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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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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철학 미하엘 쾰마이어, 콘라드 파울 리스만/ 이지윤 재승출판사/2018.8.16.   우리는 철학을 골치 아픈 이론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사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철학을 공부하려는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학교에서 철학을 서양철학의 흐름과 유명한 철학자들의 주장 등에 대한 공부를 위주로 한 것도 한 몫 했다. 그러나 실상은 철학이라는 것이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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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철학

미하엘 쾰마이어, 콘라드 파울 리스만/ 이지윤

재승출판사/2018.8.16.

 

우리는 철학을 골치 아픈 이론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사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철학을 공부하려는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학교에서 철학을 서양철학의 흐름과 유명한 철학자들의 주장 등에 대한 공부를 위주로 한 것도 한 몫 했다. 그러나 실상은 철학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활하면서 접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조금 다르게 또는 생소하게 바라보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이유가 없다. <만만한 철학>은 신화나 전설 또는 성경과 동화 등에 나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철학적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 미하엘 쾰마이어는 오스트리아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빈에서 작가로 살고 있으며 <Spielplatz der Helden>으로 크게 인정받고, 다양한 분야에서 집필활동을 해왔다. 중요 저서로 <Zwei Herren am Strand>와 <Das Madchen dem Fingerhut>가 있다. 공저자 콜라드 파울 리스만은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현재 빈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4년 오스트리아 출판협회의 명예상을 수상했으며, 미학, 예술철학, 사회이론 등 19세기와 20세기 철학에 대한 수많은 학술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만만한 철학>에서는 호기심, 노동, 폭력, 복수, 욕망, 비밀, 자아, 아름다움, 장인정신, 권력, 경계, 운명 등 12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신화, 전설, 성경, 동화 등에서 주제를 담은 이야기를 먼저 소개한다. 그리고 이야기 속의 주제를 현재의 생활과 철학적으로 연결해 가며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낸다. 기존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을 관점을 달리하여 풀어감으로써 새롭게 사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복잡한 사상을 쉽게 설명하여 누구나 철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이야기를 통해 쉽게 이해하게 만드는 ‘만만한’ 철학이다.

 

“에덴동산 사건의 가장 큰 의미는 한 인간이 인류가 됐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신학에서는 이를 ‘인류의 타락’이라 부른다. 하지만 어째서 타락이란 말인가? 어찌 됐든 그 사건이 있었기에 인류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p.20)” 선악을 알게 하는 열매를 따 먹은 자는 자유와 자아, 책임의 개념을 알게 됐으며, 이는 죄를 짓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살았을 가치들이다. 에덴동산 이야기는 인간이 낙원을 잃어버리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동시에 소위 ‘인간됨’의 증거를 얻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인간의 ‘정황성’은 낙원 이후에 형성됐고, 이를 통해 우리는 무죄함을 상실했다. 무죄함은 모든 것을 임의로 누릴 수 있으나 자유만은 허락되지 않고, 모든 것이 당연해 의문을 품을 수 없는 자연의 상태를 뜻한다. 최초의 인간이 금기의 열매를 먹은 후 자신이 벗었음을 알게 되어 느꼈던 수치심은 무죄함을 잃어버렸다는 신호였다.

 

“다이달로스의 행동 원칙에 따르면 노동이란 정확한 관찰과 모방, 기술적 혁신, 그리고 극도의 도덕적 무감각함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그는 포세이돈의 황소만큼 아름다우면서도 파시에가 그 안에 숨어서 황소를 받아들일 수 있는 암소 조형물을 만들어야 했다. 자연에 대한 지식을 자연의 법칙을 교란하는 데 활용한 것이다.(p.38)” 차이를 인식하지 못할 만큼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그것은 인간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될까? 아니 똑같이 대우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이는 공상과학 소설이 즐겨 다루는 주제다. 기술적 현실화 가능성과는 별개로 눈길을 끄는 것은 미래를 다루는 공상과학 영화가 고대 신화의 소재를 거듭하며 변주한다는 점이다. 미래로 가는 모든 여행은 과거로의 여행이기도 하다. 이카로스가 경솔하게 귓등으로 흘려보낸 아버지의 조언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인생지침의 하나이기도 하다. 적절한 기준을 찾고 지키라는 것. 적절한 기준을 미덕으로 규정한 아리스토텔레스와 다르게 다이달로스는 이를 기술적으로 설명했다. 밀랍으로 만든 날개는 구조상 태양 및 바닷물과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소녀가 주도하는 폭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무력한 상대들은 저마다 소녀에게 잘해주고 싶었기에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욕망을 실현해주었다. 슬픈 소녀의 노골적이고 무자비한 웃음은 저항할 바를 모르고 당하기만 하는 선의를 향한 것이었다. 그들은 스스로 희생양이 된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p.55)” 이 슬픈 소녀의 이야기를 난민 문제를 둘러싼 토론의 장으로 끌고 가보자. 슬픈 소녀의 약한 현실 속에 잠재한 폭력성을 파악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불행의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평생 금욕하며 살았던 철학자는 이러한 선의가 아름답고 슬프며 못된 소녀의 손에 들려서 잔인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것이 우리에게 동화가 필요한 이유인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성경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 야곱과 에서, 그리고 실러의 <군도>의 두 주인공이 보여주는 행위의 동기 또한 증오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증오하는가? 당연히 이것은 권력의 문제다. 모든 가부장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의 질문, 즉 누가 아버지를 이을 것인가가 형제를 미워하게 되는 실마리였다.(p.71)” 신화는 물론 역사 속에서도 모든 법률은 나름의 부당함을 갖고 있다. 복수심도 부당함의 일종으로 지금까지 모든 법률체계에 적용되어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그 정도와 형태가 조금 순화되었을 따름이다. 신화 속 세대에 걸친 불운은 인간의 어두운 일면에 대한 통찰을 제시할 뿐 아니라, 오랫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의 근원과 불확실성에 대한 논의를 담고 있다.

 

“현대교육학의 주류 사상은 사회적 장애물만 제거하면 누구나 천부적인 재능을 꽃피울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장인정신의 개념은 정반대다. 장인이 되기 위해선 그 분야에 정통한 안내자와 본보기,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도제기간 고강도의 좌절을 견뎌낼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p.161)” 그러한 과정을 통해 지식과 기술을, 재능과 자율성을, 경험과 호기심을, 기교와 직감을 자유자재로 적절하게 구사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지크프리트처럼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도 장인에 이르는 길이란 험난하기 그지없는 과정이었으며, 사물과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해야 하는 노동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젊은이들은 이 노동을 생략하려 한다. 심지어 장인정신은 의심의 대상이다.

