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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종이책
『오 헨리 단편선』일상속에서 낯선 아름다움을 찾다.
"『오 헨리 단편선』일상속에서 낯선 아름다움을 찾다." 내용보기
학교 다닐적에 교과서에 수록 되었던 「마지막 잎새」를 기억한다. 병상에 누워있는 여자 주인공이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나무의 잎새. 떨어지는 잎새를 보며 자신의 목숨도 그렇게 잎새처럼 스러져간다며 애타하는 모습말이다.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지 않기를, 그래서 여자 주인공의 목숨도 붙어 있기를 얼마나 바랬던가. 여자 주인공을 바라보는 친구의 마음처럼 그렇게 간절한 염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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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적에 교과서에 수록 되었던 「마지막 잎새」를 기억한다.

병상에 누워있는 여자 주인공이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나무의 잎새. 떨어지는 잎새를 보며 자신의 목숨도 그렇게 잎새처럼 스러져간다며 애타하는 모습말이다.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지 않기를, 그래서 여자 주인공의 목숨도 붙어 있기를 얼마나 바랬던가. 여자 주인공을 바라보는 친구의 마음처럼 그렇게 간절한 염원을 담았던 것 같다. 오 헨리의 작품은 그렇게  간절함을 담아「마지막 잎새」처럼 다가왔었다. 그리고 또 한 작품 「크리스마스 선물」가난한 부부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상대방에게 주기 위해 가장 소중한 것을 팔아 샀던 선물. 소용이 없어진 그 선물을 보며 서로를 생각하는 그 다정한 마음과 함께 그냥 미안하다며 선물을 뒤로 미뤄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때문에 그들을 비판하기도 했었다. 그의 이런 작품 들을 몇 년만에 읽었는지 모르겠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이런 작품을 다시 만난다는 것은 옛 시절을 추억함과 동시에 작고한 작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진다.

 

단편집 들중 「할렘가의 비극」을 보면, 사랑받는게 과연 무엇인지 묻는다.

아래층에 사는 매맞는 여자가 있다. 술을 진탕으로 마신 날에만 때린다는 남편. 때린 다음날, 술이 깬 멀쩡한 상태의 남편은 부인이 보아둔 실크 블라우스를 한아름 사들고 와 사랑한다며 밤탱이가 된 눈에 키스를 날린다. 그것이 부러운 위층의 여자는 자기 남편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때리지 않나 싶고, 가만히 앉아 말이 없는 남편을 향해 시비를 건다. 빨래를 하며 자신을 때리게 하려고 갖은 모욕적인 언행을 던지지만, 아내를 때린다는 것을 상상할수도 없는 남편은 아내를 때리기는 커녕 아내 대신 빨래를 하고 말아 아내를 실망시키는 내용이다. 참 아이러니이다. 때리고 나서 선물을 한아름 안겨다 주는 남편보다 말수는 없지만 평범하게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가 좋지 않나. 이 부분을 읽고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이 숨기고 있는 비열함이 초상화에 드러나는 걸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인간은 미소를 짓거나 얼굴을 찡그려서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지만, 그림은 그렇게 못 합니다.  (340페이지 「매디슨 광장의 아라비안나이트」중에서)

 

오 헨리에게 단편 들이 이렇게 많았다는 사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오 헨리가 소설가의 세계로 입문한 게 독특하다. 은행에 근무했던 오 헨리는 공금 행령 혐의로 검거되어 3년여 동안 교도소에서 생활했는데 그곳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한다. 그는 300편 가량의 단편을 썼다. 대중들에게 작품성으로 많이 알려진 30편의 작품을 비채에서 책으로 엮어냈다. 단편들은 몇 페이지 되지 않는 짧은 글들이다. 글 속에서 그는 일상들을 보여준다. 주변에서 쉽게 볼수 있는 일상경험을 소재로 해 인간의 욕망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대부분으로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자신의 꿈과 욕망을 위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그 속에서도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해학과 풍자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오 헨리가 살았던 그 시절, 뉴욕의 풍경들이 보였다.

그가 가장 좋아하고 관심을 기울였던 도시, 뉴욕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이 많다. 「마지막 잎새」나 「크리스마스 선물」도 그렇고 여러 작품들 속에서 그의 뉴욕에 대한 애정이 묻어 나왔다. 그가 마흔여덟 살의 나이로 이 세상을 떠나면서 친구에게 "뉴욕 시를 바다볼 수 있도록 창문을 커튼을 걷어주게나. 어둠 속에서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으니까" 라고 말했다 한다. 뉴욕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책 말미에 적혀진 30여페이지에 달하는 옮긴이의 작품 해설은 또 하나의 작품이다.

오 헨리에 대해, 작품들에 대한 애정을 볼 수있는 글이었다. 오 헨리의 문학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2.03.20. 신고 공감 9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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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헨리가 펼쳐보이는 '사소성'의 중요성
"오 헨리가 펼쳐보이는 '사소성'의 중요성" 내용보기
1892년 체코의 작곡가 드보르작은 무려 자신의 고향으로 부터 5천마일이나 떨어진 뉴욕을 방문했다. 새벽 안개 속에 새벽 닭 울음소리만이 적막한 산천을 요람을 흔들듯 진동시키는 조용한 자신의 고향과는 달리 뉴욕은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사람들의 무리와 자동차들로 쉴새없이 북적이고 있었고 그 마치 도시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활기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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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2년 체코의 작곡가 드보르작은 무려 자신의 고향으로 부터 5천마일이나 떨어진 뉴욕을 방문했다. 새벽 안개 속에 새벽 닭 울음소리만이 적막한 산천을 요람을 흔들듯 진동시키는 조용한 자신의 고향과는 달리 뉴욕은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사람들의 무리와 자동차들로 쉴새없이 북적이고 있었고 그 마치 도시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활기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았다. 그런 뉴욕의 모습은 그야말로 드로르작에게 충격이었고 그야말로 압도적으로 발산되고 있는 새로운 시대적 분위기를 뉴욕에서 그는 경험하는 것 같았다. 그건 그에게 거의 신세계를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했고 그것이 바로 그의 최고 걸작이라 평가받는 교향곡 9번, 신세계 교향곡이었다. 즉 그 작품은 드보르작이 뉴욕에서 느꼈던 경이로웠던 새로운 활기에 대한 음악적 표현이었다.

 

 그리고 그 때의 뉴욕은 바로 오 헨리의 뉴욕이기도 했다.

 

 

 

 

 

  오 헨리는 바로 그러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새로운 시대의 중심부에 있었다.

