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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비밀이야.’ 다른 누군가에게 하지 못하는 말, 행동, 상황, 사건. 너와 나, 단둘만 아는 일이 존재하면서 비밀은 시작된다. 그 비밀은 너와 나 사이에 공유된다. ‘우리’라고 묶어두고 비밀 유지에 힘쓰게 한다. 잊지 않게, 한 번씩 상기하게 하면서... 반대로 그 ‘우리’는 철저하게 ‘너’와 ‘내’가 되어 살아가기도 한다. 그 비밀을 공유하고 있지만, 서로의 연결 고리를 끊는다면, ‘우리의 비밀’은 각자의 비밀이 될 수 있다. 비밀로 인한 걱정과 불신을 없앨 수도 있다. 이 소설 『앤』은 전자의 경우다. 잊고 싶으나 잊을 수 없고, 잊으려 하면 누군가가 옆구리 찔러 상기하게 하고, 그 비밀을 중심으로 모두를 의심의 늪으로 빠지게 한다. 욕망과 집착을 불러온다. 그 근원을 모른 채로. 그 비밀이, 비밀로 유지될 거라 믿을 수 없게 한다. 그건, 각자가 처한 상황이 비밀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이 인간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을 동시에 품게 한다. ‘이거, 너한테만 하는 말인데...’ 라고 시작하는 말이 정말 비밀이 될 수 있을까?
열여덟의 그 시간. 비밀의 화원이라 부르던 곳에서 한 여학생이 사고사로 사망한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같은 학년의 남학생인 기완. 실랑이하다가 실수로 밀린 여학생이 계단에서 굴러 죽게 된 것이다. 실상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은 모두 여섯이었다. 기완, 재문, 유성, 진철, 해영(나), 그리고 죽은 여학생에게 고개 숙이던 주홍. 이들은 죽은 여학생을 본명을 두고 앤이라 불렀다. 애인의 준말로, 죽여주는 포르노 비디오의 주인공으로. 기고만장한 앤의 콧대를 눌러주고 골탕먹이려 비밀의 화원으로 부른 것인데, 이들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사건은 터졌다. 앤에게 피해자가 된 주홍을 숨겨주고, 미처 도망치지 못한 기완이 앤을 죽인 가해자가 되고, 나머지 넷은 비밀을 공유한 채로 후일을 도모한다. 시간은 흘렀고, 기완은 출소했다. 네 사람은 자신들의 존재를 감춰준 기완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완이 자리 잡을 수 있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었으나, 기완은 다시 한 번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고 두 번째로 출소했을 때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이들을 다시 불러 모은다.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은 시간은 이렇게 자꾸 수면 위로 떠오른다.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기완, 관대한 척 이해하는 척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생존이 우선인 다섯 사람(주홍까지). 자신이 끝을 향해 가지 않기 위해 이들은 본심을 드러낸다. 모두가 공유했던 단 하나의 비밀은 와해하고, 비밀의 공유자는 하나씩 사라진다. 내가 살기 위해서, 내가 지켜주고자 하는 너를 위해서, 내가 파멸하지 않기 위해서...
사람 사이의 일은 블록보다 조립하기가 쉽다. 조립 블록은 구멍이 맞지 않으면 끼워 맞출 수 없지만, 사람은 막다른 곳에 다다르면 돌출된 부분과 구멍을 어떻게든 짓누르고 일그러뜨려 조립을 이루어낸다. 모든 블록을 다시 만들 바에야 몇 조각의 블록을 망가뜨려서라도 원하는 모형을 완성하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117페이지)
이야기는 화자인 나(해영)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해영은 앤이 사망한 그 사건 이후로 주홍을 지켜주고자 하고, 자신이 없으면 주홍이 아무것도 못할 거로 생각한다. 배우가 된 주홍과의 시간을 계속 유지하면서도 완벽한 연인 관계는 아니고, 아직은 자신의 손안에서 품어주어야 할 보호의 대상으로 여긴다. 주홍의 만족, 주홍의 발전, 주홍의 현재를 위해서라면 해영은 못할 것이 없다. 오직 자신만이 주홍을 완전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 주홍에 관한 모든 일에 대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내는 기적을 발휘한다. 오직 주홍 때문에. 오래전 앤의 죽음을 두고 이어온 비밀 때문이 아니라, 그 일을 계기로 함께한 주홍이란 사람에 대한 맹목적인 헌신이자 관심이자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유일한 일이 되어버린다. 그건 아마도, 해영 자신의 안에 있는 욕망의 분출이자 집착으로 표현되는 사랑이 아니었을까.
이들의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사람 사이의 믿음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게 한다. 서로가 공유한 비밀이 폭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요하게, 조용히 뒤에서 발버둥 치는 모습이 섬뜩하다. 우연처럼 실수로 일어난 살인사건 하나가 그들에게 어떤 상처를 부여하고, 그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가 하는 무서움을 보게 한다. 사랑이라 확실하게 단정할 수는 어렵지만 내 안에 두고 품어줘야 할 대상에 대한 집착은 또 어떤가. 스스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이라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내가 아니면 너는 안 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거대한 오해. 그건 상대에 대한 배려가 아닌 해영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자신의 외로움 때문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마저도 확신할 수는 없다. 많은 것이 어긋나고 있다는 것밖에는... 모든 것은 그 시작인, 비밀이다. 그 시점부터 많은 것이 달라졌다. 서로를 친구라 불렀던 관계는 끊임없이 경계하고 의심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그저 안쓰럽게 생각했던 한 여자를 향한 시선과 생각은, 나만이 너를 지켜줄 수 있다는 욕망과 집착으로 남아 있다.
계속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는 화자인 해영에게 시선이 고정된다. 해영의 행동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 ‘어쩌면 나도?’ 하는 부분을 동시에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영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으면서 그 경계와 의심을 표현하고 처리한다. 자신이 보호해야 할 대상은 의심 없이 믿어버린다. 오직 비밀을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 ‘함께’라는 의미가 부여되는 듯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비밀이란, 공유된 순간 비밀이 아닌 게 된다는 것이다. 비밀이란 것은 오직 나 혼자 알고 있을 때만 비밀이다. 누군가와 비밀이 공유되는 순간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안해해야 한다. 그래서 그 비밀을 둘러싸고 있는 그들 각자가 보여준 행동이 어떤 면에서는 공감을 부르기도 한다. 그러한 비밀, 그 비밀과 함께할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 그로 인해 보이는 여러 가지 모습의 감정. 그 모든 것은 간절함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결국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간절함...
