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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 자무카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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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몽골역사”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대하역사소설”이라는 소개에 넘어가서 보게 된, 김용(金庸)의 <영웅문[원제: 사조영웅전(射鵰英雄傳)]>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의형제를 뜻하는 “안다(Anda)”를 비롯한 낯선 단어들과 왕중양(王重陽), 구처기(丘處機) 등 생소한 인물들은 도서관을 들락거리면서 이 책, 저 책을 찾아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책이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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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역사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대하역사소설이라는 소개에 넘어가서 보게 된, 김용(金庸)영웅문[원제: 사조영웅전(射鵰英雄傳)]>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의형제를 뜻하는 안다(Anda)”를 비롯한 낯선 단어들과 왕중양(王重陽), 구처기(丘處機) 등 생소한 인물들은 도서관을 들락거리면서 이 책, 저 책을 찾아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책이 무협지임을 알게 된 후, 한때의 치기 어린 열정은 조금씩 사그라졌다.

 

시간이 흘러 학교에서 주관하는 중국어학연수를 가면서 1주일도 못 되는 짧은 기간이지만 몽골을 둘러볼 기회가 생겼던 것은 나에게 행운인지 불운인지 모르겠지만 몽골에 대해 꺼져가는 관심을 되살리는, 충분한 원동력이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자무카[찰목합(札木合), ? ~ 1206]”를 영화아마데우스에 나오는 안토니오 살리에리(Antonio Salieri, 1750~1825)”처럼 2인자 콤플렉스에 빠진, 기회주의적 인물이라고 알고 있었고, 또 그렇게 생각했었다.

 

지만 우연히 yes24에서 연재하는조드를 보면서, 내가 자무카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몽골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흰 뼈 출신의 테무친[철목진(鐵木眞), 1162 ~ 1227]”과 달리 자무카는 기껏해야 흰 뼈 출신의 사냥개 노릇밖에 할 수 없는 검은 뼈 출신이었던 것이었다. , “테무친은 양반의 적자(嫡子) 출신이고, “자무카는 양반의 서자(庶子) 출신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러한 출신성분의 한계로 자무카는 일찌감치 혈통에 목매는 기존의 흰 뼈들과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온몸이 슬기와 용기로 꽉 찬 이 사내는 전투마다 무용담을 남겨서 아버지의 명예를 한껏 높였다. 그러나 자무카는 아무리 싸움을 잘하는 사람도 지도자가 없으면 지킬 것도 싸울 일도 없다는 것을 뼈아프게 깨닫는 중이었다. 나라를 잃고 흩어진 부족을 모으던 예수게이 어른이 죽자 사람들은 모래알처럼 서걱거리며 서로가 서로를 상처 입히기에 바빴다. 그러다가 언제 어느 부족의 밥이 될지.

하지만 그런 시절에도 몽골 부족의 흰 뼈(귀족)들은 하나같이 재산을 뽐내고 알량한 권세를 내세우느라 하품이나 쩍쩍 하고 있었다. 자무카는 여러 번 어른들을 찾아가 읍소(泣訴)했다.  아무리 위험을 경고해도 듣는 귀가 없다. 도대체 늑대 앞의 염소 새끼들처럼 높은 데만 기어올라 어쩔 셈인지 한심스럽기만 했다.1)

 

국 아무 대책 없는 흰 뼈들에 의지해서는 모래알처럼 흩어진, 가난한 유목민들이 조드와 같은 대자연의 횡포를 버티지 못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자무카조드 피해자들을 모아서 예속민 집단을 새로 조직2)하여 자신이 이끄는 쟈다란 씨족에 더함으로써, 그 자신이 몽골 전체의 새로운 지도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러한 자무카의 야심을 실현시킬 기회는 의외로 일찍 다가왔다. 바로 자무카 안다(Anda)테무친이 메르키트(Merkid) 부족에게 아내 보르테(Borte)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무카는 토그릴 / 완 칸[왕한(汪罕 / Ong Khan), ? ~ 1203], 자무카, 테무친 연합군의 지휘권을 확보하여, 메르키트 부족과의 전투에서 자신의 놀라운 전략을 양껏 발휘하여 그 존재감을 과시했다.

흔히 유목민은 강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인간이 헤엄을 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상상한 적이 없으니, 강이 막으면 주저앉게 되어 있었다.3) 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무카는 도리어 밤중에 도강(渡江)하여 메르키트 부족을 공격함으로써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발상의 자유로움을 드러냈다.

 

기까지 전개된 1권의 내용만으로는 자무카의 앞날에 한 점 구름 없을 것처럼 보인다. 동시에 불과 7명의 수하를 가지고 있는 테무친안다(Anda)”라는 이유로 10,000여명의 수하를 가진 자신과 동등한 지휘관으로 대우해주는 모습에서 보듯이 그와 테무친사이의 우정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실제 역사 속에서 한낮의 태양에서 배신자로 전락한 자무카가 그려진 2권을 향해 발길을 돌려야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가 그렇게 몰락할 수 밖에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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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형수, <조드 가난한 성자들 - > 1, (자음과 모음, 2012), pp. 36~37

2) 김형수, 앞의 책, p. 118

3) 김형수, 앞의 책, p. 339

w******f 2012.03.07. 신고 공감 13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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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초원의 서사에서 우리를 돌아본다.
"몽골 초원의 서사에서 우리를 돌아본다." 내용보기
우리는 몽골의 역사를 알고 있다. 8백년전 아시아에서 유럽에 걸쳐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통치하였던 제국, 유럽 근대의 불씨를 심어준 바로 그 제국에 대해서, 그리고 그 제국을 건국하였던 징기스칸에 대해서.. 어쩌면 광활한 초원에서 자란 그들이었기에, 조드를 피해 유랑하는 유목민이었기에, 그들은 그런 땅을 통치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들의 제국을 읽으면서 얼핏 고구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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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몽골의 역사를 알고 있다. 8백년전 아시아에서 유럽에 걸쳐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통치하였던 제국, 유럽 근대의 불씨를 심어준 바로 그 제국에 대해서, 그리고 그 제국을 건국하였던 징기스칸에 대해서.. 어쩌면 광활한 초원에서 자란 그들이었기에, 조드를 피해 유랑하는 유목민이었기에, 그들은 그런 땅을 통치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들의 제국을 읽으면서 얼핏 고구려가 생각나는 것은 우리에게도 그런 서사가 있었다는 것이 자랑스러워서인지, 아님 아쉬워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들의 삶을 지배했던 초원이 얼마나 넓은지는 상상이 되지 않지만, 작가가 쓴 그 깊음, 그리고 넓음에서 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읽는다. 하늘에서 떨어진 조그만 연못 하나가 자라서 아주 커다란 호수가 되었다. 얼마나 큰지, 둘레를 돌아보겠다는 사람은 있었지만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웅덩이의 길이보다 인간의 수명이 짧았기 때문이다. 웅덩이를 빠져 나가는 길은 한줄기 밖에 없으니, 대부분의 물방울은 하늘로 올라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호수에는 맑은 물이 항상 넘쳐나도 훔쳐가거나 더럽히는 사람이 없었다. 호수를 어지럽히기에는 인간의 세상이 너무 작았다.’ 팩션을 읽으면서 느끼는 또 하나의 맛은, 작가의 상상력 속에서 나도 역사 속으로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신화를, 전설을 내가 직접 들은 것 마냥..

 

[조드]는 테무진이 초원을 누비며 칸이 되기까지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테무진과 자무카가 얽히며 살아가는 이야기이지만, 그들도 인간인지라 갈등과 사랑은 존재한다. 잿빛의 푸른 늑대족이 사는 나라를 일군 보돈차르 몽학의 황금가문에 속한 똑 같은 유목민이지만, 적자로 계승되어 흰 뼈라 불리는 테무진과, 족외인으로 가문에 합류하여 검은 뼈라 불리는 자무카 사이에는 우정 그 이면에 신분제에 따르는 갈등이 숨어 있음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 같다.

 

메르키드족 왕자의 정혼녀였던 후엘룬을 납치하여 자신의 아내로 삼은 예수게이, 그렇게 하여 테무진은 태어났지만, 테무진의 아내 버르테는 복수를 꿈꾸는 메르키드족에게 잡혀 족장의 아내가 된다. 테무진은 자무카와 그리고 아버지 예수게이의 의형제였던 토오릴 칸과 3자 동맹을 맺고, 그런 자신의 아내를 되 찾는다. 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를 취하고, 아버지가 죽으면 의붓아들이 어머니를 취하여 여자와 자식들의 보호자가 되는 것이 그들의 풍습이라 하지만, 유목민들의 생활풍습 속에서 가슴 시려하는 여인들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8백년전 몽골의 서사를 읽으면서 우리 전통사회에서 나타났던 일들을 발견하고, 인간의 역사란 그것이 농경민인지, 유목민인지를 떠나서 동일함을 느낀다. 그러기에 이 책 [조드]가 아시아의 중세를 그리는 또 하나의 역사서가 되는 것 인지도 모른다.

 

서로의 땅을 침범하지 않으며 자연을 나눠 가졌던 그들에게 조드는 바로 재앙 그 자체이었다. 초원에 물이 없어서 가축들이 죽어 나가고, 초지의 뿌리까지 말라버리는 재난은 인간들을 자연에 순응하게 만들지를 못하였다.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상대가 가진 것을 취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들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늑대 족의 사내와 사슴 족의 처녀가 숨어들었던 산, 외눈박이 형제가 기마족장의 딸 알랑고아를 훔쳐 숨어든 산, 그 산 보르칸산에서 시작된 어린 몽골의 전설은 이제 테무진과 자무카의 앞날을 어떻게 끌고 갈까? 2편이 자못 궁금해 진다.

- to be continued -



k*****1 2012.04.03. 신고 공감 12 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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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란 늙어도 어른이 되지 않는다.(조드 1)
"사내란 늙어도 어른이 되지 않는다.(조드 1)" 내용보기
이렇게 유려하고도 맛깔스러운 필력이라니... 작가가 시인출신이라더니 적절한 축약과 몽환적 서술로 책 읽는 사람의 마음을 확 끌어당긴다. "옛날도 아주 옛날. 대지가 처음 모양새를 갖추고, 이제 해가 뜨는가 하면 나뭇잎이 깨어나고 달이 솟는가 하면 창포가 푸르러지게 된 후의 일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조그만 연못 하나가 자라서 아주 커다란 호수가 되었다...(8쪽)". 글의 출발에
"사내란 늙어도 어른이 되지 않는다.(조드 1)" 내용보기

이렇게 유려하고도 맛깔스러운 필력이라니... 작가가 시인출신이라더니 적절한 축약과 몽환적 서술로 책 읽는 사람의 마음을 확 끌어당긴다. "옛날도 아주 옛날. 대지가 처음 모양새를 갖추고, 이제 해가 뜨는가 하면 나뭇잎이 깨어나고 달이 솟는가 하면 창포가 푸르러지게 된 후의 일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조그만 연못 하나가 자라서 아주 커다란 호수가 되었다...(8쪽)". 글의 출발에서부터 신화와 전설을 휘감아 '잿빛의 푸른 늑대족이 사는 나라'의 내력을 토템이라는 이데올로기으로 풀어내는 '늑대 서사'는 아름다운 환타지의 감성이 달빛을 타고 흐르는 느낌이다. 알랑고아(몽골족의 어머니)를 사랑한 달빛사람들의 이야기가 끝나고 현실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첫 제목이 '흰머리를 풀어 헤친 귀신 바람이 불던 날'이다. 어찌 글맛을 들먹이지 않으랴. 특히 바이칼 호수가의 알랑고아 전설은 고구려 주몽의 신화와도 연결된다는 연구도 있으니 더더욱 마음 깊이 들어온다. 이번에 출간된 김형수 장편소설 <조드>가 그렇다는 거다.
 

