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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은 우리가 자연의 일부임을 알려준다는..
"초원은 우리가 자연의 일부임을 알려준다는.." 내용보기
우리는 몽골하면 넓은 초원만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언제까지나 목가적인 환경만이 펼쳐져 있을것이라 지레 짐작하곤, 부러워하기도 한다. 또한 몽고하면 떠오르는 것은 칭기스칸으로 대변되는 대제국의 역사이기도 하다. 8백년전 아시아에서 유럽에 걸쳐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통치하였던 제국, 유럽 근대의 불씨를 심어준 바로 그 제국에 대해서, 그렇지만 지금은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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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몽골하면 넓은 초원만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언제까지나 목가적인 환경만이 펼쳐져 있을것이라 지레 짐작하곤, 부러워하기도 한다. 또한 몽고하면 떠오르는 것은 칭기스칸으로 대변되는 대제국의 역사이기도 하다. 8백년전 아시아에서 유럽에 걸쳐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통치하였던 제국, 유럽 근대의 불씨를 심어준 바로 그 제국에 대해서, 그렇지만 지금은 기억속으로 사라진 제국을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어떻게 그들이 그런 제국을 건설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아는것이 별로 없다. 그들은 어쩌면 광활한 초원에서 자랐기에, 조드를 피해 유랑하는 유목민이었기에, 그런땅을 통치할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들 제국의 서사를 읽으면서 얼핏 고구려가 생각나는 것은 우리에게도 그런 역사가 있었다는 것이 자랑스러워서인지, 아님 아쉬워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들의 삶을 지배했던 초원이 얼마나 넓은지는 상상이 되지 않지만, 작가가 쓴 그 깊음, 그리고 넓음에서 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읽는다. 하늘에서 떨어진 조그만 연못 하나가 자라서 아주 커다란 호수가 되었다. 얼마나 큰지, 둘레를 돌아보겠다는 사람은 있었지만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웅덩이의 길이보다 인간의 수명이 짧았기 때문이다. 웅덩이를 빠져 나가는 길은 한줄기 밖에 없으니, 대부분의 물방울은 하늘로 올라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호수에는 맑은 물이 항상 넘쳐나도 훔쳐가거나 더럽히는 사람이 없었다. 호수를 어지럽히기에는 인간의 세상이 너무 작았다.’ 팩션을 읽으면서 느끼는 또 하나의 맛은, 작가의 상상력 속에서 나도 역사 속으로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신화를, 전설을 내가 직접 듣고, 본 것 마냥..

 

[조드]는 테무진이 초원을 누비며 몽골의 칭기스칸이 되기까지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그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아버지의 백성들을 잃고, 그들로부터 끊임없이 쫓기면서도 보르칸산의 전설을 잃지 않았던 사내였다. 자신의 모든 것을 놔버리고 푸른 하늘의 뜻을 쫓고자 하는 테무진은, 말 그대로 태초에 있던 것, 가장 큰 것, 근원이 되는 것, 푸른 하늘의 육체인 것, 대지가 생겨나기 이전의 바다, 바로 칭기스 이었다.

 

메르키드족 왕자의 정혼녀였던 후엘룬을 납치하여 자신의 아내로 삼은 예수게이, 그렇게하여 테무진은 태어났지만, 테무진의 아내 버르테는 복수를 꿈꾸는 메르키드족에게 잡혀 족장의 아내가 된다. 테무진은 자무카와 그리고 아버지 예수게이의 의형제였던 토오릴 칸과 3자동맹을 맺고, 그런 자신의 아내를 되찾는다. 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를 취하고, 아버지가 죽으면 의붓아들이 어머니를 취하여 여자와 자식들의 보호자가 되는것이 그들의 풍습이라 하지만, 유목민들의 생활풍습 속에서 가슴 시려하는 여인들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버르테 역시 메르키드 족장의 아들을 낳고, 테무진은 주치라 이름짓고 받아 들였지만, 그녀의 가슴엔 멍울로 남을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주치는 테무진, 아니 버르테의 아들이기 보다 후엘룬의 손자가 되었다. 8백년전 몽골의 서사를 읽으면서 우리 전통사회에서 나타났던 일들을 발견하고, 인간의 역사란 그것이 농경민인지, 유목민인지를 떠나서 동일함을 느낀다. 그러기에 이 책 [조드]가 아시아의 중세를 그리는 또 하나의 역사서가 되는것 인지도 모른다.

 

서로의 땅을 침범하지 않으며 자연을 나눠 가졌던 그들에게 조드는 바로 재앙 그 자체이었다. 초원에 물이 없어서 가축들이 죽어 나가고, 초지의 뿌리까지 말라버리는 재난은 인간들을 자연에 순응하게 만들지를 못하였다.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상대가 가진 것을 취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들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초원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되어갔고, 뺏고 빼앗기는 약탈과 전쟁이 끊이지를 않는다.

 

늑대 족의 사내와 사슴 족의 처녀가 숨어들었던 산, 외눈박이 형제가 기마족장의 딸 알랑고아를 훔쳐 숨어든 산, 그 산 보르칸산에서 시작된 어린 몽골의 전설은 이제 테무진과 자무카의 앞날을 갈라놓고 있다. 그들은 잿빛의 푸른 늑대 족이 사는 나라를 일군 보돈차르 몽학의 황금가문에 속한 똑 같은 유목민이지만, 적자로 계승되어 흰 뼈라 불리는 테무진과, 족외인으로 가문에 합류하여 검은 뼈라 불리는 자무카 사이에는 형제의 우정이 자리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신분제에 따르는 갈등이 숨어 있음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 같다.

 

자신이 흰뼈라는 황금가문이면서도 귀족의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린 테무진, 그에게 백성은 가족 그 자체였다. 칸의 규율은 귀족과 평민을 구분하지 못했고, 조드의 혹한은 종이나 일반 백성이나 테무진에게도 똑같이 매서웠다. 그러나 더 용감했고, 더 많은 공을 세웠음에도 검은뼈라는 이유하나 만으로 논공행상에서 밀렸던 자무카에게, 귀족은 증오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반 백성과 비교할 때는 그 역시 귀족이었다. 세상에는 세가지 빈 것이 있어. 하나는 꿈이지. 꿈은 붙잡아도 놓아도 빈 것. 또 하나는 신기루인데, 어슴푸레 나타나 사막을 덮지만 모두 빈 것이야. 소리쳐도 외쳐도 메아리 역시 빈 것, 잡을 수 없지.’ 자무카가 옹칸의 아들 셈궁에게 반역을 부추기면서 한말 이지만, 자신에게 한말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이 꿈이고, 신기루이고 메아리라고.. 그것이 테무진 때문이었을까?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던 자무카가 테무진을 넘어설 수 없었던 것은 자명한 일, 그런 자무카의 모습을 보면서 전통시대, 아니 현대에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저자는 인류가 근대를 환멸 하기 시작한지는 오래 되었지만, 유럽중심주의를 극복하지는 못했다고 보고 있다. 그것은 그것에 대체할 그림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찾은 것이 광야의 중세를 그리는 것 이었다고 한다. 가톨릭과 비가톨릭이 각축하는 성곽 대신, 이동문명과 정착문명이 충돌하는 초원의 이야기에서 현재에 부합하는 인간형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저자는 초원에 버려진 한 소년의 파란만장한 생존투쟁을 통하여, 당시 정착민들이 꿈꾸던 유토피아를 엎어버리고, 우리에게 새로운 유토피아를 보여준 것이다. 그것은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임을, 자연에 순응하며 살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다. 1,2권 전()권을 통하여 흐르는 자연에 대한 묘사는 더 이상 아름답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다음 이야기, 테무진이 칸이 되고부터 죽을 때까지, 어떤 이야기들이, 어떻게 그려질지 기다려진다.



k*****1 2012.04.10. 신고 공감 14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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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로서의 표상 -[조드2]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로서의 표상 -[조드2]" 내용보기
헤겔은 영웅이란 일상생활의 인식범위를 넘어서지 못하는 보통사람이나 전체 대중까지도 유린할 수 있는 역사적이고 성스러운 명분을 가진 인물을 영웅이라고 하고 각 시대는 그 조건에 적합한 영웅을 갖는다고 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했듯이 12세기와 13세기의 몽골에는 영웅이 필요한 시대였다. 주기적으로 불어 닥치는 조드에 의해 수많은 생명은 초원위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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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은 영웅이란 일상생활의 인식범위를 넘어서지 못하는 보통사람이나 전체 대중까지도 유린할 수 있는 역사적이고 성스러운 명분을 가진 인물을 영웅이라고 하고 각 시대는 그 조건에 적합한 영웅을 갖는다고 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했듯이 12세기와 13세기의 몽골에는 영웅이 필요한 시대였다. 주기적으로 불어 닥치는 조드에 의해 수많은 생명은 초원위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고 유목민들의 삶은 초토화되었다. 그럼에도 형형히 빛나는 푸른하늘의 영원함은 상대적으로 인간의 탄생, 소멸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푸른 하늘과 인간, 그 간극에 영웅 테무진이 시대를 바꾸려 서 있었다. 수많은 생명이 탄생하고 푸른 하늘 아래 머물다가 떠나가는 것처럼, 그렇게 그의 삶은 강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그 위로 나그네가 지나가듯이 죽음과 소멸이 스쳐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테무진은 신격화된 푸른 하늘에 의한 탄생과 소멸의  과정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은 겸손한 생명은 살릴 것이며 건방진 것들은 거둬갈 것이기에 , 조드로 더 이상 죽음에 무방비하게 있던 유목민들에게 조드를 대비하여 행동지침을 만드는 것이 테무진이 칸이 되어서 처음 한 일이다.

 

 

 

테무진이 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겨우 일곱 명의 사내로 사만 명의 군대를 만들고, 빼앗긴 아내를 찾았으며, 끝까지 전리품을 갖지 않은 이유 때문이었다. 부르 초원의 전투에서 전리품을 가지지 않았던 이유는 아내를 되찾아오기 위한 전투의 신성한 뜻이 훼손 될까 그런 것이었는데 당시 유목민들이 전투에서 전리품을 취하는 행위는 당연한 행위였기에 테무진이 값비싼 전리품들을 모두 자무카에게 양보하는 행위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회자되어 승리의 중심에 있던 자무카보다 테무진에게서 사람들은 보석같이 빛나는 인간성과 같은 신선한 감동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런 인간적인 면모를 바탕으로 하여 테무진을 따르는 유목민들이 많아지자, 그들을 통솔하기 위한 방침이 내려지게 되는데, 아마도 국가가 성립이 되면 법령이 선포가 되듯이 테무진의 행동방침은 무척이나 엄하고 무서운 권력의 모습을 보인다. 유목민의 삶에서 복수란 당연한 것으로 세대에 세습되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복수하는 것을 명예로 느꼈었던 그들의 법에 처음으로 느끼는 공권력이란 것은 사람과 사람에게 복수하는 원한관계가 아니라 복수할 대상조차 없는 무조건 복종하게 하는 권력의 힘이다.

 

 

 

평민과 종의 자식에게 군대를 맡기고 혈연 위주의 통치구조에서 씨족을 해체하여 능력있는 사람을 등용한다는 것은 당시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정치와 엄격한 행동방침은 유목민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함께 무조건적인 신의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짐승과 더불어 살았던 유목민의 삶이었지만, 인간답게 사는 법이 무엇인지 손수 행동으로 보여주며 억압보다는 자유와 유목민들과의 대화를 즐겨했던 칭기스칸의 능력은 어찌보면 혼혈이자 인간의 군집에 불과했던 집단을 하나의 군사공동체로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밑거름이 되어준다. 이것이 바로 칭기스칸의 이름을 영웅의 대열에 오르게 한 것이다.

 

 

 

“우리는 똑같이 희생하고 똑같이 부를 나누어 갖소. 나는 사치를 싫어하고 절제를 존중하오. 나의 소명이 중요했기에 나에게 주어진 의무도 무거웠소. 나와 나의 부하들은 늘 원칙에서 일치를 보며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굳게 결합되어 있소. 내가 사라진 뒤에도 세상에는 위대한 이름이 남게 될 것이오. 세상에는 왕들이 많이 있소. 그들은 내 이야기를 할 거요."

 

 

 

칭기스칸의 삶은 이 시대에게 지도자로서의 표상을 제시해준다. 역사의 흐름이 바뀌고 사회구조의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민중은 영웅을 기다린다. 과거 영웅의 탄생 과정을 지켜보았을 때 많은 지식의 결과물에 의해서 영웅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인정되면서도 상당히 역설적인 사실이다. 칭기스칸의 삶 역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영웅의 삶이 아니라 숱한 생사의 고비와 혈족들의 수많은 배신이라는 과정이 결국 지도자(또는 영웅)의 큰 잣대의 완성을 해 낸 것이리라. 그의 영웅으로서의 면모는 역행이 아닌 순응의 과정, 즉 처단과 반목이 아니라 격려와 아우름으로 민중을 이끈 모습으로 보여진다.

 

 

물질 만능의 시대-실로 따뜻한 마음의 영웅 탄생을 기대하게끔 하는 시대이다. 이러한 시기에 칭기스칸의 모습은 진정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의 모습이 아닐까?



