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2)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50%
  • 리뷰 총점8 5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10.0
  • 40대 0.0
  • 50대 8.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종이책
근대를 살았던 일본 엘리트들의 실체를 고발한 책
"근대를 살았던 일본 엘리트들의 실체를 고발한 책" 내용보기
이 책은 근대를 살았던 일본 엘리트들의 실체를 고발한 책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 책은 윤간을 당한 딸에게 부모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3권은 2권에 이어 주인공인 이부키 신스케가 대학생이 된 후 겪은 방랑적인 성장과정을 담고 있다. 3권에서도 여전히 신스케는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주변에 있는 이 여자 저 여자를 탐한다. 하지만
"근대를 살았던 일본 엘리트들의 실체를 고발한 책" 내용보기

 

 

이 책은 근대를 살았던 일본 엘리트들의 실체를 고발한 책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 책은 윤간을 당한 딸에게 부모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3권은 2권에 이어 주인공인 이부키 신스케가 대학생이 된 후 겪은 방랑적인 성장과정을 담고 있다. 3권에서도 여전히 신스케는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주변에 있는 이 여자 저 여자를 탐한다. 하지만 2권과 달리 3권에서의 신스케는 충만한 성욕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진 않는다. 오히려 3권에선 2권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신스케의 숨겨진 재능이 드러나 신스케가 점점 정신적으로 성숙해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3권에선 주로 신스케가 오가타 일행과 함께 유랑극단 생활을 하며 겪은 이런 저런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펼쳐진다.

 

3권은 책의 소제목 그대로 주인공인 신스케가 극단과 유랑을 하며 겪은 에피소드 위주로 내용이 전개된다. 신스케는 자기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으려 대학에 왔지만 1학기 동안 신스케가 한 일이라곤 오가타와 붙어서 매춘부나 만나고 먹고 살기 위해 알바를 한 것이 전부다. 큰 뜻을 품고 사립 명문대학에 입학했건만 신스케는 정작 대학생활을 통해선 권투하는 방법 이외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선배인 오가타란 인간에 엮여 대학생활이 아닌 유랑극단 생활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다. 유년시절도 그랬지만 이제 막 성인이 된 청년시절도 신스케의 인생은 그리 평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전편에 이어 3권에서도 신스케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아주 살짝 일제가 과거에 저지른 만행 중 하나인 종군 위안부에 관한 내용을 언급하는데 옛날부터 어디서나 흔히 일어났던 이야기라고 얼버무리는 바람에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일본인(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니까)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 만다. 이 책은 역사서가 아니라 역사에 기반을 둔 소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소설에서 아무리 과거사 문제를 언급했다 하더라도 그걸 근거로 삼아 과거의 죄를 논하긴 어렵다. 그래도 저자가 모국인 일본의 치부를 조금이나마 언급한 것을 보면 저자에겐 우익 세력들과 달리 양심이 조금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행위로 인해 일본이 우리민족에게 저지른 크나큰 과오가 탕감되거나 사그라지진 않지만 그래도 자국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 소설 속에 자신의 조상들이 저지른 악행을 조금이나마 담으려 한 걸 보면 저자는 잘못을 하고도 전혀 반성할 줄 모르는 전범인 일왕 히로히토(裕仁)보다 나은 자라 하겠다.

 

신스케는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오가타의 유랑극단에 매니저로 합류하게 된다. 그리고 겸사겸사 북쪽으로 사라진 고향 후배이자 연인인 오리에를 찾아 나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신스케 일행은 도미라는 밝고 명랑한 소녀를 만나게 되어 적은 돈으로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받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신스케와 도미의 아버지는 부둣가의 양아치 패거리를 혼내주게 되는데 이 일로 인해 도미는 보복차원에서 그 세 명의 양아치들로부터 윤간을 당하게 된다. 윤간으로 인해 도미는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받게 되지만 아버지의 강한 위로를 통해 위안을 얻어 죽으려던 마음을 고쳐먹고 신스케와 오가타의 제안을 수락하여 유랑극단에 합류하게 된다.