폭풍 같은 서사! 정말 그랬다. 테무진과 자무카의 극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폭풍같은 서사'란 표현과 너무나 어울린다. 사람에게 거처를 빼앗긴 늑대들은 매섭게 몰아치는 눈바람을 헤치고 자무카의 말무리를 공격하는데 그 묘사가 장관(壯觀)이다. 백여 마리 늑대는 '한쪽을 열어서 끝장내는 전술(50쪽)'을 구사하는데, 종마 아홉 마리, 준마 구십여 두, 그  위에 얹힌 사람 머리가 앞뒤로 둘. 늑대 무리에게 좇겨 목숨을 걸고 내달리는 말들은  땀이 나서 성에로 덮이고, 수분이 없는 눈보라는 말발굽에 연기처럼 피어올라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부채꼴처럼 드넓게 펼쳐지는 늑대들의 늠름한 대형과 질주하는 북방의 준마, 무섭게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을 치켜세우며 위로 솟구쳐 오르는 늑대와 뱃가죽이 터지는 말, 수천수만의 핏방울이 눈과 뒤섞여 말 떼가 빠져나간 허공에 뿌려지는 이 스펙타클한 장면을 영화로 만든다면 정말 압권일 것이다. 군마의 대열이 흐트러져 늑대의 전략이 성공할려는 순간 테무진이 나타나 위기는 해소되고 두 영웅은 그렇게 만난다.


이 책을 통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몽골족의 감각을 여러 배웠다. 이 책의 제목인 조드(зуд, dzud, Djud)는 몽골의 자연현상으로 극한의 날씨를 일컫는데, 건조한 여름 이후에 찾아오는 극심한 겨울의 기후조건, 그리고 생존을 위해 의지해온 가축의 죽음으로 인한 식량 부족이 결합된 것을 말한다고 한다. 이 조드도 하얀 조드, 검은 조드, 눈보라 조드. 얼음 조드, 거울 조드, 발자국 조드(이건 앞의 조드와는 조금 다른 의미이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발자국이 많아져서 초원이 파괴되는걸 말한다) 등이 있다거나, 가랑눈, 소나기눈, 도둑눈, 자국눈, 잣눈 등 '눈' 수수께끼도 흥미로웠다. 또한 말의 색깔이 열 여덟가지 _ 보루(푸르스름한 흰색), 제르뒤(옅은 갈색), 호파(아주 옅은 갈색), 후후(검지만 푸르스름한 색), 후룬(진한 갈색), 차비데르(갈색), 챠인히루(옅은 청색), 샤르쿠 (황토색), 야간(오렌지색), 울란(붉은 갈색), 새럴(옅은 검은색), 하륭(베이지색), 혼고르(발그스름한 노랑), 차간(옅은 회색), 해루(몸통전체가 짙은 갈색), 보랄(파랑, 흰섹의 작은 점들로 된 색), 자갈(등의 선이 희거나 검은 색), 아라그(하얀바탕에 다른색) 159쪽 _ 나 된다는 것도 놀라웠다. 성안의 사람은 오곡(쌀, 보리, 콩, 조, 기장)으로 살고, 초원의 사람은 오축(말, 소, 염소, 양, 낙타)으로 산다는 말도 기억해 둘만 했고, 특히 초원에서 출현한 최초의 현악기 마두금(馬頭琴)의 유래전설은 사랑과 그리움의 애절함 그 자체였다.

 자무카가 부하들에게 조드에 대해 정리해 주는 대목에 의하면, "괴팍한 날씨 때문에 초지가 피폐해져서 가축들이 지쳐 주는 걸 조드라 한다. 조드는 근본적으로 고원에 물이 없어서 생기는 것인데, 피해의 양상은 네 가지로 드러난다. 하나,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가축이 초지를 찾을 수 없게 되는 것, 이게 하얀 조드이다. 둘, 여름이나 가을부터 초지가 말라서 겨울 뿌리까지 고갈되는 재난, 이것을 검은 조드라 한다. 셋, 극심한 눈보라가 몇 날 며칠이고 계속되거나 콧구멍을 막는 흙바람 때문에 가축이 한 발짝도 나다닐 수 없게 되는 재앙이 눈보라 조드이다. 넷, 일찍 내린 눈이 따뜻해지는 바람에 철철 녹아서 흐르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강추위에 아주 두꺼운 얼음이 되는 것(얼음조드), 그래서 눈에 번히 보이는 풀뿌리에 입도 대지 못한 채 굶어 죽는 것이 거울 조드이다."(116쪽)

 

 손 끝에 활을 움직일 때 마다 초원의 바람소리, 야생마의 울음소리,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가 실감있게 살아난다... "마두금은 머리가 달린 악기야. 머리가 있으니까 내장도 있지. 원래 두개의 현 중에서 하나는 수말 말총 백삼십 개, 다른 줄은 암말 말총 백다섯 개, 본체도 말가죽을 씌우고 현을 켜는 활도 말총으로 만들었어. 이렇게 머리도 내장도 있으니까 이건 살아있는 악기야. 살아있는 악기니까 하늘의 악기이지."(167쪽)...

 

이번에 읽은 <조드 - 가난한 성자들> 1권은 어린 테무진(칭기스칸)과 자무카의 만남, 앞으로 대제국의 초석이 되는 안다(의형제)들과의 만남, 약혼자였던 버르테와의 결혼과 빼앗김, 버르테를 찾기위해 의부 토오릴칸과 자무카와의 동맹, 아내를 찾고 전리품을 사양함으로써 모두에게 만족할 만한 끝을 보는 것으로 마감을 한다. 2권은 테무진이 고원을 평정할 때까지의 시간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저자는 왜 1권과 2권에 '가난한 성자들'이란 부제를 달았을까? 2권까지 읽어봐야 알겠지만, 척박한 자연환경에 어려움을 불평하지않고 자연에 순응하며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유목민을 지칭하는 듯 하다. 광활한 대지의 운명을 피하지 않고 온 몸을 열어 바람의 발자국들과 대화하는 유목민. 작가의 인터뷰를 읽어보니 "유목민들은 매우 낙천적입니다. 그들은 걱정, 슬픔, 불행이란 감정이 별로없어요. 오늘까지 즐겁게 살고, 내일 고초가 닥치면 참아내고, 그마저 안되면 푸른 하늘이 인도하는 대로 죽는 것입니다. 조드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매우 꺼리지요."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가난한 성자를 말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초원에서는 열두 가지 바람소리를 식별할 수 있어야 어엿한 어른이 된다고 했다. 남성들이 중성화되는 이 시대에, 땅·하늘·바람과 대화하는 유목민들의 마인드는 시들어가는 우리의 마음을 정화하는 작은 부싯돌이 될 것이다. 그 광활한 대지의 여유와 살아 숨쉬는 서정이 일상에 식어가는 심장을 다시 요동치게 한다. '성을 쌓는 자는 반드시 망하고 이동하는 자만이 흥할 것'이라는 유목민 노마드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를 일깨우는 것이다. 테무진의 어머니가 버르테에게 하는 말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이 말을 기록하면서 1권의 감상을 마무리해야겠다.

사내란 늙어도 어른이 되지 않는단다. 영원히 아이로 살다가 가는 거지. 왜인 줄 아니?”
  “모르겠어요, 어머니.”
  “사내들은 영원한 것에 대한 감정이 없어. 자식을 낳기 위해 배 한번 아파보지 않는 자들에게 어떻게 그런 감정이 있겠니? 영원에 대한 관심이 없으니 지속적인 일도 못하지. 화덕을 지키는 일, 아침마다 천창을 여는 일, 자식과 가축을 돌보는 일, 이런 걸 잘 하는 사내는 없단다. 대신에 여자는 목초지를 옮기고, 야생동물과 싸우고, 전쟁에서 이기는 일을 못하잖니?”

  버르테는 깜짝 놀랐다.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아스라하게 산화해가는 수컷들에 대한 영상이 보였던 것이다. 그것은 생명을 잉태하지 못하기 때문에 붙박이별들 사이를 헤치고 사라져가는 별똥 같은 것이었다. (232-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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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에 폭풍을 몰아치다. 테무진에서 칭기스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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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칸, 조드가 세상을 펼친다.   제목이 칭기스칸이 아닌 조드였다. 조드라는 낯선 단어, 무엇일까? 하는 궁금함. 조드는 유라시아내륙 평원(물이 부족한 건조지대)에서 겨울 가뭄과 강추위로 수많은 가축들이 죽는 대재앙. 그것은 자연이었다. 자연은 인간에 많은 것을 준다. 그것이 대지의 축복이던, 자연의 재해이던, 세상은 존재할 만큼만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의 탐욕과 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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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칸, 조드가 세상을 펼친다.

 

제목이 칭기스칸이 아닌 조드였다. 조드라는 낯선 단어, 무엇일까? 하는 궁금함. 조드는 유라시아내륙 평원(물이 부족한 건조지대)에서 겨울 가뭄과 강추위로 수많은 가축들이 죽는 대재앙. 그것은 자연이었다. 자연은 인간에 많은 것을 준다. 그것이 대지의 축복이던, 자연의 재해이던, 세상은 존재할 만큼만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의 탐욕과 과욕이 부른 상처를 말끔히 씻어내는 조드, 그 속에서 인간은 겸손과 지혜를 배워야 한다.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인터넷(예스블로그)에서 조드를 보았다. 하지만, 실재 마주한 이 책은 예스에서의 연재와는 느낌이 확 달랐다. 왜 그럴까? 화면과 종이의 차이, 일정분량씩 연재되는 것과 완성된 글의 차이 때문일까? 물론 작가가 손을 봤겠지만, 확연히 다르게 느껴졌다. 느낌이라는 것이 아주 변하기 쉬운 것인지. 아니면, 그 느낌을 제대로 알지 못하다 알게 된 것인지.

 

물방울로 시작하는 토템을 보면서, 작가의 공부가 묻어난 글이란 생각을 가졌다. 그의 긴 창작의 기간을 보상해 줄만한 장면과 글이 살아 숨쉰다. 아름다운 시 같은 글들로 사건과 긴 세월을 펼쳐나간다.

