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시 잭슨 시리즈의 작가, 릭 라이어던의 북유럽 신화 이야기. 신화적 요소들을 현대 감성과 맞게 버무리는 라이어던의 능력은 인정할 만하다. 요즘 정치적 올바름과 다양성 문제로 인해서 고전을 현대식으로 재현할 때 애를 먹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를 매우 자연스럽게 서술해내면서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한 예로 로키는 신화에서 암컷 동물로 변하고 임신에 출산까지 한 적이 있는데, 이걸 차용해서 로키의 자식 중 하나가 성소수자 캐릭터로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더군다나 주인공 매그너스는 아예 노숙자였던 것으로 설정하면서, 현실의 소수자들이 제대로 된 소속감이나 정체성을 형성하지도 못한 채로 방황하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그러면서 자칫 훈계조가 되지 않게 서술해냈다. 그럼에도 매그너스는 농사와 풍요, 호천후의 신인 프레이르의 아들로서 치유, 화합, 중화의 힘을 지니고 주변인들을 포용하며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을 타개해 나간다. 청소년 소설의 주인공으로서 무조건 싸움만이 아닌 다른 해결책을 보여준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다만 단점이 있다면, 주인공을 포함한 반신 영웅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니 신들의 활약이 적게 보인다는 것이다. 인간/반신 캐릭터들의 설정을 풀어가면서 여러 인물상을 만들었지만 '신화'라는 면으로 봤을 때 신들의 비중이 비교적 적다는 점이 아쉽다. 그리고 북유럽 신화 3부작의 목적이 라그나로크를 조금이라도 늦추는 것임을 생각하면 주인공들의 활약이 불가피한 상황을 벗어나려는 발버둥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매그너스와 그 친구들은 반드시 도래하고 말 재앙을 늦추는 과정에서도 활약을 펼치며 지금 세상을 더 낫게 만들어 나간다. 피할 수 없는 결과에 굴하기보다는, 세부적인 것일지라도 주체적으로 정해가며 운명, 숙명을 주도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 소설로서는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좋은 책이 틀림없다. 극단과 배타성, 증오가 판을 치는 요즘 세상, 비록 집도 가족도 없이 험하게 살아왔지만 온화한 본성을 잃지 않는 매그너스 체이스의 활약을 보며 독자들이 포용과 화합의 자세를 많이 알아가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