 

한편 오가타가 이끄는 ‘극단 백야’는 추위와 배고픔으로 인해 갈등이 유발된다. 정작 하려던 연극은 방해자들로 인해 못하게 되고 출발할 땐 생각지도 못했던 생활고를 겪으면서 극단 멤버들 사이에 시나브로 균열이 일어나 조금씩 삐걱거리다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이 책은 총 30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부터 난 내가 주목한 것들 위주로 그 내용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윤간을 당한 후의 대처방법에 대해 이야기한 점’이다. 도미고베야지마 일당에게 윤간을 당하는 일을 겪게 된다. 세 명으로 구성된 야지마 패거리는 도미의 아버지신스케에게 시비를 걸다 되레 당하게 되는데 이들은 이를 보복하고자 우연히 길을 지나던 도미를 발견하곤 덮쳐 성폭행을 저지른다. 이를 두고 도미의 아버지인 마루야 다마키치는 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처리하려 하지만 신스케 일행의 만류와 딸의 앞날을 생각해서 극단적인 생각은 그만두고 딸에게 이별을 고한 후 정착해 살던 지역을 훌쩍 떠나버린다.

 

여기서 도미의 아버진 딸에게 다소 거칠지만 의미 있는 조언을 해주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 정도의 일로 울면 마루다마(마루야 다마키치의 줄임말)의 딸답지 못해. 뭐, 한두 번 당했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다. 중국이나 만주에서는 일본 헌병한테 몇 십 번이나 당하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여자들도 얼마든지 있어. 전쟁이 끝나고 들어와서 러시아 병사에게 당한 여자도 있고, 미군 기치촌에서 미국인들한테 윤간당한 여학생도 있어. 옛날부터 어디서나 흔히 일어났던 이야기야. 그런 일은 너의 인간성에 상처를 입힐 만한 일 축에도 못 낀단다. 나도 그렇고 니시자와 씨도 여기 학생들도 그 정도의 일 따위를 마음에 담아 둘 사람들이 아니야. 네 엄마가 나와 사귀게 된 것도 내가 무리하게 완력으로 덮쳤던 것이 계기가 되었지. 그런 일 따윈 신경 쓸 것 없다. 이제 울지 마라. 자궁까지 엉망진창이 된 것은 아니잖니, 그치?” P.115

 