 

“익시온은 어떤 경계를 넘어버렸다. 하늘과 땅 사이, 허락된 것과 허락되지 않은 것 사이, 신들과 인간 사이에 그어져 있던 어떤 경계를 넘었다. 그 결과로 받게 된 형벌은 무시무시했다. 그들은 익시온을 불타는 수레에 매달고 불멸의 사과를 먹여서 영원히 고통 받는 존재로 만들었다.(p.194)” 의학기술의 발달 위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한 불멸에 관한 환상 때문에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이 있다. 삶의 연장은 곧 고통의 연장이라는 사실이다. 불행이란 주제에 천착한 키르케고르는 이 사실을 비교적 일찍 깨달았다. 그는 최악의 절망이란 결코 죽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쇼펜하우어에게도 불타는 수레에 묶인 익시온은 인생에 관한 중요한 표상으로 다가왔다. 그는 계속해서 돌아가는 수레바퀴를 짧은 욕망과 긴 고통의 순환, 요구와 거절의 끊임없는 반복, 권력과 인정을 위한 부단한, 하지만 결국은 무익한 투쟁의 연속이자 멈출 수 없는 존재로서의 인생을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했다.

 

“경계 개념의 핵심은 양쪽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동시에 경계의 변경 가능성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계를 인식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이쪽뿐 아니라 경계의 저쪽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경계는 제일 먼저 그 경계를 넘어서는 일이 실현 가능한 일인지, 가능하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룰 수 있는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다른 편에서는 그 경계가 어떻게 보이는지 알고 싶은 욕구를 유발한다.(p.196)” 많은 종교적 상상에서 죽음은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그리고 넘어서는 일이 가능한 경계로 정의 된다. 자신의 형체가 바뀌든, 육체라는 외피를 잃든, 그림자가 되어버리든 간에 그 안을 채운 정체성은 이쪽에서와 변함없는 상태로 저쪽에서도 유지된다. 고대 신화에서는 지하세계 입구에 망각의 강이 흐른다거나, 지옥의 개 케르베로스가 다른 세계의 출입문을 지킨다는 식으로 경계선을 묘사했다. 보통 사람들이 80세에 죽음을 맞을 때 소수의 특권층만 300세까지 살 수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갈까? 하데스가 ‘모두가 아니면 아무도’란 원칙을 고수하고, 제우스는 하데스의 말을 이해하고 곧장 아스클레피오스를 죽였다. 모두에게 해당하는 경계를 소수에게만 개방하는 것은 무척 위험하다. 그리고 모두에 해당하는 종점을 소수를 위해 폐지하는 것은 더욱 치명적이다.

 

“유다 이야기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결국 누구도 자신의 운명을 피해갈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생각이 유독 매혹적인 것은 운명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이 그 운명에서 비롯된 모든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p.215)”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맞이한 자를 책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면, 유다는 장구한 세월 동안 그를 따라다녔던 배신자란 이름표를 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능자가 자기 역사를 이루기 위해 유다를 그저 도구로 사용했다는 논리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배신자 딱지를 뗄 수 없는 그의 운명도 이루어져야만 했던 일을 이룬 자에게 주어진 명예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는 신화, 전설, 성경,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철학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우리의 실생활 문제를 철학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실생활에서 철학적 사유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그래서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k******4 2023.09.11. 신고 공감 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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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철학 - 미하엘 쾰마이어, 콘라드 파울 리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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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철(文史哲)'은 인문학의 열풍과 함께 우리에게 다가온 단어이다. 문학, 역사, 철학을 일컫는 이 단어는 흔히 말하는 인문학을 이루는 구성 요소이고, 실제 우리가 읽는 인문학과 관련된 책은 이러한 범주에 속해있다. 개인적으로 문학과 역사에는 흥미와 관심을 갖고 꽤 많은 책을 읽고 있는데, 유독 철학에 대해서는 그리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인간이 걸어온 길과 이야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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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사철(文史哲)'은 인문학의 열풍과 함께 우리에게 다가온 단어이다. 문학, 역사, 철학을 일컫는 이 단어는 흔히 말하는 인문학을 이루는 구성 요소이고, 실제 우리가 읽는 인문학과 관련된 책은 이러한 범주에 속해있다. 개인적으로 문학과 역사에는 흥미와 관심을 갖고 꽤 많은 책을 읽고 있는데, 유독 철학에 대해서는 그리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인간이 걸어온 길과 이야기라는 점에서 실체적인 모양새를 갖춘 문학과 역사에 비하여 형이상학적인 표현과 좀처럼 찾기 힘든 실체로 구성된 철학은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나, 문학과 역사에 대하여 알아갈수록 결국 이들의 바탕 또는 해석이 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에 마냥 거리를 둘 수만은 없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조금씩 계획을 세워서 철학을 알아보려는 나에게 있어서 [만만한 철학]은 철학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주면서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인 미하엘 쾰마이어와 철학자인 콘라드 파울 리스만의 이야기 형식으로 서술된 이 책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을 연구하는 철학의 의미를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다. 미하엘에 의하여 시작된 각종 동화와 신화, 성경을 콘라드의 철학적인 사고를 통하여 현재 우리의 삶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다양한 의미들을 이끌어내는 이 책은 앞서 내가 언급한 철학을 알아가는 과정에 대한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다소 형이상학적이면서도 실체가 없어 보이던 철학을 신화와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들을 통하여 현재의 삶과 연결하는 미싱 링크(missing link)의 역할을 바로 [만만한 철학]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호기심, 노동, 폭력, 복수, 욕망, 비밀, 자아, 아름다움, 장인정신, 권력, 경계, 운명'이라는 12개의 키워드는 인생에 있어서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것들이기에 이를 철학적으로 접근하여 생각하는 과정은 우리의 삶과 연관지어 철학에 대하여 구체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된다.

 

 나를 포함하여 유명한 철학자와 그들의 사상에 압도되어 부담을 느꼈던 상황에서 이 책을 통한 철학의 접근은 우선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철학에 대한 언급도 등장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들을 통하여 그 이면에 담긴 의미를 끄집어내는 과정 자체가 바로 철학임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 책의 첫 부분인 '호기심'에 대한 키워드에 대한 설명을 그 시작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신의 천지창조와 바로 아담과 이브에 대한 이야기로 하고 있다는 점은 곧바로 이 책이 지향하는 바를 잘 보여준다. 신에 대한 의문과 불복종으로 인하여 지옥으로 떨어진 루시퍼와 낙원에서 축출되는 아담과 이브는 그동안 인간이 원죄의식과 호기심에서 비롯된 신에 대한 불경의 이야기로 잘 알려져 왔다. 그러나, 저자는 이 대목에서 호기심의 의미에 대하여 나름의 생각을 보여준다.

