준 산업혁명은 바로 이 공장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공장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근대 자본주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사실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일은 새로운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책이 색다르게 느껴졌던 것은 자본주의를 바라봄에 있어서 중심에 ‘공장’을 두었기 때문이다. 다들 익히 알겠지만 사람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계급이요, 계층이었다. 누가 누구를 고용했는가, 누가 소외당하는가에 집중한 사람들은 제 노동이 행해지는 공간에까지 미처 신경을 쓰진 못했다. 하지만 공간을 제외하면 우린 산업혁명에 대한 설명을 가능케 만들어주는 훌륭한 연결고리 하나를 잃고야 만다. 왜 산업혁명이 다른 나라 아닌 영국에서 시작하였는지를 따짐에 있어 공장은 배제될 수 없는 중요한 화두이다. 중심은 역시나 산업혁명과 공장에 대해 다룬 2부였다. 이와 같은 핵심을 다루기 위한 서두와도 같은 부분이 바로 1부 전前시대의 유산이었다. 아직은 공장이 등장하기 전이다. 많은 노동이 가정에서 행해졌는데, 여기서 말하는 노동은 가사노동과는 다른 개념의 노동이다. 가정을 넘어선 지역 단위의 노동 따위도 행해졌으니, ‘길드’라고 부르는 조직이 바로 당시의 노동을 대표하는 개념이라 하겠다. 조금은 개념이 다르겠지만, 오늘날 새로이 각광받기 시작한 ‘조합’을 떠올려 보게 되었다. 물론 당시의 길드는 조합처럼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다는 합의 위에 존재치는 않았겠지만, 노동의 영역을 특정 공간에 한정지으려던 산업사회의 시도들이 실패한 결과 과거로의 회귀가 행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영국의 산업혁명은 인간으로부터 기기로의 노동 전이(?)가 급격히 진행됨에 따라 발생 가능했던 일련의 과정이었다. 다른 국가 아닌 영국에서 그와 같은 일이 가능했던 까닭은 당시 영국이 무역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를 연결짓는 중심축으로서의 역할을 영국은 수행했다. 양 대륙에서 모두 각광 받았던 것은 다름 아닌 면직물. 수요가 있으니 공급하려는 노력이 행해졌다. 그리고 증기력은 그와 같은 노력을 부추겼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아이와 여성이 노동에 대한 일종의 제약틀이 마련되기 시작하는 과정을 다룬 부분이었다. 한때 당연시 여겨졌던 그러나 지금의 기준에서는 한없이 끔찍해 보이는 영유아의 노동이 금지되는 과정을 많은 이들은 인권의 신장으로 해석하고는 했다. 그러나 자본가는 박애주의자가 결코 아니었다. 지금처럼 세분화까진 되지 않았겠으나, 그래도 고도로 부를 축적한 이들과 상대적으로 그렇게까지 부유하진 않았던 이들로 자본가 집단은 당시에도 갈렸다. 아동의 노동 시간을 줄이고 더 나아가 금지하는 일은 부유한 집단의 이익 추구와 잘 맞아떨어졌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성인 남성의 노동 시간을 단축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보았고, 실제로 아동의 노동시간 단축은 그와 같은 결과를 낳았다. 동시에 이는 자신보다 가난한 자본가들이 노동력을 획득하는 일을 방해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고 구할 수 있는 게 아동 노동력이었다. 돈이 없어 아동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고용한 아동을 장시간 부려먹을 수 없으니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찰리 채플린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바로 상상하게 되는 영화 ‘모던 타임즈’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도 이 책은 제공한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테일러주의와 포드주의에 대해서 말이다. 모든 담론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고려 속에서 탄생하였다. 안타깝게도 그 깊은 고심 속에는 노동자에 대한 어떠한 배려도 포함되지 아니 하였다. 복지국가와 신자유주의 역시 주체는 자본이었다. 