 

우리는 몽골의 역사와 우리와의 관계에 대해 오해가 많다. 아니 모르는 것이 더 많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몽골에 대한 선입견은 서양사관이 만들어낸 부산물이다. 유럽을 뒤흔든 칭기스칸의 군대는 그들에게는 공포다. 그러기에 더 호들갑을 떨면서, 살육과 약탈만이 있었다고 부르짖고 있다. 거대한 제국이 과연 약탈과 살인으로만 유지될 수는 있을까? 법치가 없는 제국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기에 그들은 몽골을 폄하하면서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다. 우리도 몽골의 지배를 받았다는 사실을 아주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나마 다른 나라에 비해 부마국(원나라와 고려)으로 대접을 받았다고 하는 이도 있다. 자세한 역사의 내막은 모르겠지만, 원나라의 파견관리가 고려를 개혁하려고 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것들을 비추어볼 때 몽골이나 원나라가 무지막지하게 무력에만 의존하는 국가는 아니었을 것 같다. 그 당시의 유럽은 지금 생각하는 유럽이 아니다. 어쩌면 동양보다 더 야만적인 삶을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최근 많은 곳에서 팍스몽골리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테무진(칭기스칸)을 새로 조명하는 글들이 제법 보인다. 이제는 서양의 시선을 버리고, 우리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봐야 할 것 아닌가? 우리의 역사와 우리 주변(동양)의 역사도 새롭게 조명해 나가야 한다.

 

초원의 삶은 늑대처럼, 늑대와 인간은 다르지만, 초원이기에 그 삶은 동일하다. 늑대든 인간이든 초원에서는 혼자 살수는 없다. 한 인간과 조직, 그 속의 규칙들, 자연의 질서. 혼자로는 살아갈 수 없는 가혹한 곳, ‘뭉쳐서 살아야 해.’ 서로 돕고, 함께 고통을 나누어야 한다. 하지만, 이기적인 인간의 마음은 공유와 나눔에 익숙하지 않다. 하나라도 더 얻고, 빼앗으려는 욕심으로 삶은 더욱 야만과 비참으로 치닫는다. 

 

푸른 늑대족이 사는 나라! 친족들과 부족에게서 버려진 사람은 살아갈 수 없다. 그에게 갈 곳은 어디인가?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테무진은 버려졌다. 겨우 목숨을 구하여 탈출하지만, 그에게 초원은 가혹하기만 하다. 좋은 초지는 적고, 살기 위해서 가축들을 키워야 하기에, 초지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은 계속된다. 평화란 있을 수 없는 일인가? 뺏고, 빼앗기고, 권모술수와 배신이 넘치는 곳, 이곳이 초원이다. 유목민의 삶 “한 사람의 생애는 말()에 오르면서 시작되고 말에서 내릴 수 없을 때 끝난다.”와 “사람이 말보다 예쁘게 노는 장면은 여자들이 춤출 때밖에 없을 것이다.” 에서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남자들의 삶은 말과 함께 시작해서 말과 함께 끝난다. 유목민족에서의 여성 “여자가 나이를 들어가는 모습을 부모에게 보이는 것은 얼마나 참기 힘든 벌인가. 유목민의 세계에서 딸은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지만 거기에서 늙을 권한이 없었다.

 

테무진의 시작은 힘들었지만, 영웅적인 면모는 감출 수가 없다. 영웅 자무카와의 만남과 의형제로서의 맹세 “태어나는 곳은 달라도 묻히는 곳은 같기를! 하지만 누가 알리오 인생이란 짧고도 긴 시간 속에서 변치말자고 맹세를 하건만, 세상이, 아니 그들이 그 맹세를 지킬 수 있을지. 이들의 앞에는 어떤 운명이 놓여있을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귀족과 평민, 도대체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황금가문의 흰 뼈와 검은 뼈, 그들은 귀족이었다. 언제부터 그들이 귀족이었는지? 이제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

자무카의 검은 뼈에 대한 번민도 어쩌면 사치스러운 것이리라. 대부분이 평민이기 때문이다. 그는 왜 이런 함정에 빠진 것일까? 그것은 자신의 자격지심과 변명 아닐까? 스스로 뼈를 만들 생각은 안고, 태생의 번뇌만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이런 그의 앞날도 그렇게 밝지가 못한 것 같다.

 

아버지를 잃은 테무진은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그 초라한 신세 “인간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과연 어디까지 더 내려갈 수 있단 말인가 , 하지만, 그의 고난은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다. 고난의 세월을 이겨낸 테무진에게도 친구들이 생긴다. 이들은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힘도 되지만, 모든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도 된다. 하지만, 하늘의 보상인지? 진정한 친구 보오르추를 만난다. 이는 진정한 마음으로 다가온 사람이기에 어떤 조건도 시련도 그들에게는 큰 장벽이 아니다. 평생을 함께한 이 두 사람의 시작이 거대한 몽골의 주춧돌이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여기에, 총각무당 텝텡그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테무진에게 돌려 놓는다. 무속은 어쩌면 그 시대의 거대한 종교 같은 것, 세상을 얻으려면 백성들의 마음을 먼저 읽고 헤아려야 한다. 그 외 많은 사람들이 테무진의 인간됨에 이끌려 하나 둘씩 모인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로, 지도자를 잘 만나야 한다. “세상은 사용하는 자의 태도에 따라 이렇게 다른 곳이 된다.” 세상은 곧 지상의 천국이 된다. 차별과 불평등이 없는 나라, 기회가 균등하게 배분되고, 노력한 만큼 공을 얻을 수 있는 곳, 그곳이 우리의 땅이었으면. “나라를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지, 정치가 죽으면 세상은 얼마나 암울한지 모른다.” 우리네 현실이 확 와 닿는다. 나라를 잃어본 적도 있고, 정치가 흔들린 적도 많으니, 어쩌면 정치를 살리는 길이 우리는 살리는 길이 아닐까 

 

젊음 또한 삶이기에, 험난한 세상 속에서도 사랑의 꽃은 핀다. 평생을 잊지 못하는 고마운 하난, 그리고 버르테의 기다림 사랑은 이러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부자나 가난뱅이가 아니라 그냥 테무진을 기다렸어., 세월을 기다린 사랑 그러나 행복과 사랑은 쉽게 잉태되지 않는 것. 적들의 공격으로 버르테를 빼앗겨버린다. 이들의 행복이 왜이리 짧은 것인가? 후엘룬(어머니)의 분노, “약한 사람만 언제나 버려지지. 그래서 다들 자기부터 강해지려고 악다구니를 쓰는게야. 빌어먹을, 푸른 하늘은 인간을 왜 이렇게 어리석게 만들었는지., 약자들에게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을 위한 그들의 행동에 분노한다.

 

테무진은 스스로 기회를 만든다. 살기 위한 그의 몸부림으로 서로가 원하는 것은 다르지만, 토오릴칸 양아들이 된다. 세월의 흐름을 잡을 사람은 누가 있겠는가산은 눈이 덮고 사내는 나이가 덮는다.’ 모든 것이 변하고, 나이든 사람들은 쇠락한다. 이것이 운명이 아닌가? 하나 둘 모여드는 용사들, 세상은 사람의 세상이니 사람을 어떻게 모으고, 잘 이끄느냐가 세상의 패권을 지배하리. 인재들이 찾아오는 비결은 공정한 기회와 편견 없는 시각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이 또한 그의 처참했던 시절의 교훈이었으리. 또한 초원에 법의 질서가 퍼져나간다. 이전의 규범이라고 불리던 악습과 제도들은 사라져간다. 인간적인 믿음과 많은 전투 속에 다져진 전우애와 규율로 점점 무적의 군대로 나아간다.

 

진정한 영웅은 항상 뒤에 조용히 숨겨져 있다. 이 책의 부제인가난한 성자들은 “시어머니(후엘룬)는 인간에게 어떤 올가미도 채우지 않는 가난한 성자였다.”에서와 같이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 더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시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울 생각 마라. 자신의 생애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이해하기도 인간은 너무 작아. 인생은 아주 크단다. 우리는 자기 발 밑도 온전하게 볼 수가 없어. 사랑의 생명이 끝나버린 잿더미 속에서 새로운 사랑이 시작될 걸 누가 알아? 한데 그것도 하나의 생명이란다.

 

어떻게 보면 아주 간단한 스토리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전형적인 이야기. 그 속에 사람이 있고, 평등이 있고, 법이 있었다. 칭기스칸의 새로운 초원의 법이 세상에 펼쳐진다. 마침내 테무진은 대칸의 자리에 오른다. 자무카의 말 “지상의 일들은 두 번 반복되지 않으니 과거의 경험으로 미래를 재단하지 말라.는 말을 명심하자. 우리는 과거와는 다른 현재에 살고 있다. 과거는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는 디딤돌로 잘 딛고 일어서면 될 것 같다.

 

순식간에 책장이 넘어간다. 어느새 1권이 끝나버렸다. 내일을 위해 2권을 남겨두어야지, 검은 밤 책장을 덮으면서.

 

** 옥에 티.

p. 217, 9째줄, 잘 차려입은 델을 입고 -> 델을 잘 차려입고, 잘 차려진 델을 입고(?)

p. 220, 첫째 줄, 비긋이 웃는다.-> 빙긋이 웃는다.

p. 297, 움츠렸다. 펼 때마다 -> 움츠렸다 펼 때마다.

p. 343, 밑에서 7째줄 “생모가 어지간히 게로구나.-> 게로구나” 혹은 '생모가 -'

 



p*******t 2012.03.10. 신고 공감 11 댓글 22
리뷰 총점 종이책
테무진을 아세요? ‘조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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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소설이 연재될 때 하루의 재미를 위해 나의 눈을 위해 나름의 기준이 있다. 잔인하지 않을 것, 가볍게 볼 수 있을 것, 하루에 한편씩 보지만 궁금할 것. 단 작가의 이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작가님 죄송.. 하루에 조금씩 읽는 소소한 재미는 읽는 사람들은 안다. 게다 작가님들의 답글은 소설 읽는 재미를 더 배가시킨다. 그렇게 읽던 연재는 권은하님의 ‘비너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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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소설이 연재될 때 하루의 재미를 위해 나의 눈을 위해 나름의 기준이 있다. 잔인하지 않을 것, 가볍게 볼 수 있을 것, 하루에 한편씩 보지만 궁금할 것. 단 작가의 이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작가님 죄송.. 하루에 조금씩 읽는 소소한 재미는 읽는 사람들은 안다. 게다 작가님들의 답글은 소설 읽는 재미를 더 배가시킨다. 그렇게 읽던 연재는 권은하님의 비너스에게김인숙님의 미칠 수 있겠니이재익님의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그리고 김형수님의 조드’. 두 편은 가볍게 한편은 조금 괴롭게 다른 한편은 진지하게 읽었다. (리뷰, 성훈 잘 지내고 있지? 하아.. ‘비너스에게’ 이제 나도 미칠 수 있다 ‘미칠 수 있겠니’)

 

몽골제국의 건국자로 몽골의 유목 부족을 통일하고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지닌 몽골 제국의 기초를 쌓았다로 알고 있는 칭기스칸이 연재된다고 했을 때 12세기 몽골의 모습과 그가 어떻게 몽골제국을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작가님이 몽골에서 쓴 글이라 그런지 바람소리가 더 실감났고, 호석 화백님의 조드로 죽어간 동물들의 그림과 작가노트에 나온 몽골의 사진과 여행기 덕에 글을 더 실감나게 읽을 수 있었다. 테무진에서 칭기스칸으로 성장한 그의 일대기를 보면서 자연과 하나되어 자연을 거슬리지 않는 유목민들의 모습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라는 생각이 제일 컸다. 연재 글을 읽으며 인물도가 무척 헷갈렸는데 책에 수록된 알랑고아부터 테무진에 이르기까지의 인물계보와 12세기 말의 몽골고원 지도는 큰 흐름을 보는데 도움이 된다. 책으로 다시 읽는 조드는 친근함과 익숙함으로 다가왔다. 연재 글로 봤을 때의 멋진 문장들과 다시 만난 등장인물들이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칭기스칸이 된 테무진의 배경 설명으로 오래된 이야기를 소개한다.