해영이 비뚤어지게 보여줬던 그 간절함을 사랑이라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잠깐 생각했다. 등장인물들이 보여준 물질적 욕망만큼이나 눈에 띄었던 것은 화자인 해영이 주홍을 대하는 태도였다. 집착. 사랑을 파멸이라 불러도 좋을 원인. 결국, 해영 자신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만들어낸 감정. 집착을 사랑이라 불러도 좋다면, 사랑의 한 형태로 인정할 수도 있다면,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 있을 정도로 사랑했던 거라고. 그게 죽음일지라도.
사람의 욕망에는 바닥이 없다. 그것은 대부분 무섭도록 적막한 심연으로 이어져 있다. 어느 생명체 하나 숨 쉬고 있지 않은 검은 빛의 공간. 무엇 때문에, 라고 묻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욕망이 추구하는 것은 결국 또 다른 욕망이다. 두 개의 거울이 마주 보고 있을 때 그 속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계단 같은 것. 어느 개 한 마리가 그 안으로 뛰어들어 더러운 침을 흘리고 있는 냄새가 난다. (133~134페이지)
비밀을 둘러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보게 하면서 시작했던 소설은 한 남자의 집착 같은 사랑의 결말을 보여주면서 끝났다. 분명하게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이 그의 안에 가득한 채로 파멸로 이끌었던 듯하다. 누군가를 보호한다는 의미로 통제하던 것은 결국 그가 가진 욕망을 분출하는 또 다른 방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 욕망을 이해, 혹은 배려라고 착각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의 감정은 단속하지 못하고... 그게 살아가는 한 모습이라는 듯이. 추리소설 같은 흥미로움, 동시에 인간이 가진 욕망과 사랑의 어긋난 형태를 보게 했다. 재미있는 인간사, 내가 사는 이곳의 다양한 모습 중의 한 장면이다. 여전히 나는, 우리는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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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아리의 작품들중 내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것은 [직녀의일기장]이었었는데 앞으로는 직녀의일기장에 이어 앤의 작가로도 기억이 될것 같다. 처음 책소개글을 보고 호기심이 동했었는데 기회가 쉽사리 오지않아 이제서야 이책을 집어들게되었다.책을 받아놓고도 며칠동안 서너페이지를 넘기지못하고 다른책들만 뒤적이다가 읽을마음을 먹고 들여다보니 앉은자리에서 끝까지 한달음이다.
새벽 두시경 주홍이 해영에게 전화를 걸어온다. 기완이 친구들을 소집했다는 불길한 소식과 함께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온다. 같은 운명에 엮인 다섯남녀, 주홍,해영,제문,유성,진철 그들은 모두 크게작게 기완에게 부채를 지고있는 사람들이었다. 한순간의 치기어린 행동이 이렇듯 일생동안 발목을 붙잡을줄 알았더라면 그따위 복수를 한답시고 어설픈 치기를 드러내는것이 아니었는데.. 시골마을에서 모든 남학생들의 선망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있던 앤에게 기완이 마음을 주고 그런 기완을 부추겨가며 사랑의 완성을 시켜주려던 친구들은 앤이 기완을 거부한 사실을 용서하지못한다. 어떻게하면 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줄까 고민하던 친구들은 앤의 곁에서 앤에게 복종하는 무수리중 한명인 봉다리와 앤의 전남자친구의 만남을 꾸며 거짓문자를 보내고 길길이 뛸 앤의 모습을 상상하며 쾌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장소에 나타난것은 그들이 원했던 남자가 아니라 바로 앤과 봉다리. 봉다리를 본 앤은 이성을 잃고 날뛰고 그런 앤을 막아내던 친구들은 실수로 앤을 밀어버린다. 그렇게 살인이 이루어졌다. 뒤를 이어 나타난 패거리들에게 기완은 잡히고 다른 친구들은 급격히 몸을 감추는데 기완은 함께있었던 친구들에 대해서는 끝내 함구하고만다. 의리라고 생각했던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기완은 친구들과는 다른 세상에 들어간다.
굳이 보려고하지않으면서 적당히 무시하면서 친구들은 저마다의 삶을 꾸려나간다. 처음부터 기완이 친구들에게 돈을 요구했던것은 아니었다. 제안의 부채의식때문에 친구들이 저마다 추렴해가며 기완에게 돈을 마련해줬었는데 어느틈엔가 너무도 당연하게 기완은 친구들을 등을 치는데 익숙해져있었다. 한번이 두번이 되고 두번이 세번이되고.. 이번에는 실수로 사람을 죽였다며 사람을 묻어달라는 부탁까지하게 되자 해영은 오면서부터 준비했던 약을 사용하고 약에 취해 길가에 잠든 기완을 제문이 차로 치고 그런 제문을 진철이 핸드폰으로 촬영을 한다. 그들은 비밀을 공유함으로 한배에 탄 친구들이었지만 그렇기때문에 균열이 가기쉬운 존재들이기도 했다. 봉다리였던 주홍과 해영은 한 아파트에서 은밀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사이였는데 연예인인 주홍에게 스토커가 따라붙으면서 주홍과 해영의 관계가 밝혀진다. 스토커를 뒤쫓으면서 해영은 스토커가 유성이라는 확신을 갖게되고 이번에는 유성을 사지로 내몰 궁리를 하게되는데, 아이가 아픈 진철은 제문을 협박할 궁리를 하고 해영은 진철내외의 부음을 듣는다.기완을 포함한 여섯명의 친구들이 한명씩 죽음을 맞는것을 볼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소설의 주인공이 해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가면서 해영또한 장기판의 졸에 지나지않았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아무리 욕심을 채워도 욕심이 채워지지않는 사람의 곁에서 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것인지, 처음 살인은 의도된바가 아니었지만 그이후로 보여지는 행태는 누구하나 정상적인 인물이 없다는 생각이 들게만든다. 적당히 반항하거나 상황을 모면할수 있었으면서도 끝까지 가련한 피해자의 모습을 하고 있던 봉다리부터 단순하게 고백을 했다 차였다는 이유로 몰려가서 복수모의를 하는 친구들 모두 광기에 사로잡혀있는것 같다. 그들은 정말 친구였던것일까..해영이 사랑한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광기어린 집착이 만들어낸 비극적인 사건들, 그 시작이 정말 앤이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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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읽는 전아리작가의 소설이다. 첫 책도 그렇고 이번 책도 그렇지만 수식어구가 너무 많다는 게 전아리작가의 특징이다. 전에 읽은 책은 지나치게 많은 수식어구 때문에 책을 덮어버렸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려고 책을 집었을 때 걱정이 되었다. '다 읽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걱정. 하지만 그런 걱정은 책을 읽기 시작하자 사라져 버렸다. 독서를 시작할때 가졌던 걱정은 궁금증으로 바뀌어 끝까지 읽게 되었다. 뒷얘기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엄청난 양의 수식어구 때문에 짜증은 났지만 읽다보니 익숙해지게 되었다. 책을 모두 읽고 덮었을 땐 '음,,, 글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
앞에도 말했듯이 전아리의 글은 수식어구가 심하게 많다. 한 문장에 대략 반은 수식어구였다. '처럼'이라는 단어가 단골로 나올 정도였다. 한 문장에서 수식어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80%가 넘는 문장도 있을 정도였으니, 수식어구로 가득 차 있는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번역투의 문장도 있었다. 책을 읽다가 '뭐야, 이렇게 유명한 작가도 번역투의 문장을 쓰는구나.'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문장을 화려하게 꾸미려고 하다보니 번역투의 문장도 나온 것 같았다. 작가는 이런 번역투의 문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다.
