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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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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 소설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를 쓴 김숨은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밝힌다. '전생의 죄······. '죄'라는 무서운 단어와 함께 글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라고. 위안부 생존자 김복동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쓰인 소설은 한 편의 시로 읽힌다. 소설가의 목소리는 작았고 그 말을 대신 곁에 있던 이가 할머니에게 옮겼다. 기억은 아스라이 멀어지는 중이었고 시간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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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언 소설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를 쓴 김숨은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밝힌다. '전생의 죄······. '죄'라는 무서운 단어와 함께 글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라고. 위안부 생존자 김복동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쓰인 소설은 한 편의 시로 읽힌다. 소설가의 목소리는 작았고 그 말을 대신 곁에 있던 이가 할머니에게 옮겼다. 기억은 아스라이 멀어지는 중이었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음을 차갑게 밝혔다. 소설가는 그가 할 수 있는 아낀 힘으로 증언을 들어야 했다. 사라져 가는 기억을 붙잡는 이 옆을 지키며 무서운 일을 글자로 옮겨 나갔다. 


  김숨은 이미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소설 『한 명』을 썼다. 이제 남은 생존자는 스물일곱 명. 비참한 역사를 살아온 증언자들이 있음에도 진실을 어둠 속으로 가리는 사람들이 생존자의 숫자를 줄어들게 한다.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그 한 명을 위해서라도 싸우고 외쳐야 한다. 비가 와도 수요일에는 일본 대사관 앞에 할머니와 그들을 돕기 위한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소녀상을 만들고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지금 존재하는 자, 과거의 진실 앞에 고개 숙이지 않는 그들을 위해 김숨은 그가 할 수 있는 오직 단 하나의 일을 시작한다. 위안부 생존자들을 찾아가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듣고 기록한다. 남겨야 할 말이 많다. 알려야 할 진실이 가득하다, 이 비참한 세계에는.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 운동가인 김복동의 증언을 담는다. 책은 활자보다 여백이 더 많다. 소설은 여백까지도 소설이 된다. 문장과 문장을 의도적으로 띄우면서 행간을 독자의 마음으로 채워야 한다. 


  전생에 자식을 다 죽인 벌로 이 생에서는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 할아버지의 말은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야 했는지를 보여준다. 자식을 죽인 기억은 이후 제비를 죽인 것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녀의 기억은 자꾸 스러져 간다. 전생에 지은 죄가 아니었다면 이 생에서 일어난 일을 납득할 수 없다. 열다섯이었다. 군복 만드는 공장에 손이 모자라 그녀가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언니들을 일찍 시집을 보내고 남은 여자아이는 그녀 하나였다. 


  엄마는 거절을 못 했다. 배급이 끊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본 가서 배고프면 뭐라도 사 먹으라고 1원을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시모노세키, 대만, 광동, 인도네시아, 홍콩, 수마트라, 자바, 말레이시아를 다니며 군인을 받았다. 불임 주사인지도 모르고 606 주사를 맞았다. 죽자라고 다짐하며 술을 마셨지만 죽어지지 않았다. 


나는 사랑을 못 해봤어.

시시한 사랑 말고 죽고 못 사는 사랑.


사랑이라는 말을 입에 담아본 적 없어, 일생을······.


37년을 내 옆에 그림자처럼 있었던 사람에게도 그 말을 안 했어, 못 했어.

끝까지,

사랑이라는 걸 모르고 살았어.


못 견디게 보고 싶은 게 뭐야?

죽을 만큼 보고 싶은 게.


사랑은 내게 그 냄새도 맡아본 적 없는 과일이야.

빛깔도 본 적 없는.


그래서 너는 사랑을 알아?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中에서, 김숨)


  살아남았더니 전생에 죄는 사랑으로 변했다. 사랑을 모른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사랑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 언니들이 찾아와 돈을 내놓으라며 하는 말. '돈 벌어서 뭐 할래, 나 좀 주라. 너는 아무도 없지 않니.' 김복동은 암과 싸우고 있다. 그 와중에 일본에 지진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학교가 없으면 안 된다며 기부금을 냈다. 수술 후 닷새 만에 집회에 나왔다. 아무도 없지 않았다. 사랑이 남았다. 우리에게 남은 단 한 줌의 사랑이 그녀를 빛으로 끌고 간다.


  아프다.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과 심장이 아파서 눈을 감아야 했다. 눈을 감으면 우리와 나의 곁을 떠나간 모든 이들의 얼굴이 떠올라 다시 눈을 떠야 했다. 그리움이 소설의 다음 장을 넘기게 했다. 그녀는 엄마에게만 위안부였던 사실을 알렸다. 돈을 벌어 엄마에게 전부 주었다. 시집가서 애 낳으면서 살라고 했는데 그마저도 할 수 없었다. 


수의는 먼-옷이야.

먼 곳으로 가면서 입는 옷이라.


내 눈은 먼-눈.

먼 곳을 바라보느라 먼눈이 되었을까.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中에서, 김숨)


  암세포와도 싸워야 하고 날조된 역사를 진실이라 주장하는 이들과도 싸워야 한다. 사랑을 하기 위해 싸웠다. 눈에 빛이 꺼질 때까지 그녀는 싸울 것이다. 사랑을 할 수 없었다던 그녀는 사랑한다고 말하기 위해 노쇠한 몸을 이끌고 사람들 앞으로 나아간다. 그녀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준비가. 이제 우리가 그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책은 그녀가 외치는 사랑의 말을 충실히 들은 기록이다. 우리는 사랑의 언어로 쓰인 소설로 인간이 가진 비참함을 숭고함으로 바꾼다. 


s*****m 2018.09.22.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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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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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구절이 제일 가슴이 아팠다....내 가족도 내 과거를 이해 못하는데 누구한테 내 이야기를 할까....엄마가 시집가라는데..엄마 나는 시집 못 갈 몸이다...이렇게 살아 돌아온 딸이 대견한것이 아니라 왜 죽지않고 살아돌아왔냐고.....화냥년이라고 했던가. 몇백년 전에도 몽고까지 끌려가 죽을 힘을 다해 고향에 왔지만 오랑캐에 의해 몸이 더럽혀졌다고 손가락질 받았던 한많은 여인네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거야" 내용보기

그 구절이 제일 가슴이 아팠다....내 가족도 내 과거를 이해 못하는데 누구한테 내 이야기를 할까....엄마가 시집가라는데..엄마 나는 시집 못 갈 몸이다...이렇게 살아 돌아온 딸이 대견한것이 아니라 왜 죽지않고 살아돌아왔냐고.....화냥년이라고 했던가. 몇백년 전에도 몽고까지 끌려가 죽을 힘을 다해 고향에 왔지만 오랑캐에 의해 몸이 더럽혀졌다고 손가락질 받았던 한많은 여인네들....이들이 일본이에게 당한 슬픔도 크지만 우리가 그들을 보듬지 못해 살아온 세월이 너무 미안하다.

YES마니아 : 로얄 j*******1 2018.08.29.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