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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을 읽다보니 일상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에 흥미가 생겼다. 슈퍼마켓, 문화센터, 베이커리, 카페, 식당, 서점, 문방구, 이발소, 목욕탕... 사람 사는 동네라면 어디든 있는 익숙한 장소들이 무대가 되고 흔히 마주치는 보통의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어쩌면 내 이야기인 것도 같은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작품들에서 위로와 공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경험에 의해 제목에 대놓고 직업이나 직종을 드러낸 소설을 보면 어쩐지 마음이 끌린다. 또한 실패한 전적은 거의 없다. 이번에 다다른 점포는 세탁소. 세탁소는 은근히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그만큼 생활에 밀접한 직종이라는 의미일터인데, 실제로 어느 지역을 가든 동네한바퀴를 둘러보면 슈퍼나 편의점만큼이나 많이 분포된 점포가 미용실과 세탁소라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내가 내 머리를 자르기 어렵듯이 가정에서 해결되지 않는 의류 손질의 필요성은 반드시 생기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또한 세탁소에서 말끔하게 손질된 옷이 내 품으로 돌아오는 건 무척이나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다. 무지갯빛 삽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쓰는 작가 노나카 도모소野中ともそ의 소설 《세탁소의 미소지로クリ-ニングや みそじろう》는 더러워진 옷의 얼룩을 지우듯 마음의 얼룩진 상처를 다정하게 어루만져주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도쿄 변두리 오래되어 쇠퇴해가는 상점가에 위치한 「나카지마클리닝」. 주인이 세상을 떠나자, 해외로 이주하기로 한 장남을 대신해 세탁소를 이어받은 건 차남 나카지마 미소지로(中島三次郞)였다.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깨끗함을 좋아하던 형과는 달리 항상 멍하니 무언가를 관찰하며 다양한 자연의 소재로 물들이는 놀이에 빠져있던 미소지로. 그로 인해 세탁소집 아들이 허구한 날 얼룩을 만들어온다고 불호령이 떨어지곤 했다. 그에게 있어 얼룩의 기준은 보기에 거슬리는지 아닌지에 달려 있었으니, 심혈을 기울여 색깔을 입힌 하얀 옷이나 손수건은 예쁘게만 보였던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별반 달라지지 않은 느긋한 성격의 미소지로가 점장 자리에 앉은 이 세탁소,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선대 때부터 줄곧 일해 온 세탁장인 가야마 나가토(荷山長門)는 걱정이 앞선다. 얼룩이 까다로운 종류일수록 기뻐하는 나가토와 아무런 클리닝 지식도 없는 미소지로. 어딘지 맞물리지 않는 두 사람이었지만, 세탁소를 찾는 손님들과 교류하며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건 단지 미소지로의 성장만은 아니었으니, 아버지처럼 그를 보아온 나가토의 마음에도 잔잔한 물결이 일렁인다.
먹는 걸 엄청 좋아하는 데도 불구하고 비실비실한 몸으로 카운터에 앉아 졸기나 하던 청년 미소지로가 차차 변화해가는 모습을 그리는 성장소설이면서도, 솔직하고 순수한 아이 같은 마음이 전염되는 힐링소설이기도 하다. 케첩 얼룩만 지우고 할아버지의 유골이 묻은 재는 남겨달라고 부탁하는 소녀 나코. 남편의 로망을 실현시켜주고자 화장품 얼룩을 만들어오는 중년여성. 백합꽃물이 든 셔츠로 오해와 불화가 생긴 직원 커플. 찾아오는 손님들이 맡긴 세탁물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깃들어 있다. 마음의 얼룩까지 사라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쩌면 그 얼룩이야말로 살아가기 위한 디딤돌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무리해서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한걸음씩 열심히 살고 있는 자신의 소중한 일부니까. 다만 너무 아프지 않도록 희미해진다는 점은 다행이랄까. 어제의 얼룩은 내일에 대한 희망. 과거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 지켜온 것도, 지켜야 할 것도, 자신의 인생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생각하는 미소지로에게도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겼다. 세상 모든 것을 그저 보고만 있던 미소지로가 오지라퍼가 되었다. 그의 사랑이 답답한 한편으로 그의 결정을 차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나 역시 조금이나마 성장했다는 방증일까. 갓 다림질한 옷을 입을 때의 따스한 온기가 잡힐 듯이 전해져온다.
染みは簡單につきます。だが一度ついた染みは、そう簡單には拔けない。とくに拔けたくない、と踏ん張っている染みは。でも、昨日の染みは、明日の雲。人と出會い、人を知り、ようやく人は立體的になってい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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