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굉장히 독특한 책이다. 제목처럼 연인과의 일들을 기록한 것 같아 펼쳐보았더니 느닷없이 알파벳들이 펼쳐진다. 단어가 툭 튀어나오고 뜻이 적혀 있고 마치 사전에서 뜻을 설명하는 것처럼 글이 나온다. dissonance [명사] 불화 나는 잠을 자야 하는데 당신은 잘 수 없었던 밤들. 나는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당신이 거부했던 그 오후들. 당신이 시끄럽게 하는 바람에 나만의 조용한 시간이 방해했던 그 순간들. 뭔가 윙윙거리는 소리를 우리 둘 다 못 들은 척했던 시간들. 이런 식이다. 남편과의 다툼 뒤에 느꼈던 마음들이 ‘불화’라는 단어로 생생하게 그려지는 게 공감가면서도 씁쓸하긴 했지만 말이다. 이렇게 단어를 통해 연인과 관련된 이야기 혹은 자신의 생각들이 적혀 있는데 이런 구성으로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일기 같기도 하고 연애편지 같기도 하고 때론 농밀한 사랑 이야기 같기도 한 글을 읽고 있으면 단어에 대해서도 남녀 사이에 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만나고 헤어지고 새로운 사랑을 반복하는 가운데 많은 단어와 그 모든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게 알파벳의 순서처럼 무르익어 가는 느낌이었다. 왠지 모르게 알파벳의 끝으로 갈수록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래도 행복하길 바라게 되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글보다 단어에 집착하면서 읽느라 이 단어와 이 글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의아해 하기도 했다. 나중에 번역이 되어 있었음에도 온전히 그 뜻 하나에 얽매어 내 생각이 좁아서 그런 의아함이 생겼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글로 이렇게 일상을 기록해 보면 좀 더 풍부하게 나올 수 있을까란 상상을 해봤지만(자음과 모음, 받침까지 포함하면 엄청난 단어가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단어의 뜻과 상황, 풍부한 의미가 어우러졌을 때 좀 더 넓은 의미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이 책은 ‘연인노트’라는 제목이 붙여진 것처럼 연인과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주제를 넓혀보면 굉장히 다양해 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흔할 수도 있는 에세이를 독특한 구성으로 써 내려간 책 덕분에 신선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다만 국내 정서와 완전히 맞는 건 아니어서 감안하면서 읽은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단어가 지닌 의미를 진중하게 가져본 시간이었다. 꼭 저자의 생각이 아니더라도 내가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들도 말이다. 뭔가 단어의 세상이 있다면 굉장히 넓어진 느낌이랄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