지금은 복지를 일컬어 포퓰리즘이라 외치는 목소리가 거센데, 제 입맛에 맞으니 도입했다가 아니다 싶으니 내치는 자본의 냉혹한 속성을 잘 보여주는 예가 아닐지 싶다. 더 이상 영국은 제조업의 나라가 아니다. 비단 영국만이 아니라 한때 자본주의의 혁혁한 발전을 이끌었던 대다수의 국가들은 제조업으로부터 멀어진 지 오래다. 대신, 오늘날을 이끄는 것은 바로 정보통신이다. 노동의 형태가 달라졌고 노동의 장소도 변모했다. 기기에 몸을 맡긴 채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에 맞추어 노동해야만 했던 우리의 선조들과는 사뭇 다른 삶을 지금 우린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행하고 있는 그 무언가 역시 노동이다. 과거에 비한다면 노동의 주도권은 노동을 하는 측이 쥐고 있다 볼 수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었다. 의식적인 노동, 노동의 주인된 인간, 과연 우리는 그리 될 수 있을지, 변화한 이 시대에 한 번 즈음은 물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
|
21세기 대한민국은 소비의 사회다. 휴일이면 밀린 쇼핑을 하는 사람들로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은 북새통을 이룬다. 뿐만아니라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앉은자리에서도 구매가 가능할 정도로 소비는 우리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무턱대고 사들이는 것들 중 필요에 의한 구매는 어느정도나 될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많은 제품들은 불과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생활에 직접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는 '소비는 미덕'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소비가 장려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기계의 발명과 더불어 교통과 통신, 물류의 혁명은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고, 대량생산은 곧 대량소비로 이어졌다. 소비사회는 '공장'을 통해 가능해졌으며, 때문에 생산과 소비가 작동되어 사회의 기본 구조를 형성하는 동력을 '공장'으로 보는 저자의 주장은 타당하다. 이 책은 바로 '공장'을 통해 보는 사회사이다. 공장의 역사를 재구성한 이 책은, 증기기관에 의한 개량방적기 발명으로 산업화가 가장 먼저 시작된 영국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있다. 때문에 이 책은 영국의 공장사이며, 영국의 경제사와 노동의 역사이며, 유럽의 복지사를 살피는 책이기도 하다. 산업혁명으로 일컫어지는 18세기 영국의 산업화는, 사람의 손기술을 기계로, 인력에 의한 수작업을 증기기관에 의한 증기력으로 대체했다. 또한 장인에 의해 가내수공업으로 이루어지던 작업은 미숙련 노동자에 의해 공장에서 단순작업의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 공장의 생산공정은 분업에 의해 작업이 단순화되어 산업화 이전의 많은 장인들은 직업을 잃었고, 그의 가족들은 어린 아이들까지도 미숙련 노동자로 공장에 진출하게 되었다. 인간의 노동을 절약해, 생산비를 줄이면서도 더 많은 양을 더 빠른 시간에 생산해 내는 공장의 대량생산 시스템은 역으로 인간 노동의 가치를 저하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나아가 생산품 뿐만이 아닌 인간관계까지도 상품 관계로 만들었다. 생산조직과 작업원리에 관한 담론인 '과학적 관리'를 주장한 테일러는 노동자를 감성과 이성을 가진 주체적 인간이 아닌 작업수단으로 인식했다. 또한 자동차 왕으로 일컫어지는 포드는 일관된 작업 조립라인과 표준화된 부품생산, 기술적 분업에 바탕을 두어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으며, 포드는 높은 생산성에 고임금을 보장했고, 이에 노동자 자신이 소비자가 되는 구조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에 대한 권한을 잃고, 점점 자본가에게 종속되게 된다. 저자는 공장제도의 변화를 살피는 것으로 탈공장의 시대인 오늘날 노역이 아닌 노동에 대해 생각하고, 기계와 함께 연결되는 삶의 성찰과 고민을 위해 이작업을 수행했다고 적고 있다.