책을 다 읽고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는데, 인칭이 1인칭과 3인칭을 왔다갔다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게 쓰여진 소설들은 많다. 하지만 보통은 인칭이 바뀌면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을 하는데, 이 책은 아무런 표시가 없다는 것이다. 작은제목이 바뀐다던가 1은 1인칭, 2는 3인칭, 3은 1인칭 이런식으로 간다던가 하는 것도 아니다. 1인칭으로 실컷 수십페이지를 말하다가 뜬금없이 3인칭으로 홀라당 바뀐다. 읽으면서도 갑자기 3인칭으로 바뀐 것을 인지 못한 것을 빼고는 두 번으로 기억한다. 갑자기 3인칭으로 바꾼 부분이 두 곳이라는 것이다. 이런 작법도 있는지 한 번 알아봐야겠다.
이 책의 장르를 뭐라고 해야 할까? 추리 소설은 아니고, 스릴러? 장르는 중요하지 않다. 내용이 중요하지. 주인공은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 한 여자를 죽이게 된다. 그리고 그 죄는 도망치지 못한 한 명의 단독범행이 된다. 범인역할을 한 친구만 감옥에 갔다온다. 그 덕에 주인공을 포함한 다른 친구들은 살인을 하고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감옥에 갔던 친구가 출소하면서 시작한다. 출소한 친구는 돈을 빌려달라고 하고 결국 누군가에 의해 살인을 당한다. 누가 죽인 걸까?
재밌다기 보다는 그냥 뒷얘기가 궁금해서 끝까지 읽었다. 아마도 이런 류의 소설에 익숙치 않아서 재미를 못느꼈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이 책을 매우 재밌게 읽을 테니 이 책이 재미 없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나와 맞지 않을 뿐. 그래도 퇴근 후의 시간을 독서라는 시간으로 이끌어준 이 책이 고맙다. 엄청난 양의 수식어구들을 읽으며 나도 글을 쓸 때 수식어구를 많이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내게 큰 가르침을 준 책이라 할 수 있다. 수식어구, 수식어구. 기억하자. 문장의 반을 수식어구로 가득 채울 수도 있다는 것을.
#nahaboo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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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이 익숙했다. 읽어봤던 작품의 제목이 딱! 떠오르는건 아닌데 만나본 적이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1986년 생. 중고교 시절부터 문학상을 겸비한 흥미로운 서사로 천마문학상, 계명문화상, 토지청년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젊은 소설가. 현재 연세대학교 철학과에 재학중이라는 그녀는 2008년 '직녀의 일기장'으로 제2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2009년 '구슬똥을 누는 사나이'로 제3회 디지털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단의 차세대 기대주로 주목받아왔다.
헌데 이렇게나 주목을 받는 작가였다니.. 궁금했다. 게다가 등단 이후 '천재'로 불려온 저자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호흡을 고르며 '치명적 관계'라는 말을 바탕으로 창작했다는 장편소설.. 이 책 표지를 참 잘 만들었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는 너야, 앤" 이라는 문구가 표지에 적혀있던 전아리의 장편소설 '앤'은 어린 시절에 겪었던 불운한 사고 때문에 '앤'이라는 이름에 묶여 있는 다섯 남자. 그리고 이 가운데 한 여자의 이야기다. 어느 눈이 쏟아지는 겨울날 저녁, 막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여배우 신주홍과 다섯 명의 남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바닷가 마을의 고등학교 동창인 그들은 과거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던 사건을 기억한다. 앤 사건의 모든 책임을 지고 수감되었다가 돌아온 기완은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싹을 틔우지 못하고 얼어버린 씨앗처럼 박혀 있던 사건은 기완의 출소 이후 서서히 녹아 구겨진 이파리를 틔운다. 무언의 약속 뒤에 은폐되었던 사건의 진상이 자칫 세상에 드러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절친했던 친구들에 대한 믿음은 불안으로 바뀌어 간다. 그러나 무리한 요구를 거듭하던 기완은 의문의 죽음을 맞고 서로가 서로의 알리바이였던 이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비밀의 폭로를 막기 위해 서로 파괴하기 시작한다. 주인공 '나'인 해영은 기완이 죽은 이후에도 주홍을 위협하는 그림자를 감지하고, 자신의 보호 없이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주홍을 지키기 위해 비밀이 새어나오는 틈을 찾기 시작한다. 사건들의 배후를 뒤쫓을수록 이야기는 하나의 지점을 향해 달려가는데..
