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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인 척, 아닌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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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살아 있다는 것에 가장 큰 의심이 들었을 때가 진정 살아 있는 순간이 아니었던가 싶어. 난 요즘 살아 있다는 게 의심이 들지 않아. 그냥 살아 있는 거야. 의심없이. (39쪽)   차가 막힌다. 운전하는 수많은 차량들을 보면 참 신기하다. 저 많은 사람들이 사고도 내지 않고 저렇게 인내하는 모습이 놀랍기만 하다. 시골에 명절을 보내러 갈때도 차가 무척 막힌다. 고속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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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면 살아 있다는 것에 가장 큰 의심이 들었을 때가 진정 살아 있는 순간이 아니었던가 싶어. 난 요즘 살아 있다는 게 의심이 들지 않아. 그냥 살아 있는 거야. 의심없이. (39쪽)

 

차가 막힌다. 운전하는 수많은 차량들을 보면 참 신기하다. 저 많은 사람들이 사고도 내지 않고 저렇게 인내하는 모습이 놀랍기만 하다. 시골에 명절을 보내러 갈때도 차가 무척 막힌다. 고속으로 쌩쌩 달려야 할 고속도로고 무한정 정체되어 거북이 기어가듯 가기도 한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빠르면 4시간이면 갈 거리를 12시간 13시간 걸려 가기도 한다. 그럴때 차 안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신기하다. 결혼전엔 이런 삶이 부러웠다. 명절이라 시골에 다녀왔다는 아이들 이야기를 들으며 부럽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친정엄마는 우리도 시골에 사시는 이모님댁에 놀러갔다오면 안되냐고 해도 엄마는 안된다고 하곤 했다. 그래서 시댁이 시골이라 얼마나 기뻣는줄 모른다. 그런데 막상 시골에 내려가는 길 차가 막히면 머리에서 모락모락 무엇인가 올라오면서 돌아버릴 지경이다.

 

답답해서 제정신으로 앉아있는 내가 신기할 정도다. 고속도로에서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고 커다란 하늘 하래 펼쳐진 일렬로 늘어선 고속도로에서 숨막혀 죽을 것만 같다. 고속도로가 외부가 아닌 마치 예전 가공된 삶을 살아가는 [트루먼 쑈]가 연상되면서 어서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늘위로 장막이 열리며 그곳으로 나가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든다. 그런데 남자들은 시골이 어려서부터 시골이 집인 사람들이 꽉 꽉 막히는 차안에 얌전히 앉아있는 모습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보통은 우락부락 하고 화도 잘내는 툭하면 싸우는 사람들이 이렇게 질서정연하게 안전 운전을 하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가끔 사고가 나기도 하지만 그건 극히 드문일이니 말이다.

 

그렇게 자신이 처한 처지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놀랍기만 하다. 서울에서도 마찬가지다. 형님네가 우리 집에서 두 시간 거리에 사시는데 차가 막히다보니 가려면 답답할때가 많다. 그많은 차들의 행렬을 보며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하나 '야! 답답해!' 하고 이탈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간다. 그리고 그 대열에서 잠깐 멈추었을때의 심정이란? 말할수 없는 정막감과 세상이 뻥 뚫인 듯한 시원함이 들기도 하고 나혼자만 정상적인 세상이 아닌 무엇가 위험지역으로 이탈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가끔 아파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 근처를 걸을때 사람이 없이 적막할때의 느낌이란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있는 두려움을 갖게 하곤 한다.

 

그런 생각들이 송글송글 올라오게 하는 그런 책 [존재인 척 아닌 척]. 예전에 봤던 영화도 생각난다. 아 그 영화 제목이...아! [프라하의 봄]이었던가?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 영화가 떠오르는 소설이다. 현실속에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현실속에서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인지하고 그 부분에 막연히 침몰하게 되는 상황. 처음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주인공은 어디론가 길을 떠난다. 계획적인 떠남이 아닌 자신도 인지 하지 못하는 어떤 여행이 시작된다.