기술혁신은 인간의 물질 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인간을 둘러싼 지구 환경 조차도 확실히 변화시키고 있다. 또한 인간 노동의 가치는 점점더 하락해 노동을 부끄러운 일로 여기게 까지 되었다. 기계를 사용해 낮은 비용으로 상품을 생산해 상품량을 증가시키면 사회의 모든 계급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 리카르도나, 기계의 도입으로 인한 분업이 고용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는 아담 스미스의 생각은 정확히 틀린 생각임은 저 영국의 공장사를 통하지 않더라도 오늘날 우리사회의 현실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되고 있다. 자동화 기기로 채운 공장에서 노동운동과 노동조합은 확실히 쇠퇴하고 있으며, 고용의 상당부분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대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는 서로 연대할 수 없고, 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지하철역에서 승차권을 판매하던 지하철공사 직원은 하청업체의 비정규 노동자로 대체되었고, 그조차도 이제는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이것은 먼 미래가 아닌 오늘날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산업화의 역사가 오랜 나라들은 거대공장에서 정립된 노사관계의 역학을 사회 전체로 확대해 오늘날 복지국가라고 불리게 되었으나, 그조차의 역사도 없는 우리나라에서 '복지'라는 말은 포퓰리스트 정치가의 선거용 공약 이상은 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영국의 공장사를 통해, 어느나라보다도 초고속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산업화를 되돌려 봐야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
|
영국 사례 중심으로 공장 시스템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공장제도의 발전과 지식인의 담론, 공장 노동에 대한 국가 간섭을 기본축으로 하여 19~20세기 영국사를 정리한다. 이런 식으로 근대 영국사에 접근하다니, 읽으면서 매우 흥미로웠다. 전체적으로 좋았지만, 특히 혼자 공부하는 내겐 면공업 공장을 중심으로 산업 혁명기 공장과 19세기 전반기을 다룬 2부가 유익했다.
내가 나중에 다시 찾기 위해 간략하게 내용을 정리해본다. '1부 전시대의 유산'은 산업화 이전의 생산방식, 생산조직, 노동과정을 다룬다. 수공업자 사회의 장인, 직인, 도제 시스템이 잘 설명되어 있다. 16세기 이래 농촌 공업이었던 선대제도 다룬다.
'2부 산업화와 공장의 원형'은 영국 산업 혁명기 면공장을 중심으로 공장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방적기에서 증기기관까지 기술 개량의 역사를 개관해준다. 면공업 공장이 시기에 따라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알 수 있다. 공장 시스템을 둘러싼 지식인의 담론을 분석하고 정부가 공장법을 제정한 배경을 설명한다. 이 부분이 흔히 아는대로, 산업 혁명기 공장 제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는 점을 알게되어 좋았다. 1833년 공장법은 18세 미만 연소자 야간 작업 금지 및 12시간 노동일, 9세 미만 아동 고용 금지를 법에 명시하고 있어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 입법 의도까지 선의는 아니었다. 대자본가들은 법안에 찬성했지만 아동고용 제한 및 보호 규정 반대한 자본가의 주류는 중소 수력 공장주들이었다는 점에서 엿볼 수 있듯, 이에는 중소 공장을 몰락시키기 위한 대공장주의 잇속 계산이 깔려 있었다. 면공업 분야 방적기의 지속적인 개량과 더불어 신식 기계를 도입한 대규모 자본가의 공장에는 솜줍기나 실잇기를 맡는 아동 보조노동력이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었다. 아동 보호나 인권 차원만은 아니었다. 아, 이래서 통사로 훑어보지 말고 세부적으로 파고들어 역사서를 읽어야 하나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1833년 공장법은 대자본과 중소자본의 이해관계 대립을 암묵적으로 반영한 것일지도 모른다. 대자본가들은 공장실태에 비판적인 사회여론을 진정시키고 가능하면 그 병폐의 대부분을 중소공장주의 책임으로 돌리고 싶어 했을 것이다. - 212쪽에서 인용
'3부 무거운 근대성과 공장제도'는 포디즘 체제를 다루고 있다. 20세기 초 공장은 내구소비재 산업 중심이 된다. 작업의 기계화, 부품 표준화, 일관작업 생산방식이 중요해짐에 따라 이른바 포디즘 체제가 등장했다. 이 체제는 인간의 노동을 둘러싼 시간과 공간의 재구성 초래했다. 그외 노사동거체제 확립 이전의 공장법 체제가 대공장을 대상으로 어떻게 변모해왔는가 등등 노사 관계 역사가 전개된다.