YES마니아 : 골드 k********2 2012.03.16. 신고 공감 12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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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오해가 불러온 비극(悲劇)
"[12-12] 오해가 불러온 비극(悲劇)" 내용보기
자무카, 테무친의 멘토가 되다.   메르키트 부족에게 거둔 대승으로, ‘어린 몽골’의 대표자로 인정받은 자무카는, 유목민의 안전과 생업(生業)을 관리할 힘이 있음을 입증하였다. 하지만 그뿐, 그들을 자발적으로 하나로 묶을 명분이 부족하였다. 이 상태로는 자무카의 무리/진영은 규모가 큰, 전통적인 폭력집단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혈연에 근거한 우월의식을 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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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무카, 테무친의 멘토가 되다.

 

르키트 부족에게 거둔 대승으로, ‘어린 몽골의 대표자로 인정받은 자무카는, 유목민의 안전과 생업(生業)을 관리할 힘이 있음을 입증하였다.

하지만 그뿐, 그들을 자발적으로 하나로 묶을 명분이 부족하였다.

이 상태로는 자무카의 무리/진영은 규모가 큰, 전통적인 폭력집단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혈연에 근거한 우월의식을 가진 흰 뼈들은 여전히 그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았고, 부하들은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런 상황에서 자무카[찰목합(札木合), ? ~ 1206]는 한 집단을 이끄는 지도자로써 인간이 인간을 사냥하는 야만적 행태를 뿌리 뽑을 통치 세력은 어떻게 해야 만들어지는가?

(나의) 진영에 존재하는, 가문이라고 하는, 혈연관계에 기반하고 있는 수많은 폭력 집단이 이기적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1) 에 대해 여러 번 고민을 해왔다.

 

가 선택한 것은 테무친[철목진(鐵木眞), 1162 ~ 1227]과의 동조였다. 테무친은 비록 보르지긴의 장손에서 장손으로 이어지는 종가는 아니지만 그 법통을 함께 가진 키야트 씨족의 장남으로서, 이미 부족연합체의 수령을 지낸 예수게이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2)

이런 테무친이 자신과 함께 행동해준다면, 자무카에게 부족한 명분을 보충해주어, 재산을 뽐내고 권세를 내세우는 것에만 정신이 팔린 흰 뼈들을 제거하고 어린 몽골을 재건, 아니 고원을 통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자무카는 테무친에게 끊임없이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전수했고, 자신의 세력 내의 백성들이 테무친을 따르는 것도 묵인하였다.

 

 

오해, 그리고 갈림길

 

느 날, 자무카는 흰 뼈들이 점점 커져가는 테무친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자신을 견제하려는 것을 발견했다.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흰 뼈들에 대한 증오심을 다시 한번 불태우며, 자무카는 테무친에게

형제! 어디로 갈까?

저 구름처럼 산그늘에서 머무르세, 말치기를 위하여. [귀족 편을 들 것이냐]

또 저 바람처럼 물소리가 들리는 골짜기로 가세, 양치기를 위하여. [평민 편을 들 것이냐]”3)라고 하여, 자신과 공조하여, 부족의 앞날에 장애가 되는 흰 뼈들을 제거할 것을 은유적으로 요청하였다. 하지만 그 요청을 오해한 테무친은 자무카 세력에 새로 편입된 부족의 절반을 이끌고 떠나갔다. 자무카는 그들을 무사히 떠나 보냈을 뿐 아니라, 그들이 돌보던 가축마저 온전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내버려두었다.

 

것이 또 하나의 불씨가 되어 초원을 불태웠다. 자기들의 것을 빼앗겼다고 생각한 자무카의 성질 급한 동생 태차르가 말들을 되찾으러 갔다가 죽임을 당한다. 고작 말 몇 마리 때문에 동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분노한 자무카는 무력을 동반한 징벌을 시도하였고, 이를 미리 감지한 테무친의 반격으로 유명한 십삼익(十三翼)의 전투가 벌어졌다. 사료에 의하면, 테무친이 승리하였는지 패배하였는지가 불분명하지만4), 이로 인해 자무카는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테무친에게 일격을 당한 셈이 되었다. 더불어 한낱 유언비어(流言蜚語)로 인해, 예하 부족의 귀족들을 솥에 삶아 죽여버린 일5)은 민심마저 자무카에게서 떠나게 하였다.

 

 

준비 안된 이상(理想)의 몰락.

 

제 자무카에게 남은 수단은 공포와 힘에 의한 강압 통치였다. 그 결과 자무가는 전통적 형택의 사회정치적 조직을 보존하려는 입장이었고, 징기스칸은 이를 사정없이 부숴버리려는 입장6)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무친과의 결별 이후 자신의 이상을 이해하고 실현시킬 유일한 동료를 상실한 자무카는, 자신의 능력과 이상을 온전히 펼쳐 보이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다.

 

사에 가정이란 무의미한 것이지만, 만약 자무카가 흰 뼈 출신이었다면, 테무친이 누리는 영광은 그의 것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아니,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배하지 않았더라도 역사는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비록 자무카가 용 꼬리로 구질구질하게 살기보다는 뱀 머리로 당당하게 죽었지만, 그가 꿈꾸었던 혈연이 아닌 능력에 의한 사회라는 이상은 테무친을 통해 싹을 피웠다. 훗날 그 이상은 변형되었지만, 그것이 있었기에 테무친, 아니 칭기즈한[성길사한(成吉思汗)]의 몽골제국은, 기존의 모래알 같은 유목국가가 아닌 견고한 정복국가로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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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형수, <조드 가난한 성자들 - >2, (자음과 모음, 2012), pp. 26~27

2) 김형수, 앞의 책, pp. 20~21

3) 김형수, 앞의 책, p. 22

4) 룩 콴텐(Luc Kwanten), <유목민족제국사>, 송기호 옮김, (민음사, 1984), p. 189

5) 몽골 쪽 기록인원조비사(元朝秘史)>에는 그와 같은 내용이 기술되어 있지만, 이슬람 쪽 기록인 라시드 앗 딘의집사(集史)> 에서는 반대로 승리한 테무친 쪽이 적장 70여명을 가마솥에 넣어 죽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드 가난한 성자들 - >에서 뚜껑을 덮어서 죽이는 것은 이승의 넋이 승천(昇天)하는 것을 막는 행위라 하였으니, 어느 쪽이 실행을 하였던 자무카의 행위로 인식되어 민심이 그를 떠나게 만든 것이라고 본다.

6) 하자노프(A.M.Khazanov), <유목사회의 구조>, 김호동 옮김, (지식산업사, 1990), p. 321

YES마니아 : 골드 w******f 2012.03.10. 신고 공감 7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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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리기 보다 하나가 되는 그들 ‘조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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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적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중략)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매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조용
"다스리기 보다 하나가 되는 그들 ‘조드 2’" 내용보기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적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중략)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매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조용필님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첫 부분과 끝부분이다. 테무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의 순리에 거슬리지 않고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고 공동체로 만들려는 그를 주변에서 계속 건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표범이 생각났고 나도 모르게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왠지 그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모습에 테무진이 맞춰지면서 쓸쓸한 느낌도 들고 그럴수록 그가 더 강하게 다가왔다.

 

조드1이 테무진이 푸른 하늘을 따르며 그들의 사람들을 만들며 흰 뼈 검은 뼈를 따지지 않는 공동체를 만들어간 칭기스칸의 준비과정이라면 조드2는 본격적으로 그의 위치가 확고해지고 절대 흔들리지 않는 그의 사람들의 모습, 배신을 거듭하는 삼자동맹을 했던 그들의 모습과 칭기스칸을 견제하는 세력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메르키드 부족에게서 무사히 버르테를 구했지만 테무진이 적장의 아이를 가진 그녀와 거리를 두자 어머니 후엘룬은 버르테의 아이를 진심으로 기뻐하지 않는 아들에게 자신도 적장의 아이인 테무진을 낳았으며 전쟁은 사내들이 벌이고, 원망은 아낙네들에게 하는 것들도 있더라며 테무진을 나무란다. 1편 초반에 나오는 자무카의 무리를 공격한 늑대 우두머리 달의 아들이 눈을 감고 테무진은 달의 모습에서 늑대의 그림자를 보는데 그때 아들이 세상에 나온다. 보오르추 어머니에게 받은 따스한 목소리를 생각하며 아들의 이름을 주치 (나그네)’로 짓는다.

 

효도하라는 의미로 알려진 樹欲靜而風不止(수욕정이풍부지) ‘나무는 조용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멎지 않는다' 조드를 읽으면서 이 말이 많이 생각났다. 테무진은 사람들과 어울려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자연의 순리대로 살고자 하지만 주변에선 그를 그냥 두지 않는다. 참 힘든 운명을 타고났다..

삼자동맹이었던 자무카, 토오릴칸, 테무진과의 반복되는 결별과 재결합 그리고 배신, 자무카 진영 최고 무당 코르치의 합류와 그의 예언, 푸른 하늘의 사자 중 가장 무섭고 난폭한 조드의 피해를 막기 위한 테무진의 노력, 테무진을 옆에서 보호하고 믿고 따르는 보오르추, 젤메, 모칼리 그리고 2세들. 어린 몽골의 우두머리 찾기와 흰 뼈들의 또 다른 야욕, 텝텡그리가 받은 테무진의 새로운 이름 칭기스 (대지가 생기기 이전의 바다)’ 그렇게 칭기스칸의 즉위식이 이루어지고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는다. 늑대를 본보기로 삼아 야성의 지략과 전술, 인내와 용기를 갖춘푸른 군대, 칭기스칸과 토오릴칸의 끝없는 관계, 자무카와 토오릴칸의 아들 셍굼과의 결탁, 반 칭기스칸 연합 전선, 쫓고 쫓기는 그 전쟁들.. 포로들의 수용으로 갈수록 커지는 공동체. 칭기스칸이 옹칸 (토오릴칸), 자무카, 셍굼 그리고 알탄에게 보내는 항복선언처럼 보이는 기억전술이 제일 마음에 남는다. 나이만 타양칸의 개싸움전법과 칭기스칸의 세 단계 공격 (바람에 날리는 다북쑥처럼 소리 없이 굴러가자. 뒤이어, 호수처럼 돌격하여 물살이 채워지듯이 고요하게 차올라라. 마지막으로, 적진을 끌로 파듯이 충격을 주다가 균열점이 포착되는 순간 최후의 타격을 그곳에 집중하라)

 

무엇보다 자연을 사랑하는 테무진의 마음이 많이 남는다. 푸른 하늘을 따르고 개가 아닌 늑대로서의 삶을 살며 사람들을 차별 없이 대하고 배신을 당하지만 그 사람을 믿는 그 마음이 바보처럼 느껴지면서도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이 정이 많은 사람이기에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테무진이 고원을 평정할 때까지의 시간을 그린 ‘조드 - 가난한 성자들’을 읽고, (작가의 말 추신) 연재 글의 아쉬움을 원 없이 풀었으며 그 맥락이 눈에 그려지고 칭기스칸이 참 사람냄새 물씬 나게 다가왔다. 181회로 마무리된 조드가 700여 페이지의 두 권으로 나왔는데 그때 읽던 단편적인 느낌을 이번엔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글이 짧아 이 책의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지만 시간을 두고 읽어볼 작품이다.

작가님 그 추운 몽골서 연재하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고, 책으로 나오기까지 또한 고생 많으셨어요. 아주 많이 감사합니다. (작가님의 선물로 받은 책으로 서평단 책이 아님)

 

불나비가 불을 보면 왜 달려드는줄 알아? 마음이 춥기 때문이야. 모든 생명은 사랑을 빼앗기면 추워.

195페이지

 

 

 

용필님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영상 없음)



s******a 2012.03.31. 신고 공감 5 댓글 10
리뷰 총점 종이책
칭기스칸, 푸른 하늘의 뜻을 펼치다
"칭기스칸, 푸른 하늘의 뜻을 펼치다" 내용보기
가만히 세상을 바라보다 보면 놀라운 것들을 만나게 된다. 저녁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 흰 달이 걸려 있는 11월의 파란 아침 하늘 등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시야의 크기만큼 지구는 많은 놀라운 경험들을 안겨줄 것이다. 나에게 책은 그런 경험을 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내가 읽은 책들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책들이 있었는데 그런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엔트로피, 속죄, 책도둑
"칭기스칸, 푸른 하늘의 뜻을 펼치다" 내용보기

가만히 세상을 바라보다 보면 놀라운 것들을 만나게 된다. 저녁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 흰 달이 걸려 있는 11월의 파란 아침 하늘 등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시야의 크기만큼 지구는 많은 놀라운 경험들을 안겨줄 것이다. 나에게 책은 그런 경험을 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내가 읽은 책들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책들이 있었는데 그런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엔트로피, 속죄, 책도둑,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우연과 필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뇌 생각의 출현 등. 나만의 명예의 전당이라고 할까.ㅎㅎ 그 명예의 전당에 '조드'를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


줄거리 요약 (시작)


자무카의 아킬레스건

테무진은 3자 동맹으로 메르키드로부터 아내 버르테를 되찾아온다. 테무진은 토오릴칸이나 자무카와 다르게 전리품을 챙기지 않는다. 아내를 찾고 전리품을 포기했다는 소식은 초원에서 테무진의 명성을 높여준다. 테무진은 자무카의 쿠리엔에 와서 편안한 나날을 보낸다. 거기서 버르테는 주치를 낳는다. 주치는 버르테가 납치되었을 때 메르키드 장수와 버르테 사이에서 생긴 아이였다. 그래서 버르테, 테무진, 후엘룬은 조심스러웠다. 버르테는 테무진에게 미안한 생각에, 테무진은 버르테에게 서운하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에, 후엘룬은 아들이 며느리에게 서운하게 할까봐. 달의 아들이 최후를 맞는 밤에 주치가 태어난다.