백조와 사냥꾼 이야기, 토템, 늑대와 공주이야기, 사슴처녀와 늑대사내 그리고 보르칸 산. 사흘 앞을 보는 외눈박이 형과 그가 동생을 위해 데리고 온 코리족의 고운님 알랑고아. 형이 죽자 동생네는 내쳐지고 남편이 죽자 알랑고아는 아들 둘과 종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고생을 한다. 그리고 남편 없이 태어난 잿빛 눈을 가지고 태어난 세 아들. 알랑고아가 죽자 뭉쳐서 살라는 어머니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못난 아들인 바보라는 이름의 막내 보돈차르 몽학이 버려지지만 매의 도움으로 잘 살고 많은 홀로된 여자들을 데려다 아내를 만들고 아이들을 많이 만든다. 그리고 아이들이 또 아이들을 낳고 시간이 흘러 큰 나라를 이루고 잿빛의 푸른 늑대족이 사는 나라가 된다. 황금가문의 흰 뼈.

 

보르칸 산을 중심으로 톨 강, 오논 강, 헤를렌 강, 셀렝게 강이 있고, 동쪽은 타타르 서쪽은 나이만의 보이록 남쪽은 케레이트의 토오릴칸 북쪽은 메르키드 톡토아베키가 산다.

 

보르지긴 족 키야트 족장 예수게이 어른은 메리키드 부족의 왕자 칠레두의 여자였던 어머니 후에룬을 납치해서 테무진을 낳고 (타타르 족장의 이름을 땀) 성에서 도망친 노비 족제비할머니,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사는 생모 그리고 동생들 카사르, 벨구테이, 테무룬과 지낸다. 푸른 하늘을 믿으며 자연과 함께 하는 테무진. 예수게이의 자리를 탐내는 키릴툭의 음모로 아버지의 죽음 후 어린 나이에도 쫓기는 신세가 되어 가족과 떨어져 지낸다. 우연히 늑대 우두머리인 달의 아들’이 지휘하는 늑대들의 무리들에 포위되어 이동하는 아흔 아홉마리의 말을 몰고 가던 한 남자와 말들을 구한다. 그는 흰 뼈가 되고 싶고 언젠가 흩어진 무리들을 모아 우두머리가 되고 싶은 자다란 족 자무카다. 둘은 서로를 알아보고 반가워하며 태어나는 곳은 달라도 묻히는 곳은 같기를 다짐한다.

 

푸른 하늘을 믿는 그 마음 때문인지 테무진의 주위엔 조력자들이 많다. 예수게이의 심복인 멍릭과 그의 넷째 아들 텝텡그리 허허추, 대장간 풀무장이 자르초다이와 그 아들 젤메, 말부자 나코 어른과 아들 보오르추, 쥐르킨 족의 종 모칼리가 그를 돕는다. 키릴툭에게 붙들려 감시를 당할 때 도와준 소르칸시라의 딸 하단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약혼을 했지만 아버지의 죽음으로 헤어져 7년 만에 만난 옹기라트 땅의 버르테와 드디어 혼인을 올리고 검은담비외투를 선물로 받는다. 어머니 후엘룬은 그녀를 무척 아끼고 보오르추는 친구를 위해 게르로 신방을 꾸며주고, 선물로 받은 검은담비외투를 케레이트의 토오릴칸에게 주며 의부자를 맺는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도 잠시 메르키드 족의 톡토아베키가 형의 복수를 위해 삼백 명의 메르키드 전사와 함께 테무진에게 달려오고, 모두들 보르칸 산으로 피신하지만 버르테가 뒤쳐지게 되고 톡토아베키는 그녀를 데려간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된 테무진은 토오릴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사막의 늙은 여우 토오킬칸은 생각 끝에 자무카와 삼자동맹을 하여 놀라운 방법으로 메르키드로 향한다. 

 

의적 후훠 남질이 만든 현악기 마두금, 초원의 인사 (나는 어느 쪽에서 온 사람인데 좋은 소식이 있나요?) 물안개 피는 언덕이라는 뜻의 보르기 에르기, 낙타 속에 들어있는 동물 (쥐의 귀, 소의 배, 호랑이의 발굽, 토끼의 코, 뱀의 눈, 말의 갈기, 양의 털, 원숭이의 혹, 개의 넓적다리, 용의 몸, 닭의 벼슬, 돼지의 꼬리)가 다시 보니 반갑다. 평화와 전쟁, 자연과 인간의 욕심이 어우러져 12세기 몽골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야준다. 181회까지 연재되었는데 그땐 분량의 감이 없었다. 1권 356 페이지를 다시 읽으니 작가님이 존경스럽다. 뼈대에 살을 붙이는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하루에 하나의 분량을 꾸준히 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게 되었다. 그땐 하루하루 읽으며 그때그때의 생각만 기록했는데 이렇게 책으로 읽으니 복선도 보이고 인물들의 성격을 더 잘 알게 되었다. 역시 책은 손맛이여.

작가님 선물로 받은 책입니다. (자랑이 아니라 서평단이 아니라는걸 알려드리는 거에요 ^^)

 


성을 쌓는 자는 반드시 망하고 이동하는 자만이 흥할 것이다!

184페이지, 옛날 돌궐 장수의 비석에 쓰인 말

 

용사들! 나는 예수게이의 아들이다. (중략) 공존할 수 없는 자는 죽이고 공존할 수 있는 자는 살려라. 그리고 부탁할 것은 한 명도 죽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사히 살아서 너희들의 대장에게 돌아가라

347페이지, 메르키드와의 전쟁을 앞두고



s******a 2012.03.29. 신고 공감 9 댓글 16
리뷰 총점 종이책
조드, 유목민의 삶속에서 느껴지는 그들만의 삶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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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는 신선한 책이였다. 한국인이 쓴 칭기스칸 이야기라는 점도 굉장히 독특했고, 많은 이웃분들이 즐겁게 읽었던 책인데다가 많은 이웃분들이 동반 당첨된 책이라는 점에서도 읽어나가면서 내가 읽는 이 와중에 많은 사람들도 함께 읽고 있겠구나라는 기분으로 읽어나갔다. 분명 충분히 많은 리뷰들이 소개될 것이고, 줄거리도 많은 서평들을 통해서 접한 만큼 나의 서평은 느꼈던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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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드는 신선한 책이였다. 한국인이 쓴 칭기스칸 이야기라는 점도 굉장히 독특했고, 많은 이웃분들이 즐겁게 읽었던 책인데다가 많은 이웃분들이 동반 당첨된 책이라는 점에서도 읽어나가면서 내가 읽는 이 와중에 많은 사람들도 함께 읽고 있겠구나라는 기분으로 읽어나갔다. 분명 충분히 많은 리뷰들이 소개될 것이고, 줄거리도 많은 서평들을 통해서 접한 만큼 나의 서평은 느꼈던 인상위주로 진행하도록 할 예정이다.

 

  칭기스칸은 세계사 속에서 내게는 무섭고 강인한 이름으로만 느껴졌다. 넓은 영토를 정복하고 전쟁을 이어나가며 정복을 거듭했을 그들의 삶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목민들에게 어쩔 수 없이 해당되는 부분들에 이해가 조금 넓어졌다. 조드는 일종의 재앙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건조지대에서 일어나는 추위와 함께 가뭄이 동반되는 겨울 재앙으로 인해 추위가 정점에 이르고 유목민족에게 가장 중요한 양과 말 같은 가축들이 죽어나가는 사태를 의미한다.

 

  처음 이 책을 보기전에는 칭기스칸의 영토확장과 전쟁을 통해 반복되는 영웅 이야기가 반복될 줄 알았는데, 칭기스칸을 중심으로 그 유목민들의 삶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그런점에서 분명 이 책은 독특함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칭기스칸이 자신의 부하를 꾸짖거나 그가 부끄럽지 않도록 집단을 자유속에서 통치했다. 분명하게 질서를 제공했고, 유목민의 정신을 잃지도 않았다. 그런면에서 그는 지도자로서의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높은 도덕성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그를 아울러 볼 수 있도록 하는 그만의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그런 그의 곁에 있던 자무카라고 하는 이상적인 벗의 등장 또한 인상깊었다.

 

  칭기스칸을 단순하게 '영웅'으로만 바라봤던게 나의 기존의 시각이였다면,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는 순간에 그는 내게 '지도자'로 다가왔다. 찬란하게 빛났던 그의 고매한 인품과 아름다운 모습이 부러웠고 멋있어 보였다. 흥미로운 책이였다.



YES마니아 : 골드 m******2 2012.04.08. 신고 공감 8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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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전2권) 광활한 초원의 대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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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지인의 결혼식에 갔다. 한참 한국의 노총각들이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하는 시기였다. 지인도 노총각이라 외국인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보았는데 한국사람과 똑같이 생겼었다. 이어 신부의 친구들이 옆에서 말을 하는데 억양은 우리와 비슷해 한국말 하는줄 알았지만 가까이에서 들어보니 외국어였다. 그때서야 몽골 여성들이구나 했다. 겉으로 보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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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지인의 결혼식에 갔다. 한참 한국의 노총각들이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하는 시기였다. 지인도 노총각이라 외국인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보았는데 한국사람과 똑같이 생겼었다. 이어 신부의 친구들이 옆에서 말을 하는데 억양은 우리와 비슷해 한국말 하는줄 알았지만 가까이에서 들어보니 외국어였다. 그때서야 몽골 여성들이구나 했다. 겉으로 보기엔 한국사람과 구별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우리가 몽고족이기 때문일것이다. 비슷한 생김새에 비슷한 억양까지.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려면 차라리 몽골 여성들과 결혼하면 더 낫겠다 생각을 했었다. 아시아인의 약 90%가 엉덩이에 푸른 몽고반점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몽골족이라서 그렇게 푸른 반점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알아왔다. 그와 더불어 몽골하면 '칭기스칸'을 떠올릴수밖에 없다. 