'4부 탈공장의 시대'에서는 정보통신 혁명, 디지털 혁명, 물류혁명이 가져온 변화를 논한다. 이러한 변화를 저자는 무거운 근대성에서 가벼운 근대성으로의 전환이라 말한다.
책은 재미있고 유익했다. 산업혁명기 영국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저자 이영석 선생님의 영국사 책은 다 지식욕을 충족시키면서 현학적이지 않아서 읽기 편하다. 이런 흥미로운 책을 기획해 출판해내는 푸른 역사 출판사에도 관심이 간다. 뭐, 그냥, 나란 인간은 좋은 책을 읽고나면 저자와 출판사에 마냥 고마워지는, 한없이 착한 마음이 생기는 독자인가보다.
|
|
닷컴 버블과 글로벌 금융 위기는 21세기에 전세계를 크게 휩쓴 대표적인 경제 위기이다. 제조업을 대신하여 새시대를 열 수 있는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았던 정보통신업은 급작스러운 성장만큼이나 빠르게 거품을 터뜨렸고, 그 자리를 대신하는 듯이 위세를 과시하던 금융업은 불안했던 치부를 드러내며 세계를 불황으로 밀어넣고 있다. 두 번의 큰 위기를 겪으면서 한 편에서는 제조업의 위치를 다시 올리고 싶어한다. 실물 경제가 기반이 되어야 경제적인 기반을 잡을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제조업보다는 IT 업계나 금융업이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생산이나 기술 개발보다는 서비스나 경영과 관련된 분야가 높은 보수를 받는 것만 봐도 제조업이 지고 있는 태양이라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런 새로운 흐름에 제조업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공장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야 할까? 이런 의문에 앞서 이 책은 영국에서의 공장의 변천사를 중심으로 공장의 역사를 되짚는다.
1부인 전시대의 유산은 본격적으로 공장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중세의 길드제와 산업혁명의 요인에 대해 기술하였다. 2부에서는 면직 기계의 혁신과 새로운 동력의 사용을 주축으로 산업혁명 시기의 공장의 변화 그리고 그것이 사회 구조에 미쳤던 영향을 살펴보았다. 3부에서는 2차 산업혁명 이후의 공장을 논하고 있는데 세계 대전의 영향과 새로운 생산 담론(테일러주의와 포디즘)에 대한 영국의 대응을 다루고 있다. 4부에서는 공장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기 시작하는 20세기 후반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적어 놓았다.
책의 중심에는 영국이, 특히나 면직 공장의 발전사가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의미에서의 '공장의 역사'를 살펴보는 데에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또한 제1차, 2차 산업혁명이 책의 주된 내용이기 때문에 공장의 '현재'를 다룬 부분은 부족해 보이고, '미래'를 다룬 부분은 삐져나온 실밥 같기도 하다. 반면 조밀하게 기술된 부분은 여러 가지 사료를 다각도로 분석했을 뿐만 아니라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를 뽑아낼 수 있을만큼 풍부하다.
초창기 중요한 기술 발전을 이룩한 세 종류의 면직기가 등장한다. 그러나 당시 특허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면직기의 개발자 중 떼돈을 번 사람은 한 사람에 불과하고, 나머지 둘은 정당한 기술의 댓가를 받지 못했다. 이런 시대적 현상을 바탕으로 영국은 다른 나라보다 먼저 특허에 개념을 확립할 수 있었다.
급작스러운 공장의 확장으로 농촌의 잉여 노동력 만으로는 원하는 양만큼 생산하기 힘들게 되었다. 그러자 아동에 대한 노동 착취가 심해지고, 1인당 근로 시간 역시 크게 증가했다. 이런 과도한 노동 착취에 대한 경각심으로 아동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해지고, 법정 근로 시간에 대한 인식이 일찌감치 생겨나게 된다. 그리고 과도한 기계의 사용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는 낭만적인 사조가 등장하기도 했다.