 

정착해서 절대 자신의 집을 떠나서는 안되는 아이는 어쩌면 떠나고자 하는 엄마와 아빠의 상태를 간절히 대변하는 듯도 하다. 넌더리 나는 얼그러진듯한 삶을 버리고 자연속으로 본래 나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어하는 얽매이지 않으려는 모습과 그런 무보가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것처럼 부모가 내 삶은 온전히 지지해주는 기반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서 절대 집이 아닌 곳에서는 자지 못하는 불안감을 가진 딸아이.

 

아이를 키우다보니 신기한걸 발견하게 된다. 나는 극도로 소극적인데 아니는 그렇지 않다. 아주 적극적이다. 물론 완전이 적극적이야라고 말할수는 없지만 나와는 다른 적극성을 띠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갖지 못한 모습을 마치 아이가 이거야? 하고 말하는 듯하다. 반면에 적극적인 부모들 밑에 자라나는 마치 나인것처럼 소극적인 아이의 출현.

 

무언가 정체된 삶을 극도로 혐오하는 듯한 진진은 돌고 돌아서 삶의 진정성을 찾는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남편 병호 역시 아내가 떠남으로 인해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된다. 채우려하기보다는 어쩌면 자신을 열어놓고자 하는 무의식의 발현이라는 생각도 든다. 일하는 여성으로 아이도 잘 키우고 자신도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아내 진진. 그러다 불현듯 아이와 남편을 떠나 자신이 갈구하는 모습을 찾아 드디어 원하는 것을 찾았다고 말하지만 자신이 결코 하고 싶어하지 않던 밥하고 빨래하는 일을 하면서 이제야 비로서 자신이 원하는 평안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진진. 삶은 모순 투성이고 지지부진하고 알수 없는 수수께끼다.

 

집을 떠나 자유롭게 살아가는 그들은 이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이 책속의 병호에게 동조할까? 글이란 이렇게 조각조각 난 삶들을 분석하고 모색하고 탐색하는 작업이다.

 

진진이 아주 느리게 걸었다. 그는 그녀가 걷는 속도로 걸었다. 그녀는 예술에 의지해 상처를 돌보려 하는 것으로 보였다. 느린 것이 모두 아름답지는 않지만 빨라서 완성시키는 아름다움에 비하면 느리게 완성되는 그것은 월등하고 유구했다. 칼질, 총질, 삽질. 그런 질들은 빠르지만 아름답지 못했다. (227쪽)

 

도시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목장 마을에서 살 수 있었다. 불행이 있어야 행복이 있듯이. (270족)

 

이 대목에서도 삶의 양면성을 볼수 있다. 도시가 있기에 목장 마을이 존재할수 있다는 이야기.

 

매사에 이유가 있다고 믿는 건 아주 가혹한 일이다. 그가 자신의 몸을 노숙과 방랑의 중간 영역에 있는 자신만의 소요 세계로 떠밀어 넣은 지 오래되었을 때, 그는 문득 진진이 그때 왜 그 그림을 보고 싶어 했을지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진진은 알 수 없어서 답답하다고 했다. 왜 자기가 그 그림을 보고 싶어 하는지. 마찬가지로 그는 자기가 왜 떠나왔는지, 무엇으로부터 떠나왔는지, 자신에게 있는 자유가 왜 이렇게 부담스러운지, 알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대답은 한 가지였다. 원래 나는 이런 인간이었어. (276쪽)

y****4 2012.11.10.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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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인 척, 아닌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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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skql94/30136555913 제목만으로도 왠지 내 존재를 알아가는 길이 보일듯한 책이였다.  박금산 장편소설 존재인 척, 아닌 척..   작가의 말처럼 떠난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이유를 가지고 떠났을 수 있으나,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게 떠나버린 경우도 있을것이다.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는 사람들의 소망은 한결 같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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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 http://blog.naver.com/skql94/30136555913

제목만으로도 왠지 내 존재를 알아가는 길이 보일듯한 책이였다. 

박금산 장편소설 존재인 척, 아닌 척..

 

작가의 말처럼 떠난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이유를 가지고 떠났을 수 있으나,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게 떠나버린 경우도 있을것이다.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는 사람들의 소망은 한결 같다는 것, 그 믿음을 지키고 그 소망의 이름을 생각하며 작가가 쓴글..

