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느낌은 이렇다. 교양수업인 줄 알고 호기심에 청강 들어갔다가 수준이 너무 높은 전공 수업이어서 기겁하게 되는 느낌. 언어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언어를 본격적으로 가르치려는 욕심이 보여서 너무 부담된다. 심지어 교수님이 열성적이기까지 하시니 부담은 배가 된다. 하지만 그만큼 라틴어와 라틴어 교육에 대한 애정이 높은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백가지 키워드로 라틴어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지만, ‘이야기’ 부분은 금방 끝나고, 나머지 부분은 언어적인 분석에 할애된다. 때문에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초반에 노력해 보기도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이야기만 읽게 된다. 내 수준으로는 딱 1부터 10까지 ‘라틴어로 숫자 세기’가 한계였다.(p. 24)
일종의 TMI가 너무 많았던 셈인데, 원래 이런 책은 TMI 읽는 재미 아니겠는가. 우리 실생활이나 잘 알려진 고전 부분은 꽤 재미있었다.
‘우유’라는 뜻의 라틴어의 어형 변이를 보다 보면 라테(Latte)가 보이고(p. 87), 우리나라 대학들 교표에 적힌 모토들의 뜻도 알 수 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온 ‘카르페 디엠(Carpe diem)’도 반갑고(p. 222),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이 부른 라틴어 노래의 뜻도 확인해볼 수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주문들은 어떤가(p. 316). ‘Expecto patronum’은 ‘나는 보호자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그 밖에도 서기를 나타내는 A. D, 오전과 오후를 나타내는 AM, PM, ‘알리바이’나 ‘유비쿼터스’도 라틴어에서 유래됐다는 사실은 신기했다.
히포크라테스가 말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은 ‘인생은 짧다. 하지만, 의술은 길다(Vita est brevis, sed art est longa.)’의 오역이다.(p. 123) 율리우스 시저가 말한 ‘주사위는 던져졌다(Iacta alea est.)’나(p. 299), 『돈키호테』에 나오는 라틴어에 대한 해설도 흥미롭다.(p. 307)
물론 재미없는 TMI도 많다. ‘진실은 강하며, 이겨 낼 것이다’라는 어구(p. 120)는 낯설기도 할뿐더러 누가 말한 건지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딱따구리’의 신화적 기원이 되는 인물 Picus의 이야기를 알고 있나요?>(p. 126) 같은 챕터도 마찬가지. ‘행운은 용감한 자들의 편’이라는 문구나(p. 133), <‘스승의 날, 졸업식•입학식’ 즈음이면 떠오르는 라틴어 어구는?>같은 챕터(p. 340)는 그저 정보 전달을 위한 것일 뿐 아무런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차라리 앞서 구분한 두 가지 카테고리(일상생활, 고전)로 분류해서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분류가 좀 무질서한 편이고, 100가지 키워드라는 것만 내세우고 있다. 분명 라틴어는 일반 독자와의 접점이 있지만 그것을 효과적으로 정리하지 못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기독교와 관련된 부분이 흥미로웠다. 성경의 원어에 최대한 접근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출애굽기의 구절을 해석하는 부분이나(p. 197), 갈라디아서의 말씀(p. 208), 사도신경 해석(p. 347), 욥기의 한 구절 해석(p. 373) 등이 그렇다. 우리말로 ‘예수’라고 발음하는 것이 라틴어(Jesu)와 일치한다는 지적(p. 80)은 흥미로웠다. 특히 라틴어로 된 십계명을 해석하는 부분(p. 170)에서 두 번째 계명 ‘넌 나에게 우상으로 여겨지는 것을 만들지 마라’의 해석은 깊은 이해를 도왔다. 새겨서 만든(Sculptilis)이라는 형용사를 통해 우상의 범주를 정확하게 유추해내는 것이다.
차라리 라틴어 성경을 주제로 책이 나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한데, 이미 나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밖에는 ‘짐작에 근거한 말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라틴어라는 언어가 과거의 언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짐작에 의존해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표현은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때로는 블로그에 연재되는 글을 보는 느낌도 든다.
편집 과정에서 더 다듬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아쉬움이 든다.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는 면에서 입문서로서는 절대로 추천하기 힘들 것 같다. 좀 더 전략적인 컨셉이 필요해 보인다. 인기 있는 ‘교양 수업’을 만들 생각이 있다면 말이다. |
|
이 책은 스페인어를 전공하고 스페인어/라틴어를 가르치는 현직 교사가 썼다.라틴어 관련 밴드에 올라온 글의 키워드를 추려서 썼다고 한다.
라틴어는 우리가 흔히 배우는 영어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는 물론 루마니아어 같은 동유럽 언어와도 연관되어 있다.우리에게 알려진 수많은 서양의 고전들이 라틴어로 쓰여있다.지금은 더 이상 일상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아니지만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다 보면 라틴어의 공부가 필수적이라 할 만큼 과거에 널리 쓰였고 현대의 지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책에서는 100가지 키워드로 라틴어를 다루는데 키워드 하나하나가 눈을 뗄 수 없어 정말 빠져들어 읽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영어를 쓰는 사람보다 한국어를 쓰는 사람이 (문법적인 측면에서) 라틴어를 더 편하게 배울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알파벳 문자 때문에 당연히 영어권에서 라틴어를 더 쉽게 익힐 것 같은데 다르게 볼 수도 있었다.Ave Maria가 아베 마리아라고 읽는 것이 아니라 아웨 마리아라고 읽어야 한다는 것도 아베 마리아~라는 노래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충격이었다.또한 우리 대학에서 쓰는 모토들에 라틴어가 깊숙이 스며들어 있으며 외국 대학들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도 새삼 재밌게 느껴졌다.
