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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춥고 어두웠던 골방 창틈으로 누군가 // 인기척도 없이 따스한 선물을 밀어 넣고 갔다 // 햇살 택배다 // 감사의 마음이 종일토록 눈부시다 - <햇살 택배> 전문
안녕? 참 오랜만이야. 내가 누군지 궁금할 거야. 나, 시를 내 맘대로 보는 일명, 신통한 마음대로 시 감상하기의 고수, 신다의 분신, 다이어리야. 그러니까 나, 다이어리는 시를 평가하거나 시를 분석하거나 그런 거 못해. 그냥, 시를 느낄 뿐이야. 어떻게 느끼냐구? 그것도 몰라. 그냥, 내 맘대로, 기분따라 느끼는 거야. 마치 햇살처럼 기분을 좋게 해주는 택배처럼 말이야. 그 택배 속엔, 누가 살까. 눈부신 택배의 희망. 아주, 아름다운 택배 속에 내가 숨을 쉬고 있어. 근데, 이거 택배 아니다, 시집이다. 뭐, 시집이 택배로 오긴 했지. 다이어리의 마음이니까, 다이어리의 느낌이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해. 쟤 또뭔 소리 한대? 어구구? 얼씨구? 이러지 말구...... ㅋㅋㅋㅋㅋㅋㅋ
행복은 공짜다 / 공짜는 둥글다 텅 비어 있다 / 애초 주인이 없으니 느끼는 자가 임자다 - <풍경은 공짜다> 일부
행복은 공짜래! 주인이 없으니 느끼는 자가 임자래! 그러니, 내가 행복하면 내가 주인이 되는 거야! 풍경도 공짜, 행복도 공짜. 정말, 살맛나는 세상이지. 택배도 공짜면 얼마나 좋을까. ㅋㅋㅋ. 뭐, 말도 안 되는 바람이었어. 택배가 공짜면 안 되는 이유는, 뭐, 말 안 해도 알지? 우리가 사는 데 필요한 건, 행복한 마음만은 아니니까!
이름만으로도 / 달빛 부서지는 문장이다 간결한 / 구도의 낙월도(落月圖) 한 폭이 / 그대로 펼쳐지지 // 낙월, 하는 순간 / 마음속으로 달이 뜨고 져서 / 그리움 하나로 무장한 채 / 홀연히 가닿고 싶은 곳 - <낙월도> 일부
그리움 하나로 무장한 채, 행복의 낙원에 가 닿고 싶겠지. 시가 그걸 가능하게 해 주지 않을까? 마음 속에 한 아름 짐을 지고, 마음 속에 한 아름 아픔을 안고 있어도, 어느 시의 한 구절이, 마음에 와 닿으면, 삶은 새로운 희망을 얻게 되곤 하지. 홀연히 가 닿고 싶은 곳이 어디일까. 글쎄, 잘 모르겠지만, 그곳이 바로 낙원 아닐까. 달은 떨어지지만, 그 달이 떨어지는 건 내게로 오고 있기 때문이니, 떨어짐을 기뻐해야겠지. 그 마음의 낙월도.
그는 웃음의 달인이다 // 입가에 언제나 // 빙그레, 상냥한 초승달이 걸린다 / 껄껄껄, 유쾌한 반달이 걸린다 / 하하하, 환한 보름달이 걸린다 // 가는 곳마다 세상이 // 밝아진다 / 따뜻해진다 / 둥글어진다 // 그는 세상의 배꼽을 쥐고 있다 - <달인> 전문
내가 꿈꾸는 나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야. 그러니까, 나는 신통한 다이어리가 아니고 그의 분신인 다이어리라는 건 좀 기억해 주고. 나, 다이어리가 꿈꾸고 있는 나의 모습이 그렇다는 거야. ㅎㅎㅎ. 꿈이 너무 컸나? 그래도 그런 다이어리가 되고 싶은 걸!
대나무 그림자가 // 해종일 적막을 쓸고 있다 // 마당귀가 환하다 // 깊어졌다 - <독거> 전문
깊어진 나의 고민을 아는 듯 하군. 대나무 그림자라니. 누군가 나의 바람을 귀기울여 들어주지 않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어느 날 그는 / 집과 직장을 오가는 길 위에서 홀연 잠적했다 // 사람도 귀찮고 세상도 싫어져서 / 어디 독방이라도 얻어 마음껏 외롭고 싶었다 // 독하게 마음먹고 휴대폰을 해지한 다음 / 자진 유배라도 떠나듯 외딴섬으로 스며들어 / 스스로를 가두었다 - <독방> 일부
아! 이렇게 되지는 말아야 할 터인데! 이 시의 결말은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는 건데, 뭐 나도 결국은 그렇게 되겠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고 훌쩍 떠났다가 마음을 추스리고 그래! 다시 해 보는 거야, 하고 들어줄 누군가를 또다시 찾아다니겠지.
