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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식민 잔재, 번안의 흔적을 파헤치다.
"우리 안의 식민 잔재, 번안의 흔적을 파헤치다." 내용보기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식민지의 잔재들이 많이 남아있다. 일상 곳곳에서 어떤 것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아무렇 지도 않게 사용되고, 어떤 것은 그것이 식민지 잔재인 줄도 모르고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행세하고 있기도 하다. 서구문물이 처음 이 땅에 들어오기 시작한 이래 전통과 융화하지 못하고 곳곳에서 파열음을 냈지만, 시대적 상황은 우리에게 그것의 이식을 강
"우리 안의 식민 잔재, 번안의 흔적을 파헤치다." 내용보기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식민지의 잔재들이 많이 남아있다. 일상 곳곳에서 어떤 것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아무렇 지도 않게 사용되고, 어떤 것은 그것이 식민지 잔재인 줄도 모르고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행세하고 있기도 하다. 서구문물이 처음 이 땅에 들어오기 시작한 이래 전통과 융화하지 못하고 곳곳에서 파열음을 냈지만, 시대적 상황은 우리에게 그것의 이식을 강요하기도 했다. 우리의 제도와 일상, 그리고 문화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제국과 식민지의 번안들이 깃들어 있을까? 또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 것일까?

 

  번안이란 원작의 내용이나 줄거리는 그대로 두고 풍속, 인명, 지명 따위를 시대나 풍토에 맞게 바꾸어 고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번안이 바로 서양 노래를 편곡하거나 가사를 바꿔 부르는 번안가요이다. 이런 번안은 모방에서 시작되지만 번안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번안하는 주체의 사회적 배경, 환경, 특성 등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모방과는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번안의 대상에는 문화뿐만이 아니라 사물, 제도, 인공물 등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 포함될 수도 있다고 한다.

 

한국에는 두개의 서양이 공존한다. 하나는 일본이 번안한 서양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이 번안한 서양이다. 둘 다 한때 양식으로 불렸지만 그 근원과 의미는 다르다.’(8)

 

  일제가 번안한 서양문물은 그대로 식민지에 이입되었고, 1930년대 조선은 서구를 직접 대면하지 못한 채 일본식 번안물을 서구로 알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1960년대 박정희시대에는 식민지 번안문화가 다시 번안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책 [번안 사회]1930년대 식민지 시대와 1960년대 산업화 시대의 연관성에 주목하면서 우리사회를 번안 사회라는 창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우리의 사회제도와 일상생활, 문화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그런 모양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는 장을 마련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금도 우리의 일상을 규정하고 있는 번안을 제도, 생활문화, 그리고 대중문화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먼저 제도에서는 교육, 학문, 과학, 기술, 종교, 근대어, 사진 등에 제국의 번안이 어떻게 식민지에 이입되어 전통과 얽히고, 또 오늘날까지 식민지배의 흔적을 감추고 남아 있는지를 파헤친다.

 

식민지의 근대는 자신이 스스로 만들고 찍는 근대가 아니라 제국에 의해 만들어지고 찍히는 대상이었고, 식민지인과 식민지의 풍광은 서구와 제국주의 시선아래 갇힌 박제와 표본이었다.’(21)

 

학교는 학생의 가치관과 행동을 규제하는 강력한 이념적 국가기구다. 그런데 근대 일본의 신민 육성책을 통해 만들어진 식민지 아동은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선생이 되고 군인이 되고 기업가로 성장했으니 그들이 수행하는 근대화에는 식민지 근대의 잔재와 영향이 바닥에 깔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61)

 

박정희는 식민지 조선에서 자신이 경험한 것을 1960년대 한국에 적용했다. 그러나 그는 그런 모방을 감추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베트남 파병이 식민지시대 징용, 징병제의 또 다른 모방이자 변형이었던 사실을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116)

 

  서구의 산물이 일본을 거쳐 식민지에 도입되면서 일본을 매개로 번안된 것을 확인하는 것은 식민지의 어쩔 수 없는 모방 경로였을 것이다. 그러나 식민지시대 일본에 의해 번안된 근대는 해방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오히려 반복되기조차 했다. 이처럼 반복된 번안의 역사는 식민지의 유산이 무엇인지, 우리 일상에 식민의 잔재가 있는지조차 헷갈리게 만들었다. 그 결과 우리는 식민잔재의 청산을 말하면서도 그것을 향유하기까지 한다. 마침표를 찍지 못한 식민지의 유산은 불씨의 잔재가 존재하는 한 언제 어디서나 되살아날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처럼 한국의 근대를 재조명하면서 무엇을 청산하고, 무엇을 비판하고, 무엇을 보존해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생활문화에 깃든 번안을 살펴보는 것에는 흥미로운 것이 많다. 하긴 우리가 일상에서 늘 사용하는 것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지만, 우리가 식민지의 잔재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또 그것이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를 되묻는 것 같다. 저자가 살펴보는 번안의 흔적은 경양식, 밀가루, 조미료, 식품업, 패션, 한복과 양장모자, 도시, 문화주택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 그 자체이다.