한겨울에도 좀처럼 눈이 내리지 않는 바닷가 마을에서 자란 다섯 남자와 한 여자. 그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입 밖에 내기를 꺼려하는 비밀스러운 과거의 사건. 하지만 그 사건의 이야기를 꺼낼 시기가 되었음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눈 위에 선명한 발자국을 찍으며 식당 안으로 향하는 두 남녀. 아직 아무도 안 온 것 같아. 라는 그녀의 말은 치명적 관계가 불러일으킨 파멸의 서사. 아름답고도 잔인한 비밀의 끝이라는 책 뒷표지에 적힌 문구를 떠올리게 만든다. 겨우 다섯페이지 분량으로 이루어진 프롤로그.. 전아리의 '앤'의 프롤로그의 이미지는 선명했다. 그리고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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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작의 선명한 이미지에 비해 작품의 플롯은 그리 신선하지 않다. 고물상을 하는 진철, 조그마한 식당집 아들 기완, 은행 지점장 아들 재문, 여관집 아들 유성, 주인공 '나'인 해영, 그리고 이들 다섯 명 사이에서만 통하는 암호 같은 별명 '앤'으로 불리웠던 장희진. 어린 시절 '비밀의 화원'에서 있었던 불운한 사고 때문에 '앤'이라는 이름에 비밀을 묶어놓고 살아가는 등장인물들.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 감추어진 욕망과 집착이 불러온 파멸.. 어디선가 한번쯤은 만나본 구성이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그들을 다시 불안함 속으로 끌어들이는 건 그 시절의 사건과 다를 바 없이 반복되는 사건이다. 무언의 약속 뒤에 은폐되었던 사건의 진상이 자칫 세상에 드러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한번 그걸 은폐하기 위해 일을 벌이는 순간, 그들이 그동안 가지고 있었다고 착각한 "절친했던 친구들에 대한 믿음"은 고스란히 불안감으로 대체된다. 물론 그럴 수 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입을 다문 채 흘러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법.
'앤'의 기억은 모두에게 불편한 진실이다.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일에는 그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를 바라는 인간의 욕망이 자리한다. 작가는 그 욕망을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의 욕망에는 바닥이 없다. 그것은 대부분 무섭도록 적막한 심연으로 이어져 있다. 어느 생명체 하나 숨 쉬고 있지 않은 검은 빛의 공간. 욕망이 추구하는 것은 결국 또 다른 욕망이다. 두 개의 거울이 마주 보고 있을 때 그 속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계단 같은 것.
이미 시작된 것을 풀어내는 방법은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다시 시작하거나, 혹은 당장의 지점에서 잘라버리고 이전의 것을 버리는 방법 뿐이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죄책감과 욕망은 그것을 회피하라고 말한다. 그 회피가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불편한 진실을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이들 공동체의 운명은 그 사건들의 중심으로 그들 모두를 끌고간다. 그 운명은 '자기 감정을 제어할 줄 아는 인간'의 손에서 탄생된, 어쩌면 가장 추악한 욕망이었는지도 모른다.
전아리의 '앤'은 긴장감있는 서사와 드라마틱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50페이지 정도의 길지 않은 장편소설은 마지막까지 쉽게 읽힌다. 특히 청소년작가로 생각되던 그가 '껍질을 깨고' 나와 프로페셔널한 작가의 새로운 길로 나아가려는 위험하고 의미심장한 시도를 하고 있다.. 는 박범신 선생님의 글처럼.. 익숙한 서사에 나름대로의 긴장감을 부여하고 구성하려고 한 그녀의 시도가 불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은 들었다. 책장의 마지막을 덮으면서 등장인물의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묘사에 조금더 신경을 썼더라면.. 새로운 사건의 도입에 개연성을 부여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ps. 물론.. 앞으로 그녀의 작품세계가 기대되는 건 사실이다. 작가의 말까지..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꼼꼼하게 읽어가게 만드는 작가, 흔하지는 않다.! 외롭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이 좋다. 혼자일 때에도 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 그러다 보니 어느 한 부분 서투른 면이 있기 마련인 사람. 계산이 빠르고 너무 세련된 사람보다는 가끔 표정 놓친 얼굴을 하는 사람이 좋다. 복잡한 거리에서 우뚝 멈춰서 본 적이 있는 사람, 돌연 눈물 흘릴 수 있는 단어 하나쯤 숨겨두고 있는 사람. 아름답기 위해서 꼭 예쁠 필요는 없다. 이번 소설은 비밀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간절한 사람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고, 앞으로도 한동안 그런 이야기들을 다루어 볼 예정이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초조하게 달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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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해가 막 시작한 어느 추운 겨울날 나(해영)와 주홍, 재문, 기완, 진철, 유성 이렇게 한 여자와 다섯 남자가 모이게 된다. 다섯 남자는 시골 바닷가 마을에서 함께 자란 친구사이였다. 하지만 이들은 특정 사건이 일어난 후 점점 멀어져만 갔고 각자의 삶을 살아나가게 된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앤'과 관련된 일이었다. 처음 이 책을 만났을때 '앤'이란 제목을 보고 주인공을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실제론 아니었다. 하지만 앤은 다섯 친구들과 주홍이라는 한 여자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었고 이들의 삶의 방향을 흔들어 놓는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었다.
다섯명의 친구중 기완은 많은 남학생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앤을 좋아하게 된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고백을 하지만 거절을 당하게 되고 이를 분하게 생각한 친구들은 앤에게 망신을 주기로 계획한다. 바로 앤의 심복이라 할 수 있는 봉다리 즉 신주홍과 얼마전 헤어진 남자친구 오재호를 엮어 앤이 여자로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소문을 퍼트리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그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앤의 죽음이라는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고 다섯 친구중 기완이 살인범이 되어 수감된다. 비록 기완 혼자서 살인죄를 받았지만 이들 모두는 공범이라 할 수 있었다. 사건 발생 장소는 예전 꽃집을 하던 할머니가 가꾸던 장소인 비밀의 화원이었는데, 역시나 그곳에서 이들은 다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아야할 그들만의 비밀이 생긴 것이다.