5개의 격과 단수, 복수로 나누어지는 표현 때문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당장 모든 것을 암기하기보다 책의 이야기를 따라간다고 생각하고 읽어보면 어느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될 것이다.
새로운 언어를 접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을 배운다는 의미다.그리고 내가 가진 생각의 폭을 크게 넓혀준다는 뜻이기도 하다.영어, 일어, 중국어 같이 근래에 많이 배우는 언어 말고 더 근원적이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희귀한 언어를 배워보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기 바란다.
|
|
100개 키워드로 읽는 라틴어 이야기 (작가: 조경호 / 출판사: 오르비타) ◐ 왜 읽고 싶었는지 영어 공부를 하는데 라틴어의 어원이 굉장히 많다. 그리고 동유럽어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하니 관심이 갔다. 영어는 아직.. 제자리 걸음이지만 자꾸 재미를 붙이고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외국어 책을 섭렵중이기도 하다. 그러던 중 발견한 책이다. ◐ 작가를 알고보니 실제 스페인어, 라틴어 교사 선생님이시며, 《기초 라틴어 문법》 《한국어-라틴어-영어 소사전》 《만만한 세계도전 스페인어 첫걸음》 《일석3조 Vision 스페인어 어휘》 《스페인어 기초 어휘》 《스페인어 회화 사전》 《최신 스페인어 문법》 《한국어-스페인어-영어 주제어 포켓 사전》 《스페인어 언어학 문법 사전》를 출간하신 작가님이시다.
◐ 책을 살펴보니 우선 사이즈 휴대하기 좋고, 크지 않아 좋다. 무거운 편도 아니다. 좀 두껍긴 하다. 정말 손쉽게 들고 다니며 읽어보기 좋은 책 같다. 완전 두껍고 여백이 펑펑 남는 어학책은 도서관이나 집에서 두고 읽는 것이 편한데, 이 책의 경우 가방에 넣어가지고 수시로 꺼내보기 쉬운 점에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또 QR코드를 통한 동영상을 참고할 수 있는 점도 어학 책으로 좋은 듯 하다. 그리고 사실 표지도 마음에 든다. 개인적인 취향이고, 전체적으로 빨간색으로 손이 간다. 자꾸 손이 간다.
◐ 계속 읽다보니 앞단에는 라틴어의 어순과 간략한 문법적인 내용이 나와있어 무겁지 않다. 그 이후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라틴어들을 설명하는 부분이 재미있다. p.39 존 호킨스 대학교의 교표 Veritas vos liberabit. [웨리타스 우오스 리베라빗] 진희가 너희를 자유롭게 만드리라. (미래) 연세대학교의 교표 Veritas vos liberavit. [웨리타스 우오스 리베라윗]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과거) p.85 영어 tea가 중국어 cha에서 영향을 준 것이라는 언어의 변화현상 중국어 cha(2음성) --> 포르투갈어 cha --> 스페인어 te --> 영어 ti: 자신의 실제 사용 소리에 맞춘 언어 형태로 변형되기가 아주 쉽다는 것입니다. 수백 년에 걸쳐 전달되는 언어에서 그 현상이 그대로 전달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어형에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는 것입니다. p.102 ....etc. '기타 등등' = Et cetera [엣 체테라] Et = and + cetera 중성명사 주격복수 = 그리고 나머지 것들 AM 오전 = Ante Meridiem / PM 오후 = Post Meridiem 뒷편에도 생활 영어에서 많이 나오는 라틴어를 몇 개 소개해주었는데 그 중에 missa 성당에서 하는 미사도 라틴어였다니.. 알게 모르게 영어 시간에 배웠던 수업 내용을 떠올리게 했다.
외국대학이나, 국내 대학교(홍대, 서강대 등) 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교표 속의 라틴어, 심지어는 해리포터 속의 마법학교의 모토와 라틴어 주문, 영국 프리미어 축구팀 로고에서 보이는 라틴어, 다양한 곳에서 볼 수 있는 라틴어의 키워드는 라틴어가 그렇게 생소한 외국어가 아님을 알려준다. 단순히 문법만 나열한 것보다 재미를 줘서 지루하지 않았다.
◐ 마지막 유학도 못 가는 마당에, 이러한 책으로 여러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읽어 이해할 수 있는 점에서 매우 좋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요새는 외국어를 달달 외우고 패턴을 외우고 하지는 않지 않은가, 이해하고 문화를 배우고 배경을 통해 더 기억에 오래 남기는 공부법이 더 효과적인 것을 많이 알고 있다. 막상 빽빽이와 시험영어로 굳어져 있는 어학습관이 있는 사람의 경우 이러한 책은 재미를 붙이고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인 것 같다. 실제 영어 단어를 외우는데도 탁월한 것이 있었고, 영어, 중국어, 일어도 이러한 방식으로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