 

 이 호기심은 어떤 흔치 않은 욕망과도 얽혀 있다. 자신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속에 자신을 밀어넣고 싶은 욕망 말이다.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본성을 둘로 쪼개는 엄청난 실험은 이런 욕망의 추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p. 21 中에서 -

 천지창조와 관련된 성경에서 호기심에 대한 저자의 이러한 정의가 더욱 공감받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하나의 예를 더 들자면 '폭력'을 [슬픈 소녀]라는 동화를 통한 재정의를 떠올릴 수 있다. 슬픈 모습으로 가득한 소녀에 대한 연민으로 인하여 몰락하는 한 농부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동양의 역사에서도 실제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다. 주(周)나라의 유왕이 포사의 미소를 보기 위하여 수많은 비단을 찢거나 봉화를 올려 제후들을 허탕치게 만들면서 결국 몰락하는 일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를 소재로 한 '폭력'에 대한 키워드는 공감과 더불어 현재의 상황과도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다라는 점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연민과 폭력이 결합할 경우는 어떠한가? 연민을 열쇠로 폭력의 방을 열게 된다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구분되지 않는다면? 잔인함이 권력의 행사뿐 아니라 자포자기의 표현으로, 지배력뿐 아니라 연약함의 발로로, 욕망뿐 아니라 슬픔의 결과물로 행사된다면?

 - p. 57 中에서 -

 현재 난민에 대한 시선을 언급하면서 '폭력'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철학이 현재의 삶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를 단적으로 잘 보여준다. 과거로부터 전승되어진 동화가 철학적인 사고를 통하여 현재의 상황에 대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순간이야말로 왜 철학이 우리의 삶에서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대목이 아닐까? 실제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연민과 더불어 그로 인하여 감춰진 폭력적인 부분에 우려를 피하는 시선이 양립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이러한 철학의 의미와 필요성을 반증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주어진 문제를 자신이 갖고 있던 감각들을 차례로 내주면서 결국 모든 감각을 상실하는 [세바스티앙의 속내]라는 이야기는 '자아'와 관련하여 감각의 남다른 의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실 이 동화는 문제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각을 희생하여 타개하려는 소극적인 세바스티앙의 모습이라든지 박애주의의 발로에서 보여진 그의 행위가 사실 자신을 위한 행동이었음을 말해주는 다양한 함의로 해석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자는 바로 감각과 자아의 관계에 대하여 주목하고 있다.

 인간의 능력 중 그들이 탐낸 것은 지성이나 물리적인 힘, 언어가 아니었다. 그들의 요구는 하나같이 인지 감각적 경험에 맞춰졌다. 인간이란 느낄 수 있는 존재임을 뜻한다.

 - p. 124 中에서 -

 세바스티앙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면서 호소하지만, 그의 목숨이 아닌 감각을 요구한 그들의 속내를 통하여 감각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하는 결정적 경험임을 보여주는 이 대목은 철학에서 여전히 진행중인 사고와 감각(경험)의 관계에 대하여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더불어 니체의 "진실은 추하다. 우리는 진실 때문에 멸망하지 않기 위해 예술을 한다."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아'라는 키워드에 대한 내용을 통하여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만만한 철학]은 제목과 달리 결코 만만치 않은 철학을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만한'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한 이유는 철학에 대한 접근을 여전히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익숙한 이야기들을 통하여 흥미와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과 그러한 이야기들을 철학적인 사고를 통하여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지혜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어떤 여고에서 벌어진 성적에 대한 의혹은 이 책의 [지그프리트와 미메]의 이야기를 통한 '장인정신'을 통하여 다시금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든지 [다이달로스]의 사례를 통하여 수천년이 지난 현재 인간이 추구하는 바를 '노동'의 의미로 들여다보는 과정은 철학이 왜 고대부터 현재까지 우리의 곁에서 호흡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이러한 부분들을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만만치 않은 [만만한 철학]임을 깨닫게 된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g*******7 2018.09.08. 신고 공감 9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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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철학미하엘 쾰마이어, 콘라드 파울 리스만/ 이지윤재승출판사/2018.8.16.sanbaram   우리는 철학을 골치 아픈 이론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사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철학을 공부하려는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학교에서 철학을 서양철학의 흐름과 유명한 철학자들의 주장 등에 대한 공부를 위주로 한 것도 한 몫 했다. 그러나 실상은 철학이라는 것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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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철학

미하엘 쾰마이어, 콘라드 파울 리스만/ 이지윤

재승출판사/2018.8.16.

sanbaram

 

우리는 철학을 골치 아픈 이론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사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철학을 공부하려는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학교에서 철학을 서양철학의 흐름과 유명한 철학자들의 주장 등에 대한 공부를 위주로 한 것도 한 몫 했다. 그러나 실상은 철학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활하면서 접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조금 다르게 또는 생소하게 바라보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이유가 없다. <만만한 철학>은 신화나 전설 또는 성경과 동화 등에 나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철학적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 미하엘 쾰마이어는 오스트리아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빈에서 작가로 살고 있으며 <Spielplatz der Helden>으로 크게 인정받고, 다양한 분야에서 집필활동을 해왔다. 중요 저서로 <Zwei Herren am Strand>와 <Das Madchen dem Fingerhut>가 있다. 공저자 콜라드 파울 리스만은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현재 빈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4년 오스트리아 출판협회의 명예상을 수상했으며, 미학, 예술철학, 사회이론 등 19세기와 20세기 철학에 대한 수많은 학술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만만한 철학>에서는 호기심, 노동, 폭력, 복수, 욕망, 비밀, 자아, 아름다움, 장인정신, 권력, 경계, 운명 등 12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신화, 전설, 성경, 동화 등에서 주제를 담은 이야기를 먼저 소개한다. 그리고 이야기 속의 주제를 현재의 생활과 철학적으로 연결해 가며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낸다. 기존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을 관점을 달리하여 풀어감으로써 새롭게 사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복잡한 사상을 쉽게 설명하여 누구나 철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이야기를 통해 쉽게 이해하게 만드는 ‘만만한’ 철학이다.

 

“에덴동산 사건의 가장 큰 의미는 한 인간이 인류가 됐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신학에서는 이를 ‘인류의 타락’이라 부른다. 하지만 어째서 타락이란 말인가? 어찌 됐든 그 사건이 있었기에 인류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p.20)” 선악을 알게 하는 열매를 따 먹은 자는 자유와 자아, 책임의 개념을 알게 됐으며, 이는 죄를 짓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살았을 가치들이다. 에덴동산 이야기는 인간이 낙원을 잃어버리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동시에 소위 ‘인간됨’의 증거를 얻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인간의 ‘정황성’은 낙원 이후에 형성됐고, 이를 통해 우리는 무죄함을 상실했다. 무죄함은 모든 것을 임의로 누릴 수 있으나 자유만은 허락되지 않고, 모든 것이 당연해 의문을 품을 수 없는 자연의 상태를 뜻한다. 최초의 인간이 금기의 열매를 먹은 후 자신이 벗었음을 알게 되어 느꼈던 수치심은 무죄함을 잃어버렸다는 신호였다.