자무카는 나름대로의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이건 자무카가 소속된 자다란족 대대로 내려오는 흰 뼈에 대한 열등감과 불만이었다. 자다란족은 검은 뼈이기 때문에 같은 공을 세워도 흰 뼈보다 대우가 적은 것이 불만이었다. 그래서 자무카는 어린 몽골을 통일하려는 자신의 야망에 흰 뼈인 테무진을 이용하려고 한다. 그런데 어린 몽골의 흰 뼈 귀족들이 명성이 높아진 테무진과 자주 어울리는 모습이 자무카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자무카는 그만의 시적인 문장으로 테무진에게 결정하라고 요구한다.

"형제! 어디로 갈까? 저 구름처럼 산그늘에서 머무르세, 말치기를 위하여. 또 저 바람처럼 물소리가 들리는 골짜기로 가세, 양치기를 위하여." (22쪽)


테무진, 칭기스칸이 되다

테무진에게 결정의 순간이 왔다. 테무진은 독립하기로 한다. 이로서 처음으로 테무진은 자신을 따르는 백성을 갖게 되었다. 비록 초라하지만 그에게 독립된 세력이 생긴 것이다. 자무카는 테무진의 독립이 어린 몽골의 흰 뼈 귀족들의 이간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흰 뼈 귀족들은 자무카를 두려워하여 테무진 주위에 모여든다. 급기야 알탄은 테무진에게 칸에 오르라고 권한다. 더이상 자무카의 분노와 위협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테무진은 그렇게 해서 어린 몽골의 칸에 오르게 된다. 흰 뼈 귀족들은 테무진을 허수아비 칸에 앉혀놓고 자무카의 위협을 벗어나려는 속셈이었다. 테무진도 이것을 알고 있다. 테무진이 칸에 즉위하고 칙령이 발표되고 천호장제의 푸른 군대가 조직된다. 칭기스칸의 행동은 점점 흰 뼈 귀족들의 예상을 벗어나 버린다. 테무진은 어린 몽골 백성들을 차별없이 대한다. 칭기스칸의 명성은 높아져만 간다. 이후 자무카는 심삼익전쟁을 일으키지만 테무진은 잘 피한다.


타타르, 쥐르긴족, 서나이만과의 전쟁

이후 금나라로부터 타타르를 쳐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금나라의 이이제이 속셈인 줄 뻔히 알지만, 칭기스칸은 토오릴칸과 함께 타타르를 성공적으로 정벌한다. 그런데 그 사이 쥐르긴족이 약탈하여 테무진의 여동생이 죽었고 케레이트에 반란이 일어나 토오릴칸은 갈 곳이 없어진다. 테무진은 맹약대로 쥐르긴족을 정벌하고 세체를 처형한다. 토오릴칸은 고비사막을 떠도는 신세가 된다.

칭기스칸은 점점 세력이 커진다. 푸른 군대도 점점 조직적이고 훈련이 잘 된다. 그래서 늑대처럼 움직인다. 사냥을 통해 전쟁연습을 한다. 보오르추와 젤메가 푸른 군대의 중요한 우두머리이다. 푸른 군대는 우두머리 한 두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게 아니라 조직적이고 전략을 중시하는 영리한 군대로 성장한다. 마치 늑대들처럼. 칭기스칸은 사막에서 토오릴칸을 구출한다. 토오릴칸의 요청에 의해 칭기스칸은 나이만 정벌 계획에 동참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토오릴칸과 자무카는 칭기스칸 부대를 사지에 몰아넣고 탈출하는 비열한 짓을 한다. 칭기스칸은 다행히 큰 피해없이 빠져나온다. 대신에 느긋하게 퇴각하던 토오릴칸은 나이만에 의해 꼬리가 잡힌다. 


반칭기스칸 연합과의 전쟁

자무카는 칭기스칸 세력이 커가는 게 두렵다. 그래서 자무카는 타타르, 타이치우트(키릴툭), 나이만, 메르키드 등의 반칭기스칸 연합군을 조직하여 칭기스칸과 전투를 벌인다. 이 연합군은 군사는 많을지 몰라도 사기도 높지 않고 통제력도 약했다. 결국 연합군은 패하여 도망간다. 옹칸(토오릴칸)은 자무카를 쫗고 테무진은 키릴툭을 쫗는다. 테무진은 여기에서 화살을 맞고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자신의 애마인 황금색 늑대귀 말도 화살에 맞아 죽는다. 나중에 이 두 화살을 쏜 명사수를 처형하지 않고 자신의 부하로 삼는다. 옹칸은 아들 셈궁의 주장에 따라 자무카와 함께 칭기스칸을 친다. 이 공격으로 푸른 군대는 초원에 흩어지며 고생한다. 칭기스칸은 보이르 호수 근처까지 쫓겨왔지만 자신을 맞이해줄 옹구르트 족은 안 보인다. 일단 '기억 전술'을 써서 적의 공격을 멈추었다. 칭기스칸은 고생하며 초원을 헤매다가 친카이라는 든든한 상인을과 친해진다. 또 한 번 시련속에서 친구를 얻은 것이다. 시간이 흘러 푸른 군대는 다시 수습되었다. 항복하는 척 하고 푸른군대는 옹칸의 군대를 물치쳤다. 옹칸은 나이만 국경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나이만과의 마지막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초원은 통일된다.


줄거리 요약 (끝)


선택의 순간들

테무진은 선택의 순간들이 있었다. 어찌보면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순간일 수 있었다. 다음은 중요한 선택의 순간들이다.


1) 자무카로부터 독립할 때: 독립한다. -> 세력의 기틀 마련

2) 칸에 오르라는 제안을 받았을때: 칸에 오른다 -> 몽골국의 명목적인 지도자가 됨.

3) 타타르를 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타타르를 친다 -> 금나라에게 인정받음. 물자, 인력 확보

4) 푸른 호수의 맹약을 어긴 세체를 잡았을 때: 처형한다. -> 몽골 흰뼈 귀족체체 붕괴

5) 나이만 정벌때 배신한 옹칸을 구출했을 때: 살려준다. -> 케레이트를 접수할 수 있는 명목이 생김.

6) 자신이 죽을 뻔했던 화살을 쏜 명사수를 잡았을 때. -> 적이라도 항복하면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

7) 타타르와 메르키드(홀릉)에서 칭기스칸의 신부로 여자를 보냈을 때: 결혼한다 -> 피흘리지 않고 초원을 통일하는 방법


칭기스칸은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있을 때 가족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쿠릴타이를 소집하여 측근들의 말을 귀담아 듣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좋은 해결책을 찾아낸다. 칭기스칸은 어린 쿠쿠추에게도 우두머리 산양에게도 배운다. 이런 칭기스칸의 모습 때문에 칭기스칸의 영지는 활기가 넘친다. 어리더라도 여자라도 좋은 생각이 있으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 신분, 나이, 성별의 차별없이 각자 재능을 뽐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이란 존중해주는 만큼 충성하게 된다. 칭기스칸의 측근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칭기스칸에게 충성할 방법을 스스로 고민하고 실천한다. 그들은 칭기스칸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지 알기 때문이다. 칭기스칸은 자신의 아들 주치를 들어올리면서 이번 조드에서 아이를 죽인 부모는 시험을 거칠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조드에서 주치가 죽으면 자신도 처형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칸 즉위식에서 자신은 특권을 누리려고 칸에 오른 사람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런 지도자을 어떻게 따르지 않을 수 있을까? 기존에 특권을 누리던 사람들은 따르지 않고 맞설 것이다. 하지만 일반 백성들은 칭기스칸을 환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개별약탈금지를 어긴 칭기스칸의 작은아버지를 측근들의 만류로 고민끝에 처형하지 않은 것이다. 칭기스칸도 인간이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자무카 역시 선택의 순간들이 있었다.


1) 테무진이 흰 뼈들과 어울릴 때: 모호한 말로 테무진에게 결정하라고 한다. -> 테무진의 독립.

2) 테무진이 칭기스칸이 된 후에, 칭기스칸의 칙령을 어긴 자신의 동생이 죽었을 때: 칭기스칸과 전쟁을 벌인다(십삼익 전쟁). -> 칭기스칸과 최초의 전쟁, 칭기스칸의 반대편에 서게 된 시작이 됨. 이 전쟁이 중요한 것은 이 전쟁 이후로 자무카는 노골적으로 반칭기스칸 연합을 결성한다는 것임.

3) 나이만 정벌때: 토오릴칸을 꼬셔서 칭기스칸 군대를 고립시킴 ->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됨. 자무카도 자신의 행동이 비열한 짓임을 알 것임. 이 배신으로 칭기스칸이 사라질 줄 알았음. 하지만 칭기스칸은 살아남았음. 나중에 칭기스칸을 만나게 될 때 자무카 스스로 용서가 되지 않아 죽음의 길을 택한 것 같음.


자무카는 대략 세 번의 중요한 선택의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십삼익 전쟁 이후로 자무카는 스스로 허물어져 간다. 테무진과 흰 뼈들이 어울리는 것에 대하여 심기가 불편했을 때 왜 테무진과 진지하게 얘기하지 않았을까? 자무카는 단지 테무진에게 떠날지 남을지 결정하라고 통보했다. 이것이 중요한 시작이었다. 자무카는 뛰어난 장수이자 지도자이다. 하지만 모든 결정은 자신이 내린다. 자무카가 쿠릴타이를 소집해도 부하장수들의 의견을 듣는다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는 정도이다. 만약 위의 선택의 순간에 조언해줄 충신이 있었고 그 충신의 말에 귀 기울였다면 자무카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다.


푸른 군대

칭기스칸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정보전에서 앞섰기 때문이었다. 모칼리와 울란체첵의 공이 컸다. 칭기스칸의 군대는 먼저 상대가 처들어 올 것을 알고 대비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푸른 군대는 상당히 조직적이라는 것이다. 칭기스칸은 '개별 약탈 금지' 조항을 어기면 사형에 처한다고 공포했다. 푸른 군대는 더이상 초원의 시시한 군대가 아닌 것이다. 십호장, 백호장, 천호장으로 이루어진 체계적인군대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평민이나 종이라도 능력이 뛰어나면 천호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에서 군대의 사기는 높을 수 밖에 없고 같은 수라도 전투력이 뛰어날 수 밖에 없다. 남자란 자기 잘난 것을 뽑내고 싶은 법이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푸른 하늘의 뜻을 펼치는 칭기스칸의 군대에 속해 있다는 것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거기다가 어린 벨구테이와 주치가 뛰어난 기량을 보인다.


원한의 순환 고리 끊기, 법치주의

테무진은 칭기스칸이 된 이후로 많은 전쟁을 치른다. 그러면서 칭기스칸은 고민에 휩싸인다. 적군이라고 해서 모두 죽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적장만 죽이고 항복하는 적군은 모두 받아들이려고 한다. 토오릴칸, 자무카, 메르키드 등은 살려두면 계속 세력을 만들어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 모칼리가 적절한 조언을 하지만 칭기스칸의 고민은 깊어진다. 타타르와 메르키드에서 신부를 보내오자 칭기스칸은 수락한다. 한 때 원수지간이었던 세력과 결혼한 것이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하지만 칭기스칸은 결혼으로서 많은 사람이 피를 흘리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터득한다. 유목민들은 신의를 중요시 하지만 친구를 배신하기도 하고, 원한에 사무치고, 복수를 중요시한다고 한다고 한다. 그래서 유목민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약탈하고 죽이기를 반복해서 통일된 강한 세력이 힘들었던 것 같다. 칭기스칸은 이 원한으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원수의 딸들과 결혼함으로서 먼저 그것을 실천했다. 그리고 투항하면 살려준다. 칭기스칸은 초원에서 푸른하늘의 뜻을 가로막는 계급, 성별, 부족 사이의 벽들을 차례차례 허물어 버린다. 그렇게 초원의 기득권 세력들은 칭기스칸에 의해 차례차례 무너진다. 칭기스칸은 칙령, 즉 법을 만든다. 그리고 칭기스칸 자신조차도 그 법을 엄격히 적용한다. 모든 사람이 법앞에 평등하다는 법치주의를 확립한 것이다. 칭기스칸은 '개별 약탈 금지' 조항을 어긴 작은아버지조차 처형하려고 했다. 이런 칭기스칸의 모습은 다양한 부족과 씨족들을 모아 만든 푸른 군대를 하나로 융합하게 만들었고 전투력을 높인 핵심적인 요인이 된다. 칭기스칸의 어머니인 후엘룬은 전쟁 고아들을 손수 기르는 모범을 보이신다. 칭기스칸은 칸이 되었음에도 보오르추와 친구 사이를 중요시하고 젤메 등의 측근들의 말을 듣는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 아, 이런 지도자를 만난 백성들은 얼마나 좋을까! 마치 보오르추같은 말치기를 만난 말들처럼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자무카