우린 이를 통해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성폭행을 당한 딸에게 아버지가 어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를 간접적으로 배우게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자신의 딸이 남에게 함부로 짓밟힌 걸 보고 가만히 있을 부모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딸이 강간을 당하게 되면 대부분의 부모는 매우 분노하여 법의 테두리 안에서나 법의 테두리 밖에서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딸을 범한 인간을 처리하려 든다. 하지만 모두가 잘 알다시피 법은 성폭행을 당한 여자를 제대로 감싸주지도 보호해주지도 않는다. 강간범에게 강한 처벌이라도 내려주면 속이라도 시원하겠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법은 성범죄자들에게 너무나 관대하다. 법이 이렇게 피해자에겐 가혹하고 가해자에겐 관대하다보니 피해를 당한 쪽은 사회체제에 대해 더욱 분노하게 되고 법을 만드는 자들과 법을 집행하는 자들을 더욱 불신하게 된다. 그런데도 성범죄자에 관한 법은 좀처럼 바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혹 유력 여당 정치인 혹은 대법원장 또는 최고 권력자의 딸이 제대로 윤간을 당해야 법이 바뀔까 평범한 집안의 여자들은 아무리 성폭행을 당하고 윤간을 당해도 법은 그들을 치유해주기는커녕 외면하기 바쁠 뿐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장면을 통해 성범죄 처분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당시 일본 사회가 법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고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사회였다면 이런 성범죄가 벌어졌을 때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들이 그 고통을 가슴에만 묻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패망 후의 일본은 그런 법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도 않았고 처벌 수위도 형편없어서 피해자는 성범죄로 인해 고통 받는데 가해자는 뻔뻔하게 잘만 돌아다녀 대중의 분노를 샀던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당시 이와 같은 현실의 문제점을 이 소설을 통해 보여주려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 책에서의 가해자는 극악무도한 야쿠자 혹은 양아치들이지만 굳이 그런 자들이 아니더라도 여자를 함부로 범한 자들은 그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기에 동급으로 취급해도 무방하다. 성범죄자들이 자신들의 아래 물건을 마음껏 휘두르며 사회를 어지럽혔던 것은 당시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서였는데 저자는 이와 같은 장면을 소설 속에 삽입함으로써 일본의 근대사회가 이 지경으로 형편없었음을 고발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저자는 도미의 아버지를 통해 성폭행을 당한 가족이 어떻게 딸을 대하고 이런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아주 극단적으로 잘 보여줌으로써 이에 대한 대응책 내지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있다. 윤간을 당한 딸을 향한 도미의 아버지의 위로의 말은 매우 적절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윤간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딸에게 용기를 주고 재기할 수 있게끔 하는 데는 이만한 조언도 없다고 본다. 딸이 강간을 당했다고 해서 쉬쉬거리기나 하고 부끄러워만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이런 일을 당했다고 해서 숨기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도미의 아버지처럼 그런 대수롭지 않은 일(실제론 절대 대수로운 일은 아니지만)로 약한 마음을 갖지 말라고 딸에게 강하게 충고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에선 알바를 하던 여대생이 고용주에게 강제로 성폭행을 당한 후 이를 치욕스럽게 여겨 자살을 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만약 우리 사회가 성폭행을 당한 이들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고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사회였다면 이 여대생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국의 문화나 시스템은 성폭행을 당한 사람에게 너무나 가혹하다. 도미의 아버지처럼 바라보지 않고 피해자를 마치 더러운 종자 내지 죄인처럼 취급을 하고 있으니 어느 피해자가 얼굴을 들고 이 한국땅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 한국의 여성 피해자들은 이와 같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으로 인한 심적 고통을 받다가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한만 잔뜩 남긴 채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우리 사회가 성폭행범에겐 한없이 가혹하고 피해자에겐 한없이 관대한 사회였다면 어땠을까? 과연 환경이 그랬는데도 피해자들이 자살만 최선이라 생각해 목숨을 끊었을까? 만약 우리 사회가 성폭력 피해자들을 좀 더 배려하고 그들을 편안하게 눈으로 바라봐주었다면 그들은 결코 이런 일로 인해 죽음을 선택하진 않았을 것이다. 적절하지 못한 법체제와 적절하지 못한 시선 때문에 아까운 젊은 목숨이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일은 이 땅에서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연극에 사상을 집어넣어 인민을 선동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점’이다. ‘극단 백야’의 멤버들은 처음 자신들이 추구했던 목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조금씩 분열하기 시작한다. 리더인 오가타가 주장한 민중과 함께 만들어가는 연극은 애초의 뜻대로 실현되지 않고 지역 기득권 및 양아치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게 된다. 그러다 보니 극단의 사기는 한없이 곤두박질치게 되고 여기에 생활고까지 겪으면서 극단 멤버들은 하나 둘씩 이런 생활에 회의를 품으며 유랑활동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다.

 

문제 제기 중 가장 눈에 띄는 주장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연극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난 이 주장이 맞다고 본다. 연극은 기본적으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어야 한다. 아무리 예술성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관객에게 아무런 재미를 주지 못하는 연극은 의미가 없다. 그런데 오가타는 연극에 반드시 사상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사회주의 사상이 내재된 연극을 통해 인민들을 깨우쳐 그들 스스로 권리 투쟁에 나서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유랑 극단을 만들고 운영하는 오가타의 주된 생각이다. 사실 오가타의 취지는 당시 시대적인 분위기를 고려해봤을 땐 그리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패망 후 일본은 심한 경제침체를 겪게 되었는데 이때 기득권이나 정치인들은 노동자들이나 하층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착취를 일삼아 자신들의 부만 챙기기 바빴다. 이로 인해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인민들은 물론이고 학생들에게까지 제대로 분노를 사고 만다. 이 와중에 일본에 러시아사회주의 사상이 유입되면서 엘리트들은 더욱 이런 암울한 현실에 분노하게 되고 현실을 타개하고자 여러 가지 투쟁을 궁리하던 중 연극을 하나의 투쟁으로 삼아 사회주의 사상이 듬뿍 담긴 연극을 만들어 지방을 돌며 공연하게 된 것이다.