 

처음 이 글을 읽을때만해도 이글에서 하고자하는 이야기는 무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 글을 읽고 지나온 내 자신도 한번 되돌아 보았고 사랑이란 단어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랑에 갈구하며 사랑을 원하는 병호.. 이글을 풀어가는 주인공이다.

 

우리를 에워싼 수많은 유혹과 충동. 그끝에는 정말 무엇이 있을까??

숨겨진 존재를 찾아 나선 한남자의 지리멸렬한 유머러스 이야기..

 

백령도를 가기위해 떠났던 길에 문득 사랑에 빠진 안영이 있었다.

불현듯 떠나버린 부인 진진..

 

안영과 병호의 만남은 운명의 약속이라 하기엔 좀 자유롭고 충동이라 하긴 좀 미묘한..

 

지은이의 말처럼 글에는 인생의 사계가 담겨있었고 지은이의 바램대로 유머도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 소설은 우리의 삶과 많이 근접해 있었다.

글에서 딸기형의 죽음이 서글프게 다가왔다.. 왜 떠나야했는지..

딸기형의 마음도 다시금 헤아려 보게 되었다.

 

사랑에 목마른자, 사랑을 갈구하는자 그런 세상에서 홀로 떠나고 싶은자..

 

이 책을 읽으며 나또한 훌훌 털고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 들었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음은 누구나 있기에..

 

 베스트셀러를 위해 달리는 작가들이 많은 이 시장에서 이렇게 자기의 이야기를 잘 풀어낸

작가가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꽉 막힌 답답한 이 삶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을때 이 책을 추천해 본다.

s****4 2012.04.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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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면, 이 책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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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만난 모든 영화, 소설 중 이 작품이 나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했다.이 소설은 내가 떠나온 모든 것들을 다시 불러일으키며 슬픔을 폭발하게 했다.어느 덧 사람도 잃었고 나 스스로도 아무것도 없다고 여겼을 때,그때 나는 손가락을 찌르며 살아 있음을 느끼고는 했다.그때만이 내가 유일하게 살아 있다고 생각하던 순간이었다.나는 어린 시절, 자다가 문득 일어나 슬피 울었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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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만난 모든 영화, 소설 중 이 작품이 나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했다.
이 소설은 내가 떠나온 모든 것들을 다시 불러일으키며 슬픔을 폭발하게 했다.
어느 덧 사람도 잃었고 나 스스로도 아무것도 없다고 여겼을 때,
그때 나는 손가락을 찌르며 살아 있음을 느끼고는 했다.
그때만이 내가 유일하게 살아 있다고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 자다가 문득 일어나 슬피 울었던 적이 많았다.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만 같아서,
그렇게 황홀한 기억도 아니었지만 절대 못 돌아간다는 사실에 울었다.
이 소설은 어떻게 나의 그런 모습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이 작가는 나를 어떻게 알고 이런 작품을 내민 것일까.
붙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그것,
도달하고 싶어도 닿을 수 없는 저 세계,
그리고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
이 소설의 키워드는 모든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내 경계과 긴장을 모두 풀고 생각해 본다.

나는 어디에 있고 지금 당장 어디로 떠날 수 있을 것인가.

책임과 압박에서 벗어나는 상상을 자주 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일생의 단 한 번 탈출에 성공했다.


l*******2 2012.03.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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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것, 존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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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고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 계속해서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무언가 자꾸만 깨끗해지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차라리 아예 경박하게 살자, 라는 생각이 공존했다.어쩔 수 없어 자꾸만 잠자리를 뒤척이다가 아침을 맞이했다.나는 이 소설에게 자꾸만 마음이 간다.이 주인공들에게 마음이 쓰여 자꾸만 열어봤다.어찌하여 하룻밤을 떠나기로 했던 주인공이 영영 돌아오지 못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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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고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 계속해서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무언가 자꾸만 깨끗해지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차라리 아예 경박하게 살자, 라는 생각이 공존했다.

어쩔 수 없어 자꾸만 잠자리를 뒤척이다가 아침을 맞이했다.

나는 이 소설에게 자꾸만 마음이 간다.