 

 그 시대는 구시대의 유럽과는 여러 면에서 달랐다. 일단 태어나면서 결정되었던, 그렇게 순전히 혈통으로만 계승되던 신분제가 사라졌다. 이제 뉴욕은 전혀 새로운 것에 의해 결정되는 신분제도가 자리잡고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돈, 즉 자본이었다. 오로지 돈 만이 사람들로 부터 존중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근거였으며 그 돈이 가지고 있는 추상성 때문에 그것을 획득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이 보다 중시되었고 또한 돈은 오로지 실용성만이 가져올 수 있었기에 예술 같이 추상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서서히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그 예술이란 것은 오로지 신흥 부르조아지들의 재산을 빛내줄 경우에만 의미있는 존재가 될 뿐이었다. 이러한 구체적 혈통에서 추상적 자본으로의 전환은 사람들에게 많은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다 줄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종교적 박해를 피해 온 사람들로 이루어진 미국인지라 유럽을 단일한 끈으로 묶어두던 기독교적 가치로 부터도 자유로웠었기에(미국 초대 대통령 워싱턴이나 미국 헌법을 초안한 제퍼슨은 공공연히 성경은 하나의 신화에 불과하니 완전히 믿지는 말라고 자주 말했었다.) 그 전환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밖에 없었고 사람들의 자본, 즉 돈에 대한 욕망은 그렇게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가속도를 더해갔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돈이야 말로 스스로의 존재를 귀족처럼 고양시켜 주고 타인들에게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단 하나의 근거였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이제는 생존을 뛰어넘어 자신의 정체성마저 규정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돈이었다. 드로브작이 경이롭게 생각했던 신세계의 실상은 그러한 돈에 대한 욕망으로 휘몰아치는 토네이도였다. 그 광풍처럼 범람하는 욕망이 바로 활력의 원천이었다.

 

 하지만 그 한 가운데 있었던 오 헨리는 중심부로 뛰어들지 않고 오히려 소소한 일상으로 내려간다. 그렇게 한결같이 뉴욕인들의 사소한 일상들을 작품에다 담는다.  마치 부엌이야말로 신이 현상하는 장소라며 내내 일상의 공간만을 화폭에 담았던 18세기의 프랑스 화가 샤르댕 처럼 말이다. 그렇게 그는 거대한 사건이 일어나는 역사적 현장 못지 않게 우리의 사소한 일상 또한 얼마든지 극적인 드라마가 일어나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꿈틀거리는 욕망, 그 좌절로 인한 애환등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희노애락을 빛의 스펙트럼처럼 펼쳐보이면서 말이다. 그렇게 그는 일상을 담아내면서 돈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가 성급하게 밀쳐내 버린 인간적인 가치들 또한 복원해낸다. 바쁜 일상에 시달리느라 잊어버렸던 웃음, 슬픔, 사랑 같은 사소한 감정들. 그리고 보다 높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필요한 보석이나 사치품을 추구하느라 무시해버렸던 사소한 물건들까지. 그는 작품 속에 하나하나 다 살려낸다. 마치 그는 복원전문가 같다. 그렇게 그는 자본주의의 정착과 그로인한 사람들이 가진 더욱 가속화되어버린 욕망 때문에 왜소해졌거나 생명을 잃어버렸던 모든 사소한 것들에게 다시금 생기를 불어 넣는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사랑이나 돈이 가져다 줄 수 없는 예술로 인한 구원 같은 이제는 사람들이 잘 믿지 않는 소박한 꿈들까지... 그렇게 오 헨리의 작품은 사소한 것들로 넘쳐난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오 헨리의 중심엔 바로 이 '사소성'이 있다.

 별 것 아닌 일상, 별 것 아닌 감정, 별 것 아닌 사물 모두 이러한 '사소성'을 특징짓는 것이다. 오 헨리의 단편들을 주의깊게 읽어보면 이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각 단편들 사건의 중요한 국면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사소한 물건들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마지막 잎새'에서의 한 잎의 잎새라든지 '20년 후'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가 바로 지명수배자임을 알아보게 한 것이 성냥불이었다든지 '다시 찾은 삶'에서의 장미꽃의 핀이라든지 '크리스마스 선물'에서 교환되는 선물은 또 어떤가?

 

  이런 식으로 오 헨리의 작품엔 아주 사소한 물건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정작 이 물건들이 가져오는 것은 한 사람의 삶을 구원하거나 인생을 바꾸거나 고귀한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등의 아주 커다란 것들이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그가 왜 이러한 '사소성'에 천착하는 것인지 알게된다. 그러니까 오 헨리는 당시 미국을 주무르고 있는 자본주의적 가치관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바로 이 사소성을 가져온다는 것을 말이다. 생각해보면 자본주의란 재화가 가진 가치를 오로지 효용성으로만 따진다. 하지만 오 헨리의 사물들은 바로 이러한 자본주의적 판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효용성으로 따지자면 별 것 없지만 그것들이 가져오는 것은 어마어마한 돈으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오 헨리는 사물에 대해 자본주의적 가치가 절대적일 수 없음을, 사물이 가진 다양한 가능성들을 오로지 자본주의라는 획일적 잣대로만 볼 수 없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불러오는 문제가 여기까지라면 오 헨리의 이러한 사소성의 집착은 그저 한 작가의 독특성 정도로 그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가져오는 그 시각 자체가 더 큰 문제를 급기야는 불러오기 때문에 오 헨리의 이 '사소성'의 추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니까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우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오 헨리의 말에 귀를 기울일 당위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자본주의적 시각이 가져오는 더 큰 문제란 바로 자본주의가 팽배해짐으로써 사물에 대한 그러한 시각이 이제는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까지 옮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즉 재화만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까지도 효용성, 즉 오로지 자신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만 기준으로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분명 오 헨리는 당시에 만연된 극심한 빈부격차나 비인간적인 노동력 착취의 현장에서 바로 이것을 깨닫게 된 것 같다. 그가 작품 속에 그러한 부조리한 현실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말이다. 따라서 오 헨리의 '사소성'이란 근본적으로는 바로 이러한 자본주의가 가져오는 인간에 대한 왜곡된 시각 자체와 싸우기 위한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오 헨리의 사소성은 무엇보다 어느 하나의 잣대로만 규정할 수 없는 사물이 가진 다양성 자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하나의 존재가 가진 다양한 면모를 가감없이 펼침은 사람에게 적용되면 어느 신분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결정될 수 없는 사람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삶 자체에다 갖다대면 자본주의의 획일적 가치관으로 도저히 포획할 수 없는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즉 오 헨리는 궁극적으로 오로지 하나의 효용성, 하나의 시각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런 시각이 낳는 것은 오로지 고고귀한 존재를 그저 도구로 전락시키는 지배와 피지배 관계를 낳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물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고 별 것 아닌 소소한 일상이지만 얼마나 예측할 수 없는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일어나는지 보여준다. 말하자면 그는 자본주의로 인해 점점 그 빛을 잃어가는 신세계에 그 자신이 직접 정말 제대로 된 신세계를 가져오려 하는 것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온갖 사소한 사람들의 사소한 일상속 사소한 물건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이야기들로 넘쳐나는 그러한 신세계를. 오 헨리는 바로 그 신세계의 세헤라쟈드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일상과 자신의 삶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꿈꾸게 하는...

