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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내용보기
예전에 "교사 상처"를 읽은 후 참고문헌에서 이 책 이름을 발견하고 언젠가 꼭 읽고 싶어서 위시리스트에 담아두었다. 이번 학기 TIM모임에서 읽을 책을 고르다가 이 책 이야기가 나왔고 함께 읽기로 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에 대한 고민을 누구나 하고 있고 해야하기에 읽을 만한 책이다. 같은 텍스트를 읽었지만 읽는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달라서 신기했다. 최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내용보기

예전에 "교사 상처"를 읽은 후 참고문헌에서 이 책 이름을 발견하고 언젠가 꼭 읽고 싶어서 위시리스트에 담아두었다. 이번 학기 TIM모임에서 읽을 책을 고르다가 이 책 이야기가 나왔고 함께 읽기로 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에 대한 고민을 누구나 하고 있고 해야하기에 읽을 만한 책이다. 같은 텍스트를 읽었지만 읽는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달라서 신기했다. 최일샘 말씀대로 이 책은 파커 파머의 자서전이나 수필집 같은 책이다. 책장이 훌훌 잘 넘어간다. '기독교'를 넘어서는 '영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서 도순장님이 마음 불편한 지점이 어떤 부분인지도 느껴졌다. 기독교 서적이라기보다는 이 시대 배울 만한 어른의 인생 이야기로 읽으면 어떨까 싶었다. 수필 같기도 자서전 같기도 심리학 서적 같기도 종교(영성) 서적 같기도 한 이 책은 심지어 예스이십사에서 '처세술, 자기계발서'로 분류하고 있다는 사실. 아무튼 나는 성인이고 버젓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자주 나에게 맞는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인지라 의미 있는 지점이 많았다. 그래서 학교 독서모임 "책사랑"에서도 읽자고 추천했다.

 

이 책과 동시에 읽었던 "맛있는 철학"에서 라캉의 욕망 이론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보게 되었다. "자신이 욕망하는 것이 진실로 자신이 소망하는 것인지 혹은 소망하지 않는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 주체는 다시 태어날 수 있어야 한다.", "부모의 욕망은 어디까지나 부모의 것이지 나의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나 자신이 스스로 진정한 주체로서 인생의 갈림길 앞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욕망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대면하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 책과 상통하는 지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 2장에서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일치하지 않아 고민했던 파커 파머 자신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교사를 계속할 수 있을까 자주 고민하며 언제라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사는 나이기에, 정말 나다운 삶과 신이 내가 타고 나게 한 소명(혹은 참자아의 모습, '참자아'라는 표현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이 무엇인지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사람에 치이거나 중2병이 절정인 학생들을 눌러놓고 힘겹게 수업을 하다보면, 그리고 종종 꾸준히 책 읽고 생각을 글로 남기거나 정책토론회에 참여하며 후기를 작성하고 있다 보면 공부를 더 하거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사무치게 한다. 10년 쯤 후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1장: 내 인생의 목소리를 들어라. 소명vocation의 어원은 voice다.
2장: 소명= 참자아가 돼라. 소명은 바깥에서 오는 게 아니다.

"소명이란 성취해야 할 어떤 목표가 아니라 주어지는 선물이다. 소명의 발견이란 얻기 힘든 상을 바라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가지고 있는 참자아의 보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소명은 나 아닌 다른 어떤 존재가 되라고 ‘저쪽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소명은 본래 타고난 그 사람이 되어, 태어날 때 신이 주신 본연의 자아를 완성하라는 ‘여기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서 나온다.
... 나의 손녀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사람이 아니라 바로 ‘이런’ 존재로 이 땅에 온 것이었다. 아이는 장차 세상이 부여할 어떤 이미지로 만들어질 재료로 태어난 게 아니었다. 아이는 이미 자기만의 형상을 선물 받았으며 자기만의 숭고한 영혼을 지니고 있었다." 30-31쪽.

 

3장: 문이 닫히고 다른 문이 열린다, 본성, 진짜 나.

4장: 우울증, 상처 입은 치료자, 고통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제목에 들어있던 '삶'이라는 단어는 좀 더 희망차고 긍정적인 느낌이었다. 그러나 힘든 일을 겪은 초롱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단어는 생각보다 훨씬 힘겹고 고통스러운 단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 자신이 심각한 우울질을 타고 나서 파커 파머가 경험한 우울증 같은 경험을 했던 지점이 인생에 몇 번 있었다(회복탄력성이 좋은 다른 사람은 별로 힘들어하지 않을 상황일 수도 있을 그런 상황). 최근에는 생활교육을 하면서 담임으로서 보람 없고 무력한 하루를 보내면서(그렇다고 엄청 심각한 상황은 아니고요) 3-4장을 읽었더니 공감이 많이 되었다. 3, 4장에서도 저자는 '진짜 나'가 원하는 대로 살지 않았을 때 찾아올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학교에서 사람에 치이는 경험을 할 때마다 '아, 책은 나에게 화를 내지 않는데' 생각하며 학교에서 벗어나 공부나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저자가 말하는 '삶에 내게 거는 말'이란 이런 인생을 건 진로 문제를 뜻할 수도 있지만, 일상에서 사소한 선택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결국은 마음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야하리라는 생각도 해봤다.