이 주인공들에게 마음이 쓰여 자꾸만 열어봤다.

어찌하여 하룻밤을 떠나기로 했던 주인공이 영영 돌아오지 못했는지,

그 바탕에는 얼마나 많은 멀미와 염증이 있었는지를 상상해야 했다.


작가의 말에는 모든 유혹을 이기는 것이 사랑이다 라고 말했지만

나는 띠지에 둘러진 "그것은 사랑이다?"라는 말에 더 정이 간다.

사랑을 둘러싸고 사랑을 간절하게 바라는 자, 넘치는 사랑을 가지고 떠나간 자, 그리고 이제는 사랑 자체에 의심을 품는 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에 안타까워하다가 죽어버린 딸기형까지.


이 소설은 현실과 아주 가까이 발을 붙이고 있다.

아마 이 소설을 통해 저마다 자신들의 불편하고 잊고 싶었던 모습들을 볼 것이다.

하지만 그 괴로움을 몸부림치다 시간이 지나면 불현듯

"내가 그때 살아 있던 것이구나."라고 느낄 것이다.

더 이상 손가락에 피를 내며 삶을 느끼지 않아도 좋을 날이

이 소설을 통해 느껴질 것이다.


대중소설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시장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러한 작가들의 오랜 건투를 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l******2 2012.03.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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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행기, 기억과 기록의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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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행기, 기억과 기록의 윤리-박금산, 『존재인 척, 아닌 척』 (뿔, 2012)   아무리 궁리해 본다 한들타인보다 낯선 것이 내 뒷모습이다.   묘비명은 단 두 줄.   하루는 지나갔다. 인생은 지루했다.   이응준, 「안개와 묘비명과」에서   1.    누구에게나 ‘어떤 하루’가 존재한다. 견고하게 구축된 일상, 밥벌이를 위한 계획적인 삶에서 벗어나 일탈하고 싶은,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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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행기, 기억과 기록의 윤리

-박금산, 존재인 척, 아닌 척(, 2012)

 

아무리 궁리해 본다 한들

타인보다 낯선 것이 내 뒷모습이다.

 

묘비명은 단 두 줄.

 

하루는 지나갔다.

인생은 지루했다.

 

이응준, 안개와 묘비명과에서

 

1.

 

 누구에게나 어떤 하루가 존재한다. 견고하게 구축된 일상, 밥벌이를 위한 계획적인 삶에서 벗어나 일탈하고 싶은, 그런 하루. 그러나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자는 많지 않다. 이것은 용기의 문제가 아닌, 가능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용기를 내서 일상을 벗어나도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는 이미 떠났다가 일상으로 돌아왔던 자를 알고 있다. 바로 김승옥의 무진기행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바닷가의 옛집에서 낯선 여자와 몸을 섞으면서 다른 삶의 가능성을 점치던 는 아내의 전보 한 통에 다시 일상으로 귀환한다. 하루하루 소진되는 삶을 인식하면서 인간은 비애를 느끼게 되지만, 그 비애의 외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반복적으로 무진이라는 몽환적인 유토피아를 꿈꾸게 되는 인간의 비애는 지속된다. 박금산의 새 장편소설 존재인 척, 아닌 척(, 2012)무진기행과 흡사한 전개 양상을 보인다. ‘’(동호)는 아내와 별거 중이다. 집에는 림이라는 아들이 있고 그럭저럭 굴러가는 사업 덕분에 가사도우미 겸 보로를 고용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그는 PDA를 중고 온라인 시장에 팔게 되는데 그로부터 사건은 시작된다. ‘신미애라는 여자에게 PDA를 판매하고 두 해가 지난 다음에 그는 여자에게 문자를 보낸다. 의외로 해맑은 답장을 받은 그는 막연하게 신미애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떠난다. 굳이 떠난 이유를 찾자면 이런 식의 일상 때문이다.