조드 1권에서 자무카와 테무진이 의형제를 맺는 장면이 있다. 테무진의 도움으로 늑대의 공격을 물리치고 손금을 보여주며 의형제를 맺을 때에도 자무카는 자신의 비밀 영지를 테무진에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리고 자무카는 흰 뼈의 이간질에 분노했지만 결국 테무진과 반대편에 서고 만다. 처음부터 그러려는 마음은 없었겠지만 점점 가속도가 붙은 것 같다. 그리고 결국 자무카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이것은 바로 자무카 자신이 초래한 결과이다. 스스로의 우물에 갖혀서 우물 밖의 더 넓은 하늘을 못 본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일찍 푸른 하늘로 가고 말았다. 자무카는 고민과 갈등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쪄랴! 자무카의 야망은 크고 스스로 변하지 않는 한 바뀔 수 없는 사람이다. 자무카가 흰 뼈로 태어났었다면 달랐을까? 자무카가 칭기스칸에게 협력했었다면 멋진 풍경이 벌어졌고 초원은 더 빨리 통일되었을텐데. 어찌보면 자무카는 흰 뼈 기득권층의 차별의 희생자라고 볼 수도 있다. 사람을 비교하는 건 조심스럽지만, 테무진과 자무카의 차이는 그릇의 차이이라고 생각한다. 테무진의 그릇은 푸른 하늘 만큼 넓으므로 그만큼을 많이 품을 수 있는 반면, 자무카의 그릇은 흰 뼈와 검은 뼈의 차별을 벗어날 수 없으니 그만큼에 머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차이는 테무진은 차별없이 유능한 친구들을 곁에 두려고 했지만, 자무카는 지배하려고만 했고 처여 이외에는 측근이 없었다. 테무진은 겸손했고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보고 반성했지만 자무카는 겸손과 거리가 멀었고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을 알았지만 반성하지 않았다. 테무진은 예수게이의 아들이기 때문에 물려받은 시련이라는 운명을 극복하고 오히려 이 운명을 푸른 하늘의 뜻을 펼치는데 사용했다. 하지만 자무카는 검은 뼈라는 운명을 극복하지 못했다. 자무카에게 그 이유는 이 책에서 언급한 그 안의 '영혼의 흔들림' 또는 '맺힘'을 치유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테무진과 자무카 둘 사이에는 의형제로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중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자무카가 알타이전쟁에서 나이만의 군사고문을 맡았을 때 테무진을 위해 적절한 조언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테무진이 나이만을 쉽게 이길 수 있었다. 자무카가 안타깝다.


유목민은 정착민과 '다를'뿐

 나는 <조드>를 통해 유목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고 유목민만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었다. 그것이 기쁘다. 그렇게 하나하나 감춰졌던 퍼즐조각들이 드러나고 맞춰질 때마다 행복하다. 더이상 유목민을 야만인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유목민과 정착민,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없다. 단지 유목민은 정착민과 '다른' 것이다. 유목민은 정착민보다 더 자유로운 시각을 가지고 산다는 걸 알았다. 이 책은 정착민은 성을 쌓고 살고 가진 것을 안 주려고 하는 나쁜 사람들로 묘사했다. 이것은 유목민쪽의 시선일 수 있다. 정착민쪽에서 유목민을 나쁘게 바라볼 수 있다. 자자, 이제 누가 더 나을까? 를 고민하는 것보다 칭기스칸의 생각처럼 인간이 인간을 괴롭히지 않고 정착민이든 유목민이든 서로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고민해보자. 


내 안의 성과 벽 무너트리기

이제 한반도의 남한이라는 섬에 갖혀있지 말고 대륙의 중원과 고원으로 시야의 범위를 넓혀야겠다. 유목민은 모든 게 흐른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물은 고이면 썩는 법이다. 생각, 말, 행동도 어떤 제약이나 벽에 갖히면 썩기 마련이다. 우리의 생각은 남한이라는 섬에 갖혀 썩고 있는 게 아닐까? 자무카는 자신만의 생각의 성을 쌓았기 때문에 불행하게 된 것 같다. 나 역시 스스로 쌓은 생각의 성에 갖혀서 불행해지는 건 아닐까 고민해봐야겠다. 분명 내가 쌓은 생각의 성과 벽이 있을 것이다. 그 생각의 성과 벽으로 인해 내 생각은 고립되고 썩을 것이다. 나 스스로 초래한 일이다. 자무카는 어린 몽골을 재건하려는 원대한 포부가 있는 대장부였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만든 생각의 성을 무너트리지 못해서 고뇌하다가 불행해졌다. 개혁세력들이 실패하는 이유중에 하나가 바로 이런 점이다. 자기 내부의 성과 벽을 보지 못하거나 대수롭게 여기지 않으면 결국 그것때문에 개혁은 실패로 돌아간다. 외부에 있는 차별의 성과 벽은 눈에 잘 보이지만 내부에 있는 성과 벽은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칭기스칸은 초원에 있는 기득권층이 쌓아놓은 차별의 성과 벽을 차례차례 무너뜨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자신의 의형제인 자무카 내부의 벽을 무너트리는데는 실패했다. 내부의 벽을 무너트리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나 스스로 내부의 성과 벽을 무너트린 후에 외부의 성과 벽을 무너트리려고 해야 한다. 그게 올바른 순서이다. 성별, 나이, 돈, 지역, 출신학교 등에 따라 부당하게 차별하려는 생각이 내 안에 분명 있을 것이다. 그것들을 한 번에 싹 없애버리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변할 거야', '내 안의 차별의 성과 벽을 무너트릴거야'라는 생각을 꾸준히 하겠다. 그리고 노력하겠다. 그러다 보면 어느 사이에 조금씩 무너져 있을 것이다. 초원을 통일한 칭기스칸은 이미 자신의 내부에 있는 차별의 성과 벽을 무너트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스스로 정한 칙령을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었고 평민과 종과 어린이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을 것이다. 위대한 지도자의 탄생은 많은 것을 바꿔놓는다. 기득권층에서 칭기스칸 같은 지도자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보오르추의 생각대로 인간이 가진 권력이 아무리 하찮더라도 그것을 쥔 자가 그냥 내려놓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칭기스칸 같은 지도자가 나오기를 희망한다. 나는 내 안에 있는 차별의 성과 벽을 무너트릴 것이다. 그래서 강물이 샘솟을 때 바다로 갈 것을 계획하지 않듯이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 초원의 유목민처럼. 그렇게 나는 훨훨 자유롭게 날고 싶다. 나의 생각, 나의 말과 행동, 나의 시야는 이제 지구라면 어디든지 가려고 할 것이다. 푸른 하늘 아래라면 어디나. 더 넓게 더 길게. 그리고 테무진이 한 것같이 늑대처럼 조심성있고 신중하게 실행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받아들이고 자유로울 수 있느냐라고 생각한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내가 자유로울 수 있는 만큼 나는 세상을 경험할 것이다.


칭기스칸이 성공한 이유

칭기스칸이 성공한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욕심을 부려 초원을 파괴하거나 다른 생명을 괴롭히지 말라는, 즉 생명은 모두 소중하다는 푸른 하늘의 뜻을 전파한 것이다. 테무진은 인간이 인간을 괴롭히는 것은 푸른 하늘의 뜻이 아니라고 봤다. 그리고 초원을 파괴하고 생명을 죽이는 행위 역시 푸른 하늘의 뜻이 아니라고 봤다. 이런 테무진의 생각은 백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을 것이다. 그 밑바닥에는 살아 있는 것들의 삶과 생명을 존중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초지를 파괴하는 욕심쟁이 초식동물들을 늑대가 응징하듯이, 초원을 파괴하는 욕심쟁이 인간들을 칭기스칸이 응징했다. 이것이 푸른 하늘의 뜻이다. 또 다른 하나는 푸른 하늘의 뜻을 전파하는데 늑대처럼 행동한 것이다. 칭기스칸은 푸른 하늘의 뜻을 펼치는데 늑대병법을 훈련한 푸른 군대를 사용했다. 늑대처럼 조심스러웠고 늑대처럼 조직적으로 초원의 기득권층을 하나하나 무너트리는데 성공했다. 초원에서 늑대를 이길 수 있는 맹수는 거의 없다. 칭기스칸의 늑대병법은 초원을 통일하는데 필수적이었다. 요약하면, 칭기스칸은 초원에 푸른 하늘의 뜻을 전파하는데 늑대병법을 사용한 것이다. 늑대는 초원에서 초지을 파괴하는 초식동물들에게 심판자의 역할을 한다. 초원에서 늑대가 심판하지 못하는 존재는 인간이다. 칭기스칸은 초원의 법도를 파괴하는 인간들을 심판하는 늑대의 역할을 한 것이다. <조드>에서 칭기스칸을 이해하는데 '푸른 하늘의 뜻'과 '늑대병법'은 핵심이다.


고대 유목민족의 역사를 알고 싶다

몽골 이전, 유목민족의 더 오래전 역사를 알고 싶다. 흉노, 선비에 대하여. 고대 유목민족의 역사를 알면 그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어쩌면 한민족과의 연관성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흉노와 선비는 부여, 고구려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어쩌면 고대 유목민족은 고조선, 주신족과 관련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감춰진 조각퍼즐을 찾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다.^^


그 밖에

칭기스칸이 초원을 통일했다. 그런데 뭐든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없다. 무엇이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법이다. 앞으로 통일된 초원의 유목민들이 계속 행복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칭기스칸이 전파한 푸른 하늘의 뜻은 언젠가는 퇴색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약육강식의 초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김형수 작가님은 '책을 내면서'에서 조드 2 이후의 가능성을 열어두셨다. 조드 3 그리고 조드 4가 기다려진다.

쪽에서 세로의 중간에 쪽수가 있어서 보기 편했다.


1권도 그렇지만 특히 2권은 아름다운 문장들로 가득하다. 별들이 빼곡히 반짝이는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처럼 설레인다. 책을 펼치면 아름다운 문장들이 반짝이고 있다. 초원의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도 그러할까? 그 반짝이는 문장들을 하나씩 소리내어 불러본다.


"늑대와 개를 함께 길러보면 알아. 먹을 것을 줘도 개는 바로 먹지만 늑대는 사람이 없어야 먹는다. 누가 옛다 하고 동장하는 것은 안받아먹는 게 늑대 새끼지." (9쪽)


"기쁨이 왜 배꼽에서 나오지 않고 허파에서 나와? (9쪽)


푸른 하늘이 늑대에게 그런 시련을 주지 않았다면 늑대도 여우처럼 잔꾀로 사는 종자가 됐을지 모른다. (11쪽)


"테무진이 지었어? 좋구나. 흰솜꽃을 따라간 염소가 무리에서 멀어져 혼자가 되는 것처럼 우리는 외로운 나그네로 사는 거야. 인생은 장작불 같은 생명이 나그네처럼 지나가며 타버리는 거라고." (14쪽)


특히 등잔불처럼 흔들리던 눈빛이 태양처럼 타오르다가 달빛처럼 고용해지는 모습을 보면 자신이 했던 말에서 자기 스스로도 전혀 새로운 뜻을 얻고는 했다. (15쪽)


부모는 자식을 낳아도 몸을 낳을 뿐 마음을 낳지 못해. 마음은 기르는 자의 것이야. 너의 자식을 갖고 싶으면 너의 마음을 심어라. 훌륭한 마음을 심으면 훌륭한 자식이 나와." (16쪽)


눈병이 나면 욕하는 것은 흉노 때부터 내려오는 풍습이었다. (17쪽)


이이, 힝힝힝-. 이이, 힝힝힝-. 세상의 어떤 소리가 어린 망아지가 목을 놓는 소리만큼 듣기 좋을까. (24쪽)

-> 그 망아지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유목민은 조상의 복수를 갚는 것을 세대와 세대를 잇는 의무로 삼았다. 예수게이는 어린 몽골의 장수로서 코톨라칸이 금나라와 타타르에게 당한 원한을 갚자고 전쟁에 나갔고, 그 후유층으로 독살 보복까지 당했다. (38쪽)


"에헴, 지난번에 새끼를 잡은 사람, 또 젖먹이 어미를 잡은 사람, 강에다 오즘 싼 사람, 재에다 물 뿌린 사람, 모두 신령님이 노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요?" (41쪽)


"우두머리는 푸른 하늘의 것이라 우리가 잡으면 안 돼." (42쪽)


"양 기름에 꼽아둔 흰솜꽃이 타고 있었다. (42쪽)


테무진은 주치를 쳐들어 엉덩이의 푸른 반점을 내보였다. 일제히 숨을 죽인다.

