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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자주 접하는 인물이나 책이 있게 마련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또한 그런 인물 가운데 하나이다. 분열된 그리스를 통합하고 동방으로 뻗어나가 페르시아와 인도를 아우르는 광대한 제국을 건설한 영웅으로서의 업적 또한 비할 바 없지만 33년의 짧은 생이 부여한 극적인 요소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더욱 신성시하고 경외감을 갖게 만든다. 소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그리스인 조르바>로 널리 알려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알렉산드로스의 생애를 골자로 살을 붙여 <삼국지>나 <로마인 이야기>처럼 역사적 사건에 소설적 요소를 가미해 독자를 즐겁게 하는 작품이다. 역사서가 아닌 문학작품으로 분류되지만 등장인물과 사건의 대부분은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구성됐기에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위업을 접하기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스테파노스는 알렉산드로스 왕자를 동경하는 소년이다. 알렉산드로스의 멋진 외모와 고귀한 품격, 이름난 장군들조차 고배를 마신 야생마 부케팔로스를 어렵잖게 길들이는 수완, 그리고 15세의 어린 나이에 국경지대 야만족을 토벌하러 나서는 용맹과 결단력은 스테파노스의 존경심을 더욱 자극한다. 스테파노스는 우연히 알렉산드로스 왕자를 위험으로부터 구해내고 그것을 계기로 왕자의 친위대가 되어 최측근에서 그를 보좌한다.
필로포스2세는 분열된 그리스를 통합하는데 힘을 쏟다 페르시아의 암수에 걸려 목숨을 잃는다. 제위를 물려받은 알렉산드로스는 마케도니아를 중심으로 그리스 전역을 안정화시키는 한편 동방원정을 준비한다. 그리스 전역에서 군대를 모으고 함선을 건조해 소아시아로 출정하게 된 알렉산드로스는 세상을 재패하겠다는 웅대한 포부로 가득하다. '희망'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은 행복하다고 여겨 자신의 모든 재산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넘기고 역사적 원정길에 나선다. 소아시아에 들어서자마자 그라니코스에서 페르시아 군과 맞닥뜨리지만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 에게해 연안도시들을 차례로 정복하며 진격해 나간다. 이수스 지역에서 페르시아 대왕인 다리우스 3세와 조우해 전쟁을 치루는데, 수적으로 압도적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다리우스군을 대파했고 다리우스는 도주한다. 시리아에서 페니키아로 그리고 이집트로, 항복한 도시는 자유를 보장해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강제로 굴복시키는 방법으로 자신이 지나는 모든 길을 그리스의 영토로 만든다. 남쪽으로 진군해 이집트에 도착한 알렉산드로스는 그 곳에서 파라오로 칭송받는다. 이집트를 둘러보며 지중해와 접하고 나일강과 가까운 명당을 발견해 도시를 건설하라 명한다. 후일 상업과 교육과 문화의 도시가 된 알렉산드리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집트에서 아몬 신에게 '세상을 정복하리라'는 신탁을 받은 알렉산드로스는 인간을 넘어 신에 가까워지는 듯 했고 자신이 세계를 모두 정복할 수 있으리란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다리우스를 쫓아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을 건넌다. 가우가멜라에서 다시 다리우스의 군대와 맞붙는데 이 전쟁도 역시 알렉산드로스의 대승으로 끝나고 다리우스는 다시 패주한다. 위기를 절감한 다리우스는 이 젊은 영웅에게 화친의 메시지를 보내지만 세계를 모두 정복할 야심을 가진 알렉산드로스에게 다리우스는 강화의 대상이 아니었다. 바빌로니아, 수사, 페르세폴리스, 그리고 아크바타나까지 페르시아 전역을 누비며 새로운 영웅의 이름을 드높인다. 도주 중이던 다리우스는 베수스 장군의 모반으로 명을 다하자 알렉산드로스는 이제 베수스 장군을 쫓는다. 베수스 또한 배신을 당해 알렉산드로스 앞으로 끌려와 죽음을 맞는다. 소아시아와 아르메니아 페르시아를 정복하자 그리스 병사들은 임무를 완수했다는 생각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란 기대에 한껏 고양된다. 그러나 알렉산드로스에게 페르시아 또한 과정일 뿐 종착지가 아니었다. 알렉산드로스는 세상의 끝을 보고싶었고 온 세계를 정복하고 싶었다. 병사들을 독려하며 다시 동쪽으로 행보를 이어간다. 산을 넘고 사막을 건너 인도에 도착한다. 