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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무카의 리더로서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준 책이다. 이 책은 전권들과는 달리 이 책의 주인공인 테무진의 이야기가 아닌 자무카의 이야기로 거의 모든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지금은 테무진과 의형제 관계지만) 훗날 테무진의 호적수로 만나게 되는 자무카의 일생을 아주 자세하고도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자무카가 단지 훗날 칭기스칸인 테무진의 적이었다는 이유만으로 폄하되거나 악질로 묘사되는 것이 못 마땅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무카를 테무진과 쌍벽을 이루는 멋진 리더로 묘사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만 놓고 본다면 초원 통일을 테무진이 아닌 자무카가 했어도 그리 나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 정도로 자무카는 외모부터 시작해서 귀족 통합 능력, 용기, 지혜, 배짱 등 리더가 갖춰야 할 모든 덕목과 능력을 갖춰 테무진 대신 초원의 패자가 되어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자무카의 이런 면을 감안하면서 이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을 한층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지 않을까 싶다. 리더로서의 자질 논란을 빚은 자다란의 수장인 카라 카다안은 결국 아들인 자무카가 ‘머나먼 여행’이라 불리는 차기 수장 레이스를 스스로 선택하게끔 만든다. 자무카는 머나먼 여행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자다란족의 상징인 깃발을 뽑아 차기 수장 자리를 예약하게 된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 자무카는 자다란족의 귀족인 쿠라사이차의 음모로 원치 않은 혼사를 치르게 되어 처가살이를 시작하게 된다. 자무카의 마음 속엔 오직 테무진의 아내인 부르테뿐이라 자무카는 신부와 잠자리를 갖지 않는다. 이에 자무카의 장인은 화가 나 아들을 카라 카다안에게 보내는데 이때 쿠라사이차가 중간에서 음모를 꾸미는 바람에 장인의 아들은 살해되고 죄는 카라 카다안이 뒤집어 쓰게 된다. 이로 인해 결국 자무카의 부모는 무참히 살육되고 자무카는 케식 몇몇과 도망자의 길을 걷게 된다. 자무카는 살아 남기 위해 적인 메르키트족에 잠입해 노예생활을 하게 되는데 잘 버틴 덕에 쿠라사이차의 추적으로부터 몇 년간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뒤늦게 자무카의 정체를 눈치 챈 메르키트의 족장으로 인해 자무카는 노예생활을 청산하게 되고 메르키트족의 영토를 빠져나와 다시 세력을 모은 후 쿠라사이차와의 결전을 준비하게 된다. 이때 과거의 장인을 찾아가 모든 정황을 밝히고 자신의 편을 만드는 치밀함을 보이는데 그 결과 자무카는 쿠라사이차를 따르던 무리를 모두 제압하고 드디어 자다란족의 수장이 된다. 이 책은 파트가 따로 나눠져 있지 않다. 지금부터 난 내가 주목한 것들 위주로 그 내용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카라 카다안과 예수게이가 묘하게 닮았다는 점’이다. 앞선 서평에서 난 테무진의 아버지인 예수게이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며 그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키야트 보르지긴족의 수장이었던 예수게이는 리더십과 귀족 통합 능력이 부족해 그의 가족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만약 하늘이 테무진 가족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예수게이는 본인의 과오와 실책으로 인해 본인의 명을 재촉한 것도 모자라 가족까지 죽게 만드는 우를 범할 뻔 했다. 다행히도 테무진은 예수게이의 과오를 극복하고 살아남아 어머니의 보조를 받으며 훌륭한 리더로 성장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예수게이의 업보가 남아 테무진을 괴롭히는 바람에 테무진은 결국 사랑하는 아내 부르테를 적인 테르키트족에 빼앗기는 시련을 겪게 된다. 여기서 내가 전편의 이야기이자 테무진의 과거사를 이야기한 까닭은 이번 권에서 자무카가 겪게 되는 시련의 원인이 테무진과 거의 흡사하기 때문이다. 카라 카다안은 자다란족의 수장으로 자무카의 아버지다. 카라 카다안은 선대의 약속으로 귀족 연합의 추대를 받아 수장의 자리에 오른 인물인데 테무진의 아버지인 예수게이와 마찬가지로 귀족을 하나로 아우르는 능력이 부족해 귀족 분열을 초래하게 만다. 이 책을 보면 카라 카다안은 수장이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귀족 연합의 귀족들로부터 반발을 사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보통 수장으로 선출되면 특별히 큰 실책을 저지르지 않는 한 차기 수장에게 그 자리를 물려줄 때까지 자리를 보전할 수 있는데 카라 카다안은 특이하게도 수장 자리에 오르자마자 바로 리더십을 의심받아 무엇을 해보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내려갈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을 근거로 카라 카다안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그는 예수게이와 마찬가지로 귀족들과 타협을 잘 못했던 인물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쿠릴타이(귀족연합 회의)에서 보여준 카라 카다안의 태도를 보면 그는 카리스마는 있지만 통합 능력은 떨어져 이미 귀족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막 