영국의 산업 혁명은 증기 기관과 방적기의 발전으로 느닷없이 진행되었다는 이미지와는 달리 비교적 천천히 이루어졌다. 기술의 전파 속도도 빠르지 않았을 뿐더러, 낮은 기술로도 신기술과 비슷한 생산성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영국 이외의 여러 나라들, 특히 중국이나 인도도 산업 혁명을 이루기 위한 어느 정도의 기반(충분한 농업 생산성과 잉여 노동력 확보)은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2차 산업 혁명은 영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차지였고, 영국은 이무렵부터 선도적인 기술을 그다지 많이 보유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영국의 공장들은 자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다른 나라와 달리 영국의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서 '다품종 소량 생산'을 지향하는 영국의 공장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책의 말미에 저자는 생산 과잉으로 인한 환경 훼손과 경제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을 지지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공장의 역사>라는 책을 관통할만한 내용까지는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생산 수단과 노동의 분리'로 대표되는 자본주의를 꽃피운 '공장의 시대'에 영국이 어떠한 대응을 했는가에 주목했으면 어떨까 싶다. 2차 대전 이후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내세웠던 영국과 아직도 보편적 복지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이 나라를 비교하면서 말이다. |
|
오래전 BBC에서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사회소설 [남과 북]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었다. 영국 북부의 밀튼이라는 가상도시를 배경으로 19세기 중반 부유함과 전원생활로 대표되는 남부의 여자와 산업화된 북부의 남자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를 그린 내용이다.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과 빈곤한 생활이 회색빛 도시만큼이나 암울하다. 대조적으로 요란하게 돌아가는 방직기와 함께 펑펑 내리는 눈처럼 솜털이 날리는 공장내부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노동자와 고용주간의 피할 수 없는 마찰이 폭력적인 파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산업혁명시대에 겪었던 슬픔과 문제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단히 인상적인 드라마여서 책으로 꼭 읽고 싶었다.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책을 찾았지만, 번역본이 출간되지 않았음을 알고 많이 아쉬워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무수한 솜털이 휘날리는 면생산 방적공장의 내부와 노동자들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공장의 역사]는 산업혁명을 이룩한 영국경제의 사례를 중심으로 면공업을 비롯한 몇몇 산업분야에 국한해 공장의 역사를 기술한 책이다. 공장은 산업화의 동력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외면 받아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공장의 구조와 역사를 재구성하여 근대사회와 국가의 체제를 분석하고 이해하고자 했다. 지은이는 전통적인 수공업길드에서부터 농촌공업으로 이행되는 사회경제적 배경과 변화를 살핀다. 또한 기계의 발달과 함께 모직물공업을 넘어 면공업의 산업화 과정을 낱낱이 풀어서 펼쳐 보인다. 숙련노동을 필요로 하는 전통적인 조직의 소규모생산은 도구수준이었던 방적기의 기술개량과 혁신으로 생산량의 증대를 가져온다. 18세기 면공업은 다양한 형태의 방적기가 발명되어 수력을 이용한 방적공장이 들어서는 변화를 맞이하고, 새로운 동력기관인 증기력의 보급이 점진적으로 일어나면서 당대 최첨단의 산업분야가 된다. 19세기 초에 증기력으로 가동되는 뮬방적공장이 지배적인 공장형태로 자리 잡는다. 기계와 증기력 그리고 공장제도의 출현은 영국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가속시켰지만, 산업화과정의 폐해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자본가는 이윤추구보다 반산업적인 가치를 중시하면서 영국경제는 점차 활력을 상실한다. 