"이것이 푸른 하늘의 손자국이다. 그대들이 낳았어도 그대들만의 자식이 아니라는 징표이다. (49쪽)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생명들이 있다. 어떤 것은 알에서 나오고, 어떤 것은 자궁에서 태어나며, 어떤 것은 습지에서 탄생한다. 그것이 자라고 변하는 동안 각자 땅에서 머물고, 물에서 머물고, 또, 불 속에서, 바람 속에, 꽃 속에 머문다. 모두 푸른 하늘의 지체들이고, 대지로 사용된 거북이의 연결체이며, 또한 누군가의 자식들이다. (47쪽)


"한곳을 꿰뚫어 보면 나머지가 안 보이는 거야. 중심을 쳐다볼수록 주변이 지워지는 거지." (71쪽)


늑대의 왕이여! 당신을 뭐라 불러야 합니까? (81쪽)


태초에 있던 것, 가장 큰 것, 모든 것의 근원이 되는 것, 푸른 하늘의 육체인 것, 바로 칭기스(대지가 생기기 이전의 바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81쪽)


"적이 쳐들어와도 살 곳이 있어. 우두머리 산양을 보니 나보다 길을 훨씬 잘 알아. 보오르추가 몰았을 때 모두 잡힐 줄 알았어. 한데, 그 상태에서도 도망갈 곳이 있더라고!" (42~43쪽)


초원의 생태계에서 늑대는 먹이를 다투지 않기 위해서 흘어지지만 여전히 연락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했다. 연락망의 범위가 어찌나 큰지, 늑대 한 마리가 내는 소리는 멀리 가지 않지만 그들의 비상 신호가 연결하는 범위는 아주 먼 곳까지 이어졌다. 테무진 세력을 늑대파라고 부르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적확한 표현이었다. (78쪽)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사람들은 싸우고 있었다. 여러 나라, 여러 부족, 여러 씨족, 여러 게르가 온통 싸우고 있었다. 자식은 아버지를, 아우는 형을, 아내는 남편을 거스른다.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끊임없이 죽이고 강탈하고 약탈하는 일이 벌어진다. 모두가 푸른 하늘을 등진 반역자, 도둑놈, 거짓말쟁이, 반란자이니, 이런 게르의 천창에는 햇빛도 비칠 수 없었다. 이런 집에는 밤이 되어도 알랑고아 님이 만나던 달빛도 찾아오지 않는다. (88쪽)


"백성들은 오늘부터 칸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경칭 대신 이름을 불러라. 인간의 위엄은 신분과 직위에서 나오지 않는다. (89쪽)


보오르추는 인간이 가진 권력이 아무리 하찮더라도 그것을 쥔 자가 그냥 내려놓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92쪽)


"카사르! 구르는 바퀴 밑에 머리를 집어넣는 뱀은 어리석은 녀석이야." (96쪽)


칭기스칸에게 무한한 힘을 제공하는 것은 하나의 심장으로 여러 개의 영혼을 작동시키는 그의 입이었다. (97쪽)


'자무카여, 스승 같은 형제여! 길일이 아니고 흉일을 택했구나! 분노에 사로잡혀 스스로 무너지지 말기를. 무리한 공격을 해와도 내가 살아나면 그때는 어떻게 할 텐가? 제발 돌아올 수 있는 만큼만 멀어지기를.' (99쪽)


삼하의 백성들에게 옛 울루스의 기억은 언제나 그리운 향수를 자극했다. 어린 몽골이 들어선 이후 카불칸, 암바가이칸, 코톨라칸 제위 때까지 강력한 울루스의 보호 아래서 목민들은 아일 식 유목을 할 수 있었고 살인, 강도, 외세의 침탈에 대한 염려 없이 가축을 경영할 수 있었다. (113쪽)


전쟁이 끝나고 돌아왔을 때, 푸른빛이 아직 가시지 않은 초지에 아기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누가 그것을 어머니눈물꽃이라 부르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121쪽)

-> 이 꽃은 자신의 두 아들을 찾아달라며 오논 강가를 헤매던 바로 그 오논강 여자 때문에 어머니눈물꽃이라고 불린 것 같다. 오논강 여자는 둘째아들 수베테이를 돌보다 어느 겨울 무서운 조드가 데려가 버렸다.ㅠ


자다란 족의 역사가 그랬다. 허울은 귀족이요, 전쟁 때는 가장 훌륭한 전투력을 자랑하지만, 어린 몽골은 언제나 검은 뼈라 하여 그들을 논공행상에서 소외시켰다. 그 질긴 굴레를 끊는 게 자무카의 꿈이었다. 한데, 자꾸만 엇나가고 있다. (122쪽)


초원에서 목마른 사람을 만나면 모르는 사람이든 싫은 사람이든 물을 제공하는 게 유목민의 법도입니다. 원한은 인간의 것이고 물은 푸른 하늘의 것이 아닙니까? (129쪽)


세상의 만물을 통해 항상 푸른 하늘의 뜻이 전해진다고 믿는 것은 칸이 갖는 최고의 미덕이었다. (131쪽)


"술이요? 아항, 조금 마시면 행복하고, 배부를 때까지 마시면 고생이고, 이유 있게 마시면 멋있어 보이고, 이유 없이 마시면 청승맞아 보이고, 철새들처럼 모여서 마시면 노랫소리가 들리고, 초원처럼 넓게 보고 마시면 대장부 같고, 허니,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내일을 생각해서 몸을 챙겨가면서 적당하게 마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하하하, 어때? 쿠쿠추가 명답을 했어. 유목민은 언제나 술 때문에 일을 그르치지. 그래서 마흔 살쯤 되어서 술맛을 알라고 하는 거야. 이미 배운 사람은 하는 수 없지만,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마시면 좋은 것이고, 일 년에 한 번 마시면 더 좋은 것이고, 아예 안 마시면 최고 좋은 것이니 그런 사람을 똑똑한 사람이라고 불러야지. 그리고 술은 이유 있게 마셔야지. 괜히 일도 없이 얼굴이 빨개져서 비틀거리면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잖아." (134~135쪽)


칭기스칸과 함께 있으면 누구나 마음껏 제 생각을 말할 수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전투력을 만들어내는지 다른 지도자들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135쪽)


"계획? 없어. 한데, 이걸 생각해. 강물은 샘솟을 때 바다로 흘러갈 것을 계획하지 않아. 몽골이 갈 곳은 바다처럼 넓은 저 앞쪽 어디에 있어. 우리가 아는 곳이 아니라 모르는 곳, 눈에 보이는 곳이 아니라 그 너머인 곳 말이야." (137쪽)


"말 앞에 서서 눈동자를 들여다봐. 젊은 말의 눈에는 사람 전체가 비치는데 나이 든 말은 사람의 상이 반만 보여. (142쪽)


나도 그때 둘을 죽여야 몽골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 왜냐하면 계급, 신분, 지위, 이런 거 말고 백성들의 가슴에서 지도력이 나와야 하니까." (142쪽)


초원에 있는 맹수들이 늑대에게 지는 행심적인 이유가 이것이었다. 늑대는 사냥이 끝나는 시간까지 절대 먹이에 손을 대지 않는다. (143쪽)

-> 칭기스칸은 '개별 약탈 금지'를 어기면 처형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모두가 평등하게, 수많은 씨족과 부족이 뒤죽박죽된 혼혈, 잡종의 집단을 단 하나의 군대로 융합하고 있었다. 부족 중심의 집단이 합리적인 군사공동체로 바뀐 것이다. (145쪽)


타타르여! 몸뚱이만 유목민인 반역의 종자들이여! 진짜 유목민은 태어날 때 보았던 초원을 죽을 때도 본다. 거룩한 자연에서 태어나 죽을 때도 거룩한 자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초원에서 누가 놀면서 잉여 재산을 탐내고, 누가 성 안에 머물기 위해 아비의 넋을 파는가. (145~146쪽)

-> 유목민은 초원을 파괴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이 대지를 동물성으로 보는 경우와 식물성으로 아는 것은 전혀 다르다. 땅에 발을 딛어야 자유로운 자와 공중에서 바람을 타고 사는 영혼의 차이랄까? 질주하는 자의 눈에 보이는 세계는 고정된 틀이 존재하지 않는다. 뜀뛰는 말에서는 매 순간 우주가 새롭게 구성된다. 보오르추는 칭기스칸이 푸른 군대라는 말을 사용할 때마다 형체가 없는 허공의 군대, 구름처럼 떠도는 하늘의 군대를 떠올렸다. (147쪽)


말들은 대지를 머리로 기억하지 않는다. 발밑에 밟히는 게 풀인지 모래인지를 발굽으로 기억하고, 땅과 언덕의 경사를 눈으로 기억하며, 모든 바람을 얼굴로, 모든 냄새를 코로, 모든 소리를 귀로 기억한다. (147~148쪽)


"칭기스는 말이야, 어머니도 크리스천, 아내도 크리스천인데 왜 늑대를 섬겨?"

"저는 푸른 하늘을 섬겨요. 푸른 하늘은 초원의 아버지이고 대지는 어머니입니다. 늑대는 그 사자이지요. 초지를 파괴하는 것들을 응징하잖습니까?" (150쪽)

-> 칭기스칸의 어머니라면 후엘룬이고 아내라면 버르테인데. 두 분이 크리스천이라는 얘긴가?


사실, 지도력만 해체되면 말단 병사들은 어느 부대에 속하든 상관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보면 아군의 희생만 아까운 게 아니라 적군의 희생도 아까운 법이다. 이 같은 상상력이야말로 오직 칭기스칸에게만 존재했던 경이로운 태도였다. (157쪽)


"그대들은 작은 목숨이 편하게 살자고 큰 생명을 죽여왔다. 타타르가 배를 불릴 때마다 수많은 유목민이 죽어간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텐가?" (158쪽)


"하하. 그놈들 참 귀엽구만. 푸른 하늘도 만 리 구름으로 막아놓고 자기들의 것이라고 주장하지, 그래. 하하하하." (160쪽)


초원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풀이 생과 사의 틈을 가르는 하늘의 말씀이었다. 초지가 안정되면 가축이 번성한다. 키 작은 풀이 한없이 낮아져서 뜯을 것이 없어지면 모든 게 죽는다. 그래서 절제력이 없는 포식자들, 야생 노루에서 양과 염소에 이르기까지 풀뿌리를 뜯으며 무한 증식을 꾀하는 난폭한 소비자들을 늑대가 걸러내고 있었다. 그래서 이 통제자를 섬기는 늑대 토템이 생겨나게 되었다. (173쪽)


아주 넓게 트여서 바다의 섬 같은 느낌을 준다 하여 쿠두 아랄이라 불리는 이 목초지는 푸른 하늘의 자식 중에서도 도드라지게 건강한 자식에 속했다. (174쪽)


나이만 족은 투르크 계 종족으로서 알타이 산맥을 따라 케레이트, 키르기스, 위구르 부근까지 퍼져 있는데, 타양은 초원 부족(東나이만)을, 보이록은 삼림 부족(西나이만)을 거느리고 있었다. (178쪽)


불나비가 불길만 보면 뛰어들게 되는 것은 열정 때문이 아니다. 세상을 비치는 거대한 햇빛이 사라져버리면 불나비는 몸이 기울어져 바로 설 수 없다. 그래서 작은 빛만 보아도 가까이 다가가서 안정을 구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에는 몸이 타버리고 만다. (180쪽)


인간의 생애도 크게 보면 막무가내의 질주를 감행한다. 무슨 일인가에 미친 사람의 저변에는 그러지 않고는 치유될 수 없는 영혼의 흔들림이 있다. 그 불안한 흔들림이 가져다준 불균형과의 싸움, 만일 그것을 생이라고 부른다면 자무카에게도 그곳에서 오는 어떤 '맺힘'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무카는 자신을 쫓는 공허감의 뿌리를 운명의 몫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한 목숨이 어느 천창을 타고 내려온는가 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 아니다. (181쪽)


유목민이 제물을 바치는 방식은 흔히 가축을 그렇게 하듯이, 제물이 어디든 가고 싶은 대로 가고 머물고 싶은 대로 머물 수 있도록 놔두어서 그 처분을 푸른 하늘의 뜻에 맡기는 것을 뜻한다. (195쪽)


"한데, 난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옹칸과 내가 동맹을 맻어서 초원을 통일하면 자무카든 나든, 누가 상속받아도 상관없어. 세 사람이 싸우지 않으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인간은 왜 그렇게 살 수 없는 걸까? 불나비가 불을 보면 왜 달려드는 줄 알아? 마음이 춥기 때문이야. 모든 생명은 사랑을 빼앗기면 추워." (195쪽)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언제까지건 복수하고 복수당하기를 반복하며 살라는 것이 푸른 하늘의 뜻은 아닐 것이다. 전쟁의 불씨가 사라지려면 누군가는 순환의 꼬리를 잘라야 하는데, 그 일은 누구의 몫인가? (197쪽)


모칼리는 그것을 종마와 거세마로 나누어서 거세마처럼 다른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살리고, 종마처럼 스스로 우두머리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을 가진 자들은 죽여야 한다는 것을 조언하고 있는 것이다. (197쪽)


세상 어디에서나 부족한 것은 귀중해지는 법. 성을 쌓는 놈들은 귀한 것을 나눠 갖지 않으려고 발광하는데, 그것처럼 나쁜 게 어디 있겠어?" (199쪽)


그곳에서는 가끔 살아 있는 별이 추락해 불타기도 하고, 땅에서 엄청난 기가 흘러나와 무서운 바람을 일으키기도 한다. (204쪽)


때는 이른 아침이었다. 자무카는 눈을 뜨자마자 침상을 박차고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서 오줌을 싸고, 아직 이슬이 마르지 않은 땅바닥에 입을 맞춘 다음, 달도 지지 않고 해가 떠버린 신령스런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내가 느껴지지 않아?" (205쪽)

-> 이런 자무카의 모습이 멋있다.


