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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보았던 영화로 기억된다. 아마 나는 제라르 드파르디외와 나탈리 바이 주연의 「마르탱 게르의 귀향」 보다는 리처드 기어와 조디 포스터의 「써머스비」를 보지 않았나 기억된다. 그 영화의 내용과 잔상이 오래 남아 있었는데, 이 책 출간 소식을 듣고는 무척 반가웠다. 실제 사건을 쓴 장 드 코라스 판사의 책과 제라르 드파르디외의 영화 개봉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회자된 내용이기도 하다. 세기의 재판이라고도 하는데 16세기, 즉 1560년대에 어떤 기록도 제대로 없는 때라면 가능하지 않겠나 싶었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가문과 가문의 합해지므로써 재산의 증식을 가져온 게 결혼이라는 제도였다. 즉 신붓감이 지참금을 어느 정도 가져오느냐에 따라 결혼의 양상이 달라진다고 봐야 했다. 시골의 농부 마르탱 게르와 드 롤스 가문의 외동딸 베르트랑드의 결혼이 그랬다. 열서너 살의 신부 베르트랑드와 열여덟 살의 마르탱 게르가 결혼했으나 마르탱은 성 불능자로 그려진다. 고민 끝에 성 불능을 해결하기 위해 한 노파에게 가 치료를 받았으나 해결되지 않았고, 결혼을 집전했던 신부에게 가 기도를 받다가 드디어 해결되었다.
갓 결혼한 신부가 신랑에게 사랑을 받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마르탱은 평소 말도 없었을 뿐더러 신부에게 가까이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들 상시를 낳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 아버지와 다투고 마르탱이 집을 나갔다. 8년이 흐른 후 마르탱이 마을로 찾아왔다. 처음 마르탱을 발견한 그의 친구들은 그를 반겨 불렀고, 가족들과 베르트랑드 또한 즐거이 맞이했다. 여기에서 드는 의문점 하나. 몇십 년이 지나도 그 사람 얼굴의 본래 틀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겨우 8년이 지났을 뿐인데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지 않나. 하지만 전쟁을 겪은 마르탱에게 8년이라는 세월은 긴 시간일 수 있다. 소심하고 말이 없었던 마르탱에 비해 8년 만에 돌아온 마르탱은 활달하고 욕도 잘하고 아내에게도 무척 다정했다. 농사일에도 열심이었던 마르탱과 베르트랑드에게 딸이 하나 생겨 3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베르트랑드와 마르탱의 사이를 시기라도 하듯 갑자기 일이 생겼다. 마을을 떠돌던 어떤 여행자에게 묵을 숙소를 빌려주었는데, 그들로 부터 마르탱이 진짜 마르탱이 아니라는 사실을 들었다. 이웃 마을에 사는 아르노, 팡세트라는 것이다. 즉 마르탱이 진짜 마르탱이 아니라는 것. 집을 비웠던 8년 동안에 있었던 재산을 숙부에게 달라고 하자 그를 고발했다. 마르탱이 가짜이므로 법원의 판결을 기대했다.
여기에서 드는 의문점 둘. 마르탱이 돌아왔을 때 베르트랑드는 과연 그가 가짜라는 것을 알았느냐이다. 생김새가 아주 비슷해도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는 걸 아내는 알 수 있지 않았겠느냐 이다. 그리고 베르트랑드는 집으로 돌아온 마르탱을 사랑했느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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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된다. 마르탱 게르의 재판 사건을 『틀루즈 고등 법원의 잊을 수없는 판결』 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쓴 장 드 코라스가 직접 소설에 나타나 사건을 진행한다. 코라스 판사는 돌아온 마르탱이 진짜인가 가짜인가를 판별하는데는 그 누구보다 아내인 베르트랑드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실제로 맞는 말이다. 마르탱의 아내라면 그를 알아보지 못할리 없기 때문이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가 이 소설의 큰 주제다. 아내를 버려두고 떠나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던 마르탱과 집안일을 열심히 하고 아내와 딸에게 헌신했던 마르탱 중에서 어떤 사람이 남편이길 바라는가 이다. 마르탱이 돌아왔을 때 베르트랑드는 그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다가온 사랑을 무시할 수 없었는가. 외로움에 지쳐 그가 가짜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를 받아들였는가. 자신에게 무심하고 차갑게 대했던 진짜 마르탱보다 다정하게 사랑의 말을 속삭인 가짜 마르탱을 사랑하지 않았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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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6년 작은 마을 아르티가, 한 농부가 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씨앗 두 자루를 훔쳤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심하게 매를 맞고 집을 나갔던 마르탱 게르임을 알아본다. 돌아온 마르탱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외롭고 소심한 아이가 유쾌하고 당당하고 성숙한 남자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그를 좋아하게 되었고, 아내인 베르트랑드와도 금실이 좋아져 둘 사이에 딸도 태어났다. 평화롭고 화목했던 집안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마르탱이 고향으로 돌아온지 3년이 지난 어느 날, 떠돌이 한 무리가 마을을 지나면 하룻밤 묵을 곳을 청했는데, 그들 일행 중 한 군인이 마르탱이 진짜 마르탱이 아니라고 주장, 외지인이자 부랑아, 떠돌이인 이 군인의 신뢰할 수 없는 말 한마디에 틔워진 의심의 씨앗은 점차 커져만 갔다. 이 무렵 마르탱이 숙부 피에르 게르에게 아버지 마튀랭 게르가 죽은 후 대신 관리하고 있던 재산에서 생긴 이익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둘 사이에 분쟁이 일어난다. 그와 더불어 마르탱의 정체에 대한 의심은 증폭되고 둘 사이의 분쟁은 날로 심각해져 결국 소송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렇게 마르탱 게르 사건 재판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코라스와 동료 판사들이 느낀 엄청난 당혹감 속에서도 판결이 피고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울고 있었던 바로 그 시점에, 진짜 마르탱 게르가 등장한다. 거의 12년간 종적을 감추었던 그가 때맞춰 돌아온 것이다. 재판에서는 비록 보잘것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소홀히 다루어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우리는 우리 중 누구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 바로 두 명의 마르탱 게르가 대질하는 장면을 구경하게 된 것이다. 둘의 대질에는 서로의 목숨이 걸려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