영국은 최초의 산업국가 였음에도 여러 산업분야가 다른 국가들에 추월당하고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되는데, 지배세력의 전통지향적인 신사문화는 경제불황 원인의 한축을 차지한다. 지은이는 배비지, 유어를 비롯한 당대의 지식인들이 말하는 산업혁명과 공장제도에 대한 담론의 의미와 견해를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영국의 산업이 쇠퇴하던 19세기 후반기에 독일, 미국, 일본 등의 나라에선 급속한 산업화가 진행되어 공장제도의 발전에 선도적 기여를 한다. 영국의 자동차산업은 거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한 미국, 독일과 달리 중소규모의 기업들이 고급차 위주의 생산으로 시장을 분점하고 있었다. 당시 기술축적과 자본집약으로 효과를 나타낸 과학적 관리와 표준공정 방식의 테일러주의와 포디즘이 유럽의 각국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특히 숙련노동자들이 노동과정을 통제하고 장악한 전통지향적인 영국에서는 이민노동자층의 공급으로 노동자를 체계적이고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미국식 생산체제의 도입이 어려웠다. 다른 시장규모와 다양한 모델이 시장을 분점하는 소비자의 성향 역시 단일 대형조립 생산라인이 불필요한 이유였다. 가장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춘 포드사가 영국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시장공략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영국의 자동자회사들은 선택적 포디즘을 도입하면서도 자율적 노동관행을 추구하고 과도한 기계화를 지양했다. 이는 노동조직과 운동을 기반으로 한 복지국가의 단초가 되었지만, 한편으론 고급차 위주였던 영국자동차산업의 쇠퇴와 함께 경제 불황을 가져온다. 지은이는 1920년대 타협을 토대로 만들어진 안정된 자본과 노동의 동거양식인 영국의 생산체제를 ‘무거운 근대성’으로 표현한다. 쉽게 다른 쪽으로 움직일 수 없는 자본과 임노동의 심화된 상호의존성은 국가와 시민의 관계로 투영되어 복지국가의 기틀을 마련한다. 국가가 자본주의의 폐해에 따른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적극적으로 간여해야한다는 신자유주의(new liberalism) -1980년대에 널리 알려진 시장기능주의의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와 의미가 다른- 가 나타났다. 노동운동의 오랜 전통을 지닌 서유럽에서 ‘무거운 근대성’인 노사동거체제가 확대되어 전 인구의 삶에 국가가 관심을 기울이는 복지국가 모델의 구체적인 결실을 맺은 것이다. 1945년 종전직후에 노동당은 마르크스주의가 아닌, 국민적 사회보장체제를 위한 사회주의 국가수립의 공약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했고, 대대적인 사회개혁과 국유화정책을 펼쳤다. 이후 1950년대와 60년대 보수당 득세시기에도 야당과 합의의 정치를 통해 사회복지와 국유화 정책을 그대로 유지한 점은 복지국가의 모습을 더욱 확고히 했을 것이다. 20세기 후반 세계는 교통, 통신, 컴퓨터의 혁명과 더불어 전 세계의 생산기지에서 가장 적절한 생산요소를 투입하고 생산하는 시스템이 되면서 초국적 경제로 발전한다. 이때 영국은 제조업위축과 탈공업화 현상, 실업자가 급속히 증가하는 장기침체를 맞이한다. 1979년 보수당은 노조의 권한과 활동을 억제하는 입법 등의 강력한 제도개혁으로 경제불황을 해결하려한다. 통화긴축정책과 시장경쟁을 추구하며 반노조정책을 펼친 정부의 영향으로 영국의 조직노동운동은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지은이는 장기불황을 가져온 영국의 다양한 산업분야의 쇠퇴 이유를 분석하면서, 공업, 제조업, 철강산업 등의 산업은 영국특유의 소규모 가족적 기업문화, 기업주체들의 전통지향적문화, 스톱-앤-고 화폐정책에서 보여 지는 정부의 오도된 인식과 일관성 없는 정책 등의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얽혀있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자료를 넘나들며 영국의 산업혁명전후의 경제사를 새롭게 정리한 지은이의 탐색이 돋보이는 책이다. 공장이 어떻게 탄생하고 발전하며 변모했는지에 대한 공장의 구조적 접근을 통해 과거 근대문명의 발전과정과 서구복지국가 탄생의 궤적을 훑어볼 수 있었다.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경제침체는 자본주의 시장의 불완전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기가 희박해져야 공기와 생명의 관계를 알 수 있듯이 이윤추구 이외의 도덕적 성향들이 자본주의의 성공을 위한 충분조건이라는 지은이의 통찰이 솔찮은 무게를 지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