 

오가타가 연극을 통해 민중의 봉기를 꾀한 것은 당시 상황으로선 현명한 책략이었고 좋은 방법이었다. 대학생들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운 사상을 무지몽매한 인민들에게 그대로 소개하고 설명하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보단 이와 같은 연극을 통해 그들을 깨우쳐주고 가르쳐주어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아주려는 시도가 사상을 전파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진보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코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었다. 이 책에서 누군가 말한 것처럼 연극이 본연의 순수함을 잃고 사상에 이용되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옳은 주장이라 생각된다. 러시아의 공산당독일의 나치영화를 통해 그들의 사상과 전략을 합리화하고 정복전쟁을 미화했었다. 이렇게 영화가 본연의 기능이 아닌 특정 사상에 이용된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러시아의 공산당도 독일의 나치군도 영화를 통해 자신들의 사상을 전달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영화를 이용한 것이었다. 그로 인해 무지한 많은 이들이 그들에게 속아 공산당 혹은 나치에 동조하게 되어 극악무도한 짓을 많이 저질렀으니 영화를 이용해 자신들의 사상을 주입시킨 일은 문제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저자는 연극이 순수하지 못하게 특정 사상에 이용되는 것은 문제라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코자 이와 같은 내용을 책에 담은 것이 아닌가 싶다. 특이한 것은 저자는 분명 등장인물들 중 누군가의 입을 빌려 이와 같은 주장을 할 수도 있었는데도 끝까지 누가 이런 주장을 했는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그냥 대충 넘어갔다는 점이다. 이는 저자가 이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개입시키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특정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서도 충분히 이와 같은 주장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이 주장이 그들의 주장이 아닌 저자 자신의 주장이라는 걸 독자에게 좀 더 강하게 어필 싶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인민들을 위해 연극을 보여주고 그들의 고통 받는 삶을 연극에 담아 세상에 알리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긴 하나 연극을 동원해서 체제를 전복시키고 인민들을 선동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기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 문제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마지막 세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사회주의 사상에 빠진 엘리트들의 한계를 지적한 점’이다. 앞서서 난 이 ‘극단 백야’ 멤버들이 분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들이 분열하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연극의 순수성 훼손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이들이 분열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이런 수준 높은 차원이 아니었다. 사실 극단 백야의 멤버들이 연극에 회의를 느끼고 유랑생활에서 이탈하려 했던 가장 큰 이유는 고차원의 이론 다툼이 아니라 저차원이라 할 수 있는 추위와 배고픔생활고 때문이었다.

 

처음 오가타를 따라 함께 유랑극단 생활을 하려 했던 자들은 소위 말하는 엘리트들이었다. 대부분이 명문대 출신에 많이 배운 자들로 몇몇을 제외하곤 사회주의 사상에 푹 빠져 인민들을 위한 연극을 하겠다고 따라나선 자들이었다. 그런데 막상 인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그들이 겪는 고통을 겪자 이들은 생각을 달리 하게 된다. 이들은 러시아공산주의 사상에 빠져 인민들을 위해 뭔가를 해보자는 위대한 뜻에서 길을 나섰지만 막상 배고픔에 시달리고 매서운 추위를 겪자 인민들을 위한다는 초심은 사라지고 오직 자신들의 안위만을 생각하게 된다. 본토인 도쿄에 있을 땐 등 따시고 배부른 상태에서 연극을 하고 공산주의 사상을 외쳤는데 타 지역에 와서 추위와 싸우고 배고픔에 시달리다보니 도저히 못 견뎌 불만을 터뜨리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런 엘리트들의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당시 사회주의 내지 공산주의 사상을 주장했던 자들이 얼마나 이기적인 종자들이었는지를 제대로 고발하고 있다. 저자는 이들의 실상과 본모습을 고발함으로써 사실 이들이 실제로 인민들을 위해서 투쟁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관심을 받고 싶어서 나냈던 것임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까발린 것이다. 말로는 추위에 시달리고 배고픔에 굶주리는 인민들을 위해 혁명을 일으켜 인민을 위한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상 이들은 인민들이 어떤 고통을 받고 어떤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지 잘 파악하지 못했다. 그저 이론으로만 배운 사상을 주장하며 많은 이들로부터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기만을 바랐던 것이 엘리트들의 목표이자 목적이었는데 현실에서 그것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본색을 드러내고 다시 인민들의 생활과 거리가 먼 그들만의 세상으로 돌아가려 한 것이다.