 

“다이달로스의 행동 원칙에 따르면 노동이란 정확한 관찰과 모방, 기술적 혁신, 그리고 극도의 도덕적 무감각함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그는 포세이돈의 황소만큼 아름다우면서도 파시에가 그 안에 숨어서 황소를 받아들일 수 있는 암소 조형물을 만들어야 했다. 자연에 대한 지식을 자연의 법칙을 교란하는 데 활용한 것이다.(p.38)” 차이를 인식하지 못할 만큼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그것은 인간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될까? 아니 똑같이 대우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이는 공상과학 소설이 즐겨 다루는 주제다. 기술적 현실화 가능성과는 별개로 눈길을 끄는 것은 미래를 다루는 공상과학 영화가 고대 신화의 소재를 거듭하며 변주한다는 점이다. 미래로 가는 모든 여행은 과거로의 여행이기도 하다. 이카로스가 경솔하게 귓등으로 흘려보낸 아버지의 조언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인생지침의 하나이기도 하다. 적절한 기준을 찾고 지키라는 것. 적절한 기준을 미덕으로 규정한 아리스토텔레스와 다르게 다이달로스는 이를 기술적으로 설명했다. 밀랍으로 만든 날개는 구조상 태양 및 바닷물과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소녀가 주도하는 폭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무력한 상대들은 저마다 소녀에게 잘해주고 싶었기에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욕망을 실현해주었다. 슬픈 소녀의 노골적이고 무자비한 웃음은 저항할 바를 모르고 당하기만 하는 선의를 향한 것이었다. 그들은 스스로 희생양이 된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p.55)” 이 슬픈 소녀의 이야기를 난민 문제를 둘러싼 토론의 장으로 끌고 가보자. 슬픈 소녀의 약한 현실 속에 잠재한 폭력성을 파악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불행의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평생 금욕하며 살았던 철학자는 이러한 선의가 아름답고 슬프며 못된 소녀의 손에 들려서 잔인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것이 우리에게 동화가 필요한 이유인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성경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 야곱과 에서, 그리고 실러의 <군도>의 두 주인공이 보여주는 행위의 동기 또한 증오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증오하는가? 당연히 이것은 권력의 문제다. 모든 가부장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의 질문, 즉 누가 아버지를 이을 것인가가 형제를 미워하게 되는 실마리였다.(p.71)” 신화는 물론 역사 속에서도 모든 법률은 나름의 부당함을 갖고 있다. 복수심도 부당함의 일종으로 지금까지 모든 법률체계에 적용되어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그 정도와 형태가 조금 순화되었을 따름이다. 신화 속 세대에 걸친 불운은 인간의 어두운 일면에 대한 통찰을 제시할 뿐 아니라, 오랫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의 근원과 불확실성에 대한 논의를 담고 있다.

 

“현대교육학의 주류 사상은 사회적 장애물만 제거하면 누구나 천부적인 재능을 꽃피울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장인정신의 개념은 정반대다. 장인이 되기 위해선 그 분야에 정통한 안내자와 본보기,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도제기간 고강도의 좌절을 견뎌낼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p.161)” 그러한 과정을 통해 지식과 기술을, 재능과 자율성을, 경험과 호기심을, 기교와 직감을 자유자재로 적절하게 구사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지크프리트처럼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도 장인에 이르는 길이란 험난하기 그지없는 과정이었으며, 사물과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해야 하는 노동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젊은이들은 이 노동을 생략하려 한다. 심지어 장인정신은 의심의 대상이다.

 

“익시온은 어떤 경계를 넘어버렸다. 하늘과 땅 사이, 허락된 것과 허락되지 않은 것 사이, 신들과 인간 사이에 그어져 있던 어떤 경계를 넘었다. 그 결과로 받게 된 형벌은 무시무시했다. 그들은 익시온을 불타는 수레에 매달고 불멸의 사과를 먹여서 영원히 고통 받는 존재로 만들었다.(p.194)” 의학기술의 발달 위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한 불멸에 관한 환상 때문에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이 있다. 삶의 연장은 곧 고통의 연장이라는 사실이다. 불행이란 주제에 천착한 키르케고르는 이 사실을 비교적 일찍 깨달았다. 그는 최악의 절망이란 결코 죽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쇼펜하우어에게도 불타는 수레에 묶인 익시온은 인생에 관한 중요한 표상으로 다가왔다. 그는 계속해서 돌아가는 수레바퀴를 짧은 욕망과 긴 고통의 순환, 요구와 거절의 끊임없는 반복, 권력과 인정을 위한 부단한, 하지만 결국은 무익한 투쟁의 연속이자 멈출 수 없는 존재로서의 인생을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했다.

 

“경계 개념의 핵심은 양쪽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동시에 경계의 변경 가능성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계를 인식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이쪽뿐 아니라 경계의 저쪽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경계는 제일 먼저 그 경계를 넘어서는 일이 실현 가능한 일인지, 가능하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룰 수 있는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다른 편에서는 그 경계가 어떻게 보이는지 알고 싶은 욕구를 유발한다.(p.196)” 많은 종교적 상상에서 죽음은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그리고 넘어서는 일이 가능한 경계로 정의 된다. 자신의 형체가 바뀌든, 육체라는 외피를 잃든, 그림자가 되어버리든 간에 그 안을 채운 정체성은 이쪽에서와 변함없는 상태로 저쪽에서도 유지된다. 고대 신화에서는 지하세계 입구에 망각의 강이 흐른다거나, 지옥의 개 케르베로스가 다른 세계의 출입문을 지킨다는 식으로 경계선을 묘사했다. 보통 사람들이 80세에 죽음을 맞을 때 소수의 특권층만 300세까지 살 수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갈까? 하데스가 ‘모두가 아니면 아무도’란 원칙을 고수하고, 제우스는 하데스의 말을 이해하고 곧장 아스클레피오스를 죽였다. 모두에게 해당하는 경계를 소수에게만 개방하는 것은 무척 위험하다. 그리고 모두에 해당하는 종점을 소수를 위해 폐지하는 것은 더욱 치명적이다.