 

 

테무진(칭기스칸)이 몽골의 유목 부족을 통일해 칸이 되는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정착민인 우리는 알지 못한 유목민의 생활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테무진의 어린 시절, 늑대와 말의 싸움을 겪으며 의형제를 맺게 되는 자무카와의 만남. 테무진의 둘도 없는 친구 보오르추를 만나게 되는 과정과 한 곳에 있지 못하고 떠도는 생활을 할수 밖에 없었던 그의 외로운 생활들을 알려준다. 어렸을때 약혼했던 버르테와도 결혼하고 점점 안정을 찾아간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생활을 하는 유목민에게 가축들은 커다란 역할을 하게 된다. 겨울이면 다가오는 조드 때문에 가축을 잃고 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그들의 모습들을 보았다. 여기에서 조드란 물이 부족한 건조지대에 겨울철 가뭄과 추위가 겹쳐 유목민의 생명줄인 가축이 한꺼번에 수천마리씩 죽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아버지인 예수게이가 독살로 죽고 의탁했던 곳에서 버림받고 고난의 시절을 겪어왔다. 자신의 욕심보다 여러 사람의 평등적인 관계를 원했던 테무진의 통치방식 또한 다른 칸들과는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책소개에서 그렇지만 칭기스칸이라는 영웅 서사가 아닌 칭기스칸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유목민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 아시아의 중세사를 그렸다고 한다. 유럽의 중세사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솔직히 아시아의 중세사는 역사적 지식이 거의 없다. 작가는 우리들에게 '보다 바른 세계사상'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작가가 10개월간을 몽골에서 체류하며 이 광활한 초원의 대서사시를 만들어냈다.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열심히 상상을 했지만 어느 분이 올린 몽골의 풍경 사진들을 보며 감동을 했다. 몇 장의 사진으로 인해 책 속의 내용들이 하나의 장면으로 각인되었다. 작가의 뜨거운 열정과 칭기스칸의 나라 몽골의 생활들이 깊게 다가왔다. 광활한 몽골의 초원이 그려진다. 푸른 하늘과 넓은 목초지, 우리의 비슷한 얼굴들, 그리고 수많은 가축들이 뭉쳐있는 모습들이 그것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2.03.13. 신고 공감 5 댓글 16
리뷰 총점 종이책
늑대 테무진, 시련을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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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를 연재로 읽을 때 즐거움내가 '조드'에게 관심갖게 된 것은, 어떤 예스블로거 분이 올린 조드에 나온 '하룻밤 사이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내용의 글을 본 후였다. 나는 그 전까지 그 의미를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왠지 시적인 문장에 끌렸다. 그 후로 1회부터 차례대로 보면서 '조드'의 세계에 빠졌고 작가님과 댓글을 주고 받는 즐거운 시간들이 있었다.조드를 책으로 읽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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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를 연재로 읽을 때 즐거움

내가 '조드'에게 관심갖게 된 것은, 어떤 예스블로거 분이 올린 조드에 나온 '하룻밤 사이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내용의 글을 본 후였다. 나는 그 전까지 그 의미를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왠지 시적인 문장에 끌렸다. 그 후로 1회부터 차례대로 보면서 '조드'의 세계에 빠졌고 작가님과 댓글을 주고 받는 즐거운 시간들이 있었다.


조드를 책으로 읽을 때 즐거움

그리고 두 권의 책으로 나온 조드를 받았다. 외장이 고급스럽다. 읽기 전에 조금 두근거렸다. 여전히 그 때 그 조드는 똑같은 크기로 나에게 밀려왔다. 다만 책으로 읽으면서 모호했던 것들이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1권 앞쪽에 몽골 부근 지도가 있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그 지도에는 보르칸 산이 있고 오논 강, 헤를렌 강, 톨 강이 있다. 타타르, 케레이트, 나이만, 메르키드가 있고 메넨 초원이 있고 보이르 호수가 있고 바이다라크 강이 있고 보이르 호수와 바이칼 호수가 있다. 보르칸 산 근처에는 아침에 안개가 끼는 언덕에 테무진과 친구들이 살던 백조같은 두 개의 게르가 있을 것 같고, 오논 강에는 두 아들을 찾아 떠도는 바이다라크 여자가 있을 것 같다. 헤를렌 강과 메넨 초원에는 말 부자 나코 어른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겨울이면 이 넓은 고원에 흰머리를 풀어 헤친 귀신 바람이 부는 날들이 있을 것이다.


잿빛 푸른 늑대족

아주 먼 옛날, 커다란 호수가 있었고 사람들이 그 주변에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눈을 멀게 할 정도로 예쁜 공주가 어떤 늑대와 신혼살림을 차려서 늑대 후손들이 나왔는데 그들은 모두 노래를 잘 불렀다고 한다. 늑대 부족의 사내와 노래 잘 부르는 늑대 부족을 시기하는 사슴 부족의 처녀가 보르칸 산으로 도망간다. 3일 앞을 볼 수 있는 애꾸눈, 그리고 아름다운 알랑고아가 보르칸 산으로 온다. 알랑고아의 막내 보돈차르 몽학이 쫓겨나서 잿빛 푸른 늑대족의 나라가 생긴다. 보돈차르 몽학이 쫓겨나면서 했던 말은 다음이다.

 - 에라, 죽으면 죽고, 살면 살리라. (26쪽)


조드 충격, 유목민 vs 정착민

나에게 '조드'는 신선했다. 마치 세계지도를 꺼꾸로 보는 듯한 충격이었다. 유목민족에 대한 나의 지식은 아주 빈약하지만, 나는 유목민족만의 멋진 세계관과 역사가 존재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나에게 '조드'는 신세계의 발견이다! 나는 조드를 읽으면서 정착민족에 버금갈 만한 유목민족만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목민은 정착민과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성을 쌓는 자들은 망할 것이고 이동하는 자만이 흥할 것이다.', '몸에 지닐 수 없는 푸른 하늘과 땅과 물과 바람 같은 것은 누구도 소유할 수 없다'는 게 유목민의 가치관이다. 그들은 소유하지 않지만 그만큼 자유롭다. 그들은 양, 염소, 소, 말, 낙타들에게 신선한 풀을 먹이기 위해 이동한다. 유목민이 사는 고원은 끝이 안보이는 초원이다. 그들은 그 넓은 초원만큼 마음이 크고 생각이 자유롭다. '조드'를 읽다보면 나조차 통이 커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같은 푸른 하늘을 이고 사는 사람이라면서 낯선 사람과 즐겁게 술한잔 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유목민들은 넓은 초원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사람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손님을 귀하게 여기는 것 같다. 그리고 유목민은 정착민에 비해 위험에 쉽게 노출되므로 삶에 대한, 인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것이다. 이 드넓은 고원에는 늑대를 비롯하여 조드라는 무서운 재앙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목민들은 자연에 해를 끼치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들은 정착민들처럼 자연을 이기려 들지 않는다. 정착민의 조상이 유목민이 아니었을까? 정착민은 길들여졌고 유목민은 길들여지 않았다. 마치 개와 늑대처럼.


테무진, 시련의 시작

떠돌아 다니는 유목민이라고 나라가 없는 건 아니다. '어린 몽골'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타타르, 남쪽에는 케레이트, 서쪽에는 나이만, 북쪽에는 메르키드 라는 큰 세력이 있다. 그리고 수많은 부족과 씨족들이 그들만의 삶을 살고 있다. 어린 몽골과 타타르는 사이가 안 좋다. 타타르는 금나라의 하수인 역할을 한다. 어린 몽골에 예수게이라는 유명한 장군이 있었다. 그 장군은 그의 아들 테무진의 아내가 될 버르테를 만나고 오는 길에 타타르인이 독을 탄 술을 마시고 돌아가신다. 키릴툭은 테무진을 죽이려고 하고 어린 몽골은 분열한다. 어느 곳에서나 비열한 사람은 있는 것 같다. 테무진과 그의 가족은 도망다니는 비참한 신세가 된다.


자무카

어린 몽골에서 몰래 세력을 키우고 있던 자무카가 거대한 늑대떼의 공격을 받는다. 마침 젖통 호수 늑대계곡에 숨어지내던 황금빛 늑대 귀 말을 탄 테무진이 이것을 발견하고 자무카를 돕는다. 이 일로 자무카와 테무진은 의형제를 맺는다. 조드로 인해 사람들과 가축들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봄이 되어도 들판엔 가축들의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비열하게 약탈하는 무리가 생기고 사람들은 고통받는다. 이런 시련 속에서 자무카는 착실히 자신의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 조드는 자무카를 키워줬다. 조드는 그렇게 변화와 새로움을 재촉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자가 바로 자무카였다.


시련을 기회로

테무진과 가족들은 여전히 키릭툭의 눈을 피해 숨어지낸다. 언제까지 숨어지내야 할지 테무진 역시 알 수 없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물려주신 황금 늑대귀 말 8마리를 도둑맡는다. 그는 홀로 고생하며 말도둑을 따라간다. 그러다 메덴초원에서 말 부자 나초 어른의 아들 보오르추를 만난다. 이 두 사람은 친한 친구가 되고 말도둑에게 말들을 되찾는다. 말도둑이라는 시련으로 테무진에게 보오르추라는 든든한 친구가 생긴 것이다.


테무진은 보오르추를 만난 후에 안정을 찾고 7년 만에 버르테에게 가서 결혼식을 올린다. 보르칸 산에 아침에 안개가 끼는 아름다운 언덕에 신혼방을 차리고 그곳에서 테무진의 가족과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아버지의 업이 테무진에게 또 하나의 시련을 준다. 예수게이의 앙갚음으로 메르키드에서 버르테를 납치해간 것이다. 테무진과 그의 가족과 보오르추와 멜메는 보르칸 산에 숨는다. 그리고 테무진은 보르칸 산에서 푸른하늘과 만난다. 그 후에 테무진은 늑대같이 숨죽이며 정보를 모은다. 버르테를 구출할 생각인 것이다. 케레이트의 토오릴 칸과 자무카 등의 초원의 정보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테무진은 토오릴 칸과 자무카가 동맹을 맺고 싶어 하고 메르키드를 치고 싶지만 명분이 없음을 알 게 된다. 그리고 테무진은 그들에게 훌륭한 명분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아버지 예수게이의 의형제인 토오릴 칸을 찾아가 아내 버르테를 잃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테무진, 자무카, 토오릴 칸의 3자 동맹이 맺어지고 자무카의 빛나는 전략으로 메르키드는 쑥대밭이 된고 버르테는 구출된다. 테무진은 또 한 번 시련을 기회로 삼아 도약한 것이다.