 

혼자 먹는 것에 익숙해졌고 음식 먹으면서 떠올리는 사람이 늘면서 인생은 모호해졌다.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가게를 스칠 때면 죽은 선배가 생각났다. 새우 요리를 보면 림이가 생각났다. 국수를 보면 아내가 생각났다. 수육을 보면 어머니가 생각났다. 코냑을 보면 아버지가 생각났다. 은행구이 꼬치를 보면 첫사랑이 생각났다. 모두 사라진 사람들이었다. 그런 것들을 먹고 마시면 슬펐다. 허기가 사라진 위장으로 슬픔이 넘어갔다. 허기를 해결했으니 슬픔이 차오르면 먹기를 중단해야 더 좋았겠지만 음식을 삼키는 것도 일종의 중독이어서 그릇이 빌 때까지는 계속 먹어야 했다. 모두 사라지고 림이만 남았다. 림이도 언젠가는 사라질 존재였다. 영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어떤 누구도 없었다. (중략)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도 그런 삶을 살고 있었다. (31)

 

변화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삶에서 일탈하고 싶은 그에게 신미애의 친절한 답장이 일탈의 계기를 작용한 것이다. 탈출의 틈이 보이지 않는 일상에서 탈피한 그는 열차에 몸을 싣는다. 그러나 열차를 타고 난 후에는 신미애를 만나려는 목적은 사라진다. 해안 도시인 Y시에 도착한 그는 뜬금없이 열차 승무원인 안영에게 말을 건네고 같이 식사를 한다. 식사를 하고, 안영의 차를 몰고 드라이브를 하면서 두 사람은 각자의 과거를 생각나는 대로 내뱉는다. 물론 낯선 사람이 주는 묘한 해방감과 거리감이 뒤섞인 채로 하는 말들의 대부분은 거짓이다. 희망이라거나 꿈이라는 단어에 더 이상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게 된 서른이 넘은 성인남녀의 대화가 그렇듯이 그와 안영의 대화 역시 쳇바퀴처럼 공회전을 거듭한다. 다만 저마다 인생에 빛나는 시절”(113)이 있었음을 떠올리며 각자의 사연을 넋두리처럼 읊조릴 따름이다.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동안 그와 안영은 서서히 마음을 연다. 해안가에서 수영을 하던 그가 안영을 안으려고 하는 2장의 끝부분까지 읽으면 쉽게 결말을 상상할 수 있다. 무진기행의 잔상이 남아 있으므로. 그러나 이 소설은 무진기행처럼 쉽게 기존의 삶으로 복귀하지 않는다. 해안가에서 안영을 안으려다가 실패한 그는 오기와 연민이 뒤섞인 감정을 지닌 채 안영의 집에 눌러앉는다. 안영 역시 막무가내로 자신의 집에 머무르는 그를 내치지 않는다. 알게 된 지 하루밖에 되지 않는 삼십 대 남녀의 이상한 동거는 그렇게 시작된다. 그와 안영이 나누는 대화는 지루하고 싱겁다.

 

안영: 얘기해 줘.

:  

안영: 당신 욕구.

: 그건 소유라는 관념과 같은 거야. 버리기 위해 가지는 거야.

안영: 형이상학적으로 말하지 말고, 하학적으로 말해.

: 하자고 네가 먼저 말해 준다면 좋겠어.

안영: 어떻게 그걸 말로 하니 

: 그게 그렇게 어려워? 따라 해봐. 나랑 하자.

안영: 싫어. 당신도 똑바로 말해 봐. 나랑 하자, 말고, 생략하지 말고, 나랑 뭐 뭐 하자, 목적

어 넣어서, 말해 봐.

: 내가 못할까 봐? 좋아 말하지. 나랑, , 에이 씨, 한번 하자.

안영: 거봐, 못하잖아. (127)

여기서 우리는 하일지의 경마장 가는 길(1990)의 두 주인공 RJ가 나누는 대화를 연상하게 된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부재하는 상태에서, 성적 욕구와 인정욕구만이 남은 두 남녀의 반복적인 대화를. 안영과 기이한 동거를 시작한 그는 안영이 출근한 뒤에 끊임없이 아내에게 이 메일을 적으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무작정 만나 무작정 사랑하고, 계획 없이”(143) 아이를 낳았던 젊은 시절을 되새긴다. 열정이 휘발된 일상을 견디면서 삼십 대를 맞이하고, 뜬금없이 여행을 떠나 낯선 여자의 집에 앉아 있는 자신을 스스로 의아하게 여기면서. 무작정 일을 저질렀던 과거와는 달리 삼십 대의 치정과 연애에는 명분이 필요하다고, 그와 안영은 생각한다.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 상식적인 남녀 관계의 법칙을 들먹이고 같은 공간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같이 자도 된다는 논리를 펴는 그의 독백은, 열정이 거세된 언어의 슬픔을 자아낸다.