 

“유다 이야기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결국 누구도 자신의 운명을 피해갈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생각이 유독 매혹적인 것은 운명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이 그 운명에서 비롯된 모든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p.215)”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맞이한 자를 책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면, 유다는 장구한 세월 동안 그를 따라다녔던 배신자란 이름표를 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능자가 자기 역사를 이루기 위해 유다를 그저 도구로 사용했다는 논리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배신자 딱지를 뗄 수 없는 그의 운명도 이루어져야만 했던 일을 이룬 자에게 주어진 명예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는 신화, 전설, 성경,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철학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우리의 실생활 문제를 철학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실생활에서 철학적 사유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그래서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k******4 2018.09.03. 신고 공감 7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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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거리를 던져주는 12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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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독서모임에서 <한 권으로 읽는 서양철학 이야기>를 독서토론한 후 철학에 대한 무지를 깨닫게 됐다. 그래서 기회가 되는 대로 쉬운 철학책부터 접하며 적어도 무지에서는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해왔다. 그 후 운 좋게 <무기력한 날엔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났고, 이번에 서평단을 통해 이 책을 만나며 철학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이 책은 '호기심, 노동, 폭력,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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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독서모임에서 <한 권으로 읽는 서양철학 이야기>를 독서토론한 후 철학에 대한 무지를 깨닫게 됐다. 그래서 기회가 되는 대로 쉬운 철학책부터 접하며 적어도 무지에서는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해왔다. 그 후 운 좋게 <무기력한 날엔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났고, 이번에 서평단을 통해 이 책을 만나며 철학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이 책은 '호기심, 노동, 폭력, 복수, 욕망, 비밀, 자아, 아름다움, 장인정신, 권력, 경계, 운명'이란 12개의 키워드를 지닌 성경, 신화, 동화, 전설을 들려준다. 한 편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고 나면 그 뒤에 철학자의 시선이 담긴 해석을 만난다. 이야기에 대한 해석은 다양한 질문과 철학적 사유를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도록 유도한다.

 

 이 책에 실린 12편의 이야기 모두 흥미롭고 매혹적이다. 그 중에서도 '세바스티앙의 내면'이라는 제목의 '자아'를 다룬 이야기는 소박하면서도 어떤 울림을 준다.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세바스티앙은 슬픈 소년이었다." 그가 슬픈 이유는 고주망태가 된 아버지가 밤 늦게 돌아오면 어머니를 때리기 때문이다. 열세 살의 세바스티앙은 어머니에 대한 아버지의 폭력 앞에 무력하다. 어느날 밤 여느 때처럼 집에 돌아온 아버지가 허리띠를 풀러 어머니를 후려치려하자 침대에서 뛰쳐나온 세바스티앙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소리 지른다.

"누구라도 내 말을 들으소서! 누구라도 내 말을 들으소서! 제발 이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바스티앙의 외침이 하늘에 전해진 걸까. 갑자기 모든 것이 멈추고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허리띠에서 들려온 것으로 "이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주면 너는 나를 위해 무엇을 주겠느냐?" 하고 물었다. 세바스티앙은 자신의 목숨이라도 내놓겠다고 했고 허리띠는 '느낄 수 있는 능력'만 달라고 했다. 세바스티앙이 승낙하자 아버지는 집을 나가 그 후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세바스티앙은 아무 것도 느낄 수 없게 됐다. 그 후 스물세 살이 된 세바스티앙은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미각을 내놓았고, 나이들면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후각과 청각, 시각을 차례로 내놓게 되었다. 마침내 그는 모든 감각을 잃고 모든 일이 '내면에서만' 일어나는 사람이 되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세바스티앙의 내면'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냄새를 맡지 못하고, 맛을 모르고 간신히 숨만 쉬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세바스티앙의 내면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121쪽)

 

 저자는 세바스티앙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해석과 질문을 던진다. "나를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나를 나로 느끼는 감정은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가?", " 세바스티앙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그는 누구인가?" ... 이러한 질문과 함께 사회학자 브뤼노 라투르가 "감각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결정적 경험"이라는 주장과, 철학자 울리히 포타스트, 르네 데카르트의 '사악한 악령', 또 "진실은 추하다. 우리는 진실 때문에 멸망하지 않기 위해 예술을 한다."고 한 니체 등의 말을 소개하며 결코 만만하지 않은 사유의 숲으로 이끈다.

 

 내 생각을 덧붙이면, 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중시한 실천철학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싶다. 우선 세바스티앙이 보통 사람보다 예민한 사람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는 타인의 고통을 크게 느끼고 괴로워하며 도와주고 싶어 한다.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의 회초리를 멈추고 싶지만 무력하다고 느끼고 하늘을 향해 도움을 청하는 일종의 기도를 한다. 그리고 기도를 들어주는 조건으로 타협해 자신의 능력을 하나씩 잃어버린다. 세바스티앙은 기도를 통해 편하게 타협할 뿐 솔선해서 무언가 행동하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관념적이고 안일한 자세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약화시키고 마침내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는 식물인간처럼 돼 버린 게 아닐까. 자아의 크기는 현실에 맞서는 만큼 커지는 것이다. 내게 세바스티앙의 이야기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자세를 반면교사로써 알려주는 교훈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사람에 따라 저마다 많은 생각을 끄집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생각거리를 얻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권한다. 그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어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a*******5 2018.09.03. 신고 공감 7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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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철학, 전혀 만만치 않은 생각꺼리들의 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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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한입 철학"으로 인해 만만하게 생각한 철학 문제에 대해, 만만한 철학은 철학적인 문제가쉽게 시작할 수는 있지만 끝을 보는 것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이야기나 동화, 신화로 시작하는 첫 부분은 쉽거나 아는 문제 같다는 생각이 들게 놔둔다. 하지만거기서 파생된 생각 덩어리, 파도는 결코 만만치 않다. '이래서 철학이 인간의 고통스러운 숙제이면서도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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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한입 철학"으로 인해 만만하게 생각한 철학 문제에 대해, 만만한 철학은 철학적인 문제가

쉽게 시작할 수는 있지만 끝을 보는 것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이야기나 동화, 신화로 시작하는 첫 부분은 쉽거나 아는 문제 같다는 생각이 들게 놔둔다. 하지만

거기서 파생된 생각 덩어리, 파도는 결코 만만치 않다. '이래서 철학이 인간의 고통스러운 숙제이면

서도 넘어서고픈 매력덩어리로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도록 유혹하는 책이다.

 

  목차는 다음과 같음.

호기심/낙원 8쪽, 노동/다이달로스 26쪽, 폭력.슬픈 소녀 42쪽, 복수/아트리덴 60쪽, 욕망/에기디

우스 성인 78쪽, 비밀/달 94쪽, 자아/세바스티앙의 속내 112쪽, 아름다움/마르시아스 130쪽, 장인

정신/지크프리트와 미메 146쪽, 권력/욥 164쪽, 경계/아스클레피오스 182쪽, 운명/유다 200쪽

 

  깅렬하거나 흔히 아는 이야기지만 세부사항이 다른 이야기, 신화, 동화를 전제로 놓고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호기심, 노동, 폭력, 복수, 욕망, 비밀, 자아, 아름다움, 장인정신, 권력, 경계, 운명.

이렇게 12가지 주제에 대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다시 한 번 토로하지만 전혀 만만하지 않은 주장들

이다. 순서대로 읽거나 원하는 파트를 읽더라도 크게 무리가 없는 12 주제 중 마음을 끄는 대목을

적어봅니다. 

