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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품에 안고픈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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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기 짝이 없는 이들의 삶에는 누구 하나 관심을 가져주지 않기에, 스스로 기록하지 않으면 그들의 인생은 쉬이 잊혀지고는 한다. 그렇게 사라지는 이야기들이 너무도 많다. 모두가 유명한 사람을 좇을 때 내 주변 정겨운 이웃의 이름을 기억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화려한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귀 기울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약간의 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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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기 짝이 없는 이들의 삶에는 누구 하나 관심을 가져주지 않기에, 스스로 기록하지 않으면 그들의 인생은 쉬이 잊혀지고는 한다. 그렇게 사라지는 이야기들이 너무도 많다. 모두가 유명한 사람을 좇을 때 내 주변 정겨운 이웃의 이름을 기억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화려한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귀 기울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약간의 부와 유명세 등보다 더 좋은 관계에 취한 인터뷰 작가들. 저자도 그들 중 한 명이다. 제주할망 전문 인터뷰 작가 5년의 기록. 자그마치 5년 동안 제주도를 누비며 노인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너무 많은 중국인들이 몰아 닥쳐 본연의 모습을 많이 잃었다는 평을 듣는 섬나라엔 여전히 많은 토박이들이 살고 있었다. 수십 년에 걸친 시간은 짧은 만남에 다 담기지 않았다. 여러 차례 반복해 만나야 했다. 기록을 해야만 한다는 사명감에 불탔더라면 오히려 어색하기 짝이 없었을 순간들이었을 텐데, 저자는 마치 시간 제약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듯 굴었다. 도보로, 때론 자전거를 타고 오갔다. 어떨 땐 화장실 핑계를 대며 남의 집 대문 안으로 불쑥 들어가기도 했다. 그 때마다 나와 같은 서울 촌놈은 결코 알아듣기 힘들 제주 방언이 쏟아졌다. 그들과 같은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나의 독서는 한없이 늘어졌다. 마치 외국인의 언어를 한 단계 통역을 거쳐 접하는 양 낯섦이 감돌았다.

 

이제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제1 의 관광지가 되었지만, 제주의 근현대사를 살펴보면 우울하고도 참혹한 심정이 앞선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상 규명이 확실히 이루어지지 못한 4.3 항쟁이 최근 들어 그나마 새로이 조명 받고 있어 다행스럽다. 순박하기 짝이 없는 얼굴을 한 어르신들이 이 역사적 사건을 논할 때마다 난 심장이 벌럭였다. 부모가, 배우자가, 형제 자매가 이유도 모른 채 죽어나갔던 비극 중의 비극을 목격하고도 제정신으로 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끔찍함을 가감 없이 표현해 주신 분들도 계셨지만 대개의 어르신들은 차오르는 눈물을 참기 힘들어하셨다. 깊이를 헤아리기 힘든 침묵에 하늘과 땅이 동조했다. 아픔을 덜어내려 드는 것마저도 사치였다. 빨갱이들의, 폭도들의 난동이라는 해석 앞에서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았다. 비겁하다는 손가락질은 그러나 하고 싶지 않다. 죽음을 피하지 못한 이들이 있었음을 누군가는 살아서 증언해야만 했다. 어찌저찌 하다 보니 살아진 어르신들은 여전히 또렷한 광경들과 몸서리치고도 남을 끔찍함에 대해 부족하나마 세상에 털어놓을 수 있게 됐다. 가슴에 서린 한이 아주 미약할지라도 그렇게 세상에 제 존재를 드러낼 수 있게 됐음이 감사하다.

연세가 제법 지긋한 어르신들에게서 삶의 여유가 느껴졌다. 녹록잖은 시간을 버텨낸 몸은 고단함을 호소할 법도 하건만, 마을 사랑방으로 변해버린 누군가의 집 마당에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간을 잊었다. 낯선 이의 방문을 꺼려할 법도 한데 외려 어르신들은 대접할 무언가를 내어 놓으셨다. 그 중에서도 으뜸을 꼽자면 달달한 커피가 아닐까 싶다. 젊은이들은 몸에 해롭다며 꺼리는 이들도 많다는 믹스 커피에 설탕을 듬뿍 더하기까지 했다 하니 이 무슨 맛일지 짐작이 쉽지 않다. “당 떨어졌다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진득한 힘을 어르신들은 익히 알고 계신 것 같았다. 비록 반찬이 하나 밖에 없을 때조차도 그들은 결코 나눔에 매정하지 않았다. 숟가락 하나 더 얹는 것에 불과하다는 말로는 몸에 배인 어르신들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설명할 길이 없다. 단 한 번도 조부모의 얼굴을 뵌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런 환대가 그저 부러웠다.