자유로운 세계관

'조드'를 읽으면서 나는 자유로운 세계관을 느꼈다. 특히 테무진의 어머니인 후엘룬의 말들은 나에게 시야를 넓혀주었다. 후엘룬은 메르키드의 사랑하는 남자과의 결혼식 행렬에서 예수게이에게 납치되어 테무진을 낳고 살았다. 하지만 그녀는 기죽지 않는다. 그렇다고 예전에 사랑했던 그 남자를 잊은 것도 아니다. 그녀는 운명의 뜻을 받아들이며 용감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유목민의 삶은 정착민의 삶에 비하여 기복이 심하고 위험도 클 것이다. 유목민이라면 갑작스러운 재앙이나 변화가 닥칠 때에 대한 대비를 정착민보다 더 잘 하고 있을 것이다. 적장에게 납치되더라도 남은 삶가 생명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생각이다. 테무진 역시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전쟁에서 고아가 된 아이를 데려다가 키우기도 하고 버르테를 찾았을 때 더 이상 학살을 하지 말라고 명령하기도 한다. 테무진은 고원의 비극과 복수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


늑대같은 테무진

테무진은 정말 늑대같다. 인간과 늑대는 새끼를 잉태하고 키우는 암컷을 건드리지 않는다고 한다. 테무진은 늑대처럼 몸을 낮출 때를 안다. 그리고 기다린다. 그리고 사소한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오직 그 안에 잠들어 있는 커다란 뜻을 향해, 푸른 하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나아갈 뿐이다. 그것도 늑대처럼 조심성있고 신중하게. 테무진은 자무카나 토오릴 칸 같은 강한 세력은 없다. 하지만 테무진은 승리한 전쟁터에서 자신의 전리품을 챙기지 않았다. 그 대신 테무진은 더 값어치 있는 '어린 몽골'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전리품을 챙겼을 것이다. 또한 테무진은 아버지인 예수게이의 종의 아들인 젤메와 친구처럼 지낸다. 다른 어린 몽골의 흰뼈 귀족처럼 귀족이라는 특권을 누리려 하지 않는다. 테무진은 늑대스럽게 자신의 속마음을 다 보이지 않는다. 아마 그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테무진의 눈빛을 무서워하는 이유일 것이다.


통 큰 세계관

나는 '조드를 읽으면서 유목민의 통 큼에 감격했다. 그들은 말을 타고 천리를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내가 태어난 한국에서 고작 남한이라는 섬을 왔다갔다 했을 뿐이다. 초원을 누비던 사람들과는 질적으로 보는 시야가 다를 것이다. 끝없이 탁트인 초원을 바라보고 싶다. 그런 초원에서 해가 질 무렵 멀리서 말을 타고 오는 점을 보고 싶다. 그 점은 점점 커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말을 탄 테무진과 보오르추일 것이다. 그렇게 탁트인 초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얼마나 가슴벅찰까? 그리고 가을에 다북쑥이 굴러다니는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리고 양떼들도 보고 싶다. 양이 살찐 모습을 보고 유목민들은 아주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양(羊)이 살찐(大) 모습이 아름답다(美)는 한자가 됐다고 한다. 이 책은 '만리장성을 쌓는다'와 아름다울 미(美)자의 기원 등 유목민족과 얽힌 재밌는 신화와 이야기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그것만 읽는 것으로도 재미있다. 원숭이별과 달과의 배치에 따라 날씨가 달라지고, 하늘에 쏜 화살이 유성들과 같이 쏟아진다는 별 사람 이야기, 후훠 남질 의적 이야기 등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 재밌다. 조드에는 유목민만의 역사와 전통 이야기가 가득하다. 저자의 유목민에 대한 지식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테무진 = 보돈차르 몽학 = 민주주의

테무진은 이복동생인 벨구테이를 진심으로 위하고 전쟁터에서 고아가 된 아이를 데려간다. 그리고 흰뼈라는 귀족 신분의 이득을 보려하지 않는다. 푸른 하늘 아래 사는 인간들의 삶과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는 모습니다. 테무진의 이런 모습은 그의 어머니 후엘룬의 영향을 받은 결과일 것이고 그간 고생을 많이 해서 생긴 것일 수도 있다. 이런 모습들은 푸른 늑대족의 조상인 보돈차르 몽학과 닮았고 인권과 평등을 중요시하는 민주주의와 통하는 면이 있다. 테무진의 이런 면은 성을 쌓지 않고 경계가 없는 유목민만의 자유로움인 것 같다. 푸른 하늘 아래 사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는 것, 신분이나 지역 또는 남녀와 핏줄에 상관없이 차별하지 않는 것, 이런 것들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백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보편적인 정책이다. 어찌보면 인내천 사상과 통하는 면이 있다. 테무진은 흰뼈 귀족신분이라는 특권을 스스로 버렸지만 더 큰 백성의 마음을 얻을 것이다. 가진 게 많은 귀족들은 자신들만의 특권이라는 성을 쌓아서 망할 것이고 가진 게 별로 없는 테무진은 백성들에게 이동하여 흥할 것이다. 푸른하늘이 그러하다. 푸른하늘은 모든 것을 조건없이 차별없이 내주지만 최고의 지위를 얻는다. 테무진은 푸른하늘의 뜻을 땅에 전파하려는 것이다.


이제 테무진은 3자동맹으로 그의 이름을 초원에 알리게 되었다. 이제 키릭툭이 테무진을 건드릴 수 없게 되었다. 테무진은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세력을 키우고 푸른 하늘의 뜻을 펼칠지 기대된다.


이름도 알랑은 곱다는 말이요 고아는 임이라는 뜻이다. 고운님! 그이를 온 세상이 사모하여, 알랑이가 났네, 응 응 응 알랑이가 났네, 하는 노래가 널리 이웃 나라에까지 퍼졌다. (18쪽)


남북으로는 만리장성에서 바이칼 호까지, 동서로는 흥안령에서 발하슈 호까지 장장 삼백만 평방킬로미터의 광대한 평원에 사천여 개의 호수와 스물일곱 개의 강이 흐른다. 사개월의 서늘한 여름과 팔 개월의 혹독한 추위가 반복되는 곳, (37쪽)


"이 영험한 물방울밖에는 벗이 없구나. 바이칼 호수를 떠난 백조의 울음소리가 내 잔에 떨어지네. 하늘을 날던 매의 눈빛도, 광야를 누비던 늑대의 용기도, 사내의 심장을 덥히는 여인의 마음도 모두 이 속에 담겨 있지. 한데, 이처럼 맑은 눈동자를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어느 조상이람?" (38쪽)


"가자,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사는 것들아. 저 어지러운 눈발을 뚫지 못한다면 장차 적진의 화살은 어떻게 뚫겠느냐." (41쪽)


"성이 뭔데요?"

"말을 탄 사람이 못 넘어 다니게 마을을 빙 둘러서 막은 울타리야."

"왜 그런 곳에 갇혀서 살아요?"

"몰라"

족제비할머니에 의하면 성 안 사람은 오곡(五穀, 쌀, 보리, 콩, 조, 기장 등 다섯 가지 곡식)으로 살고, 초원의 사람은 오축(五畜, 말, 소, 염소, 양, 낙타 등 다섯 가지 가축)으로 산다.

"그래서 얼마나 다른지 알아? 성 안에서는 나쁜 사람을 욕할 때 짐승만도 못하다 해. 초원에서는 좋은 사람도 짐승의 하나라고 생각하지." (69~70쪽)


"조금씩 잘게 내리는 눈은?"

"가랑눈."

"갑자기 많이 내리는 눈은?"

"소나기눈." (75~76쪽)


"밤중에 내려 아침에 놀라게 하는 눈은?"

"도둑눈."

"겨우 발자국이 찍힐 정도로 적게 내리는 눈은?"

"자국눈."

"사람의 키를 넘게 내리는 눈은?"
"잣눈." (76쪽)


'더 이상 숨어 살지 말자. 죽으면 죽고 살면 살리라. (78쪽)


여자가 없는 집은 윤기가 없고, 사내가 없는 집은 기운이 없다고 했는데, (105쪽)


나무도 눈에 묻히고, 가축들이 다 죽어서 불 피울 똥도 없었으며, 하늘조차도 쇠붙이처럼 꽝꽝 굳어서 새가 날지도 못했다는 등등. (115쪽)


괴팍한 날씨 때문에 초지가 피폐해져서 가축들이 지쳐 죽는 걸 조드라 한다. 조드는 근본적으로 고원에 물이 없어서 생기는 것인데, 피해의 양상은 크게 네 가지로 드러난다. (116쪽)


한데, 알고 보니 조드 피해자들이 오논 강 상류로 몰려드는 바람에 발자국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발자국을 덧쌓는 것은 초원을 파괴하는 일이고, 초원이 파괴되면 온 부족이 위험에 빠진다. (117쪽)


달에서 멀어야 별이 빛나듯이 고향에서 멀어져야 의적도 모양이 난다. (126쪽)


유목민에게 말은 가축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생애는 말에 오르면서 시작되고 말에서 내릴 수 없을 때 끝난다. (130쪽)


전쟁의 승패를 가름하는 조랑말은 오직 동부 초원에서만 나는데, 신기하게도 앞발과 뒷발을 모아 뛰는 것이 아니라 오른발 따로 왼발 따로 뛰는 측대보(側對步. 조로모리 주법)을 한다. 측대보를 하는 말은 아무리 달려도 등이 파도처럼 출렁거리지 않는다. (131쪽)


초원에도 법도가 있다. 유목민이라 함은 몸에 지닐 수 없는 것은 갖지 않아야 한다. 땅이나 하늘, 바람을 소유하려는 자는 세상을 훔치는 자이니, 마땅히 벌을 받아야 옳다. 인간은 두발짐승이요, 발은 지닐 수 없는 것을 찾아다니라고 내려준 것이다. (134쪽)


그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던 말치기 소년이 마침내 가슴 밑바닥을 긁는 소리로 말했다.

"벗이여, 홀로 외롭겠구나." (154쪽)


세상은 따뜻하다고 믿는 순간에 너무 차고, 차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온기가 나온다. 어떤 것이 참모습일까? (155쪽)


"아버지가 있을 때 친구를 사귀고 말이 있을 때 세상을 돌아보라고 하셨잖습니까?" (164~165쪽)


테무진이라는 이름이 옛 고향을 찾는다는 뜻을 담고 있어서 (173쪽)


돌이켜보면, 절망과 죽음의 그림자조차도 그 어디엔가는 사랑의 숨결이 숨어 있었다. 어머니의 말이 옳았다. 인간을 기르는 건 세상이다. (173쪽)


그렇다. 늑대의 전투력은 완력에 있지 않다. 상대를 열 번, 스무 번 관찰하여 정보를 수집한 다음에 미세한 틈이 보이면 예리하게 째고 들어가 재생 불가능한 급소에 송곳니를 박는다. 끝없는 지평선들로 이어지는 대평원에서 그 같은 인내와 조직력을 무너뜨리리 존재는 없다. (180쪽)


"중요한 말이 또 있어. 성을 쌓는 자는 반드시 망하고 이동하는 자만이 흥할 것이다!" (184쪽)


'늑대의 후손이라 하려거든 늑대의 심장이 뛰고 있어야지!' 그래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마음을 다졌다. '나는 제 명치를 가리기 위해 칼을 들이대도 착한 눈망울만 끔벅거리는 양이 아니야.' (191쪽)


흰솜꽃의 뒷면에 솜처럼 돋은 것이 불을 붙일 때 쓰는 것이었다.