복역중인 기완을 제외한 다른 친구들은 고교시절 발생했던 일을 잊고 싶었을 것이다. 아니 결코 잊을 수는 없지만 생각하지 않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인범이 되어 감옥에 간 기완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물론 기완이 정말 착한 사람이고 다른 친구들은 피해를 입지 않고 나 혼자 고생하는 걸로 끝나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결코 그러하지 못하다. 인간의 본성을 두고 성선설, 성악설, 백지설 등이 있지만 내가 생각했을때 인간은 그 환경에 따라 선해질수도 악해질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기완이 선한 인물이었다고 하더라도 수감생활은 결코 그를 선하게만 나두지 않았을 것이고 더군다나 수감생활중에 면회온 친구가 한명도 없었다는 것은 기완을 더욱더 악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주인공인 나(해영)는 고교시절 사건 이후 주홍과 급속도로 가까워져있다. 연예인이 되고 점차 유명해지고 있는 주홍은 결코 나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고 나로 인해 지금의 주홍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극중 나는 주홍을 향한 집착이 극심해지고 있고 주홍을 위한다는 미명아래 행해지는 사건들은 과거 살인사건과 더불어 양대 축을 이루며 작품을 이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들 친구들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고 상대방의 삶을 조금씩 조금씩 파먹고 있는 아주 악한 벌레같은 모습이었다. 어느 누구도 이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았겠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의 욕망과 인간의 본성 그 자체를 숨길 수가 없었고 그로인해 등장인물들은 서서히 파멸의 길로 들어서고 있어 보였다.
이 책의 저자 전아리는 1986년생의 젊은 작가이다. 그녀는 청소년 시절부터 여러상을 수상하며 촉망받는 작가로 알려져 있었고 이 작품은 그런 그녀가 청소년 작가에서 프로페셔널한 작가의 길로 나아가려는 위험하고 의미심장한 시도라고 소설가 박범신은 평가하고 있었다. 이 책은 내가 처음 접하는 저자의 책이다보니 그녀의 다른 작품과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런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다른 저자의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아직까지는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다. 인간의 심리는 나름 잘 드러내고 있는거 같지만 이야기 전개가 그러하다. 책을 읽으면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아직은 좀 부족하지 않나 싶다. 물론 그녀는 아직 젊고, 박범신의 평가처럼 프로페셔널한 작가로 나아가려는 시작단계이다. 앞으로 점점 발전해 갈 것으로 생각되기에 그녀가 내놓을 또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특히나 이 책을 지탱하는 소재가 학창시절의 친구이기에 나 역시 그시절을 떠올려보게 되고 그 당시의 친했던 친구들을 떠올려보려했다. 책 속의 등장인물들처럼 커다른 비밀을 함께 공유한 친구는 없어서 그런지 과거의 친구들중 연락을 해오는 이는 거의 없다. 아니 내가 연락을 피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책 속과 같이 위험한 비밀이 아닌 사소하지만 즐겁고 행복한 비밀을 함께 한 친구들을 여럿 있는거 같은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기억속 친구들과 만나 비밀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인간관계를 맺어오면서 과연 나는 다른이들에게 어떻게 평가되고 있으며 순수한 관계가 아닌 나의 욕망을 위해 억지로 맺어진 관계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전부 그런것은 아니지만 빠르고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정도는 그런 관계가 필요한거 같기는 하다. 다만 그런 관계들속에서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이 책 속 등장인물들과 같은 파괴와 욕망으로 얼룩진 모습을 만들지 않는 길이라 생각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해준 전아리의 소설 <앤>.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어서빨리 만나보고 싶어진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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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매혹적이면서 묘한 분위기로 독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한 전아리의 장편소설 『앤』. 고교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소설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전아리. 전작 『시계탑』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발칙함이라는 단어가 함께 한다. 그건 ‘갖고 싶은 것을 갖지 않는 것은 멍청한 일이다’ 란 첫 문장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은 욕망이 꿈틀거리는 느낌을 보았다고 하는 게 맞겠다.
한 여자와 다섯 남자의 이야기라 할 수 있는『앤』에서도 또 하나의 욕망을 마주한다. 모두가 예상했을 『앤』은 주인공의 이름이 아니다. 여섯 명을 묶고 있는 과거의 인물일 뿐이다. 어린 시절 친구였던 주홍, 해영, 유성, 기완, 진철, 재문은 앤이라 불리던 여자 아이의 죽음으로 연결되어 있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들의 이야기들 들려준다. 앤은 모든 남학생의 선망의 대상이었고 주홍은 앤의 절친이었다. 우연한 사고로 앤이 죽게 되고 주홍, 해영, 유성, 기완, 진철, 재문은 그 자리에 함께 한다. 그러니까 그들은 목격자이자 가해자였던 것이다. 앤을 죽인 건 그들 중 하나였고, 동시에 모두였다.
기완이 그들을 대신해 혼자 감옥에 갔다. 그 후 기완은 나머지 다섯 명에서 아주 불편한 존재가 된다. 어린 시절 친구였던 그들은 이제 더이상 친구가 아닌 것이다. 기완이 사고를 칠 때마다 경찰인 진철이 수습했고 탤런트로 성공한 주홍과 화자인 ‘나’(해영)와 재문이 경제적인 부분을 부담해야 했다. 공인이 된 주홍이 많은 부분을 책임지곤 했다. 열여덟 살, 그 날 이후 그저 친구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증오하고 경멸한다. 끝없이 무언가를 원했고 서로를 믿지 못했다. 여섯 명을 옭아매고 있는 건 앤이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서로가 서로를 갉아먹고 있었다.
나는 주홍을 사랑한다. 아니, 집착한다고 해야 맞다. 앤의 죽음과 세상의 모든 두려움으로부터 주홍을 보호해야 할 이는 자신뿐이라 생각한다. 주홍에 관한 일이라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자신이 알아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과거에서 벗어나는 길만이주홍을 지키는 일이라 여긴 나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끊으려 한다. 그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기완과 진철이 죽게 된다.
과거의 사건을 덮기 위해 시작한 비밀은 자꾸 커지고 만다. 그들은 친구를 믿지 못하고 배신해서라도 살아남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혼자만의 살 길을 찾은 듯 보이나 결국 모두가 헤어나올 수 없는 커다란 구덩이에 빠지게 된 것이다. 사랑이라 믿었던 주홍도 나를 이용하여 과거를 지우려 했던 것이다.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여섯 명의 인생은 감당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른 것이다.