그 어떠한 삶도 가볍지 않았다. 어르신들의 모든 삶은 닮고픈 구석이 있었다. 나도 저렇게 나이들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투박하되 날카롭지 않은 어르신들의 인생을 꼭 안아 드리고 싶었다

이달의 사락 q*****2 2018.07.04.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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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망의 역사, 그 덤덤하고 따뜻하지만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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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에 태어나 그 엄혹한 시대가 저물고도 4.3이라는 역사의 흐름을 피하지 못하고 살아온 제주의 할망들와 할아방들의 이야기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할지 덤덤하게 말해준다. 제주에 살기 시작한지 5년, 할망의 이야기에서 앞으로 살아갈 방향을 배운다. 저자는 인터뷰이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고 그들에게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들의 라이프 스토리가 펼쳐지는
"할망의 역사, 그 덤덤하고 따뜻하지만 슬픈 이야기" 내용보기
일제시대에 태어나 그 엄혹한 시대가 저물고도 4.3이라는 역사의 흐름을 피하지 못하고 살아온 제주의 할망들와 할아방들의 이야기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할지 덤덤하게 말해준다. 제주에 살기 시작한지 5년, 할망의 이야기에서 앞으로 살아갈 방향을 배운다.
저자는 인터뷰이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고 그들에게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들의 라이프 스토리가 펼쳐지는 동안 우리는 그들의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역사에 가슴 아파지고 놀란다. 살당보민 살아진다. 그 속의 많은 이야기를 우리가 어떻게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역사책에서도 다 설명해주지 않는 이야기. 나는 다 이해할 수도 없을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어 좋고 고마울 따름이다.
j*****5 2018.04.26.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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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7 할망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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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7《할망은 희망》 정신지 가르스연구소 2018.4.3.“아이고, 새 한 마리가 다녀가는 거 닮다.” 얼마 전 만난 할망이 저와 헤어지는 길에 이런 말씀을 하셨거든요. 잠시 스치며 이야기를 나눴을 뿐인데 할망 눈에 제가 한 마리 새로 비추어지다니. 무척이나 고마워서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했어요! (7쪽)“며칠 지낭 목총을 멩 훈련을 간. 그땐 여자도 싸움질 시켰주게. 경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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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7


《할망은 희망》

 정신지

 가르스연구소

 2018.4.3.



“아이고, 새 한 마리가 다녀가는 거 닮다.” 얼마 전 만난 할망이 저와 헤어지는 길에 이런 말씀을 하셨거든요. 잠시 스치며 이야기를 나눴을 뿐인데 할망 눈에 제가 한 마리 새로 비추어지다니. 무척이나 고마워서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했어요! (7쪽)


“며칠 지낭 목총을 멩 훈련을 간. 그땐 여자도 싸움질 시켰주게. 경행 거기 가신디, 나를 죽이젠 한 그 순경 놈이 거기 또 서 있는 거 아니라? 그 사람을 봐지난 박박 털어젼. 날 죽이젠 했던 놈이난게. 그때 나 나이 열아홉이라서.” (71쪽)


“할아버지, 콩도 하셤구나예?” “해야지게.” “작년엔 태풍에 콩이 많이 날아가불지 않안마씨?” “날아가민 날아간 대로 남은 것만 허는 거주게.” (109쪽)


“추운디 고치 노인정 갈탸?” (133쪽)


“어이고, 기여. 이디 계속 이서도 너신디 아무것도 줄 것이 어따. 옆집 할망신디 가보카? 그 할망 걷질 못허난 혼자 심심행 이실 거여.” (158쪽)



  학자나 지식인은 ‘방언’이라는 한자말을 쓰려고 하지만, 시골에서 사는 사람은 ‘사투리’라는 오랜 한국말을 씁니다. 그런데 시골사람은 ‘사투리’라고도 잘 안 쓰고 ‘장흥말’이나 ‘임실말’처럼 고장 이름을 써요. 그리고 이 고장 이름도 읍내에 사는 이들이 쓸 뿐, 마을에서 사는 사람은 마을 이름을 씁니다.


  사투리란 어느 고장에서 사는 사람들이 쓰는 다 다른 말을 아우르는 이름입니다. 고을이나 마을로 작게 살필 적에는 고을 이름이나 마을 이름을 쓰면서 제 삶터가 이웃 삶터하고 다르기에 말도 다르다는 대목을 스스로 또렷이 밝히지요. 이런 얼거리를 읽을 줄 안다면 섣불리 ‘방언’ 같은 바깥말을 끌어들이지 않습니다.


  《할망은 희망》(정신지, 가르스연구소, 2018)은 글쓴이가 어릴 적 듣고 말하던 제주말로 마주한 할망하고 하르망 이야기를 묶습니다. 글쓴이는 제주사람으로서 제주말을 즐겁게 건사했다고 해요. 이웃나라에서 여러 해에 걸쳐 그곳 터전을 읽거나 헤아리는 일을 했다는데, 이런 배움길이 좋은 거름이 되어 제주라는 보금자리에서 제주말로 이웃 할망하고 하르방을 사귀는 이음고리를 깨달았다고도 합니다.


  다만 이 책은 제주말로 제주 할망하고 하르방 이야기를 담기는 하되, 더 깊이 파고들지는 못합니다. 제주말을 쓰는 대목까지는 훌륭하지만, 이 제주말로 제주 삶자락을 얼마나 살피거나 어루만질 적에 아름다울까에 이르자면 더 오래 삭이면서 보듬어야지 싶어요. 아무래도 글쓴이가 ‘살아온 결’만큼 물을 수밖에 없을 테니, 책 하나를 통틀어서 보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할망하고 하르방이 나오지만 줄거리가 엇비슷합니다. 이러면서 할망하고 하르방이 손수 지으면서 나눈 살림살이 이야기는 엿보기 어려워요. 글쓴이는 이 대목을 못 물어보거든요.


  옷살림 집살림 밥살림은 어떻게 지어서 누렸는지라든지, 연장이나 세간은 어떻게 지어서 누렸는지 같은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할망 하르방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며 돌보았는지, 또 할망 하르방이 부른 일노래나 놀이노래 같은 이야기도 찾아볼 수 없어요. 삶하고 살림 이야기가 있어야 비로소 텃말이 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이달의 사락 h*******e 2018.08.07.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