 

  애초에 이 이야기는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맞게 되는 운명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었다. 원래는

인간이 신과 같은 존재였으나 혼란을 없애기 위해 신성을 줄였다고 설명한다. 창조자와 똑같은, 혹

은 능가할지도 모르는 존재를 만들겠다는 패기는 위험하다. 여기서 우리는 넓게는 창이력을 발휘하

는 모든 직업인이, 좁게는 인공지능 제작자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규칙을 발견할 수 있다. 당신의

창조물을 당신 자신보다 조금만 작게. 둔하게, 덜 유능하게 만들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루고

자 노력하는 목표는 대부분 이와 정반대 지점에 있다 -19쪽-  청출어람이라는 사자성어가 스승의

기쁨을 표현할 수도 있고 속좁은 스승의 경우 질투심으로 제자의 앞길을 막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

도 하지 않는가? 나의 창조물이 지향하는 곳이 나를 넘어선 경지에 대해 충분한 생각/고민꺼리를

던저주는 대목이다. 인공지능이 감정에서조차 나를 넘어서면 나는 무엇으로 자존감을 가질 것인

가? 창조자이니 존귀하다고 우겨야 하는가?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비밀 없이 완전히 투명한 사회는 비인간적인 세계의 다른 이름으로, 그 안

에는 무엇보다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리라 추정했다. 바로 신뢰다. 신뢰란 인간

이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 지점에서 생겨난다. 지금까지 인간사회는 신뢰 없이 존재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수면 위로 올라온다면 통제와 계산이 신뢰를 대체하고 말 것이다. 모든 것이

투명하고 깨끗게 공개되면 사람들이 살기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입니

다. 물론 불순한 생각으로 감추는 것이 아닌 이상 어떤 의도로 선의를 베푸는지를 모를 때가 차라

리 나을 수도 있다는 등의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영화나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가 선과 악을 구분

할 때는 마음이나 동기를 보고 구별하는데 일상생활에서 선의와 악의는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현

실이니까요. 108쪽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리뷰는 예스24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j 2018.08.31. 신고 공감 6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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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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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철학>에서는 호기심, 노동, 폭력, 복수, 욕망, 비밀, 자아, 아름다움, 장인정신, 권력, 경계, 운명 등 12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신화, 전설, 성경, 동화 등에서 주제를 담은 이야기를 먼저 소개한다. 그리고 이야기 속의 주제를 현재의 생활과 철학적으로 연결해 가며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낸다. 기존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을 관점을 달리하여 풀어감으로써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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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철학>에서는 호기심, 노동, 폭력, 복수, 욕망, 비밀, 자아, 아름다움, 장인정신, 권력, 경계, 운명 등 12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신화, 전설, 성경, 동화 등에서 주제를 담은 이야기를 먼저 소개한다. 그리고 이야기 속의 주제를 현재의 생활과 철학적으로 연결해 가며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낸다. 기존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을 관점을 달리하여 풀어감으로써 새롭게 사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복잡한 사상을 쉽게 설명하여 누구나 철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이야기를 통해 쉽게 이해하게 만드는 ‘만만한’ 철학이다.

 

“에덴동산 사건의 가장 큰 의미는 한 인간이 인류가 됐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신학에서는 이를 ‘인류의 타락’이라 부른다. 하지만 어째서 타락이란 말인가? 어찌 됐든 그 사건이 있었기에 인류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p.20)” 선악을 알게 하는 열매를 따 먹은 자는 자유와 자아, 책임의 개념을 알게 됐으며, 이는 죄를 짓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살았을 가치들이다. 에덴동산 이야기는 인간이 낙원을 잃어버리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동시에 소위 ‘인간됨’의 증거를 얻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인간의 ‘정황성’은 낙원 이후에 형성됐고, 이를 통해 우리는 무죄함을 상실했다. 무죄함은 모든 것을 임의로 누릴 수 있으나 자유만은 허락되지 않고, 모든 것이 당연해 의문을 품을 수 없는 자연의 상태를 뜻한다. 최초의 인간이 금기의 열매를 먹은 후 자신이 벗었음을 알게 되어 느꼈던 수치심은 무죄함을 잃어버렸다는 신호였다.

 

“다이달로스의 행동 원칙에 따르면 노동이란 정확한 관찰과 모방, 기술적 혁신, 그리고 극도의 도덕적 무감각함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그는 포세이돈의 황소만큼 아름다우면서도 파시에가 그 안에 숨어서 황소를 받아들일 수 있는 암소 조형물을 만들어야 했다. 자연에 대한 지식을 자연의 법칙을 교란하는 데 활용한 것이다.(p.38)” 차이를 인식하지 못할 만큼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그것은 인간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될까? 아니 똑같이 대우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이는 공상과학 소설이 즐겨 다루는 주제다. 기술적 현실화 가능성과는 별개로 눈길을 끄는 것은 미래를 다루는 공상과학 영화가 고대 신화의 소재를 거듭하며 변주한다는 점이다. 미래로 가는 모든 여행은 과거로의 여행이기도 하다. 이카로스가 경솔하게 귓등으로 흘려보낸 아버지의 조언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인생지침의 하나이기도 하다. 적절한 기준을 찾고 지키라는 것. 적절한 기준을 미덕으로 규정한 아리스토텔레스와 다르게 다이달로스는 이를 기술적으로 설명했다. 밀랍으로 만든 날개는 구조상 태양 및 바닷물과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k******4 2018.10.21. 신고 공감 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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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어려운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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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거리를 던져주는 12가지 이야기"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나는 동화를 무척이나 좋아한다.여러나라의 동화책과 교과서에 실린 동화책,안데르센 동화전집, 그림형제동화,우리나라 전래동화와 설화, 민담까지!에전엔 동화책을 찾아 여기저기 헌책방을 찾아다니고 신간이 나오면 바로 바로 구매하곤 했었다.그래서 "만만한 철학"이 더욱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만만한 철학의 구조는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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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거리를 던져주는 12가지 이야기"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나는 동화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여러나라의 동화책과 교과서에 실린 동화책,

안데르센 동화전집, 그림형제동화,

우리나라 전래동화와 설화, 민담까지!


에전엔 동화책을 찾아 여기저기 헌책방을 찾아다니고 신간이 나오면 바로 바로 구매하곤 했었다.

그래서 "만만한 철학"이 더욱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만만한 철학의 구조는 메모한 바와같이 


주제

↓

재미난 신화/설화/ 민담

↓

주제와 관련된 철학적 분석

↓

철학적 질문과 그 해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야기에 숨은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생각거리에 대한 암시를 던져주고,

주제에 관한 분석을 통해 질문을 던진 후 

여러가지 차원을 통해 철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들이다.