‘사람의 욕망에는 바닥이 없다. 그것은 대부분 무섭도록 적막한 심연으로 이어져 있다. 어느 생명체 하나 숨 쉬고 있지 않은 검은 빛의 공간. 무엇 때문에, 라고 묻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욕망이 추구하는 것은 결국 또 다른 욕망이다. 두 개의 거울이 마주 보고 있을 때 그 속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계단 같은 것.’ p.133~ 134
누구의 잘못이라 해야 할까.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추억을 공유하며 함께 인생을 살아갈 수도 있었을 그들의 삶을 파괴한 건, 그들 스스로의 욕망은 아니었을까. 살인사건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이용해 인간의 욕망과 관계를 그려낸 전아리의 『앤』은 신선하면서도 뭔가 아쉽다. 그 아쉬움은 전아리의 다음 소설에서 채워질 것이라 믿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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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게 좋은 작품을 만나 기분이 좋다. 내가 기대하지 않았다는 것은, 전혀 모르던 작가이거나 우연히 책을 집었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앤>의 작가 전아리는 일단 어리고, 예전부터 백일장을 독식하며 문학천재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나역시 글을 쓰고 싶은 한 사람으로서 그 모습을 그냥 좋게 볼 수도 없었다. 솔직히 부럽기도 했고 고깝기도 했다. 대학에서 주최하는 백일장은 백일장 나름의 공식이 있어 거기에 맞춰 매끄럽게 잘 쓰면 상을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읽어본 백일장 수상작도 다 비슷비슷하게 어른스럽고 깔끔하고 훈훈했다. 또 내가 바로 전에 <날짜변경선>을 읽은지라, '이거 뭔가 있는거 아니야?' 하면서 괜히 삼류 추리극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앤>은 나의 못된 시기심과 선입견을 깨준 고마운 책이었고, 이렇게 재밌게 이야기를 잡아당기는 젊은 작가를 알려준 고마운 책이었다. (잇힝)
<앤>은 굳이 분류하자면 추리? 미스터리? 쯤으로 볼 수 있을까? (그냥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하지만) 장르 덕도 있겠지만, 작가가 소설을 끌어가는 힘이 대단하다. 술술 읽히거니와 다음 장을 빨리 넘기고 싶어 나 혼자 안달했다. 읽으면서 김영하 (특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캐럴>!) 생각이 많이 났다. 냉소적인 시각과 현실 비판적인 스토리, 그리고 이기적인 주인공이 겹쳐서 그랬던 것 같다.
유성은 왜 내게 살려달라고 애원하지 않았나. 그는 내가 자신을 밀지 않을 거라 믿고 있었던 걸까. 아닐 것이다. 그는 자신이 아무리 호소해도 내가 동요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안다는 것은 바로 그런 거였다.
<앤>에는 좋은 비유도 많이 눈에 띄지만 정곡을 찌르는 문장들이 있어 결코 가볍지 않았다. 작품은 또한, 현재와 과거를 적절하게 오가며 지루하지 않으면서 쓸슬하고도 애잔한 정서를 남긴다. 거칠고 빠르게 달리는 카레이싱 무대 같지만, 곳곳에 어디서 본듯한 예쁜 숲길을 만들어놓아 숨쉴 곳을 만들어준달까.
주인공 '해영'이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영은 지 혼자 잘난 맛에 엄마, 아빠, 동생, 봉다리, 기완, 황정혁을 무시하고 세상을 내리깔며 거만하게 구는 점이 싫었는데, 그 속에서도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 놀랐다. 무서웠다. 나 또한 구질구질하게 살고 싶지는 않다는 속물적 마음이 자꾸 내비쳤다.
그렇지만 현실을 달관한 것 처럼 보이는, 그래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그려지는 '유성'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 착하고 따듯한 마음이 있었지만, 유성은 다른 의미로 무서웠다. 유성 처럼 속내를 알 수 없게 사느니, 난 차라리 속이 빤히 보이는 사람이고 싶다. 차라리 멍청한 내가 좋다.
조금 작위적이라 느껴진 부분도 있었다. 작품의 초중반에 해영이 생각한대로 일이 척척 풀리는 부분이나, 필요한 정보를 엿듣는 것 같은. 그러나 '너무' 과해서 불편한 것 까지는 아니었으므로, 패스!
주홍을 잘 안다고 지켜줘야 한다고 계속 합리화시키는 해영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주홍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그 폭력은 물리적일 뿐 아니라, 사실은 주홍을 가두고 무시하는 정신적인 폭력이다. 그런 해영은 역겹고 재수없기도 하지만 왠지 안쓰러워 보인다. 그런데 그런 주홍의 세계가 산산조각 나버려서 너무 깜짝 놀랐다.
내가 그녀에게 줄 수 없는 유일한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앟는 것이다. 나는 주홍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상황 파악에 서투르고 세상 앞에서 쩔쩔매기만 하던 계집아이를 누구에게도 무시당하지 않게끔 보호해 온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했다. 알게된 지 얼마 된지 않은 남자가 자신을 지켜줄 수 있다고 믿는 어리석음이라니. 이런 모자란 부분이야말로 내가 계속 그녀의 곁에 있어야 한다는 증거였다.
<앤>은 재미도 있었지만, 많은 부분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줘서 좋았다. 나 역시도 <앤>을 읽으며 폭력이나 관계 뿐만 아니라 대중을 지배하는 매스컴이나 그런 매스컴의 정치적인 논리, 쇼맨쉽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무 각성도 비판도 없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중에 대한 일침을 가하기도 가하기도 했지만, 하는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되는 현실이 서글프기도 하더라.
"살면서 머리 좋은 게 제일 잘나고 대단한 것 같지만, 천만에. 그 머리 위에서 나는 놈들은 따로 있다. 똑똑한 놈보다 무서운 건 자기 감정을 제어할 줄 아는 인간이야. 이성적인 수준을 넘어서서 아주 다른 인간처럼 보일 수 있는 놈들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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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하면, 좀더 어릴적에는 빨강머리 앤이 생각났고, 지금은 애인의 준말인 앤이 생각이 난다. 한국 이름답지 않은 앤이라는 이름. 책 속 주인공들을 엮게 만드는 과거의 한 친구의 이름이었다.
본명은 달랐지만 몇몇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앤이라 불렸던 한 소녀, 그녀는 바닷가 마을에서 보기 드문 빼어난 미모로 많은 남학생들의 환심을 사고 있는 퀸카였다. 그런 그녀에게 기완이 구애를 했다 너무나 잔인한 모욕을 당하며 거절당하자, 기완의 친구들이었던 재문, 해영(나), 진철, 유성 등은 앤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기로 결심하였다. 바로 그녀의 추종자인 쌍라이트 자매 중 한명을 그녀의 옛 애인과 만나게 하여 그녀를 괴롭게 만들려는 장난이었다. 장난에서 시작된 모략은 우발적인 살인사건(앤의 죽음)으로 이어져버렸다. 그리고 그 책임을 기완이 몽땅 떠안으면서, 과거의 사건은 깨끗하게 종결된 것처럼 보였다.
