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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미술의 탄생:근대일본의 단어와 전략/사또 도신/최석영/ 만속원/2018 동북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작게 나마 데지마를 통해 네덜란드의 의학이나 과학을 받아들이고 있었던 일본은 철로 만든 흑선의 위력에 눌려 서구에 개방을 하게 되고 입지가 흔들린 막부는 덴노에게 권력을 이양하게 됩니다. 이후 일본은 서구의 위력이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발달한 공학과 과학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러한 발전의 배경이 되는 서구학문에 대해서도 뒤쳐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각 분야의 학술 서적 역시 국내에 들이게 되는에 이렇게 일본이 먼저 번역한 각종 학술 용어들이 중국과 조선에도 그대로 수용되게 됩니다. 중국이나 한국의 각 분야 근대사를 읽어보면 당연히 커다란 일본의 그림자를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우리 나라에도 일본의 근대에 관한 국내외 저자들의 다양한 책이 출판되어 있는데 뭔가 좀 더 근본적으로 탐구한 책이 없을까 하다가 재밌게도 이 미술사 책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책은 총 4장으로 논문처럼 정선된 내용입니다. 1장 근대 일본 미술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근대, 일본, 미술이라는 단어 자체의 기원과 쓰임에 대해 철저하게 탐구하고 있습니다. 일본이라는 단어 자체가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가 불렀던 말이라고. 즉, 타자가 부른 말이었고 당연히 국내에서 자국을 지칭하는 말은 야마토. 미술이라는 말은 중국에 있긴 했으나 흔히 쓰이진 않았고 일본에서 말하자면 차라리 기예에 가까운 말. 미술이라는 말 자체는 독일어에서 왔다는데 재밌게도 그 독일어의 원어는 공예 라는 뜻이었다고. 어쨌거나 지금은 흔히 영미의 fine art를 지칭하는 말이 됨. 현실적으로는 시서화 조각 공예 등등에서 회화와 조각 등은 미술에 포함되고 서예와 공예 등은 어지중간하게 일부만 포함되는 상황. 근대라는 것은 서구에서도 일본에서도 큰 변혁이라고 할 만한 1945년 2차 세계 대전 종전 이후로 접어들면서 이전의 시대를 현재와 다른 근대로 묶게 되는 역사적 정리?가 이루어지면서 만들어진 개념이라는 것. 2장 미술의 문법 여기서는 미술과 미술 각 분야의 용어가 정립되어 가는 과정을 좀 더 철저하게 살펴 보고 있습니다. 보통 미술, 회화, 서예, 조각, 조소, 소조 등등 두 개의 한자를 합성하여 하나의 단어로 통용되는데 그러한 조어의 방법론, 미술 이라는 단어, 회화라는 단어, 조각과 조소라는 단어의 한자 하나하나의 뜻과 쓰임새 그리고 합성되어 이루어진 개념 등. 그리고 공예가 미술과 공업 중간에서 너무나 포괄적인 개념을 담다 보니 오히려 애매해져 버리고 존재감이 떨어지게 된 사연 등등을 일목 요연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어떤 단어가 더 적합한지 일본 내에서도 학자들 간 이견이 분분하기도 했다는. 더 좋은 단어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가 이해하고 있는 바에 의하면 적당히 그럴 듯한 단어가 한번 널리 인식되어 버리고 나면 더 적합한 단어가 나온다고 해도 잘 수용되지 않는 관성이라는 게 작용하기 마련이지요. 3장 장르의 형성 일본 회화가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 이에 대해 반박하면서 점차 일본 근대 미술이 정립되어 가는 과정. 상대적인 개념으로서의 일본화와 서양화라는 장르 구분 그리고 일본화 역시 이런 저런 혼란 속에서 동양화와 양화로 구별. 국가주의의 대두로 인해 부각된 역사화 - 과거 신화와 최초의 국가라 할 만한 야마토 정권 시대를 그린 그림, 일본의 국경을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려진 전쟁화와 내란에 관한 그림 그리고 근대 서구와 같은 역사화의 도입. 산과 물을 그린 동아시아의 산수화와 넓은 평야를 그린 서구의 랜드 스케이프. 