12장 모두 재미난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그 중 다이달로스가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2장을 잠깐 소개해보면,


인간의 노동에 관한 질문과 철학적 생각들을 해보았던 2장 노동에서는 발명가와 건축가로서 이름을 날린 다이달로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노동에 대한 깊이있는 생각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p.28~30

다이달로스는 페르딕스를 살인한 죄로 기소되어 크레타 섬으로 몸을 피했다.

....그리고 해변을 걷다가 울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여인의 이름은 파파시에, 크레타의 왕인 미노스의 아내였다...

......

남편인 미노스는 제우스 신의 아들 중 하나인데,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업신여기고 오직 제우스에게만 제가를 지내고 기도를 드렸다. 

제우스는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단 한 번이라도 바다의 신에게 희생제를 바치라고 권했다. 그리고 동생인 포세이돈에게도 말했다. "미노스에게 황소를 한 마리 보내라. 그럼 미노스가 그걸로 너에게 희생제를 바칠 것이다." 포세이돈은 그 말을 듣고 매우 아름다운 황소 한 마리를 크레타로 보냈다......

미노스는 그 황소가 무척 마음에 든 나머지 제물로 바치지 않고 자신이 차지하고 싶은 욕심이 났다. 

그는 포세이돈이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다른 늙은 황소 한 마리를 번제로 바쳤다......

포세이돈은 복수를 하는 대신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에게 가서 파파시에의 마음에 황소를 향한 강한 욕망을 심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때부터 파파시에의 마음속에는 황소를 향한 정욕이 무작정 들끓기 시작했다.......

파파시에는 다이달로스에게 임무를 맡겼고, 다이달로스는 구상에 들어갔다,......

그는 당장 나무로 암소 한 마리를 만들었다.

진짜 암소와 진배없는 암소의 배에는 미닫이창이 나있었다......

황소를 만난 파파시에는 교접에 성공했고 임신해서 미노타우로스를 낳았다. 

사람의 몸뚱이에 황소 머리를 하고 인간을 잡아먹는 반인반수였다.


p.38

다이달로스는 자신의 기술적 해법으로 의뢰인의 감정적 욕구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으나, 그 과정에서 과연 인간이 황소와 몸을 섞어도 괜찮은지에 관한 도덕적 고려는 단 한순간도 없었다.멀리 갈 것도 없이 이 이야기는 인류 재생산의 혁명적 성과로 불리는 유전공학의 발전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임무에 따른 기술적 해법을 찾아내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르나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환경적 문제, 윤리적 문제, 정치적 문제, 사회적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이며 어떠한 방향으로 묘책을 찾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에 대해 '만만한 철학'은 철학적으로 분석해 나가는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12가지 이야기속에 숨은 철학적 문제들은 10배,100배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로 이어지며,

어떻게 사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하는 것인지에 관해 무겁지 않게 그러나 깊이 고민해보지 않았던 문제들에 대해 진중하고 보다 심도있게 질문해보고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를 인도하는 책이다.


중학생 이상의 독서력이면 충분이 재미를 느끼며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토론 거리를 던져 줄 수도 있으며,

어른들도 그간 바쁜 일상 속에서 생각할 거리들을 잃은 채 지내왔다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이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내게는 정말 좋은 친구였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빨리 읽고 나면 다시 한 번 꺼내서 읽어볼 참이다.





"철학이 나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만만한 철학!"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s***8 2018.09.09. 신고 공감 2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리뷰]만만한 철학
"[리뷰]만만한 철학" 내용보기
책을 볼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책의 표지는 왠지 전에 읽었던 소크라테스의 안경을 떠올리게 했다. 유명한 고대 철학자께서 안경을 쓰고 계신다는 점이 참 비슷한데, 차이가 있다면 이 분은 아리스토텔레스라는 것 정도?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12가지 이야기라는 이 책의 주제가 참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가 해주는 철학에 대한 해석을 듣거나, 주장과 학자를 연관시켜서 외우는 윤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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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볼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책의 표지는 왠지 전에 읽었던 소크라테스의 안경을 떠올리게 했다. 유명한 고대 철학자께서 안경을 쓰고 계신다는 점이 참 비슷한데, 차이가 있다면 이 분은 아리스토텔레스라는 것 정도?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12가지 이야기라는 이 책의 주제가 참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가 해주는 철학에 대한 해석을 듣거나, 주장과 학자를 연관시켜서 외우는 윤리와 사상시간에 배우던 것같은 철학이 아닌, 내 스스로 생각하고 깨달음을 얻도록 구성되었다는 것이 너무 매력있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12가지 이야기들은 책의 뒤편에도 나와 있듯이,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느끼게 될 법한 감정들에 관힌 것들이다. 호기심, 노동, 폭력, 복수, 욕망, 비밀, 자아, 아름다움, 장인정신, 권력, 경게, 운명.

 

각 장의 시작은 이야기들이다. 동화이거나 신화이거나,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그런 이야기들로 시작하는데, 그것이 철학적인 고찰로 연관이 된다. 특정 철학자 한명의, 하나의 주장을 말하지 않고 다양한 철학자들의 시각을 통해 그 이야기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단순치 철학자에서 그치지 않고, 연관되는 시나 영화를 말해주기도 하고, 이야깃속에서 나온 인물과 비슷한 인물을 예시로 들어주거나, 과거에 일어났던 실제 사건등에 관한 이야기를 더해 줌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생각보다 책이 제목만큼 만만하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는 앞부분의 동화는 쉽게 쉽게 읽으면서 지나갈 수 있었지만, 뒤에 이어져 나오는 철학적 고찰 부터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철학책을 읽을 때는 스스로 고민하면서 읽어야만 한다는 나의 지극히도 사적인 고정관념 때문일 수도 있다.

 

책은 얇은 편이다. 그렇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철학적 사고와 내용은 정말 방대하고 알찼다. 만만한 철학이라는 제묵이 붙히게 된 이유는 우리가 자주 들어 익숙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철학적 사고를 유도하고 있고, 그렇기에 우리가 더욱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으며, 그 이야기와 더불어 스스로 생각하면서 얻게 된 철학적 지식은 쉽게 휘발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이 리뷰는 예스24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s******1 2018.09.1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교양/철학] 만만한 철학 -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12가지 이야기
"[교양/철학] 만만한 철학 -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12가지 이야기" 내용보기
"인간이 생을 통해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12가지의 키워드"라는 표지 글이 눈길을 잡은 <만만한 철학>은 이 키워드를 통해 인간사에 대한 사유의 맛을 알게 해주는 책이지 싶다. 성경, 신화, 동화를 총망라한 이야기가 놀랍기 그지없다. 그나저나 이 책을 존재하게 해준 "펠리시타스 파일하우어'가 뉘신지. 나만 무식한 건지… 그의 존재가 상당히 궁금하다.철학이 인간이 신을 향해 던
"[교양/철학] 만만한 철학 -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12가지 이야기" 내용보기


"인간이 생을 통해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12가지의 키워드"라는 표지 글이 눈길을 잡은 <만만한 철학>은 이 키워드를 통해 인간사에 대한 사유의 맛을 알게 해주는 책이지 싶다. 성경, 신화, 동화를 총망라한 이야기가 놀랍기 그지없다. 그나저나 이 책을 존재하게 해준 "펠리시타스 파일하우어'가 뉘신지. 나만 무식한 건지… 그의 존재가 상당히 궁금하다.