기독교인 입장에서 볼 때 도순장님이 (재은순장님이 전에 말씀하셨다던) 파커파머 색채에서 우려되었던 점을 3-4장을 읽으며 발견했다. 토마스 머튼은 김남준 목사님이 "개혁주의와 관상기도"라는 책에서 비판하셨던 '관상기도'를 주창하던 영지주의자로 분류되는 사람이다. 일종의 명상과 비슷한 기도인데 개혁주의 기독교 신학에는 맞지 않는 기도법이라고 한다. 파커파머가 이 책에서 자주 사용하는 '참자아'나 그가 평소 좋아하는 영성 개념도 영지주의에서 자주 쓰는 단어로 알고 있다. 옥성호님이 쓰신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나 방언 관련 서적에서도(아마도) 그러한 맥락을 비판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파커 파머가 기독교사 필독서 목록에 꼭 포함되곤 하지만 앞으로는 그의 책이 꼭 정통 기독교 맥락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파커 파머의 책을 거의 읽기도 했지만 조만간은 굳이 찾아 읽을 일은 없을 듯하다.

 

아무튼 이번 3-4장은 나름 심리적으로 힘들 때 남이 힘들었던 이야기를 읽으면서 힘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헨리 나우웬의 책 "상처 입은 치유자"처럼 우울증을 경험했던 저자는 우울해하고 있는 나에게 위로를 주었다. 내가 힘겹게 겪었던 고통이 앞으로 살아갈 힘을 주기도 하고 비슷한 고통을 겪는 타인을 위로하기도 하는 메커니즘이 신기하다.

 

5장: 리더십(모두의 소명), 공동체, 영성
6장: 인생의 계절들

"리더십은 모든 사람의 소명이다.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도피이다... 당신 역시 이 땅에 살면서 자기 할 일을 다 하고 있다면, 어떤 종류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135쪽.
교사도 일종의 리더라고 할 수 있지만, 저자는 리더의 범위를 한없이 넓히고 있다. 그래서 위의 표현이 참 멋지고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TIM 지역모임에서 우리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모임을 마무리했다. 리더회의에서 느꼈던 답답함과 TIM 다른 지역모임과의 느슨한 유대감 문제, 우리는 한 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와 같은 고민들... 5장을 읽다보니 교사 몇 사람 위에 모임을 이끄는 리더가 있다고 우리 모두 생각하는 지점 자체가 좀 잘못되지 않았었나 싶어졌다. 하다못해 누군가의 소소한 일상을 나눌 때에도 우리는 서로에게 충실하게 성숙한 리더가 되어주어야 한다. 그 리더는 나누는 사람 위에서 충고하고 가르쳐주는 사람보다는 그저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전적으로 그의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남이 아니라 공동체라면 말이다. 나는 그런 일을 잘 못하기에 앞으로 이 사실을 기억하고 성숙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4장에서 고통스러웠던 우울증에 이야기했던 저자는 그 과정이 힘겹지만 인생에 의미 있었다고 5장 내내 이야기한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참여했던 극기훈련에서 가냘픈 밧줄을 허리에 묶고 절벽을 내려가야만 했던 경험을 들려준다. 두려워서 주저했지만 살려면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그 과정을 견뎠을 때 단단하고 안전한 땅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만나게 될 내 안의 어두운 지점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지금도 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나만의 어둠, 그래서 전부터 TIM 선생님들께서 하셨던 '상담 공부'를 내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나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만날 우리가 공유한 의식은 또 어떤 모습일지, 거기까지 내려가야만 갖추게 될 모두를 사랑할 수 있게 하는 훌륭한 리더십이란 어떤 경지일지 궁금해졌다.

"어둠의 여행은 우리를 인생의 가장 힘들고 어려운 현실을 향해 안으로, 아래로 이끌고 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적이고 긍정적인 세계와는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여행이다. 왜 우리는 아래로 내려가야만 하는 걸까?
왜냐하면 그 여행을 통해 우리는 자기 내부에 있는 어둠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어둠은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드리우는 그늘의 궁극적인 근원이기도 하다. 적이 내 안에 있다는 걸을 알지 못하면 우리는 누군가 '저 바깥에' 있는 사람을 적으로 만들 방법을 수천 가지나 찾아낸다. 그래서 사람들을 해방시키기보다는 억압하는 리더가 되고 만다.
하지만 애니 딜라드의 말대로 자기 내부에 있는 어둠의 괴물들을 타고 아래로 계속 내려가면 중요한 한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그 지점은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합된 장이며 자기 자신과 서로에 대한 근원적인 사랑을 경험하는 상태이다. 또한 조각난 인간 삶의 표면 아래 공유되는 의식의 공동체이다. 훌륭한 리더십은 자기 내부의 어둠을 꿰뚫고 지나가 사람들과 하나가 되는 지점에까지 도달한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그들은 이미 어둠을 경험했고 길을 알고 있기에 다른 사람들을 ‘완전함’으로 이끌 수 있다." 144쪽.

6장에서는 비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인생을 4계절에 비유한다. 이 내용은 예전에 읽었던 "인생의 계절들"이 훨씬 깊이 있었던 듯하다. 거의 항상 겨울처럼 차갑고 우울하기만 한 내 삶에 지난 모임 최일샘께서 챙겨주신 김밥 세 줄과 지난 우울증에 대해 물어주셨던 관심은 봄날의 훈훈한 햇살처럼 최근 내 감정을 우울하게 했던 살얼음들을 녹여주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o****2 2014.11.30.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