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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의 누에고치는 고전을 입은 창작 동화임에도 어른이 읽어서도 뭔가 철학을 하게 하는 깊이 있는 동화입니다. 처음 책을 들고 스토리 위주로 훑어보았을 때는 몰랐는데요, 이 책이 많은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우선 시대가 요구하는 결혼관입니다. 며칠 전 불륜에 빠진 젊은 엄마가 바람이 나서 어린 아이들을 방치해, 결국 유아기의 아이들이 사망한 사건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그런 기사 댓글에 흔히 발견되는 내용이 "부모의 자격" 문제입니다.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 우리는 태어나 성장해 가면서 무수한 테스트를 거칩니다. 그런데 정작 보다 중요하고 본질적인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시험은 망각하고 살아갑니다. 사회 구조 운운하며 불가능한 일이라 치부해 버리죠. 어떠하든 사회 구성 단위가 작았던 옛날에는 다른 무엇보다 부모가 되기 위한 엄격한 테스트를 치렀던가 봅니다. 작가 조태봉 선생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것인지, 아니면 고래적 정말 그런 전통과 관행이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결혼을 위해 젊은 청춘 남녀들이 준비하는 노력이 아쉬운 시대를 살아가는 이 즈음, 어쩌면 우리 시대, 이 사회야말로 적정 정도 교훈 삼아야 할 내용이다 싶었습니다.
두 번째로 생각한 것이 상아와 부낭이라는 인간됨입니다. 몸이 약했던 부낭. 엄마가 되기 위한 자격시험을 치루기 위해 여인들은 바느질을 기본으로 하는 작업물들을 만들었습니다. 그 바느질에 쓰일 원초적 재료는 결혼 상대자인 '남정네'들이 잡아온 동물의 가죽이었죠. 몸이 약한 부낭은 상아에게 그 가죽을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요즘 시대로 말하면 인기 없는 남자죠. '중심'을 볼 줄 알았던 상아.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낭을 원망하거나 무시하지 않습니다. 그저 다른 여인네들이 바느질하고 남은 가죽이나 천으로 작업을 한 것을 가지고 시험을 준비합니다. 나이는 들어가고, 자신이 오래 사랑한 사람이 여전히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여인들의 마음은 타들어가죠. 특히 아무 사회적 장치가 없던 시대에, 상아는 그 막막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몸짱 같은 체격의 남자나 돈 많고 선물 잘하는 남친보다 부낭같이 약하고 가난해도 다정하고 가정적인 남자가 좋다는 걸 알아갑니다. '착해서 신께 덤으로 지혜를 선물받은 상아'(이건 주관적인 해석입니다^^) 는 남자를 볼 줄 알았던 거죠. ^^
마지막으로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 바로 작은 것의 소중함입니다. 상아는 연중에 한 번 있는 마을 잔치 겸 결혼 자격 시험을 치루고 전혀 낙담하지도 않았나 봅니다. 왜냐구요? 물론 책에는 그런 내용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정신없는 시즌을 보낸 여인네가 얼마나 마음에 안정을 누렸으면 밭에서 나뭇잎을 갉아먹는 벌레의 기척을 들었을까, 바로 그 부분 때문입니다. 그녀는 정말 부낭을 사랑했고, 그 안에서 안정을 누린 게 분명합니다. 정말 지혜로운 여인이지요. 동네 또래 친구들이 자기 남친이 오늘 맷돼지를 잡아왔다, 곰을 떼려잡았다, 노루를 잡았다고 자랑질을 해대도 끄떡 없었을 겁니다. 기죽기는터녕, "우리 부낭은 몸이 약해 사냥을 못하는데, 그렇다면 내가 무얼 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 시험에 통과할까" 궁리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누에의 기척이 들렸겠지요. 마음이 허영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런 지경이면 자칫 신세 한탄을 할 수도 있으련만, 그래서 눈데 들어오지도 않을 누에였을 텐데, 단아하고 알뜰한 상아는 여상 보는 벌레처럼 누에를 지나치지 않습니다. 결국 작은 것에 집중하고 알뜰했던 그 마음이 있어 '비단'의 소재가 될 누에를 처음 발견하는 자격을 부여받게 된 것이지요.
우리가 살다본면 사실 이런 풍경들 많이 목격합니다. 전통적인 코스와 소위 잘나간다고 사람들이 얘기하는 어느 조직의 구성원이 되는 것 등. 거기에 속하지 않으면 뒤쳐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상아가 살던 시대와 풍경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도태라거나 소외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 중요합니다. 상아는 바로 남들이 얘기하는 '도태인, 소외인'이었기에, 아무도 하지 못할 일을 해냈습니다.
가끔 고독하세요? 나만 뒤떨어져 있고 소외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드세요? 그럴 땐 상아를 생각하시고, 조용히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아주 작은 것이 위대하답니다. 누에는 바로 상아와 같은 사람에게만 들리고 보입니다. 그 누에는 상아와 같은 사람을 만나야 비로소 '비단'이 되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