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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어보았던 다자이 오사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의 중심 스토리를 관통하는 책이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이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그는 누구이길래 그토록 일본인들에게 중요한 작가로 자리매김한 것일까─하는 호기심이 일었다. 그러나 내가 일본소설을 좋아하지만 대체로 장르 소설을 중심으로 보는 데다가 다자이 오사무의 활동 시기가 일제강점기라는 점은 읽다가 불쾌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쉽게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만년>은 아니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을 통해 처음으로 그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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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 가는 것은 슬프다. 해가 지는 순간, 젊음이 저물어 가는 순간, 삶이 저물어 가는 순간... 사양길로 접어든 모습들에서 느껴지는 씁쓸함은 속이 절로 쓰려오게 만든다. 필사의 노력으로 물불 가리지 않으며 오른 정상에서 더이상 올라갈 곳이 없이 내려오는 일만이 남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그 길이 조금이라도 힘들지 않을까. 아마 알고 있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손에 쥔 익숙한 것들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저물어 가는 것은 슬프기만 하다. 붙잡고 싶은 마음, 그저 머물고 싶은 마음. ![]() ![]() ![]()
이 작품은 초판 발행 부수만 1만 부, 2판 5천 부, 3판 5천 부, 4판 1만 부를 거듭하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다자이 오사무를 일본의 대표 작가로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전쟁후 혼란스러운 시대적 상황에서 몰락해 가는 상류계급 사람들을 가리키는 ‘사양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고, 국어사전에 ‘몰락’이라는 의미를 더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생가인 기념관은 이 소설의 제목을 따서 ‘사양관’이라 이름 붙여지기도 할만큼 <사양>은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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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었지만 아직도 귀족이라는 허울에 둘러싸여 귀부인으로 살다 죽어가는 어머니, 귀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민중으로 살아가고 싶었지만 결국 마약과 술에 절어 자살하는 나오지, 역시 마약과 술에 중독되어 퇴폐적인 생활을 하는 나오지가 따르는 소설가 우에하라, 그리고 사랑과 혁명이 인간이 추구해야 할 목표임을 인식하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가즈코. 소설은 가즈코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몰락한 귀족인 가즈코의 집안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도쿄의 저택을 팔고 하녀들도 모두 내보낸채 시골로 내려와 살게 된다. 귀부인의 자태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어머니를 극진히 보살피는 가즈코지만 어머니는 병으로 결국 죽게 되고 나오지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채 스스로 자살하게 된다. 가즈코가 첫번째 만남에서 우에하라에게 사랑을 느끼고 두번째 만남에서 맺은 관계로 임신을 하지만, 우에하라 역시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홀로 남게 된 가즈코는 이혼녀에 미혼모라는 험난한 상황을 맞이하지만 그녀는 절망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며 살아가고자 한다. ![]()
가즈코의 생각이 처음엔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한번의 짧은 만남에 연정을 가지고 그 사랑으로 힘든 상황을 버텨내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다. 비록 약한 존재지만 의지하고 사랑했던 어머니의 죽음과 남동생의 자살, 게다가 몰락한 귀족으로 더이상 돈도 없어 물건을 팔아가며 연명해야 하는 상황. 가난이라는 높은 벽과 가족의 죽음이라는 절망속에서 가즈코가 버텨낼 수 있었던건 우에하라에 대한 사랑과 그로인해 가지게 된 아이였고, 이혼녀와 미혼모라는 지금 시대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상황이 되었음에도 그로인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힘을 얻게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래도 어쨋든 그녀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강한 의지를 보이며 소설이 끝나기에 비록 제목은 <사양>으로 저녁 때의 햇빛을 일컫는 말이지만 주인공인 그녀만은 저물어 가지 않는 떠오르는 희망의 빛을 찾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놓아버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추악한 짓들을 저지르면서까지 부와 명예를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말이다. 그런면에서 가즈코는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목표와 대상을 분명시하여 자신만의 의지할 대상을 만들어내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만드는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비록 우울한 소설속 상황과 시대속에서도 일말의 희망적인 메세지를 우리에게 던져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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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나기 전까지 책의 제목이 왜 ‘사양’일까? 생각했다. ‘사양’이란 의미는 겸손한 의미로 남에게 양보할 때 쓰는 그런 뜻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의 제목인 < 사양 >은 석양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새로운 것에 몰려 점점 몰락해가는 것을 거기에 비유한 말이다. 이야기는 일본의 전후의 한 귀족가의 몰락을 그리고 있다. 여리고, 고고하고, 아름다운... 전쟁 후 세상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귀족 같은 면모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어머니. 어머니를 사랑하고, 부양하는 것에 삶의 이어가는 이유인 것 가즈코는 사실 동생 때문에 딱 한번 만난 적이 우에하라를 사랑하고 있고, 그를 다시 만나는 것, 그의 아이를 갖는 것이 그녀의 삶의 목표이며, 그녀를 살게 하게하는 이유이다. 그녀의 삶은 무척 힘들었다. 그녀는 이혼녀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마약에 빠져 있던 동생은 약값을 그녀에게 끊임없이 요구했고, 그녀는 옷가지며, 장신구를 팔아 동생에게 건네야했다. 그 돈들은 동생에게 직접 전해지지 않고, 우에하라를 통해 전해졌는데... 딱 한번 가즈코는 우에하라를 만나게 되고, 그 이후 그를 마음에 품게 된다. 그리고 남편과는 이혼을 하고 임신한 아이까지 사산된다. 동생은 전쟁으로 징용 당하고 어머니와 둘이 힘들게 살고 있었으나, 후에 늦게 다시 돌아온 동생은 군대에서 역시 마약을 하고, 정신을 못 차린 상태이다.