내가 널 지켜줄게.그러니까. "그만 울어." 39p
똑똑한 게임 프로그래머인 해영, 상당한 재력을 뒷받침으로 사업가로 성공한 재문, 유명한 탤런트가 된 주홍, 강력계 형사가 된 진철, 그리고 계속 구치소를 들락거리게 된 전과자 기완, 빼어난 외모에도 오토바이 배달 업무만 하고 있는 유성 등 그들은 앤의 죽음에 있어서 공모자 아닌 공모자가 되어버렸고, 그들 중 누군가는 살인자였고, 다른 이들은 목격자가 되어버렸다. 누가 살인을 했는지 기억할 새도 없이 그렇게 빨리 진행되어버린 일이었지만 말이다. 어찌 됐건 기완이 책임을 졌으나 그는 이후 자신의 빨간 줄 신세를 친구들에게 철저히 의지하려 들었다.
"서운하게 생각하지들 마라. 내가 돈만 바라고 이러겠냐. 난 니들이 우리가 하나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이러는 거야. 한 명이라도 손을 떼면 그대로 가라앉아버리는 배란 것. 그 뭐냐...그래. 운명 공동체."50p
친구들과의 행복했던 과거는 이제 서로가 얽혀버리면 불편한 그런 현실이 되어버렸다. 돈을 잘 버는 친구들도 있었고, 인기를 끌고 있는 친구도 있었고, 경찰로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도 있었다. 기완은 처음 친구들의 재정적 도움을 받고 나서는 아예 거액의 돈을 스스럼없이 요구하고, 사람을 죽이고 시체를 파묻는 일에 친구들을 악용하기도 하였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게 누군가를 죽인 일에 대한 속죄가 될 순 없어." "우린 앤을 죽이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나쁜 놈들이 못되었던 거야." 158p
첫 시작은 살해를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지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다들 너무나 대범해지고,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지키려 하는 것에 대한 집착 또한 무서울 정도에 이르렀다. 나중에는 앤을 죽인 사람이 누구냐는 것은 더이상 중요한 사실이 아닌것처럼 느껴졌다. 다만 양파 껍질 벗기듯 벗겨지는 이야기들이 참 낯설게 느껴졌을 뿐이었다.
전아리님의 책을 많이는 아니었지만 몇권 읽어보고 그 빠른 흡입력을 갖춘 글 솜씨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이번 <앤> 역시 짧지만, 재미나게 읽히는 그런 책이었다. 워낙 자극이 강한 스릴러를 많이 읽다보니 스릴러의 느낌이 강렬하진 않았지만, 스릴러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그냥 있는 그대로 편하게 받아들여질 그런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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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한국에서 활동하는 여성작가들의 작품 편향성에 대해 지적한 바가 있다. 그건 다름아니라 작품의 소재가 천편일률적으로 '성'을 다루고 있다는 거였다.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입에 담는것조차 금기시됐던 '성'을 다루는 것이야말로, 작가로서 용기와, 실력을 인정받는것인양, 이 시대 여성작가로서의 사명감이라도 되는양, 너도 나도 여성작가들은 작품에서 성과 섹스에 탐닉했다. 때론 선정적인 글로, 때론 성차별에 대한 풍자로, 때론 당당하게 성을 즐기는 여성 주인공을 내세우며 그렇게 작품활동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다 그런건 아니었지만 여성작가들이 쓴 소설을 읽다보면 열권중 6~7권은 그렇게 성을 다루는 작품들이었다. 간혹 박완서, 공지영처럼 사회성 깊은 글을 쓴다거나 사람사는 따뜻한 작품을 남기는 작가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남성 작가들에 비해 소재의 폭이 좁다고 느꼈다. 그런데 왠걸? 이번에 읽은 소설 '앤'은 이런 여성작가에 대한 내 편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려 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중에 이재익이 있다. 많은 분들이 알겠지만 라디오 피디면서도 활발하게 글을 써서 한 해에도 두세권의 신작들을 발간하는 인기 소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의 소설은 문학적인 평가는 떨어질망정 대중들이 원하는 '재미'의 코드를 잘 활용해서 글을 쓸 뿐 아니라 시사성 짙은 작품,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들까지도 재미를 잃지않고 독자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소설 '앤'을 읽으면서도 일전에 이재익표 소설을 읽는것마냥 대중적인 '재미'를 느꼈다. 책을 읽기전 대략 이 책이 스물여섯살 앳된 여성 작가의 글이란걸 알고 있었기에 페이지를 넘길수록 새삼 놀라워서 표지의 작가 사진을 여러번 돌아보게 됐다.
작가 전아리. 1986년생. 현재 연세대 철학과에 재학중인 대학생이다. 중고교 시절부터 문학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여러 문학상들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2008년 <직녀의 일기장>으로 제2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2009년 <구슬똥을 누는 사나이>로 제3회 디지털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즐거운 장난>, <시계탑>, <팬이야>, <김종욱 찾기>등이 있다. 김종욱 찾기? 영화와 뮤지컬로 성공한 그 유명한 작품을 전아리가 썼단 말야? 했는데 잠시 검색해보니 원작자는 장유정이고 전아리는 뮤지컬 작품을 소설화 했다고 한다.
잠깐 작품 소개를 해보자. '나'라는 일인칭 화법을 쓰고있다. 그런데 '나'는 남자다. 영화 <친구>처럼 바닷가 항구 도시를 배경으로 깨복쟁이 친구들처럼 몰려다니던 나, 기완, 진철, 재문, 유성 다섯친구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정과 의리, 진짜 친구라는 이름속에 가려진 이기주의, 탐욕, 가식이 조금씩, 이야기 가 전개될수록 슬며시 얼굴을 들이내민다. 그리고 이들의 비극적인 운명의 가운데는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여학생 앤과 신주홍이 있다. 작품은 스케일이 크지도, 대단한 문장력을 갖고있지도 않지만 오밀조밀한 반전의 장치와 심리게임을 적절히 삽입시켜 독자들로 하여금 누가 범인일까? 왜 그랬을까? 를 쉴새없이 추측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한번씩 과감한 성애표현이랄지 사춘기 소년들의 심리를 묘사한 부분에 이르러서는 다시한번 저자가 앳된 여대생이 맞는지 확인하러 작가 사진을 돌아보게 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멋지게 엔딩을 마무리하면서도 명확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는 점. 그게 실수였든지, 의도된 작가의 장치였는지는 알수없지만 왠지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긴다. 마지막 까지 이어지는 반전, 어? 그럼 애가 범인인거야? 그런데 왜? 이런 의문에 속시원한 설명을 주진 않지만 마치 작가가 이렇게 얘기하는것 같다. "왜냐고? 다시한번 천천히 작품을 읽어봐. 내가 얘기해줬는데 그걸 이해못하고 왜냐고 묻는거야 지금?" 그런데... 설령 그렇게 얘기한다 하더라도 머리 나쁜 나는 물어봐야겠다. 왜냐고..
