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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관련 퀴즈 하나! 고두심, 채시라, 전인화 이 세 연기자가 공통적으로 맡았던 배역이 있다. 그 역이 어떤 역일까?
정답은 소혜왕후로도 불리는 성종의 모후 인수대비이다. ‘왕과 비’, ‘ 왕과 나’, 그리고 오래 전에 방송됐던 조선왕조 5백년사 중 ‘설중매’ 편에 인수대비가 등장하는데 내 기억 속에는 이 중에서도 특히 채시라씨가 카리스마를 내 뿜으며 열연하던 그 잔상이 강렬하게 남아 있다. 이렇게 인수대비 역을 맡은 연기자들은 하나같이 정상급에 관록 있는 연기자라 이들 면면만 보더라도, 인수대비가 어떤 여인이었는지 감이 잡힐 것 같았다.
인수 대비를 읽는 내내 떠오르는 여인이 있었다, 힐러리. 인수대비가 명문가 청주 한씨 출신에, 무엇보다 조선 왕실 여인 중 가장 뛰어난 학식과 지식의 소유자였고, 어떻게 보면 요절한 남편보다 정치에 대한 안목이나 야심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에서 힐러리가 연상이 된 거다.
명문가인 청주 한씨 가문, 아버지는 당대 최고의 중국통 한확이었고, 고모는 명나라 황제의 후궁이라는 막강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미모 또한 뛰어났다고 전해지는데, 더하여 조선 시대 여인으로서 최고의 학문 수준을 지녔다고 하니, 요즘 말로 하면 엄친딸에 속하는 여인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왕실 종친가로 출가하고 2남 1녀까지 가진 그 다복함이라니, 복을 타고난 여인 같았다.
그녀는 시아버지 수양대군이 보위에 오르는 것을 적극 지지하는가 하면, 한명회 등 공신들과도 교감을 나누며 정치적 감각을 발휘하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인수대비에게 늘 탄탄대로만 펼쳐졌던 것은 아니었다. 지아비인 의경 세자가 약관 스물에 죽음으로써 그녀가 왕비가 될 기회는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예약된 왕비 자리를 목전에 두고 하차해야 했을 그녀의 심정은 어땠을까. 졸지에 청상의 신세가 된 그녀가 2남 1녀와 함께 사가에서 보낸 시절은 그녀에겐 절치부심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수대비는 절망하지 않았다. 2남 1녀를 엄하게 키우면서 훗날을 도모했다. 한명회 딸을 며느리로 맞이함으로써 훗날 둘째 아들 자을산군을 왕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반을 다졌고, 그리하여 아들 없이 세상을 떠난 시동생 예종의 뒤를 잇는 왕 성종의 모후로 대비의 몸으로 대궐로 금의환향하게 된 것이다.
인수대비의 아들이 보위에 오른 데에는 시어머니 정희왕후의 도움이 결정적이었지만, 세조와 시어머니의 신임을 얻은 것 또한 그녀의 능력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인수대비는 정치적 판단력이 탁월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세력을 모을 줄 아는 강단 있는 여인이었던 것이다.
이 강단 있는 여인은 대비가 된 뒤 그냥 있지 않았다.부녀자들이 지켜야할 도리를 적은 ‘내훈’을 쓰는데, '내훈'은 가부장적 남존여비 사상이 조선 가정 속으로, 부녀자들에게까지 전파하는 데 일조한 것으로 평가되는 책이다. 그녀의 학식을 십분 발휘해 조선 최초의 여성 대상 교육서를 집필한 것으로, 이런 책을 쓸 정도면 내명부 기강을 얼마나 강조했을지 짐작이 될 것이다.
이렇게 부녀자의 도리를 찾은 인수대비는 결국 연산군의 폭정을 부르는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성종의 비 윤씨를 폐비하고, 서인으로 내치는 결정을 내렸고, 마침내 사사하게 되고,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된 연산군이 반항하자 놀란 나머지 세상을 떠나는 사태로 이어졌다.
인수대비가 세자의 생모를 사사하는 것을 보면, 그녀는 연산군이 왕이 된 뒤에도 생모에 관한 비밀이 지켜질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자를 염두에 두고, 사사까지 하는 것에 반대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았는데도 그런 결정으로 이어진 것을 보면, 어쩌면 똑똑한 사람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자신의 판단을 과신하는 실수를 그녀 역시 범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인수대비’는 인수대비란 제목에 걸맞지 않게 내용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 책은 분명 세 권인데, 그 중 1, 2 두 권은 인수대비가 아닌 세조의 행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수양대군, 세조에 관한 책 같았다. 수양대군이 단종을 축출하지 않았다면 인수대비는 왕비나 대비는 언감생심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세조와 한명회의 비중이 지나치게 컸다. 이 정도면 세조나 한명회가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싶을 정도로 주객이 전도됐는데, 이렇게 씌어진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세조와 한명회가 부각된 '인수대비' 내용은 사극 ‘설중매’와 유사한데, 그 사극을 집필한 작가 신봉승이 ‘인수 대비’의 작가이기 때문이었다. 이 책 주인공이 '인수대비'었다면 내용 또한 그에 걸맞게 인수대비에 초점을 맞춰 다시 정리를 하고 책을 냈어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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