"우리가 왜 늑대 깃발을 드는지 알아? 초원에서 인간의 지위를 누리려면 늑대보다 훌륭해야지." (214쪽)


"아랫배를 차지 말고, 갈기를 쓰다듬어라.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다 줄 거야." (224쪽)


"칸께서 벌을 내려 지금 제 목을 친다면 한 사람의 피가 대지를 적실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제 목에서 피가 흐르지 않는다면 앞으로 칸이 싫어하는 모든 사람의 목에서 피가 흐르게 될 것입니다." (226쪽)


그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특이했다. 언젠가 황금 말 여덟 마리를 도둑맞았을 때 보오르추가 그를 보고 '벗이여, 홀로 외롭겠구나!' 했던 모습이 척도로 사용된다. 누구나 보오르추의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초원이 아무리 넓어도 인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보았다. 거기에 신분이 무엇이고, 검은 뼈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226쪽)


그래서 다들 성급하게 의형제를 맺고 너무나 많은 맹세를 하지만, 아무런 신의도 없이 이해관계에 얽혀서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던 동맹의 끈이 풀어지고 나면 얼마나 사나운 야수로 변하던가. 진실 하나면 족한 것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날마나 폭력을 앞세워 살아야 하는 것이 초원의 비극이다. (226~227쪽)


"장군! 초원이 좋아지면 싫어하고, 유목민이 나빠지면 좋아하는 자들을 처벌하소서!" (232쪽)


돌이켜보면, 왜 그리 방심했던가? 한심하게 왜 겸손을 잃었던가? 아직까지 어떤 방어전도 쿠릴타이 한번 열어보지 않고 맞은 적이 없었다. 준비하지 않은, 예견되지 않은 패배란 없었다. (252쪽)


"내가 앞으로 칭기스에게 나쁜 마음을 품는다면내 몸의 피가 모두 흘러나가도 좋다." (256쪽)

-> 결국 옹칸은 칭기스칸에게 나쁜 마음을 먹어서 죽게 된다.


이 초원이 고원이라고 내게 가르친 사람은 형제였다. 정착민은 저 낮은 땅의 나무 밑에서 살지만 우리는 풀포기밖에 자라지 않는 높은 곳에서 산다. 그러나 드넓은 초원의 어디가 중심이고 어디가 주변인가? 천호장 밑에 있는 백호장, 십호장, 아니 그 밑에 있는 용사들에게 다 물어보아라. 이곳의 어디에 봉우리가 있는지. 높은 곳은 왜 봉우리여야 하는가? 최정상이 평지여서는 안 되는가? 어린애들처럼 언제까지 정상을 차지하게다고 고집할 텐가?" (257쪽)


칭기스칸이 자신과 다른 게 있다면 낮은 사람들 속에 묻혀 지내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257쪽)


'어쩜 그리도 늑대가 하는 짓과 똑같단 말인가?' (263쪽)

-> 1권에서 후엘룬이 테무진에 대해 했던 말과 2권에서 자무카가 테무진에게 했던 생각이 같다.


"새들이 한 방향으로 가는데,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물이 가깝다는 얘기가 아닐까?" (272~273쪽)


"어머니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있어. 얘야, 물이 법이야. 물을 마셨으면 그곳의 법을 따라야 해. 생각할수록 명언이라는 걸 알겠어." (273쪽)


상인들이 그를 찾지 않는 이유는 공동체를 혈통으로 묶으려 하기 때문이에요. 칸께서 혈통이 아닌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지 늘 궁금합니다. 서로 다른 땅에서 태어난 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든다는 것은 각기 다른 대지를 하나의 대지로 엮는 것과 같지 않아요?" (277쪽)


"대칸! 어렸을 때 철새가 날아가는 걸 세다가 어른들에게 혼난 적이 있습니다. 아주 된통 맞았는데, 요지인즉 돌아올 때 숫자가 모자라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느냐는 거였어요. (277쪽)


"처여야! 세상에는 과대망상가가 셋이 있어. 두루미는 자기가 힘껏 밟으면 땅이 내려앉아서 다른 동물들이 떨어져 죽을까 봐 조심스럽게 살살 밟는다. 매미는 온 세상이 물에 잠겨 다른 동물이 재난을 입을까 봐 언제나 높은 돌 위에 앉아서 조심하라는 경고를 하고 있지. 박쥐는 하늘이 무너져 동물이 멸종될까 봐 높은 곳에 매달려 날마다 하늘을 감시하고 이는 거란다." (297쪽)

-> 자무카 역시 생각이 많은 과대망상가가 아닐까?


자무카가 손바닥으로 한 움큼 하늘을 떠서 얼굴을 씻는다. (297쪽)


"나는 텃새, 테무진은 철새라고 했던 적이 있는데."자무카가 더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어버린다. 하마터면 '철새가 길을 잃었구나!' 하는 넋두리가 입 밖으로 나올 뻔했다. (313쪽)


마음에 안 들면 모를까 원수의 딸을 품어야 천하를 품게 되지 않겠는지요." (321쪽)


어차피 인간은 운명의 끈에 묶여서 사는 존재이다. 신체의 포박이 없어진다고 마음이 자유로울 것인가? (327쪽)


정착민은 전쟁에 동원되는 사내들을 병사라 하는데, 누구의 졸병이라는 뜻이지. 우리 유목민은 바타르, 용사라고 해. 공동체를 지키는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잖아." (329쪽)


"갑자기 내리는 눈을 무슨 눈이라고 해?"

"소나기눈."

"살짝 내리는 눈은?"

"살눈." (332쪽)


"눈과 비가 섞여서 오는 눈은?"

"진눈깨비." (332~333쪽)


"흰 게 대순가? 옛말에도 자랄 때는 이가 희고, 늙어서는 머리가 희고, 죽어서는 뼈가 희다고 했네. 허허허." (335쪽)


"허물은 잊어야지. 선을 행하기는 죽은 자를 살리는 것처럼 어렵고, 악을 행하기는 살아 있는 것을 죽이는 것처럼 쉬워." (337쪽)


'백 명의 사람에게는 백 개의 하늘이 있지. 천 명의 사람에게는 천 개의 신이 존재할 수밖에." (339쪽)


자무카의 입에서 '사나이들의 우정은 산을 강처럼 흐르게 할 수도 있고, 사나이들의 다툼은 해와 달이 부딪쳐 하늘이 깨지고, 금이 가게 할 수도 있다!'는 말이 울려와 귓전에 쟁쟁거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342쪽)


"제 눈에는 아직도 비가 되어서 내리지 않은 구름이 칸의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345쪽)


"하하, 내게 많은 것을 주고 간 사람이 있었다. 끝없이 굽이치는 바다처럼 넉넉한 초원도 더럽히지 않으려고 조금 일찍 떠났어. 이름은 자무카! 엄청난 대장부가, 그러나 자신과 싸워서 이기지 못하고 패했단다." (345쪽)


<단어>

술렝(설렁탕의 원조가 되는 고기 국물) (60쪽)

이슥하다: 그렇게 잔치가 이슥해지고 있을 때(70쪽). 꽤 깊다.

델: 안에서는 찢어진 델을 걸치고(57쪽)

정확 (78쪽): 바르고 확실하다.

귀부하다: 귀부한다는데 내칠 리가 있겠는가? (87쪽) 스스로 와서 복종하다.

건각: 구십오 천호장 중에 백성들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장군이 된 건각들이 몇 있었다. (93쪽) 튼튼하여 잘 걷거나 잘 뛰는 다리.

구름장: 구름장이 미처 가리지 못한 (281쪽) 넓게 퍼져 있는 두꺼운 구름의 덩이.


<의문>

1) 이 책에는 '흉노 때부터', '흉노 이래로'라는 얘기가 종종 등장한다. 흉노 때라면 언제 적 얘기일까?

2) 어린 몽골: 왜 '어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

3) 듣고 보니, 전날 젤메가 붉은 달이 원숭이별 밑으로 기어 다닌다고 투덜대는 것이 다 그런 소이였다. (46쪽): 소이? <- 유정맘님 덕분에 해결했음. 고맙습니다!^^

-> 소이 [所以,騷耳,小異] : 어떤 일을 하게 된 이유.

4) 그게 질주의 방향이 되는 것을 조절할 수 있는 자는 기수뿐이다.(148쪽): 문장이 어색해 보인다.

5) "나이만 족은 전력이 세니, 먼저 보이록을 치는 게 어때요?" (178쪽): 보이록 또한 나이만인데?

6) 정착민은 태양을 아버지라 하지만 유목민은 달을 아버지라 하지. 왜인 줄 알아? 태양이 달을 낳았기 때문이야. (329쪽): 태양이 달을 낳았으면 태양이 아버지 아닐까?

7) 보슬보슬한 눈은? 마른 눈은? 햐얀 가루같이 고운 눈은? 잿빛이 도는 눈은? 물기가 많은 눈은? (333쪽)

-> 눈싸라기? 마른눈? 가루눈? 재눈? 물눈? ^^


충격 정도: 별 4개

흡입 정도: 별 3개반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입니다)




k***5 2012.03.24. 신고 공감 5 댓글 8
리뷰 총점 종이책
『조드 - 가난한 성자들』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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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 - 가난한 성자들』 2권에서는, 어린 몽골의 상당수가 결집해 몽골국을 선포하고 스물여덟 살의 테무진은 칭기스(대지가 생기기 이전의 바다)칸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다. 이 책을 접하기 전, 내가 알던 칭기스칸은 오로지 영토를 넓히는데 혈안이 된 야만적인 제국의 정복자인줄 알았는데 아주 큰 오산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흰 뼈와 검은 뼈의 차별의식이 골수까지 박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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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 - 가난한 성자들』 2권에서는, 어린 몽골의 상당수가 결집해 몽골국을 선포하고 스물여덟 살의 테무진은 칭기스(대지가 생기기 이전의 바다)칸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다. 이 책을 접하기 전, 내가 알던 칭기스칸은 오로지 영토를 넓히는데 혈안이 된 야만적인 제국의 정복자인줄 알았는데 아주 큰 오산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흰 뼈와 검은 뼈의 차별의식이 골수까지 박힌 불평등한 집단들 속에서, 테무진은 종이나 하층민을 상하구분이나 편견없이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는 유일한 귀족이었기에 예수게이를 따르던 옛 부족민은 정신적 고향을 만난 듯 기뻐하고 따랐다. 전리품을 공평하게 분배했고, 정복지의 인재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등용했으며, 서로 소통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혁명정신을 지닌 가슴 따뜻한 지도자였고, 친구들의 공로를 높이 산다는 점에서 다른 지도자와는 격이 달랐다. 가난과 죽음으로부터 내몰려 무엇 하나 가진 것 없이 출발한 이가 칸의 자리에 오르고, 조직 편재에서조차 족벌을 빼고 경칭 대신 이름을 부르게 했으니 그의 명성은 하늘을 찔렀다. 전쟁할 때조차 가장 위험한 자리에 가장 사랑하는 가족을 배치하는 전술을 보여, 백성들로부터 존경과 감탄을 뽑아내게 했다. 똑똑함이야 자무카를 따를 자가 없었겠지만, 백성들의 마음은 급속히 테무진에게 기울어갔다.  

 

 

심지어 주변에서 날마다 벌어지는 사소한 이야기판에서조차 개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활용했다. 아이에서 어른까지 모두에게 균등한 발언권을 주어 마음껏 제 생각을 말할 수 있게 하여 자유롭게 제시한 아이디어를 합리적인 해결책으로 활용하고, 그 가운데 무서운 전투력까지 만들어냈으니, 혼혈이자 잡종 인간의 군집에 불과한 집단을 신명난 군사공동체로 전환시키는 활화산이 따로 없었다. 이러한 방식은 오늘날, 집단토론방식인 브레인스토밍을 떠올리게 하고, 팀웍 향상 과정의 일환이다. 현대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과정을 900년 이전의 인물이 벌인 일이라니 확실히 의식이 깨어 있는 사람임이 틀림없다. 또한, 옹칸(토오릴칸)의 군대가 칭기스칸에게 패하고 옹칸의 탈주를 도운 주범이 충신임을 알고 도리어 마음을 열어 자신의 사람으로 만드는 현명함을 지녔다. 그리고 칸(칭기스칸, 옹칸, 구르칸)들의 전쟁에서 칭기스칸은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기억전술'을 씀으로써 위장 투항할 것처럼 보이다가 상대진영을 와해시키는데 성공한다. 푸른 군대는, 힘의 집단이 아닌 작전에 의해 적진을 와해하는 두뇌 집단이었던 것이다.