천편일률적으로 사랑과 섹스만 써대던 여성작가들 사이에서 전아리는 참신하고, 세련된, '재미' 있는 소설을 쓰는 여성작가로 인식되어질 것이다. 기존 작품들 중에서도 <팬이야>도 팬층이 두터운 작품이라고 하니 다음번엔 이 책도 읽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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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그다지 끌리지 않는 제목... 그러나 <팬이야>를 재미나게 읽어 바로 선택하게 됐다.
앤이라...여기서 말하는 앤은 <빨강머리 앤> 의 그 앤?? 그렇다면 로맨스 소설인가?? 이렇게 예상을 하고 집어 들었지만 나의 예상은 몇 장 넘어가지 않아 가차없이 깨졌다. 초반 몇 페이지를 지나면 <올드보이>을 연상케 분위기가 시종일관 펼쳐지기 때문이다. 과거의 한 사건이 현재를 들었다놔다 하는 한 편의 스릴러...
표지에 있는 홍보문구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는 너야. 앤" 보다는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은 다 너 때문이야 앤" 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작품...
해영(화자), 기완, 재문, 진철, 유성은 바닷가 동네 고교동창이다. 이 다섯의 관심사는 학교 퀸카이자 동네 퀸카인 장희진이였다. 장희진을 '앤'이라 부르며(애인을 줄여서 -> 앤) 어떻게 함 해볼까~~고민하던 청춘들... 그러던 어느날 사단이 벌어졌다. 훗날까지 그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사건...
사건은 기완이 앤에게 접근했다 모욕적으로 까이면서 시작됐고. 독수리 오형제가 복수한답시고 앤의 따까리였던 주홍이를 이용한게 발단이 되었다. 주홍을 이용한 질투심 유발이라는 나름 획기적인 복수 방법... 그러나 닳고 닳은 앤의 눈치는 이미 100단이 넘었으니...
니년이 그럴 수 있나며...미친년 주제를 알라며...주홍을 죽도록 때리는 앤.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그냥 쳐 맞기 시작하는 주홍. 자신들 때문에 죄없는 주홍일 맞아 죽을까봐 걱정이 되는 독수리 5형제. 결국 숨었던 몸을 드러낸 독수리 오형제는 적으로부터 아군을 구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만 사고로 앤이 죽고 말았다.
순간 모두 얼음...얼마나 지났을까... 해영은 벌벌 떠는 주홍의 손을 잡고 도망을 쳤고... 나머지 애들도 '땡!'하기 무섭게 어두운 곳을 찾아 후다닥 숨어 들었다. 하지만 '땡!'소릴 못 들은 기완은 그 자리에서 잡히고 말았으니...
주홍을 비롯한 4인방이 숨죽이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기완은 의리인지 뱃장인지 모든 죄를 혼자 뒤집어 쓴 채 교도소에 들어갔다. 안도의 한숨을 돌린 주홍과 4인방... 훗날 기완이를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자는 약속과 함께 각자의 길로 돌아갔다.
몇 년 후... 그날의 비밀을 간직한 주홍과 독수리 오형제가 모였다. 청초했던 주홍은 잘 나가는 톱 여배우가 되어 있었고... 해영은 게임 개발자, 재문은 펀드매니져, 진철은 경찰, 유성은 트럭운전기사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적인 아킬레스 건...기완은 변해 있었다.
기완이 출소에 맞춰 전세금과 사업자금으로 주홍과 4인방이 적잖은 돈을 모아 줬지만 기완은 며칠 만에 경마 도박으로 돈을 다 탕진했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죄를 져지른 기완은 다시 교도소로 잡혀 들어갔고. 두 번째 출소한 기완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친구들에게 대 놓고 협박을 하더니 더 많은 돈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지만 기완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출 수 밖에 없었다. 친구였기에...모든 죄를 뒤집어 써서 그렇게 됐기에... 그러나 해영은 참을 수 없었다. 기완이가 주홍이를 창녀 취급하며 걸고 넘어졌기 때문이었다.
사고가 있던 그 날부터 해영에게 있어 주홍은 삶의 전부였다. 외로운 고아...두려움에 벌벌 떨던 아기새...내가 보호해 주리라... 그 후 해영은 주홍을 위해 살았다. 주홍을 위해서라면...어떠한 일도...서슴없이... 주홍이 톱 여배우가 될 수 있었던 것도 해영의 숨은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으리라... 그런 주홍을 기완이 걸고 넘어진 것이다.
그런 일이 있고 며칠 뒤 사람을 죽이고 묻어 달라던 (공범을 만들려) 기완이 죽은 채 발견됐다. 사인은 뺑소니... 기완의 죽음이 충격과 함께 다행~으로 다가온 주홍과 4인방...
누가 죽였을까?? 정말 사고였을까?? 기완의 죽음으로 그들은 이제 그날의 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기완의 죽음을 기폭점으로 스릴러 반전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오...기대 이상이었다. 얌전하고 아기자기한 소설인 줄 알았는데 스릴러 반전 소설일 줄이야... 학창시절의 친구들에 얽힌 죽음과 배신...그리고 뒤통수 때리는 반전... 전에 읽었던 이재익 작가의 <압구정 소년들>이 떠올랐다. 쫌 약하지만 이런 스토리에 이런 분위기여서... 좀 어울리지 않는 제목과 표지도 비슷하고... (^_____________^.)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인간들... 간이라도 빼줄 것 같았던 친구들이지만 시간에, 상황에 따라 먹고 먹히는 관계가 된다. 상황에 따라 시도때도 없이 변하는 사람의 감정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
누가 먹이사슬에 있어 최윗선일까?? 그 점을 추리하면서 읽으면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