 

해방 후 일제가 물러나면서 일본풍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번안한 양옥, 양장 등 갖가지 양풍이 이 땅에 남았다. 곧이어 미군이 진주한 남한에는 미국풍이 밀려들었다. 결국 일제가 번안한 양풍과 새로운 미국풍에 전통의 잔존물까지 서로 뒤얽히게 된다.’(140)

 

  학교에 다닐 때 경양식집이 참 많았다. 그리고 그런 경양식집에서 양식을 한번 먹어보는 것이 꿈인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경양식집도 식민지시대 일제가 남긴 번안이라고 한다. 돈가스라는 일본식 번안 음식이 수십년간 양식의 근간으로 경양식집 메뉴를 차지하게 된 것이 서구식 근대화를 추진한 한국식 양식의 수준이었다는 저자는 말은, 과연 우리가 번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미원과 미풍으로 대표되던 조미료, 한국 음식에 뿌리내린 공장식 간장인 왜간장, 고무신, 서울의 도시구조, 문화주택 등이 식민지시대의 번안이라면, 잉여농산물로 원조받던 밀가루로 인한 식탁의 변화, 개량한복과 양장은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미국을 모방한 번안이었지만 모방적, 형식적 수준에 머무르고 말았다고 한다.

 

 

  대중문화 역시 번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전후 대중음악과 대중미술은 1950년대 미군부대 주변과 관계가 깊었다. 8군을 대상으로 한 쇼에서 불리던 번안가요가 대중음악이 되었고, 이발소 벽을 장식했던 서양명화를 복제한 값싼 모조 유화, 이른바 이발소 그림이 대중미술의 출발이었다고 한다. 그런 가하면 만화, 극장 쇼, 카페나 카바레와 같은 유흥업은 식민지시대의 번안이 해방후에도 맹위를 떨쳤고, 1960년대 미8군을 통한 미국의 문화와 접하면서 더욱 혼종물로 되어갔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의 대중문화 역시 산업근대화 시기까지 모방의 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모방과 번안은 인류역사에서 보편적현상이다. 그런데 모방을 또 모방하면 원본의 윤곽이 흐려지고 알맹이가 빠져나가면서 원본이 자리잡았던 사회 문화적인 배경과 맥락이 사라진다.’(301)

 

  결국 번안은 그것을 만들고 수용하는 주체의 취향과 행위, 그리고 문화적 역량에 따라 장단점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 식민지시대의 번안은 어쩌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1960년대 산업화시기에도 가난과 무지로 인해 우리는 식민지의 비극을 되풀이해서 반복했다고 한다. 저자는 아직도 그런 번안이 우리사회의 곳곳에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문제의식도 갖지 못한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고유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역시 서양문물의 일본식 번안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식민지시대에 등장한 혼종물 가운데 보기 드물게 살아남아 번안 성공작이라 평가받는 고무신 같은 것이 그렇다. 나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무신은 우리의 전통신발인 짚신에서 이행 되었다고 생각했던 사실이 어쩌면 깊은 생각없이 일상을 흘러가는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가 아닌지 모르겠다. 더 이상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것들을 찾아내고 평가해보자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우리의 일상에 나타났던 번안, 이제는 그런 역사가 끝이 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번안의 창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일상을 되짚어보는 좋은 시간이었지만 때때로 드는 씁쓸한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다.

k*****1 2018.10.20. 신고 공감 7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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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안 사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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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번안이라는 단어를 들을 기회가 많이 없다. 보통 번안곡이라고 해서 1950-60년대 외국곡을 들여오며 멜로디는 그대로 가져오되 가사를 우리말로 번역하거나 새롭게 붙인 노래가 있었는데 조영남의 공전의 히트곡 <딜라일라>가 그것이다. 번안곡이란 표현을 제외하면 번안하다라는 말을 듣거나 쓸 기회가 거의 없는데 노래를 제외한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번안된 콘텐츠들이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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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번안이라는 단어를 들을 기회가 많이 없다. 보통 번안곡이라고 해서 1950-60년대 외국곡을 들여오며 멜로디는 그대로 가져오되 가사를 우리말로 번역하거나 새롭게 붙인 노래가 있었는데 조영남의 공전의 히트곡 <딜라일라>가 그것이다. 번안곡이란 표현을 제외하면 번안하다라는 말을 듣거나 쓸 기회가 거의 없는데 노래를 제외한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번안된 콘텐츠들이 넘쳐 흐른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서양의 문화와 양식이 유입되는데 이 과정에서 번안이란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러한 사회를 필자는 번안 사회라고 부르며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소개하고 있다. 생각보다 우리 주변의 많은 부분이 번안된 결과다. 이 책을 읽고나면 주변의 것들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g*********n 2018.12.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