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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문학의 위기라고 한다. 최소한 인문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현저히 떨어졌다. 실용적 분야를 공부해도 졸업후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 '스펙' 쌓기에도 급급한 상황인데, 한가롭게 밥도 나오지 않는 인문학을 어찌 공부할 여력이 나느냐는 것이다. 경제중심주의 시대에서 먹고 사는 것에 관심이 증대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 철학을 중심으로 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데에는 인문학 연구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가 않았을까? 이 문제에 대해 이 책의 저자인 강영안 교수는 현대 서양철학이 철학을 엄밀한 학문으로 만드려는 과정에서 삶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럼 철학이 우리의 삶의 현실과의 유관성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사유하며 읽는 사람이 없이 철학 텍스트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고 믿는다. 따라서 사유 능력, 그 능력을 적용하고 훈련할 수 있는 철학 텍스트, 그리고 삶, 이 세 가지가 합쳐질 때 제대로 된 철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철학이란 삶과 텍스트 사이에서 묻고 답하고 읽고 대화하는 가운데 존재한다는 것이다. 텍스트를 읽을 때 우리는 언제나 물음을 가지고 있다. 이 물음은 나의 삶에서 생긴 물음일 수도 있고 내가 읽는 텍스트가 던지는 물음일 수도 있다. 철학 텍스트를 읽는 과정은 묻고 답하고 다시 묻는 과정이다. 과거의 텍스트는 물음을 가질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의 현실과의 유관성을 회복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철학이란 삶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일이라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논점이다. 일상의 삶이란 누구라도 벗어날 수 없는 필연성과 그 모습이 모두 비슷비슷한 유사성, 그리고 반복성을 지니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너머에 일상과는 다른 참된 삶이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새로움을 찾아 떠나도 그곳에서 새로 만나는 타인들과 더불어 일상을 살게 된다. 결국 우리는 철학 텍스트의 도움을 받아 우리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 본다면 삶은 여러 모양으로, 여러 색깔로, 여러 차원으로 진면목을 드러내게 되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 내용 중에서 박완서 작가의 사연을 소개한 <고통이 타인을 돌아보게 한다>는 부분이 가장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박완서 작가가 사랑하는 외동 아들을 잃은 참척의 고통과 슬픔 및 극복과정에 대해 쓴 글 <한 말씀만 하소서>을 통해 고통이 어떤 현상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통에 대하여 어떻게 처신하게 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내가 무슨 죄를 지어 나에게만 이런 가혹한 형벌을 내리는지 비통한 마음에 식음까지 끊고 하느님께 대들던 박완서에게 생각의 전환은 예기치 않았던 순간에 찾아온다. 수녀원에 가서 고민하던 도중에 우연히 들은 이야기를 통해 '왜 하느님이 하필 내 아들만 데려갔을까?'라는 질문과 원한을 '내 아들이라고 해서 데려가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나'로 고쳐먹으면서 구원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그토록 확신했던 물질과 사랑을 나눈 울타리가 가족과 친척 등 극히 일부의 소수에게 국한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의 말처럼 결국 철학이라는 것이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깨달음을 얻는 그런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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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책읽기에 재미를 들이면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인간의 언어, 문학, 예술, 철학, 역사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국어사전적 의미를 굳이 따져본다면 나름대로는 역사와 문학 분야에는 관심을 두고 나름대로의 책읽기를 해왔다고 생각합니다만, ‘철학’하면 일단 어려운 학문이다라는 지레짐작에 엄두를 내지 못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철학이 인문학의 3대 주류 가운데 하나인데 마냥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길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 가운데 만난 강영안교수님의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는 철학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남는 책이었습니다. ‘삶과 텍스트 사이에서 생각하기’라는 부제가 없었다면, ‘철학은 없다’는 답이 나올 것 같은 제목입니다. 실제로 저자는 “배울 수 있는 객관적인 의미에서의 철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48쪽)”라고 단언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자는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젊은이들이 우리사회의 구조적 갈등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하여 사회과학과 철학 등 인문학 서적을 두루 섭렵하였지만, 그 이후로 바뀐 학제의 영향을 비롯하여 사회환경의 변화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게 된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삶은 철학의 이유’라는 제목으로 한 서문에서 저자는 “새로운 시대 변화에 맞추어 철학과 인문학은 변신을 꾀하지만 음식으로 배부르고 몸이 편안한 상황에서 대중들이 귀 기울여줄 것이라 기대하는 일은 처음부터 무리인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인문학자와 철학자들은 소크라테스가 마치 아테네 시민들을에게 쇠파리처럼 굴었듯이 사람들을 귀찮게 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귀찮은 존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8쪽)”고 인문학자들의 자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 나이에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철학공부를 시작하나 싶기도 하고, 철학은 감히 엄두를 내기조차 겁나는 분야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저에게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는 일단 향도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1부 ‘철학의 얼굴’에서는 철학에 대한 생각의 틀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스 철학부터 현대철학에 이르기까지 서양철학의 흐름을 볼 수 있게 해주셨고, 2부 ‘타인의 발견’에서는 삶에서 철학의 의미를 새겨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전공하는 의학교과서가 즐겨 사용하고 있는 틀이기도 합니다. 즉, 총론을 통하여 해당 분야의 전체적인 개념을 정리하고 이어서 각론에 들어가서는 분야별로 상세한 설명을 하는 식인데, 여기서는 각론에 해당하는 부분을 일상에서 철학하기라는 점에서 본다면 각론에 해당한다고 하겠습니다.