아마도 드보르작은 정말은 이것을 보아야 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가 오 헨리를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새삼 여기에 그 까닭을 중언하듯 붙일 필요가 있을까? 아마도 자본주의적 시각이 가져올 위험을 말할 때 당신 역시도 다 느꼈을 것 같은데, 그 때의 뉴욕과 오늘의 현실이 그리 다르지 않음을...

 

 

 



l****1 2012.04.09. 신고 공감 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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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다시 읽었는데도 처음 읽는 것 같은 새로움과 감동이라니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30년 만에 다시 읽었는데도 처음 읽는 것 같은 새로움과 감동이라니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내용보기
세월이 지나도 전혀 낡은 느낌을 주지 않고 갈수록 새로움이 느껴지며, 세월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같은 감동과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을 “명작(名作)”이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읽은 일본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문(門, 1910)>은 100 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읽어도 시대와 공간에 대한 위화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바로 현재 우리 주변의 이야기처럼 느껴
"30년 만에 다시 읽었는데도 처음 읽는 것 같은 새로움과 감동이라니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내용보기

세월이 지나도 전혀 낡은 느낌을 주지 않고 갈수록 새로움이 느껴지며, 세월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같은 감동과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을 “명작(名作)”이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읽은 일본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문(門, 1910)>은 100 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읽어도 시대와 공간에 대한 위화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바로 현재 우리 주변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으니 "명작”의 반열에 올라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어린 나이에 읽었던 책에서 느낀 재미와 감동을 수십 년이 흘러 훌쩍 나이가 들어버린 지금 다시 읽어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면 그 책 또한 분명 “명작”일 것이다. 이번에 읽은 <오 헨리 단편선(원제 The Selected Works Of O. HENRY / 비채 / 2012년 2월)>이 바로 그런 책이다. 중학교 시절 문고판으로 그의 단편집을 읽었었고, 다른 단편 모음집이나 잡지, 방송,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자주 접해봤던 “익숙한” 이야기 임에도 불구하고 30여년 만에 다시 읽은 이 책, 마치 처음 읽는 것 같은 재미와 감동을 느껴볼 수 있었다. 아니 인생에 대한 연민과 슬픔을 조금은 알 수 있는 나이가 된 지금에 읽으니 한결 그 재미와 감동이 더 크게 다가왔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책에는 300여 편에 달하는 작가의 단편 들 중에 작품성이 높고 이야기 구성이 치밀한 대표작 30편을 수록했다고 한다. 역시나 맨 첫 작품으로 교과서에도 실렸던 <마지막 잎새>부터 시작하고 역시나 유명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이어진다. 굳이 줄거리를 소개하지 않아도 “아~그 작품”이라고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올 만한 그런 작품들일 것이다. 이후로도 오 헨리의 유머와 촌철살인의 반전이 담뿍 담긴 단편들이 계속 이어지고, 마지막 작품으로 내가 오 헨리 작품 중에서 가장 재미있어 하는 작품이자 오 헨리식 익살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붉은 추장의 몸값>이 실려 있다. 제목만 들으면 모를 수 도 있는데 어리버리한 납치범들이 소년을 납치했다가 소년의 등쌀에 오히려 돈을 소년의 부모에게 물어내고 풀어줬다는 간단한 소개만 들으면 금세 알아챌 만한 그런 이야기이다. 또한 책으로 읽지 않았어도 “디즈니 가족 영화”와 꽁트 드라마로도 여러번 제작되어 TV에서 한번쯤은 봤었을 그런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긴 이 책에 실려 있는 30 편 모두 유명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한번쯤은 들어보지 않은 이야기가 과연 있을까? 그런데 분명 읽었었고 아는 이야기들인데 다시 활자로 읽으니 식상하지 않고 마치 처음 대하는 것처럼 새로움이 느껴진다니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앞서 말한 명작의 정의 뿐만 아니라 “보석(寶石)”은 세월이 지난다고 해서 그 아름다움과 가치가 퇴색되는 게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그 빛과 가치가 더 뚜렷하고 영롱해진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을 보면 오 헨리의 단편들은 단언컨대 “명작”일 수 밖에 없고 그리고 “보석”일 수 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 이 책을 읽는 내내 재미있고 즐겁고 행복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보통 소설의 마지막에 실려 있는 “해설”은 그냥 지나치기가 십상인데 이 책에 실려 있는 “작품해설 오 헨리와 단편소설 전통” 만큼은 작가 오 헨리의 삶과 그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공부해볼 수 있는 유익한 글이어서 꼼꼼히 읽어보았다. 특히 작가로만 알고 있었던 오 헨리가 은행원이었고, 공금 횡령으로 인한 옥살이가 그를 글을 쓰게 만든 계기가 되었으며, 이런 경험들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었던 자양분이 되었다는 대목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어서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게 하는 새로운 정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오 헨리 단편들의 특징, 그리고 비슷비슷한 구조와 이야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단편소설 분야에서 기념비적인 업적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하고 있으니 이 글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워낙 잘 알려진 책이고 어줍잖은 내 서평보다 백배는 훌륭한 해설도 실려 있다 보니 이 감상은 다른 글들 보다 짧게 마무리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아뭏튼 명작이 왜 명작인지, 또한 명작은 한번 읽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다시 읽었을 때, 특히 나이가 들어 인생의 의미를 조금은 알게 되었을 때라면 더 큰 재미와 감동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읽기였다. 그래서 이미 읽은 지 수 십 년이 지나 누렇게 바랜 채 책장 가장 깊숙한 곳에 꽂혀 있는, <데미안>, <폭풍의 언덕>, <죄와 벌>, <전쟁과 평화>, <테스> 등의 옛날 문고판 고전 명작들에 다시금 눈길이 가는 지도 모르겠다. 이 책들은 나에게 어떤 감동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줄지 벌써부터 설레인다.



a*****7 2012.03.09.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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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이 남는 오 헨리의 반전소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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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빵마흔의 나이에 미혼인 빵집 여주인 미스 마더 미첨은일주일에 두세차례 늘 딱딱하게 굳은 식빵을 사가는 중년의 남자를 보면서,가난한 화가일거라고 짐작을 한다.화랑에서 산 그림을 집에서 가지고 나와 빵집에 걸어놓고, 남자의 반응을 기다리는 미스 마더.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그림을 금새 알아보고, 원근감이 떨어지는 그림이라는 말을 한다.미술을 사랑하고, 그림을 보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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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빵


마흔의 나이에 미혼인 빵집 여주인 미스 마더 미첨은

일주일에 두세차례 늘 딱딱하게 굳은 식빵을 사가는 중년의 남자를 보면서,

가난한 화가일거라고 짐작을 한다.

