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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국가에서>를 읽고나면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세계일주를 한 듯한 풍만감을 갖게된다. 글쓰기가 종이와 펜만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가장 가장 경제적인 행위라면, 독서 또한 상상력의 날래를 펼치며 하루밤에 전세계를 여행할 수도 있는 저비용의 행위이다. 책장을 펼치면서 나는 유목민처럼 지구촌을 떠도는 작가의 안내로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그리스에서 출발하여 이집트의 알레산드리아로, 인도의 봄베이에서 자유민주의의 온상인 미국의 워싱턴으로, 제3세계(서인도제도)에서 런던으로, 런던에서 아프리카로, 이태리 밀라노에서 다시 이집트의 룩소로 세계일주를 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다양한 국적의 이방인들을 만나게 되었다.
작가와 동행한 이런 세계일주를 한 후, 새롭게 변화하는 국제질서를 인식하게 되었다. 즉, 서구 지배와 비서구의 종속이란 전통적인 힘의 역학관계 모형이 흔들리고 뒤집히는 지구촌 정세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식민제국주의자와 유색인 모두는 자유로운 곳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놓인다. 예를 들면, 한 영국인 부랑아는 바이런의 시집을 들고 낭만적 방랑의 자유를 누리고자 하지만, 유색인의 적대감에 시달린 나머지 비좁은 선실에서 숨어지내게 된다. 과거 제국주의 전성기에 영국인들이 인도에서 코끼리 등에 올라타고 사냥하던 좋았던 시절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현실이다. 이처럼, 작가는 식민주의의 몰락을 포착해낸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작가의 비판적 시선이 자생력이 없어보이는 피식민지(인)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인도 하인이 미국에서 자유시민이 된다.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그는 낯선 곳에서 홀로서기를 읽혀야하는 처지에 놓인다. 자유국가는 그에게 일종의 '감옥'이 되고'자유인'이 된 그는 그곳에서 노예처럼 일하며 일종의 '죄수'처럼 유배생활을 한다. 차라리 자유를 반납하고 싶어하는 그의 모습은 애처롭다. 자유인이 된다는 것, 식민상태에서 독립한다는 것이 고통스런 과정임을 작가는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작가는 우리에게 자유의 역설적 의미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자유를 추구하다 그것의 덫에 걸려든 희생자들이 처한 궁지를 들여다보도록 권한다. 아프리카 땅에 살고 있는 백인 귀화자들은 이제 더 이상 특권을 누릴 수 없고 신변을 위협받는다. 과거 로마제국과 대영제국은 붕괴되고 공산중국과 미국이 부상하는 현실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의 서커스단원들은 이집트 순회공연 중 이집트인들에게 공산주의 이념을 선전하는 기념품을 나누어줄 정도로 열성이다. 과거부터 외세침략에 무방비상태에 있었던 이집트는 현재에도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패전하면서 여전히 굴욕을 당하고 있다. 이런 탈식민사회의 현실을 작가는 매섭게 비판한다.
식민제국의 횡포와 피식민국의 패배와 굴욕을 모두 꼬집는 작가의 엄정하고 차가운 비판적 시선이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유럽과 제3세계 양쪽으로부터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려는 작가의 독립적 시각과 목소리가 우리에게도 진정 필요한 것이 아닐까? [인상깊은구절] 봄베이 거리의 생활방식을 애타게 갈망하던 나는 카피트가 깔린 아파트의 복도에다 이부자리를 펼쳤다. 복도는 길어 보였다. 문들의 연속 행렬이었다. 환하게 밝혀진 천장은 서로 다른 크기의 별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회색, 청색, 그리고 금빛이었다. 이런 모조의 하늘아래 누워있는 나 자신이 죄인처럼 느껴졌다---p.27, 무리를 떠나 나 하나로"One out of Many" 중에서 그러나 테라스에 앉아 있던 중년의 이탈리아인들은 게임의 법칙을 이해한 듯 재미있어 했다. 그들은 사과를 멀리 던져 아이들이 저 끝까지 달려가게 했다. 그들은 시험삼아 샌드위치 조각을 모래 위에 던져 보기도 했다. 아이들을 휴게소로 유도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사방에서 이탈리아인들의 장난이 시작되었다. . . 채찍을 든 남자와 모래를 뒤지는 아이들만 미친 듯이 야단이다. 이탈리아인들은 그저 태연했다. 연분홍 스웨터를 입은 남자는 샌드위치 꾸러미를 하나 더 풀고 있었다. 하얀 정장을 한 중년 남자도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를 맞췄다. 사람들은 더욱 많은 음식들을 던졌다. 낙타 채찍은 쉴 줄 모르고 아이들을 때렸다. . . 나와 합석한 독일인들은 그래도 아무런 관심을 안 보였다. 안쪽으로 앉자유국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