 

오가타 일행이 하려던 일은 다행히도 멤버들의 갈등과 균열로 중단되고 만다. 내가 여기서 이들의 행위가 중단된 것이 다행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들이 추진했던 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인민들에게 통해 전국적으로 봉기가 일어났다면 일본이 자칫 공산주의 국가가 되는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졌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일본미국의 지배로 인해 자본주의 국가로 성장하게 된다. 21C인 지금 현재 우리나라와 과거사 문제로 대치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일본이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자본주의 국가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만약 일본이 패망 후 중국이나 북한처럼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 엘리트 청년들이 리드하고 노동자 및 인민대중들이 호응해 전국적인 봉기가 일어났더라면 일본에서는 분명 러시아처럼 공산당 혁명이 일어나 일본은 강력한 공산국가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역사가 그런 쪽으로 흘러갔다면 가까이 있는 한국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북한 하나로도 벅찬 데 일본까지 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로 주변에 있었다면 한국은 지금처럼 성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미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일본의 공산주의의 억누르고 자본주의 국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도운 것은 미국에게도 유리한 일이었지만 한국에도 큰 이득이었다. 지금 일본이 우경화되어 자꾸 헛소리나 지껄여대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하는데 미국이 망하거나 혹은 미국이 일본에 대해 완전히 손을 떼지 않고서는 일본은 결코 제국주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은 늘 그렇듯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나라이기 때문에 늘 예의주시하며 그들의 도발을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일본처럼 단결이 잘 되고 한쪽으로 잘 쏠리는 나라도 드물다는 걸 우린 절대 잊어선 안 된다. 우리는 늘 그들의 우경화 및 좌경화에 신경을 쓰면서 그들의 외교노선에 맞게 대응하고 맞서야 한다고 본다.

 

3권은 그 이전 권들과 달리 19금이 그리 난무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전혀 19금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앞에 권들과 비교해서 보면 다소 자극적인 부분은 줄어들었기에 조금씩 책이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야한 내용들이 차지했던 공간은 사회주의 사상과 당시 사회의 추악한 면으로 채웠는데 내용이 상당히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어 21C인 지금 시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패망 후의 일본사회가 얼마나 더럽고 지저분했는지 그리고 당시 엘리트라 할 수 있는 대학생들이 얼마나 한심하게 공산주의 사상에 빠져 헛된 사회를 꿈꿨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기 바란다.

 

 

 

인상적인 글귀

 

“인간이란 이상한 존재야.”

 

“인간의 세계라는 건 참 이상하다.”

 



d****3 2012.08.30. 신고 공감 7 댓글 5
리뷰 총점 종이책
청춘의 문
"청춘의 문" 내용보기
청춘은 미래에 대해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 나간다.가슴 속에선 피가 끓어 오르고 꽂히는 이성 앞에선 주체할 수 없는 설렘과 흥분이 교차하기도 한다.사회인이 되기 위해 베낭 여행도 다녀 보기도 하고 맘에 드는 이성과 뜨거운 성욕을 불사르기 하는게 청춘의 특권이다.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방황과 유랑의 늪으로 한없이 빠지게 된다면 때론 좌절과 고뇌에
"청춘의 문" 내용보기

 

 청춘은 미래에 대해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 나간다.가슴 속에선 피가 끓어 오르고 꽂히는 이성 앞에선 주체할 수 없는 설렘과 흥분이 교차하기도 한다.사회인이 되기 위해 베낭 여행도 다녀 보기도 하고 맘에 드는 이성과 뜨거운 성욕을 불사르기 하는게 청춘의 특권이다.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방황과 유랑의 늪으로 한없이 빠지게 된다면 때론 좌절과 고뇌에서 헤어나기도 힘들 것이다.나는 지난 시절의 청춘의 특권을 불사르지 못한 평범한 사람이었던거 같다.지난 시절은 평범한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길을 가기 위해 직장을 구하고 이성을 만나기도 하면서 퇴자를 맞기도 하면서 과연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까를 수없이 자문자답하기도 했다.