화랑에서 산 그림을 집에서 가지고 나와 빵집에 걸어놓고, 남자의 반응을 기다리는 미스 마더.

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그림을 금새 알아보고, 원근감이 떨어지는 그림이라는 말을 한다.

미술을 사랑하고, 그림을 보자마자 원근감을 알아채는 재능이 있지만,  무명이라 돈이 없는 -그렇다고 그녀 스스로 믿고 있는-

그 남자가 자꾸만 떠오르는 그녀.

 

두툼한 스테이크에 달콤한 잼바른 빵을 먹을 때면..

돈이 없어 늘 딱딱한 식빵밖에 먹을 수 없을 가난한 화가가 떠올라 한숨이 나오는 그녀...

그렇게 그녀의 마음 속에 그는 상당히 깊숙히 들어와 있었고, 

마음속의 그는 그녀를 변하게 만든다. 안하던 피부맛사지도 하고, 낡은 갈색옷 대신 물방울 무늬의 실크 블라우스를 입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안경너머로 언듯 비친 상냥함과 천재화가일 것 같은 그가 그 날도 딱딱한 식빵을 사러왔다.

바로 그 때 소방차 한대가 요란스럽게 지나가며 남자의 시선을 사로 잡는 동안,

방금 들여놓은 버터... 가난한 천재화가가... 먹지 못할 버터바른 빵을 맛보게 해줄 생각으로,

빵의 속을 가르고 버터를 듬뿍 발라... 남자가 모르게... 종이에 싸서 넘겨준다..

좁고, 어두운 방안에서 무심코 자른 빵 속의 버터를 보면서 

깜짝 놀라거나, 반갑거나, 감동할 수도 있을거란 생각에 기쁨으로 얼굴이 붉어지던 그녀앞에...

 

거의 미처버릴 것 같은 가난한 천재화가가 거칠게 다가와 곧 때릴 듯 욕을 퍼붓고 사라진다.

그 옆에 함께 있던 남자가 그 이유를 말해준다.

화가인 줄 알았던 그 남자는 건축설계사였고, 3개월 동안 시청 설계도를 그리는 중이었다.

연필로 먼저 설계도의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잉크로 선을 덧칠하여 완성한 뒤 먼저 그린 연필자국을 지우기 위해, 딱딱한 빵을 썼던 것이다.

드디어 마지막 연필자국을 지우는 작업을 하는데, 난데없이 빵 속에 버터가 밀려나오면서 3개월간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온 설계도가 엉망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녀는 얼굴에 맛사지 하려던 재료를 버리고, 물방울무늬 실크 블라우스도 벗어버리고, 

다시 갈색 낡은 옷으로 갈아입는다.

 

그는 그녀를 착각하게 할 일말의 의도도 없었고,

그녀 역시 그를 돕고 싶은 마음이 앞섰지만,

상대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쌓이고 쌓인 환상과 착각은 결국 중요한 순간에 누군가를 절망하게 만드는 실수가 되어 버린다.

그녀는 그를 마음 깊이 동정하고, 연민하며,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친절을 주고 싶었을 뿐인데,

안타깝게도 그는 그녀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그녀의 착각에서 비롯된 엉뚱한 친절로 긴 시간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불행을 겪고 만다.

 

대체 이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불쌍한가? 또는 불행한가? 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본의 아니게 삽질하며, 기뻐할 줄 알았던 친절이 욕지거리가 되어 돌아온 현실에 절망했을 그녀?

아니면 심혈을 기울이던 일을  이상한 여자의 엉뚱한 행동 때문에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건축설계사?

 

누구의 입장에서건 상대방으로 인한 상처가 작지 않아서 누가 더 불행한지에 대한 답을 쉽게 내릴 수가 없다.

아마도 더 오랫동안 상처를 간직할 사람이 더 불행하다고 봐야할 것 같으니, 제3자는 그 답을 알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비슷한 상황을 떠올리며 왜 이런 실수를 하게 되는지를 생각해볼 필요는 있겠다.  

상대가 원치않는 친절에 대해서 말이다.

흔히 보여지는 모습-사람들 대부분 그러하듯 보고 싶은 면만 보는 성향까지 더해서-만 보며 누군가를 판단하고, 평가하고,

쉽게 질타하고, 동정하고, 어리석게 여기는 습관들...

그런 습관들로 인해 주고 받는 불쾌감을 떠올리며, 

나의 편향되거나, 왜곡된 시선으로 인해 타인과 주변 현실을 잘못 이해하고, 착각하거나

원치않는 동정심과 친절로 실수를 했던 적이 없었나.. 기억을 더듬어 본다.






r***5 2014.02.0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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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굵직한 이야기 모음집[오 헨리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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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헨리 단편선 / 오 헨리   그러나 존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존재는 어쩌면 죽음이라는 신비롭고 머나먼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영혼이리라. 그녀를 우정에, 그리고 이 지상의 것에 매어놓았던 매듭이 하나씩 하나씩 풀려나가면서 공상이 그녀를 더욱 강하개 사로잡는 것 같았다.   -P.17- 1.   어릴적 <마지막 잎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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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헨리 단편선 / 오 헨리

 

그러나 존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존재는 어쩌면 죽음이라는 신비롭고 머나먼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영혼이리라. 그녀를 우정에, 그리고 이 지상의 것에 매어놓았던 매듭이 하나씩 하나씩 풀려나가면서 공상이 그녀를 더욱 강하개 사로잡는 것 같았다.

 

-P.17-

1.

 

어릴적 <마지막 잎새>라던지, <크리스마스 선물>, <20년 뒤> 등의 단편을 읽으며 슬퍼하고 또 기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지금에서야 그때의 작품들이 '오 헨리'라는 거장의 작품이라는걸 알게 되었죠. 책은 길어봐야 10장이 채 안되는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여느 단편집들과는 다르게 모든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긴 여운을 남겨주었습니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이야깃거리가 있지요. 세상만사가 모두 작품의 소재가 됩니다." 라는 그의 말처럼 오 헨리의 작품들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단편들이 주는 묵직한 울림은 책을덮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마음속에 남아있습니다.



