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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그리스 로마신화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에 그 시작을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로
시작했었다. 5권으로 된 책에서 저자는 각 권마다 나름대로 테마를 정하고 열두가지의 열쇠를 통해 그리스
로마신화를 소개하고 있었다. 그후 좀 더 세심한 신화읽기가 하고 싶어 살펴보다가 그레코 로망, 즉 그리스와 로마신화와 관련하여 4대고전으로 꼽히는 책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오비디우스의 [메타모르포시스] 우리말로 [변신이야기]가 그것이었다. 이 중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그리스
신화이고 [아이네이스]와 [변신이야기]는 로마가 그리스 신화를 수입하여 로마의 왕의 핏줄을 그리스 신화에 끌어다 붙이는 각색을 한 끝에 나온 책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어찌되었든 4대고전이라는 4권의 책을 고르긴 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읽기를 미적대고 있다가, 그것들과는
관계없는 이 책을 먼저 집어 들었다.
[이윤기의 신화 거꾸로 읽기]는 우리들의 일상
속 삶에서 신화의 의미를 살려내 보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를 두고 신화적
상징을 통하여 말을 거는 회화, 조각, 혹은 건축물을 보면서
그 대상에 묻어 있는 신화의 의미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추적하는 새로운 신화읽기, 혹은 문화현상에서
신화의 흔적을 찾아내고 그 흔적을 거슬러 올라가 신들과 만나는 공부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예술작품이나 문화현상이 신화와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를 추적하면서 신화를 공부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해외여행을 하면서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대리석상이나 혹은 거장들의 명화들을 볼 때 그것들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몰라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신화를 알지 못하면 그저 돌덩어리에 불과하거나 뜻없이 바라보는 그림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그렇게 볼 때 이 책은 일상에서 신화를 찾아가는 신화읽기의 새로운 독법이지 싶다.
신세계백화점 정문위에는 코르누코피아 다시
말해 풍요의 뿔이라는 뜻을 가진 장식이 걸려 있다고 한다. 풍요의 뿔이란 신이 불가사의한 권능을 부여하여
뿔 속에 들어있는 물건을 아무리 꺼내도 줄어들지 않는 뿔을 의미한다. 이 풍요의 뿔은 헤라클레스가 강의
신인 아켈로우스와의 싸움에서 황소로 변한 아켈로우스의 뿔을 부러뜨리자 물의 요정들이 이 뿔을 거두어 안에 과일을 넣고 꽃을 꽂아 신들에게 바치면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사자가죽을 쓰거나 걸치고 있고 몽둥이를 들었다면 혹은 풍요의 뿔을 들고 있는
조각을 만나게 되면 그는 헤라클레스가 분명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데 백화점은 왜 정문에 이 뿔의
장식을 걸었을까? 건물을 처음 설계한 사람만이 알겠지만, 백화점
입구에서 그 장식을 바라보며 신화를 떠 올릴 수 있다면 그만큼 우리의 일상이 여유로워지는 느낌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싶다. 부처님을 수호하는 금강역사는 헤라클레스의 사자가죽을 쓰고 제우스의 벼락을 들고 있다. 이는 간다라미술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간다라미술이란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 사이의 문화전파와 교역의 중심지였던 간다라지방에서 발전한 그리스, 로마풍의 불교미술을
말한다. 경주 석굴암의 금강역사상도 간다라미술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것들을 보면 비단 해외뿐만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도 그리스 로마신화의 영향이 남아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신화와 관련된 작품들을 보면 누드가 유난히 많다. 그리스미술에서 누드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니오베의 딸>이라 불리는 대리석상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테바이의 왕비였던 니오베는 자랑할 것도 많았지만 일곱 아들과 일곱 딸이 특히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그녀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어머니인 레토를 능멸했고, 분노한 레토는 자신의 아들과 딸을 시켜 그 죄를 묻는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가 니오베의 아들, 딸들을 죽이자 니오베는 막내 딸만은 살리기 위해 안고 있다가 아폴론의 화살을 맞고, 등에 맞은 화살을 빼내려 하다 보니 어쩔 수없이 옷이 흘러내렸다고 하는데 왜 그 순간을 그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가 하면 젖가슴과 엉덩이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애욕의 여신이자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 여신상은 유난히 훼손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로마신화에서는 베누스라 불리고 영어로는 비너스라 불리는 이 여신의 석상은 중세에 부도덕의 상징이 되면서 기독교계에서 훼손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물론 의회나 관공서같은 건물, 백화점이나 혹은 길거리의 표지판 등에 남아 있는 신화의 흔적들을
찾을 수가 있다. 아직도 그리스의 신들이나 영웅들이 그림이나 조각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그런 회화나 조각이나 구조물이 말을 걸어올 때 우리가 신화를 이해하고 있다면 비로소 소통이 가능해지고, 우리의 삶이 그만큼 풍부해질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다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수없이 등장하는 인명과 지명은 기억하기는 고사하고 당장 읽기에도 힘이 든다. 그럼에도 우리가 신화를 찾아 읽는 것은 저자의 말처럼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인류의 어린시절 이야기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 신화를 예술과 문화에서 거꾸로 찾아가며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 분명 새로운 신화읽기로 다가온다. 이제 미뤄두었던 4권의 신화관련 고전들을 읽을 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