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과 각종 조그마한 소품들. 일일이 다 손으로 직접 다 제작하였다고 하니 놀랄 따름이다. 작가의 기억력 또한 비상한 것 같고 그에 못지않게 인생을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이 따뜻하기만 하다. 가난하고 못 살던 시절의 이야기지만 지금 우리의 생활 모습과 어찌나 다른지 또한 놀랍다. 그리 옜날의 일도 아니건만 지금 생활 방식과 천지 차이이며 사라진 것들에 대한 향수가 새록새록 피어난다.
덕수 상회 라는 이름의 만화 가게, 뽑기, 엿 장수 할아버지 , 목마 장수 아저씨, 난로에 도시락 데워 먹기 등등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옛날의 일들이 손에 잡힐 듯이 다가온다. 그런 시대가 있었지. 우리의 아이들은 커서 이때를 어떻게 볼까? 인형으로 그리고 이렇게 책으로 밖에 볼 수 없으니 그 시대의 삶에 어린 정감과 애환은 어떻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인상깊은구절] 우연히 아이들의 책을 정리하다가 이원수 선생님의 밤중에란 시를 읽게 되었습니다. 고등 학생을 둔 어미가 되어서야 한 구절 한 구절에 담겨 있는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깨닫고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그리곤 어머니로부터 비롯된 그리운 지난 시절의 기억들이 물밀듯이 밀려왔습니다. 밤중에 의 어머니처럼 늘 재봉틀 앞에 앉아 계셨던 어머니, 들어도, 들어도 또 듣고 싶던 할머니의 옜날 이야기와 무릎베고 누워 만지작거리던 조그만 젖꼭지의 감촉.맨날 헌털뱅이 옷만 물려 입는다고 툴툴거리던 동생들과 인심 좋던 만화 가게 아저씨. |
|
가족들과 서점에 가서 만장일치로 고른 책이다. 작가인 '이승은', '허현선' 부부를 이전에 전혀 알지 못했지만,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사진들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털이 복실한 큰 인형처럼, 날씬한 바비인형처럼 그냥 예쁘게, 예쁘게 꾸며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인형들은 그냥 우리 부모들의 삶이었다. 큰 얼굴에 조그마한 눈, 흐트러진 머리, 그리고 빨간 내복을 입은 채로 동생과 이불을 걷어차고 자고 있는 모습.
그리고 난로 위에 도시락이 올려져 지글거리고 있는 교실 모습. 또 그 안에서 짝궁과 책상 한가운데 그어놓은 금. 교실 안의 소리마저 들리는 것 같다. 이 모든 것이 재현되어 있다. 어른들에게는 당신들의 과거를 회상하는 기회가 될 것이고, 아이들에게는 그들의 부모가 어떻게 살아왔는가 알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나도 잘 모르지만, 지금이 그때보다 더 낳은 것 같지는 않다. 그 모습들이 가난이라고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는 거기에.... [인상깊은구절] 도시락 옥봉국민학교 3,4학년 때 점심 시간 돌아오면 피난민 아들 철재하고 운동장 건너 측백나무 이빠진 울 밖으로 나갔습니다. 논으로 비탈진 아늑한 둔덕에 철 따라 민들레 피고 토끼풀이 푸르릅니다. 보자기 풀어 양은도시락 열고 나 먼저 먹어나가면 철재는 곁에서 지켜보며 제 차례 기다립니다. 젓가락으로 떼어 먹는 보리밥 한 덩이마다 매달려 있는 두 사람의 마음 철없어도 또렷이 느낄 수 있습니다. 어느새 절반쯤 먹으면 둘이는 서로 미안하고 불편합니다. 그만 먹으라고 못하는 철재는 딴전인 척 먼데로 눈을 돌려 보기도 하지만 그 눈길 금방 되돌아옵니다. 나는 절반에서 한 덩이 더 먹습니다. 마지막 반찬그릇 들어내면 그 아래 또 한 숟갈쯤 깔려 있을 테니까요 열 살 무렵 봄 여름 긴긴 날 그래서 둘이 모두 시원찮은 점심이지만 괜찮습니다. 껄끄러운 그 밥 나누어 먹고도 우리는 미루나무 큰 키로 자랐습니다. --심호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