 

내가 첫 남자니? 하는 말이 떠올랐다. 우스웠다. 뭘 위해 그런 유치한 말을 떠올린 것인가. 정말 그렇다고 한다면 네가 뭐, 어쩔 건데? 넌 언제 처음으로 혼자 밥을 먹었어? 첫 숟갈 뜨던 때 기분이 어땠는지 기억나니? 섹스는 밥 같은 거야. 허기지면 먹는 밥처럼 하고 싶어지면 하는 거야. 어제 먹었던 밥은 어제부로 효과 소멸. 첫 경험을 따지는 건 첫 숟갈을 따지는 것처럼 멍청한 짓이지.

뭐라 말을 건넬지 고민하는 사이에 안영이 돌아누웠다.

등이 예뻤다. 등의 자태가 얼굴을 지웠다. (147)

 

여자와 자기 위한 명분을 찾는 그와 열흘 치 숙박료와 밥값, 호텔비와 몸값을 주장하는 안영의 실랑이는 계속된다. 마침내 명분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섹스에 성공한다. 명분이 소멸된 자리, 그러니까 낯선 남녀가 만나 주고받을 수 있는 최대치를 교환한 후에야 두 사람은 비로소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2.

 

안영은 선장이었던 아버지와 밀항한 삼촌, 아버지와 딴 살림을 차렸던 탈북여자 해당화와 그녀를 끌어안았던 어머니의 이해할 수 없었던 연민에 대하여, 그에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입사 사 년차 되던 해 봄에 열차에서 뛰어내린 남자를 목격한 일에 대해서도. 안영의 과거를 들은 그 역시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하지만 끝내 자신이 결혼했다는 사실, 아이가 있고, 그 아이 때문에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털어놓지 못한다. 안영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머릿속에는 아내 진진과의 첫 만남부터 헤어질 때까지의 세세한 기억들이 스쳐간다. 기억을 더듬으면서 그는, 밥벌이와 계획된 시간 속에서 자신이 잃었던 것들을 깨닫는다. 시간이 흐른 뒤에, 그러니까 아내가 떠난 후에,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만난 여자 곁에서. 밥벌이 때문에 논문을 대필하다가 자살한 선배와 서서히 멀어졌던 아내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시간은 이미 흐른 뒤다.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되뇌다가 안영과 카지노로 흘러든다. 흘러가버린 것들을 되새기던 두 남녀는 어느 틈에 도박처럼 되어버린 현실을 외면하듯이 카지노로 향한다.

 

나는 어떤 운명을 끌어들이고 싶어서 이러는 걸까. 카지노로 가는 길 위에서 그는 생각했다. 안영아, 만약 거기에 가서 네가 돈을 딴다면 나는 너를 영원히 사랑하겠다. 미래를 향해 내밀 수 있는 유일한 악수 방법이었다. 그것은 운명이 하는 일이어서 멋지기도 했다. 안영에게 말할까. 우리 사주집에 가서 궁합 보는 건 어때? 카지노에서 네가 잃을 돈은 얼마일까. 어떤 재수 패가 네게 주어질까. 그는 운전하는 안영을 바라보았다. (200)

 