가즈코에겐 정말 버거운 삶이 아닐 수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쇠해가는 집안과 그걸 혼자 떠받치고 있는 상황이.... 유일하게 기댈 곳이라고는 그저 단 한번 만남으로 마음에 품은 한 남자라니... 어쩐지 마음이 무겁고 씁쓸하다. 제목에서 의미하는 것처럼 이야기는 한 집안... 그러니까 일본의 귀족가가 몰락해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일본의 역사나 분위기를 좀 더 알면 더 이해가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꽤 잘 읽히고, 어렴풋 변화된 세상에서의 퇴색되고, 몰락되어 가는 귀족들의 이야기로만 들여다봤을 때도 그들의 모습과 사람들의 모습, 사람들의 각자의 살아가는 의미 등을 생각 해 볼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도 후에 다시 읽어본다면 느낌이 또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역자님이 알려주신 바에 따르면 < 사양 >의 가즈코는 실제 모델이 있다고 했다. 디자이 오사무의 팬이자, 소설가 지망생인 오타 시즈코. 그리고 그때 디자이 오사무는 처자식이 있는 상태였으니 < 사양 >의 가즈코와 우에하라의 관계와 같은... 그러니까 어쩌면 그들의 이야기가 소설화 된 게 아닌가 싶어진다. 실제로 시즈코의 일기를 읽고, 디자이 오사무는 < 사양 >을 떠올렸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니까 앞전에 읽은 < 인간 실격 >과 같이 < 사양 >에서도 자전적 소설이지 싶다.
사람이 살아감에 관한 의미나, 지금보다 더 여성에게 자유롭지도 않고, 암담했던 시대에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우며 태양처럼 살아가려한 그녀의 모습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것 같았다. < 사양 >한 귀족가의 몰락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가즈코를 통해 희망을 그리고 있기도 한 것 같다. 읽으면서 정신 못 차리는 동생에 갑갑증을 불러일으켰는데, 나오지는 후에 그의 모습에서 어느 정도 시대가 변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그가 적응치 못하고 매번 선택해야했던 좋지 못한 행동들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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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 다자이 오사무 / 새움출판
≪지주 일대≫, ≪학생군≫을 발표한다. ≪도쿄 팔경≫, ≪광언의 신≫ 등을 발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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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빛 떠오르는 태양이 아니라 저물가는 빛의 '사양' 뜨거움이 남지 않아 소멸해 가는 빛이므로 힘을 잃고 어딘가로 점점 사라진다. 모든 것이 그렇듯 저물어가는 해는 나라도 개인의 삶도 좋은 끝맺음으로 살아갈 수 없다.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라 아무리 무슨 수를 써도 비틀거리고, 모든 것이 날아가버리는 시간이라 인력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리뷰를 쓰기 전에 요즘 한창 챙겨서 보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보고 리뷰를 쓰니 만감이 교차한다. 시작이 있다면 끝도 있는 법이지만 드라마 속 조선인 대한제국은 '사양'길이고, 조선을 야금야금 먹으려는 일본은 무자비한 발걸음으로 우리나라를 시작으로 다른나라와의 전쟁을 일삼으며 점점 영토를 넓혀 나간다. 그러다 2차세계대전 이후 패전을 겪으면서 몰락해간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귀족으로 살았던 어머니와 사회의 하나의 힘으로 되고 싶었으나 그 속에 들어갈 수 없어 마약과 술로 지내는 남동생과 새로운 삶을 살고자 도모하는 나가 있다. <인간실격>과 더불어 <사양>은 우울하다. 슬픔을 넘어 우울을 동반한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은 당시의 상황을 빚대어 그려냈고 몰락해가는 상류계급을 칭해 '사양족'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을 정도로 당시의 사람들을 가리킨다. 그의 책에서 빠질 수 없는 우울과 도저히 회생할 수 없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그 시기의 이야기들. <인간실격>과 마찬가지로 그의 이야기는 한없이 마음을 가라앉게 만든다. 그럼에도 시대의 전후를 겪으면서 맞아들이는 인물들의 삶은 전통은 지키거나, 시도했다 좌절하거나 다시 용기를 내어 혁명적으로 사랑을 쟁취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시대를 타파하는 이야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기적으로 불운한 삶을 살았던 그들의 이야기는 시공간을 떠나 인간의 나약함과 강함이 동시에 공존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책이다.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스스로 삶을 멈춘 이들과 그럼에도 다시 살아가겠다는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떨어지는 낙엽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것을 아름답다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각기 다르고, 어떻게 시대를 살아가야 되는지를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을 통해 삶의 면면을 느끼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