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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텔레비전 시리즈로 방영되었던 내용을 글로 묶은 이 책은 분명히 충격적이다.
포스트모더니즘 이전의 현대미술사를 전혀 '일목요연하지 않게' 풀어나간다. 한 미술사조의 출발과 소강에 대해 주로 사회사적인 배경과 연관지어 서술하는 내용은 흥미진진하다. 저자의(또는 프로듀서의) 의도에 따라 읽어나가다 보면 '정말 이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감탄하고 말 것이다.
예를 들어 6장, '의식의 끝에서 본 세계'에서는 표현주의의 발생 배경에 관해 낭만주의 회화와의 연계성과 더불어 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으로 시름하는 유럽의 현실을 제시하는 식이다.
내용은 결코 얕지 않다. 상세한 설명과 적절한 도판의 제시로 충분히 설득력을 가지는 주장을 펼쳐나간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 책은 모더니즘 미술의 의문제기와 새로운 여러 시도에 대해 소개하는 한편으로 그것이 '실패하였다'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패라는 표현이 과장이라면 이 책에 그대로 나온 '한계'라는 단어로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충격과 충격. 미술사가(그외의 어느 분야의 역사일지라도) '충격 후 한계에 다다름' 그리고 '그 한계를 극복하는 다른 충격이 등장함'이라는 간단한 도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역사를 보는 관점은 다양하겠지만 나는 상향곡선과 하향곡선으로 도식화하여 설명하는 일은 수학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유기적이고 순환적인 역사관을 채용할 수는 없는 것일까. 역사는, 현대미술사는 질주하는 화살이나 말이라기 보다는 엮여있는 고리이며 하나의 유기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은 텔레비전 시리즈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이 '기승전결'에 따라 전개되는 미술사의 이야기를 구성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이라는 구도는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역사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임의적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는 일이 역사가의 몫이라고 해도, 이런 방법으로는 '한계'만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현대미술사의 주요한 흐름과 사조에 대한 내용을 독특한 구성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를 지닌다고 본다. 미술사조의 흐름에 대해 연대기적으로 나열하는 일반적인 미술사 관련 서적에 식상한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선택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또한 난해한 현대미술사 특유의 복잡한 개념정리를 떠나 미술과 미술 속의 역사,사회에 관해 살펴보고 싶은 일반 독자들에게도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상깊은구절] 초연한 입장을 취할 것... 나는 상징주의란 예술가들이 자신이 세운 규칙 속에 리얼리티를 종속 시키는 예술형식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