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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즐거움을 길어올리는 ‘마중물독서’ 5권 『여자와 남자에 대하여』가 출간됐다.
결혼, 가족, 직업, 신체, 외모, 소수자, 노년 등의 주제에 대해 남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를 모았다. 육아휴직을 신청한 남성
아나운서, 집 청소를 하지 않는 여성 학자, 여자보다 더 좋은 머릿결로 헤어 모델이 된 아이돌 장문복, 지상파 최초로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한
여성 아나운서로 주목받은 임현주 앵커 등 조금은 다른 시선에서 남녀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글들이 수록돼 있다. 이를 통해 남자와 여자에 대해
잘못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있다면 깨나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했다. 아버지와
나는 이제 페친이다 아버지는 전주의 고등학교 국어 선생이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선생하고 싶어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시골에서 어떻게든 먹고살아야 하니까, 주렁주렁 우리들이 그 집의 책들과 함께 아버지의
등에 매달려 있으니까, 아버지는 선생을 그만두지 않고 정년퇴임까지 40여 년 동안 교편을 잡았다.(p14) 우리는 아버지의 꿈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집 안에서 홀로 무럭무럭 크는 책들이 그것을 알려주었다. 왜 책들만 그 집에서 그렇게 비대해지는지에 대해 우리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우리는 책들이 아주 싫었다. 책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 하지만 우리
삼형제도 엄마도 어떻게든 책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아야만 했다.(중략) 손에 닿지 않는 곳에 가장 야한 소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음을 의심치
않았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천정 가까이 가장 높은 곳에 꽂혀 있는책을 모조리 먹어치우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나는 아버지의 문학에 대한
열망에서 떨어진 비애를 읽어야만했다. 동생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p16) 아버지는 쓰고 싶었으나 쓰지 못했다. 아버지의 문학적 비애가 조금 위안받은 순간은
내가 신춘문예로 등단했던 바로 그때였을 것이다. 내가 소설 쓸 줄 몰랐으니까, 등단할 줄 몰랐으니 조금 기뻤을까. 아버지는 실제로 내게 기쁨을
직접 표현한 적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소설을
쓰면서 정말 기뻤던 적은 당선 통보를 받았던날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야, 느네 아버지, 학교
조퇴하고 와서 방에서 운다." 엄마는 등단이 뭐고 소설 쓰는 게 뭔지 별 관심 없는 양반이다.(p17) 그나저나 민망한 글을 쓰긴 하였는데,
하나 걱정인 것은 아버지가 나와 페친(facebook)이어서 일거일수를 파악하고 계신데, 혹 이 글을 보고 민망함이 서로 늘지 않을지
걱정이다.(백가흠, 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
덧붙이는 이야기. 육아휴직 중에 난 승진을 했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위에서 결국 다 만난다. 자신만의 확실한 성공 기준만 있으면 된다. (김한별, 라테파파)
출동!
독수리 오누나 우리는 지금 제3당이 나왔다고 난리잖아요. 저희집은
5당 체제예요. 어릴 적부터 첫째, 셋째가 싸우면 둘째는 말리고, 넷째는 첫째한테 가서 붙고, 다섯째는 셋째한테 가서 붙어요. 그러다 또 뭐가
틀어져서 첫째랑 다섯째가 연합을 하고, 둘째랑 셋째가 연합을 하고, 넷째는 아무것도 모르고 '허허'하고 있다가 당합니다. 제가 밖에 나오면 왜
말이 많은지 아세요? 집에서 한마디도 못해서 그래요. 하지만 제가 어디서 한 대라도 맞고 오는 날엔 다섯 누나가 모두 출동합니다. 누나 다섯
명이 "뭐?" 하고 동시에 일어설 때의 그 비장함, 첫째 누나가 고무 장갑을 벗을 때의 카리스마 방에서 읽고 있던 책을 들고 뛰어나오는 둘째
누나의 결의, 셋째 누나가 나물을 씻다 말고 물방울 튀기며 전의를 다지는 화려함, 넷째 누나가 뒷문에서 연탄집게를 들고 나올 때는 자못
흉포하기까지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하고 똑같이 생긴 다섯째 누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제 옆에 서 있기만 해도 위협적일
수밖에 없어요. 저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한 명 더 있는 거 잖아요.
그때 누나들의 눈빛은 독수리 오형제 저리 가라였죠. 문제는 누나들이 아직도 그 눈빛으로 저를 지켜보고 있다는 겁니다.
"제동아, 여자만 데려와 봐라. 우리가 얼마나 잘해줄 건데." 그 잘해주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데! 그걸 모른다니까요. (김제동,'그럴 때 있으시죠?. 나무의마음. 2016
초경,
불편해하는 시선들 생리가 말하기 겸연쩍고 성적이고 감춰야 하는
것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여자만 흘리는 피라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소년의 성적인 성장을 다룬 영화는 많다. 아예 <몽정기>라는 이름을
대범하게 달고 나오기도 한다. <나의 생리 출혈기>라는 영화가 나왔다면 어땠을까? 몽정기 만큼 귀여운 느낌도 안 들고 어떤 배우도
출연하고 싶어 할 것 같지 않다. 여성들의 성장도 남성들 못지않게 흥미진진하고 수많은 이야기로 가득할 텐데, 내가 만든 『피의 연대기』는
말랑말랑하고 귀여운 영화다. 애초 기획 단계에서부터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남녀노소 즐겁게 보고 필요한 정보를 얻어 갈 수 있길 바랐다.
상충하는 의미나 상황이 부딪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피의 연대기』라는 전혀 말랑말랑하지 않은 제목을 붙였다. 얼마 전 한 잡지 인터뷰 자리에
갔는데 한 감독님이 내게 물었다. "영화 잘돼요?" 재편집을 하는 단계였고, 내세울 만한 좋은 소식도 없었다. "아직 해외에서는 반응이
없네요."(p89) 그러자 감독님은 이렇게 말했다. "남자들이 좀 불편해할 것 같아" 감독님은 여성이었다. 모두가 쉬쉬하는 분위기에서 선명한 붉은 피의 색만큼 솔직한 영화
『피의 연대기』와 책 『생리공감』을 세상에 내놓은 김보람 감독의 정면 돌파가 반갑다. 이를 계기로 여성은 피흘리며 수고하는 내 몸과 더
친해지고, 남성은 베일에 싸인 여성의 생리와 허물없이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p97)(김보람,
생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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