이건 자연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산수화에서 랜드스케이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본화의 분투. 1945년 패전 이후 급속하게 이루어진 현대과 구별되는 근대라는 개념. 그토록 명징하게 나누려 했던 일본화와 양화의 구별이 무의미해진 현대 미술. 4장 미술의 환경, 계층, 행정, 단체 컬렉션 이 장은 다소 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나라나 과거 어용 미술가가 있었고 또한 민간 자생 서민 미술이 있기 마련. 근대 일본에서는 막부 시대의 사농공상 신분제가 폐지되고 새로운 신분제가 들어오는데 . 이 신분에 따라 미술의 주류 세력도 달랐다는 것. 아무래도 기득권이었던 과거 무사 계급 즉 사족이 서양 미술(회화 조각 등)과 회화의 주 세력이 되었고, 당연히 일반 공예 부분나 전통 조각(불상 등) 등은 서민층. 출신 번에 따른 회화 주류도 달랐는데 양화의 경우에도 초기 구파는 친 막부 세력 즉 구좌막 계통 번 출신이 많고, 신파의 백마회 같은 경우는 번벌웅번 즉 반막부 세력에 많았다는. 쉽게 유추할 수 있겠지만 일본화의 경우는 구좌막 계통 번 출신이 다수. 이러한 신구파의 대립 특히 양화에서 두드러 지며 결국 정치적 행정적 분쟁으로 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재밌는 것은 구좌막 즉 구파계통에서 공부미술학교(이후 명치미술회)를 세우는데 여기는 양화 중심으로 일본화는 아예 배제한 반면 이에 대한 반발로 동경미술학교를 설립한 페놀로사와 텐싱의 경우는 양화를 매제하고 전통 미술만 가르치려 했다는 것. 결국 명치 20년을 지나면서 강해진 국가주의의 경향과 자국 미술 유출을 막고 보호하려는 움직임 속에 공부 미술학교는 폐교되고 동경미술학교에서 양화를 받아들이면서 일단락?되었으나 그 사이 양화와 동양화 모두 신파, 구파의 갈라짐이 있었고 세대의 결락과 불일치가 있었다는. 물론 이는 정치 세력이 치열하게 대립하던 중심부 즉 도쿄의 상황이긴 했습니다만^^ 여튼 치열한 대립 끝에 다행스럽게도? 일본화와 양화도 제도와 교육 전반에 걸쳐 공존의 길을 가게 되었다는. 그러나 이렇게 성립된 동경미술학교(이후 일본 미술원)의 운명도 손조롭지는 않았으나 과감하게 외유를 선택하여 견문을 넓히고 다이쇼 데모크라시 시대를 맞아 대중의 지지를 받아 재탄생할 수 있었다고. 어찌보면 이때 관 중심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한 것인지도. 물론 전후에 새롭게 떠오른 전위미술은 그 자체가 관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장르? 이기도 했지만. 컬렉션 부분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집작할 수 있는 부분. 청일 전쟁, 러일 전쟁을 거치면서 관이 주도한 급속한 공업 발전의 혜택을 보게된 재벌들의 컬렉션, 이후 섬유 공업 붐으로 인한 이들 기업들의 컬렉션, 다이쇼 데모크라시 시대 금융 자본 회사들의 컬렉션 등등... 우리나라도 비슷하지요. 근대 박람회를 통해 일본을 알리고 예술품을 서구에 소개했던 일본. 근대에는 문화재 유출을 막기위해 애쓰긴 했지만 실제 고미술은 이렇게 재벌들이 설립한 재단 법인에서 많이 보유하게 되었고 현대에 이르러 국민들의 교양과 지식 증진을 위해 설립하게 된 박물관과 미술관에는 오히려 근현대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는. 총장도 상당히 인상적인데 앞의 내용을 잘 축약하고 있으면서 이분법적인 일본 근대 미술과 경계가 사라진 현대 미술로 이야기를 마무리 합니다. 마지막 옮긴이의 후기 까지 하나 빼놓을 것 없이 깔끔하며 일본 근대 미술사 뿐 아니라 근대 자체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좋은 길잡이가 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에서는 중국화라는 말을 하지 않고 서구에서는 서양화라고 말하지 않는다지요. 영국에서도 그냥 왕립학회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중국화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은 아편전쟁으로 조계지가 생긴 뒤였을 테고 일본화와 한국화라는 것도 결국 중심이 아닌 주변 국가가 자신의 정체성을 내보이기 위한 상대적 용어라는 점이 살짝 배아프지만, 지금은 현대. 국적을 알 수 없는 숱한 미술 작품들이 전세계를 순회하는 시대입니다. 어쩌면 근대는 그 이전의 격변기, 과도기 시대였는지도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