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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로 롯데백화점 입사 9년차. 돌아보면 사실 내겐 오직 존버정신뿐이었다. 드라마 김과장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우리의 목표 1번은 버티기, 2번은 더 버티기, 3번은 죽어도 버티기" 라고 건네는 위로의 한마디에 공감하고 순응할 것이 아니라, 의문을 제기하고 바꾸려고 노력했어야했다는걸 이제야 깨닫는다. 야근 감내가 생존의 방편으로 합리화되고 소비되는 순간들이 너무나 많았다. 당연히 장시간 노동을 문제화하는 저항적 해석은 사라지고, 당연한 것으로 재생산한다. 나는 사실 겉으로는 순응했지만, 늘 속으로 저항하고 그 저항을 소심하게 혼자서만 기록했다. '장시간 노동= 헌신'이라는 규범 도식 아래에서는 잦은 야근을 문제 상황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이 정도는 해야 성공의 길을 가지, 이 정도는 해야 진급하지'라며 감내해야 할 것으로 여긴다. 발전국가 시기 노동 통제의 주요 기제였던 감내와 희생의 이데올로기가 자기계발 논리에도 반영되어 계속 되고 있다. 나는 늘 괴로워하고 빡침과 짜증을 내면서 어쩔 수 없이 야근이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정시 퇴근에 따른 불이익보다 눈치 야근의 리스크가 그나마 덜하기 때문이다. 비정상 기업문화속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것이다. 영업점에서는 늘 하루 평균 12시간 ª로 근무했고( 주말에 쉰 적은 손에 꼽는다), 본사에서도 이슈가 있다고 하면 일단 야근을 할거니까 업무시간에 널널하게 일하게 되는 비효율이 계속 되는 분위기속에 치를 떨었다. 심지어 장시간 노동을 명예의 표식 처럼 생각하는 상사들을 보며 공포에 떨었다. 이 책은 우리 시대 장시간 노동을 잘 그려내고 있다. 단순히 분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저자는 최대한 대안을 생각해보고 함께 소통하자고 이야기한다. 주 52시간의 근무가 법으로 확정된 후로, 나의 회사생활을 조금 달라졌다. 운이 좋게도 (?) 대기업에 근무했던 나는 52시간을 지켜야 했기에 드디어 정시퇴근을 하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눈치게임으로 집에 가고는 있지만) 그리고 나 역시 돈을 한 보따리 싸다줘도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할말은 하고, 집에는 가고, 당연할 것을 당연시 여기며, 여기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쿨한 마인드로 일하고 (노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