"피, 넌 그런 거밖에 모르는구나. 이건 풀이 아니라 꽃이야.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꽃. 왜인 줄 알아?"

"몰라"

"바보. 언제까지나 색깔이 변하지 않거든.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주는 거지. 나한테 줘볼래?" (199쪽)


삶의 길은 얼마나 놀라운 마술의 숲으로 이어져 있는가. 한때는 그토록 분명하던 길이 어떤 때는 아무리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다니! (220쪽)


"개는 그 꼬리로 음식을 빌어먹어. 늑대는 자기 것을 자기가 잡아먹잖아. 꼬리를 멋있게 만들어서 비럭질이나 하는 짐승을 넌 믿을 수 있어? 난 그런 개가 너무 싫어." (221쪽)


빈털터리이면서 왕비 같은 품격을 가지려면 절망에 눈멀어야 하고, 슬픈 감정이 엄습해도 푸른 하늘을 원망하지 않도록 수양해야 한다. 간이나 허파, 쓸개 같은 신체 기관처럼 너무도 명백하게 존재하는 절망, 낙담, 후회 같은 감정 기관을 잘라야 하는 것이다. (234쪽)


"여자는 사랑보다 운명을 따라 사는 거란다. 나는 내 처녀가 묻은 속곳이 어느 하늘 아래 떠돌아다니는지도 모르고 늙었어." (235쪽)


깊고 그윽한 가을 정경인지라 먼 산 꼭대기에서 터져 나오는 햇빛을 받아 강변에서는 무더기무더기로 번쩍대는 검은 점이 다북쑥처럼 구르며 놀고 있었다. 그 아래로 까르르 웃듯이 진짜 다북쑥 덩어리가 굴러간다. 가을 초원의 재롱둥이였다. (251쪽)


"내가 태어나는 모습을 내가 못 봤으니, 하하. 날 키운 양반은 내가 코리 족이라 합디다."

"그럼, 고려인?" (257쪽)


보오르추가 밤하늘이 터질 듯이 가득 찬 빛 무더기 속에서 원숭이별(일명 좀생이별)을 찾는다. (269쪽)


하여튼 지상의 척도로 보아, 아직 덜 자란 사내들과 아녀자들이 그날도 어김없이 자연의 무관심과 싸워 이기고 난 하루였다. (271쪽)


'과거의 흔적이 한 알의 모래가 되어 바람에 휩쓸려 사라질 줄 알았어?' (274쪽)


어떻게든 살아 있는 것들 속에 우두머리가 있는 거야. 적을 죽이는 것보다 우리를 살리는 게 더 훌륭한 작전이란 걸 왜 모르지? (284쪽)


"아서라, 칠레두를 사랑했기 때문에 너를 낳아서 기른 일이 내 인생에서 하찮은 것이 될 수 있겠니? 첫 만남이 잘못됐다고 너를 가꿔온 세월까지 잘못일까? 그렇다고 나의 과거가 함부로 구겨져도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구나." (290쪽)


도련님, 유목민은 뭐든지 흘러간다고 생각합니다. 물도 흐르고 바람도 흐르지요. 멈춰 있는 것은 없다고 하지만 사실은 한 생명이 끝나면 다른 생명이 시작되고, 한 이야기가 끝나면 다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렇게 무엇이 끝나고 멈춘 자리, 바람 속의 바람이 멈춘 자리, 거기에 보르칸이 앉아 있습니다요. (295쪽)


"어휴, 저 늑대같은 놈!"

푸른 하늘은 늑대에게 한없는 조심성을 주었다. 자신이 공격할 대상을 끝없이 의심하고 관찰하는 짐승. (321쪽)


"사내가 오장이 왜 그리 길어? 모든 생명은 다 끝에서 태어나는 법이다. 타버린 곳에서, 똥 위에서, 시체 속에서 뭐가 생겨나는 걸 봐라. 조드가 지나가면 초원은 온통 새것이 돼. 가장 상처 입은 것이 가장 팔팔해지잖니? 너도 사랑 하나가 깨진 자리에서 태어난 아이야." (324쪽)


우리가 맞는 상황은 모두 그 어떤 어제와도 다르고, 또한 그 어떤 내일과도 닮아 있지 않습니다. 한 운명이 두 번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형님이 간파하지 못하리라고 믿을 사람이 있겠습니까?" (333쪽)


"불은 위로 향하기를 애쓰고, 물은 아래로 향하기를 애씁니다. 불을 아무리 아래로 숙여도 불꽅은 위로 타오르기 마련입니다. (334쪽)


테무진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감정과 힘이 하나의 점을 따라 이동하는 풍경에서 한없는 두려움과 경외심을 느꼈다. (336쪽)


똑같이 푸른 하늘의 운명을 받아 사는 사람들이 왜 남의 운명을 방해해야 하는가. 우리는 오늘 유목민까리 원한관계로 싸우는 것을 끝장내는 전투를 하게 될 것이다. (347쪽)


다른 사람도 아닌 며느리에게 그토록 쉽게 해버리는 시어머니를 대하는 순간, 얼마나 따뜻하고 평화롭고 자유로웠던가. 그녀는 인간에게 어떤 올가미도 채우지 않는 가난한 성자였다. (348~349쪽)


<단어>

오사 (15쪽): 오사할 것들. 죄를 지어 벌을 받거나 재앙을 당하여 제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음.

등자 (131쪽): 소경도 앉은뱅이도 등자에 오르면 유목민이 되지만 말에 오르지 못하면 한 가지 일도 할 수 가 없다. 말을 탔을 때 두 발로 디디게 되어 있는 물건.

영(嶺) (155쪽): 재. 말의 쇤 꼬리가 영(嶺)을 몇 번이나 쳤는지 모른다.

흰솜꽃: 에델바이스


<의문>

1) 여름에도 눈이 오는 지방에서 정월이라 하면 추운 날 중에서도 극악한 추위가 머무는 때이다. (34쪽): 여름에도?

2) 일당백의 사냥꾼이 여섯이나 되었으니 (265쪽): 테무진, 카사르, 벨구테이, 보오르추, 젤메를 합치면 다섯인데?

3) 복숭아뼈 맞추기 놀이 (266쪽): 어떤 놀이일까?


충격 정도: 별 4개반

흡입 정도: 별 4개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입니다.)




k***5 2012.03.19. 신고 공감 4 댓글 10
리뷰 총점 종이책
인간의 삶도 조드를 겪으며 성장한다
"인간의 삶도 조드를 겪으며 성장한다" 내용보기
어릴 적부터 꾸준히 책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광활한 대륙의 이야기도 좋아한다. 역사 이야기도 좋아한다. 인물의 성장기도 좋아한다. 그렇기에 몽골을 배경으로 하는 유목민의 역사인 [조드]는 나에게 무척 매력적인 이야기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서평을 읽은 후여서 일까? 솔직하게 말해 잘 읽히지 않아 무척 오랜 시간 동안 조금씩 읽어 나가야 했다. 분명히 매력적인
"인간의 삶도 조드를 겪으며 성장한다" 내용보기

 어릴 적부터 꾸준히 책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광활한 대륙의 이야기도 좋아한다. 역사 이야기도 좋아한다. 인물의 성장기도 좋아한다. 그렇기에 몽골을 배경으로 하는 유목민의 역사인 [조드]는 나에게 무척 매력적인 이야기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서평을 읽은 후여서 일까? 솔직하게 말해 잘 읽히지 않아 무척 오랜 시간 동안 조금씩 읽어 나가야 했다. 분명히 매력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속도가 나지 않는 경험은 독서를 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에게 회의가 드는 경험이었으니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하나의 조드를 겪은 셈이었다.

 

 몽골이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몽골과 우리나라의 언어적 유사성에 대한 단편적 지식과 칭기스칸, 유목 생활, 그리고 현재의 몽골에 대해 대학 때 잠깐 조사했던 내용에 대해 희미한 기억. 그렇기에 몽골은 친숙함이 느껴지지만 [러브 인 아시아]에 소개되는 사연 속에서 또는 작품 속에서 단편적으로 나오는 이야기 속에서 만나는 몽골의 이미지가 전부인 유럽보다도 낯선 공간이다. 그나마도 몽골의 삶에 대해 책 속에서 만난 것은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 입학 사이에 읽었던 김용의 [사조영웅전]에서 만난 모습이 가장 생생하게 형상화되어 있었던 모습이었다.

 

 한 때는 중국을 넘어 세계를 지배하려는 민족이지만 지금은 중국의 자치구로 존재하는 그 곳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음이다. 몽골에 관심을 가지는 잠재력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그곳은 역사 속의 한 구절을 차지하는 곳이었다. 그런 그 곳이 소설로 되살아 났다. 책의 서두에 소개되는 몽골의 신화의 낯섦은 미지의 세계를 만나는 설레임이 되었다. 어느 민족의 신화든 신화 속에 담긴 상징성은 정사로 기록된 역사와 달리 많은 상징성을 가지기에 범상치 안는 느낌으로 읽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실제 역사 속에 존재했을 그들 민족의 모습이 소설 속에 형상화 되어 있을 때 그들의 호방함과 유목민족 특유의 기질은 그들을 비겁하지 않고 자신의 무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늑대 대장과 같은 강인함으로 느껴지게 하였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민족은 자연의 힘을 안다. 그리고 자연을 존중하며 그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지혜를 깨닫는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 어떤 문명보다 하늘의 위대함을 몸으로 깨닫게 되고 하늘의 뜻을 섬기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간은 오만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때로는 하늘의 뜻을 가벼이 여기고 자신들의 욕망으로 세상을 이끌어가려 노력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칭기스칸인 테무진의 어린 시절과 성장기는 바로 이런 인간의 뜻이 영향을 미친 과정이었다. 아버지가 독살 당한 후 숙부에 의해 죽음의 위협을 겪고 초원에서 위태롭게 삶을 이어가던 그가 어린 아이에서 하나의 남성으로, 한 집안의 아들에서 한 집단의 우두머리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험난한 가시밭길이기만 하다.