 

어쨌든  우린 그날 밤 약속을 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처지에 있더라도, 또 아무리 먼 데서 달려와야 한다 해도 정확히 20년 뒤 오늘 이 시간, 이자리에서 꼭 다시 만나자고요. 20년이란 세월이 흐리면 어떻게든 각자의 운명도 정해졌을 테고 출세도 했을 것으로 생각한 거죠.

 

-P.130-

 

2.

 

오 헨리의 작품들은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들이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쉽게 그 숨겨진 이야기 속 진리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서로간의 간단한 대화를 통해서 독자는 이야기속 주인공들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감추고 있지 않아 쉬운 이야기는 그러한 특징탓에 짤막한 단편이 잘 어울립니다.

 

작품 해설에서 언급했다싶이, 오 헨리의 어린시절은 무척이나 불우하였습니다. 세살때 병으로 어머니를 잃고, 가장의 구실을 재대로 해내지 못하는 알콜 중독의 아버지 밑에서 보낸 유년시절의 경험은 작가로 하여금 많은 감정들을 품게 하였을 것입니다. 어쩌면 극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그의 이야기들은, 어린 시절 본인의 상처에 대한 치유가 아니였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튿날 아침 아홉시 나는 내슈빌을 떠났다. 기차가 컴벌랜드 강 철교를 건너는 동안 주머니에서 50센트짜리 은화 크기만 한, 아직도 끄트머리가 해진 거친 삼 노끈이 달려 있는 노란 뿔 단추를 꺼냈다. 나는 그것을 차창 밖으로 유유히 흐로고 있는 흙탕물 속으로 집어던졌다.

 

-P.374-

 

3.

 

각각의 단편들은 때론 슬프게, 때론 웃기게 우리의 감정을 자극합니다. 그 방법에 있어 감정에 치우치며 우리에게 말하고 있기에, 통속적이란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런 가벼운 이야기와 자극이 오히려 마음을 더 잘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장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의 이야기를 읽고 난 뒤 다음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해하게 만드는 소중한 선물상자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선물들이 다 마음에 드는 선물상자는 찾기 힘든데 정말이지 모든 이야기가 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설레는 마음을 어쩌면 좋을까요. 괜시리 짧은 이야기가 써보고 싶어졌습니다. 내 주변에서 너무나 흔한 나만의 이야기를요.

 

짧지만 굵직한 이야기 모음집 <오 헨리 단편선> 강력추천 합니다.

 

l****4 2012.04.1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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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헨리 단편선] 오 헨리┃반갑다! 그 때 그 시절 읽었던 소설들아!
"[오 헨리 단편선] 오 헨리┃반갑다! 그 때 그 시절 읽었던 소설들아!" 내용보기
양장본의책을 읽을 때는 책 겉표지를 벗겨내어서 본다. 모던&화이트의 전 작들의 속표지색은 초록색과 갈색이었고 이번의 것은 밝은 빛을 띄는 주황색이었다. 초콜릿향과도 같은 달콤한 냄새가 코 끝을 스치듯 서성인다.     오 헨리, 누가 이 작가의 이름을 모를까. 갈색 빵 모자를 쓰고 맨발로 걸어가는 소년의 뒷모습과 살랑거리는 풀밭의 향기를 가진 표지는 이리도 평범한
"[오 헨리 단편선] 오 헨리┃반갑다! 그 때 그 시절 읽었던 소설들아!" 내용보기

 

양장본의책을 읽을 때는 책 겉표지를 벗겨내어서 본다. 모던&화이트의 전 작들의 속표지색은 초록색과 갈색이었고 이번의 것은 밝은 빛을 띄는 주황색이었다. 초콜릿향과도 같은 달콤한 냄새가 코 끝을 스치듯 서성인다.

 

  오 헨리, 누가 이 작가의 이름을 모를까. 갈색 빵 모자를 쓰고 맨발로 걸어가는 소년의 뒷모습과 살랑거리는 풀밭의 향기를 가진 표지는 이리도 평범한 일상을 글로, 소설로 엮어내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표지부터가, 작가의 이름부터가, 옮긴이부터가 기대되는 소설이다.

 

  단편 중 <크리스마스 선물>이 가장 유명한 소설이 아닌가싶다. 교과서에서 읽었나, 언제 읽었는지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부부의 이야기는 머릿 속에 남아있다. 기다란 머리카락이 매력적인 아내는 남편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신의 머리칼을 팔아 근사한 시계줄을 사고, 근사한 시계를 가지고있는 남편은 아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해 시계를 팔아 빗을 산다. 서로가 기뻐하는 선물을 사느라 자신에게 있어 가장 아끼는 것과 교환한 셈이다. 서로를 챙기고, 어루만져주는 모습은 마음을 찡하고 여운을 남기게 해준다. 이렇게 30편의 단편이 393페이지에 녹아져있다. 어떤 이야기는 마음을 아프게도, 어떤 이야기는 눈물을 나오게 하기도하는 그러한 이야기들을.

 

  <오 헨리 단편선>은 읽어야지하고 생각하고 하루 이틀만에 몰아 읽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그 단편들을 하나 둘씩 곱씹어가며, 여러 가지 생각을하며 읽는 것이 더 어울리는 책인 것이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여러번을 반복하여 읽더라도 전혀 지겹지 않은 그러한 책. 아, 세계적인 작가의 글이란 이런 거구나, 다시금 머리를 끄덕인다.

 

 

 

 

 

 

밀리는 도시에 사는 오빠에게 주제넘게 잔소리를 했다. 그러자 로버트가 당장에 징그러운 여치 한 마리를 손으로 잡아와서는 누이의 얼굴에 갖다 댔다. 밀리는 요란스럽게 비명을 지르면서 이 유리같이 반듯한 오빠에게 쫓겨 오솔길로달아났다. 400미터쯤 달려갔다가 그들은 돌아왔고, 밀리는 승리한 '도시 사람'인 오빠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렇게 시골의 광기가 완전히 로버트를 사로잡고 있었다.

(......)

로버트는 풀밭에서 재주를 넘었고, 톰은 부러워하며 형을 놀렸다. 그런 뒤 로버트는 "야아"하고 외치면서 소란스럽게 뒤뜰로 달려가더니 쭈글쭈글한 늙은 하인에게 밴조를 들려서 데려왔다. (......) ㅡ복잡한 탭댄스 묘기를 삼십 분 넘게 보여주기도했다. 그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미치광이처럼 시끌벅적하게 굴었다.