가난한 저녁 그녀는 / 밥을 벌러 갔다가 길 위에서 쓰러졌다 / 지나는 길손들이 무덤 옆에 묻어 주었다 / 무덤과 무덤이 나란했다 / 둘이서, / 제대로 친구가 되었는지 / 밤이면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 집은 텅 빈 채 쓸쓸했지만 / 그저 주인이 방을 옮겼을 뿐이었다 - <집과 무덤> 일부
그렇게 찾아다니다가 쓰러진 저녁. 누군가의 말소리가 나의 친구가 되고, 나는 그들에게 마음 속으로 말하게 되겠지! 나의 얘기를 들어주세요~! 세상이 밝아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배꼽 쥐고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나의 얘기를 들어주세요? 내 얘기가 재미없나요? 그래도 들어주세요. 썰렁한 유머라는 것도 있잖아요~~~
갑작스러운 절대 강자의 출현으로 수온은 급강하하고 / 정적이 감도는 수조 속은 삽시에 아수라장이 되지 / 무지막지한 아가리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죽음을 / 생각할 겨를조차 없어진 이놈들의 활력은 급상승하지 / 그렇게 사력을 다하여 죽음과 맞서다 보면 / 한 마리도 낙오 없이 펄펄 살아서 목적지에 안착하다니 / 참 신통하지 않아? - <가물치 이론> 일부
결국은, 우리 모두 살아남고, 우리 모두 행복해지는 게 목표잖아요. 이 목표를 위해 죽겠다는 말, 그만하기로 해요!
예뻐서 죽겠다 미워서 죽겠다, 좋아서 죽겠다 싫어서 죽겠다, 행복해서 죽겠다 괴로워서 죽겠다, 슬퍼서 죽겠다 기뻐서 죽겠다, 배고파서 죽겠다 배불러서 죽겠다......// 오욕칠정이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고, 호불호와 행불행이 교차하며, 삶과 죽음이 한통속인, 이 죽겠다는 말이야말로 곧 살겠다는 말이 아닌지 // 우리나라 사람들 / 죽겠다는 말 밥 듯이 쓴다 - <죽겠다> 일부
이제는 살겠다는 말로 바꾸기로 해요~ 예뻐서 살겠다 좋아서 살겠다 행복해서 살겠다! 우리 마음 속에 없는 말은 그만 하자구요~
하지만 우여는 행동이 느려 터진 슬픈 물고기, 어찌나 굼뜬지 봄철 먼 바다에서 산란하러 강을 오르다 거친 물살에 떠밀리고, 큰 물고기에 물어뜯기고, 그물에 걸리고, 훌치기낚시에 꿰여 올라오지, 그래서 우여의 몸뚱이는 언제나 상처투성이지 // 우여곡절이라는 말 속에는 먼 길을 에돌아 간신히 목적에 다다른 누군가가 있지 - <우여곡절> 일부
우여곡절 끝에 행복에 다다른 어떤 이는, 일기를 쓰게 되겠지요. 그동안에 일어났던 일들을. 그동안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요. 그 일기가 다이어리가 되고, 다이어리가 행복이 되고, 그리고 그 행복은 세상으로 전해지겠죠. 다이어리가 다이어리의 마음을 전해요. 오랜만에 다시, 나로 돌아왔어요. 다이어리가 신통한 다이어리가 되었다가, 또 신다가 되었다가, 때로는 신통한이 되기도 하죠. 지금은 다이어리의 마음으로 리뷰를 전했어요. 오랜만이라 반갑지요? 또 다음에 뵐께요. 저, 언제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종종 모습을 보일께요. 제 마음에 드는 시집을 만나게 되면은요. 그럼, 그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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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시인은 남쪽 끝 항구에서 외롭게 낚싯대를 드리우는 마음의 풍경을 담고 있지만, 그의 시들은 힘들고 지친 우리에게 위로의 말을 말없이 건넨다.
오래된 부부처럼, 우리도 낡은 문짝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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