 

 겨울을 나는 동안 조드를 만나면 가축들이 몰살을 당해 인간의 삶이 위험에 쳐하듯 테무진의 삶은 끊이지 않는 조드의 연속이다. 자연을 잘 읽고 조드를 피할 줄 알아야 생존할 수 있듯 테무진의 삶 역시 주변의 작은 조짐들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있어야 생존할 수 있는 삶이었으니 그의 삶이 조드가 아니고 무엇이었겠는가. 하지만 유목민에게 조드는 위기이자 또다른 기회이니 조드 후에는 또다른 형태의 삶이 이어지는 것처럼 연달은 조드는 그를 성장시키고 아홉 살 어린 나이에 초원으로 내쫓긴 어린 아이는 어엿한 한 집단의 수장이 되어 하늘의 뜻을 받게 된다. 허나 아무리 굳고 정한 나무라 해도 아름드리 나무가 되어 그 그늘에 많은 생명을 품기에는 아직 더한 시련이 남아 있으니 그가 영웅이 되는 것은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일반적으로 영웅인 칭기스칸에게 초점을 맞추지 그의 어린 시절에는 그다지 초점을 맞추지 않아왔었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신선했던 작품이다. 그리고 북방 유목민들의 삶과 사고에 대한 접근 역시 사회학 저서를 보듯 자세했기에 새로운 문명을 접하는 느낌이었다. 단 하나 아쉬웠던 것은 낯선 만큼 용어와 개념이 익숙하지 않았기에 각주가 조금 덧붙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점이었다고 할까?



YES마니아 : 플래티넘 w******6 2012.05.13. 신고 공감 4 댓글 13
리뷰 총점 종이책
『조드 - 가난한 성자들』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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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도 아주 옛날, 고운 백조가 목욕을 하고 사냥꾼이 깃 하나를 감추어 아내로 맞았다는 선녀와 나뭇꾼 패러디물이 토템 신화로 구전되어 오는데 이것이 늑대족의 내력이다. 마음씨 착하고 맵시 고운 알랑고아는 코리 족이 사는 무지개의 땅에서 천지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가장 잘생긴 처녀였는데, 달빛과 동침하여 푸른 하늘이 내려준 아들을 낳는다(성령으로 예수를 잉태했다는 마
"『조드 - 가난한 성자들』 1권" 내용보기
옛날도 아주 옛날, 고운 백조가 목욕을 하고 사냥꾼이 깃 하나를 감추어 아내로 맞았다는 선녀와 나뭇꾼 패러디물이 토템 신화로 구전되어 오는데 이것이 늑대족의 내력이다. 마음씨 착하고 맵시 고운 알랑고아는 코리 족이 사는 무지개의 땅에서 천지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가장 잘생긴 처녀였는데, 달빛과 동침하여 푸른 하늘이 내려준 아들을 낳는다(성령으로 예수를 잉태했다는 마리아의 얘기를 차용한 듯하다). 막내 보돈차르 몽학 또한 얼마나 예쁜지, 홀로 된 여자들을 죄다 아내로 맞아 '몽골부'를 만들었으며(바람둥이를 영웅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지나친 합리화 같다), 황금가문이라 부르게 된 보르지긴 씨족의 제1대조이다. 『조드 - 가난한 성자들』은, 자연속에 탄생한 알랑고아 신화를 거점으로 광활한 초원 몽골에서 벌어지는 유목민들의 삶속에서 테무진의 성장과정을 들려주고 있다. 가난을 짊어지고 고생만 죽도록 한 테무진이지만,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만큼 테무진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있을까 싶다. 타고난 떡잎 덕분에 그의 곁에는 인재가 모이기 시작한다. 한없이 공손하면서 상대를 압도하는 기개와 침착성이 사람의 마음을 기분좋게 하고 마음을 열게 한 것이 이유다.

 

 

 

몽골부는 두 족장이 만나 부족연합체를 만들고 이웃의 작은 부족들을 흡수하여 '어린 몽골'을 세운다. 몽골의 여러 부족들이 동쪽의 타타르와 여러번 싸워도 번번이 패했으나 유일한 승리를 이끈 장수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테무진의 아버지 예수게이였다. 적장의 이름을 아들에게 주니, 그것이 테무진이다. 하지만 적의 독약에 예수게이 장군은 죽고, 온 가족이 부족에게 버림받았을 때 테무진 곁에는 홀어머니와 일곱 형제들만 남는다. 그마저도 하나는 여동생이고 둘은 이복형제였는데, 동갑내기 이복형제인 벡테르가 욕심이 많아 어머니와 동생들의 것을 빼앗고 심지어 테무진의 어머니까지 탐냈다. 이에 분노한 테무진은 극단의 처방으로 그를 활로 쏘아 죽였고, 벡테르를 죽인 것에 대한 키릴툭의 응징이 이어졌는데 타이치우트 족을 풀어서 테무진을 끝까지 찾아서 없애려고 했으나 실패한다.

 

아흔아홉 마리의 말떼들을 공격하는 늑대들과의 한판승부를 계기로 자무카와 의형제를 맹약하고, 여덟 마리의 말을 도둑 맞은 테무진을 위해 길을 안내한 보오르추는 둘도 없는 벗이 된다. 지상의 질서를 다시 보기 시작하는 테무진은 흰솜꽃을 좋아했던 약혼녀 버르테를 칠 년 만에 찾아가 벼락 장가를 들고, 아무도 맞설 엄두를 내지 못하는 백전노장 케레이트 족의 토오릴칸을 양아버지로 맞는다. 그리하여 물안개가 피는 언덕, 보르기 에르기에는 테무진의 게르가 앉히니 활 잘 쏘는 카사르, 씨름 잘하는 벨구테이, 말 전문가 보오르추, 쇠붙이 전문가 젤메로 인적 네트워크가 구축됐다. 하지만 메르키드 부족이 테무진 일행을 향해 보복 전쟁을 일으키고 피난을 서두르던 그들은 버르테를 놓치고 만다. 테무진은 아내를 되찾기 위해, 자무카와 토오릴칸과 함께 삼자동맹을 하고, 야간전투와 속도전으로 테무진의 군대는 최초의 싸움에서 첫 승리를 얻고 아내도 되찾는다. 그러나 테무진은 자신의 뜻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전리품도 챙기지 않고 전쟁으로 인해 버려진 아이들만을 데리고 나온다. 

 

괴팍한 날씨 때문에 초지가 피폐해져서 가축들이 지쳐 죽는 걸 조드라 한다. 조드는 근본적으로 고원에 물이 없어서 생기는 것인데, 피해의 양상은 크게 네 가지로 드러난다. 하나,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가축이 초지를 찾을 수 없게 되는 것, 이게 하얀 조드이다. 둘, 여름이나 가을부터 초지가 말라서 겨울 뿌리까지 고갈되는 재난, 이것을 검은 조드라 한다. 셋, 극심한 눈보라가 몇 날 며칠이고 계속되거나 콧구멍을 막는 흙바람 때문에 가축이 한 발짝도 나다닐 수 없게 되는 재앙이 눈보다 조드이다. 넷, 일찍 내린 눈이 따뜻해지는 바람에 철철 녹아서 흐르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강추위에 아주 두꺼운 얼음이 되는 것, 그래서 눈에 번히 보이는 풀부리에 입도 대지 못한 채 굶어 죽는 것이 거울 조드이다. -P116
  
『조드 - 가난한 성자들』을 통해, 몽골의 역사와 유목민의 삶에 대해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미신이나 관습에 얽매어 있는 몽골인들의 삶을 볼 수 있다. 옹기라트 사람들은 새의 그림자가 천창으로 거꾸러지는 것을 귀한 손님이 올 징조라고 하여 길조라고 했다. 유목민의 세계에서 딸은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지만 거기에서 늙을 권한이 없다. 유목민은 남녀 모두 헐렁한 전통 두루마기를 입는데 기혼 여성은 자신을 지켜줄 남자가 있다는 뜻에서 허리띠를 매지 않는 풍습이 있다. 형이 죽으면 동생이 아내를 맡고 동생이 없으면 배 다른 자식이 그 역을 맡는다는 초원의 관습 등이다. 또한, 인디언식 이름처럼 불려지는 이름들이 정겹다. 황금처럼 번쩍거리는 털빛에 두 귀가 늑대의 그것처럼 꼿꼿이 서 있는 '황금색 늑대귀 말', 잿빛 말을 뜻하는 '회색의 새' 등은,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 [늑대와 춤을]에서 알게 된 인디언식의 이름처럼 느껴진다. 몽골 부족의 흰 뼈(귀족)와 대비되는 검은 뼈 등이 그렇다. 신비로운 분위기로 시를 읊듯 유목민들의 삶을 노래하고 있는 소설의 전체적인 줄기는 장엄한 서사시를 떠올리게 한다. '달의 아들'이라는 늑대는 자무카의 말 떼를 기습한 왕 늑대인데, 테무진이 쏜 화살에 한쪽 눈뼈가 뭉개진 두발 달린 늑대 이야기가 네발 달린 사람들 속에서 버젓이 의인화되어 쓰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한하게도 거부감없이 술술 읽혀진다. 그리고 테무진의 어머니 후엘룬은 정말 존경스러운 여인이다. 빈털터리이면서도 왕비 같은 품격을 지닌 지혜로운 여성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똑같은 처지에 놓였던 적이 있었으나 적의 아이를 밴 며느리를 정조관념에서 자유롭게 하고 품어주고 아들까지 설득하는 시어머니라니! 현대여성도 해내기 힘든 생각 아닌가! 

 

 

 
그리고, 테무진의 아버지 예수게이를 향해 쓴소리 한마디 하고 싶다. 그가 잘한 것은, 타타르족과 싸워서 이겼다는 점, 테무진을 후일 양자로 들인 토오릴칸을 절체절명의 순간 구출해주었다는 점 두가지가 전부다. 물론 아주 큰 두가지의 일을 해냈다. 하지만, 양을 치는 소녀를 통해 낳은 예수게이의 아들은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장남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소녀는 결혼식도 없이 함께 살아가게 되었다. 소녀와 두 아들의 인생은, 통째로 슬픔과 고통을 주는 일이었다. 이 얼마나 무책임한 짓인가? 그 와중에 후엘룬을 납치해 결혼식을 올리고 낳은 아들이 테무진이었고, 장남을 테무진이라 공표한 것이다. 결국, 그의 교만이 부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적이 권하는 독주를 자청해서 마시다가 죽음으로까지 몰고간 것은 아닐까! 또한, 보복 전쟁을 유언으로 남겼다는 점이다. 이 시대 몽골인들은 전쟁만이 살 길이었을까? 적어도 부모라면, '넌 전쟁없는 곳에서 평화롭게 살다가 가거라.' 이렇게 말하기는 힘든 세상이었을까? 상처뿐인 황금가문의 흰 뼈로 태어난 테무진의 마음 고생이 얼마나 컸을까? 그리하여 그의 아버지 예수게이는 메르키드 족의 아내를 약탈하여 복수의 빌미까지 남겨주니, 1권 마지막 장면은 메르키드 족의 침략을 받아 아내를 뺐기고 다시 되찾아오는 과정까지를 보여준다. 2권에서는 테무진이 칭기스칸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리라 생각된다.


d******7 2012.04.14. 신고 공감 3 댓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