-p.239-

 

k**********4 2012.04.0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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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있자니 기분이 좋아지는 오, 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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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있자니 점점 기분이 좋아지는 단편소설집이었다. 역자의 작품해설 (그러나 나에겐 번역문은 그닥 마음에 들지않았다. 읽기가 좀 껄끄러운, 서숙교수님의 [와인즈버그, 오하이오]에 비해.흠흠, 쿨럭. 참, 그리고 p.278의 '소련사람과 일본사람들의...'는 원문 http://www.literaturecollection.com/a/o_henry/210/을 찾아보니버젓이 Russians라고 되어있는데다 소비에트연방은 19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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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있자니 점점 기분이 좋아지는 단편소설집이었다. 역자의 작품해설 (그러나 나에겐 번역문은 그닥 마음에 들지않았다. 읽기가 좀 껄끄러운, 서숙교수님의 [와인즈버그, 오하이오]에 비해.흠흠, 쿨럭. 참, 그리고 p.278의 '소련사람과 일본사람들의...'는 원문 http://www.literaturecollection.com/a/o_henry/210/을 찾아보니
버젓이 Russians라고 되어있는데다 소비에트연방은 1922년에, 그 작품이 수록된 [The Trimmed Lamp and Other Stories of the Four Million]은 1919년에 출판되었다.그 단편은 그보다 먼저 씌어졌고)
에 따르면, 그의 전기작가 로버트 H.데이비스는 "나는 우울할때마다 오 헨리의 작품을 읽는다"라고 말했다고.
이해가 간다.

 

시사영어사에서 나온 빨간표지의 영한본으로 몇편만 읽다가 이번 작품선으로 30편을 읽었는데, 익숙한 작품도 여전히 재밌었고 (ㅎㅎ, 읽으면서 작중인물에게 잔소리하는 것도 재밌었고). 다만, heart to heart를 art to art 등으로 재치있게 바꾸는 것들은 원저를 읽는게 더 나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기 드 모파상이 연상되는, 재치있으면서 놀라운 반전의 엔딩 (surprise ending, twist ending)에다,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우연과 낭만성을 가지고 있어, 동화같기도 하다. 20세기초의 뉴욕 (나는 이 시대의 뉴욕 이야기가 참 좋더라. Rhys Bowen의 Molly Murphy시리즈도 그렇고)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의 작품선엔 워드 맥알리스터 (Ward McAllister)의 말, "there were only 'Four Hundred' people in New York City who were really worth noticing"과 이에 대해 오 헨리에게는 field of these little stories of the 'Four Million', 아니 뉴욕의 모든 인물이 다 주인공감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건 나중에, 1952년도 만들어진 옴니버스 영화 [O.Henry's Full House]의 다섯번쨰  이야기 'The Gift of Magi'에서 나레이터가 책을 들고 직접 읽어준다.

 

 5번째이갸기의 파트1)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는, 약삭바르지 못하고 착하기만 한 부부 (아참, 제목마다 원제도 같이 실어주지. The gift of Magi랑 '크리스마스 선물' 은 같은 거지만, 쓰고나니 꼭 다른 작품 같은 느낌, 그나저나 한창 마음 안좋을때 읽어서 트집만 잡긴 했지만, 남편이 새외투와 장갑조차 없다는데 왠 시계줄을?? 그리고, '사랑의 희생'), 행운이 찾아와도 보이는 것만 봐서인지
진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예쁘지만 안쓰러운 여인네 ('구두쇠연인', 어이구야, 베니스잖니), 보고있자니 참 흐뭇한 처신을 하는 기특한 이들 ('다시 찾아온 삶'에서 지미 밸런타인을 못알아본척한 밴 프라이스형사, 우아 정말 자베르와 영다른..'정말 복받으실거예요',  '물방앗간이 있는 예배당' 난 그녀가 혹시 빈약한 가족관계때문에 연기하는가 싶었지만 엔딩에서 흐뭇), 보고있기에도 아름다운 로맨스 ('낙원에 들른 손님' 둘은 천생연분일듯. 가치관이 비슷하니. '도시의 패배'에선 곱게자란 귀족녀의 한마디에 또 흐뭇, 역시 잘 배운다는게 뭔지 알려준듯. 신사보다는 정말 좋은 남자를 알아본 기특한 여인네였음, '채광창이 있는 방'에선 어쩜 이야기엔 안나왔지만 의사인 윌리엄 잭슨과 미스리슨이 잘되지않을까? ^^)

 

..대도시에서는 '로맨스'와 '모험'이라는 쌍둥이 요정이 자기들을 찾아 헤매는 진짜 모험가들을 찾아 언제나 활개치며 돌아다니고 있다 우리가 거리를 쏘다니는 동안 이 요정들은 교활하게 우리의 눈치를 살피고는 여러가지 가면을 바꿔가며 우리에게 도전해온다...낯선사람들과 한순간 증오와 애정과 공포의 눈깅을 주고받을 떄도 있다. ..시선이 우리를 사로잡고 허망하고 쓸쓸하며 황홀하고 신비로운, 스릴있고 변화무쌍한 모험의 실마리가 우리의 손안에 살며시 미끄러져 들어온다. 그러나 그것을 반가이 붙잡고 따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습이라는 쇠사슬에 우리를 꽁꽁 묶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무척이나 따분한 인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우리의 로맨스라는 것은 고작 한두번의 결혼이나....p.161~162

 

'붉은 추장의 몸값'이나 '가구딸린 방'은, 호러나 추리물 등을 엮은 단편선에도 실렸던 작품.  

 

'인생은 흐느낌과 훌쩍거림 그리고 미소로 이루어져있으며 그 중에서 훌쩍거릴 때가 가장많다 (p.20)'고 하지만, 나에겐 인생은, '이런!! (열받음)', '왜그랬을까 (후회), '으흐흐흐 (자뻑)', '으아 (무안)', '으흐흐흐 (뿌듯한 행복과 감동)'의 주기적 반복인듯.