 

유목민들은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모든 상해는 반드시 원한관계를 남겼는데, 테무진은 공권력이라는 아주 낯설고 무서운 힘인 칙령을 선포함으로써, 복수할 대상조차 찾을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또한, 군율 위반자를 처리할 수 있는 전권을 지휘관에게 주어 모든 명령 불복종을 최고 사형까지 가능한 중죄로 규정했는데, 이것이 혼혈 잡종의 집단을 단 하나의 군대로 융합하는 힘이었다. 부족 중심의 집단이 합리적인 군사공동체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유목민이 전쟁을 하는 이유는, 적진을 쳐서 재산을 빼앗는 것이지만 테무진은 병사들에게 전리품에 손을 대지 못하게 했고, 같은 부대의 병사들이 생포되면 나머지 병사들이 반드시 구해야 한다는 명령을 내렸고 어길 시엔 처형이 내려졌다. 또한, 타타르와 전쟁을 벌이는 동안, 쥐르긴족이 테무진 진영을 약탈하고 여동생이 죽는 일이 발생하면서 어린 몽골의 왕손인 세체에게 칭기스칸은 역도 취급을 하고 처형을 집행한다. 백성들 앞에서 했던 맹세를 저버렸기 때문인데, 이는 아무리 고귀한 뼈나 칸의 자식이라도 특혜를 주지 않는다는 놀라운 사건이었고, 다른 의미로는 하층민도 규칙을 준수하면 누구나 푸른 군대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까지 심어준 일례였다.

 

 

정말로 안타까운 건, 자무카였다. 족외인 자다란 부족인 자무카는 보르지긴 법통을 가진 키야트 씨족의 장남 테무진의 세력이 커지자, 위기에 대비해 역습을 꽤한다. 흰 뼈가 될 수 없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전쟁을 벌이고, 칠십 명의 치노스 귀족을 가마솥에 삶아 죽이는 만행까지 벌인다. 이 경각심은, 자무카를 지지하던 여론조차 잡아먹는 역효과를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누군들 이 상황을 보고, 스스로 선택받은 자라는 우매함을 지녔겠는가? 언젠가 자신도 펄펄 끓는 가마솥에 들어가게 될지 모를 운명만 한탄하다 몰래 테무진 진영에 합류했을 것이다. 자다란 족의 역사는, 전쟁 때는 가장 훌륭한 전투력을 자랑하지만, 허울만 귀족이라, 어린 몽골은 언제나 검은 뼈라 하여 그들을 논공행상에서 소외시켰고, 그 질긴 굴레를 끊어내는 게 자무카의 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꿈은 엇나갔고 자격지심만 부추겼다. 결국 자무카를 중심으로 '반칭기스칸 연합'을 만들기에 이르고,  열개가 넘는 부족이 모인 합동 쿠릴타이에서 자무카를 '구르칸'으로 받들게 된다. 하지만 그의 말년은 한없이 쓸쓸하고 처연했다. 그의 남은 병력이 공모해 배신을 했고, 칭기스칸 앞으로 끌고가는 수모를 준 것이다. 하지만 칭기스칸은 자무카를 보고 오히려 환대한다. 천하를 얻는 데 실패한 자무카는, 자신을 품어준 형제를 얻은 채, 명예로운 죽음을 택한다. 만약에, 자무카가 흰 뼈였다면 어땠을까? 뛰어난 재능과 지략가였기에 어린 몽골을 충분히 울루스로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그와 반대로 테무진이 검은 뼈였다면? 테무진은 검은 뼈였다 하더라도, 타고난 품성으로 백성들의 허기를 여전히 충족시켜 주었을 것 같다. 날로 초원을 누비는 테무진을 시샘한 자무카에 반해, 테무진은 칸의 자리에 올랐어도 욕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준마는 고삐를 쥔 사람이 끄는 거야. 힘센 사람은 세상을 힘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보지만, 사실은 힘이 움직이는 방향을 조절하는 사람이 움직이는 거라고. -P71

 

술은 생각보다 나쁜 점이 많아. 요게 입에 들어갈 때는 파리만 하고, 입에서 나올 때는 사자만 하잖아. 지혜를 더럽히고, 애써 얻은 것을 다시 잃게 하고. -P133



d******7 2012.04.26.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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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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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으로 넘어오면서 조금 빨라지는 전개를 기대했던것은 역시나 욕심에 불과한것 같다.전체의 흐름은 높은 곳을 끝없이 지향하는 구르칸 자무카와 삶은 언덕을 오르고 내리며 칭기스칸 테무진의 인간적인 관계와 정치적인 복잡한 관계가 복잡하게 전개된다. 백성을 책임져야하는 리더로서의 책무와 리더의 욕망이 전혀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옹칸과 같은 주변인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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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으로 넘어오면서 조금 빨라지는 전개를 기대했던것은 역시나 욕심에 불과한것 같다.


전체의 흐름은 높은 곳을 끝없이 지향하는 구르칸 자무카와 삶은 언덕을 오르고 내리며 칭기스칸 테무진의 인간적인 관계와 정치적인 복잡한 관계가 복잡하게 전개된다. 백성을 책임져야하는 리더로서의 책무와 리더의 욕망이 전혀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옹칸과 같은 주변인은 이들의 관계에 극적효과는 있지만, 본질에 영향을 받지는 않을 뿐이다.


자무카와 테무진은 서로 참 비슷하고도 다른것 같다. 치열한 전투에서도 서로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을 갖지만, 철저하게 몰아붙이고 또 피하기도 한다. 하지만 첫번째의 전투를 통해서 그들의 태도을 알수 있고, 똑같은 불나방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통해서 지향하는 바를 느낄수 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나에게도 아련한 마음을 갖게 하는것 같다. 세상의 풀도 나무도 불꽃도 모두 하늘을 향해 자라건만,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르는 상선약수와 같은 테무진을 그저 땅따먹기 대왕만으로 이해하던 나에겐 너무나 새로운 사람으로 각인되어 버렸다. 칭기스칸과 같은 새로운 혁신적 사고가 초원의 새 흐름과 성과, 진실된 자세를 통한 백성들의 감동을 만들어간다. 책의 구절과 같이 세상은 힘센자가 아니라 앞서가는 자에게서 시작된다는 말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절실한 말이 아닌가한다. 


그렇다보니 자무카가 더 안타깝고, 나침반과 같은 후엘룬의 말은 참 명언처럼 남는다. 자식은 낳아도, 자식의 마음은 낳지 않는다는 말을 보며 자식인 테무진은 초원의 새로운 칸으로 일어서지만, 그녀는 초원의 엄마로 거듭난것일것이다.


책의 줄거리는 읽는자의 것이다. 책이 장편소설이라는데, 소설보다는 읽는이의 마음을 자꾸 두드린고 자꾸 생각하게 하는..조금은 너무 어려운 내용들을 많은것도 같다. 쉽게 무엇이라 단정지어 말하기 힘들지만, 푸른하늘과 같이 지향하고 또 무거운 마음을 갖게 한다.



YES마니아 : 로얄 k***i 2012.04.07.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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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 2 / 김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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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무카와 토올리칸 그리고 테무진 이렇게 3자가 동맹한 연합군은 자무카의 탁원한 전술로  부르 초원에서 메르티드 부족에게 돌아킬 수 없는 타격을 주고 승리를 거두었다. 이 전쟁에서의 수훈은 자무카였지만 7명의 자신의 측근들만으로 사만병사를 이끌어 승리를 한 테무진에게 그 시선이 쏠리게 되는 계기가 된다. 또한  적국에게 납치된 아내를 찾아오는 것이 전쟁의 목적이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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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무카와 토올리칸 그리고 테무진

이렇게 3자가 동맹한 연합군은 자무카의 탁원한 전술로  부르 초원에서 메르티드 부족에게 돌아킬 수 없는 타격을 주고 승리를 거두었다.

이 전쟁에서의 수훈은 자무카였지만 7명의 자신의 측근들만으로 사만병사를 이끌어 승리를 한 테무진에게 그 시선이 쏠리게 되는 계기가 된다.

또한  적국에게 납치된 아내를 찾아오는 것이 전쟁의 목적이었던 만큼

아내를 다시 되찾게된 테무진은 더 이상의 살생을 하지 않고 그곳에서의 전리품도 챙기지 않고 모든 것을 자무카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것들이 세간의 집중을 받게되는 테무진의 모습이었다.

 

자무카는 테무진과 연합하여 유목국가를 세울 것을 계획한다.

"형제! 어디로 갈까? 저 구름처럼 산그늘에서 머무르세. 말차기들을 위하여, 또 저 바람처럼 물소리가 들리는 골짜기로 하세. 양치기들을 위하여." 

그러나 자무카는 어찌 하나의 대열이 어떻게 두 곳으로 갈 수 있는가... 하여 갈라서자는 말인가?... 그 의미를 이해하기가 어려워 초원으로 나가 늑대로 살기로 결심하고 자무카와 결별하게 된다.

 

태초에 있던 것. 가장 큰 것. 모든 것의 근원이 되는 것, 푸른 하늘의 육체인 것, 바로 칭기스 (대지가 생기기 이전의 바다)..

세상의 모든 것을 끌고 가는 자. 땅 위에서도, 허공을 나는 새의 단단한 뼛속에서도 칭기스의 숨결은 멈추지 않는다. 자연의 일거수일투족도, 바람도 칭기스가 이동하면서 일으키는 공기의 파동이다. 동식물의 피도 칭기스이다. 낱낱의 생명체들은 살을 둑과 바닥으로 한 칭기스의 자루일 뿐. 인간의 목숨도 피와 뼈 속으로 흐르는 칭기스의 기운이 모습을 드러낸 외관에 불과하다...

 

칸으로 등극한 테무진은 혈연, 출신성분에 구해받지 않고 능력위주의 인사를 감행하고 십호장. 백호장. 천호장의 방법으로 하부조직을 관리하는 탁월한 지도력을 보인다.

 

초원의 지도자가 되기를 갈망하는 많은 자들과의 갈등. 배신 그로인한 많은 전쟁을 치르게 되는 테무진

사냥에서 노루의 뒤를 쫒으면서도 그 노루에게 전술을 배우고

늑대들의 생존방법에서 전략을 세우는 그의 지혜는 많은 전쟁들을 적은 수의 동지들과 함께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이런 부분들이 자무카와 차별되는 성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용맹하고  전술이 뛰어난 훌륭한 장수였던 자무카는 자신의 출생 성분에 대한 열등감

그것을  극복하고 일단 권력을 한 손에 쥐고 싶었던 것이 앞섰다면

테무진은 그의 행동과 지도력이 자연스럽게 그에게 권력을 쥐어주게 된 것 같다.

 

어떤 시대이건 그 시대가 필요로하는 영웅이 있게 마련이다.

조드와 같은 자연의 공격 그리고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많은 부족들

그들사이의 반목과 전쟁

그러한 것들을 극복하고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  정당성을 가지고 그들을 아우를 수 있는 영웅을 그들은 필요로했고 그 영웅의 탄생은 광활한 초원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결집력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12,13세기 유럽보다도 넓은 땅을 정복했던 징기스칸 테무진의 지도력은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자연을 귀하게 여기고 그것의 법칙에 순응하면서 극복하는 어찌보면 가장 기본이 것들이 아니었난 하는 생각이다.

그 사회가 존속되기 위한 여러가지 법칙들이 있고, 그것을 어기거나 그것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자들은

가차 없이 그에 해당하는 벌을 받고 모든 사람들이 같은 기준하에 공평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때

그 지도력은 인정을 받는다는 생각이다.

 

불신의 시대

이사람도 저사람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

저건 진실일까 거짓일까 이젠 모든 것이 의심이 되는 그런 요즘

부분별한 여러가지 말이 아니라 확실한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진정한 지도자의 탄생을 기원해본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n******m 2012.04.08. 신고 공감 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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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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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 1'권에서는 힘을 합쳐 아내와 가족을 구한 테무진과 동맹자들은 승리의 기쁨 속에서 이야기가 끝이 난다. 테무진이 배우고 싶어 했던 남자 자무카는 날이 갈수록 테무진이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불편하다. 테무진과 틀어지고 싶지 않지만 그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시기심은 점차 커져만 가는데... 자무카의 마음을 느낀 테무진 일행은 밤을 이용 몽골 초원으로 떠나간다. 첫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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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 1'권에서는 힘을 합쳐 아내와 가족을 구한 테무진과 동맹자들은 승리의 기쁨 속에서 이야기가 끝이 난다. 테무진이 배우고 싶어 했던 남자 자무카는 날이 갈수록 테무진이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불편하다. 테무진과 틀어지고 싶지 않지만 그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시기심은 점차 커져만 가는데... 자무카의 마음을 느낀 테무진 일행은 밤을 이용 몽골 초원으로 떠나간다. 첫 전쟁이후 바람결에 여러 부족에게 테무진에 대한 이야기는 급속도로 번져만 간다. 그에게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하고 부족들을 하나하나 정복해가며 테무진은 많은 사람들을 이끄는 우두머리가 된다.

 

28살의 나이에 칸에 오른 테무진... 그는 다른 부족의 수장들과는 확실히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칸으로서 첫연설은 모든 사람을 동등한 이름으로 불리우고 신분이나 직위를 떠나 세상을 더럽히는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형에 처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 당시 상황으로는 너무나 획기적인 테무진의 행동은 일반 유목민들에게는 충분히 환영 받을 이야기지만 귀족신분의 사람들에게는 영 불편한 내용이다. 능력있는 사람이라면 말을 치던 사람이라도 기꺼이 군대를 이끌도록 권한을 주는 그는 신분보다 능력을 우선시 했으며 사람의 마음을 끌어 당기는 힘을 가진 칭기스칸.. 그의 이런 모습들은 여러 부족을 이끄는 지도자이자 영웅다운 면모를 가진 사람이다.

