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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닮은 어떤 나라 라는 제목를 봤을 때만 해도 나는 이 책이 미국발 경제위기에 빗대어 한국의 어두운 전망에 대해 떠드는 책인가 했다. 어떤 측면에서는 한국만큼 미국을 닮은 나라가 또 없으니. 어쨌거나 나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이 책은 미국, 그러나 "더이상 미국이 아닌 미국"에 대한 얘기다. 그 어떤 책도, 가려져 있는 진짜 미국의 현실을 이마만큼 고스란히, 처절하게 보여줄 수는 없을 것 같다.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제목 아홉 자의 무게가 돌처럼 마음을 짓누르는 느낌이다. 마치 퇴색하고, 낡고, 깨져서 무너져버린 거대한 건물의 흉악한 잔해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
두 저자들이 새파랗게 어린 신입기자였던 시절, 둘은 노숙자 살인 사건의 전말을 취재하기 위해 호보들의 거처로 찾아가 그들과 함께 밤을 지샌다. 생각보다 꽤 한가롭고 평화롭게까지 느껴졌던 하루, 그리고 한밤중에 그들을 급습한 경찰. 전투를 앞둔 군대처럼 진군해오는 경찰의 방진에 쫓기며 한 명의 기자가 다급하게 외쳤다. "저게 뭐야,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뒤따라 달리던 호보가 대꾸한다. "야 넌 우리가 미국에 있는 줄 알았어?(Some place like America?)"
풍족하고 자유로운 미국의 50, 60년대를 보아온 두 청년들에게 그것은 충격을 넘어선 공포에 가까웠던 것 같다. 그 뒤로 이들은 평범한 미국인들이 어떻게 벼랑 끝까지 몰리고, 삶을 포기하고, '정상적'이라고 믿었던 생활의 변방으로 밀려나가는지를 취재해서 여기에 담았다. 레이건 시절부터 미국인들이 거의 종교처럼 믿어온 자본주의, 금전을 거머쥔 부유층과 정치인들의 검은 옥먕 앞에 사람들은 무력했다. 너무나 무력해서, 알고도 어떤 준비도 도피도 생각해 낼 수 없을 정도다. 달리 어찌할 방도가 없는 거다. 공장 문이 닫히고, 저금리 대출이 어느날 뒤통수를 쳐서 집을 빼앗기고, 일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이 기자들이 만난 사람들 중에는 제 3세계나 전쟁난민 같은 생활을 사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푸드뱅크에서 나누어주는 음식으로 연명하는 삶. 이제는 그 삶과 타협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이 말하는 미국의 반탄력과 회복력은 그것과 맞닿아 있다. (스포일러일수 있으니, 책의 결론은 함구하겠다!) 많은 사례들 가운데에서 가장 폐부를 찔렀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노숙자들이 아니라, 독야청청하게 중산층 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였다. 경기침체로 마을이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한 상황에서도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하얗고, 반듯하고, 잘 가꾸어진 집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녀의 집은 마치 섬처럼 보인다고 했다. "우린 남들은 신경 안 써요!" 수십 번은 반복되는 그 말. 그 사람은 정말로 철저히 고립되어 버렸다. 그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나를 고립시키고 방어적이 되는 방편밖에 없었던 거다. 나 혼자라도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그런데, '정상적'인 삶이라는게 과연 있기나 한가. 자본주의가 그들, 그리고 우리들에게 심어놓은 허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이제는 알겠다. 2008년 금융위기나, 이제는 심심찮게 들려오는 미국의 어두운 현실에 대한 기사가 생소하고 어리둥절했다면, 이 책을 읽고나면 그냥 이렇게 읊조리게 될 것이다. It was meant to be. 이렇게 될 거였어, 라고
80년대부터 현재까지 30여년의 세월 동안 미대륙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삶의 밑바닥까지 생생하게 담아낸 두 저자의 집념에 박수를 보낸다. 과연 탐사보도의 걸작이다. 큰 돈을 준대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누가 이곳을 미국이라 할 수 있겠나. 책을 읽다보면 이것이 제 3세계를 취재한 것이 아니라는 게 놀랍게 느껴질 거다. 자, 한국이 미국을 닮았다는 게 이제 좀 소름이 끼치지 않나.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를 같이 보기를 권한다. <식코> <자본주의 러브스토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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