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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으면서
원래 장구이의 회오리바람 이라는 책을 읽고 싶었다. 최근 중국의 근현대사에 관심을 가질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권으로 된 책이어서인지 그 책은 안되고 차선이었던 소녀 파데트를 읽게 되었다.
차선인 소녀 파데트는 나에게 특별한 책이다. 어릴적 금성출판사판 문학전집에서 즐겨 읽었기 때문이다. 랑드리와 파데트 그리고 실비르까지... 편안한 이야기가 꿈과 희망으로 가득찼던 당시 나의 감수성을 만족시켜줬던가 보다. 그런 추억에, 읽어보게 되었다. 예전에 천줄읽기 편역본은 흩어보았는데 완역본은 처음이다. 대충 흩어보니 '귀뚜라미'라고 번역하던 것을 '팡숑'이라고 번역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귀뚜라미가 더 좋았다. 좀 더 읽어봐야겠다.
작가분의 경력이 인상적이다. 상드 전문가에 의한 번역... 과연 좋은 결과를 낳았을 지, 그 반대가 되었을 지... 읽어보면 알 수 있을 듯 하다. * 책을 읽고 재미있었다. 예전에 읽어본 책이어서 대강의 스토리를 알고 있는데도, 재미있었다.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어릴적부터 수십번 봐서 이젠 어떤 대목이 앞부분에 나올 지를 예상할 수 있을 정도임에도 말이다. 역시, 이 책은 나에게 특별한가 보다. 이번 판본은 지난 것과 다르게 완역본이다. 때문에, 당시 축약되었던 내용이 자세하게 언급되어 있어서 좋았다. 어릴 적에 읽었을 때는 파데트의 지참금과 그에 대한 랑드리 일가의 반응이 조금 두루뭉실하게 읽혔던 것처럼 회상된다. 그에 비해서, 완역본으로 다시 읽은 그 대목은 뭐랄까,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르보는 ... 엄격한 태도로 말했다. ... "우선 나쁜 부모를 가졌다는 것은 큰 흠이겠지. 그리고 우리 집같이 평판 좋고 존경받는 집안은 절대로 파데트네하고 혼인할 수 없는 일이야. 다음으로 그 손녀딸 자체를 보더라도 아무도 그 애를 믿거나 인정하지 않잖니. ... 그렇게 함부로 자란 아이가 올바른 여인이 되리라고는 쉽게 믿어지지 않아. ... 아마 너에게 약속을 시켜놓고 수치심을 주고 너를 곤경에 몰아넣으려는 계략이 있는 것 같아 걱정을 하고 있는 거야. ... 그 일이 네 탓으로 돌려져서 소송 문제가 생기고 나쁜 소문이 퍼지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야." 208~209p 이랬던, 아버지(바르보)가 파데트의 숨겨진 지참금을 세어보더니... "랑드리 가족은 너를 좋게 보고 있으며 너를 맞아들이고 싶어 하고 있어. 네가 부자이기에 마음을 바꾸어 먹었다고는 생각지 마라. 너를 싫어했던 것도 네가 가난해서가 아니라 너의 평판이 나빴기 때문이다. 만약 그 소문이 사실이었다면 비록 랑드리가 죽는다 해도 너를 며느리로 삼는 일에 절대로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 나는 너에 대한 사소한 일까지 모조리 조사해 보았다. 그래서 이제는 네가 아주 현명하고 정직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팡숑 파데, 그래서 나는 너에게 내 아들과 결혼해 달라고 청하러 왔단다." 260~261p 예전에 마틴 기어의 귀향이라는 프랑스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본 기억이 났다. 그 영화에서는 어느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가문의 입장이 결혼에 주는 강력한 영향을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조금 세월이 흘렀지만, 당시 프랑스 시골에서도 가문은 여전히 중요했나 보다. 그 외에, 완역본이어서 좀 달랐던 점은 '머릿말'의 존재다. 몇 장되지는 않지만 상드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좋았다. 뒷부분에 역자의 코멘트도 흥미로웠다. 특히, 이 소설에 가해진 지적이 인상적이다. 비록 사건의 전개 방식이나 이야기의 완결에 천진난만한 낙관주의가 보이고, 파데트가 갑자기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 구성은 면밀성과 인물 정신분석의 결여를 드러내며, 너무 긴 대사가 다소 웅변적이기는 하지만, ... 284p 파데트의 숨겨진 지참금이라는 장치가 꽤나 자연스럽지 못한 전개수법이라는 내용... 고개가 끄덕여졌다. 물론, 이 것은 옥의 티에 불과하다. ... 가공의 농촌 풍경을 그린 다른 풋내기 오락 작품과는 엄연히 다르다. 상드가 그리는 농촌 풍경은 고요하면서도 웅대하고, 겉으론 변화무쌍하면서도 그 내면에는 평온함과 시정이 흐른다. 특히 상드가 관심과 친밀감을 갖는 농촌 사람들의 영상을 설치하는데 그들의 풍취 있는 몸짓과 말투를 작품에서 그대로 재연하고 있어, 외면적으론 거칠지만 내면에 숨겨진 농촌 사람들의 미덕을 잘 드러낸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결점이나 악덕 또는 삐뚤어진 모순까지 승화시키지는 않기 때문에, ... 명암이 뚜렷한 상드의 전원소설의 인물들은 훨씬 더 진실성이 있다. 285p 당시 사육제의 모습이라거나 랑드리 일가, 파데트 일가, 그리고 교회의 모습 등 당시 프랑스 전원 마을의 풍경과 그 인물들의 모습을 꽤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다.. 하지만, 뭐 어떤가. 최근 대박을 터뜨린 드라마들의 무리하다못해 기가 막히는 전개와 비교해 보면 아무것도 아닐지도. 이 소설은 상드의 후기 소설이라고 한다. 전원을 중심으로 한 일련의 소설군에 분류된다는데... 이 군에 속한 몇몇 소설들의 제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중 사생아 프랑수아라는 소설은 도서관에서도 종종 제목을 확인한 기억이 난다. 언제 한 번 읽어봐야겠다. 그러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느꼈던 갈증과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을지도. 참 재미있는 소설이다. 상투적인 이야기 같지만, 너무나도 잘 그려낸 소설이다. 상투적인 이야기일 수록 재미있게 써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그나저나, 나는 여전히 이 책의 제목이 잘 적응되지 않는다. 어릴적에 읽었던 판본은 '사랑의 요정'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거든. 글쎄, 아무래도 전공자의 번역이니 '소녀 파데트'가 맞는가 보다. 그래도, 왠지 '사랑의 요정'이라는 제목이 여전히 인상적이다. 후반부의 파데트는 말그대로 '사랑의 요정'이기 때문일까. 이 책의 옥의 티는 가격이다. 그 점만 제외한다면, 누구에나 권하고 싶은(또는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상드에 대한 역자의 표현을 마지막으로 펜을 내려놓을까 한다. 상드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랑을 위해서 투쟁했으며, 사랑을 믿고 사랑의 완성을 위해 노력했다. 상드의 모든 작품들도 사랑의 이야기들이다. 285~286p 사족 : 실비르 지못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