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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작가와 작품을 비롯한 문학 현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따라서 문학사 기술은 문학에 대한 체계적인 인식이 전제되어야 하며, 어느 정도의 문학 연구가 선행되어야만 보다 풍부한 논의를 전개할 수 있다고 하겠다. 4명의 저자가 공동 집필한 이 책은 우리의 ‘근대 민족문학사’를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일단 시기적으로는 근대 학문이 도입되던 19세기 말부터 일제 강점기로부터 해방이 되던 1945년까지의 문학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민족문학사’와 일반적인 ‘문학사’가 어떻게 구별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던지고 있지만, 책의 내용으로 보자면 딱히 구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기존의 근대문학사에 대한 깊이 있고 풍부한 연구 성과가 바탕이 되어 저술될 수 있었다고 여겨진다. 특히 해방 이후 국토가 남북으로 분단되면서, 분단 이후는 물론 일제 강점기의 작품들 마저 작가가 누군가에 따라 연구에서 배제되었던 과거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즉 작품의 내용과 상관없이 납·월북 작가라는 이유만으로 거론할 수가 없었던 것이 분단된 현실에서의 엄연한 현실이었다, 그러던 중에 1988년 해금 조치로 인해서 이들의 작품이 연구될 수 있었고, 이러한 결과물이 축적되어 해방 이전까지의 연구사는 전체적인 윤곽을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 책의 서술 대상이 ‘해방 이전’으로 한정된 이유는 ‘근대 민족문학사’의 온전한 모습을 그때까지 어느 정도 그려낼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아울러 ‘해방 이후’의 문학사는 여전히 ‘분단’이라는 현실을 전제하고 있기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통일문학사’의 형식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우선 ‘해방 이전’의 문학사를 모두 5개의 시기로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는데, 각각의 시기를 서술하면서 먼저 ‘총론’과 ‘소설’, ‘시’와 ‘평론’ 등의 항목으로 세분하여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족어의 형성과 근대문학의 성립’이라는 제목의 제1부에서는 ‘19세기말 ~ 1910년’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 일제의 침략이 점차 노골화되는 시기로서, 전근대 문학에 대한 비판과 서구 근대문학에 대한 수용으로 인한 문학 현상이 겹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하겠다. 그리하여 여전히 고전문학에 대한 활발한 향유가 지속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근대 학문과 문학에 대한 열정이 분출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개화가사’와 ‘신체시’가 공존하며, ‘고전소설’과 ‘신소설’이 활발하게 향유되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계몽주의 문학의 성장과 굴절’이라는 제목의 제2부에서는 ‘1910 ~ 1919년’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는데, 주지하듯이 이 시기는 일제 강점이 시작되면서 식민지 하의 고통이 강화되던 시기라고 하겠다. 일제 강점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그에 대한 문학적 대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기에, 이른바 ‘계몽주의’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이 격렬하게 부딪히는 모습이 연출되었다고 하겠다. 최남선과 이광수 등에 의해 본격적인 근대문학의 논리가 마련되었고, 일본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근대문학에 대한 창작이 시도되었던 시기라고 할 수 있겠다. ‘1919 ~ 1927년’의 시기는 제3부의 ‘개인과 사회의 변증법’이라는 제목으로 기술되고 있는데, 이 시기는 ‘3.1운동’ 이후 이른바 일제의 문화정책‘으로 잠시나마 문화적인 분위기가 고조되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회주의 이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고, 그러한 움직임이 문학 분야에서는 ’프로문학‘이라고 규정되는 ’카프(KAPF)’가 조직되어 활발한 활동이 전개되었다. 제4부 ‘프로문학의 시대’는 ‘1927 ~ 1935년’까지의 시기로, 카프가 조직되면서 그에 소속된 작가들이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었던 것으,로 특징지워진다. 이들의 활동이 문학사에서 적극적으로 언급될 수 있었던 것은 앞에서 거론한 납·월북 작가들의 해금 조치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하겠다. 실제 일제 강점가 문학사의 기술은 이들을 제외한다면, 매우 빈약한 형태의 내용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들은 일제에 적극적으로 맞서며 문학 활동을 전개했기에, 식민지의 상황에서 문학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고 하겟다,.따라서 이 시기의 특징은 이들의 활동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서술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제의 패망을 앞두고 2차 세계대전을 촉발했던 암울한 시기에, 문학인들 역시 현실대응력을 유보한 채 침잠해야만 했던 시기를 제5부에서 다루고 있다. ‘파시즘 강화와 민족문학의 위기’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 ‘1935 ~1845년’까지의 시기는 이른바 ‘순수문학’만이 용인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일제의 파시즘에 영합한 친일문학‘이 양산되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민족문학사‘를 표방한 이 책에서는 일제 말기의 ’친일문학‘의 실상에 대해서는 간략한 언급만 하고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일제의 탄압으로 인해 ’카프‘가 해산되고, 엄혹한 시련에 맞서 일부는 절필을 하고 또 다른 이들은 친일의 길에 나섰던 것이 당시 문학계의 현실이었다. 비록 여러 명의 연구자가 공동 집필했기에, 그 체제나 내용 면에서 완전한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논하기에는 주저되는 바가 있다. 하지만 풍부한 연구를 기반으로 비교적 당시의 문학사를 온전한 모습으로 재구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고 평가하고 싶다.(차니) * 개인 독서 카페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