철학이 인간이 신을 향해 던지는 질문일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이 원초적으로 신에게 부여받은 호기심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창세기의 한 구절, 무병무사한 신의 피조물이었다가 유한한 생명을 지닌 인간이 되는 순간은 다름 아닌 '부끄러움'을 구별하는 것이었다. 그 부끄러움을 감내하고 벗고 다녔다면 어땠을까. 어쨌거나 그와 동시에 죽음과 원죄를 선물로 받았다는 작가의 해석은 별반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이후 철학자들을 통해 끊임없이 인간 본연에 대한 것들을 질문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게 철학이 아닐까.

천사인 루시퍼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행위나 인간이 인간의 모습을 넘어 인간보다 더 우월한 인공지능을 만들려는 도전은 그저 호기심으로 치부하기에는 꽤나 위험한 무모한 행위일지 모른다는 것을 암시한다. 바벨탑이 그러지 않았던가. 그래서 호기심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정의는 무섭다.


"무언가를 깨달은 자에게는 그 깨달음의 대가를 빠짐없이 받아내는 것이 세상의 법칙이다." p25


<노동>에서 다이달로스의 천재적 발명은 가히 놀랍기만 하지만 인간이 가져야 할 윤리적 가치관의 부재는 결국 그의 발명이 부정적 결과를 낳는 재앙뿐임을 확인해준다. 또한 이카루스의 죽음을 통해 인간의 오만을 경고한다. 결국 현대의 노동의 관점은 '문제를 해결할 기계를 만드는 것'이며 여기에는 다이달로스의 비윤리적 가치관이나 이카루스의 인간의 자만이나 맹신이 깃들면 안 된다고 선을 긋는다. 그리고 "어떤가?"라며 여지없이 독자에게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준다.




"때로는 숨겨져야만 하는 무서운 것들도 있으므로 비밀은 비밀로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투명함은 무서운 것을 밖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드러낸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p109


독일 남부 지역의 동화인 <슬픈 소녀의 이야기>를 들어 봤는가? 털이 곤두설 정도로 섬뜩한 이야기를 연민을 가진 선한 자와 연민을 앞세운 악한 자의 폭력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정의는 놀랍기만 하다. 또한 루마니아의 동화 <달>은 가슴에 사표를 찔러 놓고 출퇴근을 반복하는 현대인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을 한마디로 정의해 버린다. 결국 드러낼 수 없는 '비밀'은 드러나는 순간 폭행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자멸에 이를 수 있음을 경고한다. 하지만 달은 그저 "견디라"라고 단순 명료하게 끝내는 것이 더 허무할 정도다.

꽤나 폭력적인 아폴론과 마르시아스의 신화에서 '아름다움'을 지크프리트와 미메의 신화에서 현대 교육의 문제점을 뽑아내고 거기에서 한발 더 나가 '장인 정신'을 이야기하는지 감탄할 수밖에 없다.




"모두에게 해당하는 경계를 소수에게만 개방하는 것은 무척 위험하다. 그리고 모두에게 해당하는 종점을 소수를 위해 폐지하는 것은 더욱 치명적이다." p199


내가 성경이나 신화에 해박한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 소개되는 성경이나 신화는 보도 듣도 못해 본 전혀 생소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그리스나 로마의 신화는 꽤 그로테스크하다. 솔직히 작가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생소한데 재미있는 이야기가 짧아 아쉬울 정도다.

게다가 그런 이야기를 생각할 거리를 철학적으로 뽑아내는 작가의 능력은 철학자라기보다 이야기꾼이 더 어울린다. 인생에서 반드시 마주하는 키워드가 12개뿐이라는게 아쉽게 느껴지는 책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c********u 2018.09.0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만만한 철학, 철학이란 무엇인가?
"만만한 철학, 철학이란 무엇인가?" 내용보기
살아가다보면 문득 “내가 평소에 너무 생각을 안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매일매일 돌아가는 업무에 지쳐가면서 점점 더 스스로 생각을 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주어진 일을 때우고 일찍 퇴근하겠다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는 것이다. 집에 일찍 돌아간다고 해서 당연히 공부를 한다거나 사색을 하는 시간을 가질리 만무하다. tv시청을 하거나 술을 마시는 등의 일 외에는 특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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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보면 문득 “내가 평소에 너무 생각을 안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매일매일 돌아가는 업무에 지쳐가면서 점점 더 스스로 생각을 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주어진 일을 때우고 일찍 퇴근하겠다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는 것이다. 집에 일찍 돌아간다고 해서 당연히 공부를 한다거나 사색을 하는 시간을 가질리 만무하다. tv시청을 하거나 술을 마시는 등의 일 외에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져 버리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억지로라도 머리를 돌리는 일을 해야 한다. 이 책 ‘만만한 철학’은 바로 나처럼 조금이라도 머리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딱 맞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이 책의 독서법에 대해 말하고 싶다. 나는 이 책을 한 챕터씩 분리해 지하철 출퇴근 길에 읽었다. 항상 출퇴근 시간을 멍 한 상태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에야 말로 좀 개선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마치 이 책은 독자에게 그렇게 하라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다. 호기심, 노동, 폭력, 복수, 욕망, 자아 등 세부적인 주제를 나누어 챕터별로 구분해 둔 이 책은 이동길에 읽으면 너무나 좋은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의 콘텐츠 부분이다. 사실 구성이 아무리 뛰어나고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고 하더라도 내용이 좋지 않으면 책으로서의 기능이 얼마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게다가 이 책은 철학이라는 내용을 제목에 넣은 만큼 적어도 독자로 하여금 생각을 할 거리 정도는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역할을 해 낸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철학책을 읽기가 어려운 것은 그 내용이 너무나 현학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그러한 부분에 굉장히 신경을 쓴 책이다. 마치 저자가 독자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구성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자연스럽게 독자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논쟁적인 주제로 생각을 하게 한다기 보다는 인생에서 꼭 한번 스스로 고민해봐야 할 문제들을 화두거리로 던진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도 지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살면서 생각을 하지 않게 되면 무엇이 남게될까? 우리는 점점 더 생각하는 힘을 잃어가 안타깝다고 느끼는 요즘 이 책은 생각의 윤활유 역할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추천해본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f*****7 2018.09.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