인도의 왕 포루스는 저항했지만 알렉산드로스와 그의 군대를 막아설 수 없었다. 인더스 강 너머의 인도마저 복속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알렉산드로스는 더 멀리 나가 세상의 끝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수년 간의 정벌로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쳐버린 병사들이 알렉산드로스의 의지를 따를 수 없었다. 병사들이 파업하는 지경에 이르자 알렉산드로스로서도 도리가 없어 회군을 결정한다. 회군하는 방식 또한 알렉산드로스다운 모험적인 여정으로 진행된다. 육로는 인간이 건널 수 없다는 게드로시아 사막을 횡단하는 노선으로, 해상으로는 인더스강으로부터 인도양을 거쳐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가는 길을 선택한다. 두 방법 모두 위험천만했지만 알렉산드로스의 모험심은 위험에 굴복하지 않았다. 다행히 육상과 해상을 통한 철군이 무사히 이뤄져 페르시아의 수도 가운데 하나인 수사에 모여 축제를 벌인다. 그리고 이제는 하나의 제국이 된 그리스와 페르스아를 융합하고자 그리스 남자와 페르시아 여자의 결혼을 추진한다. 이미 위대한 원정에 성공했음에도 알렉산드로스는 또 다른 원정을 꿈꾼다. 바로 아프리카 대륙을 정복해 세상의 서쪽 끝을 보겠다는 야심과 제국의 동쪽 경계인 인더스 강에서부터 페르시아를 연결하는 해로와 해안도시를 건설하고 해상으로 아프리카를 돌아 지르롤터 해협을 통해 그리스로 돌아온다는 포부였다. 안타깝게도 알렉산드로스의 원정은 더이상 진행되지 못한다. 그가 3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는 그의 가족 뿐 아니라 원정을 함께했던 수많은 장수와 장병들로부터 눈물의 배웅을 받으며 세상을 떠나갔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역사적 인물과 사건에 바탕을 둔 소설이다. 실제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원정을 기록한 칼리스테네스의 글이 아닌, 허구의 인물 스테파노스의 눈에 비친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말하고 있다. 독자가 중점을 두는 부분에 따라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쉽게 쓰여진 역사서가 되기도 하고 재밌게 쓰여진 소설이 되기도 할 것이다. 역사의 어느 시점이나 소설가의 관점에서 각색된 부분이 있을리라 여겨지지만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읽는 중 인상에 남는 구절이 있었다. 물론이지, 우리가 아무리 위대한 업적을 이룬다 한들 우리가 죽은 후 그 업적이 언제까지 남겠는가? 한두 세대쯤은 그 업적을 기억하며 우리의 이름을 말하겠지만 세월이 더 흐르면 우리의 업적도 잊히고 우리의 이름은 이 세상에 태어난 적도 없었던 듯 사라질 것이네, 하지만 우리에 대해 노래해 줄 시인이 있다면 우리의 이름은 영원히 남을걸세. 아킬레우스는 언제 죽을까?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네! 왜? 호메로스가 그를 칭송하는 노래를 남겼으니까! (81 페이지, 알렉산드로스가 첫 출정을 앞둔 연회에서) 알렉산드로스의 언급처럼 그의 이름은 후대에 남아 2,500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위대한 정복자로 추앙받고 있다. 그의 짧은 생이 남긴 강렬한 흔적은 수많은 역사서와 문학작품에 녹아 그의 이름을 드높였으며, 그가 남기고 간 정복의 발걸음은 마케도니아, 시리아, 이집트로 이어졌고 이들은 다시 로마제국으로 통합돼 세계사의 큰 흐름을 장식했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는 신이 되었다. 진실이란 무엇입니까? 우리가 보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신화란 무엇입니까?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역사란 무엇입니까? 진실과 신화가 낳은 딸입니다. (165페이지, 동방원정에 앞서 진행한 축제에서 칼리스테네스의 연설) 이 말은 칼리스테네스가 축제 중 역사를 기리는 날에 언급한 내용인데 쉽지만 의미있는 말이라 여겨진다. 깊이 들어가면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전제부터 틀리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관대하게 본다면 진실, 신화, 역사에 대한 인간의 관점에 부합하는 것을 명료하게 전달하는 느낌이 들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란 책은 재밌게 소설을 읽었는데 역사공부가 된 느낌이라 뭔가 이득을 본 기분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