 

 

p.s: 위에서 말했던 1952년도 만들어진 옴니버스 영화 [O.Henry's Full House]에는,

1. The Cop and the Anthem

2. The Clarion Call

3. The Last Leaf

4. The Ransom of Red Chief

5. The Gift of Magi 가 실려있는데, 1편에선 Charles Laughton (히치콕의 [자메이카 인]에 나왔던)이 어떻게든 감옥에 가서 편한 밤과 식사를 하려다가 거리에서 만난 여인네에게 Marilyn Monroe에게 집적대지만, 실상 거리의 여인이었던 그녀는 자신을 Lady라 불렀다며 화내기는 커녕 황홀해하(지만, 연기는 그닥...)는 장면이 나온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k 2012.03.2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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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헨리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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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오 헨리의 작품들 중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작품은 다 아는 대로 <마지막 잎새>,<20년 후>,<크리스마스 선물> 정도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읽은 <오 헨리 단편선>에는 그보다 더 좋은 작품들이 실려있었다. 물론 여기에도 위 세 작품이 수록되어 있지만 지금 다시 보니 약간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분들도 찾을 수 있다. 가령,책 뒷부분 해설에 나온 것처럼 <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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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오 헨리의 작품들 중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작품은 다 아는 대로 <마지막 잎새>,<20년 후>,<크리스마스 선물> 정도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읽은 <오 헨리 단편선>에는 그보다 더 좋은 작품들이 실려있었다. 물론 여기에도 위 세 작품이 수록되어 있지만 지금 다시 보니 약간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분들도 찾을 수 있다. 가령,책 뒷부분 해설에 나온 것처럼 <크리스마스 선물>의 마지막이 마치 우리에게 교훈을 주려는 것 같은 말로 끝내고 있고,우연이 남발되는 구조가 자주 발견되지만,그럼에도 우리가 오 헨리 단편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소재가 아닌가 싶다.

 

이 작품집에는 위에 적은 세 편을 포함하여 총 30여 편이 수록되어 있는데,예전에 읽어본 작품들도 있고 처음 접해보는 작품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 작품들 모두 비극이 아니다. 해피엔딩이면서도 작가 특유의 반전을 보여주고 있는데,몇 가지만 소개한다면 수록작 중 가장 익살스러운 <붉은 추장의 몸값> 같은 경우 감당하기 힘든 아이를 유괴한 납치범들이 결국 가족에게 돈을 주고 아이를 돌려보내준다는 내용으로 끝나며,<다시 찾은 삶>의 경우 금고털이범으로 수배를 받고 있던 주인공 지미가 실수로 금고에 갖힌 아이를 구하고,그것을 본 형사가 자신을 알아본다고 생각해 자수를 하지만 그 형사가 다른 사람으로 알아보는 것,<세상 사람은 모두 친구>에서 물건을 훔치러 집으로 들어온 도둑이 오히려 집에 사는 사람의 건강을 챙기는 장면 등은 약간 현실에서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음에도 충분히 유쾌하고,행복한 엔딩을 보여주는 부분들이었다. 위에 적은 작품들 말고도 다른 작품들 역시 비슷한 부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작가 오 헨리의 삶은 위 소설들처럼 행복하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 병으로 고생했었고,어른이 된 이후 공금횡령 혐의로 감옥에 수감되었으며,아내 또한 병에 걸리는 등 그리 행복하지 않은 삶이었음에도 그의 작품 대부분에 이러한 부정적인 소재나 문장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또한 그가 당시에 단편만을 썼다는 것도 작품에서 자신의 행복감을 나타내기에 더 없이 좋은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 헨리가 세상만사가 모두 작품의 소재가 된다고 말했음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을 쓰지 않았다는 건 조금 아쉽지만,그래도 그런 상황 속에서 쓴 단편들이 더 빛나보인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번역가가 쓴 해설을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작품에서 느끼지 못했던 또다른 재미와 오 헨리의 삶에 대해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할 것이다. 어렸을 때 읽었던 오 헨리의 작품들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읽게 되어서 반가운 시간이었다. 오 헨리가 세상을 떠난 지 100년이 넘었지만,그의 작품들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100년 사이 사라진 작품들이 많음에도 그의 단편들이 남아있었던 것은 아마도 100년이 지나도 우리에게 공감갈 수 있는 소재를 우리가 사는 세상 주변에서 찾은 것인 것 같다. 어떤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재미있는 작품을 10여년 이라는 짧은 시간에 300여 편의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오 헨리가 당시 살았던 세상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100년 전의 세상이 궁금하다면 오 헨리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2012/3/15

 

l*****3 2012.03.1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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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헨리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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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유명한 오 헨리작가의 제대로 된 책을 읽어 본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아이들 명작동화 전집에 끼어있는 "마지막 잎새"나 "크리스마스 선물" 정도는 거의 외울 정도로 아이들에게 많이 읽어 주었지만 말이죠.  그리고 이 소설들이 존재하고 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짤막한 단편인줄도 몰랐다는 말씀..정말 난 학교 다닐적에 책 안읽고 뭐했나 몰라 하는 생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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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유명한 오 헨리작가의 제대로 된 책을 읽어 본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아이들 명작동화 전집에 끼어있는 "마지막 잎새"나 "크리스마스 선물" 정도는 거의 외울 정도로 아이들에게 많이 읽어 주었지만 말이죠.  그리고 이 소설들이 존재하고 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짤막한 단편인줄도 몰랐다는 말씀..정말 난 학교 다닐적에 책 안읽고 뭐했나 몰라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허허.  암튼, 늘 동화로만 보아오던 오헨리의 이야기들을 그의 단편으로 만나보니 또 너무나 새롭기만 합니다.  그리고 너무나 일상적인 이야기 들인데, 마지막 한타의 부드러운 반전이라면 반전을 보여주는 그의 재능이 놀랍기만 하다는거죠.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하고 유명한 작가이기도 한 오 헨리.  하지만 그에 대해 알려진 바는 미미합니다.  그가 한때 은행원이었으며 그 은행원 시절 공금횡령죄로 3년동안 복역한 사실,  그리고 그 옥살이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는 사실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출옥 후 뉴욕에서 정착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하였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의 작품속에는 그 당시의 뉴욕이 배경이 된 작품이 많았다고 합니다. <마지막 잎새>, <크리스마스 선물>, <낙원에 들른 손님>, <식탁에 찾아온 봄>등 그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들의 배경이 모두 뉴욕일만큼 뉴욕은 오헨리 작품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또 하나 정말 놀라운건 오 헨리의 단편이 이렇게나 많았나 하는 겁니다.  무려 300여편의 단편작품이 있다고 합니다.  이 책 속에는 그 중에서 엄선한 30여편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작품 하나하나를 읽다보면 참 일상적이고 단편스러운 작품들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 흔하디 흔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찾은 소재를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그의 능력! 그렇죠, 그게 바로 그 작가만의 능력인거죠.  "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군." 하면서 읽다가 마지막엔 "쾅!"하는 놀라움이 아닌, 입가에 살풋 미소가 지어지는 겁니다.  왠만큼 짐작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상당수 있기도 하지만 그리고 짐작대로 맞아 떨어지기도 하지만 결코 허망하지 않습니다.  반전이라는 거창한 말보다는 뭔가 가슴에 와 닿거나 가슴찡한 느낌이 있다는 거죠.  이래서 그의 작품들은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독자들의 마음 한켠에 따뜻하게 살아 숨쉬고 있나 봅니다. 