수장자리에 오른 인물이 무엇을 새롭게 추진하거나 시도해보기도 전에 이런 반발을 산다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카라 카다안을 수장으로 뽑은 이들은 귀족 연합의 대표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손으로 뽑은 인물을 바로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했다는 건 수장에게 큰 흠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차기 수장 자리를 노리는 귀족의 음모로 인해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어 수장 자리가 위협을 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수장으로 뽑히자마자 내려오라는 말이 나오게 한 것은 카라 카다안의 리더로서의 자질과 능력이 많이 부족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된다. 수장이 어떤 자리인가? 자신이 이끄는 부족의 우두머리 자리가 아닌가? 우두머리라면 필시 막강한 권력을 손에 넣었을 텐데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권위에 도전을 받았다는 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자무카는 하지 않아도 되었을 차기 수장 선출을 위한 레이스에 강제로 뛰어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자무카는 리더로서의 뛰어난 능력과 자질로 케식(충성을 맹세한 부하)을 얻게 되고 차기 수장자리를 예약하게 되지만 원치 않는 혼사로 인해 아버지를 궁지에 몰아넣고 결국엔 같은 부족에게 죽임을 당하게 만드니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정리하면 테무진과 자무카는 둘 다 아버지들의 능력 부족으로 인해 매우 혹독한 시련을 겪으며 리더로 성장하게 되는데 하늘도 참 얄궂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둘 다 그런 고통의 시간을 잘 버티고 이겨내서 훌륭한 리더로 성장하게 되지만 만약 이들에게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훌륭한 능력을 갖추고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죽을 수도 있었다. 그냥 편안히 리더로 자랄 수 있게 해주었어도 그들이 어릴 때 보여주었던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아버지들의 업보와 무능력이 부른 불행을 모두 대신 짊어지게 해 크나큰 시련을 겪게 한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시련으로 인해 자무카가 삐뚤어진 영웅으로 성장하게 된 점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두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공정한 경쟁을 원하지 않는 자들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다. 자무카는 귀족 연합의 귀족들의 속마음을 꿰뚫어 차기 수장 자리를 예약하는 머나먼 여행에 뛰어들게 된다. 자무카는 이미 태생적으로 리더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었기에 공정경쟁이 이루어진다면 이변이 없는 한 차기 수장 자리는 떼어 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공정한 경쟁이 있을까? 겉으론 공정한 경쟁처럼 보이는 모든 경쟁 속에도 실은 음모와 계략이 숨어 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축구에서 심판이 뇌물을 먹고 경기결과를 조작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렇듯 공정성을 요구되는 경기에서도 불공정한 일들은 자주 벌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두 눈을 지켜보는 이런 스포츠경기에서도 이럴진대 대선 레이스와 같은 머나먼 여행에선 어떻겠는가! 더군다나 머나먼 여행은 지켜보는 이들도 없이 그저 자다란족의 자제들(그 중에서도 귀족자제)이 레이스를 펼치게 되는데 안 보이는 상황에서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예상대로 차기 수장자리를 노린 귀족의 자제 중 하나인 사카투르는 할아버지인 쿠라사이차와 아버지인 노얀의 못된 계략에 동참하여 온갖 불공정한 짓과 악독한 짓을 저지르며 경쟁자를 물리치고 거의 깃발을 손에 넣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하지만 하늘은 리더로 이미 자무카를 점지했기에 쿠라사이차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오히려 손자인 사카투르만 이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만약 귀족인 쿠라사이차가 과욕을 부리지 않고 손자에게 공정경쟁을 하게끔 만들었다면 사카투르는 죽임을 당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귀족의 지위도 물려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괜한 욕심으로 인해 사카투르는 수장이 되지 못하고 귀족의 지위도 잇지 못한 채 자기 목숨만 잃는 안타까운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이는 늙은이의 욕심이 부른 불행으로 과거나 지금이나 경계해야 할 일이다. 만약 쿠라사이차가 현명한 할아버지였다면 자신의 손자의 능력에 맞는 길을 터주었어야 했다. 하지만 쿠라사이차는 능력도 없는 손자를 수장 자리에 앉히려다 보니 더러운 수법을 쓰게 되었고 그로 인해 하늘의 분노를 사 손자는 물론이고 자신과 아들인 노얀까지 죽게 하고 남은 가족이 모두 노예로 전락하는 화를 당하고 만든 것이다. 