 

 큐슈 지쿠호 탄광촌에서 태어나고 자란 주인공 신스케는 이제 한 학년을 휴학하기로 결심하고 '방랑 극단'이라는 이름을 걸고 유람선에 몸을 싣고 일본의 최북단 홋카이도 하코다테로 향한다.도쿄에서 알았던 극단 동료들(신스케를 비롯하여 12명)은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하코다테의 부두 하역장에서 노무직과 극단을 운영하기 위해 호코요(北洋)신문사의 니시자와의 도움을 얻어 극단을 꾸려 가려 하는데 부두에서의 노무직은 말그대로 거칠고 야성적인 남자들이 하는 일이기에 때론 조폭들과 맞닥뜨려 얻어 터지기도 하는 등 살벌한 분위기가 펼쳐져 나간다.

 

 

 신스케는 끓어오르는 성욕을 이곳에서도 불사르기도 하지만 마음 속에는 지쿠호에서 함께 성장했던 오리에를 못잊는다.그녀가 동경에서 홋카이도로 넘어 왔다는 얘기만 듣고 언젠가는 만나기만을 고대하면서 부두 노무직,연극을 하기 위한 준비로 포스터,전단지 등을 동료들과 분담하는데 노무직의 경우엔 일당에서 식비 등을 빼고 남는 것은 고작 일당의 절반밖에 되지 않기에 연극을 하기 위한 장소와 시설 등이 절대적으로 열악했던 그들에겐 탄식밖에 나오질 않는데 마침 극단에 합류한 도미의 아버지가 중고트럭을 흔쾌히 쾌척하고 폐허가 된 창고를 무대로 활용하라고 하는 행운이 오는데 조폭들과의 몸싸움은 이곳에서도 빈번히 발생한다.

 

 신스케가 생각하는 극단의 주제는 위로부터 아래로의 개혁이 아닌 민중으로부터 타오르는 개혁의 내용을 담은 것이고 그들은 썩은 권력을 풍자하고 그에 맞서려는 진보적인 내용(양과 늑대의 블루스)을 담고 있다.일종의 낡은 사회의 낡은 제도를 주민들에게 알리고 개혁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자는 의지가 강렬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부모없이 홀로 된 신스케는 계모인 다에씨의 모성애를 그리워하고 류고로 아저씨의 음덕으로 대학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지만 정작 향후 무엇을 어떻게 살아갈지를 마음 속으로 되뇌인다.젊고 활기찬 청춘이지만 돈이 없는 빈자에겐 설움밖에 없다.그는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려 매혈(賣血)을 하기도 하고 철야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학비,생활비,숙비 등을 감당할 여력이 없음은 그의 발목을 잡고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한다.

 

일본에서 단가(短歌) 시인으로 유명한 다쿠보쿠의 가집을 읽으면서 신스케는 다쿱쿠가 가난 속에서 육친과 병약한 몸과 뿜어 넘치는 정열을 품고서 죽을 힘을 다해서 살아온 남자로 생각하면서 신스케는 돈이 없는 데서 비롯된 거라고 자신을 위로한다.

 

 "좋은 친구여,걸식이 비천함을 미워하지 마라.배고플 때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P268

 

 

 신스케는 아르사로(아르바이트 살롱)에서 일하는 중년 여성의 안내로 오매불망하던 오리에를 만나게 된다.극적인 해우이다.서로는 사랑하고 연모하며 오랜 세월을 그리워했기에 뜨거운 성욕을 불사르게 된다.마치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깊고도 뜨거운 사랑의 순간이 그들이 하나가 됨을 느끼게 한다.풋풋하고 변치없는 순정의 순간은 둘의 몸이 뜨겁게 달구어지고 오리에는 신스케와 함께 도쿄로 다시 돌아가기로 약조한다.

 

 비록 신스케는 어린 시절 거칠고 척박한 탄광촌에서 자랐지만 순수한 사랑의 대상을 오리에에게 꽂히고 그들의 앞날이 과연 어떻게 변해갈지는 갈팡질팡하는 신스케의 운명에 달려있을거 같다.민중과 함께 연극을 창조하려는 신스케가 과연 미래를 어떻게 구상하고 삶을 꾸려 나갈지가 4부작에서 기대가 된다.



j******6 2012.03.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