 

 

 

동화로가 아닌 그의 단편으로 다시 만나본 <마지막 잎새>와 <크리스마스 선물>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 왔습니다.  아픈 존시를 위해 비바람치는 밤에 담쟁이 잎을 그리고 세상을 등진 화가 할아버지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서로가 아끼는 머리카락과 금시계를 팔아서 서로에서 주고싶었던 빗과 시계줄을 산 가난한 두부부나, 동화로 읽던 감흥과는 전혀 다른, 이 짧은 이야기 속에서 그동안 잃어 버렸다고 생각했던 기억의 아스라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붉은 추장의 몸값>이라는 단편은 우리가 크리스마스만 되면 티비에서 보게 되는 "나 홀로 집에"라는 영화를 생각나게 만듭니다. 이 단편을 보고 영화를 만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유괴범들을 놀잇감삼아 괴롭히는 꼬맹이와 몸값을 받으려고 꼬맹이를 유괴했다가 오히려 돈을 주고 꼬맹이를 되돌려 주게되는 두 악당의 이야기에 마구 웃음이 나옵니다. 짤막짤막한 이야기라 잠들기전 딸아이에게 하나씩 들려주어도 무척 재밌어 할 것 같습니다. 

 

 

 

신사 양반들, 나는 오늘 우편으로 내 아들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몸값을 요구하는 편지를 잘 받았소이다. 그런데 당신들이 조금 지나친 요구를 하는 것 같소.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당신들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바이니, 이런 제안이라면 당신들도 수락하리라고 믿소. 당신들이 조니를 집으로 데려와서 현금으로 250달러를 내게 지불한다면 나는 당신들 손에서 조니를 인수하는 데 동의하겠소. (392쪽 붉은 추장의 몸값中)

 

 

 

책의 뒷부분 약 20여장에 걸친 역자의 장문에 걸친 작품해설에 보면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불행한 어린 시절이야 말로 작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육이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목동에서 우편배달부, 교도소 복역까지 겪은 오 헨리. 그리고 세 살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는 정신질환에 알콜중독이어서 외롭고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던 그이기에, 힘들었지만 다양하고 폭넓은 삶의 경험으로 인해 이런 주옥같은 작품들이 탄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우울할때나 외로울때 오 헨리의 작품은 나의 삶에 또 다른 위안을 가져다 줄것만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단편에 대한 편견이 또 하나 지워지는것을 느낍니다.  

 

h******1 2012.03.22.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하나의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이야기.
"하나의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이야기." 내용보기
책을 붙잡은 그 순간부터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두근했습니다.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그 느낌은 대체 뭐였을까요? 오 헨리의 작품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가 <크리스마스 선물> 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름다운 머리채를 가진 부인과 소중한 시계를 가진 남편이 서로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에게 있어 가장 가치있는 것을 용기있게 희생할
"하나의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이야기." 내용보기

책을 붙잡은 그 순간부터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두근했습니다.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그 느낌은 대체 뭐였을까요? 오 헨리의 작품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가 <크리스마스 선물> 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름다운 머리채를 가진 부인과 소중한 시계를 가진 남편이 서로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에게 있어 가장 가치있는 것을 용기있게 희생할 수 있었던 순수한 사랑 이야기. 저에게 있어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마지막 잎새>가 아니라 바로 이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어린 나이임에도 그들의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런 오 헨리의 작품들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네요. <마지막 잎새>, <크리스마스 선물>, <20년 후> 정도랄까요. 

 

그런 저에게 오 헨리의 단편집은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30여 편의 대표작이라니, 으흐흐. 마치 좋아하는 과자를 아껴놓고 야금야금 집어먹듯, 급하지 않게 천천히 그의 작품을 읽었습니다. 하루에 한 편씩은 쪼큼 감질맛이 나서 하루에 두 편 정도 읽었더니 딱 좋았어요.  <마지막 잎새>와 <크리스마스 선물>, <20년 후>처럼 알고 있었던 작품은 또 다른 감상으로 다가왔고, 이번에 처음 접한 이야기들은 그들대로 저를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유쾌한 건 따뜻하고 감성적인 이야기임에도 마지막 부분에는 꼭 예상치 못한 반전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미스터리 소설도 아닌데 이번에는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하면 그 때부터 이미 즐거워지는 겁니다. 오 헨리가 미스터리 소설을 썼어도 굉장히 잘 쓰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런 오 헨리가 처음부터 작가가 아니었다는 점을 알고나니, 사람의 인생은 끝까지 살아봐야 안다는 말이 떠올라요. 처음에는 약제사로 일하다가 은행원에서 출납계원으로 일하기도 하고, 은행 공금 횡령 혐의로 기소도 되었다가 결국 교도소에서 복역까지 했다니 마치 한 편의 영화같은 삶 아닙니까. 교도소 약제사로 일하면서 틈틈이 쓴 글 중 <레이버 캐년의 기적>이라는 단편이 신문에 실린 것을 계기로 오 헨리의 작가 인생이 펼쳐지게 됩니다. 요즘 진로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은 때라 저의 인생 지도도 이렇게 펼쳐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편안할까 하는 마음이 들어요. 약제사-은행 출납원-작가. 인생이란 참 오묘한 것이죠.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불행한 어린 시절 이야기야말로 작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육이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많은 경험, 겪어봐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상흔들, 넓어지는 이해의 폭. 좋은 작품이란 수많은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일까요. 어린 시절 겪은 뼈저린 고통과 절망이 작가가 작품을 쓰는 데 창조적 에너지가 될 수 있겠지만, 그런 고통을 감내하고 이겨내는 과정야말로 한 사람을 작가로 만들 수 있는 것이겠죠. 그러고보니 세상의 모든 작가들의, 그들만이 가진 고통이야말로 불꽃처럼 그들을 살아있게 만든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경외감이 드네요.

 

금발의 소년이 빨간 풍선을 손에 쥐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비춘 표지가 쓸쓸하게도, 따뜻하게도 보입니다. 그 느낌이 오 헨리 작품의 모든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오랜만에, 그리고 시즌이 아님에도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든 사랑스러운 작품집이었습니다. 



y********j 2012.03.31. 신고 공감 1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