카지노에 운명을 걸어보려던 그는 아내 진진과 죽은 선배를 회상하면서 발길을 돌린다. 그리고 안영과 그의 기이한 동거는 싱겁게 끝난다. 무진기행처럼 그도 다시 떠나왔던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운명적인 사랑도, 다른 삶도 열리지 않았다. 다만 그가 깨달은 것은 산다는 건 나는 것도 아니고, 뛰는 것도 아니고, 타는 것도 아닌데, 왜 살려면 용기가 필요한 것일까”(281)라는 질문이다. 삼십 대 남자의 여행이 대개 그러하듯이, 그의 여행 또한 삶에 뚜렷한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한 번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이 무진을, 안개를, 외롭게 미쳐 가는 것을, 유행가를, 술집 여자의 자살을, 배반을, 무책임을 긍정하기로 하자고 선언했던 무진기행보다 윤리적이다. 기억-하기와 기록이라는 행위가 존재하므로. 일상으로 귀환하면서 선언에 머물렀던 김승옥 소설의 와는 달리 그는 낮잠처럼 무의미하게 흐르는 시간을 응시하면서, 훗날 노인이 되어서 글을 쓰는 자신을 상상한다. 그 소설은 이렇게 시작되리라고 예감하면서 말이다.

 

그때는 이럴 계획이 아니었다. 용기를 내자 하루가 길어졌다. 하루만 바깥 잠을 자고 싶었는데 두 번째 하루를 보내자 돌아갈 용기가 줄어들었다. 돌아가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려고 노력해 보았다. 그러다가 길어졌다. 폐장한 해수욕장 화장실에서 잠을 자면 바람이 정화조에서 맴도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헛된 인생처럼 맴돌다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조업을 위해 심해를 건너 남의 나라 연안으로 들어가는 배의 엔진 소리와 비슷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면 무척 수줍던 시절이었다. 그때 내 나이 서른여섯이었다. 겨우.(282)

 

우연히 만나 섹스를 앞두고 안영과 그가 벌이는 신경전처럼, 삶은 부박함의 연속이다. 이 부박한 삶에서 애써 기억을 더듬는 이유는, 외로움과 열등감 때문이리라. 이 세계에서 혼자 떠나야 된다는 외로움, 그리고 뒤늦게 깨닫게 되는 자신에 대한 열등감. 우리는 우연을 통해서 외로움과 열등감을 자각하게 된다. 우연과 마주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사건은 동기가 아니라 구조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단지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존재는 분열된 채 과거들 속에 흩뿌려져 있다. 그러나 체계의 정교하게 기획된 시간은 그 우연마저도 장악해 버린다. 일탈이 용기가 아닌 가능성의 문제로 바뀌는 것이다. 탈출과 변화의 가능성이 통제된 삶은 무의미를 견뎌야 하는 시간의 축적에 불과하다. 사소한 문자 메시지로 시작된 그의 여행은 목적이 없다. 마치 나와 당신들의 현재가 그러한 것처럼. 그러나 목적 없는 여행이 끝난 후 그는 자신의 삶을 기록하게 된다.

서로의 사연에 귀를 기울일 때, 과거를 반추하며 개별적인 의미를 부여할 때, 기록으로 시간을 재구성할 때, 시간은 일직선으로 흐르지 않고 휘어진다. “용기를 내자 하루가 길어졌다는 그의 진술은 바로 휘어진 시간을 의미할 터이다. 인간은 시간이 흐른 뒤에 소멸되는 운명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시간의 굴곡에서 비로소 타인의 사연과 만나게 된다. ‘작가의 말에 수록되었듯이 이름세상에서 가장 짧고 단단한 기도이다. 여기서 이름이란 단지 고유명사가 아닐 것이다. 그 안에는 개별적인 삶과 사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어느 삼십 대 남자의 이유를 알 수 없게 떠난 여행과 기이한 동거는, 시간 속에 묻혀버린 자신과 타인의 사연을 마주하기 위한 희구의 몸짓이다. 삶이 그렇듯이 사랑 또한 우연으로 마주한 타인의 사연을 알기 위한, 그 사연에 자신을 밀어 넣기 위한 노력이 아니었던가. 박금산의 주인공이 펼치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안타까운 여행기는 이것을 환기시킨다. 여행 이후에 그의 삶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겠지만, 동시에 많은 것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사랑에 빠진 후에 거울을 들여다보는 당신처럼 말이다. 거울 속에 보이는 당신의 모습은 변함없겠지만 그때 당신은 분명 예전과는 다른 존재이지 않은가.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여행도 그러하리라. 기억하고, 사랑한다면. 그래서 기록하게 된다면


YES마니아 : 로얄 2*****h 2012.05.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