앞서 저자가 “배울 수 있는 객관적인 의미에서의 철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한 이유는 철학은 하나의 학설, 하나의 가르침,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며 삶 자체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최선인지는 각자의 몫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깊은 사유를 통하여 끊임없이 스스로를 연마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삶이 철학 자체이고 철학적 물음의 원천이라고 한다면, 저자는 “우리의 사유하는 능력(논증과 반론), 사유 능력을 적용하고 훈련할 수 있는 텍스트, 그리고 삶”, 이 세 가지를 철학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세기 유럽철학의 풍경’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근대 유럽철학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1900년 후설로부터 시작한 현상학에서부터 1920년 빈을 중심으로 한 논리실증주의, 프랑크푸르트의 비판이론, 러시아의 형식주의에 뿌리를 둔 구조주의 등이 과학적 철학하기와 현실파악이 핵심을 이루었다고 요약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철학에 뿌리를 두었던 과학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그 뿌리인 철학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강영안교수님께서 인용하고 계신 철학 텍스트가 얼마나 광범위한지 놀랐습니다.
과학에 조금 관심을 가진 탓에 눈에 띈 구절입니다만, “사실로부터 규범을 얻어내고자 하는 시도는 마치 ‘바위에서 물을 얻어내자는 것’(ex pumice aqua)과 마찬가지로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109쪽)”는 인용이 적확한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바위가 치밀해서 물이 스며들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바위를 구성하는 원소에 물성분이 결합해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2부 ‘타인의 발견’은 혼자서 살 수 없는 인간의 본질적 한계로부터 유추되는 타인과의 관계가 논점이 되는 것 같습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윤리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윤리는 결국은 철학적 사유의 산물이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타인과 스스로의 고통을 다룰 것인가 하는 예시를 들고 있습니다. 1부는 철학의 원리를 설명하다 보니 아무래도 조금은 읽는 호흡이 더디다 싶습니다만, 2부의 글은 아무래도 우리네 삶에서 보는 경우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읽히고 이해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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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디에 있는가』 강영안 / 한길사, 2012년 "철학은 삶과 텍스트 사이에서 묻고 답하고 읽고 대화하는 가운데 존재한다." 삶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과 물음, 참된 삶이 어느 곳엔가 있다는 희망과 기대로 계속 움직이게 하는 책! 흔히 이 시대를 인문학이 외면당하는 시대라 한다. 인문학의 위기라고들 한다. 삶에 대한 성찰과 고민은 점점 사라진 시대, 성공과 미래에 대한 고민만이 뿌리내리는 시대라고 말한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속도전의 시대에서 인문학은 더 이상 발 디딜 틈조차 없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왜 그럴까. 왜 사람들은 삶과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는 것일까? 왜 인문학은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일까? 인문학의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는 이 물음에 대한 물음과 답을 던져준다.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의 저자 강영안은 서강대에서 인문학을 강의한 경험과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저자는 사람들이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는 모습, 그리고 이 반성에 따라 삶을 영위하지 않는 시대의 모습을 거시적 · 미시적 관점으로 날카롭게 분석한다. 그러면서 "삶의 문제를 가지고 텍스트를 읽고 씨름하면 분명히 얻는 것이 있다. 삶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 인문학은 결코 외면당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바로 여기에 이 책의 정수가 있다.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는 '삶과 존재에 대한 물음'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삶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여러 모양과 색깔과 차원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삶을 찬찬히 바라볼 수 있도록 독자를 인도한다. 삶의 보편적 특징을 다루고,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삶이라는 문을 열고 한 걸음 내딛기 위한 선택과 과정에 자신이 온전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독자를 배려한다. 그리고 함께 걷는다.
삶이란 무엇인가? 존재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삶을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할 것인가? 많은 물음과 답이 있겠지만, 결국 인간 존재의 궁극적 의미를 확인하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을 찾아가는 사람, 삶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삶과 존재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인문학의 위기'라고 하는 이 시대에 온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