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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에 돈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떠난 길원옥 할머니는 남동생의 한 마디를 잊지 못한다. "누나-빨리 갔다 와!" 남동생의 바람대로 돈을 벌면 곧 돌아올 작정이었다. 기차로 몇 날 며칠을 갔다. 방이 일렬로 가득한 그곳에는 조선 여자들이 있었다. 위안소였다. 늙은 여자가 주인이었다. 간지 얼마 되지 않아 요코네(성병)에 걸렸다. 무섭게 사타구니가 부어올랐다. 양쪽 나팔관을 묶는 수술을 했다. 아기가 들어설 수 없도록. 열다섯에 병신이 되었다. 몰랐다. 그것 때문에 애를 가질 수 없게 될지는. 김숨은 위안부 생존자 할머니 길원옥의 목소리를 책으로 담았다. 이야기라기보다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한 많은 노래를 옮겨 적었다.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는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할머니를 위해 쓰였다. 그녀의 기억이 스러져 가기 전에 그녀가 살았던 시간들을 붙잡을 필요가 있었다. 세월이 무심했다. 세월 때문에 그녀의 친구들이 하나씩 떠나갔다. 기억은 노래로 남는다. 슬퍼도 기뻐도 부르는 나의 노래로. 노래는 불러도 노래, 안 불러도 노래. 물고기도 노래하는지 모르겠어. 안 부른다고 노래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노래는 불러야 제맛이지. 노래는 부르라고 있는 거니까. 좋은 말은 입속에 가두어두면 안 돼, 해야 해.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다른 데 가서 전하게. 좋은 말은 돌림 노래가 되어 떠돌고, 떠돌아야 해. 나쁜 말은 입속에 가두어둬, 소금처럼 녹아 없어질 때까지.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中에서, 김숨) 할머니는 사람이 무섭지 않다고 말한다. 나를 사랑한다고도. 나를 사랑해야 다른 이도 사랑할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다고. 무서운 세월을 견뎌낸 할머니의 입에서 사랑이라는 말이 나올 때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열세 살에 끌려간 그곳에서 그녀는 어떤 날은 군인을 서른 명도 더 받았다. 군인의 칼에 맞아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 죽으면 군인을 못 받으니까 죽지 않을 만큼만 때렸다. 그곳에서 여자들은 자기들끼리 죽었다. 독한 이가 죽었다. 마음이 모질지 못한 이는 칼을 제대로 찌르지 못해 살아남았다. 지옥이었다.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는 돌림 노래의 형식을 취한다. 남동생의 말과 할머니가 외우는 자신의 집 주소가 반복된다. 잊지 않아야 할 기억을 그녀는 잊지 않는다. 동생이 빨리 오라고 했는데 78년째 가지 못하고 있다. 주소도 외우는데 이제는 휴전선 때문에 평양으로 가지 못한다. 평안북도 평양시 서성리 76번지 26호. 그곳에 집이 있다. 말이 되지 못한 상처는 노래가 되어 흘러나온다. 말은 상처를 준다. 말은 고통을 불러온다. 병원비를 못 낸 여자 대신에 데려온 아기가 그녀의 아들이 되었다. 그 아들을 키우기 위해 부천 시장 길바닥에서 옥수수, 계란, 번데기를 삶아 팔았다. 그녀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 노래다, 희망이다, 사랑이다. 기억을 잃어가는 그녀를 위해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부르게 해주었다. 무섭지 않은 착한 사람들이. 아흔에 신인 가수가 되어 음반을 냈다. 수요 집회에 나가고 태풍 제비로 피해를 입은 재일조선학교에 기부금을 냈다. 학교가 있어야 공부할 수 있다며. 아이들을 죽인 군인도 천사가 될 수 있을까? 대합실에는 여자와 나뿐이었어. 기차가 오지 않는 데도 마음이 조급하지 않았어. 내가 여자에게 물었어. "아프지?" "아플 거야······ 나도 많이 아팠거든." 여자가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기만 했어.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中에서, 김숨) 전쟁이 모두를 악마로 만들었다. 전쟁이 제 어미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남편이 죽고 딸이 군인의 아이를 가졌다. 집에서 쫓겨나 노예 시장에 팔려갔다. 돈 벌어서 감옥에 가 있는 아버지를 데려오려고 했는데 전쟁이 그걸 막았다. 김숨은 증언 소설에서 한 인간의 생애를 고요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한다.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피해자와 IS 성노예 피해자의 곁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길원옥 할머니는 "너희는 낮아질 대로 낮아졌으니 이제 높아질 일밖에 없겠구나."라는 편지의 말로 베트남전쟁 학살 피해자를 위로한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말해야 한다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베를린에서 만난 마르바 알-알리코를 다독인다. 할머니의 기억은 이제 빈 곳이 많아졌다. 그 자리는 그녀가 부르는 노래로 채워진다. 열세 살 꿈 많던 소녀는 아흔이 넘어서야 꿈의 조각들을 맞춘다. 아흔이 되어 부르는 꿈의 노래는 나와 남을 사랑하라고 일러준다. 우리는 그녀들이 부르는 생의 노래를 들으며 연대와 공존을 위해 걸어간다. 진실의 힘을 믿는 사람들 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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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에 제목을 보고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가 무슨 뜻 인가 했다. 한 여인의 할머니가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무리 악한 사람도 나중에 천사가 될 수 있다고. 그런데 과연 수많은 여인의 정조를 뺏어가고 폭력을 행사한 무자비한 군인들도 천사가 될 수 있을까?
위안부는 일본 역사에서 지우고싶은 역사이고 이들은 사악하게도 생존자들이 모두 죽으면 해결될 것이라는 얄팍한 믿음을 가지고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똑똑히 전하고 싶다. 설사 이분들이 모두 돌아가시기전에 사과를 받아내지 못하더라도 우리 한국인들은 끝까지 그들의 후손으로 사과를 받아낼 것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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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을 늘 지켜보면서 예쁘게 단장하는 일을 시작하던중 할머니의 부고소식을 듣게되어 가슴 아파하던중 지인분 소개로 책을 구매, 읽어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고 하염없이 눈물이.. 이제 하늘을 훨훨 날아가는 노란나비처럼 이땅위의 슬픔과 외로움을 훌훌 날려버리고 자유롭게 마음껏 하늘을 향해 활짝 웃으시기를 기원해봅니다. 할머님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