이번 제18대 대선에서 대선 주자들이 얼마나 공정하고 당당하게 경쟁을 펼칠지 모르겠지만 이와 같은 과거를 거울삼아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자손들이 피해를 보게 하는 일이 없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 세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리더는 패망한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다. 쿠라사이차는 비록 머나먼 여행으로 인해 손자인 사카투르를 잃었지만 원한 바대로 자다란족을 분열시켜 결국 자무카의 아버지인 카라 카다안을 죽이고 자무카까지 멀리 내쫓아버린다. 그 결과 쿠라사이차는 꿈에 그리던 자다란족의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여기서 이변이 생기지 않았다면 쿠라사이차는 수장으로 자다란족을 쥐락펴락하는 생활하다 무사히 아들인 노얀에게 수장자리를 물려주고 은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쿠라사이차는 리더로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는 바람에 결국 수장자리는 물론이고 자신의 목숨까지 잃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쿠라사이차를 수장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목숨까지 빼앗아 간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쿠라사이차가 과거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나먼 여행에서의 계략 실패로 손자와 권력까지 잃게 된 쿠라사이차는 보험으로 들어두었던 정략결혼으로 인해 다시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쿠라사이차의 주선으로 처가살이를 하게 된 자무카는 신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자꾸 그녀를 외면하게 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자무카의 장인은 아들을 카라 카다안에게 보내 자무카의 일을 따졌는데 그 과정에서 쿠라사이차의 음모로 아들을 잃게 된다. 내막을 몰랐던 자무카의 장인은 쿠라사이차측에 붙어 쿠라사이차에게 힘을 보태주어 결국 자무카는 부모도 잃고 세력도 잃어 내일을 알 수 없는 도망자 신세가 된다. 당시 자무카의 장인의 아들을 죽인 암살자들은 쿠라사이차로부터 보상을 못 받았던 모양이다. 6년간이나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것에 불만을 품은 그들은 참았던 분노에 분출하며 수장인 쿠라사이차에게 몰려가 보상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들은 욕심 많은 늙은이의 계략으로 보상은커녕 게르안에 갇혀 불타죽게 된다. 쿠라사이차는 이들만 죽이면 과거 일이 깨끗이 묻힐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쿠라사이차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것 같다. 이들에게도 가족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과거에 악행에 참여했던 자들은 쿠라사이차의 더러운 음모에 동참하긴 했지만 바보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들은 만약 자신들이 제때 돌아오지 않으면 과거의 일을 모두 폭로하게끔 부인들에게 교육시켰는데 그것이 나중에 작용해 자무카의 장인은 쿠라사이차에게 등을 돌려 자무카를 돕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세력의 한 축을 잃은 쿠라사이차는 본인은 물론이고 아들인 노얀과 함께 극형에 처해지고 가족들은 모두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만약 쿠라사이차가 약속을 이행해 암살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취해줬다면 그는 세력의 한축을 잃지 않았을 것이고 자신들의 반절도 안 되는 자무카의 세력에게 죽임을 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더러운 일에 대한 보상은 장려할 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더러운 일로 맺은 약속도 약속은 약속이다. 더군다나 그들의 도움으로 리더가 되었으면 더욱 과거의 약속을 잘 이해했어야 했는데 쿠라사이차는 과거를 은폐하려는 의도로 그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지 않아 결국 패망하고 만 것이다. 제18대 대선 주자들은 과연 국민들에게 어떤 약속을 제안할까? 과연 그들이 내건 약속들은 제대로 다 이행될까? 국민들은 이들이 내건 약속을 똑똑히 기억해두었다가 이행하지 않으면 자신은 물론이고 그들의 가족 그리고 그들의 추종세력들이 반드시 망하게 된다는 걸 보여줘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지키지도 못할 공약으로 당장의 이익을 취하려는 자들에게 투표를 해 미래를 망치는 짓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리더에게 왜 통합능력이 필요하고 왜 리더가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해야 하는지를 간접적으로 인식하고 싶은 모든 분께 이 책의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인상적인 글귀 “원래 여행이란 계획대로 되는 법이 없다.” “권력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넓은 호수도 계속 고여 있으면 바닥이 썩고 물고기들이 죽는다. 가끔 폭풍이 불어서 호수 바닥을 뒤집고 비가 와서 깨끗한 물을 채워줘야 고기가 살 수 있다.” “술이 곧 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