 

점점 세력을 넓혀가는 칭기스칸 일행과 그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테무진이 더 이상 세력을 확장하지 못하게 하고 싶어진다. 여기에 테무진이 끝까지 손을 놓고 싶지 않았던 자무카가 있다.  테무진과 함께라면 충분히 몽골초원을 통일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자무카가 흰뼈들에 의해 테무진이 칸으로 추대 된 것이 불편하고 기분 나쁘다. 계속된 승리 속에서 칭기스칸의 아들 결혼으로 위기의 순간을 맞기도 하지만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국...

 

난세에는 영웅이 출현한다고 한다. 사는것이 힘들수록 일반 서민들은 영웅이 나타나 그들을 이끌어주길 기도한다. 칭기스칸은 여러 부족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한데 모으고 그들을 결집시켜 영토를 넓혀 가면서도 사리사욕을 부리지 않고 모든 것에 올바른 행동을 취하려고 노력한다. 

 

전쟁보다 더 무서운 '조드' 속에서 살아가는 몽골 유목민들의 삶은 얼마나 험난하고 힘든지 책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 다큐멘타리로 몽골족들의 생활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겨울에는 조드로 인해서 강추위로 고생하고 여름에는 일교차가 큰데 텐트모양의 집인 게르에서 생활하는 그들의 모습이 꽤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살기 위해서 몽골 초원으로 숨어 들었던 소년이 대몽골제국을 선포하며 대칸으로 즉위하기까지 치열한 남자들의 전쟁과 그로인해 안타까운 여인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칭기스칸과 함께 또 다른 영웅으로 보아야 할 자무카의 죽음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실패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자무카에게 모든 것을 배운 칭기스칸이 그가 원하고 꿈꾸었던 천하를 얻은 것에 행복해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초원을 평정하고 대칸으로 오른 테무진의 여정까지만 보여주었는데 이후 그가 죽음을 맞기까지 어떤 생을 살았는지 이야기도 하고 싶다고 한다. 언제 나올지 모르겠지만 하루 빨리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q******5 2012.04.06.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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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의 뜻을 따른 칭기스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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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 추위가 왔다고는 하지만,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은 따사롭게 느껴진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나무 가지에서 물방울이 한 방울, 한 방울 또~옥, 또~옥 떨어진다. 누가, 언제 가지를 쳤는지, 가지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나무에 물이 올랐나보다. 이제 봄이 그리 멀지 않았는가 보다. 이름모를 꽃들이 피고, 나무들은 연초록 잎사귀를 내밀 것이다.     몽골의 유목민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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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 추위가 왔다고는 하지만,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은 따사롭게 느껴진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나무 가지에서 물방울이 한 방울, 한 방울 또~옥, 또~옥 떨어진다.

누가, 언제 가지를 쳤는지, 가지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나무에 물이 올랐나보다. 이제 봄이 그리 멀지 않았는가 보다. 이름모를 꽃들이 피고, 나무들은 연초록 잎사귀를 내밀 것이다.

 

 

몽골의 유목민들은 그 기나긴  겨울을 지내면서 얼마나 봄을 애타게 기다렸을까?

조드가 휩쓸고 간 대지위에 살아 남은 사람들은 그 어떤 사람들보다  봄이 더 감격스러웠을 것이다.

"눈송이가 바늘처럼 생긴 게 내렸잖아. 혹독한 추위가 임박한 게 맞지? 오늘부터인가? 조드는 푸른 하늘의 사자 주에서도 가장 무섭고 난폭한 놈이었다. 조드의 거대한 발자국이 성큼 성큼 다가오면 달아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오직 제 뜻대로 뼈아픈 채찍을 휘들러 겸손한 생명은 살릴 것이며, 건방진 것들은 거둬 갈 것이다. " (p. 48)

몽골 유목민들은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 주는 조드 조차도 푸른 하늘의 섭리라고 생각하였으니,  책 속의 문장처럼 "겸손한 생명"으로 살아가는 사람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푸른 하늘의 뜻을 받들어서 '겸손한 생명"으로 몽골 초원을 제압하고 그곳에 몽골제국을 세운 이가 바로 칭기스칸인 것이다. 

메르키드 족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게 되면서 테무진의 이름은 몽골 유목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 나가게 된다.

" 오, 잿빛의 푸른 늑대여! 칸이여 ! 칭기스여 !" (p. 81)

 

 

보르칸 산에서 받은 칭호, 칭기스칸 !!

 

( 사진출처 : Daum 검색: 칭기스칸)

 

28실 테무진은 즉위식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쩌렁쩌렁 울리는 청천벽력같은 음성으로,

" 백성들이여 ! 나는 광야에 구름이 쉬어가는 만큼도 안 되는 인생을 부귀영화나 누리자고 칸이 된 사람이 아니다. 별은 왜 어둠 속에서 빛나는가? 대지는 왜 짐승의 썩은 육신을 기다리는가? 사슴은 왜 얼음 바위에 돋아난 돌이끼를 뜯는가? 모두 푸른 하늘의 뜻이다. " (p. 88)

 

   

(사진 출처 : 네이버 검색-인물세계사 - 왼쪽: 칭기스칸 즉위식 장면, 오른쪽: 징기스칸 부대행렬)

 
그러나, 초기의 창기스칸의 군사는 너무도 보잘 것 없었으며, 9살의 어린 자신의 아들이나 조카들까지 동원된 조직이었으니, 그 아무도 테무진이 앞날의 칭기즈칸으로 몽골 유목민들에게 추앙을 받는 인물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칭기스칸에게는 그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위정자로서의 생각과 행동이 있었던 것이다.

초원의 풀 한포기라도 죽이지 않으려는 생각, 흐르는 물에 목욕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몽골의 대초원의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늑대병법을 통하여 초원의 강자인 늑대를 본보기로 삼아 야성의 지략과 전술, 인내와 용기를 갖춘 군대를 갖고자 하는 병법도 있었던 것이다.

또한, 칭기스칸의 사상은 배신을 싫어하고, 점령지에서의 약탈을 금하는 등의 소신있는 신념들이 있었다.

그러니, 한 사람의 위대한 인물이란 그에 버금가는 면모가 있기마련인 것이다.

<조드>를 읽으면서 가장 마음 속에 남는 인물은 자무카이다.

테무진과 자무카의 관계, 칭기스칸과 자무카의 관계.

그들이 초원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들은 영원한 소올 메이트가 되었을 것이다.

테무진과 자무카의 만남이 늑대의 추격전에서 이루어지게 되고, 자무카는 테무진에 대한 고마움을 마음 속에 새기면서,

" 약속하마, 은혜는 은혜로, 원수는 원수로 (...) 태어난 곳은 달랐어도 묻히는 곳은 함께 하자" (조드 1권, p.63)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은 이때부터도 자무카는 테무진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다. 테무진은 황금가문의 흰뼈. 자무카는 검은 뼈. 검은 뼈라는 것에 대한 열등의식.

자무카는 테문진의 초원에서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자 자신의 세력 구도에 위기감을 느끼고, 정복지에 대한 참혹한 처형으로 자신에 대한 유목민들의 인식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칠십 가마솥에 사람을 끓여 죽이는 처형. 그것은 오히려 그에게는 득이 아닌 실이 된다.

자신이 검은 뼈임에도 그는 귀족들만을 상대했지만, 칭기스칸은 낮은 사람들 속에 묻혀 산아 가면서 유목민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초원의 지도자들이 혈연을 중심으로 세를 규합하는 것과는 달리, 징기스칸은 초원의 유목민을 모두 아우르는 대초원의 공동체를 형성하여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칭기스칸이 다른 위정자들과 다른 면이고, 유목민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도 칭기스칸은 자무카를, 자무카는 칭기스칸을 서로의 멘토로 생각하며 살았음을 느끼게 해준다.

" 형제여 ! 늑대와 싸우던 날을 기억하는가? 이것이 형제의 운명이라며 손금을 보여주던 날을 기억하는가? 메르키드를 치고 나서 나를 데려다 한 이불을 덮게 하던 넒은 품은 어디로 갔는가? 형제에게 묻나니, 옹칸 아버지가 따라주는 술잔을 내가 먼저 받으면 안 되는 것인가? 흰 뼈를 증오하느라 쓸데 없는 고생을 해온 형제에게 반드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이 초원이 고원이라고 내게 가르친 사람은 형제였다. 정착민은 저 낮은 땅의 나무 밑에서 살지만 우리는 풀포기밖에 자라지 않는 높은 곳에서 산다. 그러나 드넓은 초원의 어디가 중심이고, 어디가 주변인가. (...) 어린애들처럼 언제까지 정상을 차지하겠다고 고집할 텐가? " (p.p. 256~257)

비록 초원을 둘로 분할하여 통치를 할 수 없었기에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마지막까지 서로에 대한 배려는 읽는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처형을 하는 자와 처형을 받는 자라,산 자와 죽는 자라는 위치에 놓이기는 했지만, 그들의 마음만은 서로가 서로를 끔찍하게도 아끼었음을 알 수 있었다.  

 

" 사나이들의 우정은 산을 강처럼 흐르게 할 수 있고, 사나이들의 다툼은 해와 달이 부딪쳐 하늘이 깨지고, 금이 가게 할 수도 있다!" (p. 342)

칭기스칸과 자무카의 관계를 이보다 더 적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조드>를 읽으면서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작가의 문체이다. 작가는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로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 글을 써왔다.

그의 시는 여러 편을 읽어 보았지만, 소설은 이번에 읽게된 <조드>가 처음 읽게 된 작품이다.

그가 쓴 평론은 읽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기억에는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작가의 블로그를 통해서 금속 공예가의 전시회 도록에 실렸던 글을 읽어 보았는데, 그 글이 흥미롭게 다가와서 그 전시회를 검색하여 작품들을 보고, 다시 작가 블로그의 글을 읽어 보았던 적이 있다.

너무도 감각적으로 표현했던 글들이 작품을 잘 말해주는 듯하여, 작가의 글이 얼마나 잘 쓰는 글인가를 알게 되었었다.

<조드> 속에는 다양한 비유법들의 쓰여져 있다. 아마도 교과서에 수록된다면, 비유법의 종류를 찾느라고 학생들이 고생 좀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쓰여진다.

그래서인지, 글들이 예쁘기도 하고, 상황에 적확한 표현들은 그 문장을 읽으면서 빙긋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이런 문장을 쓰다니, 정말 표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작가의 감성적인 문장들을 읽노라면, 내가 한 번도 가지 않았던 몽골의 초원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릴 정도로 섬세한 문장들을 접할 수 있다.

 

 <사진출처: 네이버 검색- 인물 세계사,  몽골 언덕에 그려진 칭기스칸의 초상화(2006)>

 

<조드>는 칭기스칸이란 인물을 주제로 삼았지만, 그 속에는 칭기스칸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드넓은 초원에 근거지를 두고 살았던 유목민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드와 같은 대재앙에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12~13세기 중국의 변방지역에서 수없이 나누어져 살아가던 부족들을 하나로 합쳐서 몽골제국이란 거대한 나라를 세웠던 역사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역사는 지나간 과거이지만, 현재를 조명하는 것이고, 미래를 투시하는 거울"이라고 한다.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푸른 하늘의 뜻에 따라 살아간 몽골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보면 소극적인 삶의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가운데 우뚝 솟았던 인물인 징기스칸의 인생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 속의 문장들에서 접할 수 있듯이, 그가 몽골인들을 하나로 뭉칠 수 있게 하는데 큰 힘이 된 것은 혈연에 의해서 결성되던 이전의 통치스타일과는 다른 모두가 하나의 공동체로 뭉친다는 개념이 들어간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낮은 자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기에, 유목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풀 한 포기도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는 마음이 칭기스칸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는 것도 이 책에서 얻은 작은 한 조각이기도 하다.

<조드2>는 칭기스칸이 초원을 통일하고 대 칸에 즉위하여 대몽골제국을 선포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 참고 ♣

몽골제국은 이후에 5대 쿠빌라이 칸에 의해서 1279년에 대도(大都)에 도읍하고 나라이름을 원이라 한다. 중국 본토까지 약 100 여년에 걸쳐서 통치를 하게 되는데 그 시작은 징기스칸으로부터이다.

 

  (지도출처 : Daum 검색, 연두색 부분 : 칭기스칸이 정복한 영토)

 

  (지도출처 : Daum 검색, 이후, 나라 이름이 원(元)이 되고, 4대칸국으로) 

 

 

 

★ 책 속의 한 문장 ★

" 흰솜 꽃을 따라간 염소가 무리에서 멀어져 혼자가 되는 것처럼 우리는 외로운 나그네로 사는거야.

인생은 장작불같은 생명이 나그네처럼 지나가며 타버리는 거라고."  (p. 14)

 

 



 

n******5 2012.03.12. 신고 공감 2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